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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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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 아닐 것이다. 너무도 뻔한 생각이 아닌가? 푸른 빛무리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러한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리가 없지 않던가? 그것은 엉터리이다. 너무도 모순된 엉터리이다! 그래서 나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 성녀라던가, 성자라던가, 현자라던가 하는.. 신이 정해주셨다는 운명따위를 말이다.

 왜냐하면 신께서는 우리에게 자유의지라는 너무도 커다란 선물을 주셨기 때문이다.

 -현자가 아니길 바라는 페이소스-

***

 가만히 앉아서 이렇게 쉬고 있을때면 언제나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죽음.. 얼마지나지 않는 시간동안 나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있다. 패러랠 라이프. 그것은 신께서 정해주셨다는 운명의 사슬. 이전에도 나와 동일한 삶을 지닌채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 한 여인이 있다. 그녀를 두고서 사람들은 '성녀 아이라'라고 불렀다.

 "셰리아님. 이제 그만 나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제가 나를 부르고 나서야 눈이 떠졌다.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눈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나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떨려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서는 천천히 문을 열고서 밖으로 향했다. 수수해보이는 검은마차에 올라타자 그 안에서 늙그막하신 대사제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뒤에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셰리아님."

 "예. 대사제님께서는 불편하신 곳이 없으신지.."

 "뭐, 이런 늙은이가 찬밥 더운밥 가릴처지입니까? 어차피 언제 신의 곁으로 돌아갈지 모를 때인데 말입니다. 허허허!"

 대사제님은 너털웃음을 터뜨리시고서는 빙그레 웃으실 뿐이었다. 같이 따라서 빙긋 웃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뭐랄까?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낳은 것일까? 대사제님처럼 맞이 할 수 있기를 지금 이 순간 바랬다.

 덜컹!

 하지만 마차가 갑작스레 기우뚱 거리는 탓에 중심을 잃고서 의자위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마차가 기우뚱 거린 것이 아님을 깨닫는 데에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차는 완전히 쓰러져 있었다. 대사제님은 이미 입에서 피를 토하시면서 몸의 반이 마차에 깔린채로 죽어있었다.

 죽음! 이 얼마나 간단한 것인가! 그러면서도 잔혹했다. 하지만 나의 죽음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욱 궁금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는 온몸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려 하였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 밖을 바라보았다.

 "이야압!"

 "어리석구나! 그렇게 느려서야 어찌 본좌를 잡겠단 말인가!"

 피슛! 푸화아아아악!

 괴한의 칼이 번쩍이고, 성기사의 상체는 허리와 분리되어서 땅에 떨어져 내렸다. 이미 주위에는 온전히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지금 이곳은 죽음이 충만한 곳이었다. 괴한은 복면은 벗어던지고서 머리를 한번 위로 쓸어올린뒤에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가 이내에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오호오! 오늘은 그래도 소운(小運)이 따라주는군. 흠흠.. 이리나와보시게."

 그는 씨익 웃으면서 나를 불렀다. 어쩔수 없지만 그가 시키는데로 마차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흐음! 엄청난 신성력.. 성녀로군."

 "제가 성녀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나요?"

 그러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씁쓸한 어조였는데, 어찌보면 슬프다고까지 할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는 힘겨운 기억을 떠올리듯이 한참을 중얼거리고서야 말했다.

 "너와 같은 운명을 지닌 소녀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그는 몸을 홱 돌려서 걸어가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길을 모르거나, 혹은 사람들이 죽어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의지로써 그에게 물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매우 힘들었다. 현실이 나를 붙잡아 매고 있었고, 그리고 주위로 느껴지는 을씨년스러운 죽음에 온몸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외치듯이, 절규하듯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죠? 가르쳐주세요!"

 "......"

 그의 발걸음이 멈춰져 버렸다. 그리고는 힘없이 나를 돌아보더니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브리엘의 석판. 이 길을 따라서 가면 허공에 하얀 막이 보일 것이다. 그 막은 가브리엘의 석판을 보호하고 있지. 만약 네가 그 석판에 손을 대고서 소원을 말한다면 이뤄진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다시 길을 걸어가버렸다. 무척이나 쓸쓸한 뒷모습을 남긴채로...

***

 막을 넘어오자 순간 당황스러웠다. 손톱만한 크기에서부터 어른의 머리통만한 수정의 파편들이 날카로운 예기를 서슴없이 뿜어대며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신성력을 이용하여 방어막을 형성하였지만, 그 방어막도 애처롭게 웅웅 거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호소함도 이젠 들리지 않았다. 파란하늘, 그리고 녹색의 잔듸밭에는 이젠 거의 부숴져가는 석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이젠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글씨들이 씌여 있었다.

 "평화.. 그것은.. 폭풍우.. 그 안에서도.. 편안한.. 바위틈.. 그 안의 어린.. 비둘기.."

 나는 천천히 석판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그리고..

 터텅! 텅! 텅! 우우우우웅!

 주위로 더욱더 거세게 수정의 파편이 몰아쳤다. 하지만 나의 입은 열어질 줄을 몰랐다. 석판의 마지막 구절을 확실히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묻노라.. 너는 너답게 살았는가?"

 그 한구절에 나의 손을 멈춰있었다. 단지 멈춰져 있었다.

 [바보처럼 망설이고 있었나? 소녀여..]

 왠지 얼마전 그 괴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더는 말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고, 그리고 이 자리에 있기도 싫었다. 손을 때려고 하는 순간.. 너무도 긴박한 모습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가브리엘의 석판이여. 하나의 소원을 빈다. 이 소녀를 살릴 수 있는 힘을 다오.]

 그리고 하얀 섬광이 주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와 함께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들은 사라지고, 소원을 빈 남자와 피투성이의 소녀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종시에는 소원을 빈 남자마저 빛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잠시후 피투성이의 소녀는 말끔한 모습이 되어서 석판 앞에 서 있었다. 마치 나와 같은 모습으로..

 [가브리엘의 석판이여. 하나의 소원을 빕니다.]

***

 하늘은 맑았다. 바닷가의 절벽위, 푸른 잔듸 위에는 하나의 석판이 서 있었고, 소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고마워요. 이름 모를 소녀."

 아이라는 그렇게 읊조리고서는 뒤돌아 가버렸다. 그곳에는 하얀 들꽃과 그리고 조그마한 석판이 아무도 모르게 세워져 있었다.

 [내가 묻노라.. 너는 너답게 살았는가?]

 [신이시여 대답합니다. 지금 살아가노라고..]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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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차암.. 신은.. 뭘까요.

가끔 생각해보지만 신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 마음에 자신을 빗대어 생각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느끼게 됩니다.

 [자아를 확고히 한다.]

 뭐, 구지..말하자면 그런 류라고 하고 싶습니다만... [에에~ 여기서 신이 어떻다라 할 때가 아니잖아!!]


P.S : 거거거거! 시엘씨! 시엘씨글에서 주인공이 죽음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거 아녀 ㅜㅡ!

잔듸->잔디
부숴져->부서져
호소함->호소

[태클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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