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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A B L E T ― 第 0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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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흉악한 서리 거인족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신족의 왕 오딘은 서리 거인족의 만행을 두고 보다 못해 서리 거인족의 왕 이미르를 친히 살해했으며, 이후 아시르 신족의 지휘 아래 세계에는 질서와 평화가 생겨났다. 그러나 오딘의 아래 있던 발키리아 중 하나, 힐드가 지하로 내려가 자신만의 세력을 건설하니 아시르 신족은 그들을 마족이라 부르며 기피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세상은 신족의 아스가르드와 마족의 니플하임 사이의 대립 구도로 좁혀졌으나, 서리 거인족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영혼의 형태로 신족이나 마족의 몸 안에 잠들어 있다가 어느 순간 각성하게 되는데, 수많은 서리 거인족이 신족이나 마족의 몸 안에서 각성했다가 그를 알아차린 오딘과 힐드에게 다시 한 번 살해당하게 된다.
하지만 서리 거인의 왕족 중 완전히 소멸한 자는 공포의 마왕이라 불린 로키와 그의 아들들뿐, 다른 왕들의 영혼은 여전히 살아 있는 마족과 신족의 신체 안에서 각성할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잠들어 있다고 한다.

-아시르 신족과 세계의 역사 中 '서리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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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움직이실 건가요? 니르님."

'대마계'―니플하임 안에서 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달빛 분수대'의 중앙, 쉼없이 쏟아지는 달빛 속에서 소녀는 소년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어둠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여간해서는 볼 수 없는 '빛'의 따스함에 도취되어 있던 소년이 천천히 소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 줘. 헬(Hel)."

소년은 슬픈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황금빛 머리칼이 순백색 달빛과 어우러져 주위 공간에 화려한 은백색 기운을 뿌렸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은 소년의 입술을, 소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바라듯 한동안 응시했다.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주위를 메웠다. 영원토록이라도 지속될 것 같던 지루한 침묵을 다시금 깬 것은 소녀의 입에서 나온, 체념과 한심스러움이 섞인 한숨 소리였다.

"저는 세리스에요. 그보다, 정말로 움직이실 거냐는 제 질문은 그대로 무시하신 듯하군요."

오래된 기억을 더듬는 소년의 눈동자는 같은 기억을 지닌 존재ㅡ소녀에게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이해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한 의아함을 담은 채, 소년은 짧게 대답했다.

"너도 가지고 있겠지, 오딘에 대한 증오의 기억을."

"그리고 동시에, 한 사람을 사랑하는 여자의 기억 또한 가지고 있지요."

즉답이 돌아왔다. 약간의 침묵이 사이를 비운 뒤, 그제서야 소녀가 말하는 바를 깨달은 소년의 입에 키득 하는 비웃음이 걸렸다.

"겨우 10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의 사랑 말이냐."

"시간은 관계없어요. 진실된 감정은 한순간이라도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기억에 남지요. 마치 오딘의 전사 에인헤야르들이 가지고 있는 투쟁심처럼."

'오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소년의 눈빛이 다시금 변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위압감이 루비처럼 빛을 내는 소년의 두 눈동자로부터 퍼져 나왔다.

"내 앞에서 그 녀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마."

"저는 헬이지만 또한 세리스이기도 해요. 당신이 오딘이 이뤄낸 세계의 구성원인 세리스를 부정해 보았자 그녀는 '나'로서 여기에 실재하지요. 애써 강한 척 하는 당신의 마음 속에도, 분명히...어느 정도는 세리스의 약혼자였던 니르가 실재하지 않...나요?"

마지막 부분에는 절박하다 못해 거의 애원하는 듯한 어조로 바뀐 소녀의 말을 듣고, 소년은 쓰게 웃었다. 눈물이 맺힌 눈동자를 보이기 싫어 고개를 숙인 소녀에게, 소년은 지나가듯 한마디를 던졌다.

"이런 걸 말하는 거야?"

소년의 눈빛이 일순 바뀌었다. 주위를 짓누르던 위압감이 베일이 벗겨지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그저 금발에 약간 검붉은 눈을 가진 유약해 보이는 소년만이 남았다.

"세리스..."

소녀의 얼굴에 만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불신과 경이만을 남겨놓은 채로, 소녀의 입술이 하나의 이름을 자아내었다.

"니르, 님?"

소녀의 흰 팔이 환상처럼 소년을 갈구했다. 소년은 그녀의 약혼자가 가끔씩 보여주곤 하던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아니, 나는 니르가 아냐."

울 것 같은 소녀의 물음에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가 사랑했던 자의 몸을 입은 채, 그녀가 사랑했던 자의 분위기를 입은 채, 그녀가 사랑했던 자의 목소리로 니르라는 마족의 몸에 있는 다른 '무언가'는 잔인하게 미소지으며 자기 이름을 부정했다.

"이런 식으로 의태는 할 수 있겠지. 그렇다고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야.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소년의 말이 비수처럼 소녀의 갸날픈 몸에 꽂혔다. 움찔거리며 머리를 감싸쥐고 뒤로 물러나는 소녀를 보며, 소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헬. 너의 진정한 존재를 부정하려 하지 마. 너는 20년도 채 살지 못한 마족 따위가 아니야. 영겁을 살아가는 죽은 자의 여신, 그것이 바로 너의 본모습이다."

"싫어어어어어어!"

히스테릭하게 비명을 지르며 소녀는 뒷걸음질쳤다. 소녀가 입고 있던 연분홍빛의 드레스 자락이 발에 걸려 그녀는 먼지 자욱한 바닥에 쓰러졌다. 드레스가 말려올라가는 것도 알지 못한 채, 그녀의 두 다리는 소년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땅바닥을 긁었다.

전력을 다한 저항은 경련이 되었고, 경련은 이내 미약한 떨림이 되었다.

소년은 그런 소녀를 부축하지도, 그렇다고 소녀와의 거리를 벌리지도 않은 채 말없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사지가 간혈적으로 떨리고는 있었지만,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채 그저 소년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동자는 어느 새 소년과 같은 순수한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정말이지 잔인하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아까까지의 소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요염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소녀는 소년에 대한 비난의 말을 입에 담았다.

"응석은 그 정도면 충분히 받아준 것 아니냐?"

"...대체 어딜 어떻게 봐야 '충분히'가 나오는 거죠?"

소녀의 불평을 귓등으로 흘리며 소년은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소년의 머리카락이 만들어 낸 은백색 빛무리가 소년의 동작과 함께, 서서히 이지러졌다.

"뒷일은 알고 있을 거라 믿어."

"네, 소마계 흐베르겔미르의 고대의 마수들을 봉인하고, 흐베르겔미르 중추의 분리된 긴눙가 시스템에 대한 모든 자료를 대마계의 시스템에 넘기고, 전 힐드님 앞에서 무릎 꿇고 충성을 맹세하며 발바닥을 핥으면 되는 거지요?"

소년은 상상만으로도 욕지기가 올라오는 듯한 표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었고, 소녀는 진심을 담은 극상의 미소로 소년의 진실된 감정 표현에 화답하였다.

"그래,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니까...당신도 죽지 마세요. 세리스를...저를 위해서."

전이계열 마법의 붉은 기운이 소년과 소녀를 갈라놓았다. 서로의 얼굴도 확인할 수 없는 강렬한 빛의 윤무 속에서, 그들은 목소리만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다녀올게'"

"'안녕히 다녀오세요', 시조(示祖)님."

아련히 울려 들어오는 소녀의 목소리를 뒤로 하며, 소년은 자신을 감싸는 붉은 기운에 편안히 몸을 맡겼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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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님의 댓글

박현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놀라울 따름이군용 <흐느적> 반어법인거 알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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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님의 댓글

임원경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실로 오랫만인 글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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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네스™님의 댓글

유이네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으... 내 눈.. 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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