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Of Fantasy - 제 1악장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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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Grave & Lourdeur
붉은 석양의 빛으로 물들여진 흰색의 신전. 아무런 소리도 없던 고요한 신전 안을 울리는 늙은 나무의 소리. 그리고 함께 흘러 들어오는 붉은 노을빛의 향연. 스테인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울긋불긋한 빛들은 붉은 노을빛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빛으로 가득찬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는 여인과 작은 소년. 가느다란 손을 꽉 붙잡고 있는 여인-라네아의 얼굴은 어제와는 다르게 매우 핼쓱해 보였다.
“칼.”
라네아의 말에 칼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제 칼의 귓가에 들려오던 샤콘느의 절규. 그리고 한(恨).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아닌 ‘그를 위한 아다지오’가 칼의 귓가에 들리던 밤. 소년은 자신의 방 안에서 가만히 그 흐느낌을 들었었다. 그리고 그녀가 부르는 사람의 이름.
‘미네바’
그 소리에 소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부르는 한 사람. 자신의 아버지가 보고 싶어지는 소년의 마음.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눈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울다 지쳐 쓰러질때까지 소년은 가만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침에 소년에게 보여준 그녀의 미소. 아스라질 것만 같은 미소였었다. 살짝 건들기만 해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모래성으로 만든 것 같았기에.
“네.”
라네아는 앞에 모셔져 있는 에어리즈 여신상을 바라보았다.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석상. 라네아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칼을 바라보았다.
“칼도 이미 알고 있겠지? 엘 사제님과 엄마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말이야.”
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들어가자구나.”
라네아와 칼은 예배당 옆문을 지나 엘이 지내고 있는 숙소를 향했다. 문앞에서 발을 멈춘 두 사람. 조금씩 떨고 있는 라네아의 가녀린 팔. 삐그덕 소리와 함께 낡은 문이 열리면서 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거라. 라네아. 그리고 칼.”
라네아와 칼은 엘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엘과 함께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어두운 숙소. 엘은 방 한쪽에 있는 탁자에 미리 켜져있던 촛대에 탁자 밑에서 꺼낸 새로운 초에다가 불을 붙여 침대머리맡에 놔두었다. 라네아와 칼은 침대 위에 걸터 앉았고, 엘은 그 앞에 놓여진 작은 의자 위에 앉았다.
“어제 나의 귓가에 울리더구나. 샤콘느의 소리가. 너무나도 슬펐지. 마치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생명이 사그라드는 듯이 말이야.”
엘의 말에 라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몸을 흠짓 떨었다. 엘은 그런 라네아의 모습을 살짝 보았지만 이내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갔다.
“하지만 말이지. 이 세상에 마지막이란 존재하지 않지. 떨어지는 것도 다시 만나기 위함이고. 죽는 것도 다시 살아나기 위함이지. 모든건 인연에서 시작해서 인연에서 끝나는 것이지. 샤콘느도 그걸 알거야. 그렇기에 그가 샤콘느를 만든 것이지. 비록 너무나도 슬픈 인연이었지만 말이야.”
두개의 촛대 위에서 춤추고 있는 촛불. 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뒤편에 놓여져 있던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었다. 그리고 그 케이스를 라네아의 앞에 올려 보여주었다.
“이걸 열어보게.”
라네아는 고개를 올려 엘이 건네주려는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살짝 손으로 털은 것 같은 느낌을 보여주는 오래된 바이올린 케이스. 떨리는 손으로 라네아는 그 케이스를 받았다. 칼도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몇일 전 엘이 그에게 보여주었었던 바이올린-과르네리우스의 바이올린이었다. 라네아는 천천히 케이스를 열어보았다. 마치 샤콘느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붉은빛의 바이올린. 그녀의 손길은 바이올린의 스크롤(머리)를 향해 나아갔다. 음각되어져 있는 장인의 이름-과르네리우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엘을 쳐다보았다.
“이건 미네바가 나에게 남겨두었던 마지막 유품이라네. 원래는 자네를 위해서 그와 내가 구했었지. 그런데 우리가 떠나 이 악기를 찾고 있던 그 때에 자네에게는 이미 샤콘느라는 명기가 있었다네. 그걸 모른 우리는 열심히 이 악기를 찾기 위해서 아스완 제국과 라이너 왕국의 모든 악기점과 과르네리우스가 살아왔었던 모든 자리를 다 찾아보았다네. 그리고 결국 우린, 그가 마지막으로 만든 이 바이올린-‘아르투로’를 라이너 왕국의 도프시에서 배를 타고 건너 머나먼 섬이라고 알려져 있는 토스카니섬-그가 마지막 여생을 보내던 곳에서 찾아냈었다네. 그때 미네바가 이런 말을 하더군. ‘엘. 만약에 말이야, 아스완에 도착해서 그녀가 나의 청혼를 받아준다면 난 이 아르투로를 그녀에게 선물을 할거야. 그리고 그녀에게 부탁을 할거지. 내 앞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해 달라고 말이야.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그래? 그렇게 된다면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될꺼야. 거기다가 내 아이가 그녀와 함께 연주를 해 주고 난 그것에 흥이 겨워서 춤을 출거고.’라고 말이지.”
라네아의 눈은 점점 흐려져만 갔다. 그리고 그 밑으로 조금씩 조금씩 눈물이 내려왔다. 그녀의 17살 생일날, 그는 그녀의 생일에 오지 않았었다. 그녀가 가장 기다려오던 그가 오지 않자 그녀는 결국 그에 대한 걱정과 실망, 이 두가지 감정을 가지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에게 그의 생사를 수소문해보라고 짜증을 내기도 하였고, 3일정도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생일이 일주일이 지난 9월 10일. 온 몸에 먼지와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채 그는 그녀의 앞에 나타났었다. 그가 없어진 후로부터의 걱정과 실망, 안도. 모든 감정이 혼돈으로 빠져든 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한마디를 했었다.
‘나가! 나가라고!’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할려고 하다가 결국 조용히 뒤돌아 가버린 그의 뒷모습에 그녀는 결국 울고야 말았었다. 그때 그가 자신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라네아는 알게 되었다. 그에게 듣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엘은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조용한 적막 속에서 흐르는 눈물의 소리. 칼은 가만히 라네아에게 있는 ‘아르투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선물로 줄려고 했었던 바이올린-아르투로. 샤콘느와는 다른 위대한 전설이 서려있는 영웅의 악기라고 불리는 바이올린. 그리고 지금 그녀의 손에서 흐느끼고 있는 하나의 악기.
“엘”
라네아는 가만히 엘을 불렀다. 그녀의 눈가에 서려있는 후회를 읽은 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라네아를 바라보았다.
“이 바이올린. 제가 가져도 될까요?”
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네아는 살며시 아르투로의 넥을 쓰다듬었다.
“그 아르투로의 뒷면을 보게. 미네바가 자네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을테니.”
라네아는 아르투로의 뒷면을 돌려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바이올린의 뒷면. 하지만 라네아는 뒷면을 마치 아기를 만지는 듯이 살며시 쓰다듬었다.
“아이니.”
마치 알고 있다는 듯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하나의 시동어. 그리고 아르투로에서 흘러나오는 한 가닥의 빛. 곧 그 빛은 저점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한 젊은 사내의 모습으로 바뀌어진 빛을 본 라네아의 눈가에서는 다시금 눈물이 흘러내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살포시 쓰다듬었다.
“미네바.”
라네아의 부름에 응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작은 인영(人影)-미네바.
“하나, 둘, 셋. 이제 되나요? 네? 벌써 시작이라고요?”
작은 미네바의 모습에 라네아는 살짝 웃었다. 마치 한편의 추억을 보는듯한 그녀의 웃음. 엘의 눈가에서 살짝 눈물이 맺혔었다.
칼은 작은 사내에게서 눈을 때지 못했다. 자기 아버지의 젊었을때의 모습. 지금까지 보아왔던 초상화의 늠름한 중년의 사내가 아닌, 젊은 아버지의 모습. 상상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에 칼도 피식 웃고야 말았다.
“흠.”
살짝 헛기침을 하는 작은 미네바의 모습. 곧 그 인영은 차분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라네아. 지금 이걸 보고 있다는건 아마도 엘이 너에게 이 아르투로를 주어서 이겠지?”
라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일단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당신의 생일에 맞추어 갈려고 했었지만. 당시 아스완과 라이너 사이가 굉장히 안좋았잖아? 국경을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그래서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이 조금 어려웠어. 뭐, 일단은 내가 늦었으니…….”
머리를 긁으며 조금은 해프게 웃고 있는 작은 미네바의 모습에 라네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가 도착했을땐, 이미 너에게 샤콘느가 있더라구. 힘들게 구해 왔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이걸 너에게 청혼의 선물로 주려고 했었는데……. 라네아. 이곳에 도착해서 가장 하고 싶던게 뭔지 알어? 이 아르투로를 가지고 너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는 것을 듣는 거야. 너무 큰 꿈이었나? 하지만 꼭 들어보고 싶더라고. 나의 그녀가 연주해 주는 영혼의 선율을... 그리고 그 곡에 맞추어 나는 춤을 추고... 만약 화가 풀렸다면 이 아르투로를 가지고 한곡 연주해줄 수 있겠어? 너가 이 아르투로를 연주한다면 그 음이 나의 귓가에 울릴텐데, 그곳이 어디든지 말이야. 너의 곡에 내 귓가에 울리기를 기대할게. 언제……. 어디서나……. 사랑해. 라네아.”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작은 미네바. 라네아는 점점 옅어지는 그의 형상을 잡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형상은 무심하게 그녀의 손을 통과시켜버렸다. 살짝 웃고 있는 그의 표정. 그리고 새하얀 소멸.
라네아의 떨리는 손가락. 그리고 힘없이 내려오는 그녀의 어깨.
아르투로도 느꼈던 것이었을까. 한줄의 현이 살짝 퉁기는 소리는 작은 방 안을 가득 매웠다. 라네아의 초점없는 눈동자는 아르투로를 쳐다보았다. 그가 남겨준 마지막 유품. 그리고 그의 소원. 그녀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활을 잡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투로의 현 위로 올라가는 붉디 붉은 활. 그리고 시작되는 작은 선율.
‘샤콘느’(Chaconne)가 작은 방안에서 아르투로를 통해 울리기 시작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전설이 서려있는 곡, ‘샤콘느’와 가장 위대한 전설이 깃들어 있는 영웅의 악기, ‘아르투로’. 그 두개의 전설이 하나로 되었던 순간, 엘은 가만히 에어리즈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녀가 울리는 영혼의 연주가 그의 귓가에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르투로가 울리는 D단조의 낮은 음영.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한 여인의 영혼의 아리아. 장중한 시작부터 악마처럼 달려 올라가고 내려가는 32분 음표에 이르기까지……. 깊은 협곡에 걸친 구름의 베일처럼,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 채 제자리에서 가만히 소용돌이치는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아르페지오에서 평화로운 골짜기로 져가는 석양을 연상케 하는 D장조의 저장쾌한 아름다움에 이르기 까지……. 한(恨)이 서려있는 한 여인의 가느다란 음열은 두 존재의 마음속을 가득 매웠다.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가느다란 두줄기의 눈물. 그 눈물이 보내오는 한 사내에 대한 그리움.
엘은 눈을 감고 조용히 손을 모아 에어리즈 여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그의 영혼의 동반자였던 그녀가 울리는 영혼의 연주가 부디 그분의 곁에 가있는 그의 귓가에 울리기를 바라면서...
칼은 눈을 감은 채 그녀가 들려주는 연주를 가만히 들었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두개의 촛불에 의지하고 있는 방안에서 들리우는 연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귓가에 들리기 위해 영혼으로 연주하고 있는 한 여인의 조그마한 모습. 칼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에, 그리고 한 여인이 보여주는 영혼의 연주에 어린 칼의 마음에서는 그녀가 석양이 지고 있는 마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었다. 산맥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강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이 만나는 교차점. 그 가운데에 서 있는 것으로 어린 소년은 느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점점 멎어갔다.
라네아의 어깨에서 내려오는 아르투로. 그리고 가만히 눈을 뜨는 엘과 칼. 둘은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황홀함. 마치 그리운 님과의 만남이 있었는 듯, 하지만 흘러내리는 두 눈가의 눈물은 어쩔 수 없는 듯 한 그녀의 얼굴. 라네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모습에 칼은 조금 걱정어린 눈빛을 보내었지만 다시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라네아의 눈동자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녀의 왼손에서 흘러 내려오는 얕은 혈흔. 칼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라네아의 상처를 닦아내었다. 라네아는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그리고는 엘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엘.”
라네아의 입에서 흘러 내려오는 낮은 음성. 엘은 맞잡은 손을 풀고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르투로를 연주하기 전과는 다른 눈빛. 엘은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 그를 만났었어요. 나와 그가 처음으로 만났던 푸른 들판 위에서요. 그 들판 한 가운데에 있는 늙은 느티나무 아래에 그는 앉아서 나의 연주를 듣고 있었어요.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나는 장소-그곳에서 그가 나를 바라보더라고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내가 연주를 시작하자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나무에 기대어서 듣고 있더라고요. 두 바람이 만나는 장소에서 샤콘느를 들려주었어요. 그가 누구인지 알기에. 그리고 나의 이 연주가 그의 귓가에 울리기를 바라면서요. 연주하는 동안 그를 바라보았지요.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마치... 마치... 그.. 그때 그가 이곳으로 돌아왔을때의 모습처럼....”
라네아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하지만 칼과 엘은 그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연주하는 내내.... 그가 죽은 것이 아닐까.. 하고 쳐다보았고.. 하지만 연주가 끝나자 그가 눈을 뜨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죠. 그는 이 연주를 들었구나 라고. 그리고는 그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
엘은 라네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살며시 껴안아 주었다. 그의 젖어드는 어깨. 그리고 그녀의 오열. 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애절함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슬픈 운명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의 사랑은 이럴 수밖에 없었기에, 엘은 가만히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점점 사그라드는 그녀의 소리.
“엘.”
점점 작아지는 벽난로의 불꽃. 그리고 그런 황혼의 불꽃이 밝혀주고 있는 라네아의 마음속. 라네아는 고개를 돌려 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에대한 상실감과 그리움이 이기적인 자신의 마음에 의해 이 아이가 그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라기를.
“왜그러나?”
엘은 그녀에게서 떨어져 원래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과는 또다른 눈빛. 서서히 떨어지는 그녀의 작은 입술을 바라보았다.
“칼을... 잘 부탁드려요.”
라네아는 칼을 쳐다보았다. 아직 7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이지만 자신에게는 그와 함께 자신의 마음 속 반을 채우고 있는 소년.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그와의 사랑의 결실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고 이 아이는 부디 그의 전처를 밟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는 소년을 떠나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엘은 그녀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네바가 전쟁에 나가기 전에 그에게 부탁했던 것을 이제야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옛날부터 엘은 그의 손주라고 할 수 있는 칼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신관의 생(生)중 단 한번 신관이나 성기사를 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사용하기로 결심했었었다.
“알았네.”
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이 내려보고 있는 작은 산마을-타이룬. 미네바와 라네아와 함께 이 마을에 정착한지 어언 10여년.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었었고, 그의 친인척도 지금까지 일어났었던 전쟁으로 인해 모두 죽었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위에 남은 존재는 라네아. 그리고 어린 소년 칼. 엘은 고개를 돌려 두 모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뒤에서 그들을 지긋히 바라보고 있어야할 한 존재를 생각했다.
“내일 아스완 대신전에 기별을 올려놓지. 아마 금방 답신이 올게야. 그럼 그때 내 이야기를 해줌세.”
라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칼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얼마 못가서 엄마와도 떨어져서 살아가야 될 어린 소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라온 여린 소년. 그리고 자신의 아들-칼 리터 오벨리스크. 다른 아이들처럼 응석부리며 자라난 아이가 아닌, 어른스럽지 못하면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듯한 주위의 모습에 울지 않으며 자라난 여리고 강한 아이. 라네아는 그런 어린 소년-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따뜻한 어머니의 손길을 느껴서였을까. 칼은 라네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얼마 남지 않은 불씨가 사그라드는 소리와 함께 두 모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은 두 모녀를 신전 앞까지 배웅해 주었다. 어둠과 함께 사라지는 두 모녀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그 뒤를 바로보고 있는 한 존재를 뒤로한채 그는 가만히 에어리즈 여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부디 저 모녀의 앞길이 평온하기를...
흠...
오랜만에 연참했습니다.
정말 몇년만의 (?) 연참인지 모르겠군요... ㅡ.ㅡ...
연참의 이유는...
이제 기말 시험이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의 마지막 시험이기에..
최선을 다해야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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