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 그리고 세계수(Rune and 世界樹) 1장. 예견된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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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견된 혼란
「아직은 바뀌지 않았다, 아무것도.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케이이치와 세 여신들이 묵고 있는 절의 많은 방 중의 한 곳에 세 여신이 전부 모여 앉아있었다. 이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케이이치가 없다는 사실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뭐야, 베르단디. 큰일인 거야?”
“응. 뭐냐면…….”
베르단디의 설명이 끝나자 울드와 스쿨드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뭐랄까?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에 생기는 변화랄까?
“그거 진짜야?”
“응.”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 전부 천상계로 돌아가야 해?”
“아니. 일단은 조심하라고 하셨어. 혹시 공격해올지도 모른다고.”
갑자기 울드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까짓 것들. 이 울드 님이 못 이길 줄 알아? 간단하다고!”
아까의 창백한 얼굴과는 달리 이번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것도 보통 자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젯거리조차 안 된다는 표정.
“자자, 그만 걱정하고, 얼른 나가봐. 베르단디, 너 아직 아침식사 준비 안했지? 얼른 하라고. 잘못하면 케이이치 굶겠다.”
“울드! 밀지 말란 말이야!”
스쿨드가 울드에게 밀려서 방밖으로 나가는 그 와중에도 소리를 질렀다. 아까 울드의 표정 덕에 조금이라도 안심이 된 것일까? 아무튼 다시 평소처럼 시끄러워진 스쿨드였다.
베르단디와 스쿨드, 그 둘을 방 밖으로 내몰아버린 울드는 그 방에서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땐 이미 아까의 표정은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위험하게 된다고 해도 지켜 줄 테니 걱정에 빠져 살지 마. 아무리 그래도 난…,”
잠시 울드의 목소리가 끊였다가 이어졌다.
“너희들의 언니니까 말이야.”
다행히 아침식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울드도, 베르단디도, 평상시와 같이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스쿨드는 여전히 불안했다. 무언가 아주 불길한 것이…….
“그럼 다녀올게”
“언니, 스쿨드, 다녀올게.”
전과 같이 케이이치와 베르단디는 케이이치의 선배가 운영하는 가게인 휠윈드로 출근하였다. 그러면 울드와 스쿨드만 집에 남게되는데, 그렇게 되면 둘이 할일은 별로 없었다. 울드는 TV나 볼 것이고, 스쿨드는 울드랑 TV채널 쟁탈전을 펼치던지, 새로운 기계를 만들고 있을 것이었다.
“밤페이! 쫓아다니지 말랬지!”
잊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아, 사람이 아니라 로봇인가. 밤페이와 시글. 둘의 주인은 스쿨드였다. 밤페이는 다용도 로봇이긴 한데, 인간형이 아니다. 그냥 실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시글은 인간형이고, 밤페이가 좋아하고 있다. 물론 문제는 시글이 밤페이의 그 실용적인 모습을 싫어한다는 것이지만…….
“표정을 매직펜으로 그리지 말라고! 그거 진짜 보기 싫어!”
그 말을 듣자 밤페이는 자신의 왼손에 달린 지우개로 표정을 지운 후에 다시 우는 표정을 그려놓았다. 밤페이는 간단하게 입같은 것은 없고, 얼굴처럼 생긴 곳에는 시각센서와 청각센서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감정을 나타내려면 매직펜으로라도 그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울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집안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스쿨드 특제 섬광탄이라고!”
TV채널 쟁탈전을 벌인 모양이다. 뭐, 매일 일어나는 일이니 큰일은 아니지만, 심할 경우에는 기물 파괴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물론 조금 망가진 것 정도야 금방 고칠 수 있는 여신들이니, 역시 별일도 아닌 것이다.
“뭐야, 니들 또 싸우냐? 그럼 리모컨은 내가…….”
“베르스퍼, 안 가져올래?”
“그거 내거라고!”
이 집의 식객 1호, 베르스퍼. 지금은 말을 할줄 알고, 시종마(侍從魔)를 가진 고양이에 불과하지만, 전에는 마족(魔族)이었다나? 그것도 베르단디와는 타블렛으로 이어졌었던 사이.
타블렛이란 신족과 마족이 맺은 불가침 조약을 이행시키기 위해 한 신족(神族)과 한 마족의 생명을 연결시키는 의식이다. 그것 덕에 신족 하나를 죽이면 마족 하나가 죽게되니 싸우게 되면 공멸이 되는 것이다.
단, 타블렛을 맺은 후에 기억을 지워서 누구와 맺었는지 모르게 한다. 문제는 베르스퍼가 그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붙잡아두었고, 결국 케이이치의 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잡혀서 고양이로 환생하게 된 것이다. 베르스퍼가 조약을 어긴 대신 베르단디는 죽지 않게 된 것이기도 하다.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굴란 말이야!”
이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 베르단디 하나. 타블렛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우다보니 베르스퍼에 관한 모든 기억이 지워지게 된 것이었다.
“이 몸의 시종마, 디 베스페 데어 블라우엔 란체를 무시하지 말라고!”
어느새 리모컨은 베르스퍼의 왼쪽 앞발 아래로 이동해있었다.
“으윽. 노블스칼렛!”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World of Elegance!”
결국 한쪽에는 물이, 다른 한쪽에는 불이, 그리고 그 사이를 바람이 휘젓고 이쓴 진귀한 광경이 연출되고 말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에엑? 셋 다 뭐하는 거야! TV가 녹아버린다고!”
“응? 진, 진짜잖아!”
“울드, 뭐하는 거야!”
“아니, 난…….”
“나야 이만 물러가지. 난 잘못이 없다고.”
소란을 틈타 슬쩍 빠지려는 베르스퍼의 행동은 울드와 스쿨드가 앞다리를 하나씩 잡는 것으로 수포로 되돌아갔다. 아무튼 TV는 World of Elegance의 불에 녹아내려서 반 이상이 원래의 형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와? 말하는 고양이다.”
“에?”
울드와 스쿨드, 그리고 앞다리를 잡혀 바동거리는 베르스퍼의 입에서 김새는 소리가 나와버렸다. 바로 케이 뒤에 여자애가…….
“케이! 언닌 어디에 두고, 여자애랑 오는 거야!”
“케이, 어떻게 할 거야! 저 애가 천사들을 봤다고.”
뒤에서 “디 베스페 데어 블라우엔 란체는 시종마라고.”라며 외치는 베르스퍼야 가볍게 무시한 울드는, 손으로 무릅을 짚으며 케이 뒤의 여자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오늘 여기에서 본 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기.”
“응. 대신 말하는 고양이랑 놀아도 되?”
“물론.”
울드는 ‘후훗. 역시 애로군.’하며 베르스퍼를 여자애에게 넘겨주었다. 이정도면 싸게 먹힌 편이니 베르스퍼도 야옹 소리도 못하고 넘겨졌다.
“저쪽 방으로 가서 놀면 될 거야.”
드르륵. 문이 닫히고나자 베르스퍼는 여자아이의 품에서 내려졌다.
“헤에. 말하는 고양이야, 너 이름이 뭐야?”
“베르스퍼다.”
여자아이는 잠시동안 가만히 있더니 곧 얼굴이 뾰루뚱해졌다.
“베르스퍼, 왜 내 이름 안묻는 거야?”
“내가 왜 네 이름을 물어봐야 되지?”
“그럼 나 삐칠 거야.”
베르스퍼가 무슨 상관일까. 쟤가 삐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베르스퍼의 머리에 스친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울드였다.
‘대략 이상한 약을 강제 투입한다던가, 묶어놓고 괴롭힌다던가 하면……. 그러면 안되지!’
“미, 미안. 그래, 네 이름은 뭐지?”
“에이, 딱딱해. 그럼 인기없다고. 난 위니(Winnie)야. 잘 부탁해.”
위니와 베르스퍼가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때에 케이이치는 밧줄에 묶여있었다.
“케이이치, 무슨 일인지 설명 안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히익. 이럴 때는 전혀 여신같이 않았다. 오히려 왠만한 마족보다 훨씬 사악…….
“케이이치!”
“아닙니다!”
갑자기 일어서며 헛소리를 하는 케이이치 앞에 울드는 자신의 손을 흔들었다. 그 손에는 어느새 이상한 빛깔을 발하고 있는 액체가 담긴 시험관이 들려있었다.
“무슨 생각을 했어? 얼른 말 안하면 이 자백제를 먹이겠어.”
결국 이런 식으로 쓸대없이 시간만 흘러갔고, 한참 후에야 본론이 나왔다.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위니이고, 타미야 선배가 휠윈드까지 데려와고, 또, 케이이치의 동생이라고…….
“뭐? 진짜 네 동생은 아니겠지?”
“아닌데요!”
“그럼 쟨 누구냐고!”
“에, 다들 제 얘기하네요?”
어느새 나와있는 위니였다.
“너 도데체 누구야?”
스쿨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위니를 바라보았다.
“음, 케이이치 오빠의 동생요. 라고해도 오빠가 아니라고 했을 테니 숨겨둔 동생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위니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밷는다고, 다들 망설이고 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가 하나 더 들려왔다.
“숨겨둔 동생이었군요?”
“베, 베르단디?”
“케이이치 씨, 괜찮아요? 언니, 이거 언니가 묶었죠? 얼른 풀어줘요.”
“으응. 이게 어찌된 거냐면…….”
울드는 금새 케이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보니, 이미 다른 사람이 말을 하고 있었다.
“언니, 나, 여기서 신세 져도 되요? 베르단디 언니가 허락해주면 케이이치 오빠도 허락해줄 듯한데…….”
“케이이치 씨, 괜찮을까요?”
“베르단디만 괜찮다면야……. 단, 위니, 숨겨둔 동생이니 하는 소리는 그만해달라고.”
베르단디에 케이이치까지 이렇게 나오자 울드야 상관없으니 다른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반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언니가 된다고 해도 안돼!”
“왜그러니, 스쿨드?”
“싫어! 아무튼 싫단 말이야!”
스쿨드는 그대로 뒤돌아서 자기 방으로 뛰어가 버렸다. 다른 영문을 모르는, 신기한 일이었다. 베르단디의 말이면 다 듣던 스쿨드가 저러다니.
“위니, 미안해. 스쿨드가 원래 저러지 않는데…….”
“뭘요. 제가 갑자기 말해서 그런 걸 거에요.”
이렇게 오늘 하루 가장 커다란 일이 조용히 마무리지어져갔다.
//
덜덜..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군요...
대략.. 여신 팬픽입니다... 라고 하고싶지만...
본론을 보면 이게 여신 팬픽인지 궁금할정도..
뭐, 어쨌든 .... 힘들군요...
덜덜.. 다들 자주 보세요....
「아직은 바뀌지 않았다, 아무것도.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케이이치와 세 여신들이 묵고 있는 절의 많은 방 중의 한 곳에 세 여신이 전부 모여 앉아있었다. 이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케이이치가 없다는 사실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뭐야, 베르단디. 큰일인 거야?”
“응. 뭐냐면…….”
베르단디의 설명이 끝나자 울드와 스쿨드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뭐랄까?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에 생기는 변화랄까?
“그거 진짜야?”
“응.”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 전부 천상계로 돌아가야 해?”
“아니. 일단은 조심하라고 하셨어. 혹시 공격해올지도 모른다고.”
갑자기 울드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까짓 것들. 이 울드 님이 못 이길 줄 알아? 간단하다고!”
아까의 창백한 얼굴과는 달리 이번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것도 보통 자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젯거리조차 안 된다는 표정.
“자자, 그만 걱정하고, 얼른 나가봐. 베르단디, 너 아직 아침식사 준비 안했지? 얼른 하라고. 잘못하면 케이이치 굶겠다.”
“울드! 밀지 말란 말이야!”
스쿨드가 울드에게 밀려서 방밖으로 나가는 그 와중에도 소리를 질렀다. 아까 울드의 표정 덕에 조금이라도 안심이 된 것일까? 아무튼 다시 평소처럼 시끄러워진 스쿨드였다.
베르단디와 스쿨드, 그 둘을 방 밖으로 내몰아버린 울드는 그 방에서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땐 이미 아까의 표정은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위험하게 된다고 해도 지켜 줄 테니 걱정에 빠져 살지 마. 아무리 그래도 난…,”
잠시 울드의 목소리가 끊였다가 이어졌다.
“너희들의 언니니까 말이야.”
다행히 아침식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울드도, 베르단디도, 평상시와 같이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스쿨드는 여전히 불안했다. 무언가 아주 불길한 것이…….
“그럼 다녀올게”
“언니, 스쿨드, 다녀올게.”
전과 같이 케이이치와 베르단디는 케이이치의 선배가 운영하는 가게인 휠윈드로 출근하였다. 그러면 울드와 스쿨드만 집에 남게되는데, 그렇게 되면 둘이 할일은 별로 없었다. 울드는 TV나 볼 것이고, 스쿨드는 울드랑 TV채널 쟁탈전을 펼치던지, 새로운 기계를 만들고 있을 것이었다.
“밤페이! 쫓아다니지 말랬지!”
잊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아, 사람이 아니라 로봇인가. 밤페이와 시글. 둘의 주인은 스쿨드였다. 밤페이는 다용도 로봇이긴 한데, 인간형이 아니다. 그냥 실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시글은 인간형이고, 밤페이가 좋아하고 있다. 물론 문제는 시글이 밤페이의 그 실용적인 모습을 싫어한다는 것이지만…….
“표정을 매직펜으로 그리지 말라고! 그거 진짜 보기 싫어!”
그 말을 듣자 밤페이는 자신의 왼손에 달린 지우개로 표정을 지운 후에 다시 우는 표정을 그려놓았다. 밤페이는 간단하게 입같은 것은 없고, 얼굴처럼 생긴 곳에는 시각센서와 청각센서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감정을 나타내려면 매직펜으로라도 그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울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집안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스쿨드 특제 섬광탄이라고!”
TV채널 쟁탈전을 벌인 모양이다. 뭐, 매일 일어나는 일이니 큰일은 아니지만, 심할 경우에는 기물 파괴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물론 조금 망가진 것 정도야 금방 고칠 수 있는 여신들이니, 역시 별일도 아닌 것이다.
“뭐야, 니들 또 싸우냐? 그럼 리모컨은 내가…….”
“베르스퍼, 안 가져올래?”
“그거 내거라고!”
이 집의 식객 1호, 베르스퍼. 지금은 말을 할줄 알고, 시종마(侍從魔)를 가진 고양이에 불과하지만, 전에는 마족(魔族)이었다나? 그것도 베르단디와는 타블렛으로 이어졌었던 사이.
타블렛이란 신족과 마족이 맺은 불가침 조약을 이행시키기 위해 한 신족(神族)과 한 마족의 생명을 연결시키는 의식이다. 그것 덕에 신족 하나를 죽이면 마족 하나가 죽게되니 싸우게 되면 공멸이 되는 것이다.
단, 타블렛을 맺은 후에 기억을 지워서 누구와 맺었는지 모르게 한다. 문제는 베르스퍼가 그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붙잡아두었고, 결국 케이이치의 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잡혀서 고양이로 환생하게 된 것이다. 베르스퍼가 조약을 어긴 대신 베르단디는 죽지 않게 된 것이기도 하다.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굴란 말이야!”
이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 베르단디 하나. 타블렛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우다보니 베르스퍼에 관한 모든 기억이 지워지게 된 것이었다.
“이 몸의 시종마, 디 베스페 데어 블라우엔 란체를 무시하지 말라고!”
어느새 리모컨은 베르스퍼의 왼쪽 앞발 아래로 이동해있었다.
“으윽. 노블스칼렛!”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World of Elegance!”
결국 한쪽에는 물이, 다른 한쪽에는 불이, 그리고 그 사이를 바람이 휘젓고 이쓴 진귀한 광경이 연출되고 말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에엑? 셋 다 뭐하는 거야! TV가 녹아버린다고!”
“응? 진, 진짜잖아!”
“울드, 뭐하는 거야!”
“아니, 난…….”
“나야 이만 물러가지. 난 잘못이 없다고.”
소란을 틈타 슬쩍 빠지려는 베르스퍼의 행동은 울드와 스쿨드가 앞다리를 하나씩 잡는 것으로 수포로 되돌아갔다. 아무튼 TV는 World of Elegance의 불에 녹아내려서 반 이상이 원래의 형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와? 말하는 고양이다.”
“에?”
울드와 스쿨드, 그리고 앞다리를 잡혀 바동거리는 베르스퍼의 입에서 김새는 소리가 나와버렸다. 바로 케이 뒤에 여자애가…….
“케이! 언닌 어디에 두고, 여자애랑 오는 거야!”
“케이, 어떻게 할 거야! 저 애가 천사들을 봤다고.”
뒤에서 “디 베스페 데어 블라우엔 란체는 시종마라고.”라며 외치는 베르스퍼야 가볍게 무시한 울드는, 손으로 무릅을 짚으며 케이 뒤의 여자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오늘 여기에서 본 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기.”
“응. 대신 말하는 고양이랑 놀아도 되?”
“물론.”
울드는 ‘후훗. 역시 애로군.’하며 베르스퍼를 여자애에게 넘겨주었다. 이정도면 싸게 먹힌 편이니 베르스퍼도 야옹 소리도 못하고 넘겨졌다.
“저쪽 방으로 가서 놀면 될 거야.”
드르륵. 문이 닫히고나자 베르스퍼는 여자아이의 품에서 내려졌다.
“헤에. 말하는 고양이야, 너 이름이 뭐야?”
“베르스퍼다.”
여자아이는 잠시동안 가만히 있더니 곧 얼굴이 뾰루뚱해졌다.
“베르스퍼, 왜 내 이름 안묻는 거야?”
“내가 왜 네 이름을 물어봐야 되지?”
“그럼 나 삐칠 거야.”
베르스퍼가 무슨 상관일까. 쟤가 삐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베르스퍼의 머리에 스친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울드였다.
‘대략 이상한 약을 강제 투입한다던가, 묶어놓고 괴롭힌다던가 하면……. 그러면 안되지!’
“미, 미안. 그래, 네 이름은 뭐지?”
“에이, 딱딱해. 그럼 인기없다고. 난 위니(Winnie)야. 잘 부탁해.”
위니와 베르스퍼가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때에 케이이치는 밧줄에 묶여있었다.
“케이이치, 무슨 일인지 설명 안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히익. 이럴 때는 전혀 여신같이 않았다. 오히려 왠만한 마족보다 훨씬 사악…….
“케이이치!”
“아닙니다!”
갑자기 일어서며 헛소리를 하는 케이이치 앞에 울드는 자신의 손을 흔들었다. 그 손에는 어느새 이상한 빛깔을 발하고 있는 액체가 담긴 시험관이 들려있었다.
“무슨 생각을 했어? 얼른 말 안하면 이 자백제를 먹이겠어.”
결국 이런 식으로 쓸대없이 시간만 흘러갔고, 한참 후에야 본론이 나왔다.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위니이고, 타미야 선배가 휠윈드까지 데려와고, 또, 케이이치의 동생이라고…….
“뭐? 진짜 네 동생은 아니겠지?”
“아닌데요!”
“그럼 쟨 누구냐고!”
“에, 다들 제 얘기하네요?”
어느새 나와있는 위니였다.
“너 도데체 누구야?”
스쿨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위니를 바라보았다.
“음, 케이이치 오빠의 동생요. 라고해도 오빠가 아니라고 했을 테니 숨겨둔 동생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위니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밷는다고, 다들 망설이고 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가 하나 더 들려왔다.
“숨겨둔 동생이었군요?”
“베, 베르단디?”
“케이이치 씨, 괜찮아요? 언니, 이거 언니가 묶었죠? 얼른 풀어줘요.”
“으응. 이게 어찌된 거냐면…….”
울드는 금새 케이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보니, 이미 다른 사람이 말을 하고 있었다.
“언니, 나, 여기서 신세 져도 되요? 베르단디 언니가 허락해주면 케이이치 오빠도 허락해줄 듯한데…….”
“케이이치 씨, 괜찮을까요?”
“베르단디만 괜찮다면야……. 단, 위니, 숨겨둔 동생이니 하는 소리는 그만해달라고.”
베르단디에 케이이치까지 이렇게 나오자 울드야 상관없으니 다른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반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언니가 된다고 해도 안돼!”
“왜그러니, 스쿨드?”
“싫어! 아무튼 싫단 말이야!”
스쿨드는 그대로 뒤돌아서 자기 방으로 뛰어가 버렸다. 다른 영문을 모르는, 신기한 일이었다. 베르단디의 말이면 다 듣던 스쿨드가 저러다니.
“위니, 미안해. 스쿨드가 원래 저러지 않는데…….”
“뭘요. 제가 갑자기 말해서 그런 걸 거에요.”
이렇게 오늘 하루 가장 커다란 일이 조용히 마무리지어져갔다.
//
덜덜..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군요...
대략.. 여신 팬픽입니다... 라고 하고싶지만...
본론을 보면 이게 여신 팬픽인지 궁금할정도..
뭐, 어쨌든 .... 힘들군요...
덜덜.. 다들 자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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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izberne™님의 댓글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난 이미 팬픽의 한계를 인지하고 작업 중지한 지 오래다. 북구를 파면 모를까 여신은 너무 설정이 부실하지





J.Lizberne™님의 댓글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타블렛 수준이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