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월[靑月] 그리고 월계계승전[月界繼承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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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계승전(月界繼承戰)...
멈추었던 시계 바늘은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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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군요."
시엘의 말에 알퀘이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키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이프를 더욱 세게 움켜잡을 뿐이었다. 하얀 반달이 비취는 가운데, 카이스케는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대량의 혈흔만이 주위에 뒤범벅이 되어서 흩뿌려져 있을뿐이었다.
"도데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지? 점점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리잖아."
"그래요 어쩌면 우리는 모든 근원의 소용돌이로부터 더욱 멀어진 것일 수도 있죠."
시엘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무릎을 굽히고서는 바닥에 뿌려진 피를 손가락으로 스윽 훔쳐봤다. 시키는 곧 테라스로 나가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알퀘이드는 가만히 카이스케가 있던 자리를 응시하면서 아무말도 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허공중으로부터 들려왔다.
"오랫만이군. 나의 동생. 그리고 떨거지들.."
언제나 그랬듯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검은 정장에 긴 금발을 단정하게 뒤로 넘겨 묶고, 파란눈을 반짝이면서 천천히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다. 하얀달빛이 어울리는 하얀 달빛의 신사이면서도 끝 없이 강렬한 붉은 달은 내포한 진조의 절정, 왕..
"오빠~ 어쩐일이야? 그간 보이지도 않더니?"
"음.. 뭐랄까? 아무래도 알려줄 사실이 있다고 해야할까나?"
알카드는 천천히 테라스의 난간에 발을 딛고서는 다시 몸을 돌려 시키를 바라보았다. 시키와 알카드의 푸른눈은 서로를 탐색하듯이 마주쳤다. 알카드는 그런 시키의 눈을 보면서 이윽고 고개를 돌려 알퀘이드와 시엘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바닥에 흩뿌려진 피를 보고서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큰일이로군. 이런 상황에서 희대의 마왕이 나타나게 될 줄이야."
"마왕.. 이라니? 또 다른 진조가 있었다는 말이야?"
알퀘이드는 눈을 부릅뜨면서 알카드를 향해 외쳤다. 알카드는 그런 알퀘이드의 시선을 맞받아 치면서 천천히 바닥의 흩뿌려진 바닥의 피를 손으로 훑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파란 불꽃으로 태우면서 모두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청월의 부활.. 월계계승전이 시작됐다."
알카드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곧바로 다시 몸을 돌려서 테라스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허공을 향해서 사라져버렸다. 시엘은 가장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된 것인가?"
시엘의 말에 알퀘이드는 그제서야 이해가 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키는 아무것도 모른채 답을 원한다는 눈길로 시엘과 알퀘이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입을 열었다.
"오빠가 말한게 사실이라면 새로운 진조들의 탄생은 확실하겠지? 그렇다면 간단해. 시계는 다시 거꾸로 돌아가고 있던거야. 푸른달을 찾아서. 물론 그것이 정상적인 방법은 아냐. 너무나도 위험한 방법이지. 바로 진조들을 생산함으로써 비효율적인 에너지를 끊임없이 생산한 것이지."
그러자 그대로 시엘이 말을 받아서 이어갔다.
"그렇게 생산된 에너지는 세계의 혼란을 초래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태양계라는 세계의 집단들은 그 혼란을 억제하기 위해서 각자의 세계의 최강종을 보내어 이 세계를 복구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이미 평행세계를 통해서 지나갔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지구라는 세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그들 스스로가 하나의 세계로써 작용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써 새로운 태양계를 다른 평행세계에 구축하게 되는 것이죠. 알카드씨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 알카드씨는 지구의 최강종 중 하나이셨으니까요."
"그 다음은 간단해. 그 평행세계를 그대로 복사하는거야. 그러면 원초의 세계로 돌아가버리는 것이지. 정보를 복사하는 일이란 것은 아카식레코드를 통해서라면 너무도 간단하지. 그냥 책만 바꿔서 읽는수준? 하지만 말야. 그것은 최후의 방법이야. 이제 곧 엄청난 일이 일어날 테니까."
알퀘이드는 알카드처럼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수심에 잠겼다.
***
"푸른 달인가?"
시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귀찮아졌어."
알퀘이드는 심하게 얼굴을 일그러 뜨리면서 말을 이었다. 청월과 적월.. 두개의 달이 뜨는 가운데에서 서로의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가기 시작했다. 푸른 달의 악몽.. 악마의 달..
"아아.. 머리 아파."
알퀘이드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알카드가 사라진 방향을 쏘아보았다. 시키는 가만히 푸른 달빛을 바라보다가 문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단도를 어루만졌다. 익숙한 철제 손잡이 위의 문양이 느껴졌다. 곧 손잡이를 살며시 움켜쥐고, 주머니 밖으로 빼내었다. 푸른 달빛에 비친 손잡이는 이전처럼 요사스러운 빛을 흘리면서 검날을 뽑아내었다. 시키는 가만히 검날을 다시 집어넣고는 시엘을 바라보았다. 시엘도 가만히 달빛을 바라볼 뿐이었다.
"엄청난 일이 되어버렸네요. 알카드씨. 이럴때는 안해도 될 일을 하시니까. 왠지 얄미워 지잖아요."
"그 말에는 동감."
"얄밉다 수준이 아냐. 그 진조라는 녀석은. 내 오빠만 아니면 그냥.."
알퀘이드는 주먹을 쥐고 허공 중으로 몇번 내지르면서 분을 삭혔다. 시키는 그런 알퀘이드의 모습에 피식 웃고서는 몸을 돌려 현관문을 나섰다. 역시 푸른 달빛이 비취는 거리는 언제나 싸늘하고 추웠다. 12월의 초입. 몸도 추운 계절이지만, 지금은 마음이 더 추워지는 날이었다. 파란 달빛의 악몽..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 디아블로."
시키는 조용히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자 그가 유일하게 완전히 죽이지 못했던, 광암(廣暗)의 악마장 디아블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검은 안개처럼 생긴 그의 몸사이로 노란 안광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빛은 가늘고 둥그렇게 휘어져 있어서, 그가 웃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곧 들려오는 유리가 깨지는 듯한 목소리..
"오.랫.만.이.군.인.간."
"너의 그 목소리는 좀처럼 잊기 힘들지. 오늘은 마지막을 보려고 왔나?"
"아.니.라.네.자.네.와.의.향.연.은.나.중.오.늘.은.인.사.차.왔.지."
"네가 그런 것까지 신경 써줄줄은 몰랐네."
"나.의.장.해.물.로.써.대.우.할.뿐."
그말과 함께 검은 안개는 순식간에 사그라지면서 사라졌다. 시키는 단검을 다시 주머니로 집어넣고서는 현관문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오랫만에 시엘과 알퀘이드는 서로 싸우지도 않고, 나란히 서서 푸른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퀘이드는 살짝 미소짓는 표정으로, 시엘은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것일까나? 우리들.. 이대로 괜찮겠지."
시키는 오랫만에 마음으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자신의 눈이 할일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푸른 달빛은 점점 진해져서 마침내 달이 아니라 푸른 원처럼 보이고 있었다. 시엘과 알퀘이드는 몸을 돌려 현관문 밖에 서있는 시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란히 현관을 나섰다. 알퀘이드는 잠깐 안쪽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방안의 공간이 울렁이고, 곧 벽과 바닥에 잔뜩 흩뿌려져 있던 피는 증발해 버렸다.
"가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된 일이야."
"그렇죠. 어쩐지 그가 쉽게 사라져 줄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니까요."
"상관없잖아?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과거 따윈.. 그냥 잊어주고 앞을 향해서 나아가는거야."
알퀘이드는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기지개를 폈다.
***
"오랫만이야. 바알.. 아니지? 가이아.."
"그 이름은 오랫만이군. 붉은 달."
시엘을 닮은 그 존재는 그렇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알카드는 고개를 가로젓고서는 곧 심각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태양계의 모든 최강종이 마음대로 이렇게 만들었는데도, 넌 화를 내지 않는구나."
"그래. 루시퍼. 그와의 계약은 끝났어."
그러면서 시엘은 닮은 그 존재, 아니 정확히 월령의 영향이 아닌 순수한 지구의 최강종인 가이아는 웃었다. 단순한 웃음이 아닌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는 웃음. 알카드는 어쩔수 없는 듯이 같이 미소를 지어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진조가 미웠지?"
"응. 나의 완전한 소체를 더러움으로 물들였었으니까. 이 몸은 깨끗하고 순전했어야만 했었는데, 한낱 흡혈귀에게 더럽혀졌으니까 말야."
가이아는 마치 옛이야기를 하는 듯이 감상에 빠져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카드는 그런 그녀의 추억을 방해할 생각은 없는지 가만히 벽이라고 생각되는 공간에 기대어 서서 한쪽눈을 감고 나머지 한족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바라보았다. 가이아는 곧 고개를 돌려 알카드를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아냐. 난 그냥 나야. 시엘 에레이시아. 그녀는 그녀의 삶을 찾았지?"
"그래. 그녀는 한 인간으로써 너의 세계를 방황하고 있지. 네가 뿌려둔 근원을 딛고 서서.."
"잘됐네. 내가 원했던 것처럼 되어서 다행이야."
가이아는 다시한번 미소를 짓고서는 알카드를 바라보았다. 알카드는 그녀의 시선을 받자 다시 똑바로 서서는 눈을 떴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청했다. 그녀도 거부하지 않고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래. 이제 나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돼겠지?"
"지금의 너라면 시엘은 충분히 이길텐데도, 그저 그림자로써만 살겠다는 걸까?"
"괜찮아. 얼티밋. 그것이 나 가이아가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그러고서는 가이아는 천천히 사라졌다. 시엘을 닮은 그 존재는 그렇게 조용히 어둠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알카드는 피식 웃으면서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넌 여전히 멋대로인 존재야."
- More To Life [Briss Remixed] -
멈추었던 시계 바늘은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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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군요."
시엘의 말에 알퀘이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키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이프를 더욱 세게 움켜잡을 뿐이었다. 하얀 반달이 비취는 가운데, 카이스케는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대량의 혈흔만이 주위에 뒤범벅이 되어서 흩뿌려져 있을뿐이었다.
"도데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지? 점점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리잖아."
"그래요 어쩌면 우리는 모든 근원의 소용돌이로부터 더욱 멀어진 것일 수도 있죠."
시엘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무릎을 굽히고서는 바닥에 뿌려진 피를 손가락으로 스윽 훔쳐봤다. 시키는 곧 테라스로 나가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알퀘이드는 가만히 카이스케가 있던 자리를 응시하면서 아무말도 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허공중으로부터 들려왔다.
"오랫만이군. 나의 동생. 그리고 떨거지들.."
언제나 그랬듯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검은 정장에 긴 금발을 단정하게 뒤로 넘겨 묶고, 파란눈을 반짝이면서 천천히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다. 하얀달빛이 어울리는 하얀 달빛의 신사이면서도 끝 없이 강렬한 붉은 달은 내포한 진조의 절정, 왕..
"오빠~ 어쩐일이야? 그간 보이지도 않더니?"
"음.. 뭐랄까? 아무래도 알려줄 사실이 있다고 해야할까나?"
알카드는 천천히 테라스의 난간에 발을 딛고서는 다시 몸을 돌려 시키를 바라보았다. 시키와 알카드의 푸른눈은 서로를 탐색하듯이 마주쳤다. 알카드는 그런 시키의 눈을 보면서 이윽고 고개를 돌려 알퀘이드와 시엘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바닥에 흩뿌려진 피를 보고서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큰일이로군. 이런 상황에서 희대의 마왕이 나타나게 될 줄이야."
"마왕.. 이라니? 또 다른 진조가 있었다는 말이야?"
알퀘이드는 눈을 부릅뜨면서 알카드를 향해 외쳤다. 알카드는 그런 알퀘이드의 시선을 맞받아 치면서 천천히 바닥의 흩뿌려진 바닥의 피를 손으로 훑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파란 불꽃으로 태우면서 모두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청월의 부활.. 월계계승전이 시작됐다."
알카드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곧바로 다시 몸을 돌려서 테라스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허공을 향해서 사라져버렸다. 시엘은 가장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된 것인가?"
시엘의 말에 알퀘이드는 그제서야 이해가 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키는 아무것도 모른채 답을 원한다는 눈길로 시엘과 알퀘이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입을 열었다.
"오빠가 말한게 사실이라면 새로운 진조들의 탄생은 확실하겠지? 그렇다면 간단해. 시계는 다시 거꾸로 돌아가고 있던거야. 푸른달을 찾아서. 물론 그것이 정상적인 방법은 아냐. 너무나도 위험한 방법이지. 바로 진조들을 생산함으로써 비효율적인 에너지를 끊임없이 생산한 것이지."
그러자 그대로 시엘이 말을 받아서 이어갔다.
"그렇게 생산된 에너지는 세계의 혼란을 초래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태양계라는 세계의 집단들은 그 혼란을 억제하기 위해서 각자의 세계의 최강종을 보내어 이 세계를 복구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이미 평행세계를 통해서 지나갔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지구라는 세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그들 스스로가 하나의 세계로써 작용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써 새로운 태양계를 다른 평행세계에 구축하게 되는 것이죠. 알카드씨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 알카드씨는 지구의 최강종 중 하나이셨으니까요."
"그 다음은 간단해. 그 평행세계를 그대로 복사하는거야. 그러면 원초의 세계로 돌아가버리는 것이지. 정보를 복사하는 일이란 것은 아카식레코드를 통해서라면 너무도 간단하지. 그냥 책만 바꿔서 읽는수준? 하지만 말야. 그것은 최후의 방법이야. 이제 곧 엄청난 일이 일어날 테니까."
알퀘이드는 알카드처럼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수심에 잠겼다.
***
"푸른 달인가?"
시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귀찮아졌어."
알퀘이드는 심하게 얼굴을 일그러 뜨리면서 말을 이었다. 청월과 적월.. 두개의 달이 뜨는 가운데에서 서로의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가기 시작했다. 푸른 달의 악몽.. 악마의 달..
"아아.. 머리 아파."
알퀘이드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알카드가 사라진 방향을 쏘아보았다. 시키는 가만히 푸른 달빛을 바라보다가 문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단도를 어루만졌다. 익숙한 철제 손잡이 위의 문양이 느껴졌다. 곧 손잡이를 살며시 움켜쥐고, 주머니 밖으로 빼내었다. 푸른 달빛에 비친 손잡이는 이전처럼 요사스러운 빛을 흘리면서 검날을 뽑아내었다. 시키는 가만히 검날을 다시 집어넣고는 시엘을 바라보았다. 시엘도 가만히 달빛을 바라볼 뿐이었다.
"엄청난 일이 되어버렸네요. 알카드씨. 이럴때는 안해도 될 일을 하시니까. 왠지 얄미워 지잖아요."
"그 말에는 동감."
"얄밉다 수준이 아냐. 그 진조라는 녀석은. 내 오빠만 아니면 그냥.."
알퀘이드는 주먹을 쥐고 허공 중으로 몇번 내지르면서 분을 삭혔다. 시키는 그런 알퀘이드의 모습에 피식 웃고서는 몸을 돌려 현관문을 나섰다. 역시 푸른 달빛이 비취는 거리는 언제나 싸늘하고 추웠다. 12월의 초입. 몸도 추운 계절이지만, 지금은 마음이 더 추워지는 날이었다. 파란 달빛의 악몽..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 디아블로."
시키는 조용히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자 그가 유일하게 완전히 죽이지 못했던, 광암(廣暗)의 악마장 디아블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검은 안개처럼 생긴 그의 몸사이로 노란 안광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빛은 가늘고 둥그렇게 휘어져 있어서, 그가 웃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곧 들려오는 유리가 깨지는 듯한 목소리..
"오.랫.만.이.군.인.간."
"너의 그 목소리는 좀처럼 잊기 힘들지. 오늘은 마지막을 보려고 왔나?"
"아.니.라.네.자.네.와.의.향.연.은.나.중.오.늘.은.인.사.차.왔.지."
"네가 그런 것까지 신경 써줄줄은 몰랐네."
"나.의.장.해.물.로.써.대.우.할.뿐."
그말과 함께 검은 안개는 순식간에 사그라지면서 사라졌다. 시키는 단검을 다시 주머니로 집어넣고서는 현관문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오랫만에 시엘과 알퀘이드는 서로 싸우지도 않고, 나란히 서서 푸른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퀘이드는 살짝 미소짓는 표정으로, 시엘은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것일까나? 우리들.. 이대로 괜찮겠지."
시키는 오랫만에 마음으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자신의 눈이 할일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푸른 달빛은 점점 진해져서 마침내 달이 아니라 푸른 원처럼 보이고 있었다. 시엘과 알퀘이드는 몸을 돌려 현관문 밖에 서있는 시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란히 현관을 나섰다. 알퀘이드는 잠깐 안쪽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방안의 공간이 울렁이고, 곧 벽과 바닥에 잔뜩 흩뿌려져 있던 피는 증발해 버렸다.
"가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된 일이야."
"그렇죠. 어쩐지 그가 쉽게 사라져 줄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니까요."
"상관없잖아?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과거 따윈.. 그냥 잊어주고 앞을 향해서 나아가는거야."
알퀘이드는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기지개를 폈다.
***
"오랫만이야. 바알.. 아니지? 가이아.."
"그 이름은 오랫만이군. 붉은 달."
시엘을 닮은 그 존재는 그렇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알카드는 고개를 가로젓고서는 곧 심각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태양계의 모든 최강종이 마음대로 이렇게 만들었는데도, 넌 화를 내지 않는구나."
"그래. 루시퍼. 그와의 계약은 끝났어."
그러면서 시엘은 닮은 그 존재, 아니 정확히 월령의 영향이 아닌 순수한 지구의 최강종인 가이아는 웃었다. 단순한 웃음이 아닌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는 웃음. 알카드는 어쩔수 없는 듯이 같이 미소를 지어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진조가 미웠지?"
"응. 나의 완전한 소체를 더러움으로 물들였었으니까. 이 몸은 깨끗하고 순전했어야만 했었는데, 한낱 흡혈귀에게 더럽혀졌으니까 말야."
가이아는 마치 옛이야기를 하는 듯이 감상에 빠져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카드는 그런 그녀의 추억을 방해할 생각은 없는지 가만히 벽이라고 생각되는 공간에 기대어 서서 한쪽눈을 감고 나머지 한족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바라보았다. 가이아는 곧 고개를 돌려 알카드를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아냐. 난 그냥 나야. 시엘 에레이시아. 그녀는 그녀의 삶을 찾았지?"
"그래. 그녀는 한 인간으로써 너의 세계를 방황하고 있지. 네가 뿌려둔 근원을 딛고 서서.."
"잘됐네. 내가 원했던 것처럼 되어서 다행이야."
가이아는 다시한번 미소를 짓고서는 알카드를 바라보았다. 알카드는 그녀의 시선을 받자 다시 똑바로 서서는 눈을 떴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청했다. 그녀도 거부하지 않고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래. 이제 나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돼겠지?"
"지금의 너라면 시엘은 충분히 이길텐데도, 그저 그림자로써만 살겠다는 걸까?"
"괜찮아. 얼티밋. 그것이 나 가이아가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그러고서는 가이아는 천천히 사라졌다. 시엘을 닮은 그 존재는 그렇게 조용히 어둠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알카드는 피식 웃으면서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넌 여전히 멋대로인 존재야."
- More To Life [Briss Remix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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