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月話...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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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 자박 자박 자박."
어두운 밤 정원 사이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붉은 머릿결에 검푸른 리본을 매고, 웃는 얼굴로 손전등을 이곳저곳으로 비추고 있었다. 갈색빛 기모노와 하얀 앞치마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쏴아아아~"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다.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던 그녀는 곧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문득, 바람결에 들려오는 구슬프고, 원망이 섞인 누군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어두운 밤,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상황.. 마치 잘 짜여진 공포스토리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웃고만 있는 얼굴처럼 대담하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아아.. 아아아.."
"누구 있어요?"
"쏴아아아~"
거세게 퍼붓는 빗줄기 때문에 손전등의 불빛은 멀리 뻗어나가질 못하고 그녀의 주위에서 서성거릴 뿐이었다. 그녀는 손전등을 들었던 손을 허리에 들러 올리면서 한숨을 내 뱉었다.
"흐음~ 벌써 11월 막바지 인데, 이런 비가 내리다니, 이상한데요?"
"아아아.. 아아아아.."
그녀의 발걸음은 조금더 빨라졌고, 이윽고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물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손전등의 불빛을 가장 강하게 하여 물체를 비췄다. 간신히 어두운 빗물방울을 뚫고 물체를 비췄다. 아직도 어린아이를 벗어나지 못한 조그마한 손, 그리고, 앳된 얼굴, 인형처럼 맑지만 공처한 눈동자, 빗물에 젖어서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 그녀는 전등을 든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흔들리던 그녀의 눈동자는 곧 침착을 되찾고, 가까이 다가가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상대의 몸을 끌어안았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말이죠. 이렇게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면 누구라도 감기에 걸린다구요."
"아아아..."
곧 상대의 울음소리는 잦아 들었다. 그리고는 의식을 잃은 듯이, 눈을 감고서는 축 쳐져 버렸다. 그녀는 다시 발걸음을 놀려 저택으로 향했다. 어두운 저택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
"귀엽네요~"
코하쿠는 "꺄아!" 라고 자그맣게 비명을 지르면서 정원에 쓰러져 있던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자 곧 히스이가 구급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히스이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이, 그저 아이를 바라보다가 곧 코하쿠를 향해서 약간은 걱정이 묻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은 걸까요? 언니.."
"응! 괜찮아. 히스이. 상태는 양호해. 다만 커다란 트라우마를 입은 것 같아. 아무리 깨우고 불러도 반응이 없어."
"정신의.. 상처 말입니까?"
코하쿠는 히스이의 물음에 대답없이 웃으면서 아이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는 곧 다시 "꺄아!" 하는 자그마한 비명소리와 함께 수건을 들어 아랫도리 부근에 덮어 놓았다. 히스이는 얼굴이 붉어진채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코하쿠는 빙긋 웃으면서 아이의 이마를 쓸어 올렸다.
"아주 귀여운 소년이었군요. 미안해요~ 저는 소녀인 줄 알았어요."
코하쿠의 밝은 목소리에도 아이는 반응 없이 눈을 뜬채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코하쿠는 능숙한 솜씨로 아이의 몸을 닦아주고, 여기저기에 까진 부위에 소독약을 발라두었다. 히스이는 가만히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곧 말을 꺼냈다.
"입힐 옷이 있나요?"
"에.. 그건 생각을 못했네. 히스이? 이 아이가 입을 만한 옷 어디 없을까?"
"옷이라면.. 있긴합니다만.."
"왜?"
"여자 옷 뿐입니다. 남자아이의 옷은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히스이의 대답에 코하쿠는 빙긋 웃었다. 히스이는 곧 당황하는 목소리로 짧게 자신의 감정을 전했다.
"에에!?"
***
아침녘이 되어서야 알퀘이드와 시키가 돌아왔다.
시키는 졸려운 듯이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으.. 졸려워.. 어라? 알퀘이드 왜그래?"
"아니. 처음은 아니지만, 낯익지 않은 힘이 가까이에서 느껴져서."
"처음은 아니지만 낯익지 않다니?"
"우~ 몰라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알퀘이드는 그렇게 얼버무리고는 곧 고양이 귀를 꺼내어서는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시키는 가만히 서서 네코아르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후 알퀘이드는 허리를 펴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시키는 소파에서 일어나 묻는다.
"뭐야? 찾은거야?"
"모르겠다냐.. 가까이는 있는데. 너무 미약해서 잘 못찾겠다냐."
"그냥 기분탓 아냐? 밤새도록 돌아다녀서 그런 걸꺼야."
시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고양이 귀를 집어 넣고는 예의 그 아방한 웃음을 지으면서 뒷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다시 기운이 느껴졌는지, 곧바로 고양이 귀를 다시 꺼내고는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시키는 그런 알퀘이드의 뒤를 쫓으면서 외쳤다.
"뭐야? 이번에는 또 뭔데?"
"확실하다냐!"
"아까 그 낯익지 않은 기운인가 뭔가 말야?"
"그렇다냐!"
알퀘이드는 로비를 지나 곧바로 마키히사의 바로 옆방 문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귀를 쫑긋 세우면서 문을 통통 쳤다. 그러자 곧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알퀘이드는 문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안이다냐!"
"응? 이곳은 코하쿠씨의 방인데.. 무슨 소리야?"
"시키! 출격이다냐! 가라 시키!"
"으엑!?"
시키는 갑작스레 알퀘이드에게 등짝을 걷어차이고서는 코하쿠의 방문으로 돌진해 버렸다. 그러나 우연 이었을까? 방문이 열리고, 히스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키는 곧 눈을 꾸욱 감고서는 속도를 멈추려고 했으나, 이미 반쯤 앞으로 넘어간 몸은 결코 속도를 줄일 수 없었다.
"누구십니까? ..시키님!?"
"비켜요! 히스이씨!"
그러나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시키는 그대로 히스이를 위에서 덮치는 모양새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네코아르크는 폴짝폴짝 뛰면서 화가 난 듯이 외쳤다.
"아앗! 시키 뭐하는 짓거리이냥! 날 두고 다른 여자랑 사귀기냥!"
"시.. 시끄러 알퀘이드! 애시당초 네가 밀지만 않았어도 이러지는 않았다고!"
그러다가 시키는 문득 자신의 바로 아래에서 숨결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역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한 여성이 보였다. 시키는 놀란듯이 몸을 뒤로 빼며 후다닥 소리가 날정도로 뒤로 기어가 버렸다. 그러자 네코아르크는 시키의 머리에 매달리면서 뺨을 부비적 거리며 물었다.
"나 이외의 여자는 어떻다냥?"
"시.. 시끄러워! 이건 다 네녀석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아!? 시키씨이신가요?"
코하쿠는 히스이의 상반신을 일으키다가 말고, 시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여전히 웃고있는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를 공포의 오오라가 풍겨났다. 시키는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양손을 저으면서 필사적으로 사고임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러니까. 이건 말야. 이녀석이 실수한거야. 난 그저 이 녀석을 따라왔을 뿐이.."
없다.
이.. 이.. 알퀘이드 녀석이 없다.
조졌다!
이러면.. 코하쿠씨에게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허리에 손을 얹고서는 화난 얼굴로 서 있는 코하쿠씨가 보였다. 시키는 그저 고양이 앞의 쥐처럼 멍하니 굳어 있을 뿐이었다. 코하쿠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는 한손을 들어서 검지만 편뒤에 입을 열었다.
"알아요. 아까전에 멀리 도망가던 요괴 고양이를 봤으니까요. 하지만 말이죠 시키씨? 그런 요괴 고양이의 말만 믿다가는 지금처럼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닥친다구요. 그러니까. 조심하세요."
그러자 시키는 간신히 고개만 끄덕이며 간간히 "네.." 라고 말할 뿐이었다. 코하쿠는 곧 다시 허리를 펴고 일어나서는 마치 재미있는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처럼 시키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시키는 코하쿠의 손을 잡고 일어나서는 히스이를 옮기는 것을 도우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방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있는 한 아이를 보고서는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는 안경을 고쳐쓰면서 코하쿠를 바라보았다.
"누.. 누구죠?"
"헤에~ 설명하자면 조금 길구요. 일단은 어때요?"
"그러니까.. 귀엽고.. 에.. 그리고 왠지 '보호본능이 일어난다.'랄까?"
시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자 코하쿠는 빙긋 웃으면서 시키를 바라보았다.
시키도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뭔가 실수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코하쿠에게 물었다.
"저기 나 뭐 실수했나?"
"아뇨? 그것보다 시키씨. 저 아이를 보면 무슨 단어가 떠오르죠?"
시키는 곧 긁적이던 손을 내리고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미소녀.."
"와! 역시 그렇군요."
"에? 그렇다니?"
코하쿠는 여전히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시키는 또 뭔가 실수를 한 듯이 뒷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코하쿠는 전혀 책망하는 기색이 없이,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서는 시키에게 다가갔다. 시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코하쿠를 바라볼 뿐이었다. 코하쿠는 여전히 웃으면서 시키에게 물었다.
"흐흥.. 시키씨 사실 이 아이는 남자아이에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도 참 예쁘네.. 라고 하면 내가 이상해지잖.. 뭐엇!?"
복잡한 단계로 놀람을 표시한 시키는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코하쿠를 향해 재차 물었다.
"뭐야!? 남자아이라고?"
"네. 어젯밤에 저희집 정원에 쓰러져 있었답니다. 다행히 별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아무런 반응도 없이 인형처럼 가만히 있을뿐이지요."
"그래.. 어? 잠깐만 코하쿠."
시키는 잠시 아이의 머릿결을 위로 세워 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카이스케에!?"
***
"그래요. 당신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실 껀가요?"
"모르겠네. 아직은.."
푸른 눈빛의 미청년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곧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의 근처는 마치 맑은 날처럼 빗방울이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군요. 당신은 잠정적인 적.."
"그럴지도 모르지. 이만 헤어져야겠군. 자네도 갈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죠. 오늘은 비도오고 하니.. 다음에는 조용한 곳에서 뵙기를.."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어둠속에서 빗방울 사이로 나누어진 짤막한 대화를 남겨둔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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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정원 사이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붉은 머릿결에 검푸른 리본을 매고, 웃는 얼굴로 손전등을 이곳저곳으로 비추고 있었다. 갈색빛 기모노와 하얀 앞치마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쏴아아아~"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다.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던 그녀는 곧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문득, 바람결에 들려오는 구슬프고, 원망이 섞인 누군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어두운 밤,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상황.. 마치 잘 짜여진 공포스토리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웃고만 있는 얼굴처럼 대담하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아아.. 아아아.."
"누구 있어요?"
"쏴아아아~"
거세게 퍼붓는 빗줄기 때문에 손전등의 불빛은 멀리 뻗어나가질 못하고 그녀의 주위에서 서성거릴 뿐이었다. 그녀는 손전등을 들었던 손을 허리에 들러 올리면서 한숨을 내 뱉었다.
"흐음~ 벌써 11월 막바지 인데, 이런 비가 내리다니, 이상한데요?"
"아아아.. 아아아아.."
그녀의 발걸음은 조금더 빨라졌고, 이윽고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물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손전등의 불빛을 가장 강하게 하여 물체를 비췄다. 간신히 어두운 빗물방울을 뚫고 물체를 비췄다. 아직도 어린아이를 벗어나지 못한 조그마한 손, 그리고, 앳된 얼굴, 인형처럼 맑지만 공처한 눈동자, 빗물에 젖어서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 그녀는 전등을 든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흔들리던 그녀의 눈동자는 곧 침착을 되찾고, 가까이 다가가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상대의 몸을 끌어안았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말이죠. 이렇게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면 누구라도 감기에 걸린다구요."
"아아아..."
곧 상대의 울음소리는 잦아 들었다. 그리고는 의식을 잃은 듯이, 눈을 감고서는 축 쳐져 버렸다. 그녀는 다시 발걸음을 놀려 저택으로 향했다. 어두운 저택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
"귀엽네요~"
코하쿠는 "꺄아!" 라고 자그맣게 비명을 지르면서 정원에 쓰러져 있던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자 곧 히스이가 구급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히스이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이, 그저 아이를 바라보다가 곧 코하쿠를 향해서 약간은 걱정이 묻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은 걸까요? 언니.."
"응! 괜찮아. 히스이. 상태는 양호해. 다만 커다란 트라우마를 입은 것 같아. 아무리 깨우고 불러도 반응이 없어."
"정신의.. 상처 말입니까?"
코하쿠는 히스이의 물음에 대답없이 웃으면서 아이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는 곧 다시 "꺄아!" 하는 자그마한 비명소리와 함께 수건을 들어 아랫도리 부근에 덮어 놓았다. 히스이는 얼굴이 붉어진채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코하쿠는 빙긋 웃으면서 아이의 이마를 쓸어 올렸다.
"아주 귀여운 소년이었군요. 미안해요~ 저는 소녀인 줄 알았어요."
코하쿠의 밝은 목소리에도 아이는 반응 없이 눈을 뜬채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코하쿠는 능숙한 솜씨로 아이의 몸을 닦아주고, 여기저기에 까진 부위에 소독약을 발라두었다. 히스이는 가만히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곧 말을 꺼냈다.
"입힐 옷이 있나요?"
"에.. 그건 생각을 못했네. 히스이? 이 아이가 입을 만한 옷 어디 없을까?"
"옷이라면.. 있긴합니다만.."
"왜?"
"여자 옷 뿐입니다. 남자아이의 옷은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히스이의 대답에 코하쿠는 빙긋 웃었다. 히스이는 곧 당황하는 목소리로 짧게 자신의 감정을 전했다.
"에에!?"
***
아침녘이 되어서야 알퀘이드와 시키가 돌아왔다.
시키는 졸려운 듯이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으.. 졸려워.. 어라? 알퀘이드 왜그래?"
"아니. 처음은 아니지만, 낯익지 않은 힘이 가까이에서 느껴져서."
"처음은 아니지만 낯익지 않다니?"
"우~ 몰라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알퀘이드는 그렇게 얼버무리고는 곧 고양이 귀를 꺼내어서는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시키는 가만히 서서 네코아르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후 알퀘이드는 허리를 펴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시키는 소파에서 일어나 묻는다.
"뭐야? 찾은거야?"
"모르겠다냐.. 가까이는 있는데. 너무 미약해서 잘 못찾겠다냐."
"그냥 기분탓 아냐? 밤새도록 돌아다녀서 그런 걸꺼야."
시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고양이 귀를 집어 넣고는 예의 그 아방한 웃음을 지으면서 뒷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다시 기운이 느껴졌는지, 곧바로 고양이 귀를 다시 꺼내고는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시키는 그런 알퀘이드의 뒤를 쫓으면서 외쳤다.
"뭐야? 이번에는 또 뭔데?"
"확실하다냐!"
"아까 그 낯익지 않은 기운인가 뭔가 말야?"
"그렇다냐!"
알퀘이드는 로비를 지나 곧바로 마키히사의 바로 옆방 문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귀를 쫑긋 세우면서 문을 통통 쳤다. 그러자 곧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알퀘이드는 문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안이다냐!"
"응? 이곳은 코하쿠씨의 방인데.. 무슨 소리야?"
"시키! 출격이다냐! 가라 시키!"
"으엑!?"
시키는 갑작스레 알퀘이드에게 등짝을 걷어차이고서는 코하쿠의 방문으로 돌진해 버렸다. 그러나 우연 이었을까? 방문이 열리고, 히스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키는 곧 눈을 꾸욱 감고서는 속도를 멈추려고 했으나, 이미 반쯤 앞으로 넘어간 몸은 결코 속도를 줄일 수 없었다.
"누구십니까? ..시키님!?"
"비켜요! 히스이씨!"
그러나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시키는 그대로 히스이를 위에서 덮치는 모양새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네코아르크는 폴짝폴짝 뛰면서 화가 난 듯이 외쳤다.
"아앗! 시키 뭐하는 짓거리이냥! 날 두고 다른 여자랑 사귀기냥!"
"시.. 시끄러 알퀘이드! 애시당초 네가 밀지만 않았어도 이러지는 않았다고!"
그러다가 시키는 문득 자신의 바로 아래에서 숨결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역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한 여성이 보였다. 시키는 놀란듯이 몸을 뒤로 빼며 후다닥 소리가 날정도로 뒤로 기어가 버렸다. 그러자 네코아르크는 시키의 머리에 매달리면서 뺨을 부비적 거리며 물었다.
"나 이외의 여자는 어떻다냥?"
"시.. 시끄러워! 이건 다 네녀석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아!? 시키씨이신가요?"
코하쿠는 히스이의 상반신을 일으키다가 말고, 시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여전히 웃고있는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를 공포의 오오라가 풍겨났다. 시키는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양손을 저으면서 필사적으로 사고임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러니까. 이건 말야. 이녀석이 실수한거야. 난 그저 이 녀석을 따라왔을 뿐이.."
없다.
이.. 이.. 알퀘이드 녀석이 없다.
조졌다!
이러면.. 코하쿠씨에게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허리에 손을 얹고서는 화난 얼굴로 서 있는 코하쿠씨가 보였다. 시키는 그저 고양이 앞의 쥐처럼 멍하니 굳어 있을 뿐이었다. 코하쿠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는 한손을 들어서 검지만 편뒤에 입을 열었다.
"알아요. 아까전에 멀리 도망가던 요괴 고양이를 봤으니까요. 하지만 말이죠 시키씨? 그런 요괴 고양이의 말만 믿다가는 지금처럼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닥친다구요. 그러니까. 조심하세요."
그러자 시키는 간신히 고개만 끄덕이며 간간히 "네.." 라고 말할 뿐이었다. 코하쿠는 곧 다시 허리를 펴고 일어나서는 마치 재미있는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처럼 시키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시키는 코하쿠의 손을 잡고 일어나서는 히스이를 옮기는 것을 도우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방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있는 한 아이를 보고서는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는 안경을 고쳐쓰면서 코하쿠를 바라보았다.
"누.. 누구죠?"
"헤에~ 설명하자면 조금 길구요. 일단은 어때요?"
"그러니까.. 귀엽고.. 에.. 그리고 왠지 '보호본능이 일어난다.'랄까?"
시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자 코하쿠는 빙긋 웃으면서 시키를 바라보았다.
시키도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뭔가 실수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코하쿠에게 물었다.
"저기 나 뭐 실수했나?"
"아뇨? 그것보다 시키씨. 저 아이를 보면 무슨 단어가 떠오르죠?"
시키는 곧 긁적이던 손을 내리고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미소녀.."
"와! 역시 그렇군요."
"에? 그렇다니?"
코하쿠는 여전히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시키는 또 뭔가 실수를 한 듯이 뒷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코하쿠는 전혀 책망하는 기색이 없이,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서는 시키에게 다가갔다. 시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코하쿠를 바라볼 뿐이었다. 코하쿠는 여전히 웃으면서 시키에게 물었다.
"흐흥.. 시키씨 사실 이 아이는 남자아이에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도 참 예쁘네.. 라고 하면 내가 이상해지잖.. 뭐엇!?"
복잡한 단계로 놀람을 표시한 시키는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코하쿠를 향해 재차 물었다.
"뭐야!? 남자아이라고?"
"네. 어젯밤에 저희집 정원에 쓰러져 있었답니다. 다행히 별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아무런 반응도 없이 인형처럼 가만히 있을뿐이지요."
"그래.. 어? 잠깐만 코하쿠."
시키는 잠시 아이의 머릿결을 위로 세워 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카이스케에!?"
***
"그래요. 당신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실 껀가요?"
"모르겠네. 아직은.."
푸른 눈빛의 미청년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곧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의 근처는 마치 맑은 날처럼 빗방울이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군요. 당신은 잠정적인 적.."
"그럴지도 모르지. 이만 헤어져야겠군. 자네도 갈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죠. 오늘은 비도오고 하니.. 다음에는 조용한 곳에서 뵙기를.."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어둠속에서 빗방울 사이로 나누어진 짤막한 대화를 남겨둔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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