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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月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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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주세요. 선배."

그러나 시엘은 비켜서지 않는다.
시키는 한발더 내딛는다.
하지만 시엘은 우뚝 서서 흑건을 굳게 잡을 뿐이었다.

"토오노군. 진정하세요. 토오노군은 지금 너무 지쳐있어요. 지금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왔다구요.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쉬어주세요. 그러다가는 지쳐서 쓰러진다구요."

시엘의 간곡한 말에도 시키는 굽히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은 조금씩 리듬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굳게 흑건을 잡고있는 시엘의 손도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명백한 결투, 시키는 눈을 부릅뜬다. 차가운 그의 눈은 다시 모든 형태의 죽음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눈 앞의 소녀의 몸에도 조금은 적게 보이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죽음의 선과 점을 보고있었다.
시키의 발의 리듬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시엘의 손의 움직임도 격해졌다.
시키의 몸은 공간을 지나 다른 공간을.. 그리고 그 다음 공간을 향하여 나아간다.
시엘의 격한 팔운동에서는 은빛의 못이 그가 나아갈 공간으로 쏘아진다.

"슝~ 슝~ 츠파팍!"

시엘의 흑건이 공간을 스치며 파공음을 내면, 시키의 몸은 아슬아슬 하게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있다. 시엘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을 지키기 위해서 시키보다는 적은 움직임이지만, 결코 느린 움직임은 아니었다. 빠른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면서 소리가 그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파공음도 그들이 움직인 후에야 지친듯이 거칠게 울렸다.
시키가 처음으로 시엘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날카롭게 금속음이 멈춰버린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

"카아앙!"

"그만두세요. 토오노군."

"선배..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것, 아시면서도 왜 저를 막죠?"

"나.. 시키군을 좋아하고 있어요. 그것으로 안돼겠어요?"

"안돼요. 나.. 그녀를 사랑하니까.."

시키의 입에서 그녀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시엘은 순간적으로 멈칫거렸다. 그리고는 강한힘으로 시키를 멀리튕겨냈다. 그러면서 시엘은 웃는 얼굴로 시키를 바라본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어떨까?

"시키는 그녀를 사랑했었죠. 잊고 있었네요."

"선배! 이제 비켜줄 수 있는거야?"

"아뇨. 더욱 못비켜줘요. 시키군. 오늘은 이만 내려가세요."

시엘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흑건은 날린다.
하지만 시키는 곧 몸을 돌려 흑건을 피해버린다.
그러나 흑건의 강한 풍압에 시키의 오른팔의 옷이 찢어졌다. 시키는 놀란 눈으로 시엘을 바라본다. 방금전의 그 흑건투척은 결코 저지목적이 아닌 살상이 목적이라고 부를 만큼 파괴력이 강했다.

"선배.. 화났어요?"

"그럼요. 자꾸만 후배가 어리광 부리는데..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죠."

거짓말.. 시엘은 거짓말을 했다.

그를 좋아한다. 시엘은 그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그를 너무도 사랑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제거하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그 감정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로어를 제거하려던 그녀가 사랑에 빠지다니.. 아이러니컬한 상황..

그러나 그녀는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증오와.. 사랑은.. 종잇장 차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증오란.. 신께서도 바라지 않았던.. 그랬던 것이니까..
그래서 사랑했다. 비록 혼자만의 아득히 먼 사랑이었지만..
하지만 그 사랑이 혼자만의 사랑이란 것을 확인하기는 싫었다.
그것도 본인에게 직접 확인 받기는..

"돌아가세요. 저 이제부터는 장난은 그만둘테니까요. 잘못하면 아프게 만들어 버린다구요."

짖꿎은 표정으로 말하지만 사실은 질투심에 가득한 마음..

"선배!"

그는 몰라준다. 하긴 전부터 그는 둔했다.

"어서가세요. 그녀의 처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달라구요."

그리고 자신에 대한 처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달라고 아무말 없이 고요히 외쳤다.

***

"아 아저씨, 아줌마들 정말 끈질기다. 이런 어린애 하나 잡으려고 매일 때거지로 오네.."

소년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한 여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카이스케. 쓸때 없는 저항은 그만둬. 어차피 도망친 능력자에겐 죽음뿐이야."

"흥! 너희 진조따위들에게 잡힐 생각은 눈 꼽만치도 없다네."

"너는 조금 생각이 있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구나.."

그리고 여자의 팔이 빠르게 허공을 긋자 가느다란 붉은 선이 소년의 몸통으로 쇄도한다. 그러나 소년은 자연스럽게 상반신을 낮췄다가 선이 지나가자 곧바로 허공으로 튕겨져 올라간다. 여자의 팔이 다시 소년을 향하여 찔러져간다. 그러자 빨간 점이 소년의 미간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소년은 빠르게 하래로 떨어져 내린다.

"또 시간의 왜곡인가."

"칫! 이젠 맨날 쓰니까. 머리가 다 띵하네. 이게다 아줌마 때문이야."

"뭐.. 아줌마?"

여자의 표정은 한치의 변화도 없었지만 손놀림은 크게 달라져서 이제는 마구잡으로 선을 긋고 찔러들어가고 있었다. 소년은 갑작스럽게 많아지는 점과 선을 피하느라 이리저리 튀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한 10여분쯤 지나자 여자가 비틀 거리면서 소년을 차갑게 바라본다. 지친듯이 안색이 창백하지만 결코 얼굴의 표정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지독한 인간이군. 내 공격을 10분이나 버텨내다니.."

"헤엑! 헤엑! 아줌마 미쳤어? 날 잡아가겠다면서.. 아주 곱게 다져서 가져가려고?"

그러자 여자의 눈빛이 약간 매섭게 변했다.
그리고 소년은 다시 날아올 선과 점을 기대하면서 자세를 낮춘다.

"그 혓바닥은 곱게 다져야겠네, 카이스케."

"허억! 저 아줌마가 사람잡네."

***

"찾아! 반드시 잡아가야해. 시간의 왜곡능력은 희귀하니까."

우루루 군중이 몰려가는 소리가 한차례 지난후 소년은 자판기 뒤에서 슬며시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투덜거리면서 한쪽손에는 어제의 자루를 그리고 다른쪽 손으로는 어제처럼 음료수를 뽑았다. 똑같은 상표다. 아무런 지체도 없이 곧바로 한손으로 뚜껑을 튕겨내고 입에 털어넣는다. 따끔한 탄산기체가 목을 자극하자 당연스레 기침읋 시작했다.

"쿨럭! 아아 이거 독하네.. 다음부터 이 상표 먹나봐라!"

그러면서도 역시나 끝까지 다 마셔버렸다. 정신나간 군중들이 사라지고 나자 거리는 다시 조용하다. 소년은 자루를 고쳐매다가 줄에 쓰여있는 장난스러운 글씨를 바라본다.

'친애하는 카이스케..'

그리고 그 옆에는 급하게 고쳐쓴 흔적이 있다.

'마지막인 나의 사랑.. 카이스케.."

소년은 줄을 꾸욱 부여잡고는 자루를 조여맨다. 그리고 가뿐하게 어깨에 걸쳐맨채로 거리로 나간다. 검푸른 머릿결은 차분하게 내려앉이 못하고 삐죽삐죽 솟아났고, 날카로우면서도 선해보이는 갈색빛 눈동자는 정면을 바라본다. 날카로운 턱선위로 조그마한 입은 전형적인 귀족집 자제처럼 보였으나, 정작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자유분방함과 그리고 모든 것을 소유한 듯한 무소유의 느낌이다. 마치 가지고 싶은 것은 마음껏 가질 수 있기에 아무것도 지니고 다니지 않는 듯한 느낌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아아.. 랑자켄은 또 어딜간거야. 정말 물건좀 팔려고 할때마다 다른데로 이사간다니까.."

그러다가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를 벅벅 긁으며 체념하는 투로 말한다.

"하긴.. 장물아비가 한곳에만 머무르면 그건 미친 짓이지.."

하지만 소년이 찾기로 마음먹은 이상 랑자켄을 찾는것은 시간문제다. 확실히 그는 고객을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그가 머물었던 곳으로 가자 그가 남긴 몇가지 물건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끼와, 우산.. 그리고 더러운 물.."

소년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그자리에 주저 앉아 3물건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그 자리를 떠나 북서쪽으로 향한다.

"치이.. 이번 것은 그나마 조금 쉽군. 이끼는 북쪽을 향하여 나고, 비는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지. (*일본은 편서풍이 몰아치는 위도에 있다.) 그리고 더러운 물.. 제길.. 그쪽이라면 그 더러운 하수구잖아! 크헉!"

소년은 하염없이 투덜거리면서도 좁은 골목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

"또 놓쳤나? 카이스케.."

여자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눈은 붉게 타올르며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

"죽일꺼야. 카이스케.."

-More to Life-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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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ALD†님의 댓글

†ALCALD†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헤에...카이스케 -ㅅ-ㅋ

시키가 저렇게 집요했었나 ㅇㅅㅇ? 무서운 녀석일세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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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여신님의 댓글

천상여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허..증오와사랑이라...아무튼 잼있게 잘봤습니다!!건필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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