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あっ!女神さまっ 59화.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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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 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린드만이 아니였다. 다크엔젤도 아까부터 뭔가가 잘못 됐다
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버린거지?"
아까 전까지만 해도 주위에 보이던 일행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계속해서 길을 걸어도 아까와 똑같은 건물들이 자꾸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마치 제 자리를 빙
빙 도는 것처럼...
"저 이층집은 아까도 본 것같고, 저 과일가게도 그렇고... 게다가 사람까지 자꾸만 줄어드는 걸?"
앞으로 가면 갈 수록 똑같은 건물과 똑같은 풍경이 복사라도 된 것처럼 계속해서 나왔고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만 갔다.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며 걷던 다크엔젤은 주위에서 더이상
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자리에서 멈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은 마치 고요한 숲속 처
럼 조용했다. 거리에선 어떤 움직임도 포착돼지 않았다.
"역시.. 적의 함정인 것 같군. 일종의 결계인가?"
*
한편, 숲에있는 여관에 남아있는 케이는 신세좋게 베르단디와 같이 강가를 거닐고 있었다. 베르
단디에게선 어젯밤 울드의 약으로 인한 변화는 눈을 씻고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해맑은 미소
를 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케이는 작게 입을 열었다.
"다행이야. 베르단디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아"
"네? 케이 씨 무슨 말씀을?"
"아, 아니야 그냥 너무 좋아서"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대충 얼버무리는 케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베르단디는 태양보다 눈부
신 미소를 지엇다.
"정말 오랜만이죠? 이렇게 둘이서만 있는 게.."
"응"
그녀는 다행히 어젯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약에 취했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울드
나 발드르도 그런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케이는 베르단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어젯밤엔 정말...)"
떠올리기도 싫은 듯 고개를 흔드는 케이. 그리고선 베르단디를 바라봤다. 강가에 걸터앉은 그녀
의 주위로 다람쥐나 새를 비롯한 동물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평온해 지는 작은 노랫
소리와 함께 동물들을 한마리 한마리 쓰다듬으며 잔잔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구름한점 없는 파
란 하늘과 그위에서 내리쬐는 금빛 햇살은 그녀의 미소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아름다움과 평
온의 하모니가 가슴벅찰 정도로 잘 이루어지는 모습이였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케이의 눈
동자에 베르단디의 모습이 한가득 들어와 있었다.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어. 저 미소를...)"
마치 그래야 된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른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
각. 그 순간, 그의 옆에 번쩍이는 광체가 모습을 나타냈다. 놀란 케이가 뒤로 움찔하며 물러서자
그 빛속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요~ 이번엔 무슨일이여 주인놈아]
혼비백산했던 케이는 들려오는 음성에 정신을 되찾았다. 그가 들은 목소리는 궁그닐의 창이 가
진 목소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케이는 공중에 떠있는 궁그닐의 창에게 다
가갔다. 창은 그가 다가오자 눈부신 빛을 거둔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의 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왜 갑자기 나온거야?"
[니가 날 불렀잖아]
"언제? 난 부른적 없는데..."
부른적이 없다는 케이의 대답에 창은 혀를 쯧쯧(?) 거리더니 이내 기차통이라도 삶마 먹은 듯한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멍청한 주인놈아! 너의 '지키고 싶다'라는 마음이 나를 부르는 거야 그걸 아직까지도 몰랐
냐!!]
"그, 그런거였어?"
알려준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나 창은 케이에게 화를내며 갖은 말로 그를
괴롭혔고 케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의 말을 다 받아주었다. 그때, 베르단디가 그들 곁으
로 다가가자 궁그닐의 창은 케이에게 퍼붇던 잔소리를 얼른 멈추더니 그녀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뇽~ 베르단디]
"안녕하세요? 궁그닐의 창 씨. 별일 없으시죠?"
[우하하하핫. 그려 그려. 주인놈(케이)하고 지내느라 고생이 많지?]
"아니요. 케이 씨가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데요"
[그래? 이 녀석 얼마나 멍-... 이 아니라 하여튼 이 녀석하고 같이 다니면 불편할 텐데?]
"아니에요. 케이 씬 항상 제게 잘 해주시는 걸요. 그래서 케이와 같이 있는 게 저는 너무 좋아요"
[흠.. 그래?]
케이에게 대하던 말투완 사뭇 다른 말투였다. 한마디로 말해 무지하게 여자를 좋아하는 창이다.
케이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궁그닐의 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창은 그의 눈빛은 무시한체 오직
베르단디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인생 암울한 케이. 창한테 까지 무시를 당하다니...
창은 한참을 베르단디와 얘기를 나누다 저 옆에 가있는 케이를 불렀다.
[야~ 주인아 혼자서 뭐하냐 너도 이리와]
".....(먼저 무시해 놓고선..)"
속으로 불만을 토해낸 케이. 그리고 베르단디와 창의 곁으로 다가갔다. 약간 뾰루퉁한 표정의 케
이. 그의 심정을 알았는지 궁그닐의 창이 먼저 그에게 말을 건냈다.
[뭐야? 삐쳤어? 훗. 남자놈이 욕좀 했다고 삐치긴]
"무.. 무슨 소리를!"
[훗 됐다. 어차피 이 얘기를 할려는게 아니였으니까]
"그럼 무슨 얘기를 할려고 했는데?"
[나와 벨제뷔트의 과거]
그 순간 베르단디와 케이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그리고 베르단디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
다.
"창 씨와 벨제뷔트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건가요?"
[그래 있고 말고. 그래서 일부러 난 내 영혼을 이 궁그닐의 창 속에 빙의 시켰는 걸]
*
발드르는 한참 신이나 있었다. 왜냐? 이쁜 엘프 아가씨가 자신한테 관심을 보였으니까. 그녀는
지나가던 자신을 붙잡고선 잘생겼다는 둥, 멋지다는 둥 갖은 칭찬을 늘어놓으며 그를 꼬셧다.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했지만 엘프가 워낙 이뻣기 때문에 그냥 그녀를 따라가기로 했고, 지금 그
녀의 집에 와있었다.
"후후후. 내 인생을 살면서 이런 일이 있었나? 어디 생각좀..."
발드르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일단 어렸을 적 마계일은 생각이 안나니 제껴두고, 5살쯤 천계
에 왔을 때 부터 지금까지...
"(날 좋아했던 애들이... 천계에서.. 음... 있었나?)"
좋아한 적은 있었지만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이게 발드르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발드
르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난나'라는 여신이 자신을 좋아했었다는 것. 난나가
어쩌다 발드르를 좋아하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녀가 어렸을때와 조금 커서
발드르를 몇번 보았다는 사실 밖에는... 게다가 난나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는 난나의 마음은 신족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이였
다. 그리고 천계에 있을 때 발드르는 거의 수련에만 매달려 왔다.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장에서 보냈고,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어디 멀리 나갈땐 전부 주어진 임
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갔던 것이다. 이러니 난나라는 여신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고 경호 임무를 맡으면서 더더욱 모르게 됐던 것이다.
"(우흐흐. 이 아가씨랑 잘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할때, 그의 뇌릿속을 누군가 스치고 지나갔다. 에매랄드 같은 파란색 눈동자에 보라
색 머리칼을 가진 그녀. 외롭고 어둡기만 했던 자신에게 한줄기 빛이 돼어줬던 그녀. 그녀가 떠
오르자 발드르는 온갖 잡념을 머리속에서 지워 버렸다.
"린드..."
나지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선 자리를 벅차고 일어섯다. 때
마침 차를 준비하러 갔던 세라라는 엘프가 방으로 들어왔다.
"어머나? 벌써 가시려구요?"
"아, 예. 지금 일행하고 떨어져 있는 거라서 빨리 가야할 듯 싶네요"
"그래도 조금만 더 있다가시지..."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급해서요 기회가 됀다면 나중에 또 뵈요"
그러면서 그는 주저없이 문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를 바라보던 세라의 눈빛이 면도날처
럼 날카로워 졌다. 그녀는 조용히 발드르의 뒤를 따라가더니 그를 불렀다.
"저기요"
"예? 무슨-.. 커억!"
눈에 비치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그녀의 손이 발드르의 목을 움켜잡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발드르는 미처 피할새도 없이 그녀의 손에 잡혀버렸고 그대로 그녀의 손에 이끌려 공중
에서 바둥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컥. 왜, 왜 이러시는지 켁,켁.(무슨 아귀하고 팔힘이 이리 세? 이정도면 린드와도-... 큭)"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발드르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죽기직전 오리
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다. 곧 이어 차가운 세라의 음성이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네가 갑자기 거기서 신족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우리의 임무가 실패해 버렸잖아.. 우릴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니 일단 너부터 처단하라는 것이 벨제뷔트 님의 명령이다."
"크억. 서, 설마"
"그래 나야. 세르핀. 되도록이면 차에 독을타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더니 네가 먼저 초를 치는군.
조금 소란스러울지 모르지만 이젠 이렇게 하는 수밖에..."
보기에도 싸늘한 미소를 짓는 세르핀. 이내 그 미소를 거두더니 자신의 진정한 힘을 나타내는 붉
은 눈동자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주문..
"화멸(火滅)"
화아악. 그녀의 팔에서 피어오른 소용돌이의 불꽃이 팔을 점점 타고 올라가 발드르에게 다가가
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검붉은 불꽃이 그의 머리로 다가왔을 쯤, 파아악. 그의 등
뒤로 뭔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아, 아이스 프린세스, 극빙(極氷)"
그의 등뒤에 나타난 것은 그가 잠깐동안 마족으로 돌아섯을때 심어놨던 시종마였다. 아이스 프
린세스는 발드르의 명령에 따라 보기만 해도 시릴 정도의 새하얀 빛을 그를 향해 덮쳐오는 불길
을 향해 발사했다. 파앗, 취이익.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라는 극과 극의 기운이 부딪히자, 방안
은 순식간에 수증기로 휩쌓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놀란 듯한 세르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아직도 시종마를 데리고 있었다니.. 의외의 변수인 걸? 그러나 상황은 변한게 없지만
... "
발드르는 아직도 그녀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힘을 주어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럴 수록 그녀는 조금씩 손에 힘을 넣으며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에 따라 주인의 영향을 받은
시종마의 얼굴도 조금씩 일그러져 갔다.
"으,윽... 컥..(이, 이대론 버티질 못해..)"
"후후후. 시종마가 끈질기게 버티는군. 술법으로 처리하긴 무리인가? 그렇다면.."
쓰윽.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날카로운 예기를 발산하는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본 발드르
는 더욱 발버둥을 쳤지만, 푸욱. 세르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발드르의 가슴에 꽂아넣었
다.
"크억"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입에서 피를 토해낸 발드르. 그에따라 시종마도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으
며 그의 몸속으로 사라져갔다. 세르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가슴에 박혀있는 검을
빼낸 뒤 그의 목을 잡고있던 손을 놔버렸다. 털썩. 발드르의 몸이 인형처럼 힘없이 쓰러져 버렸
다.
"그럼 이만"
냉정하게 뒤돌아 서는 세르핀. 정신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발드르에게선 어떤 움직
임도 일어나지 않았다. 냉랭한 미소를 머금은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향해 다가가는 그녀.
"조금 이른 거 같기는 하지만... 벨제뷔트 님에게 가볼까?"
그러면서 그녀가 문고리를 잡았을 때, 꽈과광. 커다란 굉음과 함꼐 그녀가 나가려던 문이 산산조
각 났다. 그리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세르핀의 몸은 뒤로 날아 벽에 부딪혀 버렸다. 세르핀은 지
끈 거리는 머리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큭. 갑자기 무슨 일이지?"
"드디어 찾았군"
세르핀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후광 때문에 모습이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 커다란
도끼를 들고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훗.. 여기서 보게될 줄이야. 최강의 발키리"
세르핀이 아는한 발키리중 최강은 단 한명, 그리고 세르핀 그녀 자신이 찍어 놓은 최강의 라이
벌. 린드. 세르핀을 날려버린 건 린드였다. 세르핀은 린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하
지만 린드는 그녀를 무시한체 입을 열었다.
"발드르는 어디있지?"
"발드르라... 저기 누워있잖아?"
세르핀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린드의 시선도 옆으로 돌아갔는데, 쓰러진 발드르
를 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녀석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체 어떤 움직임도 보
이지 않고 있었다. 곧이어 차분하면서도 강한 살기가 실린 린드의 목소리가 세르핀에게 들려왔
다.
"... 발드르를 어떻게 한 거지?"
"보면 몰라? 심장에 검을 박아드렸지.."
그 순간, 슈화아악. 대기가 쪼개지는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세르핀이 옆으로 몸을 피했다. 꽈
과광. 린드가 날린 도끼가 세르핀이 있던 자리를 두부으깨 듯 박살내 버렸다. 자신이 있던 자리
를 바라본 세르핀은 놀리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머나? 뭘 그렇게 흥분하시나.. 저 녀석이 죽은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녀석을 좋아하기라도-"
"닥쳐라"
파아앗. 단 한번의 도약으로 세르핀의 곁까지 날아온 린드. 그녀는 신력이 가득 실린 주먹을 세
르핀에게 날렸다. 타아악. 세르핀은 그에 맞서 마기가 풀풀 피어오르는 손으로 린드의 주먹을 막
아내었다. 뿌드득. 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린드의 황금색 눈동자가 깊게 가
라앉은 세르핀의 붉은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버린거지?"
아까 전까지만 해도 주위에 보이던 일행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계속해서 길을 걸어도 아까와 똑같은 건물들이 자꾸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마치 제 자리를 빙
빙 도는 것처럼...
"저 이층집은 아까도 본 것같고, 저 과일가게도 그렇고... 게다가 사람까지 자꾸만 줄어드는 걸?"
앞으로 가면 갈 수록 똑같은 건물과 똑같은 풍경이 복사라도 된 것처럼 계속해서 나왔고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만 갔다.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며 걷던 다크엔젤은 주위에서 더이상
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자리에서 멈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은 마치 고요한 숲속 처
럼 조용했다. 거리에선 어떤 움직임도 포착돼지 않았다.
"역시.. 적의 함정인 것 같군. 일종의 결계인가?"
*
한편, 숲에있는 여관에 남아있는 케이는 신세좋게 베르단디와 같이 강가를 거닐고 있었다. 베르
단디에게선 어젯밤 울드의 약으로 인한 변화는 눈을 씻고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해맑은 미소
를 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케이는 작게 입을 열었다.
"다행이야. 베르단디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아"
"네? 케이 씨 무슨 말씀을?"
"아, 아니야 그냥 너무 좋아서"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대충 얼버무리는 케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베르단디는 태양보다 눈부
신 미소를 지엇다.
"정말 오랜만이죠? 이렇게 둘이서만 있는 게.."
"응"
그녀는 다행히 어젯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약에 취했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울드
나 발드르도 그런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케이는 베르단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어젯밤엔 정말...)"
떠올리기도 싫은 듯 고개를 흔드는 케이. 그리고선 베르단디를 바라봤다. 강가에 걸터앉은 그녀
의 주위로 다람쥐나 새를 비롯한 동물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평온해 지는 작은 노랫
소리와 함께 동물들을 한마리 한마리 쓰다듬으며 잔잔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구름한점 없는 파
란 하늘과 그위에서 내리쬐는 금빛 햇살은 그녀의 미소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아름다움과 평
온의 하모니가 가슴벅찰 정도로 잘 이루어지는 모습이였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케이의 눈
동자에 베르단디의 모습이 한가득 들어와 있었다.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어. 저 미소를...)"
마치 그래야 된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른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
각. 그 순간, 그의 옆에 번쩍이는 광체가 모습을 나타냈다. 놀란 케이가 뒤로 움찔하며 물러서자
그 빛속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요~ 이번엔 무슨일이여 주인놈아]
혼비백산했던 케이는 들려오는 음성에 정신을 되찾았다. 그가 들은 목소리는 궁그닐의 창이 가
진 목소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케이는 공중에 떠있는 궁그닐의 창에게 다
가갔다. 창은 그가 다가오자 눈부신 빛을 거둔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의 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왜 갑자기 나온거야?"
[니가 날 불렀잖아]
"언제? 난 부른적 없는데..."
부른적이 없다는 케이의 대답에 창은 혀를 쯧쯧(?) 거리더니 이내 기차통이라도 삶마 먹은 듯한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멍청한 주인놈아! 너의 '지키고 싶다'라는 마음이 나를 부르는 거야 그걸 아직까지도 몰랐
냐!!]
"그, 그런거였어?"
알려준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나 창은 케이에게 화를내며 갖은 말로 그를
괴롭혔고 케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의 말을 다 받아주었다. 그때, 베르단디가 그들 곁으
로 다가가자 궁그닐의 창은 케이에게 퍼붇던 잔소리를 얼른 멈추더니 그녀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뇽~ 베르단디]
"안녕하세요? 궁그닐의 창 씨. 별일 없으시죠?"
[우하하하핫. 그려 그려. 주인놈(케이)하고 지내느라 고생이 많지?]
"아니요. 케이 씨가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데요"
[그래? 이 녀석 얼마나 멍-... 이 아니라 하여튼 이 녀석하고 같이 다니면 불편할 텐데?]
"아니에요. 케이 씬 항상 제게 잘 해주시는 걸요. 그래서 케이와 같이 있는 게 저는 너무 좋아요"
[흠.. 그래?]
케이에게 대하던 말투완 사뭇 다른 말투였다. 한마디로 말해 무지하게 여자를 좋아하는 창이다.
케이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궁그닐의 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창은 그의 눈빛은 무시한체 오직
베르단디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인생 암울한 케이. 창한테 까지 무시를 당하다니...
창은 한참을 베르단디와 얘기를 나누다 저 옆에 가있는 케이를 불렀다.
[야~ 주인아 혼자서 뭐하냐 너도 이리와]
".....(먼저 무시해 놓고선..)"
속으로 불만을 토해낸 케이. 그리고 베르단디와 창의 곁으로 다가갔다. 약간 뾰루퉁한 표정의 케
이. 그의 심정을 알았는지 궁그닐의 창이 먼저 그에게 말을 건냈다.
[뭐야? 삐쳤어? 훗. 남자놈이 욕좀 했다고 삐치긴]
"무.. 무슨 소리를!"
[훗 됐다. 어차피 이 얘기를 할려는게 아니였으니까]
"그럼 무슨 얘기를 할려고 했는데?"
[나와 벨제뷔트의 과거]
그 순간 베르단디와 케이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그리고 베르단디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
다.
"창 씨와 벨제뷔트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건가요?"
[그래 있고 말고. 그래서 일부러 난 내 영혼을 이 궁그닐의 창 속에 빙의 시켰는 걸]
*
발드르는 한참 신이나 있었다. 왜냐? 이쁜 엘프 아가씨가 자신한테 관심을 보였으니까. 그녀는
지나가던 자신을 붙잡고선 잘생겼다는 둥, 멋지다는 둥 갖은 칭찬을 늘어놓으며 그를 꼬셧다.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했지만 엘프가 워낙 이뻣기 때문에 그냥 그녀를 따라가기로 했고, 지금 그
녀의 집에 와있었다.
"후후후. 내 인생을 살면서 이런 일이 있었나? 어디 생각좀..."
발드르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일단 어렸을 적 마계일은 생각이 안나니 제껴두고, 5살쯤 천계
에 왔을 때 부터 지금까지...
"(날 좋아했던 애들이... 천계에서.. 음... 있었나?)"
좋아한 적은 있었지만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이게 발드르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발드
르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난나'라는 여신이 자신을 좋아했었다는 것. 난나가
어쩌다 발드르를 좋아하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녀가 어렸을때와 조금 커서
발드르를 몇번 보았다는 사실 밖에는... 게다가 난나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는 난나의 마음은 신족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이였
다. 그리고 천계에 있을 때 발드르는 거의 수련에만 매달려 왔다.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장에서 보냈고,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어디 멀리 나갈땐 전부 주어진 임
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갔던 것이다. 이러니 난나라는 여신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고 경호 임무를 맡으면서 더더욱 모르게 됐던 것이다.
"(우흐흐. 이 아가씨랑 잘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할때, 그의 뇌릿속을 누군가 스치고 지나갔다. 에매랄드 같은 파란색 눈동자에 보라
색 머리칼을 가진 그녀. 외롭고 어둡기만 했던 자신에게 한줄기 빛이 돼어줬던 그녀. 그녀가 떠
오르자 발드르는 온갖 잡념을 머리속에서 지워 버렸다.
"린드..."
나지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선 자리를 벅차고 일어섯다. 때
마침 차를 준비하러 갔던 세라라는 엘프가 방으로 들어왔다.
"어머나? 벌써 가시려구요?"
"아, 예. 지금 일행하고 떨어져 있는 거라서 빨리 가야할 듯 싶네요"
"그래도 조금만 더 있다가시지..."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급해서요 기회가 됀다면 나중에 또 뵈요"
그러면서 그는 주저없이 문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를 바라보던 세라의 눈빛이 면도날처
럼 날카로워 졌다. 그녀는 조용히 발드르의 뒤를 따라가더니 그를 불렀다.
"저기요"
"예? 무슨-.. 커억!"
눈에 비치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그녀의 손이 발드르의 목을 움켜잡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발드르는 미처 피할새도 없이 그녀의 손에 잡혀버렸고 그대로 그녀의 손에 이끌려 공중
에서 바둥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컥. 왜, 왜 이러시는지 켁,켁.(무슨 아귀하고 팔힘이 이리 세? 이정도면 린드와도-... 큭)"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발드르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죽기직전 오리
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다. 곧 이어 차가운 세라의 음성이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네가 갑자기 거기서 신족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우리의 임무가 실패해 버렸잖아.. 우릴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니 일단 너부터 처단하라는 것이 벨제뷔트 님의 명령이다."
"크억. 서, 설마"
"그래 나야. 세르핀. 되도록이면 차에 독을타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더니 네가 먼저 초를 치는군.
조금 소란스러울지 모르지만 이젠 이렇게 하는 수밖에..."
보기에도 싸늘한 미소를 짓는 세르핀. 이내 그 미소를 거두더니 자신의 진정한 힘을 나타내는 붉
은 눈동자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주문..
"화멸(火滅)"
화아악. 그녀의 팔에서 피어오른 소용돌이의 불꽃이 팔을 점점 타고 올라가 발드르에게 다가가
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검붉은 불꽃이 그의 머리로 다가왔을 쯤, 파아악. 그의 등
뒤로 뭔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아, 아이스 프린세스, 극빙(極氷)"
그의 등뒤에 나타난 것은 그가 잠깐동안 마족으로 돌아섯을때 심어놨던 시종마였다. 아이스 프
린세스는 발드르의 명령에 따라 보기만 해도 시릴 정도의 새하얀 빛을 그를 향해 덮쳐오는 불길
을 향해 발사했다. 파앗, 취이익.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라는 극과 극의 기운이 부딪히자, 방안
은 순식간에 수증기로 휩쌓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놀란 듯한 세르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아직도 시종마를 데리고 있었다니.. 의외의 변수인 걸? 그러나 상황은 변한게 없지만
... "
발드르는 아직도 그녀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힘을 주어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럴 수록 그녀는 조금씩 손에 힘을 넣으며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에 따라 주인의 영향을 받은
시종마의 얼굴도 조금씩 일그러져 갔다.
"으,윽... 컥..(이, 이대론 버티질 못해..)"
"후후후. 시종마가 끈질기게 버티는군. 술법으로 처리하긴 무리인가? 그렇다면.."
쓰윽.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날카로운 예기를 발산하는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본 발드르
는 더욱 발버둥을 쳤지만, 푸욱. 세르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발드르의 가슴에 꽂아넣었
다.
"크억"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입에서 피를 토해낸 발드르. 그에따라 시종마도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으
며 그의 몸속으로 사라져갔다. 세르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가슴에 박혀있는 검을
빼낸 뒤 그의 목을 잡고있던 손을 놔버렸다. 털썩. 발드르의 몸이 인형처럼 힘없이 쓰러져 버렸
다.
"그럼 이만"
냉정하게 뒤돌아 서는 세르핀. 정신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발드르에게선 어떤 움직
임도 일어나지 않았다. 냉랭한 미소를 머금은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향해 다가가는 그녀.
"조금 이른 거 같기는 하지만... 벨제뷔트 님에게 가볼까?"
그러면서 그녀가 문고리를 잡았을 때, 꽈과광. 커다란 굉음과 함꼐 그녀가 나가려던 문이 산산조
각 났다. 그리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세르핀의 몸은 뒤로 날아 벽에 부딪혀 버렸다. 세르핀은 지
끈 거리는 머리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큭. 갑자기 무슨 일이지?"
"드디어 찾았군"
세르핀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후광 때문에 모습이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 커다란
도끼를 들고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훗.. 여기서 보게될 줄이야. 최강의 발키리"
세르핀이 아는한 발키리중 최강은 단 한명, 그리고 세르핀 그녀 자신이 찍어 놓은 최강의 라이
벌. 린드. 세르핀을 날려버린 건 린드였다. 세르핀은 린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하
지만 린드는 그녀를 무시한체 입을 열었다.
"발드르는 어디있지?"
"발드르라... 저기 누워있잖아?"
세르핀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린드의 시선도 옆으로 돌아갔는데, 쓰러진 발드르
를 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녀석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체 어떤 움직임도 보
이지 않고 있었다. 곧이어 차분하면서도 강한 살기가 실린 린드의 목소리가 세르핀에게 들려왔
다.
"... 발드르를 어떻게 한 거지?"
"보면 몰라? 심장에 검을 박아드렸지.."
그 순간, 슈화아악. 대기가 쪼개지는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세르핀이 옆으로 몸을 피했다. 꽈
과광. 린드가 날린 도끼가 세르핀이 있던 자리를 두부으깨 듯 박살내 버렸다. 자신이 있던 자리
를 바라본 세르핀은 놀리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머나? 뭘 그렇게 흥분하시나.. 저 녀석이 죽은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녀석을 좋아하기라도-"
"닥쳐라"
파아앗. 단 한번의 도약으로 세르핀의 곁까지 날아온 린드. 그녀는 신력이 가득 실린 주먹을 세
르핀에게 날렸다. 타아악. 세르핀은 그에 맞서 마기가 풀풀 피어오르는 손으로 린드의 주먹을 막
아내었다. 뿌드득. 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린드의 황금색 눈동자가 깊게 가
라앉은 세르핀의 붉은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댓글목록


Ciel eleicia님의 댓글
Ciel eleici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린드.. 짝사랑을 하고 계시는군..
그러나 저러나.. 난 벨제뷔트의 과거를 듣고 싶소!
궁그닐의 창! 너 벨쨍사마에게 접근금지얏!! [푸욱!? / 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