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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옥 2화. 고난의 시작 ~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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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고난의 시작 ~ part 2


 마을 여기저기를 차가운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철컥. 철컥.”하며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무언인가를 묻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본, 금발을 가진 아이는 한 골목으로 쏙 사라져버렸다.

 “어때?”

 “병사들이 더 많아졌어.”

 “꽤 곤란한 일이군.”

 크리스는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채로 말했다. 그 옆에는 펠턴이 주저앉아 있었고, 반대쪽 벽 앞에는 세아가 얌전히 서 있었다. 그리고 쿠르단은 근처의 나무상자 위에 앉아있었다.

 “언제까지 여기에서 이렇게 있어야 하지?”

 “병사들이 조용해질 때까지다.”

 쿠르단의 불평 섞인 질문을 크리스가 간단히 대답해주었다. 언제나 쿠르단이 불평을 할 때면, 크리스가 대꾸를 해줬다.

 “그건 나도 알아.”

 “알면 왜 물었나.”

 그쯤 진행되면 쿠르단이 “쳇.”하며 대화를 끊는다. 당연히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쿠르단을 보고, 크리스의 입가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어찌됐든 이곳에 오래 있는 것은 무리였다. 이대로 계속 찾는다면, 분명히 이곳도 발견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방법이 있을까?

 펠턴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히 그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시선이 모아진 것을 확인했다. 모두 펠턴이 좋은 방법을 제시하기를 바랐다.

 “내 생각에는,”
 
 펠턴이 말을 끊고, “후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간다면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 빨리빨리 가자고!”

 쿠르단이 자신의 급한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펠턴과 크리스가 고치라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아직도 고치지 못한 것이었다. 그와 달리 크리스는 냉정했다. 가끔은 너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의 생각에는 레안이나 세아 씨가 가장 위험했다. 그리고 그 둘은 전투능력이 거의 없었다.

 “레안이나 세아 씨는 어떻게 하려고? 놓고 가자는 건 아니겠지?”

 찬 바람이 불었다. 쿠르단은 그 차가움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한 번 찾아온 추위는 쉽게 떠나지 않았다. 결국 펠턴이 대책을 세웠다.

 “그러니까 마지막 방법이라고 했잖아. 최악의 사태까지 간다면 어쩔 수 없어.”

 “나도 알아.”

 추위가 좀 가시자 레안이 펠턴을 불렀다. 레안의 앳되고, 약간 고음의 귀여운 목소리는 펠턴에게 레안은 이런 곳에 있을 아이가 아니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왜?”

 “이거 쓸모 있을까?”

 레안이 품속에서 꾸깃꾸깃 접어놓은 종이 두 장을 꺼냈다. 그 종이에는 기하학적인, 즉 이상한 모양이 그려져 이었다. 또, 글씨도 써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보자 펠턴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레안! 이거 어디서 났어?”

 “이거? 책이랑 같이 가져온 거야. 근처에 떨어져 있기에 주워왔지.”

 레안은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종이를 완전히 펴서, 펠턴에게 내밀었다. 종이에 많은 직사각형 모양의 선이 나있어 종이가 꽤 많이 접혀 있었다는 사실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게 뭐야?”

 펠턴은 쿠르단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대답조차 안한 채로 종이 위에 검지를 대고 있었다. 쿠르단이 다시 물어보려하자 크리스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마나를 불어넣는 중이다. 괜히 건들지 마.”

 펠턴은 한참 후에야 종이를 대고 있던 손가락을 땠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눈길에는 아쉬움인지 행복함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담겨있었다.

 “자, 모두 내 옆으로 모여.”

 펠턴은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하더니 낭랑하게 주문을 외쳤다.

 “붉은 화염이여, 푸른 한빙이여, 비가 되어 내리쳐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근처의 병사들이 그들이 있는 골목에 들어오기에는 충분했는지, 서너 명의 병사들이 골목으로 뛰어 들어왔다. 하지만 마법은 이미 시전 되었다. 하늘에서 주먹만한  불덩이와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떨어졌다. 그것도 이 마을 전체에 말이다. 골목에 들어온 병사들은 불덩이를 맞았다. 머리, 팔, 어깨 등에 맞은 불덩이는 터지지 않았지만, 금세 온몸에 불이 번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되자 도망치다가 다른 불덩이를 맞고, 얼음 조각에 꿰뚫리며, 죽어갔다. 하지만 단 한 병사만은 동료를 죽이고, 마을을 파괴하는, 이 저주받은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 - 즉, 펠턴을 향해 뛰어왔다. 불덩이를 맞고, 얼음조각에 손, 다리, 어깨, 팔을 꿰뚫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불타면서 여기저기에 얼음 조각이 꽂힌 채로 뛰어오는 그는 마치 악귀처럼 보였다. 그는 펠턴 일행 앞까지 왔지만, 이미 그와 펠턴 일행 사이에는 투명한 물로 이루어진 막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불에 타서 까맣게 변한, 들고 있던 창조차 놓친 채로 얼음 조각이 손등에 박혀 있는 그 손으로 투명한 막을 여러 번 내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살짝 건드는 것에 불과할 정도의 힘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세어지는 빙염우(氷炎雨)에 맞아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죽어버렸다.

 어째서 그렇게 죽어야 했지?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세아의 볼에서는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이슬들이 흐르고 있었다. 다들 아무 짓도 못했다. 그리고 세아를 바라보지도 못했다. 다만 이미 폐허가 된, 아직 잔불이 남아있는 마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 임무 완수를, 삶은 원했을 뿐이다.

 “이럴 필요는 없었잖아요.”

 병사들과 영주는 넘어간다고 쳐도 이 마을에 살던, 이 일에 관계없는 사람들은 단지 이 마을에 살았단 이유로 죽은 것이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잖아요.”

 “누나……. 미안해.”

 레안이 주저앉아 울고 있는 세아의 앞으로 갔다. 레안과 세아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그 예쁘던 세아의 연청안(軟靑眼)은 눈물로 뒤덮여 있었다.

 “다시는 관계없는 사람들은 희생시키지 않을게.”

 레안은 그렇게 말하고 펠턴, 쿠르단, 크리스 순으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 행동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과와 맹세!

 머뭇거리는 펠턴과 달리 크리스는 세아 옆으로 다가왔다. 오른 무릎을 세운 채로 무릎을 꿇었다. 오른 팔은 오른 무릎의 위쪽에서 직각으로 굽혀 있었다. 기사의 자세였다. 그대로 고개를 숙인 크리스의 입에서 맹세가 흘러나왔다.

 “나, 크리스는 그대의 뜻을 영원히 따르겠습니다.”

 맹세의 내용을 들은 쿠르단은 아예 입을 크게 벌리고, 다물지 못하고 있었고, 레안과 펠턴은 크리스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아도 눈을 토끼눈처럼 동그랗게 뜨고, 크리스만 보고 있었다.

 기사의 맹세.

 그것은 말 그대로 영원히 따를 상대에게 하는 기사들만의 맹세다. 자신의 신념 이상의 엄청난 맹세, 그리고 일생의 단 한번만 할 수 있는 기사들의 명예였다.

 “어, 어째서 나에게…….”

 “세아 씨니까 하는 것입니다. 맹세 후 하루의 기한이 주어지니 잘 생각해보세요."




 역시 극악의 연재속도를 자랑하는 pika 군입니다..만..
 뭐.. 현재 시엘 씨가 재촉했으므로.. 드디어.. 올립니다 ;;;
 이 다음 편부터 올리려면..
 꽤나 귀찮음을 각오해야해서...
 더 느려지지 않을지 걱정이란...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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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 eleicia님의 댓글

Ciel eleici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엉.. 갑작스레.. 왠.. 맹세를!!
그건 그렇고.. 정말 엄청난 물건을 들고 다니는군.. 레안 자네말야..
왠지 빙염우 보니까..
테일즈 위버의 메테오와 아이시클 레인이 동시에 시전되는 듯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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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넨님의 댓글

노르넨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펠턴 이자식 마을 사람들까지 쓸어버리다니...
너무 잔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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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음.. 노르넨 님도 보고 계셨군요 ㅡㅡ;;;
으음.. 펠턴.. 의외로 맘에 드는 케릭... ...

...오히려.. 펠턴 보다 다른 사람이 더 잔혹할지도.. 쿠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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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님의 댓글

태상™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주가 '스럽'냐? 나는 그런 단어는 처음 들어 보는데 말야...아직 단어사용이 중학생 수준이다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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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 그런가.. 본인은 국어사전과.. 친밀하지 못하.. ㅡㅡ;;
좀 친해져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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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님의 댓글

태상™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빙염우 쓰는 부분 있지? 뭔가가 어색한데 좀 부드럽게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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