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월[靑月] 그리고 월계계승전[月界繼承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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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월[靑月] 그리고 월계계승전(月界繼承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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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던 건가? 진활민.."
"알고 있다라.. 이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일뿐.."
"알기를 원했다. 하지만 홀가분하군."
-사건의 진실 中 'Hermit'
-More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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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르는 불빛, 그 아래로 한사람의 그림자가 천천히 지나간다. 어두운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은 발자국 소리도 없이 천천히 횃불 아래를 지나 복도의 끝에 다다른다. 구석진 복도의 끝은 어둡고 음산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벽을 더듬더듬 짚어본다. 그리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미소를 짓는다. 망토 사이로 푸른 머릿결이 흘러내린다.
"여기에 있었구나. 세븐.."
"아.. 아아.."
벽 사이로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사람은 벽을 있는 힘껏 민다. 벽은 둔중한 소리와 함께 그 커다란 몸집을 옆으로 비켜준다. 어느덧 벽을 사라지고 안에는 희미한 불꽃아래에서 반쯤 쪼개져 있는 총검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그 사람은 총검을 소중히 안아들고서는 품안에 감추인다. 곧 복도 저편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품안에 감춘 총검을 더욱 소중히 품어들고서는 공중으로 도약한다. 그러자 천정의 벽돌은 마치 비스킷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교회의 천정벽화가 내려다 보는 가운데에 내려선다. 주위로는 많은 사제들이 몰려있다. 그들도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채 중얼거리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고 있다.
"왔군. 이단의 푸른악마 시엘 에레이시아.."
"당신이군요. 제 2집정관 라파엘로.."
"확실히 시엘 에레이시아로군. 이런 과감한 일을 벌이는 짓은 그녀의 전매특허였다지? 그런데 어떻게 할까? 이미 주위는 모두에게 포위당해있는데.."
그러나 검은 후드를 눌러쓴채 포위되어 있는 사람은 전혀 요동치 않고서 오히려 더욱 진한 미소를 입가에 물고서 말한다.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당신들은.. 신의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멍청하긴. 신의 사랑은 끝없는 사랑이다. 이런걸까? 어차피 매장기관에서는 쓸때없는 논리이기는 하지만 말야.. 후후후.."
그러자 포위되어 있는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후드를 벗는다. 맑고 푸른 눈망울과 푸른 머릿결, 그리고 하얀 피부와 갸름한 턱선을 지닌 17살의 앳된 소녀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녀는 커다랗고 둥그런 안경너머의 라파엘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입을연다. 고요한 와중의 그녀의 목소리는 성전을 크게 울린다.
"신의 사랑은 결코 끊임없는 사랑입니다. 그 대상은 결코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은.. 자신을 버린 타락한 존재마저도 사랑하고 계셨기 때문이니까요."
"알게 무엇이더냐? 우리 매장기관에서는 이미 그런 사랑의 감정을 버린채 지옥을 기다리는 불타는 지옥의 사도들 뿐이다. 이단의 푸른악마.."
"과연 그럴까요? 제 2집정관 라파엘로 피브리오."
순간 예배당의 문이 활짝 열리며 부드럽고 온화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는 성큼성큼 발을 내딛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제들 사이를 지나 시엘의 곁에 선다. 그리고는 시엘을 보면서 웃어보인다. 그리고는 곧 시엘의 품에 있는 반쪽의 총검을 받아 들고서는 천천히 주위를 돌아본다.
"결코 끊어지지 않는 그 분의 관심과 애정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결코 그렇지는 못 할 것입니다. 저 역시 결코 잊어 본 적은 없습니다. 그간 이곳에서 생각한 것이지만.. 결국은 알 수는 없었지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분의 사랑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놀랍다는 것.. 그것 하나뿐입니다. 비록 어둡더라도.. 추함으로 얼룩졌더라도.. 끊이지 않는것이.. 그 분의 사랑이었으니까요."
"큭큭.. 뮤리엘 집정관 당신마저도 이단의 악마가 될 생각인가? 우리 매장기관은 그 동안 당 한명의 이단자도 살려둔 적은 없었지. 우리가 왜 매장기관이라고 생각되나? 우리는 모든것을 매장한 사람이야. 생명도 마음도 그리고 신의 이름도.."
"어리석군요. 그래요.. 우리는 모두다 어리석었습니다. 결코 지혜롭지 못한자들.. 하지만 결코 버림받지 아니한 자들.."
"이상한 말을 지껄이고 싶거들랑 지옥에 가서 영원히 불타오르며 외쳐보거라."
라파엘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예배당의 중앙으로 하얀 빛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온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사제들의 손에서는 태양빛 보다도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뮤리엘과 시엘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서로를 쳐다본다. 시엘은 짖궂게 웃으면서 입을연다.
"결국은 실패인가요?"
"아니요. 이렇게 한걸음을 내딛는 겁니다. 결코 피해서는 안돼요. 그분을 향한 이 길에서 말이죠."
"당신은.. 정말 순수한 사람이군요. 제가 드린 상처가 어느덧 당신을 이렇게 성장시켰으니까요."
그러자 뮤리엘은 코잔등을 긁으면서 멋적은 듯이 웃는다. 그리고는 안경을 벗으면서 시엘을 바라본다.
"전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쿠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퍼지고 예배당 한가운데에서 커다란 빛의 응축이 일어난다. 시엘은 반쪽뿐인 제 7성전을 집어들어서는 몰려오는 빛들을 받아내고 있다. 뮤리엘은 그런 시엘을 향하여 웃음을 짓고서는 나머지 반쪽의 7성전을 들어 빛을 빨아들이는 부분에 가져다가 댄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돼죠. 왜냐하면.. 그분의 사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 * *
"놓쳤군. 라파엘로."
"시끄럽습니다. 나르바렉 집정관. 당신이야말로 그들을 왜 놓아둔거요? 그 알량한 힘을 믿고있다는 거요?"
"호오? 당신의 입에 욕지꺼리로 오를 정도로 제가 약하지는 않았는데.."
나르바렉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라파엘로는 다시 입을 다물고 조용히 예배당의 문을 열고 나간다. 그의 뒤를 따라서 사제들도 일렬로 늘어서서 나아간다. 나르바렉은 여전히 라파엘로가 서 있던 자리를 보면서 웃고 있다. 물론 아주 차갑고 잔혹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 * *
"이제 눈은 괜찮아졌군요. 시키님."
"고마워요. 코하쿠.. 여기에 올 때부터 신세만 지고.. 면목이 없군요."
"걱정마세요. 시키님은 이제 강하시니까."
그렇게 말하고 코하쿠는 나간다. 시키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과 그리고 눈꺼풀을 만져본다. 아마도 쉽게 실명해 주지는 않을 듯한 눈이다. 다시 안경을 집어 쓰고서는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여느때처럼 아키하는 아침식사를 하고있다. 시키는 빙긋 웃으면서 아키하에게 인사를 건낸다.
"잘잤어? 아키하?"
"여전히 늦으시는군요. 오라버니."
"미안미안. 그래도 오늘부터는 다시 학교에 가야하니까."
시키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젓가락을 집어든다. 꽁치가 노릇하게 구워져 식탁에 놓여있다. 시키는 꽁치의 살코기를 뜯어 입으로 가져간다. 직화구이인지 향긋한 숯불냄새가 퍼져나온다. 시키는 곧 젓가락을 빠르게 놀리면서 음식들을 섭렵하기 시작한다. 아키하는 그냥 평소처럼 조용히 음식을 입으로 가져갈 뿐이다. 그다지 변하지 않은 일상생활이지만 밤의 하늘은 더더욱 어두운 안개속을 유영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덧 한달의 기간이 지나고 오래전부터 계속 되어온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빛과 어둠의 전쟁. 아무런 이득도 없이 서로에게 상처만 주던 싸움은 다시 시작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모두는 변해가고 있다.
"잘 다녀와 아키하."
"다녀오십시요. 오라버니."
둘은 서로 다른 강의실로 향하며 인사를 건낸다. 대학 외부에 있는 강의실이기 때문에 차도가 바로 옆에 있다. 시키는 강의실로 향하다가 문득 건너편의 가드레일을 바라본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것 같았던 알퀘이드의 모습이 그립기만 한 것처럼 시키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시키는 강의실에 들어와서도 멍하니 밖을 내다볼 뿐이다.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진다 싶더니 곧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 소리에 시키는 잠깐 하늘을 바라본다. 회색빛의 구름이 하늘을 잔뜩 덮고 있다.
"결국 끝도 없는 이 싸움은..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것일까?"
시키는 당연하지만, 결코 해답을 던질 수 없는 이 질문을 끊임 없이 되새기며 창밖을 내다본다. 다시 하늘이 밝아진다. 태양이 다시 도시를 비취고 시키는 다시금 멍하니 그런 도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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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던 건가? 진활민.."
"알고 있다라.. 이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일뿐.."
"알기를 원했다. 하지만 홀가분하군."
-사건의 진실 中 'Hermit'
-More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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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르는 불빛, 그 아래로 한사람의 그림자가 천천히 지나간다. 어두운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은 발자국 소리도 없이 천천히 횃불 아래를 지나 복도의 끝에 다다른다. 구석진 복도의 끝은 어둡고 음산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벽을 더듬더듬 짚어본다. 그리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미소를 짓는다. 망토 사이로 푸른 머릿결이 흘러내린다.
"여기에 있었구나. 세븐.."
"아.. 아아.."
벽 사이로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사람은 벽을 있는 힘껏 민다. 벽은 둔중한 소리와 함께 그 커다란 몸집을 옆으로 비켜준다. 어느덧 벽을 사라지고 안에는 희미한 불꽃아래에서 반쯤 쪼개져 있는 총검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그 사람은 총검을 소중히 안아들고서는 품안에 감추인다. 곧 복도 저편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품안에 감춘 총검을 더욱 소중히 품어들고서는 공중으로 도약한다. 그러자 천정의 벽돌은 마치 비스킷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교회의 천정벽화가 내려다 보는 가운데에 내려선다. 주위로는 많은 사제들이 몰려있다. 그들도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채 중얼거리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고 있다.
"왔군. 이단의 푸른악마 시엘 에레이시아.."
"당신이군요. 제 2집정관 라파엘로.."
"확실히 시엘 에레이시아로군. 이런 과감한 일을 벌이는 짓은 그녀의 전매특허였다지? 그런데 어떻게 할까? 이미 주위는 모두에게 포위당해있는데.."
그러나 검은 후드를 눌러쓴채 포위되어 있는 사람은 전혀 요동치 않고서 오히려 더욱 진한 미소를 입가에 물고서 말한다.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당신들은.. 신의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멍청하긴. 신의 사랑은 끝없는 사랑이다. 이런걸까? 어차피 매장기관에서는 쓸때없는 논리이기는 하지만 말야.. 후후후.."
그러자 포위되어 있는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후드를 벗는다. 맑고 푸른 눈망울과 푸른 머릿결, 그리고 하얀 피부와 갸름한 턱선을 지닌 17살의 앳된 소녀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녀는 커다랗고 둥그런 안경너머의 라파엘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입을연다. 고요한 와중의 그녀의 목소리는 성전을 크게 울린다.
"신의 사랑은 결코 끊임없는 사랑입니다. 그 대상은 결코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은.. 자신을 버린 타락한 존재마저도 사랑하고 계셨기 때문이니까요."
"알게 무엇이더냐? 우리 매장기관에서는 이미 그런 사랑의 감정을 버린채 지옥을 기다리는 불타는 지옥의 사도들 뿐이다. 이단의 푸른악마.."
"과연 그럴까요? 제 2집정관 라파엘로 피브리오."
순간 예배당의 문이 활짝 열리며 부드럽고 온화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는 성큼성큼 발을 내딛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제들 사이를 지나 시엘의 곁에 선다. 그리고는 시엘을 보면서 웃어보인다. 그리고는 곧 시엘의 품에 있는 반쪽의 총검을 받아 들고서는 천천히 주위를 돌아본다.
"결코 끊어지지 않는 그 분의 관심과 애정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결코 그렇지는 못 할 것입니다. 저 역시 결코 잊어 본 적은 없습니다. 그간 이곳에서 생각한 것이지만.. 결국은 알 수는 없었지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분의 사랑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놀랍다는 것.. 그것 하나뿐입니다. 비록 어둡더라도.. 추함으로 얼룩졌더라도.. 끊이지 않는것이.. 그 분의 사랑이었으니까요."
"큭큭.. 뮤리엘 집정관 당신마저도 이단의 악마가 될 생각인가? 우리 매장기관은 그 동안 당 한명의 이단자도 살려둔 적은 없었지. 우리가 왜 매장기관이라고 생각되나? 우리는 모든것을 매장한 사람이야. 생명도 마음도 그리고 신의 이름도.."
"어리석군요. 그래요.. 우리는 모두다 어리석었습니다. 결코 지혜롭지 못한자들.. 하지만 결코 버림받지 아니한 자들.."
"이상한 말을 지껄이고 싶거들랑 지옥에 가서 영원히 불타오르며 외쳐보거라."
라파엘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예배당의 중앙으로 하얀 빛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온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사제들의 손에서는 태양빛 보다도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뮤리엘과 시엘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서로를 쳐다본다. 시엘은 짖궂게 웃으면서 입을연다.
"결국은 실패인가요?"
"아니요. 이렇게 한걸음을 내딛는 겁니다. 결코 피해서는 안돼요. 그분을 향한 이 길에서 말이죠."
"당신은.. 정말 순수한 사람이군요. 제가 드린 상처가 어느덧 당신을 이렇게 성장시켰으니까요."
그러자 뮤리엘은 코잔등을 긁으면서 멋적은 듯이 웃는다. 그리고는 안경을 벗으면서 시엘을 바라본다.
"전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쿠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퍼지고 예배당 한가운데에서 커다란 빛의 응축이 일어난다. 시엘은 반쪽뿐인 제 7성전을 집어들어서는 몰려오는 빛들을 받아내고 있다. 뮤리엘은 그런 시엘을 향하여 웃음을 짓고서는 나머지 반쪽의 7성전을 들어 빛을 빨아들이는 부분에 가져다가 댄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돼죠. 왜냐하면.. 그분의 사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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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쳤군. 라파엘로."
"시끄럽습니다. 나르바렉 집정관. 당신이야말로 그들을 왜 놓아둔거요? 그 알량한 힘을 믿고있다는 거요?"
"호오? 당신의 입에 욕지꺼리로 오를 정도로 제가 약하지는 않았는데.."
나르바렉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라파엘로는 다시 입을 다물고 조용히 예배당의 문을 열고 나간다. 그의 뒤를 따라서 사제들도 일렬로 늘어서서 나아간다. 나르바렉은 여전히 라파엘로가 서 있던 자리를 보면서 웃고 있다. 물론 아주 차갑고 잔혹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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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눈은 괜찮아졌군요. 시키님."
"고마워요. 코하쿠.. 여기에 올 때부터 신세만 지고.. 면목이 없군요."
"걱정마세요. 시키님은 이제 강하시니까."
그렇게 말하고 코하쿠는 나간다. 시키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과 그리고 눈꺼풀을 만져본다. 아마도 쉽게 실명해 주지는 않을 듯한 눈이다. 다시 안경을 집어 쓰고서는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여느때처럼 아키하는 아침식사를 하고있다. 시키는 빙긋 웃으면서 아키하에게 인사를 건낸다.
"잘잤어? 아키하?"
"여전히 늦으시는군요. 오라버니."
"미안미안. 그래도 오늘부터는 다시 학교에 가야하니까."
시키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젓가락을 집어든다. 꽁치가 노릇하게 구워져 식탁에 놓여있다. 시키는 꽁치의 살코기를 뜯어 입으로 가져간다. 직화구이인지 향긋한 숯불냄새가 퍼져나온다. 시키는 곧 젓가락을 빠르게 놀리면서 음식들을 섭렵하기 시작한다. 아키하는 그냥 평소처럼 조용히 음식을 입으로 가져갈 뿐이다. 그다지 변하지 않은 일상생활이지만 밤의 하늘은 더더욱 어두운 안개속을 유영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덧 한달의 기간이 지나고 오래전부터 계속 되어온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빛과 어둠의 전쟁. 아무런 이득도 없이 서로에게 상처만 주던 싸움은 다시 시작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모두는 변해가고 있다.
"잘 다녀와 아키하."
"다녀오십시요. 오라버니."
둘은 서로 다른 강의실로 향하며 인사를 건낸다. 대학 외부에 있는 강의실이기 때문에 차도가 바로 옆에 있다. 시키는 강의실로 향하다가 문득 건너편의 가드레일을 바라본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것 같았던 알퀘이드의 모습이 그립기만 한 것처럼 시키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시키는 강의실에 들어와서도 멍하니 밖을 내다볼 뿐이다.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진다 싶더니 곧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 소리에 시키는 잠깐 하늘을 바라본다. 회색빛의 구름이 하늘을 잔뜩 덮고 있다.
"결국 끝도 없는 이 싸움은..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것일까?"
시키는 당연하지만, 결코 해답을 던질 수 없는 이 질문을 끊임 없이 되새기며 창밖을 내다본다. 다시 하늘이 밝아진다. 태양이 다시 도시를 비취고 시키는 다시금 멍하니 그런 도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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