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월[靑月] 그리고 Ground ZER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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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갈길은 그다지 멀지 않네?"
지도에 그어져 있는 선을 보면서 카렌이 말한다.
"그대신 산길이라서 걱정이다."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소설 사제 中 'Blue..'-
진월담 월희 O.S.T.2 -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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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팔뚝에 난 상처를 붕대로 감싸면서 말한다. 이미 온몸에는 여기저기 붕대와 거즈가 덮혀있다. 하루 이틀동안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처들이 몸을 덮고 있다. 거친 숨소리와 부자연스러운 가슴의 움직임은, 이미 갈비뼈도 심하게 손상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붕대감는 것을 마치자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침대가 한번 튕기고는 몸을 편안하게 감사준다. 미칠것 같은 수면이 몸을 엄습하고, 차가운 오한이 몸을 휘감아 오른다. 누구도 없이, 그저 그렇게 혼자서 고통을 감내한다. 덜덜 떨리는 몸을 추스려 침대위로 간신히 올라선다.
"아파.. 너무.. 무서워.."
"스르륵.."
시트와 옷이 부딫히는 소리가 나고는 완전히 잠에 빠진다. 거친 숨소리가 조금은 낳아진다. 얼굴은 하얗게 변해서는 땀을 흘린다. 무언가 괴로운 듯이 몸을 떨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리고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침대에서 일어난다. 금빛 머리결은 아무런 흩어짐 없이 가지런히 어깨위로 늘어진다. 덜덜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면대로 다가간다. 세면대의 거울을 보자 금빛 머리에 파랗고 청록빛의 눈동자가 빛난다. 고개를 돌린다.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싫다. 왜 이러는 것일까? 고개를 마구 젓는다. 어지러움이 급속히 전신을 장악한다. 다리가 무너지고 몸은 뒤로 기울어진다. 그리고 정신의 끈은 닳고 닳아서 이내에 다시한번 끈어져 버린다. 다시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있다. 몸은 더 이상의 활동을 거부한다.
"하악! 하악!"
숨결은 귀에 거슬릴 정도로 거칠다. 왜 이런것이지? 어린아이의 몸에서 갑작스레 성장해 버린 몸. 그리고 뭐가 뭔지 알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기억들. 처음에는 미친듯이 웃었다. 즐거워하면 조금 낳지 않을까 해서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보기좋은 허울일뿐, 다시 고통이 몸을 엄습하고는 말아버린다. 성장해 버린 몸은 여기저기에서 통증을 호소해 오기도 한다. 가끔은 너무 아파서 그냥 쓰러져 자고 있을 때도 많다. 무리해서라고 생각했지만, 그런것은 아니다. 왠지 모를 정도로 정신과 몸은 최악의 상황을 달리는 기분이다.
"달.. 싫어."
달빛을 볼때마다 몸의 떨림이 심해진다. 그러면서도 달을 그리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기억도 정신도 이젠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인식하는 전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절대고독의 상태. 나는 미워하기 시작했다. 나를 이토록 떨게만들고 그리고 그리워하게 만드는 달을, 그래서 나는 밤의 주민들을 습격한다. 몸이 피떡이 되었던 경우도 있다. 그대로 죽음까지 다가선적도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것 쯤은.. 나에게 안겨준 고통보다는 아프지 않아!
"하악! 하악! 하악!"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난다. 옆구리에서 뜨거운 고통이 밀려온다. 폐가 짜부러질 듯한 고통. 쓰러져서는 울기 시작한다. 아파서 운다. 너무도 아파서. 내가 싫어서. 누군지도 모르는 바보같아서.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 않아서.. 정신이 다시 멀어져 간다. 순간 나의 입에서 무언가 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들.. 을 수 없.. 었다..
"취이익!"
괴이한 파공성과 함께 적의 신형은 둘로 넷으로 여덟으로 갈라져 날아간다. 결코 멈출 수 없다. 알퀘이드를 잊은적은 없다. 하지만 증오또한 잊은 적도 없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나나야의 피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퇴마의 핏줄은 점점 강해져만 간다. 하나둘.. 악마의 조무래기인 그림자 병사들이 나타난다. 이계의 존재들은 나를 보며 공포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결코 두렵지는 않다. 두려움에 앞서서 나를 이끄는 것은 증오와 그리움이다. 푸른 달빛은 이미 둘로 갈라져 있다. 나는 달빛을 죽였다. 한동안만..
"콰직! 콰지직! 푸칵!"
단도가 한번 휘둘러지고 2개의 팔이 나의 복부를 향한다. 나는 급히 몸을 숙이고 발 끝으로 상대의 점을 찍는다. 상대는 곧바로 땅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숙인 몸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공중으로 도약한다. 그리고는 단도를 움켜쥐고는 나에게 솟구쳐오는 3개.. 아니 5개의 검은 소용돌이를 갈라버린다.
"스칵! 퍼컥! 스릇! 찌이잉! 콰쾅!"
하나하나씩 가를 때마다 저마다의 비명을 지른다. 친절히 갈라준 소용돌이는 땅속의 그림자로 녹아든다.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안경을 벗는다. 선과 점이 더욱 선명하게 나의 눈으로 들어온다. 머리가 아프다던가, 아니면 어지럽다던가 하는 느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나의 손에 잡혀있던 단도의 날을 바깥쪽으로 하여 움켜쥔다. 나는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그대로 쇄도한다. 적의 사이를 지나서 주위의 그림자가 될만한 것을 모두 죽인다. 그림자 따위는 모두 죽인다. 한동안만..
"키오오오오오!"
순식간에 골목이 밝아진다. 달빛은 갈라진채로 있고, 그림자가 있어야 할 곳은 밝게 빛나고 있다. 곧 장본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팔 한쪽과 다리 한족을 잃고 절룩거리면서.. 나는 그대로 달려든다. 증오로 가득찬 내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것은..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칠 않는다. 존재.. 칠 않는다라고..?
"돌려내.. 돌려내.. 돌려내라고! 돌려내! 돌려내! 돌려내! 돌려내! 돌려놓으란 말야! 돌려놓아! 크악!"
나의 검질이 멈추었을때는 이미 시체조차도 남지 않은 그림자 병사 주인의 옷밖에 없다. 단도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천천히 골목을 걸어간다.증오로 꿈틀거리는 골목을 말이다.
"오러버니?"
"왜 불러.. 아키하.."
"이제 그만 쉬세요. 아무리 단련하는 것도 좋지만.."
"왜 그러는 거지? 아키하. 네가 원하던 데로 몸과 정신을 가꾸는 중이다만.."
시키의 말에 아키하는 입을 다물고 땅을 쳐다보기만 한다. 왠지 죄책감에 물든 얼굴로. 시키는 너무도 변했다. 특히 아키하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변했다. 상냥함을 찾을 수 없다. 마치 이전에 자신이 오빠에게 하던 것처럼.. 시키는 다시 책을 읽고 있다. 아키하는 조용히 시키의 방을 걸어나온다. 코하쿠와 히스이가 서있다. 아키하는 조용히 코하쿠에게 기대며 말한다.
"내가.. 내가.. 오라버니를.."
"아니에요. 아키하님. 시키씨는 아직도 아키하님을 좋아하고 계신다구요."
코하쿠가 따스하게 말한다. 히스이는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시키님은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겁니다. 시키님이 차갑게 대하시더라도, 실망치 마세요. 목소리는 여전히 따스하시잖아요."
"..고마워."
한편 시키는 천천히 걸상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어두운 정원을 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찢어진 종이를 집어들고는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정원을 향해 던진다. 종이 비행기는 정원에 떨어지지 않고 대기를 타고 달빛을 향해 날아간다. 시키는 잠깐 그 비행기를 타고있는 알퀘이드를 바라본다. 조그만 알퀘이드라.. 무척 귀엽다고 느낀다. 좋겠지. 그토록 원하던 달빛으로 날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책상을 바라본다. 과제를 마무리 하지 않으면 하세가와 교수의 잔소리를 들을께 뻔하다.
"똑똑.."
책상에 다가가려 하는데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오세요."
"..오라버니."
아키하가 쟁반에 음료수를 받쳐들고 들어온다. 시키는 순간 입을 다물고 눈을 돌리면서 말한다.
"늦게까지 무슨일이지? 아키하."
"마실것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고마워. 그럼 볼일은 없는거네?"
명백한 축객령이다. 아키하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한다.
"오라버니.. 변하지 말아주세요."
"응? 무슨 소리지? 아키하.."
시키는 차가운 얼굴로 아키하를 바라본다. 이전 같았으면 정 반대였을 것을, 이젠 시키가 훨씬 더 차갑고 냉랭하다. 아키하는 더욱 얼굴을 붉히면서 말한다.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공을 들려여서 말한다.
"제발 변하지 말아주세요. 오라버니. 더 이상 변하신다면.. 결코 오라버니를 만날 수도 잡을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는 입을 다문다. 시키는 천천히 아키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아키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예전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것을 걱정한거야? 걱정하지마. 난 변하지 않았어. 그저 아키하의 기대에 부흥했을 뿐이야.."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말한다. 약간은 슬픔이 가미된 목소리로 최대한 상냥하게 말이다.
"나 여지껏 모두에게 받아오기만 했어. 5년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없어지니까. 너무 아프더라고. 받아오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그래서.. 남은 사람들에게는 주고 싶었어. 그래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거고.. 걱정을 해줘서 고마워. 아키하.. 하지만, 이젠 주고 싶어. 내가 다른사람들에게.."
아키하는 고개를 끄덕인다. 결코 시키는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었다. 그는 강해져 가고 있을 뿐이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신의 오라버니로 말이다.
"큭큭! 그런가?"
미루일을 비롯한 모든 악마장 앞에서 그녀는 소리죽여 웃는다. 물론 그렇다고 소리가 안들리는 것도 아니다. 적막의 결계 안에서도 쓸때없는 말을 내 뱉을 수 있는 존재. 그녀는 바로 바알이였다. 악마장들은 그저 그녀의 웃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다.
"아아~ 죄송. 너무 웃겨서. 그 유명했던 폭렬의 마사코가 단 한번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것도 결계 안에서 죽어버렸다는 게 어이가 없군. 타블레티스."
"죄송하지만. 조사한바에 의하면 사실입니다."
타블레티스는 송구하다는 말투와 함께 고개를 숙인다. 바알은 피식거리면서 옆자리에 이블 칼시스타인의 옆구리를 친다. 회의중에도 절대로 장난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두고 인상을 찌푸리는 자는 하나도 없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헤실거리며 웃기만 한다. 바알은 곧 콧등을 긁으면서 말한다.
"이구구.. 미안미안.. 원래 그릇의 성품이 조금 짖궃었나봐?"
"원래 시엘 에레이시아의 성격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요. 바알이시여."
바알이라고 불리우는 시엘의 모습은 화사한 미소를 띄우면서 붉게 변한 눈으로 모두를 둘러본다. 장난기가 가득해보이는 그 두눈에는 사실 강력한 힘과 그리고 권위가 깃들어 있다. 원래의 수녀복이 아닌 매끈하게 몸매를 다 들어내는 검붉은 드레스와 그리고 한셋트인 장갑, 그리고 뾰족구두를 신고 있고 진하지는 않지만 화장을 하고 있는 시엘의 모습은 묘한 위화감과 매력을 뿜는다. 바알은 귀엽게 손을 입가에 대고는 조용히 말한다.
"그거참 별로 편리하지 못하네. 이런 중요한 일에 장난만 치면 안돼는 거잖아?"
"여기에서 결코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장난이라고 의식하는 악마는 없습니다. 위대한 악마의 관리자 바알이시여."
바알은 씨익 웃으면서 타블레티스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착하구나. 타블레티스."
"감사합니다."
"좋아좋아~ 그럼 오늘 결정된 사안을 그대로 실행에 옮겨. 아 이 몸도 의외로 피곤하게 한다니까."
바알은 기지개를 펴며 회의장에서 걸어나간다. 곧 결계가 풀어지고 미루일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한다.
"많이 귀여워 지셨는걸? 바알님."
지도에 그어져 있는 선을 보면서 카렌이 말한다.
"그대신 산길이라서 걱정이다."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소설 사제 中 'Blue..'-
진월담 월희 O.S.T.2 -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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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팔뚝에 난 상처를 붕대로 감싸면서 말한다. 이미 온몸에는 여기저기 붕대와 거즈가 덮혀있다. 하루 이틀동안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처들이 몸을 덮고 있다. 거친 숨소리와 부자연스러운 가슴의 움직임은, 이미 갈비뼈도 심하게 손상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붕대감는 것을 마치자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침대가 한번 튕기고는 몸을 편안하게 감사준다. 미칠것 같은 수면이 몸을 엄습하고, 차가운 오한이 몸을 휘감아 오른다. 누구도 없이, 그저 그렇게 혼자서 고통을 감내한다. 덜덜 떨리는 몸을 추스려 침대위로 간신히 올라선다.
"아파.. 너무.. 무서워.."
"스르륵.."
시트와 옷이 부딫히는 소리가 나고는 완전히 잠에 빠진다. 거친 숨소리가 조금은 낳아진다. 얼굴은 하얗게 변해서는 땀을 흘린다. 무언가 괴로운 듯이 몸을 떨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리고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침대에서 일어난다. 금빛 머리결은 아무런 흩어짐 없이 가지런히 어깨위로 늘어진다. 덜덜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면대로 다가간다. 세면대의 거울을 보자 금빛 머리에 파랗고 청록빛의 눈동자가 빛난다. 고개를 돌린다.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싫다. 왜 이러는 것일까? 고개를 마구 젓는다. 어지러움이 급속히 전신을 장악한다. 다리가 무너지고 몸은 뒤로 기울어진다. 그리고 정신의 끈은 닳고 닳아서 이내에 다시한번 끈어져 버린다. 다시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있다. 몸은 더 이상의 활동을 거부한다.
"하악! 하악!"
숨결은 귀에 거슬릴 정도로 거칠다. 왜 이런것이지? 어린아이의 몸에서 갑작스레 성장해 버린 몸. 그리고 뭐가 뭔지 알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기억들. 처음에는 미친듯이 웃었다. 즐거워하면 조금 낳지 않을까 해서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보기좋은 허울일뿐, 다시 고통이 몸을 엄습하고는 말아버린다. 성장해 버린 몸은 여기저기에서 통증을 호소해 오기도 한다. 가끔은 너무 아파서 그냥 쓰러져 자고 있을 때도 많다. 무리해서라고 생각했지만, 그런것은 아니다. 왠지 모를 정도로 정신과 몸은 최악의 상황을 달리는 기분이다.
"달.. 싫어."
달빛을 볼때마다 몸의 떨림이 심해진다. 그러면서도 달을 그리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기억도 정신도 이젠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인식하는 전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절대고독의 상태. 나는 미워하기 시작했다. 나를 이토록 떨게만들고 그리고 그리워하게 만드는 달을, 그래서 나는 밤의 주민들을 습격한다. 몸이 피떡이 되었던 경우도 있다. 그대로 죽음까지 다가선적도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것 쯤은.. 나에게 안겨준 고통보다는 아프지 않아!
"하악! 하악! 하악!"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난다. 옆구리에서 뜨거운 고통이 밀려온다. 폐가 짜부러질 듯한 고통. 쓰러져서는 울기 시작한다. 아파서 운다. 너무도 아파서. 내가 싫어서. 누군지도 모르는 바보같아서.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 않아서.. 정신이 다시 멀어져 간다. 순간 나의 입에서 무언가 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들.. 을 수 없.. 었다..
"취이익!"
괴이한 파공성과 함께 적의 신형은 둘로 넷으로 여덟으로 갈라져 날아간다. 결코 멈출 수 없다. 알퀘이드를 잊은적은 없다. 하지만 증오또한 잊은 적도 없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나나야의 피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퇴마의 핏줄은 점점 강해져만 간다. 하나둘.. 악마의 조무래기인 그림자 병사들이 나타난다. 이계의 존재들은 나를 보며 공포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결코 두렵지는 않다. 두려움에 앞서서 나를 이끄는 것은 증오와 그리움이다. 푸른 달빛은 이미 둘로 갈라져 있다. 나는 달빛을 죽였다. 한동안만..
"콰직! 콰지직! 푸칵!"
단도가 한번 휘둘러지고 2개의 팔이 나의 복부를 향한다. 나는 급히 몸을 숙이고 발 끝으로 상대의 점을 찍는다. 상대는 곧바로 땅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숙인 몸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공중으로 도약한다. 그리고는 단도를 움켜쥐고는 나에게 솟구쳐오는 3개.. 아니 5개의 검은 소용돌이를 갈라버린다.
"스칵! 퍼컥! 스릇! 찌이잉! 콰쾅!"
하나하나씩 가를 때마다 저마다의 비명을 지른다. 친절히 갈라준 소용돌이는 땅속의 그림자로 녹아든다.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안경을 벗는다. 선과 점이 더욱 선명하게 나의 눈으로 들어온다. 머리가 아프다던가, 아니면 어지럽다던가 하는 느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나의 손에 잡혀있던 단도의 날을 바깥쪽으로 하여 움켜쥔다. 나는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그대로 쇄도한다. 적의 사이를 지나서 주위의 그림자가 될만한 것을 모두 죽인다. 그림자 따위는 모두 죽인다. 한동안만..
"키오오오오오!"
순식간에 골목이 밝아진다. 달빛은 갈라진채로 있고, 그림자가 있어야 할 곳은 밝게 빛나고 있다. 곧 장본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팔 한쪽과 다리 한족을 잃고 절룩거리면서.. 나는 그대로 달려든다. 증오로 가득찬 내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것은..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칠 않는다. 존재.. 칠 않는다라고..?
"돌려내.. 돌려내.. 돌려내라고! 돌려내! 돌려내! 돌려내! 돌려내! 돌려놓으란 말야! 돌려놓아! 크악!"
나의 검질이 멈추었을때는 이미 시체조차도 남지 않은 그림자 병사 주인의 옷밖에 없다. 단도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천천히 골목을 걸어간다.증오로 꿈틀거리는 골목을 말이다.
"오러버니?"
"왜 불러.. 아키하.."
"이제 그만 쉬세요. 아무리 단련하는 것도 좋지만.."
"왜 그러는 거지? 아키하. 네가 원하던 데로 몸과 정신을 가꾸는 중이다만.."
시키의 말에 아키하는 입을 다물고 땅을 쳐다보기만 한다. 왠지 죄책감에 물든 얼굴로. 시키는 너무도 변했다. 특히 아키하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변했다. 상냥함을 찾을 수 없다. 마치 이전에 자신이 오빠에게 하던 것처럼.. 시키는 다시 책을 읽고 있다. 아키하는 조용히 시키의 방을 걸어나온다. 코하쿠와 히스이가 서있다. 아키하는 조용히 코하쿠에게 기대며 말한다.
"내가.. 내가.. 오라버니를.."
"아니에요. 아키하님. 시키씨는 아직도 아키하님을 좋아하고 계신다구요."
코하쿠가 따스하게 말한다. 히스이는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시키님은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겁니다. 시키님이 차갑게 대하시더라도, 실망치 마세요. 목소리는 여전히 따스하시잖아요."
"..고마워."
한편 시키는 천천히 걸상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어두운 정원을 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찢어진 종이를 집어들고는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정원을 향해 던진다. 종이 비행기는 정원에 떨어지지 않고 대기를 타고 달빛을 향해 날아간다. 시키는 잠깐 그 비행기를 타고있는 알퀘이드를 바라본다. 조그만 알퀘이드라.. 무척 귀엽다고 느낀다. 좋겠지. 그토록 원하던 달빛으로 날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책상을 바라본다. 과제를 마무리 하지 않으면 하세가와 교수의 잔소리를 들을께 뻔하다.
"똑똑.."
책상에 다가가려 하는데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오세요."
"..오라버니."
아키하가 쟁반에 음료수를 받쳐들고 들어온다. 시키는 순간 입을 다물고 눈을 돌리면서 말한다.
"늦게까지 무슨일이지? 아키하."
"마실것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고마워. 그럼 볼일은 없는거네?"
명백한 축객령이다. 아키하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한다.
"오라버니.. 변하지 말아주세요."
"응? 무슨 소리지? 아키하.."
시키는 차가운 얼굴로 아키하를 바라본다. 이전 같았으면 정 반대였을 것을, 이젠 시키가 훨씬 더 차갑고 냉랭하다. 아키하는 더욱 얼굴을 붉히면서 말한다.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공을 들려여서 말한다.
"제발 변하지 말아주세요. 오라버니. 더 이상 변하신다면.. 결코 오라버니를 만날 수도 잡을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는 입을 다문다. 시키는 천천히 아키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아키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예전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것을 걱정한거야? 걱정하지마. 난 변하지 않았어. 그저 아키하의 기대에 부흥했을 뿐이야.."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말한다. 약간은 슬픔이 가미된 목소리로 최대한 상냥하게 말이다.
"나 여지껏 모두에게 받아오기만 했어. 5년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없어지니까. 너무 아프더라고. 받아오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그래서.. 남은 사람들에게는 주고 싶었어. 그래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거고.. 걱정을 해줘서 고마워. 아키하.. 하지만, 이젠 주고 싶어. 내가 다른사람들에게.."
아키하는 고개를 끄덕인다. 결코 시키는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었다. 그는 강해져 가고 있을 뿐이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신의 오라버니로 말이다.
"큭큭! 그런가?"
미루일을 비롯한 모든 악마장 앞에서 그녀는 소리죽여 웃는다. 물론 그렇다고 소리가 안들리는 것도 아니다. 적막의 결계 안에서도 쓸때없는 말을 내 뱉을 수 있는 존재. 그녀는 바로 바알이였다. 악마장들은 그저 그녀의 웃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다.
"아아~ 죄송. 너무 웃겨서. 그 유명했던 폭렬의 마사코가 단 한번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것도 결계 안에서 죽어버렸다는 게 어이가 없군. 타블레티스."
"죄송하지만. 조사한바에 의하면 사실입니다."
타블레티스는 송구하다는 말투와 함께 고개를 숙인다. 바알은 피식거리면서 옆자리에 이블 칼시스타인의 옆구리를 친다. 회의중에도 절대로 장난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두고 인상을 찌푸리는 자는 하나도 없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헤실거리며 웃기만 한다. 바알은 곧 콧등을 긁으면서 말한다.
"이구구.. 미안미안.. 원래 그릇의 성품이 조금 짖궃었나봐?"
"원래 시엘 에레이시아의 성격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요. 바알이시여."
바알이라고 불리우는 시엘의 모습은 화사한 미소를 띄우면서 붉게 변한 눈으로 모두를 둘러본다. 장난기가 가득해보이는 그 두눈에는 사실 강력한 힘과 그리고 권위가 깃들어 있다. 원래의 수녀복이 아닌 매끈하게 몸매를 다 들어내는 검붉은 드레스와 그리고 한셋트인 장갑, 그리고 뾰족구두를 신고 있고 진하지는 않지만 화장을 하고 있는 시엘의 모습은 묘한 위화감과 매력을 뿜는다. 바알은 귀엽게 손을 입가에 대고는 조용히 말한다.
"그거참 별로 편리하지 못하네. 이런 중요한 일에 장난만 치면 안돼는 거잖아?"
"여기에서 결코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장난이라고 의식하는 악마는 없습니다. 위대한 악마의 관리자 바알이시여."
바알은 씨익 웃으면서 타블레티스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착하구나. 타블레티스."
"감사합니다."
"좋아좋아~ 그럼 오늘 결정된 사안을 그대로 실행에 옮겨. 아 이 몸도 의외로 피곤하게 한다니까."
바알은 기지개를 펴며 회의장에서 걸어나간다. 곧 결계가 풀어지고 미루일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한다.
"많이 귀여워 지셨는걸? 바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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