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월[靑月] 그리고 Ground ZER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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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잊어가는 거야. 그런거라고.."
미사엘에게 기대며 말해본다. 그러나 미사엘은..
"아픔은 잊는것이 아니야. 그걸 극복하는 것이지."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소설 사제 中 'Agony'-
진월담 월희 O.S.T.2 -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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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신을 차리자 햇살이 창문을 넘나들고 있다. 통증은 많이 호전되었지만, 행동을 요구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햇살을 쬐고 싶어서 창가옆의 의자로 다가간다. 곧 몸을 의자에 얹어놓자 의자는 작은 비명을 지르고는 편안하게 흔들거린다. 따스한 햇살이 몸을 비춰주자 다시한번 의식을 놓아준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좋은 듯이..
얼마나 정신을 또 잃고 있던 것일까? 벌써 햇살은 하늘 꼭대기에 매달려 있다. 천천히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식탁에는 빵이 놓여있다. 아직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빵을 집어들고는 그대로 깨물어 먹는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혀와 함게 소용돌이 치며 목을 타고 넘어간다. 어느샌가 우유를 꺼내어 마시고 있다. 고소한 내음과 부드러운 느낌이 목을 감싸준다. 오랫만에 먹어보는 식사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그다지 할일이 없다. 증오를 부추기는 달빛도 없고, 그저 평화로운 오후이다. 그러나 몸은 이미 한계의 상황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의식을 공격한다. 또 다시 의식을 놓치고 만다.
"으음.. 아?"
다시 일어 나자 햇살이 반겨준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그대로 쓰러져 있던 것인가? 몸은 여전히 비명을 지른다. 상처에서는 열이 심하게 난다. 몸이 뜨겁다.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달빛이 다시 그리워진다. 왜지? 아직 밤도 아닌데.. 어째서 달이 그리워 지는 것일까? 증오가 마음속에 차오른다. 아직 햇살이 가득한 한가로운 오후인데도.. 몸의 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도 마음의 열기가 나의 몸을 일으킨다. 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숨죽이고 있다. 나의 증오를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듯이..
"으으.. 아파.. 아파.."
왜 아프다고 하는 것일까? 뒤죽박죽인 기억이 마음대로 눈앞에서 재생된다. 밤의 거리에서 나는 누군가를 죽이고 있다. 그리고는 그런 나 자신을 또 내가 와서 공격한다. 누군가를 죽이고 있던나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그걸 막는 나를 공격한다. 엄청난 열기가 느껴진다. 어느새 두명의 나는 사라지고 없다. 무엇일까? 무엇을 보여주는거야? 어떤 의미로? 나는 어질어질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생각을 하려한다. 하지만 몸은 이미 바닥에 거칠게 쓰러져 있다.
"..여긴?"
"아! 정신을 차렸습니다. 선생님."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의사의 질문에 환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는 차트를 넘기면서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가식적인 표정이 아닌 진짜로 심각한 표정이다.
"너무 무리하게 몸을 사용하시는군요. 쉽게 말하자면 몸에 나있는 상처만 해도 벌써 40군데를 넘었습니다. 갈비뼈는 모두 골절, 그리고 상처의 치료가 늦어지면서 염증이 일어났습니다. 몸이 뜨거우시죠?"
"네."
"앞으로 몇달간은 요양하셔야 할껍니다. 이건 의사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지만, 이정도로 다치시고 살아계신게 정말 기적이군요."
그말을 마치고는 의사는 병실문을 열고 나간다. 간호사는 싱긋 웃으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죄송해요. 하지만 이시카와 선생님은 조금 엄하시거든요. 그리고 절대로 무리하지마세요. 돈은 나중에 내셔도 되니까요."
"어째서 내가 병원에.."
환자가 물어보자 간호사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옆집의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이리로 모셔왔어요."
"그랬던가요.."
간호사는 이내에 몇가지 주의사항을 말하고는 나갔다. 환자는 그저 멍하니 밖을 바라볼 뿐이다.
"좀 정상적인 자세로 걸어요. 세븐."
"에에.. 뮤리엘? 너무하는거 아냐?"
"당신 지금의 모습이 4발로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만."
오랫만에 거리로 나온 뮤리엘은 세븐의 걷는 자세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귀여운 소년으로 보이는 세븐이 평소대로 4발로 걷자 이를 뮤리엘은 반 강제로 2발로 걷기 교육을 시키는 중이다. 넥타이를 하지않은 하얀 셔츠와 연한 갈색 면바지를 입은 뮤리엘과 역시 같은 흰색의 면티에 청바지를 입은 세븐은 다정한 형제처럼 보인다. 특히 안경을 끼고 진실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뮤리엘은 차가운 학자의 기운과 듬직한 형의 느낌이 동시에 흘러나와 기묘한 조합을 만든다. 세븐 역시 귀여운 얼굴과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주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런데 뮤리엘.."
"왜 그러시죠? 세븐?"
"그러고 보니 너 시엘 닮았다."
"..닥치고 일어서시죠."
"에에.. 똑같다! 똑같다!"
"..죽입니다."
뮤리엘은 빠른 몸동작으로 세븐의 옆구리를 가격하려 했지만, 세븐은 뮤리엘의 무릎을 발판삼아 뒤로 슬며시 도약하여 뮤리엘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뮤리엘은~ 시엘이랑~ 똑같데요~ 똑같데요~"
"으그극! 죽여버리겠습니다! 당신이란 존재는!"
물론 주위의 시선으로 따지면 무척이나 유치하면서도 다정한 형제사이 얐지만, 둘만의 사이에서는 따스한 살기가 오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세븐이 정상적으로 걸어다닐 때쯤에 교회에서 이상한 보고서가 날아왔다..
"금발의 악마가 나타났다구?"
뮤리엘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세븐을 바라본다. 세븐은 보고서를 들고서는 싱글싱글 웃고 있다. 뮤리엘로서는 청월의 파괴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보고서를 낚아채듯이 받아든 뮤리엘은 꼼꼼히 읽기 시작한다. 금발의 악마가 등장한 시기는 길어봐야 3달전부터이다. 하지만 악마로서 치부하기에는 조금 의문점이 많다. 일단은 살인의 행위는 없고, 다만 가끔씩 청월의 주민을 심판하는 사제들 앞에 나타나서는 훼방을 놓고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다. 뮤리엘은 보고서를 다시한번 읽어본 뒤에 세븐에게 보고서를 던지며 말한다.
"오늘밤은 출동이다. 세븐."
"역시.. 가는거야? 금발의 악마를 해치우러?"
"글쎄? 아무튼 가봐야지.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뮤리엘은 흐트러진 사제복을 다시 똑바로 고쳐입고는 천천히 문을 열고 나간다. 세븐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어느샌가 뮤리엘의 오른 팔에는 묵직한 제 7성전이 들려있을 뿐이다.
"타블레티스?"
"왜 그러시죠? 클러스터 썬더."
타블레티스의 대답에 클러스터는 와인잔을 들어올리더니 타블레티스에게 건내준다. 그리고는 그 잔에 붉은 와인을 따르면서 말한다.
"아무래도 말야. 이번일은 위험해."
"바알님께서 직접 지휘하신다고 하였습니다."
타블레티스는 차갑게 잘라 말한다. 하지만 클러스터 썬더는 그 허스키한 음성으로 웃으면서 와인을 한모금 음미하더니 곧 다시 말한다.
"글쎄.. 바알님께서 지휘하신다고 해도 왠지모를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악마의 관리자의 말씀을?"
타블레티스의 초승달과 같은 눈썹이 살며시 일그러진다. 클러스터는 손사래를 치면서 껄껄 웃는다. 마치 인상좋은 옆집아저씨와 같은 웃음을 짓던 클러스터 썬더는 곧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13황의 봉인이 풀려나고 있어."
"그.. 무슨!?"
"법왕청 녀석들의 짓거리지. 그들은 이미 13황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그들은 골칫거리인 광월 보다는 우리 청월쪽이 한결 수월하다고 느낀 것이겠지. 13황이 나타난다면 루시퍼님이 나타나지 않으시는 이상은 청월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되니깐 말야."
클러스터 썬더의 말에 타블레티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타블레티스의 모습이다. 클러스터 썬더는 지긋이 웃으며 그런 타블레티스를 관찰한다. 순간 유리잔을 깨는듯하면서도 침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샌가 별빛마저도 사라질 듯한 어둠이 한구석에서 나타난다. 광암의 악마장 디아블로가 그 노란 안광과 날카로운 이빨들을 보이면서 말한다.
"웃.기.는.군.누.가.1.3.황.들.따.위.가.무.섭.다.는.것.인.가."
"아니야~ 아니야~ 우리 6악마장들도 무척이나 강하지. 하지만 그들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고. 그들은.. 아 그래! 쉽게 말하자면 선대 악마장들이니까.. 아무래도 청월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고.."
"큭.큭.큭.겁.이.나.는.가.클.러.스.터.썬.더."
"체~ 그래 나는 동네북이다. 겁난다~ 겁나~"
클러스터는 그렇게 말하고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방을 나간다. 타블레티스는 조용히 디아블로를 보며 말한다.
"아무래도.. 바알님게 보고해야 겠군요."
"아.냐.그.분.은.이.미.알.고.계.셔.그.러.면.서.도.계.획.을.추.진.하.신.것.이.다."
"..그렇군.. 요."
타블레티스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본다. 디아블로는 그런 창가를 물그러미 바라보다가 이내에 사라져버린다. 한편 미루일은 회의실 아랫층에서 알과 함께 체스를 두고 있다. 의외로 미루일은 알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루일은 심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체스판을 요리조리 뜯어본다. 하지만 그다지 승산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알은 그만의 무표정으로 체스판과 미루일을 번갈아 쳐다본다. 미루일은 끝내에 손을 모으고는 불쌍한 표정으로 알에게 말한다.
"봐줘!"
"안됩니다. 미루일님. 악마장답게 인정하십시요."
"으윽! 이봐? 난 악마장인데 내 체면을 이리도 깎아도 되는거니?"
"적어도 승패를 인정할 줄 아신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큭! 말이 안통하는군."
미루일이 소파에 등을 기대고 포기하려는 순간 이블 칼시스타인 나타났다. 곧 미루일을 발견하고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다가온다. 그러다가 문득 체스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미루일을 보면서 피식 웃는다.
"여전하시네요. 미루일님은.."
"끄응! 역시 나는 실전체질이야. 이런거 잘하면 뭘해!"
미루일은 체스판을 보기싫은 듯이 고개를 뒤로 젖히자 이블 칼시스타인은 말을 하나 옮긴다. 그러자 알의 눈동자가 꿈틀거린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그의 시원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말한다.
"체크메이트. 알"
"큭! 역시나 이블 칼시스타인님이시군요."
미루일은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으로 판세가 뒤바뀐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블 칼시스슈타인을 보고서는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한다.
"잘했어! 슈르트!"
그리고 5분뒤.. 다시 미루일의 한탄이 터져나온다.
"체크메이크입니다. 미루일님."
"컥!?"
물론 그의 옆의 이블 칼시스타인의 입에서도 같은 한숨소리가 세어나온다.
"계획은 그다지 차질이 없군요?"
그 말에 타블레티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데스트로이어 크로우만이 현재 청월에서 행동을 하고 있다. 나머지 악마장들은 모두 이곳에서 가만히 상태를 지켜볼 뿐이다. 모두들 때를 기다리는 듯이 갈수록 난폭해져가는 마기들을 억누르고 있다. 아마도 이만한 마기들을 한번에 폭사시킨다면 빙화의 상태가 될것이다. 바로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알은 고개를 저으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아냐아냐~ 더 좋은 것이 있다고."
바알은 그 말을 마친후에 타블레티스를 향해서 말한다.
"고통이 있으면 반드시 복수가 있는법. 그것이 악마의 방식이지. 안 그래?"
미사엘에게 기대며 말해본다. 그러나 미사엘은..
"아픔은 잊는것이 아니야. 그걸 극복하는 것이지."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소설 사제 中 'Agony'-
진월담 월희 O.S.T.2 -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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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신을 차리자 햇살이 창문을 넘나들고 있다. 통증은 많이 호전되었지만, 행동을 요구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햇살을 쬐고 싶어서 창가옆의 의자로 다가간다. 곧 몸을 의자에 얹어놓자 의자는 작은 비명을 지르고는 편안하게 흔들거린다. 따스한 햇살이 몸을 비춰주자 다시한번 의식을 놓아준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좋은 듯이..
얼마나 정신을 또 잃고 있던 것일까? 벌써 햇살은 하늘 꼭대기에 매달려 있다. 천천히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식탁에는 빵이 놓여있다. 아직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빵을 집어들고는 그대로 깨물어 먹는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혀와 함게 소용돌이 치며 목을 타고 넘어간다. 어느샌가 우유를 꺼내어 마시고 있다. 고소한 내음과 부드러운 느낌이 목을 감싸준다. 오랫만에 먹어보는 식사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그다지 할일이 없다. 증오를 부추기는 달빛도 없고, 그저 평화로운 오후이다. 그러나 몸은 이미 한계의 상황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의식을 공격한다. 또 다시 의식을 놓치고 만다.
"으음.. 아?"
다시 일어 나자 햇살이 반겨준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그대로 쓰러져 있던 것인가? 몸은 여전히 비명을 지른다. 상처에서는 열이 심하게 난다. 몸이 뜨겁다.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달빛이 다시 그리워진다. 왜지? 아직 밤도 아닌데.. 어째서 달이 그리워 지는 것일까? 증오가 마음속에 차오른다. 아직 햇살이 가득한 한가로운 오후인데도.. 몸의 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도 마음의 열기가 나의 몸을 일으킨다. 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숨죽이고 있다. 나의 증오를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듯이..
"으으.. 아파.. 아파.."
왜 아프다고 하는 것일까? 뒤죽박죽인 기억이 마음대로 눈앞에서 재생된다. 밤의 거리에서 나는 누군가를 죽이고 있다. 그리고는 그런 나 자신을 또 내가 와서 공격한다. 누군가를 죽이고 있던나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그걸 막는 나를 공격한다. 엄청난 열기가 느껴진다. 어느새 두명의 나는 사라지고 없다. 무엇일까? 무엇을 보여주는거야? 어떤 의미로? 나는 어질어질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생각을 하려한다. 하지만 몸은 이미 바닥에 거칠게 쓰러져 있다.
"..여긴?"
"아! 정신을 차렸습니다. 선생님."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의사의 질문에 환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는 차트를 넘기면서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가식적인 표정이 아닌 진짜로 심각한 표정이다.
"너무 무리하게 몸을 사용하시는군요. 쉽게 말하자면 몸에 나있는 상처만 해도 벌써 40군데를 넘었습니다. 갈비뼈는 모두 골절, 그리고 상처의 치료가 늦어지면서 염증이 일어났습니다. 몸이 뜨거우시죠?"
"네."
"앞으로 몇달간은 요양하셔야 할껍니다. 이건 의사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지만, 이정도로 다치시고 살아계신게 정말 기적이군요."
그말을 마치고는 의사는 병실문을 열고 나간다. 간호사는 싱긋 웃으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죄송해요. 하지만 이시카와 선생님은 조금 엄하시거든요. 그리고 절대로 무리하지마세요. 돈은 나중에 내셔도 되니까요."
"어째서 내가 병원에.."
환자가 물어보자 간호사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옆집의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이리로 모셔왔어요."
"그랬던가요.."
간호사는 이내에 몇가지 주의사항을 말하고는 나갔다. 환자는 그저 멍하니 밖을 바라볼 뿐이다.
"좀 정상적인 자세로 걸어요. 세븐."
"에에.. 뮤리엘? 너무하는거 아냐?"
"당신 지금의 모습이 4발로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만."
오랫만에 거리로 나온 뮤리엘은 세븐의 걷는 자세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귀여운 소년으로 보이는 세븐이 평소대로 4발로 걷자 이를 뮤리엘은 반 강제로 2발로 걷기 교육을 시키는 중이다. 넥타이를 하지않은 하얀 셔츠와 연한 갈색 면바지를 입은 뮤리엘과 역시 같은 흰색의 면티에 청바지를 입은 세븐은 다정한 형제처럼 보인다. 특히 안경을 끼고 진실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뮤리엘은 차가운 학자의 기운과 듬직한 형의 느낌이 동시에 흘러나와 기묘한 조합을 만든다. 세븐 역시 귀여운 얼굴과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주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런데 뮤리엘.."
"왜 그러시죠? 세븐?"
"그러고 보니 너 시엘 닮았다."
"..닥치고 일어서시죠."
"에에.. 똑같다! 똑같다!"
"..죽입니다."
뮤리엘은 빠른 몸동작으로 세븐의 옆구리를 가격하려 했지만, 세븐은 뮤리엘의 무릎을 발판삼아 뒤로 슬며시 도약하여 뮤리엘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뮤리엘은~ 시엘이랑~ 똑같데요~ 똑같데요~"
"으그극! 죽여버리겠습니다! 당신이란 존재는!"
물론 주위의 시선으로 따지면 무척이나 유치하면서도 다정한 형제사이 얐지만, 둘만의 사이에서는 따스한 살기가 오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세븐이 정상적으로 걸어다닐 때쯤에 교회에서 이상한 보고서가 날아왔다..
"금발의 악마가 나타났다구?"
뮤리엘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세븐을 바라본다. 세븐은 보고서를 들고서는 싱글싱글 웃고 있다. 뮤리엘로서는 청월의 파괴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보고서를 낚아채듯이 받아든 뮤리엘은 꼼꼼히 읽기 시작한다. 금발의 악마가 등장한 시기는 길어봐야 3달전부터이다. 하지만 악마로서 치부하기에는 조금 의문점이 많다. 일단은 살인의 행위는 없고, 다만 가끔씩 청월의 주민을 심판하는 사제들 앞에 나타나서는 훼방을 놓고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다. 뮤리엘은 보고서를 다시한번 읽어본 뒤에 세븐에게 보고서를 던지며 말한다.
"오늘밤은 출동이다. 세븐."
"역시.. 가는거야? 금발의 악마를 해치우러?"
"글쎄? 아무튼 가봐야지.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뮤리엘은 흐트러진 사제복을 다시 똑바로 고쳐입고는 천천히 문을 열고 나간다. 세븐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어느샌가 뮤리엘의 오른 팔에는 묵직한 제 7성전이 들려있을 뿐이다.
"타블레티스?"
"왜 그러시죠? 클러스터 썬더."
타블레티스의 대답에 클러스터는 와인잔을 들어올리더니 타블레티스에게 건내준다. 그리고는 그 잔에 붉은 와인을 따르면서 말한다.
"아무래도 말야. 이번일은 위험해."
"바알님께서 직접 지휘하신다고 하였습니다."
타블레티스는 차갑게 잘라 말한다. 하지만 클러스터 썬더는 그 허스키한 음성으로 웃으면서 와인을 한모금 음미하더니 곧 다시 말한다.
"글쎄.. 바알님께서 지휘하신다고 해도 왠지모를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악마의 관리자의 말씀을?"
타블레티스의 초승달과 같은 눈썹이 살며시 일그러진다. 클러스터는 손사래를 치면서 껄껄 웃는다. 마치 인상좋은 옆집아저씨와 같은 웃음을 짓던 클러스터 썬더는 곧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13황의 봉인이 풀려나고 있어."
"그.. 무슨!?"
"법왕청 녀석들의 짓거리지. 그들은 이미 13황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그들은 골칫거리인 광월 보다는 우리 청월쪽이 한결 수월하다고 느낀 것이겠지. 13황이 나타난다면 루시퍼님이 나타나지 않으시는 이상은 청월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되니깐 말야."
클러스터 썬더의 말에 타블레티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타블레티스의 모습이다. 클러스터 썬더는 지긋이 웃으며 그런 타블레티스를 관찰한다. 순간 유리잔을 깨는듯하면서도 침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샌가 별빛마저도 사라질 듯한 어둠이 한구석에서 나타난다. 광암의 악마장 디아블로가 그 노란 안광과 날카로운 이빨들을 보이면서 말한다.
"웃.기.는.군.누.가.1.3.황.들.따.위.가.무.섭.다.는.것.인.가."
"아니야~ 아니야~ 우리 6악마장들도 무척이나 강하지. 하지만 그들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고. 그들은.. 아 그래! 쉽게 말하자면 선대 악마장들이니까.. 아무래도 청월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고.."
"큭.큭.큭.겁.이.나.는.가.클.러.스.터.썬.더."
"체~ 그래 나는 동네북이다. 겁난다~ 겁나~"
클러스터는 그렇게 말하고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방을 나간다. 타블레티스는 조용히 디아블로를 보며 말한다.
"아무래도.. 바알님게 보고해야 겠군요."
"아.냐.그.분.은.이.미.알.고.계.셔.그.러.면.서.도.계.획.을.추.진.하.신.것.이.다."
"..그렇군.. 요."
타블레티스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본다. 디아블로는 그런 창가를 물그러미 바라보다가 이내에 사라져버린다. 한편 미루일은 회의실 아랫층에서 알과 함께 체스를 두고 있다. 의외로 미루일은 알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루일은 심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체스판을 요리조리 뜯어본다. 하지만 그다지 승산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알은 그만의 무표정으로 체스판과 미루일을 번갈아 쳐다본다. 미루일은 끝내에 손을 모으고는 불쌍한 표정으로 알에게 말한다.
"봐줘!"
"안됩니다. 미루일님. 악마장답게 인정하십시요."
"으윽! 이봐? 난 악마장인데 내 체면을 이리도 깎아도 되는거니?"
"적어도 승패를 인정할 줄 아신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큭! 말이 안통하는군."
미루일이 소파에 등을 기대고 포기하려는 순간 이블 칼시스타인 나타났다. 곧 미루일을 발견하고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다가온다. 그러다가 문득 체스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미루일을 보면서 피식 웃는다.
"여전하시네요. 미루일님은.."
"끄응! 역시 나는 실전체질이야. 이런거 잘하면 뭘해!"
미루일은 체스판을 보기싫은 듯이 고개를 뒤로 젖히자 이블 칼시스타인은 말을 하나 옮긴다. 그러자 알의 눈동자가 꿈틀거린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그의 시원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말한다.
"체크메이트. 알"
"큭! 역시나 이블 칼시스타인님이시군요."
미루일은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으로 판세가 뒤바뀐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블 칼시스슈타인을 보고서는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한다.
"잘했어! 슈르트!"
그리고 5분뒤.. 다시 미루일의 한탄이 터져나온다.
"체크메이크입니다. 미루일님."
"컥!?"
물론 그의 옆의 이블 칼시스타인의 입에서도 같은 한숨소리가 세어나온다.
"계획은 그다지 차질이 없군요?"
그 말에 타블레티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데스트로이어 크로우만이 현재 청월에서 행동을 하고 있다. 나머지 악마장들은 모두 이곳에서 가만히 상태를 지켜볼 뿐이다. 모두들 때를 기다리는 듯이 갈수록 난폭해져가는 마기들을 억누르고 있다. 아마도 이만한 마기들을 한번에 폭사시킨다면 빙화의 상태가 될것이다. 바로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알은 고개를 저으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아냐아냐~ 더 좋은 것이 있다고."
바알은 그 말을 마친후에 타블레티스를 향해서 말한다.
"고통이 있으면 반드시 복수가 있는법. 그것이 악마의 방식이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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