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knight - prologue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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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98% 완성시켜 놨는데 무지하게 길어서 일단은 반만 올리겠습니다.
하편은 조금 더 수정시킨 다음 빠른 시일내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길어 일부러 띄엄띄엄 쓰지 않아 보시는데 에러가 조금은(사실 많이 -_-;) 있습니다.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길.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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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칠흑으로 빠져버린 어두운 밤. 숨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깊은 숲속. 한 사내가 피로 물든 대지위에 서있었다. 그의 주위는 온통 피투성이 시체 뿐이었다. 머리가 달아난 시체, 상반신만 남아있는 시체, 사지가 절단난 시체까지…. 모든 시체가 검에 당한 듯 잘린면이 깨끗했다. 사내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이들을 바라보며 검집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스르릉. 청명한 소리가 숲속으로 울려 퍼졌다. 곧 이어 사내의 검에 푸르스름한 빛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돼 검신 전체가 푸른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모자란 듯 빛은 검의 길이 보다 길어지며 위로 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검이 내는 빛에 어두웠던 주위가 삽시간에 환해졌다. 검의 주인은 검은 머리에 꽤나 잘생긴 외모를 가진 젊은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범상치 않은 기운은 그가 타인과는 틀리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위가 환해지자 사내의 뒤에 있던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 위엔 갸냘픈 그림자가 숨어서 아래있는 사내를 지켜보고 있었다.
"케이. 위험해요 이제 그만 숨어요."
귀에다 대고 말해야 들릴 법한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놀랍게도 케이라는 사내는 그 소리가 들렸는지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뒤 검을 움켜쥔체 묵묵부답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답답함을 느꼇는지 나무위에 있던 그림자가 계속해서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검만 움켜잡고 있었다. 스르륵. 나무위에 있던 그림자가 내려왔다. 뒤로 땋은 갈색 머리에 새하얀 우유빛 피부, 파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였는데 더듬이처럼 나와있는 여섯가닥의 앞머리가 인상적이였다. 그녀가 다가오자 케이는 입을 열었다.
"그레이스 왕녀 님 위에 숨어 계세요. 지금 이곳엔 왕녀 님을 노리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이미 케이가 다 처리 했잖아요?"
"아닙니다. 아직…"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란 화살 두발이 그레이스 왕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케이는 재빨리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왕녀에게 날아들던 화살은 임무를 마치지 못한 체 중간 부분히 깨끗히 절단나 바닥을 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숨 돌릴틈 없이, 케이라는 사내는 화살이 날아든 방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나간 푸른 빛이 어두운 숲속을 파고들었다. 이어서 들려오는 살벌한 파육음과 함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케이는 검을 꽉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제말이 맞죠? 어서 위에 숨어 계세요"
"아, 알았어요"
그렇게 그녀가 다시 나무위로 올라가려고 할때 다시 수많은 화살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케이는 놀라운 몸 놀림으로 그레이스의 앞에 멈춰 날아오던 화살을 전부다 튕겨 내버렸다. 하지만 왕녀의 안전을 지키느라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던 화살을 눈치채지 못했다. 푹. 한발의 화살이 그의 왼쪽 허벅지 살속을 파고 들었다. 그는 그 와중에도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또 다시 숲속을 날아간 푸른 빛에 그 속에 숨어 화살을 쏜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다. 케이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화살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쉼없이 흘러나왔다.
"크읏…"
"케, 케이! 괜찮아요?"
"제 걱정 마시고 그 위에 꼼작말고 계세요!"
그때였다. 어두운 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림자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케이의 이마에서 한줄기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하나, 둘, 셋… 궁수 두명까지 포함해 전부 여덟… 그것도 다섯명은 나와 같은 소드 마스터(sword master)군. 큰일이야'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겐가?"
"다, 당신은 트로이 공작!!!"
케이의 두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졌다. 그의 눈앞에 서있는 약간 통통한 체격의 중년인은 베텔리아 트로이 공작. 그는 케이가 속해있는 베르니아 왕국에서 왕보다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가진 명실상부 베르니아 최고의 권력자였다.
"뭘 그리 놀라는 거지?"
케이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은 트로이 공작. 그의 배경은 이러했다.
베르니아 왕국은 200여년 밖에 안돼는 아주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래도 그곳은 테라마스 대륙에서 살기 좋기로 손꼽히는 왕국이였다. 어진 왕 아래 백성들은 편안한 생활을 하였으며, 귀족들 또한 왕에게 충성을 다하였다. 그중에서도 베텔리아 가문은 성심성의를 다하여 왕에게 충성을 하였고, 왕 또한 그들을 믿고 있었다. 어찌나 그들을 믿었으면 왕은 왕국의 중요 직책 대부분을 베텔리아가 사람들에게 맞겼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 된 선택이었다. 시간이 지나 벨테리아가 사람들이 발휘 할 수 있는 힘이 점점 커지자 그들은 왕족이 되겠다는 자신들의 음모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위 귀족들을 조금씩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국회에서 자신들의 발언권을 높였으며, 국정에 대한 간섭을 높이며 왕권을 점점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왕가를 호위하는 근위 기사단에 맞서기 위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사단을 만들어 기사를 키워냈다. 그 결과 오래지 않아 베텔리아가는 왕국의 정권을 대부분 장악하며 왕국의 새로운 왕족이 되겠다는 꿈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고, 암흑전쟁이 터지자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왕국 내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이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본 케이는 소리쳤다.
"어째서? 왜 당신이 배반을 하려는 것이오? 이미 당신의 힘은 국왕 폐하보다 강하지 않소? 그런데 어찌하여…"
"뭘 모르는군. 현재 내가 가진 힘이 왕권보다 강할진 몰라도 백성들은 나를 왕으로 봐주지 않아. 그래서 난 언제나 왕가를 몰락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지… 헌데 시기 적절하게 마계에서 온 마왕 녀석이 전쟁을 일으켰지. 덕분에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거야"
"이런 어리석은! 지금 당장 뛰어난 기사들을 투입시켜 어둠의 군대와 전쟁을 치뤄도 모자란 판에 그런 이유로 배신을 하다니!!"
"멍청한 놈. 그래서 시기가 적절하다고 하지 않았나? 어둠의 군대와 전쟁으로 인해 전장에 투입된 기사중 내 심복 몇몇을 빼내어 역습을 꿰한다. 큭큭… 이미 50명 정도의 기사들이 내 수중에 있다. 이 정도면 너희 근위 기사단에 무리 없이 맞설 수 있지"
꾸욱. 케이는 있는 힘껏 검을 움켜쥐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행동이었다. 그의 행동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던 트로이 공작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의 배경은 익히들어 알고있지. 22살의 젊은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라…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인재로군. 여기서 죽기엔 네 존재가 너무 아깝다. 나에게 와라 그러면 창창한 앞날이 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배신자 따위에게 붙을 생각은 없다. 죽을때까지 왕녀 님을 호위하겠다."
"쯧… 너라면 분명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까지 오를 수 있을 터… 너 정도 재능을 가진 자가 나에게 온다면 머지않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Grand sword master).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수련 기사생들 부터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소드 엑스퍼드급 이상의 기사들. 즉 모든 기사들이 꿈꾸는 꿈의 경지.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선 뼈를 깍는 노력과 함께 하늘이 내린 재능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인재가 태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었으며 천 이백년 동안 단 스무명의 사람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케이는 꿈의 경지라고 불리어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젊은 나이에 올라 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흥… 당신을 따라면 그 이름이 따라온다고? 웃기지마. 그랜드 소드 마스터란 이름은 거저 얻을 수 있는게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다해도 뼈를 깍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어림없는 일이다."
"바로 그거다. 여기서 나를 따라가 부단히 노력하면 너는 명예로운 이름을 거머 쥘 수 있다. 모든 경제적 부담은 내가 해결해주지 너는 그냥 열심히 수련하기만 하면된다. 혹, 너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을 수도…"
"미안해서 어쩌지? 아까 말했 듯이 난 배신자를 따라갈 생각이 없다. 내가 살아남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될 확률이 있다해도, 그 이상을 갈 수 있다해도 난 그것을 포기하고 끝까지 왕녀님을 지키다 죽을 것이다."
"케, 케이…"
나무위에서 들려 온 케이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왕녀인 그레이스가 그의 충성에 감복하여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소리였다. 트로이 공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케이의 뒤에 서있는 나무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너희 근위 기사단은 아주 외곬수적인 녀석들만 모여있어… 부와 명예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로지 왕가를 위해 충성하다니…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내것이 될 수 없다면 여기서 싹을 잘라버리는 수밖에."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다섯명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케이를 둘러쌓다. 상대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케이. 하나 같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게다가 실력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 뛰어난 재능을 가진 케이였지만 오랫동안 수련을 쌓아온 경험 많은 기사들과 싸운다면 자신이 패할 것이 분명했다.
'큰일이야. 이들은 소드 마스터 중급 또는 상급의 실력을 가진 자들. 일대 일로 붙어 싸운다 해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다섯명이나 붙어있으니…'
그러나 길게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은 어떻게 되더라도 좋으니 일단 왕녀만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했다. 케이는 다시 한번 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곧 이어 푸른 빛에 물들어 버린 검. 그것도 모잘라 검을 넘어 뻗어나오는 푸른 빛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 끌어 올릴 수 있는 완벽한 오러 블레이드였다. 하지만 그의 상대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소드 마스터. 케이가 완벽하게 구사하는 오러를 그들 역시 완벽히 구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경험면에서 케이를 앞서고 있었다. 그들 중 제일 앞에 있던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기사가 그에게 입을 열었다.
"놀랍군. 그 젊은 나이에 마스터에 오르다니… 같은 편이었다면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대가 공작 폐하를 모시지 않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군… 우리가 다 덤빈다해도 이해하게 공작 폐하의 명령은 절대적이 거든."
스르릉. 맑고 날카로운 소리. 중년의 기사가 검을 빼들자 뒤에 있던 기사들도 일제히 검을 빼들어 마나를 불어 넣었다. 어둡던 숲속은 그들의 검이 내는 빛에 대낮처럼 밝아졌고 케이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검을 움켜잡고 그들에게 달려나갔다. 촹! 마나가 깃든 검과 검이 맹렬한 속도로 부딪히자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새파란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
털썩. 케이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졌다. 그의 주위엔 푸른 빛을 발산하는 검을 들고 서있는 기사들이 있었다.
"단신으로 여기 까지 버티다니… 굉장하군…. 그러나 불운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운명을 달리하게 되었군."
케이는 오랜 시간 그들과 사투를 벌였다. 젊은 나이였지만 그에게 내려진 재능은 특별했고, 거기다 피나는 수련 덕분에 그는 왠만한 소드 마스터보다 강한 실력을 갖고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들에게 케이와 같은 재능은 없었지만 그보다 풍부한 경험과 일대 다수라는 상황에 의해 그들은 케이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의 몸 곳곳에 새겨진 깊은 상처에서 피가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극심한 고통과 과다 출혈로 인해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케이. 하지만 그의 걱정은 자신의 몸이 아닌 왕녀 그레이스의 안위였다.
'나는 어떻게 되던 상관없다. 전투 중에 달아나신 왕녀님이 제발 무사해야 할텐데…'
한편 케이가 걱정하는 그레이스는 정신없이 숲속을 달려나가고 있었다. 뻗어나온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햘퀴고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그녀는 다시 일어나 달리고 또 달렸다. 그녀가 멈춰선 것은 숲속에 있는 작은 개울가를 발견하고 서였다. 그녀는 마른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른 뒤 덤블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아직도 따라오려나? 그나저나 케이는 무사 할까?"
사실 그레이스는 달아날 생각이 없었다. 외동 딸이어서 그런지 평소엔 버릇 없는 말광량이 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녀의 속내는 남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심성 고운 여인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이 많았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직접 자신을 호위해 주는 케이한텐 그 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반란으로 인해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죽고, 믿을 수 있는 케이마저 위기에 처한 상황… 그녀는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적들과 맞서 싸우는 케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접어버렸다.
"트로이 공작… 당신이 정말 원망스럽군요 아바마마, 어마마마에 이어 케이까지…"
베르니아 왕국은 어둠의 군대와 전쟁으로 인해 내부에서 일어난 트로이 공작의 반란은 막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공작의 편이였고 왕국 제일의 무력집단인 근위 기사단까지 전쟁에 투입되는 바람에 공작이 데리고 있는 50명의 기사들을 막을 병력이 없었던 것이었다.
공작의 바람대로 반란은 성공했고 이제 하나남은 왕족인 그레이스만 죽어주면 반란은 완벽하게 끝나는 것이었다.
트로이 공작은 궁수 두명과 함께 눈에 불을켜고 왕녀를 찾아 헤매이고 있었다.
"쯧… 도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거야? 그 소란중에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숲속에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였다. 밤인데다 수많은 나무와 풀들이 시야를 가렸고, 언제 어느곳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흉폭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숲속의 밤은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인상을 구기며 숲을 휘젖고 다니는 트로이 공작. 그는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궁수 두명에게 화를 토해냈다.
"궁수라는 놈들이 도망가는 계집 하나 쏴 맞추지 못하다니…"
뭐라 할말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수그린체 자신을 따라오는 두 궁사. 트로이는 혀를 몇번 차더니 앞에 보이는 개울가에 멈췄다. 한편 그레이스는 덤불 속에서 트로이 공작과 두 궁사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한 건가? 제발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세 사람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듯 싶었다. 그들이 개울가에 서성이며 주위를 조금 둘러보더니 이내 다른 곳을 향해갔기 때문이다. 그들이 떠나가자 그레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야 날 발견하지 못했나봐... 응? 이게 뭐지?"
손을 땅에 내려놨다가 물컹한게 잡히자 무심결에 그것을 들어올린 그레이스.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려버렸다. 통상적으로 여자는 뱀을 무척 싫어한다. 그것은 그레이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잡아챈 뱀을 보자 세상이 떠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흡"
재빨리 두손으로 입을 막는 그녀. 하지만 한번 흘린말은 절대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것은 무의식중에 터져나온 비명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것을 트로이 공작이 놓칠리 없었다. 그는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을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다! 어서 가자!!"
자신이 숨어있는 곳을 들킨 그레이스는 정신없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뒤에선 두명의 궁사가 활 시위를 당기며 달려오고 있었다. 슈욱. 한발의 활이 잔잔한 대기를 가르며 그레이스가 지나간 바로옆 나무에 꽂혔다. 달리면서 활을 쏴 적을 맞추기란 실로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움직이면서 초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이스를 뒤쫓고 있는 궁수에게 두번의 실수란 용납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놓칠경우 분명 트로이 공작의 엄벌이 내려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들은 사력을 다해 달아나는 왕녀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슈욱. 이번에 날아간 화살은 그레이스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무사했다. 트로이 공작의 엄벌을 생각하며 등골이 오싹해 진 것을 느낀 한명의 궁사가 자리에 멈춰 초점을 맞춘 뒤, 활 시위를 천천히 당기기 시작했다. 슈욱. 먹이감을 향해 돌진하는 맹수처럼 잔잔하던 대기를 찢으며 한발의 화살이 그레이스를 향해 날아갔다. 슥. 화살은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털씩. 자리에 쓰러지는 그녀. 그러자 그녀를 쫓아가던 궁사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붙잡았다.
"꺄악! 이것 놔!! 나는 너희들의 왕인 베르스타인 2세의 딸이자 베르니아 왕국의 왕녀인 그레이스다!!"
그러나 궁수는 그녀의 말에 요지부동.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트로이 공작앞에 내동댕이 쳤다. 공작은 그 모습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흐흐. 왕녀. 이제 당신의 운명도 끝이구료."
"닥쳐라! 이 더러운 배신자! 내 기필코 너를 친히 벌하겠다!!!"
"흐흐흐.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시지. 만약 왕녀 당신이 여기서 살아난다 해도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 다른 왕국에 도움을 요청해도 이미 힘을 잃은 당신의 왕가를 도와줄리 만무하지. 그리고 그전에 당신은 여기서 죽을 것이오."
"더러운놈! 나쁜놈!! 너는 반듯이 하늘의 응징을 받을 것이다!!!"
"그래, 그렇게 욕이라도 먹어야 내가 마음이 편하지. 자 그럼…"
그 무렵 케이는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흘린 피가 너무 많았고, 전신에서 전해지는 아릿한 통증때문에 정신마저 혼미해 가는 상황. 그리고 그 주위엔 다섯명의 뛰어난 기사가 있었다. 그들중 금발을 가지고 나이는 얼핏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사 한명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이상한 밤이군. 이 숲에는 트롤이나 오우거같은 중형 몬스터가 많기로 유명한데 어째서 오늘 밤엔 하나도 보이지 않는거지?"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중년의 기사가 입을 열었다. 그들중 제일 강하게 보였으며 아까 케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자였다.
"왜 그런가? 토시르. 몬스터 사냥이라도 할려고 그랬나?"
"아, 아닙니다."
"확실히 이 숲은 흉폭한 중형 몬스터가 많기로 유명한데. 정말 이상하군 이런 깊은 숲속에 그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니… 뭐 어쨋든 우리로썬 다행이지. 임무 수행을 하는데 지장을 안 받으니까."
그러면서 그는 케이를 바라봤다. 온 몸이 피투성이로 물든 케이. 하지만 살의가 담긴 눈빛 만큼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세상 누구라도 쳐죽이겠다는 빛을 담은 눈으로 중년의 기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케이의 눈빛을 한동안 바라보던 중년의 기사가 입을 열었다.
"정말 안됐군. 차라리 우리편에 붙는다고 했다면 그런 처지엔 놓이지 않았을텐데…"
"....."
"아까운 인재를 하나 잃는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 자네의 생사는 트로이 공작 전하의 결정에 달려있지. 아마 살아남긴 힘들거야. 그분은 자신을 진심으로 받드는 수하라면 끔찍히 아끼는 분이지만 자네처럼 자신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그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숙련된 기사들 답게 다섯명의 기사는 재빨리 전투 태세를 갖추며 자리에서 일어섯다. 각자의 검에 마나를 불어넣는 그들. 하지만 그들은 이내 검에 서린 마나를 거두었다.
"공작 폐하다."
숲에서 나타난 것은 두명의 궁수와 트로이 공작이었다. 공작은 쓰러져 있는 케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들 맡은바 소임을 확실히 완수했군. 수고했다. 이제 베르니아 왕국은 내게로 넘어왔다."
두근!! 그 소리를 들은 케이의 가슴속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마치 피가 역류하고 뜨거운 무엇인가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였다.
"트로이 공작!!! 왕녀님을 어떻게 한 것이냐!!!!!!!"
격분하는 케이를 바라본 공작은 피가 묻은 단검 한자루를 그의 앞에 던지며 입을 열었다.
"내가 처리해 드렸지. 마지막 왕족이였던 만큼 깨끗히 처리해 드렸다. 시신은 그곳에 묻었다."
뿌드득. 이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르르 떠는 케이의 주먹에서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케이는 그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버서커에 빠진 광전사 처럼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눈에선 엄청난 살의를 내뿜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지금 케이의 눈빛이 그러했다.
"으아악!!!! 망할 자식!!! 죽여버리겠다!!!!!"
그는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킨 뒤 검을 움켜잡았다. 그러자 트로이 공작의 눈빛을 받은 한명의 기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촤악. 소름끼치를 파육음과 함께 케이는 다시 자리에 쓰러졌다. 트로이 공작은 쓰러진 케이의 앞에 다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온 세상을 태워버릴 듯한 분노가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분명 케이는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할 힘이 남아 있었다면 트로이 공작을 죽이는데 썻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겐 그런 힘조차 남아 있지 못했다. 공작은 그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단한 눈빛이야. 만약 드래곤이 날 그런식으로 쏘아보았다면 분명 난 죽었겠지. 하지만 너는 드래곤도 아닐 뿐더러 이제 개미 새끼 한마리조차 죽일 힘이 남아있지 않지."
트로이 공작은 옆에 서있던 기사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러자 기사는 자신이 들고있던 검을 공작에게 공손히 넘겨주었다. 공작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케이에게 입을 열었다.
"잘가라. 저 세상에 가면 그레이스 왕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공작은 있는 힘껏 팔에 힘을 실었다. 곧 이어 그가 들고 있는 검이 케이의 목덜미로 향하려던 찰나, 갑자기 엄청난 울부 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콰우우!!!!!!"
세상을 모조리다 찢어발길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에 놀란 트로이 공작은 검을 내리칠 생각은 하지 못한체 광폭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역시 놀란 기사들도 거의 반사적으로 트로이 공작을 둘러싸며 검을 움켜 잡았다. 기사들은 청각을 곤두세우며 주위를 살폈지만 울부 짖음 소리의 주인공은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자 아까 토시르라고 불린 기사가 입을 열었다.
"가, 가르시아 단장 님. 아까 그건 어떤 몬스터의 울음 소리죠? 오우거 일까요?"
"아마 그럴 듯 싶다. 그런 엄청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마 오우거밖에 없을테니까… 어쨋든 지금 중요한 것은 공작 전하의 안위다. 모두 정신들 바짝차려!"
그때였다. 우지끈 거리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저멀리 보이는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가 수수깡처럼 힘없이 통째로 부러져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커다란 나무들이 차례대로 부러져 나가며 그 무엇인가가 점점 트로이 공작 일행과 케이를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토시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오우거라지만 저 정도로 힘이 쌘가?... 허억!!"
쿠르릉! 무엇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크기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것을 본 기사들은 아연질색 할 수밖에 없었다.
"오우거가 아니잖아?! 저건 도대체?!"
키는 족히 5미터는 되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몬스터였다. 고릴라와 같은 생김새에 시뻘겋게 핏발 선 눈동자와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송곳니와 이마 양옆에 뻗어나온 뿔. 거기다 근육으로 뒤덮혀 있는 팔, 다리는 방금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 만큼이나 굵고 단단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등뒤로 나있는 거대한 날개는 박쥐의 날개를 그대로 옮겨붙여 확대해 놓은 것만 같았다.
가르시아 단장은 한 기사단의 단장답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동시에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를 유심히 살펴봤다. 곧 이어 비명소리와도 같은 그의 음성이 터져나왔다.
"저, 저건 발록이다! 마계 몬스터중 최강이라 불리는 발록이 어째서 여기 있는거지?! 서, 설마!!"
하편은 조금 더 수정시킨 다음 빠른 시일내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길어 일부러 띄엄띄엄 쓰지 않아 보시는데 에러가 조금은(사실 많이 -_-;) 있습니다.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길.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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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칠흑으로 빠져버린 어두운 밤. 숨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깊은 숲속. 한 사내가 피로 물든 대지위에 서있었다. 그의 주위는 온통 피투성이 시체 뿐이었다. 머리가 달아난 시체, 상반신만 남아있는 시체, 사지가 절단난 시체까지…. 모든 시체가 검에 당한 듯 잘린면이 깨끗했다. 사내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이들을 바라보며 검집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스르릉. 청명한 소리가 숲속으로 울려 퍼졌다. 곧 이어 사내의 검에 푸르스름한 빛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돼 검신 전체가 푸른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모자란 듯 빛은 검의 길이 보다 길어지며 위로 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검이 내는 빛에 어두웠던 주위가 삽시간에 환해졌다. 검의 주인은 검은 머리에 꽤나 잘생긴 외모를 가진 젊은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범상치 않은 기운은 그가 타인과는 틀리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위가 환해지자 사내의 뒤에 있던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 위엔 갸냘픈 그림자가 숨어서 아래있는 사내를 지켜보고 있었다.
"케이. 위험해요 이제 그만 숨어요."
귀에다 대고 말해야 들릴 법한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놀랍게도 케이라는 사내는 그 소리가 들렸는지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뒤 검을 움켜쥔체 묵묵부답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답답함을 느꼇는지 나무위에 있던 그림자가 계속해서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검만 움켜잡고 있었다. 스르륵. 나무위에 있던 그림자가 내려왔다. 뒤로 땋은 갈색 머리에 새하얀 우유빛 피부, 파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였는데 더듬이처럼 나와있는 여섯가닥의 앞머리가 인상적이였다. 그녀가 다가오자 케이는 입을 열었다.
"그레이스 왕녀 님 위에 숨어 계세요. 지금 이곳엔 왕녀 님을 노리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이미 케이가 다 처리 했잖아요?"
"아닙니다. 아직…"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란 화살 두발이 그레이스 왕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케이는 재빨리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왕녀에게 날아들던 화살은 임무를 마치지 못한 체 중간 부분히 깨끗히 절단나 바닥을 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숨 돌릴틈 없이, 케이라는 사내는 화살이 날아든 방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나간 푸른 빛이 어두운 숲속을 파고들었다. 이어서 들려오는 살벌한 파육음과 함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케이는 검을 꽉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제말이 맞죠? 어서 위에 숨어 계세요"
"아, 알았어요"
그렇게 그녀가 다시 나무위로 올라가려고 할때 다시 수많은 화살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케이는 놀라운 몸 놀림으로 그레이스의 앞에 멈춰 날아오던 화살을 전부다 튕겨 내버렸다. 하지만 왕녀의 안전을 지키느라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던 화살을 눈치채지 못했다. 푹. 한발의 화살이 그의 왼쪽 허벅지 살속을 파고 들었다. 그는 그 와중에도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또 다시 숲속을 날아간 푸른 빛에 그 속에 숨어 화살을 쏜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다. 케이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화살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쉼없이 흘러나왔다.
"크읏…"
"케, 케이! 괜찮아요?"
"제 걱정 마시고 그 위에 꼼작말고 계세요!"
그때였다. 어두운 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림자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케이의 이마에서 한줄기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하나, 둘, 셋… 궁수 두명까지 포함해 전부 여덟… 그것도 다섯명은 나와 같은 소드 마스터(sword master)군. 큰일이야'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겐가?"
"다, 당신은 트로이 공작!!!"
케이의 두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졌다. 그의 눈앞에 서있는 약간 통통한 체격의 중년인은 베텔리아 트로이 공작. 그는 케이가 속해있는 베르니아 왕국에서 왕보다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가진 명실상부 베르니아 최고의 권력자였다.
"뭘 그리 놀라는 거지?"
케이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은 트로이 공작. 그의 배경은 이러했다.
베르니아 왕국은 200여년 밖에 안돼는 아주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래도 그곳은 테라마스 대륙에서 살기 좋기로 손꼽히는 왕국이였다. 어진 왕 아래 백성들은 편안한 생활을 하였으며, 귀족들 또한 왕에게 충성을 다하였다. 그중에서도 베텔리아 가문은 성심성의를 다하여 왕에게 충성을 하였고, 왕 또한 그들을 믿고 있었다. 어찌나 그들을 믿었으면 왕은 왕국의 중요 직책 대부분을 베텔리아가 사람들에게 맞겼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 된 선택이었다. 시간이 지나 벨테리아가 사람들이 발휘 할 수 있는 힘이 점점 커지자 그들은 왕족이 되겠다는 자신들의 음모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위 귀족들을 조금씩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국회에서 자신들의 발언권을 높였으며, 국정에 대한 간섭을 높이며 왕권을 점점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왕가를 호위하는 근위 기사단에 맞서기 위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사단을 만들어 기사를 키워냈다. 그 결과 오래지 않아 베텔리아가는 왕국의 정권을 대부분 장악하며 왕국의 새로운 왕족이 되겠다는 꿈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고, 암흑전쟁이 터지자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왕국 내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이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본 케이는 소리쳤다.
"어째서? 왜 당신이 배반을 하려는 것이오? 이미 당신의 힘은 국왕 폐하보다 강하지 않소? 그런데 어찌하여…"
"뭘 모르는군. 현재 내가 가진 힘이 왕권보다 강할진 몰라도 백성들은 나를 왕으로 봐주지 않아. 그래서 난 언제나 왕가를 몰락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지… 헌데 시기 적절하게 마계에서 온 마왕 녀석이 전쟁을 일으켰지. 덕분에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거야"
"이런 어리석은! 지금 당장 뛰어난 기사들을 투입시켜 어둠의 군대와 전쟁을 치뤄도 모자란 판에 그런 이유로 배신을 하다니!!"
"멍청한 놈. 그래서 시기가 적절하다고 하지 않았나? 어둠의 군대와 전쟁으로 인해 전장에 투입된 기사중 내 심복 몇몇을 빼내어 역습을 꿰한다. 큭큭… 이미 50명 정도의 기사들이 내 수중에 있다. 이 정도면 너희 근위 기사단에 무리 없이 맞설 수 있지"
꾸욱. 케이는 있는 힘껏 검을 움켜쥐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행동이었다. 그의 행동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던 트로이 공작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의 배경은 익히들어 알고있지. 22살의 젊은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라…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인재로군. 여기서 죽기엔 네 존재가 너무 아깝다. 나에게 와라 그러면 창창한 앞날이 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배신자 따위에게 붙을 생각은 없다. 죽을때까지 왕녀 님을 호위하겠다."
"쯧… 너라면 분명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까지 오를 수 있을 터… 너 정도 재능을 가진 자가 나에게 온다면 머지않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Grand sword master).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수련 기사생들 부터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소드 엑스퍼드급 이상의 기사들. 즉 모든 기사들이 꿈꾸는 꿈의 경지.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선 뼈를 깍는 노력과 함께 하늘이 내린 재능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인재가 태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었으며 천 이백년 동안 단 스무명의 사람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케이는 꿈의 경지라고 불리어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젊은 나이에 올라 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흥… 당신을 따라면 그 이름이 따라온다고? 웃기지마. 그랜드 소드 마스터란 이름은 거저 얻을 수 있는게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다해도 뼈를 깍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어림없는 일이다."
"바로 그거다. 여기서 나를 따라가 부단히 노력하면 너는 명예로운 이름을 거머 쥘 수 있다. 모든 경제적 부담은 내가 해결해주지 너는 그냥 열심히 수련하기만 하면된다. 혹, 너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을 수도…"
"미안해서 어쩌지? 아까 말했 듯이 난 배신자를 따라갈 생각이 없다. 내가 살아남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될 확률이 있다해도, 그 이상을 갈 수 있다해도 난 그것을 포기하고 끝까지 왕녀님을 지키다 죽을 것이다."
"케, 케이…"
나무위에서 들려 온 케이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왕녀인 그레이스가 그의 충성에 감복하여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소리였다. 트로이 공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케이의 뒤에 서있는 나무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너희 근위 기사단은 아주 외곬수적인 녀석들만 모여있어… 부와 명예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로지 왕가를 위해 충성하다니…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내것이 될 수 없다면 여기서 싹을 잘라버리는 수밖에."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다섯명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케이를 둘러쌓다. 상대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케이. 하나 같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게다가 실력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 뛰어난 재능을 가진 케이였지만 오랫동안 수련을 쌓아온 경험 많은 기사들과 싸운다면 자신이 패할 것이 분명했다.
'큰일이야. 이들은 소드 마스터 중급 또는 상급의 실력을 가진 자들. 일대 일로 붙어 싸운다 해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다섯명이나 붙어있으니…'
그러나 길게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은 어떻게 되더라도 좋으니 일단 왕녀만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했다. 케이는 다시 한번 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곧 이어 푸른 빛에 물들어 버린 검. 그것도 모잘라 검을 넘어 뻗어나오는 푸른 빛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 끌어 올릴 수 있는 완벽한 오러 블레이드였다. 하지만 그의 상대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소드 마스터. 케이가 완벽하게 구사하는 오러를 그들 역시 완벽히 구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경험면에서 케이를 앞서고 있었다. 그들 중 제일 앞에 있던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기사가 그에게 입을 열었다.
"놀랍군. 그 젊은 나이에 마스터에 오르다니… 같은 편이었다면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대가 공작 폐하를 모시지 않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군… 우리가 다 덤빈다해도 이해하게 공작 폐하의 명령은 절대적이 거든."
스르릉. 맑고 날카로운 소리. 중년의 기사가 검을 빼들자 뒤에 있던 기사들도 일제히 검을 빼들어 마나를 불어 넣었다. 어둡던 숲속은 그들의 검이 내는 빛에 대낮처럼 밝아졌고 케이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검을 움켜잡고 그들에게 달려나갔다. 촹! 마나가 깃든 검과 검이 맹렬한 속도로 부딪히자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새파란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
털썩. 케이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졌다. 그의 주위엔 푸른 빛을 발산하는 검을 들고 서있는 기사들이 있었다.
"단신으로 여기 까지 버티다니… 굉장하군…. 그러나 불운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운명을 달리하게 되었군."
케이는 오랜 시간 그들과 사투를 벌였다. 젊은 나이였지만 그에게 내려진 재능은 특별했고, 거기다 피나는 수련 덕분에 그는 왠만한 소드 마스터보다 강한 실력을 갖고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들에게 케이와 같은 재능은 없었지만 그보다 풍부한 경험과 일대 다수라는 상황에 의해 그들은 케이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의 몸 곳곳에 새겨진 깊은 상처에서 피가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극심한 고통과 과다 출혈로 인해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케이. 하지만 그의 걱정은 자신의 몸이 아닌 왕녀 그레이스의 안위였다.
'나는 어떻게 되던 상관없다. 전투 중에 달아나신 왕녀님이 제발 무사해야 할텐데…'
한편 케이가 걱정하는 그레이스는 정신없이 숲속을 달려나가고 있었다. 뻗어나온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햘퀴고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그녀는 다시 일어나 달리고 또 달렸다. 그녀가 멈춰선 것은 숲속에 있는 작은 개울가를 발견하고 서였다. 그녀는 마른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른 뒤 덤블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아직도 따라오려나? 그나저나 케이는 무사 할까?"
사실 그레이스는 달아날 생각이 없었다. 외동 딸이어서 그런지 평소엔 버릇 없는 말광량이 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녀의 속내는 남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심성 고운 여인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이 많았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직접 자신을 호위해 주는 케이한텐 그 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반란으로 인해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죽고, 믿을 수 있는 케이마저 위기에 처한 상황… 그녀는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적들과 맞서 싸우는 케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접어버렸다.
"트로이 공작… 당신이 정말 원망스럽군요 아바마마, 어마마마에 이어 케이까지…"
베르니아 왕국은 어둠의 군대와 전쟁으로 인해 내부에서 일어난 트로이 공작의 반란은 막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공작의 편이였고 왕국 제일의 무력집단인 근위 기사단까지 전쟁에 투입되는 바람에 공작이 데리고 있는 50명의 기사들을 막을 병력이 없었던 것이었다.
공작의 바람대로 반란은 성공했고 이제 하나남은 왕족인 그레이스만 죽어주면 반란은 완벽하게 끝나는 것이었다.
트로이 공작은 궁수 두명과 함께 눈에 불을켜고 왕녀를 찾아 헤매이고 있었다.
"쯧… 도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거야? 그 소란중에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숲속에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였다. 밤인데다 수많은 나무와 풀들이 시야를 가렸고, 언제 어느곳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흉폭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숲속의 밤은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인상을 구기며 숲을 휘젖고 다니는 트로이 공작. 그는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궁수 두명에게 화를 토해냈다.
"궁수라는 놈들이 도망가는 계집 하나 쏴 맞추지 못하다니…"
뭐라 할말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수그린체 자신을 따라오는 두 궁사. 트로이는 혀를 몇번 차더니 앞에 보이는 개울가에 멈췄다. 한편 그레이스는 덤불 속에서 트로이 공작과 두 궁사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한 건가? 제발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세 사람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듯 싶었다. 그들이 개울가에 서성이며 주위를 조금 둘러보더니 이내 다른 곳을 향해갔기 때문이다. 그들이 떠나가자 그레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야 날 발견하지 못했나봐... 응? 이게 뭐지?"
손을 땅에 내려놨다가 물컹한게 잡히자 무심결에 그것을 들어올린 그레이스.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려버렸다. 통상적으로 여자는 뱀을 무척 싫어한다. 그것은 그레이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잡아챈 뱀을 보자 세상이 떠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흡"
재빨리 두손으로 입을 막는 그녀. 하지만 한번 흘린말은 절대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것은 무의식중에 터져나온 비명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것을 트로이 공작이 놓칠리 없었다. 그는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을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다! 어서 가자!!"
자신이 숨어있는 곳을 들킨 그레이스는 정신없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뒤에선 두명의 궁사가 활 시위를 당기며 달려오고 있었다. 슈욱. 한발의 활이 잔잔한 대기를 가르며 그레이스가 지나간 바로옆 나무에 꽂혔다. 달리면서 활을 쏴 적을 맞추기란 실로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움직이면서 초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이스를 뒤쫓고 있는 궁수에게 두번의 실수란 용납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놓칠경우 분명 트로이 공작의 엄벌이 내려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들은 사력을 다해 달아나는 왕녀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슈욱. 이번에 날아간 화살은 그레이스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무사했다. 트로이 공작의 엄벌을 생각하며 등골이 오싹해 진 것을 느낀 한명의 궁사가 자리에 멈춰 초점을 맞춘 뒤, 활 시위를 천천히 당기기 시작했다. 슈욱. 먹이감을 향해 돌진하는 맹수처럼 잔잔하던 대기를 찢으며 한발의 화살이 그레이스를 향해 날아갔다. 슥. 화살은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털씩. 자리에 쓰러지는 그녀. 그러자 그녀를 쫓아가던 궁사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붙잡았다.
"꺄악! 이것 놔!! 나는 너희들의 왕인 베르스타인 2세의 딸이자 베르니아 왕국의 왕녀인 그레이스다!!"
그러나 궁수는 그녀의 말에 요지부동.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트로이 공작앞에 내동댕이 쳤다. 공작은 그 모습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흐흐. 왕녀. 이제 당신의 운명도 끝이구료."
"닥쳐라! 이 더러운 배신자! 내 기필코 너를 친히 벌하겠다!!!"
"흐흐흐.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시지. 만약 왕녀 당신이 여기서 살아난다 해도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 다른 왕국에 도움을 요청해도 이미 힘을 잃은 당신의 왕가를 도와줄리 만무하지. 그리고 그전에 당신은 여기서 죽을 것이오."
"더러운놈! 나쁜놈!! 너는 반듯이 하늘의 응징을 받을 것이다!!!"
"그래, 그렇게 욕이라도 먹어야 내가 마음이 편하지. 자 그럼…"
그 무렵 케이는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흘린 피가 너무 많았고, 전신에서 전해지는 아릿한 통증때문에 정신마저 혼미해 가는 상황. 그리고 그 주위엔 다섯명의 뛰어난 기사가 있었다. 그들중 금발을 가지고 나이는 얼핏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사 한명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이상한 밤이군. 이 숲에는 트롤이나 오우거같은 중형 몬스터가 많기로 유명한데 어째서 오늘 밤엔 하나도 보이지 않는거지?"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중년의 기사가 입을 열었다. 그들중 제일 강하게 보였으며 아까 케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자였다.
"왜 그런가? 토시르. 몬스터 사냥이라도 할려고 그랬나?"
"아, 아닙니다."
"확실히 이 숲은 흉폭한 중형 몬스터가 많기로 유명한데. 정말 이상하군 이런 깊은 숲속에 그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니… 뭐 어쨋든 우리로썬 다행이지. 임무 수행을 하는데 지장을 안 받으니까."
그러면서 그는 케이를 바라봤다. 온 몸이 피투성이로 물든 케이. 하지만 살의가 담긴 눈빛 만큼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세상 누구라도 쳐죽이겠다는 빛을 담은 눈으로 중년의 기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케이의 눈빛을 한동안 바라보던 중년의 기사가 입을 열었다.
"정말 안됐군. 차라리 우리편에 붙는다고 했다면 그런 처지엔 놓이지 않았을텐데…"
"....."
"아까운 인재를 하나 잃는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 자네의 생사는 트로이 공작 전하의 결정에 달려있지. 아마 살아남긴 힘들거야. 그분은 자신을 진심으로 받드는 수하라면 끔찍히 아끼는 분이지만 자네처럼 자신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그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숙련된 기사들 답게 다섯명의 기사는 재빨리 전투 태세를 갖추며 자리에서 일어섯다. 각자의 검에 마나를 불어넣는 그들. 하지만 그들은 이내 검에 서린 마나를 거두었다.
"공작 폐하다."
숲에서 나타난 것은 두명의 궁수와 트로이 공작이었다. 공작은 쓰러져 있는 케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들 맡은바 소임을 확실히 완수했군. 수고했다. 이제 베르니아 왕국은 내게로 넘어왔다."
두근!! 그 소리를 들은 케이의 가슴속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마치 피가 역류하고 뜨거운 무엇인가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였다.
"트로이 공작!!! 왕녀님을 어떻게 한 것이냐!!!!!!!"
격분하는 케이를 바라본 공작은 피가 묻은 단검 한자루를 그의 앞에 던지며 입을 열었다.
"내가 처리해 드렸지. 마지막 왕족이였던 만큼 깨끗히 처리해 드렸다. 시신은 그곳에 묻었다."
뿌드득. 이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르르 떠는 케이의 주먹에서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케이는 그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버서커에 빠진 광전사 처럼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눈에선 엄청난 살의를 내뿜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지금 케이의 눈빛이 그러했다.
"으아악!!!! 망할 자식!!! 죽여버리겠다!!!!!"
그는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킨 뒤 검을 움켜잡았다. 그러자 트로이 공작의 눈빛을 받은 한명의 기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촤악. 소름끼치를 파육음과 함께 케이는 다시 자리에 쓰러졌다. 트로이 공작은 쓰러진 케이의 앞에 다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온 세상을 태워버릴 듯한 분노가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분명 케이는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할 힘이 남아 있었다면 트로이 공작을 죽이는데 썻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겐 그런 힘조차 남아 있지 못했다. 공작은 그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단한 눈빛이야. 만약 드래곤이 날 그런식으로 쏘아보았다면 분명 난 죽었겠지. 하지만 너는 드래곤도 아닐 뿐더러 이제 개미 새끼 한마리조차 죽일 힘이 남아있지 않지."
트로이 공작은 옆에 서있던 기사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러자 기사는 자신이 들고있던 검을 공작에게 공손히 넘겨주었다. 공작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케이에게 입을 열었다.
"잘가라. 저 세상에 가면 그레이스 왕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공작은 있는 힘껏 팔에 힘을 실었다. 곧 이어 그가 들고 있는 검이 케이의 목덜미로 향하려던 찰나, 갑자기 엄청난 울부 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콰우우!!!!!!"
세상을 모조리다 찢어발길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에 놀란 트로이 공작은 검을 내리칠 생각은 하지 못한체 광폭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역시 놀란 기사들도 거의 반사적으로 트로이 공작을 둘러싸며 검을 움켜 잡았다. 기사들은 청각을 곤두세우며 주위를 살폈지만 울부 짖음 소리의 주인공은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자 아까 토시르라고 불린 기사가 입을 열었다.
"가, 가르시아 단장 님. 아까 그건 어떤 몬스터의 울음 소리죠? 오우거 일까요?"
"아마 그럴 듯 싶다. 그런 엄청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마 오우거밖에 없을테니까… 어쨋든 지금 중요한 것은 공작 전하의 안위다. 모두 정신들 바짝차려!"
그때였다. 우지끈 거리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저멀리 보이는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가 수수깡처럼 힘없이 통째로 부러져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커다란 나무들이 차례대로 부러져 나가며 그 무엇인가가 점점 트로이 공작 일행과 케이를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토시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오우거라지만 저 정도로 힘이 쌘가?... 허억!!"
쿠르릉! 무엇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크기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것을 본 기사들은 아연질색 할 수밖에 없었다.
"오우거가 아니잖아?! 저건 도대체?!"
키는 족히 5미터는 되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몬스터였다. 고릴라와 같은 생김새에 시뻘겋게 핏발 선 눈동자와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송곳니와 이마 양옆에 뻗어나온 뿔. 거기다 근육으로 뒤덮혀 있는 팔, 다리는 방금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 만큼이나 굵고 단단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등뒤로 나있는 거대한 날개는 박쥐의 날개를 그대로 옮겨붙여 확대해 놓은 것만 같았다.
가르시아 단장은 한 기사단의 단장답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동시에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를 유심히 살펴봤다. 곧 이어 비명소리와도 같은 그의 음성이 터져나왔다.
"저, 저건 발록이다! 마계 몬스터중 최강이라 불리는 발록이 어째서 여기 있는거지?! 서, 설마!!"
댓글목록

Ciel eleicia님의 댓글
Ciel eleici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므흐흐.. 발록씨가.. 어째서 저기에..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씨랑 같이 떨어져서 간달프씨가 뒤처리 했는줄 알았건만..==


Ciel eleicia님의 댓글
Ciel eleici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제길슨.. 간달프 구라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