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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hony Of Fantasy - 제 1악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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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mabile

  서서히 끝나가는 하나의 선율. 소리가 멈추면서 갈색머리의 곱슬머리 소년은 팔을 내리고 천천히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다. 푸른색의 눈동자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는 검붉은 벽난로 옆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있던 한 여인-라네아를 향했다. 라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구나. 칼.”

  칼은 라네아의 손길이 좋았는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라네아는 칼의 손에 쥐어진 샤콘느와 활을 받아 케이스 안에 집어넣었다.

“칼! 놀자!”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칼은 라네아를 쳐다보았다.

“엄마. 이제 밖에서 놀고 와도 되죠?”

  라네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은 의자에 걸쳐있던 웃옷을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는 맥스와 그 외 마을 아이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맥스. 뭐하고 놀꺼야?”

“흐음.. 글쎄. 이제 겨울도 다 지나갔고말이야. 아까 밖에서 칼이 연주하던 소리도 다 들었고... 뭘할까?”

  아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모습에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은 살짝 웃었다. 마르크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마르크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아이들은 모두 마르크를 쳐다보았다.

“네?”

“너희들 심심하니?”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신전을 가리켰다.

“너희들 엘 신관님께 신관님이 겪었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지 그러렴. 엘 신관님은 젊었을 적에 큰 전쟁에 많이 참전하셨단다. 모험도 많이 하셨었고. 너희들도 나중에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니?”

  마르크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살짝 환상에 젖은 눈빛을 내보냈다. 아이들이 꿈꾸는 모험. 영웅이 되어서 악마를 무찌르고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등 아이들은 모두가 한번씩은 모험을 꿈꾸어왔었다. 그리고 그 모험을 했었던 사람이 바로 자기 마을의 가장 늙은 신관이신 엘 신관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이들은 모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전을 향해 뛰어갔다.

  마르크는 아이들의 모습에 다시한번 웃고야 말았다. 그도 어릴 적 엘 신관님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었고 또 그의 모험을 동경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 그는 한 마을의 평범한 농삿꾼에 지나지 않았지만.

  예배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던 엘 라도는 예배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쪽을 돌아보았다. 예배당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을 본 엘 라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놈들! 할아버지가 예배당 안에서는 뛰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엘이 엄하게 말하자 아이들은 그제서야 발걸음을 멈춘채 살금 살금 그의 앞으로 갔다. 엘은 맨 앞에 서 있던 맥스를 쳐다보았다.

“그래. 무슨 일이니?”

“저기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엘은 맥스의 말에 약간 놀랐다. 이 천방지축 아이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 와서는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은 엘은 다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왜그러니?”

“마르크 아저씨가 그러는데 할아버지 젊었을 적에 모험을 하셨다고 해서여. 그래서 저희도 그 모험 이야기 들려주세요.”

  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만 갔다. 아이들은 모두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왠지 뭔가를 잘못 말한 듯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라온 그의 얼굴에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엘은 아이들의 부탁을 안 들어 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손자같은 아이들의 부탁이었기에. 그리고 이제 이 아이들도 이런 모험이란 걸 알 나이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엘은 예배당 구석으로 가 놓여져 있던 의자를 들어 맨 앞에 있는 긴의자 앞에 놓았다. 그리고는 그는 가져온 의자 위에 앉았다.

“얘들아 이야기를 들을려면 앉아야 하지 않겠니? 모두 이 앞에 앉으렴.”

  아이들은 엘의 앞에 놓여진 긴 의자에 하나 둘 씩 앉았다. 스테인글라스의 빛이 엘의 전신을 감싸안아 그를 매우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게 하였다. 엘은 가만히 눈을 감은채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은 모두가 숨죽인 채 그의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서서히 뜨여지는 엘의 눈.

“그럼 이 이야기부터 해야 겠구나. 그건 이 할아버지가 17살때였단다. 그당시 이 할아버지는 에어리즈님의 신전에서 수련신관을 하고 있었단다. 그해 겨울. 그러니깐 토러스력 170년 겨울이 되겠구나. 대신관님께서 이 할아버질 부르지 않니? 그래서 얼른 대신관님께 가보았단다. 대신관님께서 말씀하시길 이번에 이 할아버지가 마지막 과제를 넘어야 한다면서 성지순례를 다녀오라고 하시더구나. 이 할아버지도 솔직히 그때는 신전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매우 답답했었단다. 그래서 올커니 하고 바로 떠나겠다고 했었지. 대신관님께서는 이 할아버지께 동행을 붙여주시더구나. 막 정식 성기사가 된 레이크라는 청년이었단다. 그도 정식 성기사로서의 첫 번째 관문을 하기 위해 나와 동행한다고 했었단다. 그리고는 대신관님께서 나에게 지도를 한 장 건내주셨지. 나와 그가 가야할 곳이었단다. 일단 우리는 그 다음날 대신전이 위치해 있던 아스완을 떠나서 클로제를 향했단다. 처음 몇일 동안은 네피아 평원을 지나는 동안이라서 아무런 일도 없었단다. 하지만 케리어 산맥 앞에서 문제가 발생했단다. 케리어 산맥에 사는 몬스터들이 겨울철이 되자 식량이 모잘라 산맥 근처 마을을 습격했다는 것이었단다. 그리고 그 산맥을 지나던 상단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었고. 나와 레이크는 고민을 했단다. 케리어 산맥만 넘으면 몇일 내로 클로제에 도착하기 때문이었단다. 하지만 우리 둘만으로 가기에는 매우 불안했었지. 3주일 내로 지방 영주들이 몬스터들을 토벌한다고는 하지만 그때는 산맥에 눈이 쌓여버리기 때문에 넘어가기가 매우 어려웠단다. 결국 우리는 이 마을에서 용병과 길잡이를 구하기로 했단다. 다행이 이 마을은 케리어 산맥을 넘기 전 사람들이 쉬는 마을이라서 용병길드지부가 있더구나. 그곳에서 우린 맥이라는 B급 용병과 안드레손이라는 C급 용병. 그리고 길잡이로는 이 마을 토박이인 리치먼드라는 사람들 고용했단다. 아직은 눈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대로라면 약 일주일이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 언제 몬스터들이 공격할지 모르는 그때에는 시간을 두배로 더 잡아야 했었다. 일단 첫째날과 둘째날에는 아무런 일도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단다. 그런데 말이다.”

  엘이 잠시동안 숨을 고르는 사이 아이들은 입안에 고였던 침을 삼켰다. 그리고 얼른 엘의 입이 다시 떨어기지를 기다렸다. 엘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셋째날이었지. 우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짐을 꾸리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그때 맥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우리보고 모두 엎드리라고 하더구나. 나는 영문도 모른채 그의 말을 따라했단다. 근데 엎드리자마자 내 머리 위로 화살이 날라가더구나. 나는 깜짝 놀랐지.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단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한 무리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지. 용병들과 레이크는 각자의 검을 빼서 근처 나무 뒤로 숨었단다. 그리고 나와 리치먼드는 뒤에 있는 나무로 기어가 숨었지. 서서히 그 무리가 가까이 오더니 글쎄, 그 무리가 바로 고블린 무리였지뭐니.”

  아이들은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블린이라는 것은 자신들은 아직 보진 못했지만 이야기속에서 많이 나오는 나쁜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이곳 타이스로베니칸 산맥은 수시로 몬스터를 토벌하러 다니기 때문에 고블린과 같은 작은 몬스터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기에 아이들은 그 고블린이라는 몬스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엘도 아이들의 생각에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고블린이라는 몬스터는 키는 아마 여기 맥스보다는 조금 클꺼란다. 그리고 온통 초록색 피부에 귀는 매우 길어서 삐죽하고 코도 툭 튀어나와서 삐죽하고 말이다. 여러마리가 몰려 다니지. 하이튼 그 고블린들이 이 할아버지와 동료들을 향해 칼과 화살을 쏘면서 달려들지 않겠니? 하지만 이미 모두가 피해있기 때문에 날아오는 화살에는 걱정이 없었단다. 고블린들이 맥과 안드레손이 숨어있는 나무에 다가가자 맥과 안드레손은 고블린들을 기습했단다. 그 틈을 타서 레이크도 그들과 함께 고블린들은 무찔렀지.”

“우와! 할아버지 그래서 어떻게 됬어요?네?”

  아이들은 조금씩 엘을 보챘다. 엘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은 진정시켰다.

“그래그래. 맥과 안드레손. 그리고 레이크가 열심히 싸워 주어서 고블린들을 모두 죽일 수 있었단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라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더구나. 나는 그런 그들을 에어리즈님의 힘을 빌어 치료를 해 주었단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단다. 그 고블린들의 피냄새 때문에 숲속에 숨어있던 무서운 몬스터들이 뒤쫓아 온 것이었지. 그래서 우리들은 죽어라 하고 도망을 다녔단다. 그땐 얼마나 무서웠던지. 뒤에서는 너희들만한 도끼를 들고 달려오는 오크들도 있었고, 잠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말이다.”

  엘의 말에 아이들은 몸을 살짝 떨었다. 인트라 주둔군이 수시로 토벌을 한다고 하지만 추운 겨울 먹을것이 부족한 산맥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오크나 오우거들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는 살짝 웃고야 말았다.

“하지만 말이다. 에어리즈님의 덕분인지 몰라도 우리들은 모두 무사히 케리어 산맥을 넘을 수 있었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용병들과 길잡이와도 해어졌단다. 그리고 몇일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아픈 사람들도 치료해주고 하면서 가다보니 어느덧 클로제에 도착하더구나. 너희들은 아직 이곳 인트라 부근만 다녀봤기에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땅은 매우 넓단다. 이 세상에는 아스완뿐만 아니라 서쪽 대륙을 점령한 네프콘 제국도 있고 우리 아스완의 남쪽에 있는 라이너왕국, 룩프룸벨크, 하이달4국도 있지 않니? 거기다가 동쪽 섬들로 이루어진 로키아 제국도 있고. 너희들도 언젠가는 저 바깥으로 나가서 모험을 할 수 있단다. 아직은 아니지만 말이다.”

  엘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에어리즈 여신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에서 비추어지는 알록달록한 빛들과 어우러진 모습. 오랜만에 옛 생각을 한 엘의 눈가에는 살짝 주름이 접혔다.

“할아버지! 저희도 모험을 할래요.”

“저도요! 저도! 꼭 이야기 속에 나오는 용사처럼 될꺼에요.”

“무슨! 내가 용사될꺼야! 그러니깐 너는 내 하인나 해!”

“뭐!”

  아이들은 서로가 자신이 용사라고 하면서 우기자 엘은 그의 앞에 있던 한 아이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

“이놈들! 이 할아버지가 뭐라고 했니! 이곳 예배당은 성스러운 곳이니 항상 조용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니! 또 이러면 이젠 이 할애비는 이야기를 안해줄 거다.”

  그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가 조용히 숨을 죽였다.

“죄송해요. 앞으론 조용히 할께요. 네?”

  엘은 그 말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아이들은 모두가 원래 앉던 위치로 자리를 잡았다.

“흠. 그럼 앞으로는 조심할거라고 이 할애비는 믿으마. 하지만 오늘은 그만 해야 겠구나. 점점 저녁때도 다가오지 않니? 내일 다시 오렴. 그럼 이 할아버지가 더욱 멋있는 모험을 들려주마.”

“네!”

  아이들은 힘차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예배당 밖으로 나갔다. 엘은 아이들을 따라 나가려는 칼의 어깨를 붙잡았다.

“네?”

  칼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엘을 쳐다보았다.

“칼. 너는 잠시 이 할아버지를 보고 가려무나.”

  엘은 먼저 예배당 뒤에 자리잡은 숙소로 향했다. 칼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도 칼을 향해 손을 흔든 후 예배당 밖을 나갔다. 칼은 엘의 숙소로 향했다. 예배당 뒤를 지나 작은 마당을 건너면 있는 그의 숙소. 칼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렴.”

  칼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초 한자루만 켜져있는 엘의 작은 방 안. 엘은 방 한편에 자리잡은 의자에 앉았다. 칼은 그의 앞에 섰다.

“일단 여기에 잠시 앉거라.”

  엘의 말에 칼은 의자 옆에 놓여진 침대에 걸터 앉았다. 엘은 고개를 한차례 끄덕인 후 칼을 바라보았다.

“칼.”

  칼은 엘을 쳐다보았다. 초의 붉은 빛으로 인해 그의 얼굴에 보여주는 주름이 음양을 감추었다.

“난 미네바가 지난 코트라 대륙전쟁으로 나가기 전 너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단다. 너가 부디 이 전쟁속에서 헤어나오길 바란다면서 말이란다.”

  칼의 눈동자는 점점 커져만 갔다. 지난 코트라 대륙전쟁때 전사를 한 그의 아버지 ‘미네바 오벨리스크’가 언급되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초상화로만 알고 있는 그의 얼굴.

“그리고 너도 어느새 7살이 되었단다. 그래서 이 할아버지는 너를 아스완시에 위치하고 있는 ‘에어리즈 대신전’으로 널 보내려고 한단다.”

  ‘에어리즈 대신전’이란 말에 칼의 눈동자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곳 아스완제국내에서 가장 큰 신전인 ‘에어리즈 대신전’으로 보내진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곳은 제국의 귀족가의 아이들도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오직 고위신관의 추천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기에 ‘에어리즈 대신전’에서 나온 신관은 매우 높은 고위신관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칼이 아는 것은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과 자신이 모험속의 신관이나 성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요?”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란다.”

“그럼 모험속에서 나오는 성기사가 될 수도 있어여?”

  칼의 물음에 엘은 웃었다. 어릴 때부터 칼은 성기사가 된다는 말을 여러번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럼. 성기사도 될 수 있단다. 하지만 이 일은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 보아야 할 듯 싶구나. 너도 그렇고. 라네아도 그렇고. 그래서 말이란다. 일단 라네아에게는 내가 말해주었단다. 아마 아직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니 너도 한번 생각해보렴. 알겠니?”

  엘의 물음에 칼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엘은 또다시 웃고 말았다. 엘은 이내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인 후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침대 밑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새하얀 먼지로 둘러쌓여진 바이올린케이스였다. 칼은 놀란 듯이 쳐다보았다. 평소 엘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엘은 케이스 위에 묻은 먼지를 털은 후 그 케이스를 칼이 앉아 있는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할아버지. 왠 바이올린이에요?”

“이 할아버지가 칼의 연주를 듣고 싶어서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바이올린을 꺼냈단다.”

  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었다. 그러나 엘이 말한것과는 반대로 그의 바이올린은 매우 잘 관리가 되었었다. 칼은 가만히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 양초의 불빛과 함께 검붉은 벨리(앞판). 하지만 따뜻해 보이는 그 색깔에 칼의 눈동자는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샤콘느와 비슷한 바이올린. 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바이올린이었기에 칼의 팔은 점점 떨리기 시작하였다. 칼은 바이올린을 돌려 스크롤(머리)를 쳐다보았다. 그곳에 음각되어져 있는 이름 -과르네리우스. 그가 가지고 있는 샤콘느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이제 단 2개밖에 안 남았다는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500년전의 바이올린 장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과르네리우스의 바이올린이 엘의 손에 있었고, 그것이 지금 칼의 떨리는 손 위에 있었다.

“할.. 할아버지.. 이건..”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이 할아버지가 말해주마. 그것보단 어디 한번 너의 연주를 들어보자구나.”

  엘은 편안한 표정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칼은 고개를 끄덕인 후 왼쪽 어깨에다가 바이올린을 걸치고 케이스에 놓여져 있던 활을 들었다. 그리고 그 활은 바이올린의 현 위에 살며시 올려지면서 조용한 음률을 내보냈다. 서서히 밝아지는 엘의 자그마한 방. 그 밝아지는 방을 더욱 밝게 해 주는 조용한 한 가닥의 선율. 한 마리의 새가 창공을 자유로이 누비듯이 느껴지는, 마치 한 사내가 자신의 갑갑한 방 안에서 하는 말이 아닌 푸른 들판 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듯한 선율. 푸른 숲속을 자유로이 달리고 있는 엘프가 엘의 눈 앞에 어른거렸다. 붉은 촛대에서 느껴지는 아늑함. 아직은 어린 소년의 왼손이 현의 흐름과 함께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여려지는 소년의 선율은 곳 적막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내었다. 곳 칼의 어깨에서 바이올린이 내려왔다.

“훌륭하구나. 칼. 벌써 이렇게 할 수 있다니.”

  눈을 뜬 엘은 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마치 라네아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라네아도 참 어릴 적에는 바이올린을 잘 켰었지. 너희 아버지도 그런 너희 엄마의 모습을 보고 살짝 반했었단다.”

  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점점 작아지고 있는 벽난로의 불꽃에다가 마른 장작을 던져넣었다. 다시금 밝아지기 시작하는 붉은 벽난로의 불빛. 칼은 그 따스함이 느껴지는 불빛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말이다.”

“네?”

  엘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살짝 턱을 괘었다. 그리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칼. 저 바이올린을 어떻게 생각하니?”

“흠.. 물론 과르네리우스의 바이올린이라는 점도 있기는 하지만, 매우 보관이 잘 되어져 있어요. 너무나도 깨끗하게 말이에요. 줄도 잘 조율되어져 있었고요. 사실 처음 바이올린을 잡을때는 항상 선을 조율했었는데, 이 바이올린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더라구요.”

“그러니?”

“네. 손에도 적당하고요. 물론 아직은 저에게 크긴 하지만.”

  칼은 손을 살짝 접었다 폈다 하였다.

“그렇구나. 아직은 크구나.”

“아직이라니요?”

“이 바이올린은 너에게 주려고 이 할아버지가 놔두었던 것이란다. 사실 이 바이올린은 할아버지가 너의 아버지인 미네바와 함께 젊었을 적에 했던 여행 중 얻은 것이었지. 그때 그 바이올린을 라네아에게 선물로 주라고 내가 미네바에게 줬었지만 미네바는 이미 그녀에게는 더 좋은 바이올린이 있다면서 거절했었지. 그러면서 미네바가 말을 하더구나. 나중에 자기 아이가 태어나거든 그 아이에게 이 바이올린을 선물해 달라고 말이다. 하는 수 없지 지금까지 맡아두었다가 니가 태어나자 난 너에게 주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단다.”

  칼은 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자신에게는 샤콘느라는 매우 훌륭한 바이올린이 있었지만, 이렇게 매우 훌륭한 바이올린이 또다시 자신에게 온다는 것 때문이었다.

“정... 정말로요?”

“그럼.”

  칼의 눈은 자신의 손에 있는 바이올린을 향해갔다. 붉은 와인빛을 내뿜어내는 바이올린에 칼의 눈동자는 점점 붉게 물들어만 갔다. 하지만 칼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자신에게는 샤콘느라는 바이올린이 있기 때문이었다. 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이올린과 활을 다시 케이스 안에 집어넣었다. 엘은 칼의 행동에 놀랐다.

“왜그러니 칼? 뭔가 마음에 안드니?”

  칼은 바이올린케이스를 꼭 닫았다. 조금은 아쉬운 눈길을 보냈지만 칼은 고개를 돌려 엘을 바라보았다.

“아니요. 저에게 매우 훌륭한 바이올린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바이올린을 다시 케이스 안에 두는거니? 한번 더 연주해 보지 않고 말이다.”

“사실 저에게도 이런 바이올린이 있어요. 엄마가 쓰던 ‘샤콘느’라는 바이올린이 지금 있어서요. 저 바이올린도 매우 좋긴 하지만 제가 어리기도 하고, 또 아직은 샤콘느가 더 마음에 들어서요.”

  엘은 그제서야 칼의 행동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고 있는 또 하나의 보물  샤콘느가 이미 칼의 손에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의문이 생겼었다. 그가 알기로는 라네아가 미네바에게 오기 전에 그 바이올린을 자신의 본가에 두고 왔었기 때문이었다. 라네아가 이곳으로 온 이후에는 한번도 그녀는 자신의 본가로 찾아가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아직은 어린 칼은 그 이유를 모를 것이기에 엘은 일단은 그 의구심을 마음속에서 지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구나. 샤콘느라.”

“네. 저번에 엄마가 트리필리의 날에 선물로 주셨었거든요. 그때 엄마가 샤콘느를 보고는 많이 울었지만 이제는 제가 샤콘느를 연주하게되면 항상 옆에서 들어주시고...”

“그래. 그럼 이 바이올린은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야 되겠구나.”

  칼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런 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집에 가보렴. 라네아가 널 기다리겠구나.”

“네. 할아버지 이만 가볼게요.”

  칼은 엘을 향해 인사를 한 후 방 안을 나왔다. 엘은 가만히 칼이 나간 문을 쳐다보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조그마한 방안. 주름진 손으로 가려진 엘의 눈가에는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샤콘느.’

  그가 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바이올린이기 때문에...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격 려' 부탁드립니다.... 냐하... ^ ^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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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넨님의 댓글

노르넨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샤콘느..... 왜 나는 그 이름에 왠지모를 여운이 남을까..)

↑그냥 혼자만의 독백이였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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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CiEl님의 댓글

DaRkCiEl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슬픔의 바이올린이라...
진한 느낌이 그대로 쭈욱...
샤콘느라는 이름도 왠지 임에 착 붙는 느낌..[감상이 너무 애들 장난 같지만.. 이게 저의 방식인지라..;;][__report_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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