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あっ!女神さまっ 54화 갑작스런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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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새까만 먹이라도 물들인 듯, 하늘은 온통 먹구름 투성이었다. 콰르! 콰르르.. 성이라도 난
것 처럼 으르렁 거리는 구름과, 그 속에서 터져나오는 섬광. 그 가운데, 파지지직!! 얽히고설킨
새 파란 스파크가 한곳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폭광뢰격탄"
콰릉!! 꽈과과과광!!! 말 소리를 기다린 듯, 힐드의 주문과 동시에 대지를 요동시키는 굉음을 내
며 세차게 떨어져 내리는 번개줄기. 그것은 그녀의 주문과 동시에 발록무리의 머리위로 떨어졌
고, 그 순간 일어난 빛이 한동안 그 주위를 하얗게 물들여 버렸다.
어느정도 지나 빛은 말 그대로 광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번개가 떨어진 곳엔 시뿌연 먼지와 하얀
연기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불과 몇분 전 까지만 해도 힐드와 베르스퍼, 잠이든 울드와 린드의 곁에 존재하던 발록들은 힐
드의 공격 한방에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싸그리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마계 최강의 몬스터라 일커러지는 발록. 게다가 가라르가 만든 특수한 약물까지 맞은지라 지금
이 자리에 있었던 발록들은 마계,요정계를 통틀어 최강의 몬스터라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강의 몬스터라 칭해지던 발록도 대 마계장인 힐드의 힘 앞에선 무용지물.
분신이라곤 하지만 그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유심히 주위를 살피는 힐드. 그러나 적의 본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기분 나쁜 웃음
만 흘리고 있을 뿐...
"낄낄낄 힐드.. 대단하긴 하지만 고작 발록을 없앤 것 가지고는 내 창조물을 당해낼 수 없을게
다. 게다가 분신이니.. 낄낄..."
"어머-♡ 그래? 그럼 네가 직접 나와 보시지. 가라르"
상황은 이러했다.
발드르를 찾기위해 베르단디일행과 헤어졌던 린드일행. 그러나 발드르는 악마가 된체 그들을 습
격했다. 다행히 녀석이 한발 물러서 먼저 후퇴하긴 했지만 그들에게 발드르의 변화는 예상치 못
했던 충격을 안겨주었다. (물론, 지금 발드르가 다시 신족으로 돌아온 것을 모르고있다.) 때문
에 발드르를 구하는 것을 관두고 에메랄드캐슬로 향하던 일행. 그러나 그곳으로 가던 길목에 미
리 잠복해있던 적이 그들을 습격했다.
천사가 들으면 잠드는 피리음 때문에 울드와 린드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체 잠이 들었고, 남
은 베르스퍼와 힐드가 두 여신을 보호하며 적과 대립하고 있는게 현재까지의 상황이었다.
"난 전투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전투를 할 수는 없지만, 전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가능하지"
그와 동시에 쿵!! 주위 나무들이 수수깡 부러지듯 힘없이 부러져나갔다. 그리고 모습을 나타내
는 거대한 그림자.
키는 대략 3m가까이 돼는 어마어마한 덩치였다. 목과 턱의 구분이 없고, 배는 남산보다 더 크게
나왔으며, 팔, 다리의 굵기는 성인 남자의 몸통보다 굵었다. 마지막으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살
들. 그림자의 주인공은 더 이상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돼지였다.
"우.. 꽥.꽥.."
"그냥 덩치가 커다란 정도의 수준이 아니군.."
왱,왱 엄청난 거구의 주위를 맴도는 파리. 거구의 눈은 카멜레온의 것처럼 둘이 따로놀고 있었
고, 입에선 끈적이는 침이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게, 보는 이로 하여금 역겹다는 생각이 들만큼
엄청난 혐오감을 주고있었다. 게다가 동물이 내는 소리까지...
"낄낄.. 겉 모습은 저래뵈도, 내가 연구해서 만들어낸 전사들중 최강을 자랑하는 녀석이지. 이름
은 자이언트 필티다. 자 가라 필티!!"
"우워워"
쿵! 필티라는 덩치가 한걸음 내딛자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스모선수처럼 한발 한발띄어 천천
히 걷는 필티. 워낙에 돼지였기에 걷기가 힘든지 그 속도는 굼뱅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느렸다.
이런 필티의 걸음을 보고 답답해진 베르스퍼가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 펑! 정확히 얼굴에 명중하
는 고양이 레이져 그러나 그 덩치에 걸맞게 맷집도 뛰어났던지 베르스퍼의 공격은 전혀 먹혀들
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필티. 그러자 이번엔 힐드가 입을 열었다.
"폭뢰강림"
쿠콰앙!! 강렬한 번개 한가닥이 덩치에게 꽂혔다. 자욱하게 피어올라 시야를 가리는 먼지. 그 속
에 거대한 그림자가 잠시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다시 거대한 몸집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힐드의
번개에도 불구하고 상처하나 없이 걸어나오는 필티. 베르스퍼와 힐드는 녀석의 맷집이 보통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냐앙"
"폭뢰강림 가지곤 어림도 없는 건가?"
그때였다. 언제나 따로 놀기만 하던 필티의 두 눈동자가 제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곤 힐드를 쏘아
보기 시작했다.
"우우... 너.. 넌 우...먹을 거"
"뭐?"
그 순간, 슈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 거대한 덩치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힐드의 등뒤로 출렁거리는 살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필티. 그는 사람의 머리통만한 거대한
주먹을 힐드를 향해 내리 꽂았다. 휘이잉!! 귓속을 파고드는 무시무시한 파공음. 그 다음순간 맨
땅을 조각조각 퍼즐처럼 만들어버리는 그의 주먹. 다행히 힐드는 몸을 피하긴 했지만 그 주먹에
그대로 맞았다면 분명 그녀라 할 지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부처럼 으깨어진 땅바닥을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베르스퍼. 하지만 정작 그를 놀라게 한
건 덩치가 가진 스피드였다.
걷는 것 조차 힘겨워 보이던 녀석이 순식간에 힐드의 뒤로 그 모습을 나타내다니 상식적으로 이
해가 안갔다.
괴물 덩치는 땅에 박힌 자신의 주먹을 빼내며 힐드를 바라봤다.
"우... 빠르... 실컷 패서... 고기를 연하게..."
"나를 먹을 것으로 취급해..?"
비록 분신이긴 하나 명색이 대 마계장. 그런데 상대는 그녀를 먹을 것 취급하고 있었다. 덕분에
열받은 힐드는 폭뢰강림보다 한단계 위의 고등술법인 폭광뢰격탄을 주문했다. 콰과과광!! 아까
보다 더욱 강력한 번개 줄기가 괴물 덩치에게 사정없이 내리쳤다.
이번엔 효과가 있었는지 움직임이 멈춰버린 필티. 그러자 들려오는 가라르의 목소리.
"확실히 강력하긴 하나..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
"가라르.. 나오지 않으면 이 일대를 그냥 날려버리겠어♡"
그러면서 미소를 띄는 힐드. 그러나 파직! 그녀의 손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파크는 그녀가 속으
론 분노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따아악!! 힐드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거대한 손.
크기로 보아 필티의 손이 분명했다. 꽝! 그대로 땅에 박혀버리는 힐드. 놀란 베르스퍼는 그녀의
곁으로 뛰어갔다.
"히, 힐드님!!"
"윽... 조금 아픈걸"
"위... 위험한.. 간식... 그냥.. 먹는..."
"흐갸갸갹!!"
어느새 두 사람의 뒤에 나타난 필티. 그는 거대한 손으로 베르스퍼와 힐드를 꽉 잡아버렸다. 베
르스퍼는 바둥바둥 거리며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썻고 힐드 또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이
리지러 빼내려고 해봤지만 녀석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납덩이가 자신들을 옥죄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우선 왼손에 들린 베르스퍼를 자신의 입으로 갇다대는 필티. 그러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베르스
퍼.
"흐갸아아악!!!!! 에, 엘렉텔!!"
자신을 잡은 상대에게 짜릿한 번개를 맛보여주는 엘렉텔. 스파크가 필티의 온몸을 타고 흘렀고,
그 충격은 힐드에게까지 전해졌다.
파지직!! 필티와 힐드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순간 베르스퍼는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
았다.
엘렉텔로 충격을 줘 덩치에게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괴물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충격
은 힐드에게까지 전해졌으니...
"베.르.스.퍼어어~ 나중에 보자♡"
"냐, 냐앙..."
자신을 바라보는 힐드의 눈을 애써 외면하는 고양이. 하지만 그건 나중 문제였다. 지금은 이 괴
물녀석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 그런데! 휘이익!! 필티는 왼손에 들고있던 베르스퍼
를 먹는 것을 관두고 그냥 던져버렸다.
"더, 더큰... 먹을..."
주저없이 힐드도 던져버리는 필티. 덕분에 그녀는 잠깐 동안 물레방아처럼 돌며 허공을 헤매야
했다. 그녀가 겨우 자세를 잡고 아래를 내려봤을 때 필티는 잠든 두여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바닥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울드와 린드.
우선 필티는 갈색 피부에 하얀 머리칼을 지닌 먹을것(?)을 들어올렸다. 그 다음 주저없이 입을
벌리는 필티. 그 순간! 잔잔했던 대기를 가르는 바람과 함께 엄청난 속도의 그림자가 필티의 배
를 가격했다.
손에 들고있던 울드를 놓치고 휘청거리는 필티. 그 정도의 덩치가 휘청거릴 정도였으니 그에게
가해진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을지 지레 짐작할 수 있었다.
"안돼지잉~♡"
그에게 충격을 준건 다름아닌 힐드. 그것도 황금의 눈동자를 드러낸 힐드였다.
그녀에게선 보통 인간이라면 견디기 힘들정도의 엄청난 마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하지만
필티에겐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힐드를 먼저 처치하고 나머지 일행을 먹어치울 생각을 하고 있
었다.
"위... 위험... 먼저.."
슈앙!! 다시금 순간이동으로 사라지는 필티. 곧 이어 그 거대한 몸을 힐드의 머리위로 들어내었
다. 쿠웅!! 그대로 깔아뭉게는 필티. 녀석의 덩치와 무게때문에 땅은 움푹패여 버렸다. 아무리 힐
드라도 녀석의 덩치에 깔렸다면 무사할리 없었다. 침을 질질 흘리는 입을 벌려 웃는 필티. 그런
데 그의 한쪽다리에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하하!! 그 정도론 안돼지"
그런 뒤 힐드가 작은 주문을 외우자, 두우웅!! 땅에 박혀있던 거대한 몸이 갑자기 공중으로 부상
하기 시작했다. 바둥거리는 필티. 그러나 상대의 술법을 풀기엔 역부족이였다. 그의 몸은 힐드
의 의지에 따라 저 멀리 내팽겨 쳐졌다. 쿠웅!! 다시한번 땅에 몸을 박아버리는 필티. 갑작스런
상황에 그가 어찌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하늘엔 다시한번 먹구름이 몰려왔다. 그리
고 아까와 틀리게 파란빛의 마법진이 알 수 없는 문자와 함께 허공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달리며 대지를 뒤흔들고 대기를 휘두르는 천둥의 정령이여 그 가장 큰 힘으로 천둥으로
되어 내 손에 모여라 만물을 파괴하는 힘이여!! 격멸강뢰!!!"
파바!!! 파지지직!!! 순식간에 그려진 마법진에선 엄청난 굵기의 번개들이 나와 한곳으로 모여들
기 시작했다. 그 다음 콰과과과! 엄청난 소리와 함께 메마른 번개줄기가 필티에게로 내리 꽂혔
다. 꽈광! 꽈과과광!!!!!! 대지가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굉음. 아무리 맷집이 뛰어난 필티라고 해도
힐드가 시전하는 격멸강뢰를 맞고는 무사할 수 없었다. 엉망이 되버린 땅엔 손가락하나 까딱하
지 않는, 검게 그을려 버린 필티가 누워있었다.
한편 가라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힐드의 힘에 아연질색 하고 있었다.
"제, 제길! 분신이라고 만만히 봤더니...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다급히 뒤 돌아서는 가라르. 그때! 하얀 섬광이 그를 강타했다. 퍼버벙!!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
리는 그의 몸뚱이. 쿵!! 땅에 떨어진 그가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앞을 봤을때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겨우 찾아냈군. 나무 속에 숨어있을 줄이야..."
"큭! 망할 고양이놈!!.. 어헉?!"
그의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 그것은 힐드가 뿜어내고 있는 기운이였다. 새 하얗게 질려버
린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가라르. 그곳엔 한손에 엄청난 전격파를 일으키고 있는 힐드가
눈에 들어왔다.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여는 가라르.
"히... 힐드님..."
퍼버벅!!! 사정없이 작렬하는 힐드의 주먹. 가라르는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뚜벅 뚜벅 쓰러진 가
라르를 향해 다가가는 힐드.
한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늙은 악마. 그는 전신에 느껴지는 전기의 충격때문에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는 두명의 여신을 보았다. 갑자기 날카로워
지는 그의 눈빛. 그는 고통을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하, 한발짝만 더 다가오면 여신의 목숨은 없다."
뚝. 걸음을 멈추는 힐드. 아무말 없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는 회심의 미소를 띄
며 공간이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퍼억!! 다시한번 나가떨어지는 가라르. 어느새 깨어
난 린드가 그를 가격한 것이였다. 피리음에 당한 시간도 꽤나 지났고, 힐드와 필티가 싸우면서
낸 커다란 소음때문에 빨리 깨어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부스스 일어나는 또 다
른 그림자. 그 주인공은 성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자식! 나 같이 고귀한 여신한테 무슨 짓을!!! 본때를 보여주겠다!!"
꽈과광!!!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가라르에게 떨어지는 울드의 번개. 덕분에 그는 게거품을 물고 쓰
러져야했다.
"제, 제길... 이대로 끝나는 건가?"
그의 주위로 모여든 울드, 린드, 힐드, 베르스퍼. 더 이상 그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린드는 가라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자에게 정보를 캐내고 싶지만 여의치 않을 것 같군"
"아니. 이 녀석은 자기 목숨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껄?"
그러면서 그에게로 다가가는 힐드.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식은땀을 샤워하듯 흘
리는 가라르. 그런데 힐드의 시선을 피해 이리저리 눈동자를 돌리던 그의 눈빛이 갑자기 변했
다. 그리고 그는 비릿한 웃음과 합께 입을 열었다.
"끌끌... 나에게선 아무런 정보도 캐내지 못할 것이요"
"어머? 의외인 걸?"
"끌끌끌.....믿는게 있지... 필티!!!"
순간 모두 아차했다 싶었다. 필티는 분명 힐드의 강렬한 번개공격에 적중했지만 생사는 확인하
지 않았다. 힐드가 뒤늦게 필티가 쓰러진 곳을 바라봤지만 그곳에 쓰러져 있던 거대한 몸체는
없었다. 번개에 의해 뒤엎어지고 새까맣게 타버린 땅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에게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 강해... 위험... 제거한..."
그 순간, 피유우!! 필티의 거대한 몸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본 가라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헉!! 서, 설마 필티 네놈 자, 자폭을?!"
그의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콰아아앙!!! 빛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힐드를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라르도 갑작스런 부하의 자폭에 대비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
에 휩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있던 울드와 린드, 베르스퍼는 무사했다.
발키리로써 타 신족보다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는 린드가 상대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음을 느
꼇고, 폭발이 일어나기 바로직전 그녀는 결계를 쳐 모두를 보호했다. 하지만 울드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말도안돼.. 힐드... 어, 엄-!!!"
탕!! 결계를 가격하는 울드의 주먹. 폭발이 끝나고 난 뒤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지 세찬 바람과 공허함만이 그들이 있었던 자리를 메꾸고 있을 뿐이었다.
모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분신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대 마계장. 그런데 적의 자폭공격
에 허무하게 당하고 말았다. 특히 그녀의 딸인 울드의 충격이 제일 컸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힐드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린드도 그녀 못지 않게 충격을 받은 듯, 아무말 없이 있었
다. 베르스퍼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울려퍼지는 닭살스런 목소리...!
"아하하! 미안. 너희들과 동행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 마계로 보냈던 마라가 중요한 연락
을 했거덩~♡ 그래서 이만 헤어져야겠어."
갑자기 들려오는 힐드의 목소리에 멍하게 있던 울드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꼇다.
"뭐, 뭐야! 이 아줌씨가 사람 걱정시키 더니! 또 뭔 소리야!!"
"훗.. 울드... 결국 끝까지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구나... 뭐 좋아♡ 나중에 들을 기회가 있겠지?
그럼 이만 가볼께♡"
"잠깐만!!"
이후 울드가 힐드를 계속해서 불러봤지만 그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때문에 왠지모를 허
탈감을 느낀 울드. 주먹을 꽉 움켜쥐며 힐드를 잠시나마 걱정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을
놀려먹은 엄마, 힐드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며 주먹에 힘을 주던 그녀의 눈동자엔 한 없이 커다
란 안도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것 처럼 으르렁 거리는 구름과, 그 속에서 터져나오는 섬광. 그 가운데, 파지지직!! 얽히고설킨
새 파란 스파크가 한곳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폭광뢰격탄"
콰릉!! 꽈과과과광!!! 말 소리를 기다린 듯, 힐드의 주문과 동시에 대지를 요동시키는 굉음을 내
며 세차게 떨어져 내리는 번개줄기. 그것은 그녀의 주문과 동시에 발록무리의 머리위로 떨어졌
고, 그 순간 일어난 빛이 한동안 그 주위를 하얗게 물들여 버렸다.
어느정도 지나 빛은 말 그대로 광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번개가 떨어진 곳엔 시뿌연 먼지와 하얀
연기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불과 몇분 전 까지만 해도 힐드와 베르스퍼, 잠이든 울드와 린드의 곁에 존재하던 발록들은 힐
드의 공격 한방에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싸그리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마계 최강의 몬스터라 일커러지는 발록. 게다가 가라르가 만든 특수한 약물까지 맞은지라 지금
이 자리에 있었던 발록들은 마계,요정계를 통틀어 최강의 몬스터라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강의 몬스터라 칭해지던 발록도 대 마계장인 힐드의 힘 앞에선 무용지물.
분신이라곤 하지만 그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유심히 주위를 살피는 힐드. 그러나 적의 본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기분 나쁜 웃음
만 흘리고 있을 뿐...
"낄낄낄 힐드.. 대단하긴 하지만 고작 발록을 없앤 것 가지고는 내 창조물을 당해낼 수 없을게
다. 게다가 분신이니.. 낄낄..."
"어머-♡ 그래? 그럼 네가 직접 나와 보시지. 가라르"
상황은 이러했다.
발드르를 찾기위해 베르단디일행과 헤어졌던 린드일행. 그러나 발드르는 악마가 된체 그들을 습
격했다. 다행히 녀석이 한발 물러서 먼저 후퇴하긴 했지만 그들에게 발드르의 변화는 예상치 못
했던 충격을 안겨주었다. (물론, 지금 발드르가 다시 신족으로 돌아온 것을 모르고있다.) 때문
에 발드르를 구하는 것을 관두고 에메랄드캐슬로 향하던 일행. 그러나 그곳으로 가던 길목에 미
리 잠복해있던 적이 그들을 습격했다.
천사가 들으면 잠드는 피리음 때문에 울드와 린드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체 잠이 들었고, 남
은 베르스퍼와 힐드가 두 여신을 보호하며 적과 대립하고 있는게 현재까지의 상황이었다.
"난 전투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전투를 할 수는 없지만, 전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가능하지"
그와 동시에 쿵!! 주위 나무들이 수수깡 부러지듯 힘없이 부러져나갔다. 그리고 모습을 나타내
는 거대한 그림자.
키는 대략 3m가까이 돼는 어마어마한 덩치였다. 목과 턱의 구분이 없고, 배는 남산보다 더 크게
나왔으며, 팔, 다리의 굵기는 성인 남자의 몸통보다 굵었다. 마지막으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살
들. 그림자의 주인공은 더 이상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돼지였다.
"우.. 꽥.꽥.."
"그냥 덩치가 커다란 정도의 수준이 아니군.."
왱,왱 엄청난 거구의 주위를 맴도는 파리. 거구의 눈은 카멜레온의 것처럼 둘이 따로놀고 있었
고, 입에선 끈적이는 침이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게, 보는 이로 하여금 역겹다는 생각이 들만큼
엄청난 혐오감을 주고있었다. 게다가 동물이 내는 소리까지...
"낄낄.. 겉 모습은 저래뵈도, 내가 연구해서 만들어낸 전사들중 최강을 자랑하는 녀석이지. 이름
은 자이언트 필티다. 자 가라 필티!!"
"우워워"
쿵! 필티라는 덩치가 한걸음 내딛자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스모선수처럼 한발 한발띄어 천천
히 걷는 필티. 워낙에 돼지였기에 걷기가 힘든지 그 속도는 굼뱅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느렸다.
이런 필티의 걸음을 보고 답답해진 베르스퍼가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 펑! 정확히 얼굴에 명중하
는 고양이 레이져 그러나 그 덩치에 걸맞게 맷집도 뛰어났던지 베르스퍼의 공격은 전혀 먹혀들
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필티. 그러자 이번엔 힐드가 입을 열었다.
"폭뢰강림"
쿠콰앙!! 강렬한 번개 한가닥이 덩치에게 꽂혔다. 자욱하게 피어올라 시야를 가리는 먼지. 그 속
에 거대한 그림자가 잠시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다시 거대한 몸집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힐드의
번개에도 불구하고 상처하나 없이 걸어나오는 필티. 베르스퍼와 힐드는 녀석의 맷집이 보통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냐앙"
"폭뢰강림 가지곤 어림도 없는 건가?"
그때였다. 언제나 따로 놀기만 하던 필티의 두 눈동자가 제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곤 힐드를 쏘아
보기 시작했다.
"우우... 너.. 넌 우...먹을 거"
"뭐?"
그 순간, 슈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 거대한 덩치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힐드의 등뒤로 출렁거리는 살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필티. 그는 사람의 머리통만한 거대한
주먹을 힐드를 향해 내리 꽂았다. 휘이잉!! 귓속을 파고드는 무시무시한 파공음. 그 다음순간 맨
땅을 조각조각 퍼즐처럼 만들어버리는 그의 주먹. 다행히 힐드는 몸을 피하긴 했지만 그 주먹에
그대로 맞았다면 분명 그녀라 할 지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부처럼 으깨어진 땅바닥을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베르스퍼. 하지만 정작 그를 놀라게 한
건 덩치가 가진 스피드였다.
걷는 것 조차 힘겨워 보이던 녀석이 순식간에 힐드의 뒤로 그 모습을 나타내다니 상식적으로 이
해가 안갔다.
괴물 덩치는 땅에 박힌 자신의 주먹을 빼내며 힐드를 바라봤다.
"우... 빠르... 실컷 패서... 고기를 연하게..."
"나를 먹을 것으로 취급해..?"
비록 분신이긴 하나 명색이 대 마계장. 그런데 상대는 그녀를 먹을 것 취급하고 있었다. 덕분에
열받은 힐드는 폭뢰강림보다 한단계 위의 고등술법인 폭광뢰격탄을 주문했다. 콰과과광!! 아까
보다 더욱 강력한 번개 줄기가 괴물 덩치에게 사정없이 내리쳤다.
이번엔 효과가 있었는지 움직임이 멈춰버린 필티. 그러자 들려오는 가라르의 목소리.
"확실히 강력하긴 하나..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
"가라르.. 나오지 않으면 이 일대를 그냥 날려버리겠어♡"
그러면서 미소를 띄는 힐드. 그러나 파직! 그녀의 손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파크는 그녀가 속으
론 분노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따아악!! 힐드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거대한 손.
크기로 보아 필티의 손이 분명했다. 꽝! 그대로 땅에 박혀버리는 힐드. 놀란 베르스퍼는 그녀의
곁으로 뛰어갔다.
"히, 힐드님!!"
"윽... 조금 아픈걸"
"위... 위험한.. 간식... 그냥.. 먹는..."
"흐갸갸갹!!"
어느새 두 사람의 뒤에 나타난 필티. 그는 거대한 손으로 베르스퍼와 힐드를 꽉 잡아버렸다. 베
르스퍼는 바둥바둥 거리며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썻고 힐드 또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이
리지러 빼내려고 해봤지만 녀석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납덩이가 자신들을 옥죄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우선 왼손에 들린 베르스퍼를 자신의 입으로 갇다대는 필티. 그러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베르스
퍼.
"흐갸아아악!!!!! 에, 엘렉텔!!"
자신을 잡은 상대에게 짜릿한 번개를 맛보여주는 엘렉텔. 스파크가 필티의 온몸을 타고 흘렀고,
그 충격은 힐드에게까지 전해졌다.
파지직!! 필티와 힐드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순간 베르스퍼는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
았다.
엘렉텔로 충격을 줘 덩치에게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괴물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충격
은 힐드에게까지 전해졌으니...
"베.르.스.퍼어어~ 나중에 보자♡"
"냐, 냐앙..."
자신을 바라보는 힐드의 눈을 애써 외면하는 고양이. 하지만 그건 나중 문제였다. 지금은 이 괴
물녀석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 그런데! 휘이익!! 필티는 왼손에 들고있던 베르스퍼
를 먹는 것을 관두고 그냥 던져버렸다.
"더, 더큰... 먹을..."
주저없이 힐드도 던져버리는 필티. 덕분에 그녀는 잠깐 동안 물레방아처럼 돌며 허공을 헤매야
했다. 그녀가 겨우 자세를 잡고 아래를 내려봤을 때 필티는 잠든 두여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바닥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울드와 린드.
우선 필티는 갈색 피부에 하얀 머리칼을 지닌 먹을것(?)을 들어올렸다. 그 다음 주저없이 입을
벌리는 필티. 그 순간! 잔잔했던 대기를 가르는 바람과 함께 엄청난 속도의 그림자가 필티의 배
를 가격했다.
손에 들고있던 울드를 놓치고 휘청거리는 필티. 그 정도의 덩치가 휘청거릴 정도였으니 그에게
가해진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을지 지레 짐작할 수 있었다.
"안돼지잉~♡"
그에게 충격을 준건 다름아닌 힐드. 그것도 황금의 눈동자를 드러낸 힐드였다.
그녀에게선 보통 인간이라면 견디기 힘들정도의 엄청난 마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하지만
필티에겐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힐드를 먼저 처치하고 나머지 일행을 먹어치울 생각을 하고 있
었다.
"위... 위험... 먼저.."
슈앙!! 다시금 순간이동으로 사라지는 필티. 곧 이어 그 거대한 몸을 힐드의 머리위로 들어내었
다. 쿠웅!! 그대로 깔아뭉게는 필티. 녀석의 덩치와 무게때문에 땅은 움푹패여 버렸다. 아무리 힐
드라도 녀석의 덩치에 깔렸다면 무사할리 없었다. 침을 질질 흘리는 입을 벌려 웃는 필티. 그런
데 그의 한쪽다리에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하하!! 그 정도론 안돼지"
그런 뒤 힐드가 작은 주문을 외우자, 두우웅!! 땅에 박혀있던 거대한 몸이 갑자기 공중으로 부상
하기 시작했다. 바둥거리는 필티. 그러나 상대의 술법을 풀기엔 역부족이였다. 그의 몸은 힐드
의 의지에 따라 저 멀리 내팽겨 쳐졌다. 쿠웅!! 다시한번 땅에 몸을 박아버리는 필티. 갑작스런
상황에 그가 어찌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하늘엔 다시한번 먹구름이 몰려왔다. 그리
고 아까와 틀리게 파란빛의 마법진이 알 수 없는 문자와 함께 허공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달리며 대지를 뒤흔들고 대기를 휘두르는 천둥의 정령이여 그 가장 큰 힘으로 천둥으로
되어 내 손에 모여라 만물을 파괴하는 힘이여!! 격멸강뢰!!!"
파바!!! 파지지직!!! 순식간에 그려진 마법진에선 엄청난 굵기의 번개들이 나와 한곳으로 모여들
기 시작했다. 그 다음 콰과과과! 엄청난 소리와 함께 메마른 번개줄기가 필티에게로 내리 꽂혔
다. 꽈광! 꽈과과광!!!!!! 대지가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굉음. 아무리 맷집이 뛰어난 필티라고 해도
힐드가 시전하는 격멸강뢰를 맞고는 무사할 수 없었다. 엉망이 되버린 땅엔 손가락하나 까딱하
지 않는, 검게 그을려 버린 필티가 누워있었다.
한편 가라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힐드의 힘에 아연질색 하고 있었다.
"제, 제길! 분신이라고 만만히 봤더니...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다급히 뒤 돌아서는 가라르. 그때! 하얀 섬광이 그를 강타했다. 퍼버벙!!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
리는 그의 몸뚱이. 쿵!! 땅에 떨어진 그가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앞을 봤을때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겨우 찾아냈군. 나무 속에 숨어있을 줄이야..."
"큭! 망할 고양이놈!!.. 어헉?!"
그의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 그것은 힐드가 뿜어내고 있는 기운이였다. 새 하얗게 질려버
린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가라르. 그곳엔 한손에 엄청난 전격파를 일으키고 있는 힐드가
눈에 들어왔다.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여는 가라르.
"히... 힐드님..."
퍼버벅!!! 사정없이 작렬하는 힐드의 주먹. 가라르는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뚜벅 뚜벅 쓰러진 가
라르를 향해 다가가는 힐드.
한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늙은 악마. 그는 전신에 느껴지는 전기의 충격때문에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는 두명의 여신을 보았다. 갑자기 날카로워
지는 그의 눈빛. 그는 고통을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하, 한발짝만 더 다가오면 여신의 목숨은 없다."
뚝. 걸음을 멈추는 힐드. 아무말 없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는 회심의 미소를 띄
며 공간이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퍼억!! 다시한번 나가떨어지는 가라르. 어느새 깨어
난 린드가 그를 가격한 것이였다. 피리음에 당한 시간도 꽤나 지났고, 힐드와 필티가 싸우면서
낸 커다란 소음때문에 빨리 깨어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부스스 일어나는 또 다
른 그림자. 그 주인공은 성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자식! 나 같이 고귀한 여신한테 무슨 짓을!!! 본때를 보여주겠다!!"
꽈과광!!!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가라르에게 떨어지는 울드의 번개. 덕분에 그는 게거품을 물고 쓰
러져야했다.
"제, 제길... 이대로 끝나는 건가?"
그의 주위로 모여든 울드, 린드, 힐드, 베르스퍼. 더 이상 그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린드는 가라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자에게 정보를 캐내고 싶지만 여의치 않을 것 같군"
"아니. 이 녀석은 자기 목숨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껄?"
그러면서 그에게로 다가가는 힐드.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식은땀을 샤워하듯 흘
리는 가라르. 그런데 힐드의 시선을 피해 이리저리 눈동자를 돌리던 그의 눈빛이 갑자기 변했
다. 그리고 그는 비릿한 웃음과 합께 입을 열었다.
"끌끌... 나에게선 아무런 정보도 캐내지 못할 것이요"
"어머? 의외인 걸?"
"끌끌끌.....믿는게 있지... 필티!!!"
순간 모두 아차했다 싶었다. 필티는 분명 힐드의 강렬한 번개공격에 적중했지만 생사는 확인하
지 않았다. 힐드가 뒤늦게 필티가 쓰러진 곳을 바라봤지만 그곳에 쓰러져 있던 거대한 몸체는
없었다. 번개에 의해 뒤엎어지고 새까맣게 타버린 땅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에게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 강해... 위험... 제거한..."
그 순간, 피유우!! 필티의 거대한 몸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본 가라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헉!! 서, 설마 필티 네놈 자, 자폭을?!"
그의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콰아아앙!!! 빛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힐드를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라르도 갑작스런 부하의 자폭에 대비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
에 휩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있던 울드와 린드, 베르스퍼는 무사했다.
발키리로써 타 신족보다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는 린드가 상대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음을 느
꼇고, 폭발이 일어나기 바로직전 그녀는 결계를 쳐 모두를 보호했다. 하지만 울드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말도안돼.. 힐드... 어, 엄-!!!"
탕!! 결계를 가격하는 울드의 주먹. 폭발이 끝나고 난 뒤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지 세찬 바람과 공허함만이 그들이 있었던 자리를 메꾸고 있을 뿐이었다.
모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분신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대 마계장. 그런데 적의 자폭공격
에 허무하게 당하고 말았다. 특히 그녀의 딸인 울드의 충격이 제일 컸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힐드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린드도 그녀 못지 않게 충격을 받은 듯, 아무말 없이 있었
다. 베르스퍼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울려퍼지는 닭살스런 목소리...!
"아하하! 미안. 너희들과 동행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 마계로 보냈던 마라가 중요한 연락
을 했거덩~♡ 그래서 이만 헤어져야겠어."
갑자기 들려오는 힐드의 목소리에 멍하게 있던 울드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꼇다.
"뭐, 뭐야! 이 아줌씨가 사람 걱정시키 더니! 또 뭔 소리야!!"
"훗.. 울드... 결국 끝까지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구나... 뭐 좋아♡ 나중에 들을 기회가 있겠지?
그럼 이만 가볼께♡"
"잠깐만!!"
이후 울드가 힐드를 계속해서 불러봤지만 그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때문에 왠지모를 허
탈감을 느낀 울드. 주먹을 꽉 움켜쥐며 힐드를 잠시나마 걱정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을
놀려먹은 엄마, 힐드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며 주먹에 힘을 주던 그녀의 눈동자엔 한 없이 커다
란 안도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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