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あっ!女神さまっ 55화 강제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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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쓰고 후다닥 나가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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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별이 유날리 돋보이는 어두운 밤. 하나의 그림자가 바위에 걸터 앉아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을 가로질러 끝없는 심연 저편으로 뻗어가는 밝은 강, 은하수. 그림자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흐음~ 이곳은 은하수도 보이고 별도 많구나"
하늘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별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한동안 별들을 응시
하다 이유모를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에 들어오는 아담한 2층집. 불이 모
두 꺼진 것으로 봐서 안에 있는 사람모두 잠자리에 든 듯 했다.
"아가씨랑, 모두 주무시나 보군. 한시간만 더 여기있다 나도 자야지"
털썩. 그대로 풀밭 위에 누워 버리는 그림자. 강물에서 반사되는 달빛에 의해 그림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신족이 주로 입는 하얀색 제복에, 검은색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 그림자의 정체는 발
드르였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뭔가를 곰곰히 생각했다.
"음... 분명 그때 건물이 무너지면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을까?"
뮈르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체, 그는 상념에 빠져들었다.
잠이들고 난 뒤 다시 눈을 떳을 때 그곳은 무너져 가는 에메랄트캐슬이 아닌 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여관이었다. 깨어났을 때 발드르는 여관을 떠나려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도저히
베르단디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일행중 그 누구도
발드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따듯하게 위로해 주었다.
"정말.. 둘째 아가씨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차라리 울드 아가씨 처럼 번개 한방만 먹여 줬으면
마음 편했을 텐데..."
그때 발드르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원래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어하는 그였
지만, 나쁜일을 저지른 자신에게 화를 내기는 커녕 따듯한 위로를 해주니, 눈물이 안날래야 안
날 수 없었다. 가깟으로 눈물을 거둔 그는 일행에게 물어봤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 돌아올 수 있
었냐고. 그 부분은 아까 카르마가 설명을 해줬다.
"에메랄드캐슬이 무너져 내리길래 나는 지붕부분을 날려 버릴려고 했는데, 여기 이쁜 여신누님
이 무너지는 성을 되살렸어. 그래서 내가 재빨리 날아가 네놈을 꺼내왔지"
뮈르의 부탁때문에 일행은 그에대한 것을 발드르에게 숨겼다. 물론 베르단디 같은 1급 여신은
거짓말을 못하니까 카르마가 대신 그에게 설명하며 적당히 말을 꾸민 것이다. 다행히 발드르는
철썩같이 그 사실을 믿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믿을 것이 분명했다.
발드르가 그렇게 아까전의 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
다. 누군가 자신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소리였다.
"누구지? 빨간 도마뱀 녀석인가?... 어!"
발소리의 인물을 보자,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탄성.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은 케이였다.
발드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색하며 케이를 맞았다.
"케이! 안자고 여기 뭐하러 왔어요?"
"발드르. 사실... 잠이 안와서. 다시 살아나서 맞은 첫 밤이여서 그런가?"
"헤헤, 뭐 그럴 법도 하죠. 심심했는데 잘됐다. 저랑 얘기나 하죠"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달빛이 부숴지는 강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웃으며 둘은 마치 허물 없는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베르단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발드르는 음흉한 눈빛을 지으며 케이
를 바라봤다.
"흐흐. 그런데 케이, 가족계획은 어떻게 세웠습니까?"
"푸웁!!"
발드르가 꽁쳐놓은 음료수를 마시던 케이의 입에서 수많은 액체 방울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
다. 그리고 케이의 입에서 난사 된 음료수는 그대로 발드르의 얼굴에 명중. 발드르는 차분한 표
정을 지으며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내었다. 그 다음 뭐 그리 놀라냐는 듯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놀라요?"
"가, 가, 가족계획은 무슨! 난 그런 생각 해본적 없다고!!"
"에에엑!!! 거짓말!! 몇년 씩이나 아가씨와 사귀었으면서 그 무슨 해괴망측한 말입니까?!"
"해괴망측한 말을 한건 발드르야!"
그러나 발드르는 케이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허리 아랫부분
을 바라보았다.
"훗... 케이. 혹시 불구입니까?"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말이 그렇지 않습니까? 아가씨랑 몇년 씩 사귀었는데 가족계획이 없다는 건... 케이가..."
웃으며 말을 하지 못하는 발드르. 케이는 당황해 하면서도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발드르는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케이는 마음속에 꼭꼭 감춰두었던 말을 꺼냈다.
"난... 베르단디와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모든 것이 원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다
는 것은 알고있어... 언젠가 그녀와 난..."
"케, 케이...(에엑?! 갑자기 심각해 졌잖아? 난 장난 친건데)"
갑자기 진지해진 케이의 말투에 발드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차마 말을 잊지 못하는
케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그는 말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두려워서 말을 안했다는 것을... 그런 케이를 바라보며 발드르 또한 진지하게 입을 열
었다.
"뭔지 알 것 같군요. 케이의 고민... 언젠가 아가씨와 헤어져야 한다는... 그런..."
"... 응.."
주위 공기조차 분위기에 눌려 수그러들 정도로 두 사람은 진지했다. 발드르는 반짝거리는 별들
을 가르키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케이. 저기 저 별이 보이죠? 하지만 저 밝게 빛나는 별도 언젠간 수명을 다해 빛을 잃고 사라져
버리죠. 그건 저희 신족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
"솔직히 아가씨와 케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 주신 께서도 모르실 겁니다."
"...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었어. 언젠간 그녀와 헤어져야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하아... 역시 그랬군요. 하지만 말이죠 케이-"
갑자기 발드르는 말을 끊고 케이를 바라봤다. 그리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아가씨가 케이의 곁에 있기로 한 이상, 아가씨는 언제까지나 당신 곁
에 머무를 겁니다. 그 언제까지라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발드르도 자신의 말이 케이의 고민을 확실히 날려버릴 것 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래
도 그의 말이 어느정도 위로가 됐는지 케이는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고마워 발드르"
"우흐흐! 그런 고민은 생각하지 말자구요 중요한건 프리젠트(Present), 그 중에서도 나우(Now)
아닙니까?"
"그래"
발드르의 위로를 받으며 케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발드르 또한 미소
짓는 케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가벼워 진 것을 느꼇다.
발드르는 그와 같이 웃다말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우하하하하!! 그래서 말인데 제가 케이와 아가씨를 가깝게 이어줄 묘책을 떠올려 봤습니다."
"그게 뭐야?"
발드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동문서답 하는데...
"저와 계약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방금 말씀 드렸잖아요. 케이와 아가씨를 이어줄 묘책... 한번만 절 믿고 계약을 해요!"
케이는 상당히 고민해야 했다. 그를 믿고 계약을 할 것인가? 아니면 냉정히 그를 뿌리칠 것 인가
?... 하지만 그 고민은 발드르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조, 좋아! 될대로 되라! 계약하겠어. 그런데 그전에 무슨 내용인지-"
케이가 계약의 내용을 알아 버리기도 전에, 파아앗!! 발드르의 이마에 있던 동그란 표식에서 줄
기찬 빛이 하늘로 뻗어 올라가 버렸다. 잠시후 정신을 차린 발드르는 케이에게 입을 열었다.
"뭐, 별 것 아닙니다. 저는 천계에서 특별히 서버를 따로 쓰고 있는데, 제 개인 서버를 이용해 그
저 케이와 아가씨에게 작용하던 강제력을 회복 시켜놨을 뿐입니다."
두둥! 이게 무슨 말인가? 강제력이 사라진지 몇년이 지났겄만 이제 와서 다시 회복되다니? 분명
강제력은 좋은 점도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상당히 위험해 질 수 있는 힘인데... 케이가 이런
고민에 빠진사이 발드르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강제력은 제 개인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예전 것 보단 다소 힘이 약할거에요"
"그, 그래? (그나마 다행이야...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강제력은 왠지 쫌...)"
그러나 케이가 안심하기도 잠시. 또 다시 이어진 발드르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뭐 약하긴 해도, 산 하나를 무너트리거나 작은 기상이변 정도는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르긴 몰
라도 바다 근처에서 강력한 강제력이 발생할 경우 해일이 몰려오는 정도? 이정도죠... 아하! 그
리고 케이와 아가씨가 백미터 이상 떨어져 있을 경우 강제력이 발생할 거에요"
그 소리에 케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여관을 바라봤다. 2층짜리 여관이 콘테이너 박스 정도
의 크기로 보이는 거리.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미터는 훨씬 넘게 떨어진 거리였다.
"그게 사실 이라면... 큰일이야!! 여긴 여관에서 안돼도 100미터는 떨어져 있는데"
"훗 설마요... 그렇다면 지금 쯤 무슨 일-"
때마침, 빠아악!! 어디선가 튕겨온 돌덩이가 발드르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는 코피를 분출하며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케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다음 순간 숨 돌릴틈
도 없이 땅을 울리는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수많은 돌덩이가 산 위에서 케이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었다. 후다닥! 뒤도 안돌아 보고 눈썹이 빠쪄라 내달리는 케이. 발드르가 걱
정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산 사람이라도 살고 봐야지...
그가 눈썹 빠지게 달려 여관의 문 앞에 도착하자 산 위에서 굴러 내리던 돌덩이는 더 이상 없었
다. 그를 따라오던 돌들도 산 아래쪽에 나있는 길을 따라 굴러 내려가고 있었다. 한숨 돌린 케
이는 발드르가 있었던 방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 다행이야. 그 즉시 강제력이 발동하다니... 그나저나 발드르는..."
무거운 돌덩이들에 의해 초토화 되버린 풀밭.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곳에 있던 사람은... 굳이 말 안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케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발드르
가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일밖에 없었다.
"설마 죽지는 않았겠지? 하.. 하하.."
쓴 웃음을 짓는 케이. 초토화된 그곳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당장 달려가 발드르를 구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경우 강제력은 또 다시 발생한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하고 방으
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케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사이 풀밭에선 피떡
이된 발드르가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으어어..."
막대한 타격을 받은 녀석. 운동과 전투로 다져진 몸이라고 해도 집체만한 돌덩이를 받을 순 없었
다. 자신이 회복시킨 강제력에 의해 곧바로 타격을 입다니... 지지리 운도 없었다. 달아나려는 정
신을 애써 잡아챈 발드르는 땅을 질질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 아무나 날 살려줘. 흐어어..."
젖먹던 힘까지 짜내며 여관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한 발드르. 그때, 옆에서 또 다른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천근만근 무거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을때, 전방 10미터 이내에 들어오는 또 한
사람. 그는 바로 피떡이 되버린 카르마였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던 카르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산책을 나왔다. 여관에서 조금 떨어진
강가를 거닐 생각이였는데, 갑자기 산사태가 일어나 손 써볼새도 없이 달려오는 돌덩이에 후려
맞았다. 덕분에 그는 멀리 나가 떨어졌고 연이은 돌덩이의 공격에 호되게 당했다.
카르마도 발드르처럼 엄청난 물리적 타격을 입은체 오직 살겠다는 일념하나로 여관을 향해 기어
가고 있던 것이다.
"젠장 맞을! 갑자기 왠놈의 돌덩이가..."
"여어~ 빨간 도마뱀!.. 허억.. 소릴 질렀더니 힘이 빠진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옆을 본 카르마. 그곳에 자신처럼 여관을 향해 기어가는 발드르가 있었다.
반가운(?)마음에 카르마는 그에게 어찌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고, 강제력에 의한 것이란 사
실을 알게되자 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 신족놈!! 쓸데없는 짓... 허어... 힘이빠져..."
"마, 말하지마 말할 힘도 아껴서 여관까지 가야돼..."
굼벵이처럼 느릿느릿한 속도로 기어가는 두 바보. 두 사람이 발견된건 몇시간 후 해가 뜨고 나서
의 일이였다. 산책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던 베르단디가 피떡이 되어 여관앞에 엎드려있는 발
드르와 카르마를 발견했던 것이다. 덤으로 문 옆에 앉아서 잠든 케이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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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별이 유날리 돋보이는 어두운 밤. 하나의 그림자가 바위에 걸터 앉아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을 가로질러 끝없는 심연 저편으로 뻗어가는 밝은 강, 은하수. 그림자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흐음~ 이곳은 은하수도 보이고 별도 많구나"
하늘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별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한동안 별들을 응시
하다 이유모를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에 들어오는 아담한 2층집. 불이 모
두 꺼진 것으로 봐서 안에 있는 사람모두 잠자리에 든 듯 했다.
"아가씨랑, 모두 주무시나 보군. 한시간만 더 여기있다 나도 자야지"
털썩. 그대로 풀밭 위에 누워 버리는 그림자. 강물에서 반사되는 달빛에 의해 그림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신족이 주로 입는 하얀색 제복에, 검은색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 그림자의 정체는 발
드르였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뭔가를 곰곰히 생각했다.
"음... 분명 그때 건물이 무너지면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을까?"
뮈르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체, 그는 상념에 빠져들었다.
잠이들고 난 뒤 다시 눈을 떳을 때 그곳은 무너져 가는 에메랄트캐슬이 아닌 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여관이었다. 깨어났을 때 발드르는 여관을 떠나려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도저히
베르단디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일행중 그 누구도
발드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따듯하게 위로해 주었다.
"정말.. 둘째 아가씨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차라리 울드 아가씨 처럼 번개 한방만 먹여 줬으면
마음 편했을 텐데..."
그때 발드르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원래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어하는 그였
지만, 나쁜일을 저지른 자신에게 화를 내기는 커녕 따듯한 위로를 해주니, 눈물이 안날래야 안
날 수 없었다. 가깟으로 눈물을 거둔 그는 일행에게 물어봤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 돌아올 수 있
었냐고. 그 부분은 아까 카르마가 설명을 해줬다.
"에메랄드캐슬이 무너져 내리길래 나는 지붕부분을 날려 버릴려고 했는데, 여기 이쁜 여신누님
이 무너지는 성을 되살렸어. 그래서 내가 재빨리 날아가 네놈을 꺼내왔지"
뮈르의 부탁때문에 일행은 그에대한 것을 발드르에게 숨겼다. 물론 베르단디 같은 1급 여신은
거짓말을 못하니까 카르마가 대신 그에게 설명하며 적당히 말을 꾸민 것이다. 다행히 발드르는
철썩같이 그 사실을 믿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믿을 것이 분명했다.
발드르가 그렇게 아까전의 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
다. 누군가 자신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소리였다.
"누구지? 빨간 도마뱀 녀석인가?... 어!"
발소리의 인물을 보자,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탄성.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은 케이였다.
발드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색하며 케이를 맞았다.
"케이! 안자고 여기 뭐하러 왔어요?"
"발드르. 사실... 잠이 안와서. 다시 살아나서 맞은 첫 밤이여서 그런가?"
"헤헤, 뭐 그럴 법도 하죠. 심심했는데 잘됐다. 저랑 얘기나 하죠"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달빛이 부숴지는 강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웃으며 둘은 마치 허물 없는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베르단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발드르는 음흉한 눈빛을 지으며 케이
를 바라봤다.
"흐흐. 그런데 케이, 가족계획은 어떻게 세웠습니까?"
"푸웁!!"
발드르가 꽁쳐놓은 음료수를 마시던 케이의 입에서 수많은 액체 방울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
다. 그리고 케이의 입에서 난사 된 음료수는 그대로 발드르의 얼굴에 명중. 발드르는 차분한 표
정을 지으며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내었다. 그 다음 뭐 그리 놀라냐는 듯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놀라요?"
"가, 가, 가족계획은 무슨! 난 그런 생각 해본적 없다고!!"
"에에엑!!! 거짓말!! 몇년 씩이나 아가씨와 사귀었으면서 그 무슨 해괴망측한 말입니까?!"
"해괴망측한 말을 한건 발드르야!"
그러나 발드르는 케이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허리 아랫부분
을 바라보았다.
"훗... 케이. 혹시 불구입니까?"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말이 그렇지 않습니까? 아가씨랑 몇년 씩 사귀었는데 가족계획이 없다는 건... 케이가..."
웃으며 말을 하지 못하는 발드르. 케이는 당황해 하면서도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발드르는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케이는 마음속에 꼭꼭 감춰두었던 말을 꺼냈다.
"난... 베르단디와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모든 것이 원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다
는 것은 알고있어... 언젠가 그녀와 난..."
"케, 케이...(에엑?! 갑자기 심각해 졌잖아? 난 장난 친건데)"
갑자기 진지해진 케이의 말투에 발드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차마 말을 잊지 못하는
케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그는 말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두려워서 말을 안했다는 것을... 그런 케이를 바라보며 발드르 또한 진지하게 입을 열
었다.
"뭔지 알 것 같군요. 케이의 고민... 언젠가 아가씨와 헤어져야 한다는... 그런..."
"... 응.."
주위 공기조차 분위기에 눌려 수그러들 정도로 두 사람은 진지했다. 발드르는 반짝거리는 별들
을 가르키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케이. 저기 저 별이 보이죠? 하지만 저 밝게 빛나는 별도 언젠간 수명을 다해 빛을 잃고 사라져
버리죠. 그건 저희 신족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
"솔직히 아가씨와 케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 주신 께서도 모르실 겁니다."
"...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었어. 언젠간 그녀와 헤어져야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하아... 역시 그랬군요. 하지만 말이죠 케이-"
갑자기 발드르는 말을 끊고 케이를 바라봤다. 그리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아가씨가 케이의 곁에 있기로 한 이상, 아가씨는 언제까지나 당신 곁
에 머무를 겁니다. 그 언제까지라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발드르도 자신의 말이 케이의 고민을 확실히 날려버릴 것 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래
도 그의 말이 어느정도 위로가 됐는지 케이는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고마워 발드르"
"우흐흐! 그런 고민은 생각하지 말자구요 중요한건 프리젠트(Present), 그 중에서도 나우(Now)
아닙니까?"
"그래"
발드르의 위로를 받으며 케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발드르 또한 미소
짓는 케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가벼워 진 것을 느꼇다.
발드르는 그와 같이 웃다말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우하하하하!! 그래서 말인데 제가 케이와 아가씨를 가깝게 이어줄 묘책을 떠올려 봤습니다."
"그게 뭐야?"
발드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동문서답 하는데...
"저와 계약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방금 말씀 드렸잖아요. 케이와 아가씨를 이어줄 묘책... 한번만 절 믿고 계약을 해요!"
케이는 상당히 고민해야 했다. 그를 믿고 계약을 할 것인가? 아니면 냉정히 그를 뿌리칠 것 인가
?... 하지만 그 고민은 발드르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조, 좋아! 될대로 되라! 계약하겠어. 그런데 그전에 무슨 내용인지-"
케이가 계약의 내용을 알아 버리기도 전에, 파아앗!! 발드르의 이마에 있던 동그란 표식에서 줄
기찬 빛이 하늘로 뻗어 올라가 버렸다. 잠시후 정신을 차린 발드르는 케이에게 입을 열었다.
"뭐, 별 것 아닙니다. 저는 천계에서 특별히 서버를 따로 쓰고 있는데, 제 개인 서버를 이용해 그
저 케이와 아가씨에게 작용하던 강제력을 회복 시켜놨을 뿐입니다."
두둥! 이게 무슨 말인가? 강제력이 사라진지 몇년이 지났겄만 이제 와서 다시 회복되다니? 분명
강제력은 좋은 점도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상당히 위험해 질 수 있는 힘인데... 케이가 이런
고민에 빠진사이 발드르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강제력은 제 개인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예전 것 보단 다소 힘이 약할거에요"
"그, 그래? (그나마 다행이야...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강제력은 왠지 쫌...)"
그러나 케이가 안심하기도 잠시. 또 다시 이어진 발드르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뭐 약하긴 해도, 산 하나를 무너트리거나 작은 기상이변 정도는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르긴 몰
라도 바다 근처에서 강력한 강제력이 발생할 경우 해일이 몰려오는 정도? 이정도죠... 아하! 그
리고 케이와 아가씨가 백미터 이상 떨어져 있을 경우 강제력이 발생할 거에요"
그 소리에 케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여관을 바라봤다. 2층짜리 여관이 콘테이너 박스 정도
의 크기로 보이는 거리.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미터는 훨씬 넘게 떨어진 거리였다.
"그게 사실 이라면... 큰일이야!! 여긴 여관에서 안돼도 100미터는 떨어져 있는데"
"훗 설마요... 그렇다면 지금 쯤 무슨 일-"
때마침, 빠아악!! 어디선가 튕겨온 돌덩이가 발드르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는 코피를 분출하며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케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다음 순간 숨 돌릴틈
도 없이 땅을 울리는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수많은 돌덩이가 산 위에서 케이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었다. 후다닥! 뒤도 안돌아 보고 눈썹이 빠쪄라 내달리는 케이. 발드르가 걱
정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산 사람이라도 살고 봐야지...
그가 눈썹 빠지게 달려 여관의 문 앞에 도착하자 산 위에서 굴러 내리던 돌덩이는 더 이상 없었
다. 그를 따라오던 돌들도 산 아래쪽에 나있는 길을 따라 굴러 내려가고 있었다. 한숨 돌린 케
이는 발드르가 있었던 방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 다행이야. 그 즉시 강제력이 발동하다니... 그나저나 발드르는..."
무거운 돌덩이들에 의해 초토화 되버린 풀밭.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곳에 있던 사람은... 굳이 말 안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케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발드르
가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일밖에 없었다.
"설마 죽지는 않았겠지? 하.. 하하.."
쓴 웃음을 짓는 케이. 초토화된 그곳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당장 달려가 발드르를 구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경우 강제력은 또 다시 발생한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하고 방으
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케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사이 풀밭에선 피떡
이된 발드르가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으어어..."
막대한 타격을 받은 녀석. 운동과 전투로 다져진 몸이라고 해도 집체만한 돌덩이를 받을 순 없었
다. 자신이 회복시킨 강제력에 의해 곧바로 타격을 입다니... 지지리 운도 없었다. 달아나려는 정
신을 애써 잡아챈 발드르는 땅을 질질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 아무나 날 살려줘. 흐어어..."
젖먹던 힘까지 짜내며 여관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한 발드르. 그때, 옆에서 또 다른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천근만근 무거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을때, 전방 10미터 이내에 들어오는 또 한
사람. 그는 바로 피떡이 되버린 카르마였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던 카르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산책을 나왔다. 여관에서 조금 떨어진
강가를 거닐 생각이였는데, 갑자기 산사태가 일어나 손 써볼새도 없이 달려오는 돌덩이에 후려
맞았다. 덕분에 그는 멀리 나가 떨어졌고 연이은 돌덩이의 공격에 호되게 당했다.
카르마도 발드르처럼 엄청난 물리적 타격을 입은체 오직 살겠다는 일념하나로 여관을 향해 기어
가고 있던 것이다.
"젠장 맞을! 갑자기 왠놈의 돌덩이가..."
"여어~ 빨간 도마뱀!.. 허억.. 소릴 질렀더니 힘이 빠진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옆을 본 카르마. 그곳에 자신처럼 여관을 향해 기어가는 발드르가 있었다.
반가운(?)마음에 카르마는 그에게 어찌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고, 강제력에 의한 것이란 사
실을 알게되자 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 신족놈!! 쓸데없는 짓... 허어... 힘이빠져..."
"마, 말하지마 말할 힘도 아껴서 여관까지 가야돼..."
굼벵이처럼 느릿느릿한 속도로 기어가는 두 바보. 두 사람이 발견된건 몇시간 후 해가 뜨고 나서
의 일이였다. 산책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던 베르단디가 피떡이 되어 여관앞에 엎드려있는 발
드르와 카르마를 발견했던 것이다. 덤으로 문 옆에 앉아서 잠든 케이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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