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월[靑月] 그리고 Blue Moo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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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 조금더 살살하지 않으면.."
그러자 위에 올라타 있던 류엘이 찡얼 거린다.
"너 자꾸 내려갈래! 빨랑 허리 들어!"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소설 사제 中 '결국 그 날도 사과는 물 건너가고 말것인가?'-
진월담 월희 O.S.T.2 -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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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이 분이 알퀘아드씨의 오라버니?"
시엘은 환하게 웃으면서 알카드의 요모조모를 뜯어보고 있다. 알퀘이드는 어느샌가 머리에 달린 고양이 귀를 날카롭게 새우며 시엘을 째려보더니, 곧 알카드에게 다가가 알카드의 목을 팔로 휘감더니 이내에 알카드를 그대로 잡아 일으키면서 쏘아댄다.
"이런 녀석이 어째서 내 오빠인거야! 시엘! 너 눈알이 이상한거 아냐?"
"그래도. 역시 잘 어울리시네요."
"아악! 이 녀석이나 저 녀석이나 다들 어떻게 된거야!"
알퀘이드는 좌절한 듯이 고양이 귀를 추욱 내려 뜨리며 시키의 무릎에 턱을 괴고는 쓰러져 버린다. 시엘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면서 알카드를 보고 있다. 그러나 알카드는 조금전부터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아키하를 노려볼 뿐이다. 물론 아키하도 가만히 알카드를 바라볼 뿐이다. 아키하가 차를 거의다 마실 무렵쯤에야 알카드는 눈을 돌려 시키를 바라보았다. 시키는 갑작스레 지켜보는 알카드의 시선에 몸을 움찔했다.
"멍청한 녀석. 감히 이런 귀여운 여동생을 버려두다니.."
"에엑!?"
"그건 그렇고. 이보게 토노군. 이제 그만 여동생을 돌려주시지 않겠나?"
알카드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변한다. 시키가 입을 열러는 순간 둘의 사이로 하얀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간다. 하얀 그림자는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알카드의 얼굴을 가격했다고 느낀순간 딱딱한 쇠끼리 부디친 것처럼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하얀 그림자는 다시 빠르게 돌면서 결국 알카드의 오른뺨을 그대로 가격해 버렸다. 역시나 알카드는 다시 허공을 날아올랐지만, 좀전처럼 꼴사납게 쓰러지지는 않고 사뿐히 내려앉는다.
"크윽! 알퀘이드! 어째서 날 이리도 박대하는게냐?"
"흥! 오라버니가 오라버니 대접 받으실려면! 시스콤부터 고치세요!"
"......"
알퀘이드의 충격적인 발언하에 모두는 BATN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것처럼 하얗게 물들어 갔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을 내뱉는다. 물론 상냥한 목소리로 잔혹한 말발인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귀여운 동생을 사랑하는 것이 죄란 말이냐!"
"아무리 일반 도덕이 상실 되었다해도 그렇지! 내가 7살 때부터 들러붙으면 안 질려요!"
알퀘이드의 두번재 충격발언.. 제 2타에 모두는 HP를 완전히 불살라버리고 결국 대기중으로 화해버리는 전설속의 영웅처럼 흩날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코하쿠는 곧 바로 이성을 되찾음과 동시에 알카드에게로 다가간다. 알카드는 눈을 번뜩이며 코하쿠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방에서의 빗자루 투척은 그에게 상당한 데미지를 주어서 였을까? 하지만 코하쿠는 갑작스레 알카드의 오른손을 꼬옥 부여 잡으면서 말을 이어간다.
"그.. 그.. 그 기분! 저도 이해해요! 얼마나 귀엽겠어요! 아아! 힛시짱! 알쿠냥!"
"호.. 호.. 혹시!? 아하하하하! 반갑소이다! 얼마만에 같은 취미를 지닌 존재를 만났는가!"
"......!"
순간적으로 홀의 분위기는 내려앉는다. 물론 악수를 나눈 두 당사자 주위로는 꽃배경이 화사하게 펼쳐져 있지만 말이다. 물론 시엘이 정상적인 사람치고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시엘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말한다.
"저기요? 두 분 지금 입가에 침이 흐르시고 계세요."
"미루일님. 어서 일어나 보십시요."
"우응.. 무슨 일이야? 아알?"
"임시 악마장 회의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응.. 또오?"
"자아. 힘드신 것은 알지만, 청록의 악마일족의 우두머리 답게 어서 일어나십시요."
알은 투정을 부리는 미루일을 깨워서 옷장으로 들이밀어 넣는다. 옷장이라기 보다는 옷들이 가득한 방이라고 할 정도로 넓은 곳이다. 미루일은 천천히 걸어가서는 옷을 하나 집어든다. 그다시 화려하지 않은 셔츠와 그리고 면바지다.
"입자. 빨랑."
순간 방안의 공간이 일그러 진다 싶더니 어느새 미루일의 잠옷은 사라지고 그가 들고있던 옷이 그에게 입혀져 있다. 그는 거울로 다가가 청록빛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더니 곧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어 머리를 묶는다. 그리고는 거울 옆에 걸려있는 점퍼를 집어들고서는 옷장을 나온다. 아무런 특징 없는 하얀 와이셔츠와 그리고 그의 피부와 어울리는 밝은 갈색의 면바지, 그리고 여전히 드러나는 가슴의 근육과 어깨에 둘러매고 있는 회색의 가죽점퍼는 그의 자유분방함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었다. 알은 안면근육을 경직시키며 미루일에게 말한다.
"미루일님. 적어도 회의에는 정식 예복을 입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봐. 알? 이래뵈도 우리 청록의 악마일족은 바람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난 그런 꽉 막힌 것은 싫단말야. 절대로 나와 상성이 맞지 않는 옷이야."
"..좋습니다. 그러면 가시죠."
알은 순순히 대답을 하고는 손을 뻗어 검은 문을 만든다. 미루일은 가벼운 걸음으로 문을 통과하였다. 문을 통과하자 주위 풍경은 순식간에 회의장으로 바뀐다. 회의장에는 각각의 악마장들이 나와 있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낸다. 미루엘도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을 건낸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하듯이 말이다.
"잘 지냈니? 슈르트?"
"덕분에요. 자아. 이쪽에 앉으세요. 곧 회의가 시작될테니까요."
이블 칼시스타인의 권유로 미루일은 그의 옆에 앉는다. 곧 적막의 악마장 유블레타 타블레티스가 입을 연다. 적막의 악마장 답지 않게 아름다운 고운 목소리다. 그녀가 적막의 악마장이 아니였다면, 분명히 그 목소리는 루시퍼의 목소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청아하다. 아무튼 그녀의 목소리가 주위로 퍼진다.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으로써 회의와 관련되지 않은 모든 의사소통은 전면적으로 적막의 결계에 의해 무산되고 만다. 적막의 결계는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나 신성력 일지라도 결코 부숴지지 않는다. 타블레티스가 풀기 전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구적인 결계이다. 결계가 완성되자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먼저 이블 칼시스타인이 입을 연다. 최초의 악마장이었던 이스마엘 칼시스타인의 아들인 이블 칼시스타인은 의외로 막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주위의 악마들은 이것을 보고 아버지의 광휘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블 칼시스타인은 무척 유능한 악마이다. 그가 말을 시작하자 다른 모든 악마들은 모두 그에게로 시선을 모은다.
"여러분께서도 짐작 하고 계실껍니다."
이블 칼시스타인의 말이 잠시 끊어지자 주위의 악마들의 눈이 커진다. 다시 말이 이어진다. 약간은 침울한 듯한 억양으로 주위로 퍼져나간다.
"루시퍼 님께서는 봉인 당하셨습니다."
"......"
적막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결코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회의탁자 주위로 빙 둘러앉은 악마들을 제외한 나머지 악마들은 눈을 뻘겋게 뜨고서는 악을 써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계속해서 입을 연다. 물론 얼굴은 갈 수록 일그러진다.
"현재 루시퍼님의 행방을 추적해본 결과 법왕청에서 그 흔적이 끊겼으며, 법왕청 내에서도 루시퍼님께서 사라지신 것에 대하여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결국 루시퍼님께서는 현재 법왕청의 리스트 인물중 한사람이 납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암뢰의 악마장 카일 클러스터 썬더가 우르릉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렇다면 그 상대가 누군가?"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27 사도중 한명인 엔 하운스, 그리고 도망자 시엘 에레이시아, 진조의 절정 알카드 이렇게 3명입니다.
"흐음.. 3명이라.."
카일 클러스터 썬더의 중얼거림에 모두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자 미루엘이 일어나서 입을 연다. 물론 예의 그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주위로 달콤하게 퍼져나간다.
"결국은 모두다 우리의 적이로군요."
"정확히 따지자면 광월의 엘 하운스와 진조의 절정인 알카드는 중립입니다."
"중립은 잠정적인 적군이죠. 그러면 어떻게 루시퍼님을 구하실 껍니까?"
미루엘이 질문을 던지자 이블 칼시스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루시퍼님은 현재 봉인중이신 상태인지라 그분의 마력을 추적한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하지만 현재 가능성 있는 3명 모두는 광월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하얀 어둠의 고위 사제를 통하여 들었습니다."
이블 칼시스타인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인다. 광월이라면 분명히 숨을 공간이 많다. 얼어붙은 청월의 세계에서는 그런자가 있다면 반드시 보이게 된다. 모두들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데, 하나의 존재가 움직이면 그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게 느껴진다. 악마들은 서로의 눈을 보다가 마침내 한명에게로 눈을 모은다. 청록의 악마장으로 알려지기 보다는 살성의 바람으로 알려진 이카르샤 미루일에게로.. 적막의 악마장은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청록의 악마장 이카르샤 미루엘님?"
"알겠습니다. 제가 찾도록 하죠. 그 대신에 루시퍼님의 은총은 제가 제일로 먼저 받을 것입니다."
미루일의 말에 모두는 잠깐이나마 살기를 뿜었다가 이내에 거두어 들인다. 루시퍼의 은총을 받은 악마는 힘이 상승한다. 타락했다 하여도 한때 높고 고귀한 천사였던 그의 은총은 종족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힘을 부여한다. 물론 그가 은총을 아무에게나 주는 것은 아니기에 모두는 잠깐이나마 욕심이 마음을 지배하는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타블레티스의 말에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회의의 공기는 자유롭습니다."
결계가 풀림을 알리는 말이다. 미루일은 일어나서 슈르트를 바라본다. 슈르트는 미루일의 눈길에 잠시 얼굴을 긁다가 멋쩍게 웃고 만다. 미루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는 알이 열어준 문을 통해 사라진다.
"통.통.통.통."
이른 아침부터 부엌은 활기가 넘친다. 도마위에는 적당히 자른 고기와 야채들이 있었고, 냄비는 가스레일지 위에서 펄펄 끓고 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의 손이 가볍게 지나갈 때마다 맛나는 음식들이 만들어진다. 요리하는 사람은 마지막으로 냄비를 열고, 썰어놓은 야채와 고기들을 집어넣는다. 그러자 맛있는 스튜냄새가 주방으로 확 퍼져나간다.
"아하아암! 그럼 오늘도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봐.. 에엣!?"
코하쿠는 평상시대로 주방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평상시처럼 요리를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이미 주방에는 한 사람이 들어와서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차린 음식은 모두다 양식이었지만, 하나같이들 모두 고급스러운 요리들 뿐이다. 코하쿠라 하여도 족히 몇시간 동안은 준비를 해야지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다. 코하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서 그 사람을 가리킨다. 그리고는 손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알.. 카드씨!?"
"일어났군요. 흐음! 어때요? 이정도면 모두들 충분히 먹을거 같은데?"
알카드는 다시 식탁에 접시 두개를 내려놓고는 말한다. 코하쿠는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가 음식 접시 하나를 들고 천천히 냄새를 맡는다. 향긋한 과일향과, 그리고 은은한 숯불향이 잘 어우러져 풍겨났다. 최고의 요리실력이 아니라면 도저히 만들수 없을 정도의 티본 스테이크 였다. 코하쿠는 다른 음식들도 둘러보았다. 에피타이저인 양송이 치즈구이는 양송이 버섯의 향과 치즈의 부드럽고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달걀샐러드는 달걀의 흰자위에 가볍게 칼질을 하여 마치 아름다운 조각을 음각 해놓은듯 보였고, 버터롤은 알맞게 부풀고 향긋한 버터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저보다 한 수위!?"
"아!? 에에!?"
코하쿠는 순식간에 밖으로 튀어나갔다. 알카드는 그저 멍하니 키친레이프에 손을 밖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허억!" / "와아!" / "......" / "또.. 시작인가.."
각자의 개성이 들어나는 감탄사가 들려오고 코하쿠는 알카드를 도와 여러가지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 히스이는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히스이에겐 주방일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모두의 공통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는 자리에 앉자마자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이것저것 먹기 시작한다. 물론 시키는 여전히 아키하의 눈치를 보고 있고, 시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예법을 지키며 먹고 있다. 다만 알퀘이드는 멀뚱히 식사를 바라볼 뿐이다. 그러자 시키는 알퀘이드를 보며 입을 연다.
"알퀘이드는.. 안 먹어?"
"..응? 아냐. 먹을께."
알퀘이드는 시키의 말이 있고서야 간신히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는 듯이 보였으나, 곧 다시 음식을 멀뚱히 바라볼 뿐이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나고, 코하쿠와 알카드는 정리를 완전히 마치고서야 거실에 들어온다. 시엘이 환하게 웃으면서 알카드에게 말한다.
"대단하시군요."
"뭐.. 교회의 인간에게 그런 말을 듣기 싫은건 아니지만.."
"역시나.. 아직도 교회의 인간인가요?"
"...미안."
아키하의 무신경한 지적에 알카드는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다. 뭐니뭐니 해도 이 거실의 여왕님은 아키하이다. 시키는 안경을 고쳐 쓰고서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연다.
"그런데 알카드씨에게 이런 제주가 있다니. 영 믿어지지 않네?"
"그렇죠! 저도 놀랐어요."
코하쿠도 맞장구를 쳐준다. 시엘도 환히 웃으면서 그들 사이에 자연스레 껴들어갔고, 종국에는 아키하와 알카드도 빠져들어간다. 하지만 알퀘이드는 슬픈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볼 뿐이다.
"당신인가?"
"알카드. 오랫만이군."
알카드는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비취는 인영을 보고서는 눈을 찌푸린다. 같은 듯 하면서도 같지 않는 기운. 차갑고 얼어붙은 달의 세계의 기운이 느껴진다. 피의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기운. 달이 푸르게 물들어 간다.
"루시퍼.."
"바뀌어서 모르실 줄 알았는데. 다행히 기운은 기억하시나 봐요?"
"말투.. 변했군.."
"뭐.. 오래살다보면 말투도 바뀌죠."
알카드는 다시 붉게 물든 달을 보면서 조용히 말한다.
"쓸때 없는 짓거리 하지마. 그 녀석은 내 동생이 마음에 들어한다고."
"어머? 아직도 시스콤이세요?"
"......"
"에.. 또.. 그렇군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지요."
"오빠.."
"응? 알퀘이드? 왜 그런 눈을 하고 있는거야?"
"아냐.. 그냥.. 기분이.."
알카드는 잠시 알퀘이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알퀘이드를 끌어 안으며 말을 잇는다. 주위 사람들은 조용해진다. 그저 공간에는 알퀘이드와 알카드만이 서있을 뿐이다.
"괜찮아."
"응.. 그런데.. 오빠..?"
"왜 그래?"
"어딜.. 더듬어? 응?"
알퀘이드의 목소리가 금새 식는다. 알카드는 순간 자신의 왼손이 알퀘이드의 엉덩이에 닿아 있음을 후회한다. 물론 조금의 기쁨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역시나 알퀘이드의 손은 알카드의 오른 뺨을 훑고 지나간다. 물론 파워는 약해서 알카드가 잠시 흔들거릴 정도지만 말이다.
"바보! 메롱!"
"이.. 이 녀석이! 오라버니가 약간의 스킨쉽을 했기로서니!"
"이.. 이.. 바보 오빠야! 그걸 누가 스킨쉽으로 보냐!"
결국 다시금 알퀘이드의 손바닥이 알카드의 오른뺨을 훑고서야 알카드는 허공에 떠오르며 침묵해 버렸다. 시엘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는 밝은 웃음으로 상황을 평가한다.
"자업자득.. 이죠?"
"우으으으.."
아키하는 어디선가 주워왔는지 나뭇가지로 알카드를 쿡쿡 찔러보고 있었다. 물론 시키는 여전히 불안정한 자세로 주위를 둘러볼 뿐이었다. 알퀘이드는 터벅터벅 걷다가 잠시 멈추고는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알카드는 일어나서는 오른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물론 뒷머리에는 아키하가 여전히 나뭇가지로 콕콕 찌르고 있었지만..
"오빠는.. 바보야.."
그러자 위에 올라타 있던 류엘이 찡얼 거린다.
"너 자꾸 내려갈래! 빨랑 허리 들어!"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소설 사제 中 '결국 그 날도 사과는 물 건너가고 말것인가?'-
진월담 월희 O.S.T.2 -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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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이 분이 알퀘아드씨의 오라버니?"
시엘은 환하게 웃으면서 알카드의 요모조모를 뜯어보고 있다. 알퀘이드는 어느샌가 머리에 달린 고양이 귀를 날카롭게 새우며 시엘을 째려보더니, 곧 알카드에게 다가가 알카드의 목을 팔로 휘감더니 이내에 알카드를 그대로 잡아 일으키면서 쏘아댄다.
"이런 녀석이 어째서 내 오빠인거야! 시엘! 너 눈알이 이상한거 아냐?"
"그래도. 역시 잘 어울리시네요."
"아악! 이 녀석이나 저 녀석이나 다들 어떻게 된거야!"
알퀘이드는 좌절한 듯이 고양이 귀를 추욱 내려 뜨리며 시키의 무릎에 턱을 괴고는 쓰러져 버린다. 시엘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면서 알카드를 보고 있다. 그러나 알카드는 조금전부터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아키하를 노려볼 뿐이다. 물론 아키하도 가만히 알카드를 바라볼 뿐이다. 아키하가 차를 거의다 마실 무렵쯤에야 알카드는 눈을 돌려 시키를 바라보았다. 시키는 갑작스레 지켜보는 알카드의 시선에 몸을 움찔했다.
"멍청한 녀석. 감히 이런 귀여운 여동생을 버려두다니.."
"에엑!?"
"그건 그렇고. 이보게 토노군. 이제 그만 여동생을 돌려주시지 않겠나?"
알카드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변한다. 시키가 입을 열러는 순간 둘의 사이로 하얀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간다. 하얀 그림자는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알카드의 얼굴을 가격했다고 느낀순간 딱딱한 쇠끼리 부디친 것처럼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하얀 그림자는 다시 빠르게 돌면서 결국 알카드의 오른뺨을 그대로 가격해 버렸다. 역시나 알카드는 다시 허공을 날아올랐지만, 좀전처럼 꼴사납게 쓰러지지는 않고 사뿐히 내려앉는다.
"크윽! 알퀘이드! 어째서 날 이리도 박대하는게냐?"
"흥! 오라버니가 오라버니 대접 받으실려면! 시스콤부터 고치세요!"
"......"
알퀘이드의 충격적인 발언하에 모두는 BATN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것처럼 하얗게 물들어 갔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을 내뱉는다. 물론 상냥한 목소리로 잔혹한 말발인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귀여운 동생을 사랑하는 것이 죄란 말이냐!"
"아무리 일반 도덕이 상실 되었다해도 그렇지! 내가 7살 때부터 들러붙으면 안 질려요!"
알퀘이드의 두번재 충격발언.. 제 2타에 모두는 HP를 완전히 불살라버리고 결국 대기중으로 화해버리는 전설속의 영웅처럼 흩날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코하쿠는 곧 바로 이성을 되찾음과 동시에 알카드에게로 다가간다. 알카드는 눈을 번뜩이며 코하쿠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방에서의 빗자루 투척은 그에게 상당한 데미지를 주어서 였을까? 하지만 코하쿠는 갑작스레 알카드의 오른손을 꼬옥 부여 잡으면서 말을 이어간다.
"그.. 그.. 그 기분! 저도 이해해요! 얼마나 귀엽겠어요! 아아! 힛시짱! 알쿠냥!"
"호.. 호.. 혹시!? 아하하하하! 반갑소이다! 얼마만에 같은 취미를 지닌 존재를 만났는가!"
"......!"
순간적으로 홀의 분위기는 내려앉는다. 물론 악수를 나눈 두 당사자 주위로는 꽃배경이 화사하게 펼쳐져 있지만 말이다. 물론 시엘이 정상적인 사람치고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시엘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말한다.
"저기요? 두 분 지금 입가에 침이 흐르시고 계세요."
"미루일님. 어서 일어나 보십시요."
"우응.. 무슨 일이야? 아알?"
"임시 악마장 회의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응.. 또오?"
"자아. 힘드신 것은 알지만, 청록의 악마일족의 우두머리 답게 어서 일어나십시요."
알은 투정을 부리는 미루일을 깨워서 옷장으로 들이밀어 넣는다. 옷장이라기 보다는 옷들이 가득한 방이라고 할 정도로 넓은 곳이다. 미루일은 천천히 걸어가서는 옷을 하나 집어든다. 그다시 화려하지 않은 셔츠와 그리고 면바지다.
"입자. 빨랑."
순간 방안의 공간이 일그러 진다 싶더니 어느새 미루일의 잠옷은 사라지고 그가 들고있던 옷이 그에게 입혀져 있다. 그는 거울로 다가가 청록빛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더니 곧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어 머리를 묶는다. 그리고는 거울 옆에 걸려있는 점퍼를 집어들고서는 옷장을 나온다. 아무런 특징 없는 하얀 와이셔츠와 그리고 그의 피부와 어울리는 밝은 갈색의 면바지, 그리고 여전히 드러나는 가슴의 근육과 어깨에 둘러매고 있는 회색의 가죽점퍼는 그의 자유분방함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었다. 알은 안면근육을 경직시키며 미루일에게 말한다.
"미루일님. 적어도 회의에는 정식 예복을 입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봐. 알? 이래뵈도 우리 청록의 악마일족은 바람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난 그런 꽉 막힌 것은 싫단말야. 절대로 나와 상성이 맞지 않는 옷이야."
"..좋습니다. 그러면 가시죠."
알은 순순히 대답을 하고는 손을 뻗어 검은 문을 만든다. 미루일은 가벼운 걸음으로 문을 통과하였다. 문을 통과하자 주위 풍경은 순식간에 회의장으로 바뀐다. 회의장에는 각각의 악마장들이 나와 있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낸다. 미루엘도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을 건낸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하듯이 말이다.
"잘 지냈니? 슈르트?"
"덕분에요. 자아. 이쪽에 앉으세요. 곧 회의가 시작될테니까요."
이블 칼시스타인의 권유로 미루일은 그의 옆에 앉는다. 곧 적막의 악마장 유블레타 타블레티스가 입을 연다. 적막의 악마장 답지 않게 아름다운 고운 목소리다. 그녀가 적막의 악마장이 아니였다면, 분명히 그 목소리는 루시퍼의 목소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청아하다. 아무튼 그녀의 목소리가 주위로 퍼진다.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으로써 회의와 관련되지 않은 모든 의사소통은 전면적으로 적막의 결계에 의해 무산되고 만다. 적막의 결계는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나 신성력 일지라도 결코 부숴지지 않는다. 타블레티스가 풀기 전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구적인 결계이다. 결계가 완성되자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먼저 이블 칼시스타인이 입을 연다. 최초의 악마장이었던 이스마엘 칼시스타인의 아들인 이블 칼시스타인은 의외로 막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주위의 악마들은 이것을 보고 아버지의 광휘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블 칼시스타인은 무척 유능한 악마이다. 그가 말을 시작하자 다른 모든 악마들은 모두 그에게로 시선을 모은다.
"여러분께서도 짐작 하고 계실껍니다."
이블 칼시스타인의 말이 잠시 끊어지자 주위의 악마들의 눈이 커진다. 다시 말이 이어진다. 약간은 침울한 듯한 억양으로 주위로 퍼져나간다.
"루시퍼 님께서는 봉인 당하셨습니다."
"......"
적막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결코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회의탁자 주위로 빙 둘러앉은 악마들을 제외한 나머지 악마들은 눈을 뻘겋게 뜨고서는 악을 써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블 칼시스타인은 계속해서 입을 연다. 물론 얼굴은 갈 수록 일그러진다.
"현재 루시퍼님의 행방을 추적해본 결과 법왕청에서 그 흔적이 끊겼으며, 법왕청 내에서도 루시퍼님께서 사라지신 것에 대하여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결국 루시퍼님께서는 현재 법왕청의 리스트 인물중 한사람이 납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암뢰의 악마장 카일 클러스터 썬더가 우르릉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렇다면 그 상대가 누군가?"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27 사도중 한명인 엔 하운스, 그리고 도망자 시엘 에레이시아, 진조의 절정 알카드 이렇게 3명입니다.
"흐음.. 3명이라.."
카일 클러스터 썬더의 중얼거림에 모두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자 미루엘이 일어나서 입을 연다. 물론 예의 그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주위로 달콤하게 퍼져나간다.
"결국은 모두다 우리의 적이로군요."
"정확히 따지자면 광월의 엘 하운스와 진조의 절정인 알카드는 중립입니다."
"중립은 잠정적인 적군이죠. 그러면 어떻게 루시퍼님을 구하실 껍니까?"
미루엘이 질문을 던지자 이블 칼시스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루시퍼님은 현재 봉인중이신 상태인지라 그분의 마력을 추적한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하지만 현재 가능성 있는 3명 모두는 광월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하얀 어둠의 고위 사제를 통하여 들었습니다."
이블 칼시스타인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인다. 광월이라면 분명히 숨을 공간이 많다. 얼어붙은 청월의 세계에서는 그런자가 있다면 반드시 보이게 된다. 모두들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데, 하나의 존재가 움직이면 그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게 느껴진다. 악마들은 서로의 눈을 보다가 마침내 한명에게로 눈을 모은다. 청록의 악마장으로 알려지기 보다는 살성의 바람으로 알려진 이카르샤 미루일에게로.. 적막의 악마장은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청록의 악마장 이카르샤 미루엘님?"
"알겠습니다. 제가 찾도록 하죠. 그 대신에 루시퍼님의 은총은 제가 제일로 먼저 받을 것입니다."
미루일의 말에 모두는 잠깐이나마 살기를 뿜었다가 이내에 거두어 들인다. 루시퍼의 은총을 받은 악마는 힘이 상승한다. 타락했다 하여도 한때 높고 고귀한 천사였던 그의 은총은 종족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힘을 부여한다. 물론 그가 은총을 아무에게나 주는 것은 아니기에 모두는 잠깐이나마 욕심이 마음을 지배하는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타블레티스의 말에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회의의 공기는 자유롭습니다."
결계가 풀림을 알리는 말이다. 미루일은 일어나서 슈르트를 바라본다. 슈르트는 미루일의 눈길에 잠시 얼굴을 긁다가 멋쩍게 웃고 만다. 미루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는 알이 열어준 문을 통해 사라진다.
"통.통.통.통."
이른 아침부터 부엌은 활기가 넘친다. 도마위에는 적당히 자른 고기와 야채들이 있었고, 냄비는 가스레일지 위에서 펄펄 끓고 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의 손이 가볍게 지나갈 때마다 맛나는 음식들이 만들어진다. 요리하는 사람은 마지막으로 냄비를 열고, 썰어놓은 야채와 고기들을 집어넣는다. 그러자 맛있는 스튜냄새가 주방으로 확 퍼져나간다.
"아하아암! 그럼 오늘도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봐.. 에엣!?"
코하쿠는 평상시대로 주방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평상시처럼 요리를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이미 주방에는 한 사람이 들어와서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차린 음식은 모두다 양식이었지만, 하나같이들 모두 고급스러운 요리들 뿐이다. 코하쿠라 하여도 족히 몇시간 동안은 준비를 해야지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다. 코하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서 그 사람을 가리킨다. 그리고는 손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알.. 카드씨!?"
"일어났군요. 흐음! 어때요? 이정도면 모두들 충분히 먹을거 같은데?"
알카드는 다시 식탁에 접시 두개를 내려놓고는 말한다. 코하쿠는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가 음식 접시 하나를 들고 천천히 냄새를 맡는다. 향긋한 과일향과, 그리고 은은한 숯불향이 잘 어우러져 풍겨났다. 최고의 요리실력이 아니라면 도저히 만들수 없을 정도의 티본 스테이크 였다. 코하쿠는 다른 음식들도 둘러보았다. 에피타이저인 양송이 치즈구이는 양송이 버섯의 향과 치즈의 부드럽고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달걀샐러드는 달걀의 흰자위에 가볍게 칼질을 하여 마치 아름다운 조각을 음각 해놓은듯 보였고, 버터롤은 알맞게 부풀고 향긋한 버터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저보다 한 수위!?"
"아!? 에에!?"
코하쿠는 순식간에 밖으로 튀어나갔다. 알카드는 그저 멍하니 키친레이프에 손을 밖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허억!" / "와아!" / "......" / "또.. 시작인가.."
각자의 개성이 들어나는 감탄사가 들려오고 코하쿠는 알카드를 도와 여러가지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 히스이는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히스이에겐 주방일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모두의 공통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는 자리에 앉자마자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이것저것 먹기 시작한다. 물론 시키는 여전히 아키하의 눈치를 보고 있고, 시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예법을 지키며 먹고 있다. 다만 알퀘이드는 멀뚱히 식사를 바라볼 뿐이다. 그러자 시키는 알퀘이드를 보며 입을 연다.
"알퀘이드는.. 안 먹어?"
"..응? 아냐. 먹을께."
알퀘이드는 시키의 말이 있고서야 간신히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는 듯이 보였으나, 곧 다시 음식을 멀뚱히 바라볼 뿐이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나고, 코하쿠와 알카드는 정리를 완전히 마치고서야 거실에 들어온다. 시엘이 환하게 웃으면서 알카드에게 말한다.
"대단하시군요."
"뭐.. 교회의 인간에게 그런 말을 듣기 싫은건 아니지만.."
"역시나.. 아직도 교회의 인간인가요?"
"...미안."
아키하의 무신경한 지적에 알카드는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다. 뭐니뭐니 해도 이 거실의 여왕님은 아키하이다. 시키는 안경을 고쳐 쓰고서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연다.
"그런데 알카드씨에게 이런 제주가 있다니. 영 믿어지지 않네?"
"그렇죠! 저도 놀랐어요."
코하쿠도 맞장구를 쳐준다. 시엘도 환히 웃으면서 그들 사이에 자연스레 껴들어갔고, 종국에는 아키하와 알카드도 빠져들어간다. 하지만 알퀘이드는 슬픈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볼 뿐이다.
"당신인가?"
"알카드. 오랫만이군."
알카드는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비취는 인영을 보고서는 눈을 찌푸린다. 같은 듯 하면서도 같지 않는 기운. 차갑고 얼어붙은 달의 세계의 기운이 느껴진다. 피의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기운. 달이 푸르게 물들어 간다.
"루시퍼.."
"바뀌어서 모르실 줄 알았는데. 다행히 기운은 기억하시나 봐요?"
"말투.. 변했군.."
"뭐.. 오래살다보면 말투도 바뀌죠."
알카드는 다시 붉게 물든 달을 보면서 조용히 말한다.
"쓸때 없는 짓거리 하지마. 그 녀석은 내 동생이 마음에 들어한다고."
"어머? 아직도 시스콤이세요?"
"......"
"에.. 또.. 그렇군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지요."
"오빠.."
"응? 알퀘이드? 왜 그런 눈을 하고 있는거야?"
"아냐.. 그냥.. 기분이.."
알카드는 잠시 알퀘이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알퀘이드를 끌어 안으며 말을 잇는다. 주위 사람들은 조용해진다. 그저 공간에는 알퀘이드와 알카드만이 서있을 뿐이다.
"괜찮아."
"응.. 그런데.. 오빠..?"
"왜 그래?"
"어딜.. 더듬어? 응?"
알퀘이드의 목소리가 금새 식는다. 알카드는 순간 자신의 왼손이 알퀘이드의 엉덩이에 닿아 있음을 후회한다. 물론 조금의 기쁨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역시나 알퀘이드의 손은 알카드의 오른 뺨을 훑고 지나간다. 물론 파워는 약해서 알카드가 잠시 흔들거릴 정도지만 말이다.
"바보! 메롱!"
"이.. 이 녀석이! 오라버니가 약간의 스킨쉽을 했기로서니!"
"이.. 이.. 바보 오빠야! 그걸 누가 스킨쉽으로 보냐!"
결국 다시금 알퀘이드의 손바닥이 알카드의 오른뺨을 훑고서야 알카드는 허공에 떠오르며 침묵해 버렸다. 시엘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는 밝은 웃음으로 상황을 평가한다.
"자업자득.. 이죠?"
"우으으으.."
아키하는 어디선가 주워왔는지 나뭇가지로 알카드를 쿡쿡 찔러보고 있었다. 물론 시키는 여전히 불안정한 자세로 주위를 둘러볼 뿐이었다. 알퀘이드는 터벅터벅 걷다가 잠시 멈추고는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알카드는 일어나서는 오른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물론 뒷머리에는 아키하가 여전히 나뭇가지로 콕콕 찌르고 있었지만..
"오빠는..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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