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Knight, the Name is Luna - Nigh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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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루나(My Name is Luna)
이름은 나의 존재를 의미한다.(The Name means my existend)
Night - Ⅰ
도시 테르빌의 한 여관.
술잔을 기울이며 시끄럽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점이 한 순간 정적을 이루었다.
뚝… 뚜뚝… 끼이익- 저벅- 저벅-
발걸음의 주인공은 한 소년이었다. 붉은 색의 바디 코트(Body coat)를 입고 등에는 자신의 키만한
클레이모어가 걸려있었다. 검은 빛의 머리칼이 그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을 이끈건 짙은 피의 향기, 지금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으며
피를 벗삼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매우 익숙한 냄새였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생소한 냄새,
그리고 죽음의 위험이 풍겨졌다.
저벅- 턱
소년이 자리에 앉자 16세는 됨 직한 소녀가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왔다. 어두운 분위기, 마치 암흑을
대면하는 듯한 분위기에 소녀는 당장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더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주… 주문은…?"
"이곳에서 가장 자신있는 요리로."
소년의 목소리에 소녀는 깜짝 놀랐다. 어려보이긴 했지만 분위기 때문에 어려 보인다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소년의 목소리는 아직 앳되어 보였다. 게다가 그 목소리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소년의 검붉은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소녀가 움찍했지만 이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식사만 하실 건가요, 잠까지 자고 가실 건가요?"
"며칠 묵겠다."
"그럼… 숙박계를 작성해 주세요…."
소녀가 종이 하나를 건네왔고 소년은 숙박계를 작성하고 소녀에게 넘겨주었다. 소녀는 꾸벅 인사하더니 주방쪽으로 달려갔다. 밥이 나올 때까지 할 일이 없어진 소년은 창가를 바라보았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칠흙빛의 기분나쁜 비… 게다가 최근들어선 저 어둠에 숨어 마을이나 도시를 습격하는 마물들의 숫자가 늘어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는것은 당연했다. 소년은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다 포기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침 식사가 나와 나중에 생각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소녀가 내온 것은 양념 소스를 곁들인 양고기 스테이크와 레드 와인이었다. 소년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소녀에게 동전 하나를 건넸다. 소녀가 받아든 동전은 은빛, 그렇다면 실버(Silver)였다. 소녀는 자신만의 돈이 생겼다는 기쁨에 고개를 숙이고 기쁜 듯이 뛰어갔다. 소년은 그런 소녀의 모습에 훗… 하고 웃어주고는 시식을 시작했다. 살은 연했다. 단지 그 너무연한 맛에 약간의 느끼한 감이 전혀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본디 연하게 할 수록 그 느끼한 맛이 더해지는데 이 느끼한 맛을 없애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 더군다나 현대처럼 향신료가 일반 시민들에게 까지 사용될 정도로 문명세계도 아니었다. - 그렇게 따지자면 이곳은 상당히 고급 여관인 것이다. 10점 만점에 8점. 소년이 혼자 점수를 매기며 맛을 음미하는데 좋지않은 손님이 나타났다.
뗑뗑뗑뗑-
시급한 종 소리가 온 도시에 울리며 술잔을 기울이던 이들의 얼굴에 긴장이 역력히 드러났다. 이 큰 도시
전역에 울릴 정도라면 두가지 중의 하나였다. 타국의 침입, 또는 마물의 습격. 지금같은 대륙 초 비상시에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 만약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는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자가 되리라. 십중팔구 마물이다. 12년전에 일어난 신마전쟁의 영향으로 이차원의 공간(二差原之 功間)이 비틀어진 것이다. 교묘하게도 이를 재빨리 알아챈 이차원에서는 공간의 틈을 비집고 하나 둘 씩 물질계로 내려왔다. 이차원의 열악한 환경과 죽음과 늘 손을 잡고 있는 세계와는 달리 이곳 물질계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었고 그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뺐기 위한 자와 지키려는 자.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또 시작이군."
날카로운 인상을 한 한 청년이 허리의 검을 뽑으며 밖으로 나갔다. 주위의 사람들도 각자 무기를 빼들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음식 먹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종소리에 놀라 허둥지둥 거렸다. 도시국가 테르빌에 마물이 침입하는건 자주있지만 적응이 되지 않으리라, 어찌보면 태연한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밥먹는데… 귀찮게스리."
소년은 나이프를 가지런히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문 밖으로 나갔다.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녀는 잠시 표정이 멍해졌지만 이내 현실을 직시했다. 주점에 있던 전원이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나간 것이다.
"저, 저… 계산… 휴우…."
수줍은 소녀의 한숨소리만 그 자리를 메웠다.
테르빌 도시 외곽 성벽. 그곳은 이미 시체가 산을 쌓고 피가 강을 이루는 전쟁의 대지로 변한지 옛날이
었다.
"성벽을 막아! 마물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해!"
"제2 궁수대 발사!"
"기름을 퍼부어라! 모두 떨쳐내!"
이미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이곳에서는 오로지 검 하나만이 자신을 살려줄수 있는 곳이다. 도시에
머물러있던 용병들과 기사단이 성곽으로 몰려와 성벽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수 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제 아무리 기사(Knight)라 할 지라도 5가닥의 소드 블레이드 (Sword Blade - 소드 블레이드.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 되면 만들어낼수 있는 안개의 검기. 소드 블레이드 12가닥을 융합시키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낼수 있다.) 를 만들어낼수 없다면 하급 마물이 아닌 중상급 마물 (페어 데몬 이상 급. 서큐버스나 인큐버스 정도 급의 몬스터가 온다면 정신력이 강한 기사가 아닌이상 그들에게 현혹되기 십상이고, 서펜드 데몬급 이상이라면 적어도 9줄기의 소드 블레이드를 뽑아 내는 실력자가 되어야만 상대가 가능하다.) 이 온다면 협공을 하지 않는 한 막기 힘들었다. 게다가 중상급의 마물들은 비행능력을 지닌 마물들도 더러 있었다. 그 대표적인 마물로….
"크어어억!"
팔 자체가 날개인 마물, 레서 데몬이 그 대표였다. 손 끝에는 날카로운 손톱을 지니고 있으며 약간의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지금처럼 갑작스레 나타나는
투명화 능력이 있기에 가끔씩 발키리들이 살해당했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레서 데몬이다! 활을 쏴라!"
"프리스트(Priest)분들은 화살에 신성력을 부어 주십시오."
프리스트들의 신성력이 가해진 화살들은 레서 데몬의 몸을 걸레처럼 뚫었다.
몰려오는 마물까지 견제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마물들의 숫자에 성벽위로 하나 둘 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막아라! 성곽을 내줘선 안돼!"
기사단이 소드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막아보려 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수의 마물들에 역부족이었다.
제 아무리 하급마물 좀비라고 하더라도 수백이 넘는 숫자가 우글우글 몰려온다면 보는 이가 질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르빌 도시는 그리 성곽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좀비의 시체를 밟고
올라오는 수 많은 좀비들과 스켈레톤들을 상대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었다.
"크아악!"
한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성곽 아래로 떨어졌고 그 자리를 페어 데몬이 빼앗았다. 3서클 급의 마법
실력을 지녔고 중상급으로 치는 고위급 마물이었다. 페어 데몬의 손위로 올라온 불길에 기사단과
병사들이 경악했다.
"파… 파이어 볼?"
어른의 머리 만한 파이어 볼. 하지만 저 위력을 알고 있는 기사들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쿠어어어억!!"
성곽 밖이라면 7서클 루나틱 쉴드의 결계가 막아주겠지만 이곳은 성벽 안, 그것도 성곽 바로 위였다.
페어 데몬의 괴성과 함께 불의 공이 빠르게 다가왔고 기사와 병사들은 신음성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고통과 죽음에 대비하던 그들은 그 앞을 막아서는 한 소녀를 보며 놀랐다.
"서… 성녀(聖女)님!"
자유도시 테르빌. 레리른 제국에서도 5번째로 큰 도시에 마침 성녀가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성녀의 손짓 한번에 파이어 볼은 단번에 사라졌다. 신성 마법 안티 마나(Anti Mana)였다.
성녀와 신성기사(Holy Knight)들의 합류에 전세는 또다시 뒤바뀌었다. 성녀를 호위하는 신성기사들이 면 대부분이 일정실력 이상을 지녔을 것이다. 처음 신성기사의 반열에 들 때 사용하는 디바인 소드. 신성력의 막을 검에 씌워 사악한 힘을 물리치는 기술이다. 그리고 디바인 소드(Divain Sword)가 모이면 신성기사들 중에서도 4명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빛의 결정체 홀리 소드(Holy Sword)를 만들어낼수 있다. 그리고 성녀를 호위하는 이들중 1명은 홀리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천검사(Heavens Sword Man)가 한명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소년은 팔짱을 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등뒤에는 여전히 거대한 클레이모어가 메어져있었다.
"성녀(聖女)라…."
성녀는 성곽에서 부상을 당한 이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 얼굴엔 미소가 지지 않았고 치료를 받은 이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성녀에게 치료받기 위해 일부러 다치는 사람까지 생기기도 했다. 무식한 인간들. 디바인 소드가 약간 노란 빛을 띤다면 홀리 소드는 백색,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 절단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어 소드 마스터(Sword Master)에 비견되었다. 아니 이 시기엔 오히려 그들보다도 더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현 시대의 천검사는 그런 존재였다.
"불쌍한 재물이로군…."
성녀, 신에 대한 믿음이 특출하고 재능이 있으며 그 외모또한 출중한, 이 3가지 요인이 만족될 때 비로소 성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성녀는 전쟁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한 믿음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경외를 받을수 있고 또한 믿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치장된 말들일 뿐, 소년의 관점으로 성녀는… 일종의 재물이었다. 일반 서민들또한 싸움을 하게 하기 위한 수단에 이용되는 재물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잠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성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단같이 수놓아진 은빛 머리칼이 찰랑인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는 반짝거리며 빛났고 체리빛 입술은 부드러울 것 같았다. 미의 여신이라 불러도 될 듯한 모습에 소년은 잠시나마 심장이 울림을 느꼈다. 그리고 홀로 자책했다.
"쳇… 아직도 못 버린건가… 이 느낌…."
소년은 중얼 거리더니 마물들을 바라보며 성곽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지는 그를 보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졌고 저 멀리 성곽에 다가가는 소년을 보며 경악을 내질렀다.
촤악- 트드득.
천검사 레이얀의 홀리 소드에 레서 데몬이 반으로 양분되었다. 성녀는 되도록 그쪽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지만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다. 곁눈질로만 바라본 성녀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욱…."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머리 속으론 그 영상을 잊으려 애썼다.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는 비가
성녀를 괴롭히는데 한몫했다.
"성녀님, 괜찮으십니까?"
레이얀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성녀는 숨을 몰아쉬며 미소지었다.
"전… 괜찮아요, 레이얀님. 그보다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하지만 전 성녀님의 호위를…."
"저보다 아프고 위험한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성녀의 간절어린 말에 레이얀은 검을 움켜쥐고 마물들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전쟁을 처음 겪어보는 성녀로선 아직 실전에서의 활동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레이얀은 입술을 깨물었다. 홀리 소드를 휘두르며 마물들사이를 나다니는 그는 진정 전신의 화신이었다. 성녀는 어느정도 적응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성녀에게 무엇인가 검은 물체가 다가섰다.
"막아랏! 성녀님을 지켜!"
성녀의 곁으로 4명의 신성기사가 디바인 소드를 뿜어내며 앞을 막아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스커억!
"크… 커어억!!!"
"크악!!"
"성녀님!"
검은 빛의 검신을 지닌 검이 신의 축복이 담긴 갑옷마저 두 동강 내버린 채 기사들을 양분시켜 버린 것이다. 레이얀이 소리치며 달려왔고 어느정도 익숙해졌다지만 속이 울렁거리던 성녀는 재빨리 홀리 스피어의 주문을 외웠다.
"에 프레스 니 테오룬. 빛이여, 성스러운 창이 되어라. 홀리 스피어!"
성녀의 손끝에서 새햐얀 신성력이 빠져나가며 창 형태의 빛무리가 검은 물체에게 다가섰다.
푸욱-
빛으로 이루어진 홀리 스피어가 그의 가슴팍에 꽂혔지만 약간의 상처가 났을 뿐 가볍게 아물었다.
오히려 그가 성녀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컥… 헉…."
성녀는 얼굴이 자세히 보이자 경악했다. 델파인, 이계 7대 마왕중 1명이라 일컫어지는 메피스토였다. 그렇다면 저 검은 검의 정체는 다크 스피릿, 신의 무구에 신의 가호가 있었다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갑옷 이었다. 두 동강이 나는게 당연했다.
"아름답군, 게다가 아직 어린 데다 일을 치루지도 않았군. 죽이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죽어줘야겠다."
"헉… 으윽!"
"서… 성녀님! 크윽!"
레이얀이 성녀에게 다가서려 했지만 그의 주변에 페어 데몬 4마리가 동시에 습격해왔다.
제 아무리 천검사라고 하지만 페어 데몬 4마리의 동시 공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들을 상대하느라 미처 다가가지 못한 그의 시야에 다크 스피릿을 든 델파인과 성녀가 보였다.
"성녀님! 크악! 빌어먹을!"
잠시 방심한 대가로 옆구리에 꽤 깊은 상처를 남긴 그는 자기 자신에게 힐링을 걸며 잠시 뒤로 물러섰다. 홀리 소드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한번에 페어 데몬을 베고 달렸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델파인의 다크 스피릿이 들어올려졌다. 검고 어두운 검신에서 성녀의 순결한 영혼을 맛보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는 듯했다. 델파인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칼을 쑤셔 박았다.
치카앙!
하지만 그것은 어디선가 날아온 한 자루의 검에 의해서 무산되었다. 다크 스피릿의 검면을 집어 던진 검으로 맞춘 것도 모자라 그 엄청난 힘에 델파인은 팔이 저려왔던 것이다. 자신의 검면을 친
검은 날아왔던 장소로 다시 돌아갔다.
"누구냐! 어디냐?!"
델파인이 이제 막 끝내려는데 방해자가 나타나자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여기다."
델파인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목소리에 아래를 바라보았다. 약 15세쯤 되어보이는 한 소년, 하지만 그의 손엔 은빛의 클레이모어가 들려있었다. 은빛의 클레이모어… 소년은 검을 그어올렸다. 검을 막으려던 델파인은 전신에서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듯했다. 그 흥분에 델파인은 목을 쥐고
있던 성녀를 놓칠 정도였다.
"콜록! 콜록!"
"크… 크크큭! 오랜만이군. 이런 녀석을 만나기는 정말 오랜만이야."
델파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마계 7대 공작중 가장 잔인하고
색(色)을 밝힌다는 델파인의 입가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비록 델파인이 잔인하고 색을 밝힌다지만 그에겐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존재. 바로 강한 존재였다.
"델파인! 네 녀석!!"
레이얀도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달려들었지만 옆구리의 상처가 완치되지 않았고 이미 과다한 양의 신성력을 사용한 상태였다. 델파인이 휘두르는 다크 스피릿과 맞부딪친 레이얀은 그대로 몇미터
를 굴렀다.
"레이얀!"
"크으윽!"
충격과 함께 성곽이 부서져 하마터면 10미터 아래로 추락할 뻔한 레이얀을 성녀가 간신히 붙잡았다.
바닥에 눞힌 레이얀에게 성녀는 신성력을 이용해 힐링을 시전했고, 레이얀의 자잘한 상처와 옆구리의 상처는 완벽하게 아물었다. '역시나 성녀'라는 힘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 사이 델파인과 소년의 거리는 검을 뽑아 10걸음만 다가선다면 맞닿을 거리에 가까워졌다.
"크크큭, 놀라워. 이런 힘을 지닌 인간이 존재한다니."
그가 겉으로 내뿜는 기세가 놀라운게 아니다. 느껴졌다. 저 투기속에 숨겨진 잠재되어 있는 엄청난 힘을! 과거 신마전쟁때 자신들 - 즉 마계 7공작들을 가리킨다. 을 봉인했던 유신에게서나 느껴지던 기세였다. 정말 그가 유신의 환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물주제에 그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마물 주제에?"
의외의 대꾸에 델파인의 한 쪽 눈섭이 일그러졌다. 인간 주제에 감히 마족에게 마물 주제에… 라는 말은 그가 유신에게서 처음 들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유신, 그는 인간이었다. 정말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이었다. 그가 내뿜은 전뢰(電雷)는 전율감이 일 정도였고 그의 최강의 기술 천공의 검
'헤븐즈 브레이크' 는 '마왕'조차도 두려워할만한 기술이었다. 그런 힘을 지닌 인간이, 유신. 바로
그였다.
"흐음… 그것 참 오랫만에 듣는 군. 마물 주제에라…."
콰아아아-
여유롭게 말하는 그의 온몸에서 투지가 느껴졌다. 그 위압감에 성녀와 레이얀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흡!"
결국 참지못한 성녀의 입가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모습에 비릿한 웃음을 짓던 델파인의 시선이 소년에게 머물렀을 때 더욱더 미소가 진해졌다.
"굉장해, 원더풀, 훌륭해. 이 투지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워."
"입 닥치고 덤벼라."
소년이 검을 빼들었다. 1.2m 의 클레이모어. 은빛의 검신이 달빛에 반짝거렸으며 이제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린 은빛이 유난히도 빛나 보였다.
"크큭, 소원이라면. 델파인저!"
자신의 몸에 근력 강화, 체력 강화, 육체능력 강화, 스피드 강화의 마법이 총 융합되어 있는 델파인저를 시전한 그는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의외로 강한 기세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 소년은 검을 슥- 하고 들어올렸다.
카카카카카캉!!!
두개의 검신이 부딪히며 맞부딪힌 두 검신에선 마찰력의 불꽃이 일었다. 한 손을 사용하는 소년과 두 손으로 움켜쥐는 델파인. 그는 소년의 엄청난 힘에 놀랐다. 검신을 쳐 내어 뒤로 물러선 그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놀랍군, 클레이 모어를 한 손에 들어 근력이 꽤 될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나의 일격을 한 손으로 막을 줄이야, 그렇다면 이거 제대로 해야겠는걸."
델파인의 파란 눈동자가 붉게 변하고, 근육이 더 부풀어 올랐다. 반면 몸은 더욱 더 가벼워진듯 살짝 살짝 뛰는 스텝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 그럼 다시 간다!"
눈깜짝할 사이에 소년의 정면으로 다가온 그의 검이 소년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들어왔다.
카앙!
하지만 준비하고 있던 소년의 클레이모어는 다크 스피릿을 쳐 내고 그의 목언저리로 휘둘렀다. 위협적이게 날아오는 클레이모어에 목을 바짝 젖혀 검을 피하고 그대로 회전하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소년은 그 검을 막는 순간 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큭… 엄청난 힘이다. 근육이 조금 부풀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힘이라니, 마력을 사용하는 건가?'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검을 회전시켜 흘려 쳐냈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 그대로 허리를 한번 베어넘겼다.
촤아악-!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델파인의 등뒤엔 그의 허리를 벤 소년이 벤 자세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소년이 바닥을 굴렀다. 허리를 반 이상이나 베이고 피분수가 베어나왔을 때 승리를 확신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상처는 이미 완전히 아물어져 있었고 그리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치잇!"
소년은 재빨리 자세를 잡으려 했지만 그의 검이 소년의 검을 쳐올렸다. 잠깐이나마 소년의 팔이 들어올려졌고 헛점을 드러낸 소년의 복부에 그의 발길질이 들이닥쳤다.
"크헉!"
헛바람 소리와 함께 소년의 몸이 붕 떠올랐다. 성곽 아래로 떨어진 소년의 신형은 그대로 한 민가에 처박히며 민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미 사람들은 피신한 뒤라 집 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아마 집 주인이 절규함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 요새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_-
"크윽, 저 녀석!"
레이얀이 달려들려 했지만 델파인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성곽 아래로 내려섰다.
"어서 나와라, 니 녀석이 그 정도에 안 죽는 걸 다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내 힘의 대부분을 사용해 가격했다지만 그 정도에 죽을 리 없는 것을 다 안다!"
델파인의 울리는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위로 검은 구체를 띄웠다.
"귀찮게스리, 다크 파이어 볼!"
약 10여개의 어두운 구체가 소년이 처박힌 집으로 날아들었다.
쿠콰콰콰쾅!
광활한 굉음과 자욱한 먼지가 집이 있던 자리를 뒤엎었다. 그나마 형태를 조금은 유지하던 집이 완전히 박살이 났으며 먼지속에서 상처 투성이의 소년이 걸어나왔다. 물론 겉으론 상처가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 치명상은 없었다.
"과연, 파이어 볼 10개를 무방비로 맞을 정도의 신체라… 더욱 더 흥분이 되는걸!"
델파인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휴이는 검면을 세워 왼손 검지와 중지로 검면을 눌렀다. 그리고 델파인의 다크 스피릿과 맞부딪쳤다.
키카캉!
검은 빛의 오러, 다크 스피릿이 흥분할 때나 생기는 빛이었다. 델파인은 다크 스피릿의 그런 반응에 의외성을 느껴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우웅-
아까전의 클레이 모어의 형태가 바뀐 것이다. 약 1.2m 가량의 길이로 줄어있었고 검신도 얇아져 있었다. 무엇보다 검의 힐트 부분의 모양이 달라져 있었다. 흰 색의 6장의 날개가 중앙의 붉은 구슬 주위로 퍼져 있었고 붉은 구슬의 정중앙엔 여신 레이븐이 그려져 있었다. 델파인의 기억속에 저런 검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격돌에 쌓인 흙먼지에 보지 못했겠지만 그는 보았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검!
"신검 루나 블레이드(Lunar Blade)!"
이름은 나의 존재를 의미한다.(The Name means my existend)
Night - Ⅰ
도시 테르빌의 한 여관.
술잔을 기울이며 시끄럽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점이 한 순간 정적을 이루었다.
뚝… 뚜뚝… 끼이익- 저벅- 저벅-
발걸음의 주인공은 한 소년이었다. 붉은 색의 바디 코트(Body coat)를 입고 등에는 자신의 키만한
클레이모어가 걸려있었다. 검은 빛의 머리칼이 그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을 이끈건 짙은 피의 향기, 지금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으며
피를 벗삼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매우 익숙한 냄새였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생소한 냄새,
그리고 죽음의 위험이 풍겨졌다.
저벅- 턱
소년이 자리에 앉자 16세는 됨 직한 소녀가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왔다. 어두운 분위기, 마치 암흑을
대면하는 듯한 분위기에 소녀는 당장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더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주… 주문은…?"
"이곳에서 가장 자신있는 요리로."
소년의 목소리에 소녀는 깜짝 놀랐다. 어려보이긴 했지만 분위기 때문에 어려 보인다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소년의 목소리는 아직 앳되어 보였다. 게다가 그 목소리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소년의 검붉은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소녀가 움찍했지만 이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식사만 하실 건가요, 잠까지 자고 가실 건가요?"
"며칠 묵겠다."
"그럼… 숙박계를 작성해 주세요…."
소녀가 종이 하나를 건네왔고 소년은 숙박계를 작성하고 소녀에게 넘겨주었다. 소녀는 꾸벅 인사하더니 주방쪽으로 달려갔다. 밥이 나올 때까지 할 일이 없어진 소년은 창가를 바라보았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칠흙빛의 기분나쁜 비… 게다가 최근들어선 저 어둠에 숨어 마을이나 도시를 습격하는 마물들의 숫자가 늘어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는것은 당연했다. 소년은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다 포기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침 식사가 나와 나중에 생각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소녀가 내온 것은 양념 소스를 곁들인 양고기 스테이크와 레드 와인이었다. 소년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소녀에게 동전 하나를 건넸다. 소녀가 받아든 동전은 은빛, 그렇다면 실버(Silver)였다. 소녀는 자신만의 돈이 생겼다는 기쁨에 고개를 숙이고 기쁜 듯이 뛰어갔다. 소년은 그런 소녀의 모습에 훗… 하고 웃어주고는 시식을 시작했다. 살은 연했다. 단지 그 너무연한 맛에 약간의 느끼한 감이 전혀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본디 연하게 할 수록 그 느끼한 맛이 더해지는데 이 느끼한 맛을 없애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 더군다나 현대처럼 향신료가 일반 시민들에게 까지 사용될 정도로 문명세계도 아니었다. - 그렇게 따지자면 이곳은 상당히 고급 여관인 것이다. 10점 만점에 8점. 소년이 혼자 점수를 매기며 맛을 음미하는데 좋지않은 손님이 나타났다.
뗑뗑뗑뗑-
시급한 종 소리가 온 도시에 울리며 술잔을 기울이던 이들의 얼굴에 긴장이 역력히 드러났다. 이 큰 도시
전역에 울릴 정도라면 두가지 중의 하나였다. 타국의 침입, 또는 마물의 습격. 지금같은 대륙 초 비상시에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 만약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는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자가 되리라. 십중팔구 마물이다. 12년전에 일어난 신마전쟁의 영향으로 이차원의 공간(二差原之 功間)이 비틀어진 것이다. 교묘하게도 이를 재빨리 알아챈 이차원에서는 공간의 틈을 비집고 하나 둘 씩 물질계로 내려왔다. 이차원의 열악한 환경과 죽음과 늘 손을 잡고 있는 세계와는 달리 이곳 물질계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었고 그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뺐기 위한 자와 지키려는 자.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또 시작이군."
날카로운 인상을 한 한 청년이 허리의 검을 뽑으며 밖으로 나갔다. 주위의 사람들도 각자 무기를 빼들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음식 먹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종소리에 놀라 허둥지둥 거렸다. 도시국가 테르빌에 마물이 침입하는건 자주있지만 적응이 되지 않으리라, 어찌보면 태연한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밥먹는데… 귀찮게스리."
소년은 나이프를 가지런히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문 밖으로 나갔다.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녀는 잠시 표정이 멍해졌지만 이내 현실을 직시했다. 주점에 있던 전원이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나간 것이다.
"저, 저… 계산… 휴우…."
수줍은 소녀의 한숨소리만 그 자리를 메웠다.
테르빌 도시 외곽 성벽. 그곳은 이미 시체가 산을 쌓고 피가 강을 이루는 전쟁의 대지로 변한지 옛날이
었다.
"성벽을 막아! 마물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해!"
"제2 궁수대 발사!"
"기름을 퍼부어라! 모두 떨쳐내!"
이미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이곳에서는 오로지 검 하나만이 자신을 살려줄수 있는 곳이다. 도시에
머물러있던 용병들과 기사단이 성곽으로 몰려와 성벽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수 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제 아무리 기사(Knight)라 할 지라도 5가닥의 소드 블레이드 (Sword Blade - 소드 블레이드.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 되면 만들어낼수 있는 안개의 검기. 소드 블레이드 12가닥을 융합시키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낼수 있다.) 를 만들어낼수 없다면 하급 마물이 아닌 중상급 마물 (페어 데몬 이상 급. 서큐버스나 인큐버스 정도 급의 몬스터가 온다면 정신력이 강한 기사가 아닌이상 그들에게 현혹되기 십상이고, 서펜드 데몬급 이상이라면 적어도 9줄기의 소드 블레이드를 뽑아 내는 실력자가 되어야만 상대가 가능하다.) 이 온다면 협공을 하지 않는 한 막기 힘들었다. 게다가 중상급의 마물들은 비행능력을 지닌 마물들도 더러 있었다. 그 대표적인 마물로….
"크어어억!"
팔 자체가 날개인 마물, 레서 데몬이 그 대표였다. 손 끝에는 날카로운 손톱을 지니고 있으며 약간의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지금처럼 갑작스레 나타나는
투명화 능력이 있기에 가끔씩 발키리들이 살해당했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레서 데몬이다! 활을 쏴라!"
"프리스트(Priest)분들은 화살에 신성력을 부어 주십시오."
프리스트들의 신성력이 가해진 화살들은 레서 데몬의 몸을 걸레처럼 뚫었다.
몰려오는 마물까지 견제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마물들의 숫자에 성벽위로 하나 둘 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막아라! 성곽을 내줘선 안돼!"
기사단이 소드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막아보려 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수의 마물들에 역부족이었다.
제 아무리 하급마물 좀비라고 하더라도 수백이 넘는 숫자가 우글우글 몰려온다면 보는 이가 질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르빌 도시는 그리 성곽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좀비의 시체를 밟고
올라오는 수 많은 좀비들과 스켈레톤들을 상대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었다.
"크아악!"
한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성곽 아래로 떨어졌고 그 자리를 페어 데몬이 빼앗았다. 3서클 급의 마법
실력을 지녔고 중상급으로 치는 고위급 마물이었다. 페어 데몬의 손위로 올라온 불길에 기사단과
병사들이 경악했다.
"파… 파이어 볼?"
어른의 머리 만한 파이어 볼. 하지만 저 위력을 알고 있는 기사들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쿠어어어억!!"
성곽 밖이라면 7서클 루나틱 쉴드의 결계가 막아주겠지만 이곳은 성벽 안, 그것도 성곽 바로 위였다.
페어 데몬의 괴성과 함께 불의 공이 빠르게 다가왔고 기사와 병사들은 신음성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고통과 죽음에 대비하던 그들은 그 앞을 막아서는 한 소녀를 보며 놀랐다.
"서… 성녀(聖女)님!"
자유도시 테르빌. 레리른 제국에서도 5번째로 큰 도시에 마침 성녀가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성녀의 손짓 한번에 파이어 볼은 단번에 사라졌다. 신성 마법 안티 마나(Anti Mana)였다.
성녀와 신성기사(Holy Knight)들의 합류에 전세는 또다시 뒤바뀌었다. 성녀를 호위하는 신성기사들이 면 대부분이 일정실력 이상을 지녔을 것이다. 처음 신성기사의 반열에 들 때 사용하는 디바인 소드. 신성력의 막을 검에 씌워 사악한 힘을 물리치는 기술이다. 그리고 디바인 소드(Divain Sword)가 모이면 신성기사들 중에서도 4명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빛의 결정체 홀리 소드(Holy Sword)를 만들어낼수 있다. 그리고 성녀를 호위하는 이들중 1명은 홀리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천검사(Heavens Sword Man)가 한명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소년은 팔짱을 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등뒤에는 여전히 거대한 클레이모어가 메어져있었다.
"성녀(聖女)라…."
성녀는 성곽에서 부상을 당한 이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 얼굴엔 미소가 지지 않았고 치료를 받은 이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성녀에게 치료받기 위해 일부러 다치는 사람까지 생기기도 했다. 무식한 인간들. 디바인 소드가 약간 노란 빛을 띤다면 홀리 소드는 백색,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 절단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어 소드 마스터(Sword Master)에 비견되었다. 아니 이 시기엔 오히려 그들보다도 더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현 시대의 천검사는 그런 존재였다.
"불쌍한 재물이로군…."
성녀, 신에 대한 믿음이 특출하고 재능이 있으며 그 외모또한 출중한, 이 3가지 요인이 만족될 때 비로소 성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성녀는 전쟁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한 믿음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경외를 받을수 있고 또한 믿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치장된 말들일 뿐, 소년의 관점으로 성녀는… 일종의 재물이었다. 일반 서민들또한 싸움을 하게 하기 위한 수단에 이용되는 재물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잠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성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단같이 수놓아진 은빛 머리칼이 찰랑인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는 반짝거리며 빛났고 체리빛 입술은 부드러울 것 같았다. 미의 여신이라 불러도 될 듯한 모습에 소년은 잠시나마 심장이 울림을 느꼈다. 그리고 홀로 자책했다.
"쳇… 아직도 못 버린건가… 이 느낌…."
소년은 중얼 거리더니 마물들을 바라보며 성곽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지는 그를 보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졌고 저 멀리 성곽에 다가가는 소년을 보며 경악을 내질렀다.
촤악- 트드득.
천검사 레이얀의 홀리 소드에 레서 데몬이 반으로 양분되었다. 성녀는 되도록 그쪽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지만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다. 곁눈질로만 바라본 성녀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욱…."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머리 속으론 그 영상을 잊으려 애썼다.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는 비가
성녀를 괴롭히는데 한몫했다.
"성녀님, 괜찮으십니까?"
레이얀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성녀는 숨을 몰아쉬며 미소지었다.
"전… 괜찮아요, 레이얀님. 그보다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하지만 전 성녀님의 호위를…."
"저보다 아프고 위험한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성녀의 간절어린 말에 레이얀은 검을 움켜쥐고 마물들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전쟁을 처음 겪어보는 성녀로선 아직 실전에서의 활동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레이얀은 입술을 깨물었다. 홀리 소드를 휘두르며 마물들사이를 나다니는 그는 진정 전신의 화신이었다. 성녀는 어느정도 적응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성녀에게 무엇인가 검은 물체가 다가섰다.
"막아랏! 성녀님을 지켜!"
성녀의 곁으로 4명의 신성기사가 디바인 소드를 뿜어내며 앞을 막아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스커억!
"크… 커어억!!!"
"크악!!"
"성녀님!"
검은 빛의 검신을 지닌 검이 신의 축복이 담긴 갑옷마저 두 동강 내버린 채 기사들을 양분시켜 버린 것이다. 레이얀이 소리치며 달려왔고 어느정도 익숙해졌다지만 속이 울렁거리던 성녀는 재빨리 홀리 스피어의 주문을 외웠다.
"에 프레스 니 테오룬. 빛이여, 성스러운 창이 되어라. 홀리 스피어!"
성녀의 손끝에서 새햐얀 신성력이 빠져나가며 창 형태의 빛무리가 검은 물체에게 다가섰다.
푸욱-
빛으로 이루어진 홀리 스피어가 그의 가슴팍에 꽂혔지만 약간의 상처가 났을 뿐 가볍게 아물었다.
오히려 그가 성녀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컥… 헉…."
성녀는 얼굴이 자세히 보이자 경악했다. 델파인, 이계 7대 마왕중 1명이라 일컫어지는 메피스토였다. 그렇다면 저 검은 검의 정체는 다크 스피릿, 신의 무구에 신의 가호가 있었다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갑옷 이었다. 두 동강이 나는게 당연했다.
"아름답군, 게다가 아직 어린 데다 일을 치루지도 않았군. 죽이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죽어줘야겠다."
"헉… 으윽!"
"서… 성녀님! 크윽!"
레이얀이 성녀에게 다가서려 했지만 그의 주변에 페어 데몬 4마리가 동시에 습격해왔다.
제 아무리 천검사라고 하지만 페어 데몬 4마리의 동시 공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들을 상대하느라 미처 다가가지 못한 그의 시야에 다크 스피릿을 든 델파인과 성녀가 보였다.
"성녀님! 크악! 빌어먹을!"
잠시 방심한 대가로 옆구리에 꽤 깊은 상처를 남긴 그는 자기 자신에게 힐링을 걸며 잠시 뒤로 물러섰다. 홀리 소드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한번에 페어 데몬을 베고 달렸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델파인의 다크 스피릿이 들어올려졌다. 검고 어두운 검신에서 성녀의 순결한 영혼을 맛보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는 듯했다. 델파인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칼을 쑤셔 박았다.
치카앙!
하지만 그것은 어디선가 날아온 한 자루의 검에 의해서 무산되었다. 다크 스피릿의 검면을 집어 던진 검으로 맞춘 것도 모자라 그 엄청난 힘에 델파인은 팔이 저려왔던 것이다. 자신의 검면을 친
검은 날아왔던 장소로 다시 돌아갔다.
"누구냐! 어디냐?!"
델파인이 이제 막 끝내려는데 방해자가 나타나자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여기다."
델파인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목소리에 아래를 바라보았다. 약 15세쯤 되어보이는 한 소년, 하지만 그의 손엔 은빛의 클레이모어가 들려있었다. 은빛의 클레이모어… 소년은 검을 그어올렸다. 검을 막으려던 델파인은 전신에서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듯했다. 그 흥분에 델파인은 목을 쥐고
있던 성녀를 놓칠 정도였다.
"콜록! 콜록!"
"크… 크크큭! 오랜만이군. 이런 녀석을 만나기는 정말 오랜만이야."
델파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마계 7대 공작중 가장 잔인하고
색(色)을 밝힌다는 델파인의 입가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비록 델파인이 잔인하고 색을 밝힌다지만 그에겐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존재. 바로 강한 존재였다.
"델파인! 네 녀석!!"
레이얀도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달려들었지만 옆구리의 상처가 완치되지 않았고 이미 과다한 양의 신성력을 사용한 상태였다. 델파인이 휘두르는 다크 스피릿과 맞부딪친 레이얀은 그대로 몇미터
를 굴렀다.
"레이얀!"
"크으윽!"
충격과 함께 성곽이 부서져 하마터면 10미터 아래로 추락할 뻔한 레이얀을 성녀가 간신히 붙잡았다.
바닥에 눞힌 레이얀에게 성녀는 신성력을 이용해 힐링을 시전했고, 레이얀의 자잘한 상처와 옆구리의 상처는 완벽하게 아물었다. '역시나 성녀'라는 힘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 사이 델파인과 소년의 거리는 검을 뽑아 10걸음만 다가선다면 맞닿을 거리에 가까워졌다.
"크크큭, 놀라워. 이런 힘을 지닌 인간이 존재한다니."
그가 겉으로 내뿜는 기세가 놀라운게 아니다. 느껴졌다. 저 투기속에 숨겨진 잠재되어 있는 엄청난 힘을! 과거 신마전쟁때 자신들 - 즉 마계 7공작들을 가리킨다. 을 봉인했던 유신에게서나 느껴지던 기세였다. 정말 그가 유신의 환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물주제에 그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마물 주제에?"
의외의 대꾸에 델파인의 한 쪽 눈섭이 일그러졌다. 인간 주제에 감히 마족에게 마물 주제에… 라는 말은 그가 유신에게서 처음 들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유신, 그는 인간이었다. 정말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이었다. 그가 내뿜은 전뢰(電雷)는 전율감이 일 정도였고 그의 최강의 기술 천공의 검
'헤븐즈 브레이크' 는 '마왕'조차도 두려워할만한 기술이었다. 그런 힘을 지닌 인간이, 유신. 바로
그였다.
"흐음… 그것 참 오랫만에 듣는 군. 마물 주제에라…."
콰아아아-
여유롭게 말하는 그의 온몸에서 투지가 느껴졌다. 그 위압감에 성녀와 레이얀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흡!"
결국 참지못한 성녀의 입가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모습에 비릿한 웃음을 짓던 델파인의 시선이 소년에게 머물렀을 때 더욱더 미소가 진해졌다.
"굉장해, 원더풀, 훌륭해. 이 투지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워."
"입 닥치고 덤벼라."
소년이 검을 빼들었다. 1.2m 의 클레이모어. 은빛의 검신이 달빛에 반짝거렸으며 이제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린 은빛이 유난히도 빛나 보였다.
"크큭, 소원이라면. 델파인저!"
자신의 몸에 근력 강화, 체력 강화, 육체능력 강화, 스피드 강화의 마법이 총 융합되어 있는 델파인저를 시전한 그는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의외로 강한 기세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 소년은 검을 슥- 하고 들어올렸다.
카카카카카캉!!!
두개의 검신이 부딪히며 맞부딪힌 두 검신에선 마찰력의 불꽃이 일었다. 한 손을 사용하는 소년과 두 손으로 움켜쥐는 델파인. 그는 소년의 엄청난 힘에 놀랐다. 검신을 쳐 내어 뒤로 물러선 그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놀랍군, 클레이 모어를 한 손에 들어 근력이 꽤 될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나의 일격을 한 손으로 막을 줄이야, 그렇다면 이거 제대로 해야겠는걸."
델파인의 파란 눈동자가 붉게 변하고, 근육이 더 부풀어 올랐다. 반면 몸은 더욱 더 가벼워진듯 살짝 살짝 뛰는 스텝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 그럼 다시 간다!"
눈깜짝할 사이에 소년의 정면으로 다가온 그의 검이 소년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들어왔다.
카앙!
하지만 준비하고 있던 소년의 클레이모어는 다크 스피릿을 쳐 내고 그의 목언저리로 휘둘렀다. 위협적이게 날아오는 클레이모어에 목을 바짝 젖혀 검을 피하고 그대로 회전하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소년은 그 검을 막는 순간 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큭… 엄청난 힘이다. 근육이 조금 부풀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힘이라니, 마력을 사용하는 건가?'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검을 회전시켜 흘려 쳐냈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 그대로 허리를 한번 베어넘겼다.
촤아악-!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델파인의 등뒤엔 그의 허리를 벤 소년이 벤 자세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소년이 바닥을 굴렀다. 허리를 반 이상이나 베이고 피분수가 베어나왔을 때 승리를 확신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상처는 이미 완전히 아물어져 있었고 그리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치잇!"
소년은 재빨리 자세를 잡으려 했지만 그의 검이 소년의 검을 쳐올렸다. 잠깐이나마 소년의 팔이 들어올려졌고 헛점을 드러낸 소년의 복부에 그의 발길질이 들이닥쳤다.
"크헉!"
헛바람 소리와 함께 소년의 몸이 붕 떠올랐다. 성곽 아래로 떨어진 소년의 신형은 그대로 한 민가에 처박히며 민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미 사람들은 피신한 뒤라 집 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아마 집 주인이 절규함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 요새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_-
"크윽, 저 녀석!"
레이얀이 달려들려 했지만 델파인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성곽 아래로 내려섰다.
"어서 나와라, 니 녀석이 그 정도에 안 죽는 걸 다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내 힘의 대부분을 사용해 가격했다지만 그 정도에 죽을 리 없는 것을 다 안다!"
델파인의 울리는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위로 검은 구체를 띄웠다.
"귀찮게스리, 다크 파이어 볼!"
약 10여개의 어두운 구체가 소년이 처박힌 집으로 날아들었다.
쿠콰콰콰쾅!
광활한 굉음과 자욱한 먼지가 집이 있던 자리를 뒤엎었다. 그나마 형태를 조금은 유지하던 집이 완전히 박살이 났으며 먼지속에서 상처 투성이의 소년이 걸어나왔다. 물론 겉으론 상처가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 치명상은 없었다.
"과연, 파이어 볼 10개를 무방비로 맞을 정도의 신체라… 더욱 더 흥분이 되는걸!"
델파인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휴이는 검면을 세워 왼손 검지와 중지로 검면을 눌렀다. 그리고 델파인의 다크 스피릿과 맞부딪쳤다.
키카캉!
검은 빛의 오러, 다크 스피릿이 흥분할 때나 생기는 빛이었다. 델파인은 다크 스피릿의 그런 반응에 의외성을 느껴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우웅-
아까전의 클레이 모어의 형태가 바뀐 것이다. 약 1.2m 가량의 길이로 줄어있었고 검신도 얇아져 있었다. 무엇보다 검의 힐트 부분의 모양이 달라져 있었다. 흰 색의 6장의 날개가 중앙의 붉은 구슬 주위로 퍼져 있었고 붉은 구슬의 정중앙엔 여신 레이븐이 그려져 있었다. 델파인의 기억속에 저런 검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격돌에 쌓인 흙먼지에 보지 못했겠지만 그는 보았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검!
"신검 루나 블레이드(Lunar 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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