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va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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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월 이었고 우리는 트램(시가전차)를 타고 있엇다.
"렌, 변했어..."
나는 창 밖을 보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끼어, 당장이라도 비가 올듯한 하늘 아래에서 트램은 토리노 거리를 덜컹
거리면서 달리고 있었다.
"듣고 있는거니?"
작은 이모의 목소리가 그제서야 귀에 들렸다.
"어?...으응..."
"6년이나 떨어뜨려 놨더니 변했어. 언니는 도데체 뭘 한거지?"
"6년이면 누구나 변하지 않을까? 난 이모들도 변한것 같드라."
작은이모는 피식 웃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은 한낮이 되도록 잠만 잤다.
눈을 뜨니 작은 이모는 사무실에 나가고 없었다. 나는 커피를 들고 소파에 쿠션을 쌓아 놓고 기대어 책을 읽으며 지냈다.
5월의 토리노 거리는 굉장히 밝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너무 길고 언제든지 날씨는 싸늘하고 찌뿌드드함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이 토리노 거리의 초여름 날씨를 좋아했다.
큰 이모가 작은이모의 집에 온것은 햇살이 가물가물해진 오후였다.
"하이! 허니~"
가방으로 물을 밀치면서 들어왔다. 몇 겹이나 겹쳐 입은 셔츠, 가슴에 끼어 있는 선글라스.
"와! 이모!"
정말 오랜만에 보는 큰이모 였다. 한 5년쯤 되었을까...
"스쿨드는?"
"스포츠 센터 갔을꺼야. 전화 할까?"
큰이모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렸다.
"아냐."
한쪽 다리를 접고 소파에 앉아 편하게 홍차를 마신다.
-홍차가 얼마나 맛있게 끓여졌는지는, 찻잔에 따를 때의 소리로 알 수 있단다.
옛날에 그런 것을 가르쳐 준 것도 엄마였다.
"건강해 보이는구나."
큰이모가 웃으면서 안부를 물었다.
"지상계는 어땠요?"
이모에게 물었다.
이모는 찻잔으로 시건을 떨궜다. 창문으로 비치는 저녁 햇살을 받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시간의 흐름은 끔찍하게 느리니까."
이모는 끔찍하도록 에 힘을주어 발음했다.
"렌이 마지막으로 가본게 언제드라...6년이 넘었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게 없지?"
"그래. 여전히 흥미로운 곳이지."
이모는 딱 잘라 말했다. 짧고 간결하게.
"다녀왔어! 야. 설거지는 해놨어야지...어? 울드?!"
드디어 시작되었다. 큰이모와 작은이모 는 만났다 하면 둘은 항상 티격태격 이라고 아빠한테 누누이 들었다.
"호오라...지상 면허 강습 기간이 끝났나 봐?"
"그래. 그러는 너는 요즘도 할일없이 스포츠 센터나 드나느냐?"
"웃기셔~ 누가 할일이 없다는거야. 잠깐 잠수 탄거네요! 그나저나 도데체 어째서...집주인 허락 없이 여기서 짐을 풀은거지?"
작은이모 가 가방에서 나온 큰이모의 실험도구 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뭐...잠깐 신세좀 질까 하고."
"지금 셋이 가치 지내야 한다는 말이야?! 지금 렌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일단은 잠시만 이라는 조건 하에 셋이서 생활하기로 합의를 봤다.
"저녁이나 먹고 하자. 배고프단말야."
합의를 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는 고픈데 끼어들순 없어서 무작정 기다리다가 밷은 한마디 였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셋이서 바에 갔다.
"한번 페데레카 만나러 가야지?"
울드 이모가 위스키 잔의 얼음을 돌리면서 작은 이모에게 말했다.
페데레카...엄마와 이모들을 키워준 보모... 어렸을때 한번 뵌 적이 있다.
"오랜만에 찾아가면 무지 기뻐할꺼야. 그치?"
술기운 탓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작은이모가 웃으며 말했다.
아말레드(소다에 위스키를 섞은, 얼음에 희석해서 먹는 음료.)를 깨끗히 비우고,
"그럼 그때 나도 가야겠네?"
내가 두사람을 보고 질문을 했다.
둘은 나에게 알수없는 미소를 보내더니 위스키를 권했다.
"어?"
"술빨 쌘건 니 엄마를 닮아서 쌔구나. 좋아!"
울드 이모가 잔을 하나 더 내밀면서 주량 대결을 신청했다.
"집주인은 빼고... 여기서 지는 사람이 청소당번이다!"
"좋아!"
작은이모 는 우리를 못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
.
.
눈을 떳을때는 침실이 어두컴컴하고 물소리가 들렸다.
'비?'
창문의 커튼을 졎혀 창을 바라보았다. 어제 알콜 탓 인지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럽다.
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뒤쪽 매장에 고토랑 세이이치가 있으니까 그리로 가.
6년전...비가 내리던 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서 여때껏 히스케의 소식 하나도 접하질 못했다.
부슬부슬 귀를 적시는 빗소리.
무릎 위에 닿는 소파의 질감은 물기를 머금고 있고, 페이지를 넘길때도 눅눅한 종이 냄새가 난다.
도서관에서 비려온 책은 특히 그렇다. 긴츠부르그의 건조한 문체마저도.
"내내 책만 읽는구나."
오늘 아참, 큰이모가 그렇게 말했다. 아침이래 봐야 거의 점심에 가까운 아점 이었다.
"문학책이야?"
"아니...그냥 소설책. 차 끓일까?"
내가 묻자 이모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침에는 별로 먹고 싶지 않으니까... 미안 독서 중단하게 했나보네. 책 읽어."
방 안은 바깥처럼 어둡고, 모든것이 물 소리에 갇혀있다.
작은 이모는 사무실에 나가고 없었다. 나는 그릇을 치우고 책을 마저 읽는다.
"오늘은 내내 비만 내릴거 같은데."
큰이모 의 목소리가 들렸고, 현관 벨이 울렸다. 낮은, 그러나 귀에 거슬리는 요란한 소리다.
"네~"
인터폰에 대고 대답하자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렌 씨?"
믿을 수없는, 정겨운 목소리... 대답하지 않고 있자,
"죄송합니다. 집을 잘못 찻아왔나보네요."
라고 목소리가 다소 불안하게 말했다.
"못 믿겠어."
내가 중얼거리자, 인터폰 너머에서 목소리가 웃었다. 느긋하고, 활달한 목소리.
"믿으셔야죠!"
현관으로 뛰어나가자, 고토가 서 잇었다.
5월 이었고 우리는 트램(시가전차)를 타고 있엇다.
"렌, 변했어..."
나는 창 밖을 보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끼어, 당장이라도 비가 올듯한 하늘 아래에서 트램은 토리노 거리를 덜컹
거리면서 달리고 있었다.
"듣고 있는거니?"
작은 이모의 목소리가 그제서야 귀에 들렸다.
"어?...으응..."
"6년이나 떨어뜨려 놨더니 변했어. 언니는 도데체 뭘 한거지?"
"6년이면 누구나 변하지 않을까? 난 이모들도 변한것 같드라."
작은이모는 피식 웃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은 한낮이 되도록 잠만 잤다.
눈을 뜨니 작은 이모는 사무실에 나가고 없었다. 나는 커피를 들고 소파에 쿠션을 쌓아 놓고 기대어 책을 읽으며 지냈다.
5월의 토리노 거리는 굉장히 밝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너무 길고 언제든지 날씨는 싸늘하고 찌뿌드드함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이 토리노 거리의 초여름 날씨를 좋아했다.
큰 이모가 작은이모의 집에 온것은 햇살이 가물가물해진 오후였다.
"하이! 허니~"
가방으로 물을 밀치면서 들어왔다. 몇 겹이나 겹쳐 입은 셔츠, 가슴에 끼어 있는 선글라스.
"와! 이모!"
정말 오랜만에 보는 큰이모 였다. 한 5년쯤 되었을까...
"스쿨드는?"
"스포츠 센터 갔을꺼야. 전화 할까?"
큰이모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렸다.
"아냐."
한쪽 다리를 접고 소파에 앉아 편하게 홍차를 마신다.
-홍차가 얼마나 맛있게 끓여졌는지는, 찻잔에 따를 때의 소리로 알 수 있단다.
옛날에 그런 것을 가르쳐 준 것도 엄마였다.
"건강해 보이는구나."
큰이모가 웃으면서 안부를 물었다.
"지상계는 어땠요?"
이모에게 물었다.
이모는 찻잔으로 시건을 떨궜다. 창문으로 비치는 저녁 햇살을 받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시간의 흐름은 끔찍하게 느리니까."
이모는 끔찍하도록 에 힘을주어 발음했다.
"렌이 마지막으로 가본게 언제드라...6년이 넘었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게 없지?"
"그래. 여전히 흥미로운 곳이지."
이모는 딱 잘라 말했다. 짧고 간결하게.
"다녀왔어! 야. 설거지는 해놨어야지...어? 울드?!"
드디어 시작되었다. 큰이모와 작은이모 는 만났다 하면 둘은 항상 티격태격 이라고 아빠한테 누누이 들었다.
"호오라...지상 면허 강습 기간이 끝났나 봐?"
"그래. 그러는 너는 요즘도 할일없이 스포츠 센터나 드나느냐?"
"웃기셔~ 누가 할일이 없다는거야. 잠깐 잠수 탄거네요! 그나저나 도데체 어째서...집주인 허락 없이 여기서 짐을 풀은거지?"
작은이모 가 가방에서 나온 큰이모의 실험도구 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뭐...잠깐 신세좀 질까 하고."
"지금 셋이 가치 지내야 한다는 말이야?! 지금 렌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일단은 잠시만 이라는 조건 하에 셋이서 생활하기로 합의를 봤다.
"저녁이나 먹고 하자. 배고프단말야."
합의를 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는 고픈데 끼어들순 없어서 무작정 기다리다가 밷은 한마디 였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셋이서 바에 갔다.
"한번 페데레카 만나러 가야지?"
울드 이모가 위스키 잔의 얼음을 돌리면서 작은 이모에게 말했다.
페데레카...엄마와 이모들을 키워준 보모... 어렸을때 한번 뵌 적이 있다.
"오랜만에 찾아가면 무지 기뻐할꺼야. 그치?"
술기운 탓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작은이모가 웃으며 말했다.
아말레드(소다에 위스키를 섞은, 얼음에 희석해서 먹는 음료.)를 깨끗히 비우고,
"그럼 그때 나도 가야겠네?"
내가 두사람을 보고 질문을 했다.
둘은 나에게 알수없는 미소를 보내더니 위스키를 권했다.
"어?"
"술빨 쌘건 니 엄마를 닮아서 쌔구나. 좋아!"
울드 이모가 잔을 하나 더 내밀면서 주량 대결을 신청했다.
"집주인은 빼고... 여기서 지는 사람이 청소당번이다!"
"좋아!"
작은이모 는 우리를 못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
.
.
눈을 떳을때는 침실이 어두컴컴하고 물소리가 들렸다.
'비?'
창문의 커튼을 졎혀 창을 바라보았다. 어제 알콜 탓 인지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럽다.
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뒤쪽 매장에 고토랑 세이이치가 있으니까 그리로 가.
6년전...비가 내리던 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서 여때껏 히스케의 소식 하나도 접하질 못했다.
부슬부슬 귀를 적시는 빗소리.
무릎 위에 닿는 소파의 질감은 물기를 머금고 있고, 페이지를 넘길때도 눅눅한 종이 냄새가 난다.
도서관에서 비려온 책은 특히 그렇다. 긴츠부르그의 건조한 문체마저도.
"내내 책만 읽는구나."
오늘 아참, 큰이모가 그렇게 말했다. 아침이래 봐야 거의 점심에 가까운 아점 이었다.
"문학책이야?"
"아니...그냥 소설책. 차 끓일까?"
내가 묻자 이모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침에는 별로 먹고 싶지 않으니까... 미안 독서 중단하게 했나보네. 책 읽어."
방 안은 바깥처럼 어둡고, 모든것이 물 소리에 갇혀있다.
작은 이모는 사무실에 나가고 없었다. 나는 그릇을 치우고 책을 마저 읽는다.
"오늘은 내내 비만 내릴거 같은데."
큰이모 의 목소리가 들렸고, 현관 벨이 울렸다. 낮은, 그러나 귀에 거슬리는 요란한 소리다.
"네~"
인터폰에 대고 대답하자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렌 씨?"
믿을 수없는, 정겨운 목소리... 대답하지 않고 있자,
"죄송합니다. 집을 잘못 찻아왔나보네요."
라고 목소리가 다소 불안하게 말했다.
"못 믿겠어."
내가 중얼거리자, 인터폰 너머에서 목소리가 웃었다. 느긋하고, 활달한 목소리.
"믿으셔야죠!"
현관으로 뛰어나가자, 고토가 서 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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