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va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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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데체 소설 하나 가지고 몇일이나 끄적이며 다듬었는지 모르네요. 머리가 어질합니다. (-.-)
아 그리고 제목과 가끔 들어가 있는 외국어는 이탈리아 어 입니다.
(괸히 어디서 3차원 언어 나왔다고 뭐라 하시 마세요. ㅜ_ㅜ)
-조용한 생활(Una Vita Tranquilla/Part1)-
"오랜만이네요."
비가 내려 눅눅해진 입구에서 고토가 우산을 접으며 말했다.
묘한 위화감을 안겨주는 붙임성 있게 웃던 얼굴도, 요리사 같이 짧게 깎은 머리도 여전했다.
"못 믿겠어"
나는 바보같이 얼빠진 얼굴로 같은 말을 또 하고, 고토는 가볍게 두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 했다.
"돌아온 거야? 히스케는?"
몇 년 만일까... 반가운 고토 보다 히스케의 안부가 더 궁금한건 사실이었다.
"아. 중령님요?"
-찾아 가든 말든 그건 니 자유지만 나에 관한 것과, 설사 말하더라도 왼손 못쓰게 된거에 관해선 발설 하지마. 그애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라고 자책 할께 뻔하니까.
고토는 뭔가 떠오른듯 약간 당황하는 듯한 어투로,
"아... 저 그게... 저도 못뵌지 벌써 6개월이 넘었네요. 그 분 소재는 저도 잘 모릅니다."
우산 정리가 끝나고 고토가 마저 말을 이었다.
"완전히 천계로 돌아온건 아닙니다. 아직 지상근무 중이구요. 업무차 잠시 들른겁니다. 너무 섭섭해 하지 마세요."
"몇일 동안 머무를건데?"
나는 고토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고토가 히스케의 행방을 모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둘은 친 형제 처럼 지냈으니까.
고토가 머무르는 기간 동안 히스케의 행방에 관해서 알아야만 했다.
"대략... 일주일 정도..."
"그럼 저녁때 시간 비워놔. 내가 저녁 살께."
.
.
.
.
오후에는 델 레 그리치 성당의 정원 에서 지냈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하늘. 바람, 자갈과 잔디가 깔린 오솔길.
이모의 아파트가 성당과 가깝다는 것을 알았을때는 기뻤다. 매일 산책할 수 있고, 이모는 성당을 좋아하지 않으니 혼자가 되기 위해 오는 장소.
6시. 이모들에게는 저녁 선약이 있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기필코 고토에게서 히스케의 행방을 알아 내리라.
식당에 도착하자 고토는 먼저 와서, 창가 테이블에 앉아 뭔가 생각하듯 턱을 괴고 밖을 보고 있었다.
"일찍왔네?"
말을 걸자 내 쪽을 돌아보며 싱긋 웃는다.
"예. 시간보다 5분 정도는 일찍 와야죠."
우리는 우선 포도주를 주문하고, 파스타, 고블렛을 시켰다.
"일은 안하시나요?"
"상피오네 공원 근처에 앙티크 보석 가게에 파트타임 으로 알아보고 있어."
나는 빵을 입에 뜯어 넣었다.
"후식 먹을래? 여기 크레페 마약처럼 좋아하거든."
나는 한손을 들어 웨이터에게 신호를 보냈다.
.
.
.
.
가로수 길을 나란히 걸었다. 손에는 밀크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을 들고서.
"이 다음은?"
"다시 숙소로 들어가야 지요. 절 붇잡고 이렇게 빙빙 도시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밤길의 가로수 한구루 한 구르의 녹음이 컴컴한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그때 이후로 히스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도데체 무슨 꿍꿍이들이야?"
앞을 향한체 고토가 물었다.
"그 때라뇨?"
고토는 데체 어떤 '그때' 를 상상하고 있는걸까?
"벌써 옛날 일이잖아요. 두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나직이 물었다.
"무슨일, 있는거지?"
나직한 목소리로 고토에게 물었다.
"일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할수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두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라는 말에 가슴이 흔들렸다. 사이가 좋았는데, 가끔은 티격태격 거려도...
라고 몇번이나 제멋대로 반복되는 성가신 생각에 맥없이 동요하고 말았다.
나는 더이상 고토에게 묻지 않았다.
.
.
.
집에 돌아와서 씻지도 못하고 바로 이모들 사이에 찡겨 잠들어 버렸다.
오늘 무리를 한 탓인듯. 피곤하다.
자면서 무서운 꿈을 꾸었다.
목소리가 온 방에 배어 있는 꿈.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온 방 구석구석에. 나는 그 방에 갇혀 있고, 밖은 회색으로 구름져 있다.
눈을 뜨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모들 사이에서 찡겨 잔 탓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파르르 몸을 딸고있었다. 그 방은 추웠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꿈을 많이 꿨다. 나는 잘 울지 않는 아이였지만, 무서운 꿈만 꾸면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울었다.
엄마가 달래어도, 아빠가 화를 내어도 그치지 않았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괞찮아. 그냥 꿈어었어. 기분나쁜...'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가디건을 걸쳐입고, 부엌으로 갔다.
스텐드를 켜자 검정과 하양 바둑판 무늬 바닥이 보인다.
한 손엔 얼굴의 절반을 묻었다.
선반의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였다.
조금 열린 선반 문 틈새로 뭔가가 보였다.
"뭐지?"
일어나서 선반을 열었다.
직경이 15Cm인 커다란 유리병인데, 뚜겅이 덮혀있었고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넣어두었다.
흔들면 타닥타닥 소리가 났다.
나는 병뚜껑을 열고 코르크 마개를 테이블에 늘어 놓았다.
'스쿨드에게. 당신의 생일날.(To My Skuld, On Your Birthday)'
'스쿨드에게. 사랑을 담아.(To My Skuld With Love)'
'스쿨드에게.12/25 새해 복 많이 받기를.(Dear Skuld 12/25 Happy New Year)'
이탈리아어 로 씌여진 것도 있다.
'나의 조이아(해석하자면 '기쁨' 정도로 해석 할 수 있다.)에게.(To My Joia)'
그중 글자가 누구의 것이라고 짐작이 가는것 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쿨드에게. 사랑을 담아 센다가.(To Skuld from Sanda With Love)'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었다.
'센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기계만 알고, 항상 정해진 공식 같이 조금 딱딱했던 작은이모 에게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무슨일이야?"
고개를 돌렸다. 작은이모 가 졸린 눈을 부비면서 물었다.
"어? 언제 일어났어? 안깨우게 조심해서 나온건데."
"부시럭 거리길래..."
작은이모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코르크 마개 로 꽃혔다.
"저거! 어디서 난거야?"
"에? 선반위에 있었어. 이모한테 이런 과거가 있는줄은 몰랐는데.~"
작은이모는 눈을 감고 가는 숨으 내쉬곤 코르크 마개를 다시 병에 담고, 뚜껑을 닫아 선반에 올려 놓는다.
'어?'
이모의 행동에 의야해 했다.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3시가 넘었네... 일찍 자자. 나 내일은 일찍 나가야 하거든."
"어..."
나는 물을 마시고 부엌의 불을 끄고, 침실로 돌아갔다.
-조용한 생활(Una Vita Tranquilla/Part2)-
금요일이다. 상피오네 거리에 태산목 꽃이 피었다.
하얗고 커다란 꽃. 원래는 달콤하고 강렬한 향기를 풍기는 꽃인데 두툼한 잎사귀가 너무 많아, 그 무성함에 가려져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 정착한지도 두달이 넘어가고 있다. 다행스럽게 보석가게에서 일자리를 구해서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세번 나가고 있다.
이제 놀고먹으면서 늘 신새만 지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석가게로 향했다.
가게를 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뒤쪽 공방에서 작업하는 알베르토 (가게 주인의 손자, 보석 세공업을 맏고 있다.) 를 관찰했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잘 잤어요?"
입구에서 말을 걸자, 알베르토가 고개를 들지 않았어도 기운찬 목소리로 Si(네.) 라고 대답했다.
알베르토는 시리코니카 (주물 비슷한것)을 조각하고 있었다.
나는 커피 2인분을 끓였다. 공방 안에는 향긋한 헤즐넛 커피 향이 퍼진다.
커피를 다 마시고 알베르토는 노래하듯 조각해둔 시리코니카 에 빨간 납(체라) 를 부었다.
나는 입구쪽 벽에 기대어 알베르토와 엄청난 수의 도구들과 어우러진 완벽한 수공업을 감상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엘프들은 원래 그렇게 뭐든지 철저한가요?"
"글쌔요... 뭔가에 열중하며 철저해 지는거 같네요. 아! 잠깐만요."
서랍에서 뭔가 뒤적이는 알베르토, 잠시뒤 새공된 보석 두개를 꺼내들고는 나에게 물었다.
"둘 중 어느쪽이 좋아요?"
"음..."
나는 한참 생각하다 심플한 쪽을 택했다.
"이번에도 조촐한 거군요. 신족들은 화려한건 별로인가 봐요?"
알베르토가 보석들을 정리하며 물었다.
"글쌔요... 뭐랄까...에... 그러니까... 보석은 여자의 인생을 상징한다죠. 화려한 인생은 별로 재미 없지 않겠죠."
난 커피를 마시며 공방을 나와 가게문을 열었다.
화려한 장신구 보다는 의미가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예를 들자면... 음... 엄마의 반지 정도?
내 나이와 비슷한, 초라하지만 의미가 있는 그 반지를 좋아한다. 아빠가 엄마한테 선물해 줄려고 엄청 고생했다는데...
점심은 이모의 아파트에서 챙겨먹고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손님이 뜸해서 실컷 책을 읽을수 있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가게를 정리할때 알베르토 가 카운터에 서류가 들어있는 봉투를 올려놓았다.
"뭐에요? 이건."
"관심이 있다면."
어느쪽이든 상관 없다는 제스처를 보내며 알베르토가 말했다.
"봐요(Guarda)"
페이지를 넘기다가 목적하는 부분이 나오자 손가락으로 탁탁 쳤다.
알베르토가 가리킨 곳에는 보석 디자인 커리큘럼 교육과정 이 있었다.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그러니까, 필기 말고 실제로 만들수 있는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알베르토는 왠지 난처해 하는 표정이었다. 원래 말이 없고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무언가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익숙치 못한것 이다.
보석 새공은 취미삼아 배울 수준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미안하지만,"
서류봉투를 집어넣고 알베르토 에게 말했다.
"보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단지 만지고 싶을뿐, 그 정도로만 관계하고 싶어요."
알베르토는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신족들은 이해하기 힘들군요. 만드는건 만지는게 아닌가요?"
하얀 피부, 온몸이 풀꽃처럼 가늘고 나긋나긋한 알베르토.
"만들다 보면 지나치게 되잖아요. 난 그런게 싫어요."
웃으며 말했지만, 알베르토는 웃지 않았다.
"날 생각해서 일부러 갖다 주었는데, 미안해요."
"사과할 건 없어요."
알베르토는 말하고, 소리없이 미소지었다.
"렌 씨는 고집스럽군요."
"덕분에요."
정리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으아아아아~~ 뻐근해!"
소파에 널부러 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피곤했나봐?"
TV를 보면서 울드 이모가 말했다.
"우우우....죽겠어...목욕탕에 물좀..."
"내일 시간 비워놔야해. 페데레카 만나러 갈거야."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서 이모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으응...비워놓을께...나 목욕좀 하구."
소파에서 일어나 욕조에 물을 받으러 갔다.
뜨거운 물을 받는동안 욕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때웠다.
저녁의 목욕은 나른하고 무위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욕조 테두리에 머리르 얹고 하얀 벽과 천장을 바라본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때 술집에서 큰이모가 물었었던 질문이 생각났다.
-응. 지금은 여기가 내 홈타운 이니까.
어렸을 적, 목욕탕 안에서 엄마한테 곧잘 노래를 배웠다.
엄마의 목소리는 아침이슬 처럼 맑고 투명했다.
"가을의 풍경같은 하늘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지만..."
노래를 몇마디 흥얼 거리다가 그만 뒀다.
'무슨 주책이람... 빨리 씻고 나가자.'
-지루한 글 읽어 주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귀차니즘으로 스페이스 누르슨 분들...미워할꼬야...-
아 그리고 제목과 가끔 들어가 있는 외국어는 이탈리아 어 입니다.
(괸히 어디서 3차원 언어 나왔다고 뭐라 하시 마세요. ㅜ_ㅜ)
-조용한 생활(Una Vita Tranquilla/Part1)-
"오랜만이네요."
비가 내려 눅눅해진 입구에서 고토가 우산을 접으며 말했다.
묘한 위화감을 안겨주는 붙임성 있게 웃던 얼굴도, 요리사 같이 짧게 깎은 머리도 여전했다.
"못 믿겠어"
나는 바보같이 얼빠진 얼굴로 같은 말을 또 하고, 고토는 가볍게 두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 했다.
"돌아온 거야? 히스케는?"
몇 년 만일까... 반가운 고토 보다 히스케의 안부가 더 궁금한건 사실이었다.
"아. 중령님요?"
-찾아 가든 말든 그건 니 자유지만 나에 관한 것과, 설사 말하더라도 왼손 못쓰게 된거에 관해선 발설 하지마. 그애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라고 자책 할께 뻔하니까.
고토는 뭔가 떠오른듯 약간 당황하는 듯한 어투로,
"아... 저 그게... 저도 못뵌지 벌써 6개월이 넘었네요. 그 분 소재는 저도 잘 모릅니다."
우산 정리가 끝나고 고토가 마저 말을 이었다.
"완전히 천계로 돌아온건 아닙니다. 아직 지상근무 중이구요. 업무차 잠시 들른겁니다. 너무 섭섭해 하지 마세요."
"몇일 동안 머무를건데?"
나는 고토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고토가 히스케의 행방을 모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둘은 친 형제 처럼 지냈으니까.
고토가 머무르는 기간 동안 히스케의 행방에 관해서 알아야만 했다.
"대략... 일주일 정도..."
"그럼 저녁때 시간 비워놔. 내가 저녁 살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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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는 델 레 그리치 성당의 정원 에서 지냈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하늘. 바람, 자갈과 잔디가 깔린 오솔길.
이모의 아파트가 성당과 가깝다는 것을 알았을때는 기뻤다. 매일 산책할 수 있고, 이모는 성당을 좋아하지 않으니 혼자가 되기 위해 오는 장소.
6시. 이모들에게는 저녁 선약이 있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기필코 고토에게서 히스케의 행방을 알아 내리라.
식당에 도착하자 고토는 먼저 와서, 창가 테이블에 앉아 뭔가 생각하듯 턱을 괴고 밖을 보고 있었다.
"일찍왔네?"
말을 걸자 내 쪽을 돌아보며 싱긋 웃는다.
"예. 시간보다 5분 정도는 일찍 와야죠."
우리는 우선 포도주를 주문하고, 파스타, 고블렛을 시켰다.
"일은 안하시나요?"
"상피오네 공원 근처에 앙티크 보석 가게에 파트타임 으로 알아보고 있어."
나는 빵을 입에 뜯어 넣었다.
"후식 먹을래? 여기 크레페 마약처럼 좋아하거든."
나는 한손을 들어 웨이터에게 신호를 보냈다.
.
.
.
.
가로수 길을 나란히 걸었다. 손에는 밀크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을 들고서.
"이 다음은?"
"다시 숙소로 들어가야 지요. 절 붇잡고 이렇게 빙빙 도시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밤길의 가로수 한구루 한 구르의 녹음이 컴컴한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그때 이후로 히스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도데체 무슨 꿍꿍이들이야?"
앞을 향한체 고토가 물었다.
"그 때라뇨?"
고토는 데체 어떤 '그때' 를 상상하고 있는걸까?
"벌써 옛날 일이잖아요. 두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나직이 물었다.
"무슨일, 있는거지?"
나직한 목소리로 고토에게 물었다.
"일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할수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두분 사이 좋으셨잖아요?' 라는 말에 가슴이 흔들렸다. 사이가 좋았는데, 가끔은 티격태격 거려도...
라고 몇번이나 제멋대로 반복되는 성가신 생각에 맥없이 동요하고 말았다.
나는 더이상 고토에게 묻지 않았다.
.
.
.
집에 돌아와서 씻지도 못하고 바로 이모들 사이에 찡겨 잠들어 버렸다.
오늘 무리를 한 탓인듯. 피곤하다.
자면서 무서운 꿈을 꾸었다.
목소리가 온 방에 배어 있는 꿈.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온 방 구석구석에. 나는 그 방에 갇혀 있고, 밖은 회색으로 구름져 있다.
눈을 뜨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모들 사이에서 찡겨 잔 탓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파르르 몸을 딸고있었다. 그 방은 추웠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꿈을 많이 꿨다. 나는 잘 울지 않는 아이였지만, 무서운 꿈만 꾸면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울었다.
엄마가 달래어도, 아빠가 화를 내어도 그치지 않았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괞찮아. 그냥 꿈어었어. 기분나쁜...'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가디건을 걸쳐입고, 부엌으로 갔다.
스텐드를 켜자 검정과 하양 바둑판 무늬 바닥이 보인다.
한 손엔 얼굴의 절반을 묻었다.
선반의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였다.
조금 열린 선반 문 틈새로 뭔가가 보였다.
"뭐지?"
일어나서 선반을 열었다.
직경이 15Cm인 커다란 유리병인데, 뚜겅이 덮혀있었고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넣어두었다.
흔들면 타닥타닥 소리가 났다.
나는 병뚜껑을 열고 코르크 마개를 테이블에 늘어 놓았다.
'스쿨드에게. 당신의 생일날.(To My Skuld, On Your Birthday)'
'스쿨드에게. 사랑을 담아.(To My Skuld With Love)'
'스쿨드에게.12/25 새해 복 많이 받기를.(Dear Skuld 12/25 Happy New Year)'
이탈리아어 로 씌여진 것도 있다.
'나의 조이아(해석하자면 '기쁨' 정도로 해석 할 수 있다.)에게.(To My Joia)'
그중 글자가 누구의 것이라고 짐작이 가는것 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쿨드에게. 사랑을 담아 센다가.(To Skuld from Sanda With Love)'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었다.
'센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기계만 알고, 항상 정해진 공식 같이 조금 딱딱했던 작은이모 에게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무슨일이야?"
고개를 돌렸다. 작은이모 가 졸린 눈을 부비면서 물었다.
"어? 언제 일어났어? 안깨우게 조심해서 나온건데."
"부시럭 거리길래..."
작은이모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코르크 마개 로 꽃혔다.
"저거! 어디서 난거야?"
"에? 선반위에 있었어. 이모한테 이런 과거가 있는줄은 몰랐는데.~"
작은이모는 눈을 감고 가는 숨으 내쉬곤 코르크 마개를 다시 병에 담고, 뚜껑을 닫아 선반에 올려 놓는다.
'어?'
이모의 행동에 의야해 했다.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3시가 넘었네... 일찍 자자. 나 내일은 일찍 나가야 하거든."
"어..."
나는 물을 마시고 부엌의 불을 끄고, 침실로 돌아갔다.
-조용한 생활(Una Vita Tranquilla/Part2)-
금요일이다. 상피오네 거리에 태산목 꽃이 피었다.
하얗고 커다란 꽃. 원래는 달콤하고 강렬한 향기를 풍기는 꽃인데 두툼한 잎사귀가 너무 많아, 그 무성함에 가려져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 정착한지도 두달이 넘어가고 있다. 다행스럽게 보석가게에서 일자리를 구해서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세번 나가고 있다.
이제 놀고먹으면서 늘 신새만 지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석가게로 향했다.
가게를 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뒤쪽 공방에서 작업하는 알베르토 (가게 주인의 손자, 보석 세공업을 맏고 있다.) 를 관찰했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잘 잤어요?"
입구에서 말을 걸자, 알베르토가 고개를 들지 않았어도 기운찬 목소리로 Si(네.) 라고 대답했다.
알베르토는 시리코니카 (주물 비슷한것)을 조각하고 있었다.
나는 커피 2인분을 끓였다. 공방 안에는 향긋한 헤즐넛 커피 향이 퍼진다.
커피를 다 마시고 알베르토는 노래하듯 조각해둔 시리코니카 에 빨간 납(체라) 를 부었다.
나는 입구쪽 벽에 기대어 알베르토와 엄청난 수의 도구들과 어우러진 완벽한 수공업을 감상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엘프들은 원래 그렇게 뭐든지 철저한가요?"
"글쌔요... 뭔가에 열중하며 철저해 지는거 같네요. 아! 잠깐만요."
서랍에서 뭔가 뒤적이는 알베르토, 잠시뒤 새공된 보석 두개를 꺼내들고는 나에게 물었다.
"둘 중 어느쪽이 좋아요?"
"음..."
나는 한참 생각하다 심플한 쪽을 택했다.
"이번에도 조촐한 거군요. 신족들은 화려한건 별로인가 봐요?"
알베르토가 보석들을 정리하며 물었다.
"글쌔요... 뭐랄까...에... 그러니까... 보석은 여자의 인생을 상징한다죠. 화려한 인생은 별로 재미 없지 않겠죠."
난 커피를 마시며 공방을 나와 가게문을 열었다.
화려한 장신구 보다는 의미가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예를 들자면... 음... 엄마의 반지 정도?
내 나이와 비슷한, 초라하지만 의미가 있는 그 반지를 좋아한다. 아빠가 엄마한테 선물해 줄려고 엄청 고생했다는데...
점심은 이모의 아파트에서 챙겨먹고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손님이 뜸해서 실컷 책을 읽을수 있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가게를 정리할때 알베르토 가 카운터에 서류가 들어있는 봉투를 올려놓았다.
"뭐에요? 이건."
"관심이 있다면."
어느쪽이든 상관 없다는 제스처를 보내며 알베르토가 말했다.
"봐요(Guarda)"
페이지를 넘기다가 목적하는 부분이 나오자 손가락으로 탁탁 쳤다.
알베르토가 가리킨 곳에는 보석 디자인 커리큘럼 교육과정 이 있었다.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그러니까, 필기 말고 실제로 만들수 있는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알베르토는 왠지 난처해 하는 표정이었다. 원래 말이 없고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무언가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익숙치 못한것 이다.
보석 새공은 취미삼아 배울 수준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미안하지만,"
서류봉투를 집어넣고 알베르토 에게 말했다.
"보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단지 만지고 싶을뿐, 그 정도로만 관계하고 싶어요."
알베르토는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신족들은 이해하기 힘들군요. 만드는건 만지는게 아닌가요?"
하얀 피부, 온몸이 풀꽃처럼 가늘고 나긋나긋한 알베르토.
"만들다 보면 지나치게 되잖아요. 난 그런게 싫어요."
웃으며 말했지만, 알베르토는 웃지 않았다.
"날 생각해서 일부러 갖다 주었는데, 미안해요."
"사과할 건 없어요."
알베르토는 말하고, 소리없이 미소지었다.
"렌 씨는 고집스럽군요."
"덕분에요."
정리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으아아아아~~ 뻐근해!"
소파에 널부러 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피곤했나봐?"
TV를 보면서 울드 이모가 말했다.
"우우우....죽겠어...목욕탕에 물좀..."
"내일 시간 비워놔야해. 페데레카 만나러 갈거야."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서 이모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으응...비워놓을께...나 목욕좀 하구."
소파에서 일어나 욕조에 물을 받으러 갔다.
뜨거운 물을 받는동안 욕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때웠다.
저녁의 목욕은 나른하고 무위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욕조 테두리에 머리르 얹고 하얀 벽과 천장을 바라본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때 술집에서 큰이모가 물었었던 질문이 생각났다.
-응. 지금은 여기가 내 홈타운 이니까.
어렸을 적, 목욕탕 안에서 엄마한테 곧잘 노래를 배웠다.
엄마의 목소리는 아침이슬 처럼 맑고 투명했다.
"가을의 풍경같은 하늘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지만..."
노래를 몇마디 흥얼 거리다가 그만 뒀다.
'무슨 주책이람... 빨리 씻고 나가자.'
-지루한 글 읽어 주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귀차니즘으로 스페이스 누르슨 분들...미워할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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