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rain - Prologue - 이월창야(二月彰夜)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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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이월창야(二月彰夜)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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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커다란 역사의 태동은 한 행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 하나뿐이었던, 인류 최고의 수재들을 배출하던 마법 학원 데르노블, 그 곳에서의 생활로부터 이미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리엘 L. 아론하이트, 「아론하이트 라그나로크사(史)」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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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두 개의 보름달, 붉은 달 타나트(Tanat)와 순백의 달 크레노인(Krenoin)이 은은한 빛을 뿌리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으로, 일 년에 한 번 있는 행성 데르노블(Dernoble)의 가장 큰 축제, 이월창야제(二月彰夜祭)의 밤은 그 시작을 고한다.
여관의 조그마한 창문을 통해, 이월창야제의 시작을 알리는 마법 불꽃의 섬광과 아이들의 기쁨에 찬 비명 소리가 방안까지 스며들었다. 레티아벨리산 블루베리 와인을 잔에 가득 채우고, '그'는 잔 속에 비친, 푸르디푸른 두 개의 달을 잠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잔 속의 술과 함께 찰랑이는 푸른 달이 '그'를 부드럽게, 몽환의 세계 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아름답군..."
초점을 잃은 눈으로,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언제까지나 어둠을 밟고 살아가야 할 '그'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달을 음미할 기회는 평생 동안에 몇 번 없을 좋은 기회였고, 그렇기에 '그'는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써버릴 수 없었다. '그'는 잔을 들어, 잔 속의 달과 와인을 단숨에 들이켜 버리었다.
"수천 년만의 외출인가...후후후."
입가에 조금 묻은 와인 한 방울마저도 아쉬운 듯, '그'의 혀가 입술 주위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이월창야제의 가장 행렬이 무심히, 창문 바깥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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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노블 마법 학원 행정 교사의 앞쪽─대광장은, 만찬회를 위한 테이블들과 무도회를 위한 중앙 무대와 갖가지 조명, 음향 설비로 가득 찼다. 평소에는 획일화된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들도, 저마다 아름다운 색깔의 야회복을 입고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번 축제도 이 정도면 성공적이지요, 교수님?"
커피잔을 건네며, 백마법학 교수인 레베카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데르노블 학원의 학생과 담당 교수, 카르셀은 그녀의 말투에 담긴 안도감을 읽고서, 잠자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에 우리 학생과에서 손을 댈 수준의 사고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은 개원 이래 유례가 없는 경이적인 일이네만, 안도감은 조금 이르지 않나, 레베카?"
부드러운, 그러나 정곡을 찌르는 카르셀의 말에, 레베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말투는 동등한 교수로서가 아닌, 5년 전 옛 제자의 응석으로 변해 있었다.
"역시, 카르셀 교수님은 달라지신 게 없어요. 제가 학생일 때도 제 마음속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 맞추곤 하셨죠."
"비행기 그만 태우거라, 레베카. 말투로 보니 5년 전처럼 즐기고 싶은 듯 한데, 이제 명색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 입장이니, 그러면 쓰나."
모카 향이 섞인 커피의 향내를 깊이 들이마시며, 카르셀은 인자하게 미소지었다. 아직 소녀 티가 남아 있는 그녀의 얼굴에, 5년 전의 갖가지 추억들이 하나 둘씩 겹쳐져 갔다.
"세월도 참 빠르지. 그 때의 모범생 레베카가 벌써 교수가 되어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니..."
여러 가지 감회가 서린 얼굴로, 카르셀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활짝 열린 창 밖에서는 학생들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자신들의 파트너와 함께 춤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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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키아(Lycia) 남작은, 대광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공원의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의 붉은 색 눈동자만이 음울한 핏빛을 주위에 뿌렸다.
인류가 다른 은하를 개척하지 못하고 '시초의 행성' 지구에만 머물러 있을 때부터 살아 있었던, 수천 년의 과거를 지니고 있는 그였지만, 다가오는 노쇠는 아무리 흡혈귀인 그라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잔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얼굴과 하나 둘씩 자라나는 백발, 탄력을 잃어 가는 피부를 보며 그는 '늙음'이 무엇인가를 뼈저리도록 느꼈고, 괴로움에 떨었다. 수십 년 동안이나, 그는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기(陰氣)를 상징하는 두 개의 보름달이 떠 있음과 동시에, 이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행성들이 이 행성을 중심으로 역오망성의 마법진을 형성하는, 그야말로 음의 마나로 가득 찬 이 밤에 그가 인간의 생피를 마신다면, 그 피에 녹아 있는 강한 음기는 그가 여생을 다할 때까지 지내는 데 충분할 정도의 마력과 젊음을 그에게 부여할 수 있으리라.
욕망으로 가득 찬 붉은 색 눈동자를 들어, 그는 온 만찬회장을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에게 걸맞을, 질 좋은 생피를 가진 '희생자'를 찾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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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창 밖을 바라보던 레베카가, 황급히 등을 돌려 카르셀을 바라보았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명상하던 카르셀은 푸른 색 눈동자를 들어 당황한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진정해라, 레베카!"
심연과도 같은 푸른 색 눈동자, 늙어 가는 카르셀이었지만 그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냉철은 보는 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카르셀은 말을 이었다.
"지금 누군가가 흑마법, 그것도 강력한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나도 느꼈다. 흑마법학을 30년 이상 공부해 온 나지만 그건...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은 분명 아니야."
"그렇다면..."
카르셀의 생각 속에서, 몇 가지 단어가 순서 없이 레베카의 마음속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카르셀의 애병(愛兵)인 위저드 스태프를 감싸고 있던 봉인─룬이 그려진 천이, 한 조각씩 타 떨어졌다.
[인간을 뛰어넘는 마력을 가진 존재 중, 지금같은 만월에, 사람들, 그것도 마력이 약한 학생들이 많은 이 학원에 나타날 법한 존재...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그렇다면...밤의 왕(Vampire)뿐.]
놀람 때문에, 레베카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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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들켜 버렸나. 마법 학원이라...그나마 명불허전(名不虛傳)이군."
리키아는, 자신의 '희생자'에게 건 심령 속박의 주술을 알아챈 자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주술을 거는 순간, 희미하게나마 마력을 감지하는 디텍트(Detect)의 기운이 느껴졌던 것. 그것은 인간 수준에서는 중상위급 정도의 흑마법사가 명상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오늘은 축제 날이라 교수들의 감시가 허전하다고 들었건만, 몇 명쯤은 남아 있는 건가. 이거, 귀찮게 되었군."
여유를 감추지 않은 채 중얼거리며, 그는 만찬회장의 입구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주술에 의해 의식을 잃고 그의 꼭두각시가 된 '희생자'─분홍색 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한 걸음씩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 그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지만, 그를 공격하려 하는 교수들에게 그녀는 좋은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가 그녀의 피를 마시고 젊음을 되찾게 되면, 그에게 덤비는 교수가 몇 명이 되었건 그들은 그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머릿속의 계산이 대충 끝나자, 그의 몸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가듯 사라졌다. 완전히 어둠과 동화(同和)된, 흑암의 안개로 변한 그가, 서서히 소녀의 곁으로 이동해 그녀의 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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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카르셀은 최대한 소리를 죽여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몸은 수풀 바깥으로 뛰어나가고자 했으나, 그 충동을 그는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흡혈귀는 이미 목표한 소녀에게 도달해, 그 늙어 버린 추한 손으로 소녀의 희디흰 목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쇠하였다 해도 흡혈귀는 '밤의 왕'. 6클래스가 넘는 흑마법 능력을 가진 그것에게 4클래스 후반의 실력을 가진 그가 메모라이즈(Memorize)해 둔 흑마법을 전부 발동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은 흑마법을 연구한 그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지금, 그 흡혈귀의 손아귀에는 데르노블 학원의 학생, 소녀마저 인질로 잡혀 있지 않은가. 그녀를 흡혈귀에게서 구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섣불리 흡혈귀를 공격하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었다.
"레베카, 다른 교수들은 아직인가?"
"죄송합니다. 호출은 했지만 다들 교내 곳곳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어서..."
레베카가 고개를 푹 숙였다. 흡혈귀는 이제 소녀의 목에 그 날카로운 이빨을 꽂아 넣을 참이었다. 그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카르셀은 눈을 감아 버렸다. 소녀가 한 번이라도 흡혈귀에게 물려서 흡혈귀화 되어 버린다면, 아무리 솜씨 좋은 백마법사라도 그녀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없다. 카르셀의 마음속에, 일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어쩔 수 없군...엄호하거라, 레베카. 소울 플레어(Soul Flare)!"
카르셀의 시동어와 함께, 위저드 스태프의 끝에 순백색의 빛나는 구체가 맺혔다. 피가 조금씩 스며 나오는 소녀의 목에서 입을 떼며, 흡혈귀 리키아는 놀람이 가득 찬 눈으로 매복해 있던 카르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이어, 구체는 리키아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그의 눈 바로 앞에서 폭발해버렸다.
"으윽...아까 날 인지했었던 흑마법사인가?"
불의의 기습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은 눈을 감싸며, 리키아는 자신이 감싸안고 있는 소녀의 목에 흘러내린 피를 혀로 핥았다. 아직 극소량이기는 했지만 시력을 잃은 눈을 회복시키는 일에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중년의 흑마법사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강한 조소의 빛이 감돌았다.
"이것도 습격이라고 하는 건가? 어린애 장난은 그만두는 게 좋아, 흑마법사! 고작 4클래스의 마법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비웃음이 담긴 리키아의 조롱에, 카르셀은 태연히 응수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리키아의 붉은 눈동자와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물론, 너를 이길 수는 없지, 뱀파이어. 그러나 네가 그 아이의 목에 그 더러운 송곳니를 꽂는다는 것은, 이 학원의 교수로서, 인간으로서 차마 용납할 수가 없는 짓거리거든."
"명을 재촉하는군!"
리카아는 음산하게 외쳤다. 그러나 바로 소녀의 목을 물 수는 없었다. 흡혈귀에게 있어서 최대의 약점은 흡혈을 할 때에는 무방비라는 것. 소녀의 목을 물어 흡혈을 하다가 아까와 같은 마법이 작열한다면 아무리 흡혈귀인 리키아라고 해도 아까처럼 두 눈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저 흑마법사를 견제해야 한다!'
리키아가 입고 있는 검은 망토에서, 수십 개나 되는 암흑의 촉수가 카르셀에게로 뻗어 나갔다. 백마법과 흑마법의 낭랑한 영창과, 광기 어린 흡혈귀의 주문 외우는 소리가 공원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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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걸 실수로 지워버려서, 다시 올리는 겁니다. 제목만 바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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