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카네스 전기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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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다크 블러드(1)
키프로스 산맥행 2일 째
그 동안 우리들은 서로 말을 놓게 되고 상당히 친해졌다. 무엇보다도 엘형제들은 나와
싸우는 걸 낙으로 삼고 살고 있다. 뭐 나도 수련하는 셈 치고 받아주고 있는데 얼마전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가이라스 왕국에는 아리따운 공주님이 계시지. 게다가 무남독녀 외동딸이라서
국왕 폐하의 애정이 대단하시지.'
'아아… 공주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나?'
그러면서 그 둘은 갑자기 이리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이리나는 그들을 보더니 흠칫!
하고 놀라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하하… 엘형제는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데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군… 가만… 근데 왜 이리나를 쳐다보는 거지? 그리고 이리나의 저 반응은?!
설마! 이 둘중에 한 녀석을 좋아한단 말인가?!!
"엘슈! 오늘도 부탁한다!"
엘로드는 오늘도 여전히 대련을 부탁해왔고 평소처럼 난 받아들였다.
"얼마든지!"
난 엘피나스에게서 받은 '드워프제 미스릴 롱소드'를 차고 일어섰다. 미스릴을 겉에 코팅
한게 아니라 함유금속의 30%가 미스릴이다. 그리고 나머지 70%를 은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신성력까지 퍼붓는다면 언데드를 상대하는데 더할나위 없는 좋은 검이 될 것이다.
응? 근데 언데드가 뭐지? 나 참, 내가 노망이 들었나보다. 뭐 아무튼 좋은 검이다.
적당히 자리를 잡은 우리는 서로 대치해 섰고 다른 사람들은 원을 그려서 자리에 앉아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뭐 이제는 슬슬 검에도 익숙해 졌고 말이다.
스릉-
소름 끼치는 검날의 음이 울려퍼졌다. 우린 서로의 검에 마나를 서서히 주입했다.
엘로드의 검에서는 푸른 빛의 검기가, 나의 검에선 초록 빛의 검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난 예전의 마나를 다시 회복하고 예전의 몸상태를 되찾아 완벽하게 자연과 동화되어갔다.
왠지 이러면 편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절대 잊고 싶지 않는 느낌이다. 검을 늘어뜨린채
난 빙긋 웃으며 말했다.
"와라!"
엘로드도 저 자세는 그 어떠한 방위의 공격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섣불리 다가서지
않고 기회를 노렸다. 서로의 눈이 빛났고 검이 움직였다. 검이 환영을 만들며 허공에서
맞부딪혔고 시큰한 느낌이 자리잡았다. 허리를 베어오는 엘로드의 검을 막은 난 엘로드의
공격을 역이용하여 빈 허리를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엘로드는 째빨리 뒤로 물러서며
피해냈고 내 목을 노리고 베어왔다. 난 회전력을 이용해 재빨리 검을 쳐냈다. 그래…
이 느낌… 이 시큰한 느낌… 싫지는 않다. 이 소름끼칠 정도의 전율이 말이다.
"헤에, 역시 빈틈이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무슨 꿍꿍이가 있는것 같은데?"
엘로드는 한쪽 눈을 찡긋거리더니 허리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후후… 사실은 그동안 내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냈다."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은걸?"
난 검을 서서히 들어올리며 내 얼굴 옆에 수직으로 세웠다. 왼손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을
뒤로 빼며 검을 역십자로 들어올리는 자세. 바로 검환(劍換)을 사용하기 위한 자세이다.
엘로드는 검을 크게 들어올리더니 말했다.
"간다!"
그리고 검을 내리쳤다. 나를 향해서가 아니라 뒤돌아 내리친 것이지만… 하지만 역시 엘로드였다.
뒤에서 벌써 오우거가 다가온줄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난 2연격을 날리려다 검을 도로 내렸다.
콰콰콰쾅-!
격렬한 폭음과 함께 희뿌연 먼지가 시야를 가렸고 엘피나스는 이미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검기를
만들어둔 상태였다. 피에나도 긴장한 채 로드를 쥐고 있었다. 곧 먼지가 걷히자 배 부분에 구멍이
뚫린 오우거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엘로드는 우리를 향해 V 표시를 하며 히죽 웃었지만 우린
그 오우거의 뒤에 버티고 있는 수 많은 오크와 오우거 무리를 보며 긴장을 피워야했다.
"크- 크으-"
"취- 취이-"
뭐지? 어째서 오크가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저렇게 포진을 취한 채 있는 거지? 게다가
어떻게 오크가 이런 살기를 낼 수 있는거지? 우리들이야 아무 상관 없었지만 마법사도 검사도 아닌
에실리스나 이리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피에나는 이리나를 진정시키기 바빴고 난
에실리스의 앞을 막아서며 정면의 몬스터들을 직시했다. 내 눈을 쳐다본 오크들을
자신들도 모르게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위험한 놈이다!' 라고…
하지만 오우거는 나를 보면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내심은 이랬다.
'크… 인간중에 어떻게 흄님과 맞먹는 살기를!'
그들은 정신적으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흄에게서 훈련받은 '다크 블러드'의 정예중
정예였다. 결코 이대로 물러설수는 없었다.
"크- 이… 인간! 어떻게… 이런… 살기를!"
오우거가 말 하는게 신기했지만 원래 저런 건지 살기에 말 하기 힘든지 뚝뚝 끊어서 말했다.
엘슈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 이미 배경지식은 엘 형제들과 피에나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오우거가 말도 잘하는군."
"크크크… 우리는…다크 블러드의… 정예중의 정예다. 말 정도 쯤이야"
오우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행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다크 블러드라고? 마을을 몰살시킨
'어둠에 묻힌 자들'이란 말이냐?! 난 씨익 웃으며 한 걸음 내딛었다.
"그거 잘됐군."
그러자 몬스터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내가 한 걸음 다가서면 그들은
한 걸음을 물러섰다.
"실은 내가 너희들한테 빚이 있거든? 그걸 여기서 약간이나마 풀어보고 싶단 말이야."
그리고 검을 옆으로 뻗은 이번엔 속으로가 아닌 말로 외쳤다. 숫자가 너무 밀려! 속전속결이다!
"오라! 뇌격과 우뢰여! 그리고 나에게 너의 힘을 빌려다오!"
나의 검에서 청푸른빛의 스파크인 스톰 검기가 일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뭔가 잘못됐다는걸 느끼고 무기를
들어올렸다. 모두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일진이 안좋군…'
하지만 엘슈는 이런 그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엘형자가 엘슈의 곁으로 다가왔다.
웃던 엘슈의 입술이 열렸다.
"간다!"
"헤이스트!"
우리는 바람과 동화되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피에나가 걸어준 헤이스트 덕분에 소드 마스터의
위력이 배가 된 것이다. 피에나는 이리나와 에실리스곁에서 에로우계열과 미사일계열로 우리를 엄호해
주었다. - 마법들은 도감을 참조할 것. - 몬스터의 숫자는 약 200 속전속결로 끝내지 않으면 도리어
우리들의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 당할 위험이 있었다. - 나는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몬스터의
시체가 늘어갔고 대지는 검붉은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크윽… 뭐가 이렇게 많은 거야?!"
10분이 지나갔다.만약 이게 인간군사의 200이었다면 기사들을 만났어도 반수 이상은 죽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둠에 묻힌 자들 - 통칭 다크 블러드. 의 정예중의 정예였다. 스톰 검기를 소환하여
휘둘렀지만 한번에 잡는 숫자는 보통 하나. 많으면 둘을 동시에 잡을 정도였다. 빌어먹을… 장기전이라
검기를 더 이상 크게 만들 수 없어. 검강을 만들었다간 마나가 금방 바닥날 태세였다. 엘로드와 엘피나스
도 슬슬 지쳐갔고 피에나도 슬슬 범위계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파이어,윈드 서클 마법사였다.
주로 파이어볼에 윈드 볼을 더블 스펠로 더욱 파괴력을 강화시켰다. 마나의 소모가 걱정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크- 푸- 푸…"
몬스터의 숫자는 아직 70마리나 줄었지만 그리 준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엘로드와 엘피나스도 조금씩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제길…
휭-
오우거의 트윈 클럽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빠… 빠르다! 제길! 되도록 쓰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선 이것 밖에는!
"엘로드!엘피나스! 조금만 앞에서 버텨줘!"
그리고 환의 자세 - 앞에서 설명했듯이 왼손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을 머리 옆에서 뒤로 빼며 검을
역십자로 들어올리는 자세. 를 취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검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엘로드와 엘피나스는 눈이 급격하게 커지며 외쳤다.
'대기를 떠도는 바람이여. 저 먼 하늘에 머무는 전격이여!'
"거… 검강!"
난 그들의 말을 신경쓰지 않고 서서히 전격을 끌어올렸다. 크윽… 적어도 이것들을 어느정도 날려버리려면
좀 더 모아야 해! 내 몸의 주변의 공기가 급격히 무거워지며 몸 주변에 푸른 빛의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다.
'지금 나에게 그대들의 힘을 조금만 빌려주어'
몬스터들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희생을 감수하고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힘들어 진건
엘로드와 엘피나스였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오우거떼를 막느라고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엘슈! 빨리 해!"
"크윽! 제길!!"
콰아악-
엘로드가 오우거의 스파이크에 맞아 나가 떨어졌다. 옆에 우뚝 서있떤 나무를 그대로 박살낸 채 바닥을
굴렀다.
"엘로드!"
'내 앞을 막는 저들을 멸하라!'
땀이 흘러내리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왔다. 크윽… 단지 전격을 끌어오는데 이렇게까지 힘들다니… 내가
이렇게 약해졌단 말인가?!
"됐어! 모두 물러서!"
엘피나스는 바닥에 쓰러진 엘로드를 업은 채 뒤로 물러섰다. 난 씨익 웃었다. 제길… 이거 한번 쓰는데
왜 이리 힘든 거야! 온 힘을 팔에 주어 검을 치켜들었다
"잘 가거라."
오우거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난 그들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푸른 스파크가 휘몰아치는 검을 말이다.
"간다! 테라 브레이크!"
우지지지직! 콰쾅! 콰콰쾅!!
"쿠에엑! 쿠와악!!"
"케엑! 쿠왁!!"
"쿠와와와와와왁!!"
순간 번쩍하고 세상이 환하게 비추어졌다. 그리고 남겨진 것은 무수히 남은 시체였다. 테라 브레이크…
그것은 천공의 기와 뇌전의 기를 모아 적절한 기를 압축시켜 일시에 폭발시키는 기술이다. 이것으로
이 전 차원의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죽였었지… 그 당시에는 이 테라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위해
굳이 저 기운들을 모을 시동어를 외지 않아도 되었다. 그곳에는 남는게 마나였으니까, 하지만 여기서는
위력도 상당히 반감된 상태다가 마나까지 바닥나 지금 서있기도 상당히 힘들었다.
"헉… 헉……."
푹-
숨이 턱까지 차올라왔다. 간신히 검을 땅에 꽂아 서있었지만 지금 마나와 체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남은 건 거의 다 죽어가는 오우거 2마리가 전부였다. 오우거들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푸- 푸-
거리며 숨만 내쉬다가 엘슈를 바라보며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쿠와아아악!!!"
하지만 그들이 휘두른 스파이크는 엘피나스가 휘두른 검에 의해 그들의 목을 잃는 것으로 힘을 잃고
바닥에 떨궈졌다. 난 숨을 내쉬며 엘피나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도는 것 같다?
"엘슈!!"
"엘슈! 왜 그래!"
에실리스와 엘피나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새 들어서 쓰러지는 일도 되게 많네. 하지만 난 정신의
실을 꽉 잡고 버텼다.
풀썩-
분명히 콰당- 이라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 왜 이리 푹신하지? 내가 고개를 들자 이리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괘… 괜찮아요?"
그녀답지 않게 호들갑거렸다. 이리나가 걱정 해주는 건 좋지만… 아 저건… 에실리스는 이마에
힘줄이 돋은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엘피나스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허둥댔다.
"아, 예. 괜… 찮아요."
편하다… 이게 여인의 품인가? 그녀에게서 좋은 향기가 풍겨나왔고 가슴도 상당히 크… 아… 이런,
실례의 말을… 아무튼 상당히 편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신세지고 있을 순 없으니 이제 일어서야겠어…
대충 설 정도의 체력은 회복한 난 검을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 검을 땅에서 뽑아내어 허리에 찼다.
순간 장내에 찬 공기가 돌았다. 왜… 왜 이러지?
"에… 엘슈……."
에실리스는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피에나는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엘로드는 뻗었고… 엘피나스는
황당해하는 표정을 아직까지 지으며 날 쳐다보았다. 이… 이봐? 다들 왜 그래?
"그래! 가버려! 이 바보야!"
에실리스는 음속을 달리하는 스피드로 나에게 다가와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우악! 아… 아파!!
내가 에실리스에게 얻어맞고 있을 때 피에나는 이리나를 뻥찐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설마… 공주님이? 아니야, 아닐거야.'
아니라고 부정하는 그녀였지만 여자의 직감이 그녀의 불길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엘피나스는
엘슈를 바라보며 말헀다.
'고… 공주님이신데… 고… 고귀하신 공주…….'
아무래도 이 녀석은 공주에게 쇠뇌되었나보다. 아무튼 엄청나게 얻어터지는 사람은 놔두고
엘로드는 치료 안할 껀가?
#7-2 - 다크 블러드(2)
"블랙 오맨 클랜 부대와 어쩔 수 없이 맞딱뜨렸지만 그들이 움직임을 일단 상부에 보고…
앗 실수!"
"엉?"
에실리스에게 한참 얻어맞던 난 엘피나스를 바라보았고 에실리스는 열심히 때리다가 "에?"
라고 말하며 엘피나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던 엘로드와 곤히 자던
이리나와 이리나를 재우던 피에나는 엘피나스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엘피나스는 우리의 시선을
느끼더니…….
"아하하… 아무튼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고 출발하도록 하죠. 피에나, 알람 마법 부탁해"
"전 방위 20M로 설정하면 되지?"
그리고는 피에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하는 거지?
"일종의 시간 마법이랄까? 아무튼 몬스터가 다가오거나 사람이 다가오면 울리는거야."
"와, 역시 마법사는 대단하네요."
역시, 마법사는 저런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건가? 흐음… 나도 언제 시간 나면 마법이라도
배워볼까? 나와 엘피나스는 여성들을 위한 자리를 깔았다. 음… 슈츠가 있었다면 간단히 해결됐
겠지만 지금은 뭐 있는대로 때워야겠다. 일단 나뭇가지로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마른 나뭇잎을
깔아야겠지? 휴우… 여자들 뒤차닥거리도 상당히 힘드네….
그럼… 일단은 마나나 채워볼까? 그리고 지금 현재의 마나량으론 내가 펼칠수 있는
기술의 한계가 있어. 어떻게든 지금 봉인된 힘을 되찾아야 할 것 같은데… 어제 같은 자들을
이때까지는 어떻게든 해왔지만 지금 몸이 엉망이야. '그 기술'을 한번만 더 썼다간 몸의 근육이
완전 파열될거야. 그 전에 어떻게든 조취를 취해둬야해.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에실리스가
다가왔다.
"어디에 가는거야? 엘슈."
"응? 아 잠시 수련."
에실리스는 따라오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남이 수련하는 건 엿보는건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기에 에실리스는 우리가 깔아둔 자리에 앉았다. 난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 슬그머니 어둠속으로
몸을 숨겼다. 예전 슈츠의 '신의 기' - 신발에 기를 모으는 것으로 순간 속도를 높여준다. 를 응용
하여 재빨리 산의 한 곳에 자리잡았다. 이 숲의 주변은 화(火)의 기운이 상당히 강했지만 내가
마나를 응용하는데 그리 큰 불편한점은 없었다. 흠… 차라리 HFM이 될 걸 그랬나?
훗… 뭐 그랬다면 그 녀석이랑 만날 일도 없었겠지만 말이야.
"그럼… 시작해볼까?"
이미 내가 움직이면서도 몸속에 마나가 조금씩 쌓였기에 마나의 6할 정도는 2일동안 모인 상태였다.
이제 나머지 4할을 찾을 차례인가? 후우…
"풍활검(風活劍) 제 1기식 - 유하(流下)"
나의 검이 서서히 내리섰다. 검 끝에는 무엇인가 모를 기운이 서려있었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
"제 2기식 풍압(風壓)"
검 끝을 중심으로 강력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난 그 바람을 등지고 뛰쳐나갔다.
바람은 그 모든것을 누른다.
"제 3기식 파뇌(破雷)"
뢰격은 그 어떠한 것이라도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콰지직- 우직!
그리고 내 주위에 존재하는 약 3그루의 나무가 찢기며 허공을 날았다. 이것이 바로
가장 기초되는 기식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식인 풍활검이다. 바람으로 살리는검
이라는 말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지만 간단한 초식이기도 하면서 이 속에는 수 많은
변초가 숨어있다. 예를 들자면… 1기식 유하에서 그대로 파뇌의 격정으로 기식을 옮길수
있으므로 언제 어디서든 변화가 가능한 기식이다. 간단하지만 얕볼수 없는 기식인
셈이다.
"후우…."
부우우-
검신이 하얀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환의 자세를 취한 난 정면에 보이는 4그루의 나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한 순간 검환을 날렸다.
"합! 영환(嶺換)! 4개의 빛의 화살!"
우지직- 콰자작!
4그루의 나무가 검환이 스쳐 지나가자 마자 강맹한 기를 이기지 못해 허리부근부터 내려앉
았다. 순간 난 언뜻 떠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난 어쩌면… 힘의 절반을 찾을 지 모른다
생각했다. 왼손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뇌룡잠적(雷龍潛跡)
"뇌전이여! 나의 몸을 감싸라!"
푸른 스파크가 일기 시작하며 내 신장을 중심으로 내 전신을 감싸안았다. 난 씨익 웃으며
몸에서 새롭게 용솟음치는 힘에 웃었다.
"드디어… 내 절반의 힘을 되찾았어. 이제… 남은 반의 힘, 그것만 찾는다면… 앞으로
그런 일을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난 즉시 명상에 들어갔다. 다시 찾은 힘을 갈무리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다뤘던 뇌격의 힘, 익숙한 마나였기에 난 금새 갈무리한채 검을 뽑아들며 일어섰다.
그리고 나의 기식들을 하나하나 운용했다. 풍활검에 이어서 빛의 영황검까지…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나의 기식들… 몇몇 기식들은 세세한것 까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대로 운용은
가능했다. 2개의 달이 밝게 떠올라있었다. 오늘은 실버문…(11월입니다) 엘프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었던가? 블루문이 가장 좋아하던 달이었던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뭐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수정 뭐 아무튼 보석의 이름을 달에다 갖다붙인 사람들의 돈에 대한 욕심에 대해
찬양하는 바이다.
"슬슬… 돌아가볼까?"
그리고 난 신의 기를 운용해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 10분후… 그 자리에는
어둠을 틈탄 몇몇 인영들이 모여들었다.
"엘슈, 여태까지 어딜갔다가 온 거야?"
엘피나스는 잠자리를 지키는 사람의 역 - 불침번이라는군요. 을 맡고 있는지 다른 일행들
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엘로드는 나무에 기대어 있었고 피에나와 이리나, 에실리스는
우리가 깔아둔 자리에서 얌전히… 자고 있지는 않았다. 피에나는 뭐… 상관없지만 에실리스
와 이리나는 서로를 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어헉… 저건 뭐냐?
"사실말이지, 우리 공주… 가 아니라 이리나는 얼마나 왈가닥인지 모른다니까."
엘피나스의 말에 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아아, 니 앞이라고 내숭떠는거야."
뭐… 뭐시라… 그… 그렇다면…… 그 때, 에실리스와 이리나의 잠꼬대였을지는 모르지만…
"음냐… 이리나, 내기 할까요? 엘슈를 걸고?"
"흠냐, 그러죠. 우후훗, 내가 이길껄요?"
나를 걸고 내기라니! 내가 무슨 상품인줄 알아?! 아무튼 그 여편에 2명의 잠꼬대를 잠자코
듣던 난 몸서리가 쳐 엘피나스의 곁에 다가갔다. 엘피나스는 모닥불에 나무를 짚어넣고 있었다.
"엘피나스, 옆에 앉아도 되겠죠?"
"네, 물론이죠."
난 엘피나스의 옆에 앉았고 엘피나스는 나무 한 토막을 불속에 집어넣었다. 불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 타오르며 우리에게 온기를 베풀어주고 있었다. 잠깐동안의 정적… 그 정적을 깬
것은 나였다.
"엘피나스,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뭐죠?"
엘피나스는 실버문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글쎄요. 내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기도 하고 뭐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러는 엘슈는요?"
엘피나스는 내가 날렸던 화살을 도리어 나에게 날렸다. 윽… 뭐라고 변명한다?
"전… 부탁을 받아서 입니다."
"부탁?"
엘피나스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고 난 실버문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실은… 여길 오기전에 하델이라는 마을에 있었었죠."
움찔-
갑자기 엘피나스의 몸이 굳어진 듯했다. 하지만 난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죽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말이죠. 물론 제가 죽인 사람들도 그 속에
포함되지만 말이예요. 친절한 사람들…."
꽈악-
주먹을 움켜쥐었다. 빌어먹을… 내가 왜… 지키지 못했지? 눈물이 주체없이 흘러내렸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엘슈…"
순간 누군가가 내 목을 감싸왔다. 따뜻하고 가냘픈 팔이… 그리고 작고 갸름진 그 손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에실리스… 자고 있는줄 알았는데… 엘피나스는 우리를 쳐다보더니
슬며시 자리를 비켰다.
"에실… 리스. 아직 안 자고 있었던거야?"
난 슬며시 눈물을 훔치고 웃으며 말했다. 에실리스는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정말로 울고 싶은건… 난… 그녀를 안았다. 순간 그녀가 내 품에서
바둥거렸다.
"뭐… 뭐하는 거야?"
난 바둥거리는 그녀에게 살며시 말했다.
"울어…"
"뭐… 뭐?"
그리고 그녀의 몸부림이 멈추었다. 그녀의 음성은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괜찮아… 마음속에 있는 짐을 털어버려."
"뭐… 뭐라는… 거야, 바… 바보… 흐윽!"
그리고 그녀는 내 품에 안겨 울었다. 어린애처럼… 내 품에서 오열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은
난 받아주었다. 그녀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녀의 은빛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더 이상 상처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만큼은… 그녀의 할아버지의 부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리고 인기척이 느껴져 그곳을 바라보았다. 이리나가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쉬며
두 손을 어깨위로 들어올렸다. 어쩔수 없다는 제스처?
"뭐… 이번 한번만 봐드릴게요."
들켯다고 단번에 성격이 바뀌다니… 그런데 한번만 봐준다니? 무슨… 소리지? 아… 울음소리가
멈췄다… 난 품에 안은 그녀를 보았다.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실버문을 바라보았다. 실버문…
은빛으로 빛나는 달… 세상은 실버문을… 다이아몬드에 비교했다. 하지만… 난 실버문을…
비애의 문으로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픔으로 물든 기나긴 밤이… 지나갔다.
#8 - 이종족 엘프
찌잉-
에실리스를 바닥에 눞힌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감각권으로 몇몇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몬스터라고 치부하기에는 마나가 너무나 깨끗했고 게다가 움직임
또한 빨랐다. 대략 120M 정도 떨어진 것 같은데 아직 엘로드와 엘피나스의
경우에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기척을 잘 숨겼다. - 뭐 나에게 들켰지만….
스윽-
다들 자고 있었기에 최대한 소리를 줄이며 조용히 일어섰다. 엘피나스나
엘로드의 경우에는 눈치 챌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나무에 기대어 자고 있는
걸 보고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가만히 있거나 둘 중의
하나라 생각했다. 난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어둠으로 묻힌 숲… 실버 문의 은빛의 장막이 산맥을 비추었지만 나무로 빼곡
히 들어찬 이곳을 밝히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속에서 몇몇 인영
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맨 선두에선 작은 체구의 인영이 말했다.
"장로님. 아무래도 마나의 근원지는 저 쪽인것 같습니다. 인간이라고 보기엔
정말 많은 양의 마나를 지닌 자들입니다."
작은 체구의 입으로 보이는 듯한 곳에서 고운 미성이 흘러나왔다. 그 뒤로
드러난 몇몇 인영들이 작은 체구의 인영에게 다가왔다.
"정말이지 엄청난 양의 마나로군요. 아마 드래곤을 제외한다면 가장 많은 양의
마나를 지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약간은 호리한 체형을 지닌 인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까의 미성과 비교한다면 남성일 것이다.
"누군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군요."
장로인 듯한 자가 말하자 대부분이 흠칫하며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 때 실버문의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었다.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든 외모에 길고 뾰족한 귀를 가졌다.
인영의 숫자는 4명. 160의 작은 체구에 금발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지닌 소녀가
허리춤의 검을 언제든지 뽑을 자세를 취했다. 그 뒤로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늙은
남성이 있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도 그럴듯이 그가 가장 연륜이 있어 보였다. 그 뒤로
두명의 남성이 서 있었다. 호리호리한 키에 둘 모두 초록빛의 머리를 어깨밑까지 늘어뜨렸
다. 도저히 남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외모였다. 그리고… 그들 앞에 엘슈가 서있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 서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의 앞에…
'헤에… 저 늙은 할아버지만 빼고 전부다 잘생겼잖아.'
아마도 저들이 인간의 유사종족이라는 엘프라는 종족일 것이다. 나이를… 아, 그래. 보통은
700~800. 많으면 천살까지 산다고 들었다. 최고의 미의 종족이라 불리며 자연과 나무를
사랑한다. 뭐 내가 들은건 대충 이정도지만… 저들은 대부분이 4서클 마스터 아니면 5서클
유저였다. 게다가 저들 주변으로 날아다니는 바람 - 정령. 들 또한 심상치 않았다.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고 두 남성과 한 소녀 - 나이가 어려보이므로. 는 허리에 롱 소드를
차고 있었다. 형태가 좀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롱 소드다!
"혹시… 너희가 엘프야?"
내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그들은 더욱 몸을 숙이며 검을 살짝 뽑아들었다. 하지만 수염을
늘어뜨린 할아버지는 그저 웃기만 할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셨다.
"!&^#*&!*&^#*$^*&@$#"
"……."
맨 앞에 선 소녀 엘프가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그게 엘프어라는 고대 언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알면 뭐하는가? 말이 안 통하는데? 내가 못 알아듣고 있자 그 소녀는 '바본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아!' 하면 손바닥을 탁 치더니 말했다.
"그렇다. 인간, 너는 누구인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하나씩 물어봐라… 하나씩… 아무래도 저 엘프는 조금 성격이 급한 것 같다. 게다가 저
딱딱한 목소리랑 미성이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에… 전 엘슈라고 하고요. 여기는 현재 레오드 성에 가기 위해서 이 근처에서
노숙하던 중이었습니다."
"노숙?"
"예."
맨 앞에 선 소녀 엘프는 뒤에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뭐라뭐라 말하는데 그게 엘프어라
도대체가 뭐라는지 한 개도 못 알아먹겠다. 아! 돌겠네! 소녀 엘프에게 몇 마디 듣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엘슈라고 했는가? 한 가지만 묻지. 인간이 어떻게 그런 많은 양의 마나를 보유할 수가
있는 거지? 그리고 아까 실버문의 광장에서 바람의 정령의 기운이 몰려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가? 게다가 여기가 어딘 지 알고 노숙을 하는 건가?"
도대체가 한가지만 묻는다는게 그게 한가지냐? 그래도 적의나 살의는 품고 있지 않아
난 충실히 답해 주었다.
"우선 이렇게 많은 마나는 수련하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람의 정령이 모였다고
했는데 그건 제 몸에 쌓았던 마나의 엘레멘탈(속성) 자체가 풍,전,뢰 이기 때문일겁니다.
그리고 여기는 키프로스 산맥 아닙니까?"
"잘 아는군. 그런데도 노숙을 하고 있단 말인가? 리마이온님께서 화가 나시기 전에
이곳을 떠나도록 하게."
할아버지는 나에게 엄한 투로 말했지만 우리 일행들은 지금 피로에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가라고?
"우리는 지금 다크 블러드의 정예인 블랙 오맨 클랜을 맞아 그들과 싸움으로 인해
피로가 누전된 상황입니다. 오늘 하루 쉬었다가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뭐… 뭣이! 블랙 오맨 클랜?!"
뒤에 선 초록빛깔의 엘프 쌍둥이 - 형제인가? 들이 동시에 외쳤고 할아버지의 입에서도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당당하던 엘프 소녀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으음… 도망쳐 나온건가?"
엘프 할아버지의 입에서 상당히 비위 거슬리는 말이 나왔다. 솔직히 도망가고 싶기도
했었었지만 내 힘의 절반을 찾았으니 비전 오의는 아니더라도 월광검이나 천검은
사용할수 있었다.
"일행에 소드 마스터가 2명 있습니다. 몰살시켰습니다."
"모… 몰살."
"크… 크흠."
두 명의 엘프 청년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지금의 내 힘으론
그 배가 습격해와도 혼자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보다 당신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군요. 아까부터 자꾸 제 얘기만 하는 것 같은데
당신들은 누구죠?"
그들은 잠시 나를 보고 의아해 하더니 엘프 소녀가 장로라는 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엘프를 모르나 봐요? 후후후, 우리를 만난게 행운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죠.'
자기들은 안들릴거라고 믿는지 얘기하지만 다 들린다. 다 들려.
"저… 이름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다 들립니다."
"흡!"
소녀 엘프는 놀라 날 쳐다보았다. 아까의 질문에 같이 내 마나를 느꼈겠지? 하지만 내가 숨겨둔
3할의 마나를 느끼지는 못할거야. 내가 빙긋이 웃고 있는 가운데 장로는 갑자기 흠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자네와 같이 온 사람들 중에 푸른 빛의 머리 빛에 푸른 빛의 목걸이를 지닌 사람이 없었는가?"
푸른 빛의 머리에 푸른 빛의 목걸이? 우리 파티 중에는 파란 머리는 없는데?
"아니요. 목걸이라면 모를까 그런 머리색을 지닌 사람은 없는데요."
"그런가… 흠……."
장로라는 사람… 아니 엘프에게서 실망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음… 그렇다면 되었네. 청의 마나가 느껴진다고 했는데… 아닌가 보군."
"이만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날이 밝아오는군요."
살짝 표정을 굳혀 말하자 장로라는 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머지 3명을 데리고 사라졌다. 난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다 그들이 멀어지자 나 역시 자리로 돌아왔다. 엘피나스가 아침 준비를 하다
가 내가 나타나자 쳐다보았다.
"어디 갔다 온거야?"
여기서는 남자들도 요리를 하는군… 뭐…우리 세계에도 흔했지만… 그런데 꽤 잘하는데?
"잠깐 바람 쐬러 갔다왔어. 하하…"
엘피나스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음식을 준비했다. 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
엘피나스는 프라이 팬과 숟가락을 들고 씨익 웃으며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꽤나 고난들이겠구만…….
#9-1 용병이 되다(1)
땅땅땅땅땅! 탕탕! 따다다당!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전원 기상!!!"
"으… 으아아악!"
"조… 조금만… 조금… 으음…."
부시시…
"……."
엘로드는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질렀고 에실리스는 입가로 침을 흘리며 "조금만 더…"
를 중얼거리며 베개를 껴안았고 피에나는 멍한 눈으로 엘피나스를 쏘아보았고
이리나는 요지부동… 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새근 거리며 자고있다.
"일어나요∼ 일어나요∼ 어서어서 일.어.나.요!"
헉! 저… 저건 아침에 부르는 그…(프로 이름을 까먹었다.)노래인데… 저걸 부르는 건
어느 세계에든지 다 있을수도 있겠다… 어쩌다 보면… 있을 수가 있겠는데… 문제는…….
"으악! 음치는 침묵하라!!"(엘슈)
"사… 살리도!"(엘로드)
"끄으윽!!"(피에나)
"……."(이리나)
"흐윽!"(에실리스)
오로지 이리나만이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고 나머지는 비명을 지르며 저 음치를
감상해야했다. 물론 중간에 피에나의 초 슈퍼 막강 절정의 '심판의 펀치(?)'가 내려지
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중에 두명은 저 음치의 노래를 듣고 다시 뻗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우… 어우행…(우… 너무해…)"
엘피나스는 얼굴이 피떡이 되어서 정확히는 에실리스의 분노의 울트라 초 절정 막강 파워
를 자랑하는 프라이팬 난무(!)를 얻어맞았고 피에나에게는 강화마법이 걸린 주먹을 전신에
구타당했다. 엘로드는 뭐… 검기로 한번 베어줄까? 하고 겁을 주는걸로 끝냈는데 제일 얌전히
있었던 이리나가 결정타를 날렸다.
"엘피나스… 정말 싫어."
바로 이것이었다. 엘피나스의 나이 25세. 그런데 저런 초 절정 미소녀(?)에게서 그런 소리(?)
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지옥이었다. 평소의 그 차분한 성격을 다 버리고 오로지
이리나에게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데에서 페닉에 빠진 그였다. 일행들은 엘피나스가 만들어
둔 토스트와(내가 전수했다. 뭐… 전수랄것 까진 없지만…)스프로 적당히 아침을 먹었다.
뭐… 에실리스가 내것을 좀 뺐어먹었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내 빵을… 아니 토스트를 달라고!
하지만 돌아온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프라이 팬. 오로지 GG입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짐을 챙겨 성으로 향했다. 뭐 거의 다 와서 금방 도착했지만…
그렇지만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우리 신분을 어떻게 보증하죠?"
"……."
그렇다. 다른 일행들이야 그렇다 쳐도 나와 에실리스는 신분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로드
가 내 어깨를 툭 치더니 한쪽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걱정 마셔. 이 몸이 해결해줄테니 들어가자."
엘로드가 앞장섰고 우리는 서로를 쳐다본 뒤 엘로드의 뒤를 따라갔다. 단지 피에나만이 좀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성문의 입구에는 2명의 창을 든 경비대들이 지키고 있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경비병중 한명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왔고 대답 대신 엘로드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귓속말
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품에서 뭔가를 꺼내 보내주더니 경비병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시, 실례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나와 에실리스는 '뭐야?'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나머지 일행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듯이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인다던가 한숨을 내쉰다던가… 하는 행동을 했다.
"영주성으로 가자."
엘로드가 다가와서 씨익 웃으면서 하는 말이 그거였다. 피에나는 주먹이 울끈불끈하더니 기어이
한 방 치고 말았다. 하지만 엘로드 이제는 면역이 되었는지(옛날부터 맞았다나 뭐라나? 여하튼
재미있는 콤비란다.)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힘차게 걸어나갔다.
나와 에실리스는 일행들을 쳐다보다가 그의 뒤를 따랐고 나머지 일행도 서둘러 뒤따라왔다.
영주성으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좀 차림새를 한 검을 든 두명의 병사가 앞을 막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경비병중 한명이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엘로드는 먼젓번처럼 똑같은 행동을 하였고 그 병사
역시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저거… 의외로 재밌게 보이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영주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병사는 총알처럼 안으로 사라졌다. 나와 에실리스는 영문을 몰라 눈을 껌뻑이며 쳐다보고
있었고 엘로드와 엘피나스는 킥킥 웃어댔다.
"사실은 너희한테 비밀로 한 게 있는데… 실은… 우린 게넨의 기사야."
엘로드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고 덩달아 엘피나스까지 표정이 굳어졌다. 그와 동시에 에실리스
의 얼굴도 굳어졌다. 나? 나야 뭐 평소의 그 표정이지.
"이쪽은 이프카로스 기사단의 단장 엘피나스 네카스. 그리고 난 이글 아이 기사단의 단장 엘로드
네카스. 그리고 이쪽은 궁정 마법사인 피에나 아리나스. 그리고 이분은… 이리나 폰 네소스.
우리 게넨 제국의 황제의 외동딸이자 공주님."
디잉-
난 충격에 잠시 몸을 비틀거렸다. 뭐야… 그럼 이때까지 숨겨왔던 거야? 난 모든 걸 말해주고
검술까지 가르쳐줬는데… 이런 배신감은…… 내가 분위기가 다운되자 에실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냉정했던 이리나도 이때만은 예외였다.
"에… 엘슈? 우… 우린, 친구지?"
"몰라. 그딴 거."
"아잉~ 엘슈! 화 풀어~!"
"징그러, 다가오지마, 꺼려, 입 닥쳐, 내 몸에 손 대지마. 그 손 치워, 손가락을 잘라버린다."
나의 협박에 엘로드는 능글맞게 다가오다가 흠칫! 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런 저기압이 계속되는
상황에 오는 구원군이 있었으니…….
"후작님께서 뫼시라 하셨습니다."
아까 들어갔던 그 경비병이 땀이 비오듯 흘리면서 말했다. 우리는 경비병의 안내에 따라
성 내실로 들어섰다. 상당히 화려한 치장에 에실리스는 입이 벌어져 다물줄 몰랐지만 이미 7D
풀 그래픽 인시스텐시스 온라인을 즐긴 나다. 이정도는 장식도 아니라고.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서자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기사 둘이 허리에 검을 멘 채 입구 양옆에서있었다.
풀 플레이트라… 저거 하나 만드는 가격이 창 1000자루 만드는 값과 같다지 아마?
"이쪽입니다. 후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 기사들 옆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좀 넓은 공간에 작은 테 안경을 낀 한 중년인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금발 청년 한명이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게넨제국의 공녀 이리나 님이시군요.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사실 이곳에 들를 이유는 없었어요. 있다면… 이쪽의 이 분들의 마을이 '다크 블러드'에
의해…"
"아! 그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상부에 이미 보고를 해 두었으니 조취를 취했을 것입니다."
이리나는 자신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는 후작이 상당히 괘씸한지 이리나는 표정을 찌푸렸다.
그녀의 모습에 엘피나스는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후작 각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아마 한 마디 하기 위해 후작을 보러 왔다는 사람은 이들이 처음일 것이다. 후작은 그들의
행동이 괘씸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쩌랴? 자기는 후작이요. 저쪽은 두명의 기사단장에 공주인
것을. 후작의 배웅도 무시한 채 나온 일행 가운데 이리나는 단연 투덜거렸다.
"쳇! 버러지 자식이 뭘 안다고 큰소리야. 궁시렁 궁시렁……."
이제… 알아낸건데 이리나는 상당히 입버릇이 험하다. 이 세계에는 그래도 욕이 좀
없는것 같은데 상당히 욕을 잘하네?
"쳇! 쉴곳이나 찾자! 쉴 곳이나!"
그러면서 이리나와 그 3인방(여기서 여자가 3명빼고 더있냐?)들은 후다닥 앞서 달려나갔다.
난 엘피나스의 옆으로 슬쩍 다가가 귀에 대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공주라는 작… 흠, 공주님을 이상한거 물들이는것 같은데?"
하지만 엘피나스는 빙그레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그거였습니다. 백성들의 삶을 조금은 알아보는것."
"에에엑?!"
세상 어디에서 공주를 교육시킨다고 궁 밖으로 보내겠는가? 아무리 소드 마스터가 2명에
5서클 유저가 있다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엘슈. 너 용병 일 안해볼래?"
"응? 용병?"
용병? 해 볼까?. 용병이라… 그런데 용병이 뭐지?
"그런데 용병이 뭔데?"
꽈다당- 콰당
헤헤거리며 웃음짓는 엘슈를 보며 엘피나스와 엘로드는 뒤로 넘어졌다. 아무리 세상물정을
모른다지만 용병을 모르다니!
"잘 들어! 용병은 말이야……."
그리고 기나긴 설명에 들어가는 엘피나스였다. 여편네 세명한테는 엘로드가 따라갔고(음흉한
짓을 하려 하다간 아마 맞아 죽을 것이다. - 이미 경험한 엘피나스왈.)엘피나스는 엘슈를
끌고 용병길드를 찾았다.
#9-2 용병이 되다(2)
따라랑-
꽤 시끄러운 종소리와 함께 용병길드의 문이 열렷고 길드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뭐 그리 화려하진 않고 그저 그렇다? 주변에 장식 몇개와 안내원으로 보이는 한
소녀와 계단이 보일 뿐…….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약 16세가 되어 보이는 소녀의 입술에서 맑은 음이 흘러나왔다. 엘피나스는 엘슈
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그 뭐냐… 유혹의 미소? 뭐 여하튼 웃으면서 말했다.
"이 친구 용병좀 만들려고 왔죠."
"그러신가요? 그 쪽은?"
소녀가 뭔가가 복잡한 종이에 촤르르륵 적더니 엘피나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전 이런 사람입니다."
탕!
선반 위에 금빛이 빛나는 두 개의 칼이 엇갈린 문양의 패가 나타났다. 소녀는
그 패를 보더니 경악의 소리를 내질렀다.
"SA급 용병!그… 그러고 보니… 다… 당신은 '에르미온의 매'!"
"그렇게 놀랄 필요없어. 이 친구는 나보다 더 대단하거든."
엘피나스는 이번엔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나야 뭐 할 말이 없어 볼만 긁적였다.
소녀는 잠시 페닉 상태에 빠졌다 역시나 베테랑. 금새 정신을 차렸다.
"그럼 간단한 시험을 쳐보도록 하죠. 이리로……."
소녀는 우리를 데리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층을 지나… 3층을 지나…
4층으로 올라갔는데 올라가는 도중에 엘피나스가 귓속말을 해왔다.
"너 이번엔 좀 고생좀 할 거다. 4층은 최고로 어려운 시험을 치루는 곳이라고. 크크크."
뭐… 뭐얏!! 그럼 일부러 내가 지보다 쎄다고 한 건 이걸 하게 하기 위해서였냐?!
그런거냐! 엘피나스!! 하지만 나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엘피나스는 여전히 크크크 거리며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고 소녀는 '갑자기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미친 놈 쳐다보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지 말아 줘!
"여기야. 자 들어가."
소녀의 앞에 꽤 큰 문 하나가 나왔고 나와 엘피나스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가운데 큰
대련장 비슷한 크기의 시험장 하나와 약 3명 정도의 사람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야! 사람 왔어!"
그 3 사람은 잠시 소녀를 쓱 쳐다보더니 엄청난 속도고 소녀에게 다가와 소녀의 손을 잡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진짜지?! 아아! 내가 생전에 강해져서 이렇게 따분하긴 처음이었다고!"
강해졌다고? 강하다는 말을 아무때나 하는 게 아니지.
"그런데 누구야? 어떤 녀석을 시험하는건데?"
초록 머리의 한 청년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뭐… 다른 2명도 눈을
마주쳤는데 저 덩치는 인상이 험악해서인지 나 조차 움찔했다. 저거… 사람 맞냐?
"오호, 이 녀석인가? 그런데 마나를 그리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지가 않은데?"
초록 머리는 날 흘겨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마나를 숨겨뒀는데 네 까짓 녀석들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들 조심 좀 해야될껄? 나 에르미온의 매가 보증하건데 처음부터 얕보다간 너희 끽이야."
엘피나스는 목 근처를 찍 끗는 시늉을 한 뒤에 킬킬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자 그럼 열심히 해라. 엘슈. 난 관전이나 하련다."
그리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녀도 문 근처에 자리를 깔고 앉았고 시험장에는 나와
3명이 마주보고 섰다. 붉은 머리의 여성은 꽤 마나가 많음. 그 외에는 마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님. 척 보니 2명은 소드 마스터 중급에 다가가는것 같고 여자는 6서클 유저였다.
1:1로는 상대가 안되겠고 3명 덤벼서 내가 1/30의 힘만 내려면 할만하려나?
"시간이 없으니 모두 덤벼요! 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다!"
"휘유∼ 에르미온의 매! 저 녀석 애인있어?!"
초록 머리가 휘파람을 불며 엘피나스에게 물었고 엘피나스는 한쪽 눈을 찡긋 감더니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답! 그것도 엄청 귀여운 소녀야! 게다가 어쩌면 양다리일지도 모른다고!"
저… 저 미린 쉐이가!
"무슨 소리야! 저건 다 거짓말이야!"
난 최대한 해명하려 했지만 이미 상대들은 다 파악했다는 듯이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우악!! 양다리!!! 저 녀석 의외로 '그렇고 그런' 녀석이었냐?"
"혹시… 벌써 XX하고 YY하고 ZZ한 짓까지 한건 아닐까?"
"그건… 아닐거라 봅니다만……."
3명은 자기들끼리 수군수군 거렸고 난 얼굴이 화끈거리는걸 참으며 소리쳤다.
"절대 아니야 이 인간들아!! 씩! 씩! 이야압!! 간다!!!"
"우오옷!! 온다!!!"
내가 한 걸음 딛기도 전에 그들은 금새 전투태세를 취했고 난 안심하고 상급의 검기를
일으켰다. 초록 머리 녀석과 중년 인상 나쁜 아저씨는 깜짝 놀라더니 곧 검기를 일으켜
내 검과 맞부딪혔다. 흠… 저 아찌 중급이었네?
"프로텍트 프롬 매직 미사일!"
붉은 머리칼의 마법사의 입에서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4개 정도의 매직 미사일이 날아왔다.
피할 수는 있었지만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고 싶어 두 사람의 칼을 쳐내고 3개는
검으로 가르고 하나를 방어자세를 취해 막아보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살을 파고드는가 싶더니 마법이 사라졌다. 뭐야? 그냥 좀 따끔한 정도잖아?
이건 주로 견제용으로 하는 건가?
"역시! 그럼 이건 어때요?! 붉은 홍염의…"
주문을 외운다! 큰일! 내가 붉은 머리칼의 여성에게 다가가려할때 두 명이 내 앞을 막아섰다.
길드가 날아갈 정도는 아니겠지만 상당한 파괴력의 마법이 날아올 것이 분명했다. 주문으로
봐서 불 속성 마법이었다. 난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급의 검기를 일으켰다. 검사, 또는 소드
블레이드라 불리는 최상급의 검기가 생성되었다. 그러자 나머지 3명… 주문을 외우던 그녀
조차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
"이럴… 수가."
문 쪽의 벽에 기대어 있던 소녀조차 놀라는 표정이 되었지만 정착 엘피나스는 얌전했다.
그렇겠지. 이미 나의 기술을 두어개 정도는 봤으니까, 이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겠지.
자, 그럼 속전 속결!
파바밧!
난 풍의 기 - 다리에 마나를 모으는것. 를 모아 앞의 두 소드 마스터의 면상에 주먹을 한 방씩
갈겼다. 그리고 그녀는 얌전하게… 복부를 한방 때려 기절시켰다. - 그게 얌전하게냐?!
그들에겐 아마 잠깐 사라졌다 나타난 걸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확연했다.
붉은 머리칼의 여인은 내 팔에 걸쳐 기절해 있었고 나머지 2명은 시험장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짝짝짝짝짝!!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엘피나스와 그 소녀였다.
"훌륭한데요! 정말 대단해요! 소드 마스터 2명과 6서클의 마법사를 그리 쉽게 쓰러뜨리다니!"
저 정도 녀석들이야 뭐 한주먹이지!
"뭐…운이 좋았을 뿐이죠."
하지만 철면피 신공은 발휘해야 한다. 난 최대한 겸손한 척했다. 뭐 물론 속으론…….
우헤헤!! 엄청 고생할 거라더니만 별거 아니구만!
사실 엘피나스도 내가 이 정도로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어벙벙하다가
그녀가 박수를 치자 따라 박수를 친 것이다.
"이건 SA급 용병패입니다."
그녀는 품속에서 엘피나스와 같은 황금빛의 패를 꺼냈다. 그리고 나에게 건내주었다.
난 싱긋 웃으며 받았다.
"SA라… 솔직히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라면 잘 할거다."
"내가 누구냐?! 바로 광검의 HSM 엘… 응?"
내가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 - 심지어는 기절한 붉은 머리칼의 여인까지.
내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혹시나 비밀 한개라도 나올가 싶어서… 읏!
"뭐… 이 정도까지 하고 가자! 엘피나스!"
난 재빨리 아래쪽 계단으로 내려갔다.
"어, 어? 어이! 엘슈! 같이 가!!"
엘피나스도 따라 내려가려했지만 그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길드 마스터님."
길드 마스터. 엘피나스는 소녀에게 분명히 길드 마스터라고 했다. 그럼 저 꼬맹이가 길드 마스터였단
말인가?! 하는 엘슈의 절규가 담긴 후담이 있다.
"다음에… 한번 들러주세요. 차라도 한 잔 대접하죠."
"용병왕에게 받는 차라면 영광으로 받겠습니다."
엘피나스는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계단을 내려갔다. 겉으로는 아주 근엄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크크크! 이걸로 3명째다 엘슈! 넌 언젠가 여난의 날이 있을 것이야!!'
라는 생각을 하였다. 어찌 됐든간에 엘슈가 불쌍하게 됐다는 것이다.
* pika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2-1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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