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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여신님-출동, 머신 아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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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앗!”

레비아탄의 비명소리가 우뢰처럼 성당에 울려 퍼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파프니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카이를 돌아보았다. 그 그로테스크한 상황 속에서 네크로맨서는 웃고 있었다.

“쿠쿠쿡. 하하하하! 멋져! 최고야! 저 기겁하는 표정이라니!”

“……너!”

파프니르가 드물게도 카이를 향해 소리쳤다. 카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벙어리가 아니셨던가요, 파프니르 님? 놀랄 일이 또 있었군?

“무슨……짓을……한 건가?”

파프니르는 말하는 것이 괴로운지 한자 한자 힘주어서 말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나타났다 사라져 간다. 카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보시는 데로 입니다. 쿠사나기가 레비아탄의 목을 물어뜯었군요?”

“크으으윽! 이 몸을 속이다니! 건방진 녀석!”

레비아탄은 쿠사나기의 머리가 불러들이는 먹구름에 전신이 휘감기며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그 말에 카이는 진정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속이다뇨?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인데 전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쿠사나기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그 말대로 입니다. 창생의 술로 대신할 육체를 마련해준 거죠.”

“크크크큭! 그리니까 이제 나, 쿠사나기는 더 이상 요르문간드에 묶여있는 노예가 아니란 말이지.”

후우우우웅

하늘의 먹구름이 지상으로 회오리쳐 모이며 쿠사나기와 레비아탄을 감쌌다. 그 회오리의 중심 속에서 레비아탄은 이를 갈며 쿠사나기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기억 공유가 끊겼던 건가! 꽤나 잔머리를 쓰셨군!”

“아, 뭐. 너희들 보다 조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때마침 주인격이 되어 있었고, 때마침 네크로맨서의 연락도 받을 수 있었고. 크크. 억울하다면 내세에는 네가 주인격으로 태어나라고. 물론 우리에게 내세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 크크크. 크하하하하핫!”

“이 놈!”

레비아탄은 급격히 대기 중으로부터 수증기를 끌어 모았다. 앞의 스머그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둘러싼 쿠사나기를 난도질해버릴 셈이었다. 더 이상 쿠사나기와 접촉하고 있다간 되려 자신이 그에게로 흡수당할 판이었다.

“소용없다니까.”

하지만 쿠사나기는 여유로웠다. 과연 그의 말대로 레비아탄의 공격은 쿠사나기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안색이 흑색으로 변한 레비아탄에게 쿠사나기는 속삭였다.

“구름도 엄연히 작은 물방울들이 모인 거라고. 네가 아무리 발악해봤자 내 힘을 보태주는 것 밖에 되지 않아.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영락없는 형제인 걸까? 응?”

“흐억!”

레비아탄은 자신의 몸이 분해 되어 먹구름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원래의 상성대로라면 오히려 이런 융합은 쿠사나기에게 불리했지만, 그는 지금 주인격인 상태였다. 정신 용량에서는 레비아탄이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레비아탄은 자신의 상성과 모든 것을 고려한 쿠사나기의 함정에 치를 떨었다.

‘악마 같은…….’

스스로를 먹는다. 이것은 식인보다도 더한 패륜적인 행위였다. 주인격이 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수복시키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먹을 뿐이었다. 레비아탄은 쿠사나기에게 먹혀들어가는 자신의 몸을 대책 없이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크크크. 더 이상의 싸움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들겠다고? 의외로 로맨티스트인데 도련님? 하지만 말이야…….”

쿠사나기는 뱀처럼 아래턱을 늘어뜨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애초에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가련한 존재들이라고!”

콰직

그는 그대로 레비아탄의 머리를 자신의 입 안으로 삼켜버렸다. 그러자 뼈와 살이 씹히는 소리가 그 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름끼치는 장면에 숨어서 지켜보던 라트와 유빈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으적 으적 으적 으적

침묵. 방금 전까지 사투의 현장이었던 성당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단지 쿠사나기가 허기를 채우는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푸른 달빛이 쿠사나기와 레비아탄을 비추자 그들은 무대의 빛나는 주연으로, 카이와 다른 이들은 어둠의 관객이 되었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차갑게 식은 등 뒤로 마치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더욱이 마인드 브레이커인 유빈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전황을 살피기 위해 화신들의 사념을 읽어 들이던 그는 쿠사나기의 집념과 광기, 레비아탄의 생째로 씹어 먹히는 고통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정신 오염이었다. 유빈은 감당하기 힘든 혐오감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으, 으으윽! 아, 안돼! 그만둬! 으윽! 아아악!”

“……!”

라트는 다급히 유빈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비명은 새어나간 뒤였다. 네크로맨서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들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들켜버렸다!

‘빌어먹을!’

라트는 발광하는 유빈을 옆구리에 낀 채 서둘러 자리를 이탈했다. 네크로맨서라면 모르겠지만 솔직히 요르문간드까지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둘이 동시에 덤벼든다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쿠사나기는 레비아탄을 먹는데 여념이 없었고, 파프니르는 패닉이라도 일으켰는지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더구나 네크로맨서, 그에게서도 자신들을 쫓을 의욕이 보이지 않는다.

‘보내주겠다는 건가?’

라트는 의문을 느꼈지만 마음을 놓지 않으며 재빨리 수인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다리가 은색 갈퀴로 뒤엎이며 테트러파드(Tetrapod)형의 역각으로 변해갔다. 그는 무시무시한 각력으로 지붕을 박차며 유빈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이는 식사중인 쿠사나기에게 물었다.

“이런. 놓쳐버렸는걸. 그냥 보내줘도 상관없겠지?”

“크크. 상관없고말고. 이제와서 이 사실을 알아봤자 한시영, 그 테라인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래도 네이 안데르슨의 귀에는 들어갈텐데.”

쿠사나기가 완벽히 레비아탄을 흡수하자 그의 흑발 사이로 옅은 금발이 자라났다. 그리고 목 아래의 육신도 먹구름이 뭉쳐져 붉은색의 히토에기누를 만들어냈다.

“녀석은 어차피 방관자야. 내가 오라 능력자들과 결판내는 걸 바라면 바랐지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쿠사나기는 코웃음을 치며, 쓰러져 있던 스머그에게 자신의 먹구름을 뻗었다. 그러자 레비아탄에게 제압당했던 그는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흡수당했다. 쿠사나기는 자신의 몸속에서 솟아나는 힘을 느끼며 두 눈을 붉게 물들였다.

“크크크큭. 좋아. 아주 좋아! 이거라면 해볼 만해! 이 힘이라면 녀석을 꺾을 수 있어!”

그는 자신을 패배의 수렁텅이에 빠뜨렸던 한 남자를 떠올렸다. 눈을 감고도 그의 얼굴을 그릴 수 있다. 해저터널에서 생사를 오가면서도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복수
아니 그런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녀석을 확실히 망가뜨려야 한다. 압도적인 힘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야 한다. 녀석에게도 나와 같은 절망을 심어줘야 한다. 녀석이 피를 토하며 울부짖는 꼴을 봐야만 한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그것만이 쿠사나기가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피스 그레이! 그는 이제 자신의 삶이자 생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쿠사나기의 욕망은 활동욕.’

그렇기에 자신의 활동을 억제당하면 참을 수 없게 된다. 또한 부족한 활동욕을 채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저 비정상적인 승부욕도, 피스 그레이에 대한 광적인 집착도 다 활동욕의 결여에서 파생된 또 다른 욕망이었다.

‘그래. 더욱 증오하라고. 더욱 미쳐달라고.’

카이는 자신이 부추긴 욕망의 화신을 향해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그리고 오라의 주인을 죽여 버려!’

유가인! 그 건방진 테라 인을 말살하는 거다! 옴팔로스의 열쇠도! 가이아도! 노아도! 다 필요 없어! 내게서 리리스를 빼앗아가려는 놈은 그 누구라도!

‘죽여 버린다!’

카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그의 분노를 네크로맨시된 육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카이는 촉진 중추로 늘어난 심박수를 억제중추로 조절하며 애써 마음을 비워냈다.

‘응?’

그때 카이는 자신의 시야에서 파프니르가 사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벙어리처럼 말도 없는 화신이다 보니 그 존재감이 워낙에 희미해서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여기서 그를 놓쳐버렸다간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간다!’

“쿠사나기! 파프니르가 도망쳤다!”

카이는 다급히 쿠사나기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쿠사나기는 여유롭게 스머그의 힘을 자신과 융합시키며 대답했다.

“훗. 이봐, 네크로맨서. 도망쳤다는 건 말이야. 상대방을 잡지 못하는 녀석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가볍게 튕겨지는 손가락. 쿠사나기는 단지 손가락을 튕겼을 뿐이건만 카이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격통을 느꼈다. 대기의 진동수가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느낌. 이것은 그가 차원을 도약할 때 통각(痛覺)으로 느꼈던 불쾌감각과 비슷한 아픔이었다.

“무슨……짓을 한 거냐?”

“파프니르에게 금제(禁制)를 가했다. 녀석은 앞으로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지정된 구역, 한국의 가이아에서 벗어나지 못해. 크, 크크크큭. 대단하지 않아? 레비아탄과 스머그를 흡수한 주 인격의 힘은 이런 일도 가능하게 한다고! 티아마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통제력이야! 크하하하핫!”

쿠사나기는 새로운 자신의 힘에 감탄하며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는 가슴 한켠이 싸늘해졌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후회했다. 혹시 자신은 터무니없는 괴물을 방치시킨 게 아닐까……하는.

“그래! 서두를 필요는 없지! 즐기면서 하자고!”

쿠사나기의 머리 사이로 이번에는 붉은색의 머리카락이 돋아났다. 그것은 스머그의 힘을 완전히 흡수했다는 증거였다. 화신의 머리카락은 용염(龍髥)이라 하여 그들이 가진 힘을 상징한다. 흑(黑)은 쿠사나기를, 황(黃)은 레비아탄을, 적(赤)은 스머그를, 청(靑)은 아쉽게도 초류향이 소멸했기에 얻을 수 없었지만 도망친 파프니르를 흡수한다면 백(白)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쿠사나기는 혀로 붉은 입술을 적시며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부터 용 사냥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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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5-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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