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에 앉아 유성을 바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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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의 주제인 사랑이 명확하지가 않아 그냥 써봅니다. 일단 주제는 '사랑' 이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어느 날 밤, 유난히 밝은 유성 하나가 희미한 흔적을 남기며 떨어진다. 여운마저 남는 그 흔적은 마치 밤하늘에 있어서는 안 될 자그마한 오류를 범한 듯, 그 빛이 사라져간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나는 분명히 보았다. 한순간의 반짝임으로 그 존재를 각인시킨 유성을….’
한 소년의 중얼거림이다. 다부진 그의 목소리에서 적지만 결코 무시 못 할 결의가 엿보였다. 한순간 지나쳐가는 의중이었을까, 아니면 실로 그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던 것일까. 밤하늘에 시선을 둔 소년은 달이 서서히 기우는 지조차 모를 정도로 상념에 빠져있었다.
‘반드시 한순간이라도 남에게 나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해가 동쪽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보일 무렵, 소년의 상념은 하나의 맹세로 거듭나고 있었다.
조용한 산새들의 지저귐, 나른한 산들바람, 언덕 중심에 위치한 커다란 느티나무, 이 모든 것이 소년의 보물이었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느티나무를 조용히 껴안으며 산새들에게 위로를 받고 기분이 무척 좋을 때는 느티나무에 앉아 산새들에게 모이를 주곤 하는 그 만의 비밀장소였다.
‘이제 내려가야지.’
그의 발걸음 속에는 작은 들꽃마저 밟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물씬 풍겨왔다. 그의 의중을 알아챈 듯 풀들도 자신들에 의해 그가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이장소가 얼마나 소년을 사랑하는 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집에 가까워짐을 느낄 때마다 순간순간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듯 했다. 눈에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물기까지 촉촉이 젖어있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힐 무렵, 그의 발걸음은 초라한 판자 집 앞에 멈췄다. 문을 열려고 하는 그의 손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삼일 전만 해도 나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행복의 장소였는데…’
문을 열자 다소 어두운 방이 보였다. 채광이 되지 않아서인지 방 안은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고 환기마저 잘 되지 않아 집 안의 공기는 상당히 탁했다.
‘다녀왔습니다.’
소년은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향해 인사를 했다. 그 대상은 어둠에 묻혀 형상을 보기 힘들었다. 그가 전깃불을 켜자 그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두 개의 영정이 놓여있었다. 세월을 속일 수 없는 주름살들이지만 살짝 짓고 있는 미소 때문인지 인자함이 묻어나는 아저씨, 깐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아주머니.
그랬다. 소년이 인사한 존재는 이들이었다. 소년의 부모님…
붉은 빛의 노을이 하늘을 점점 물들여 갈 쯤, 다시 집을 나서는 소년, 그의 발걸음은 다시 집 뒤의 언덕에 향했다. 그만의 보물, 그만의 비밀장소에…
느티나무 앞까지 올라온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어둠이 짙은 하늘이었지만 왠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소년만의 느낌이었을까. 느티나무에 등을 기대어 앉은 그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걸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아이구, 귀여운 우리 아들!’
‘우리는 영원히 함께란다.’
‘너만은 어떻게 해서든 먹여살려주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모님이 나에게 하는 말은 달라져갔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께서는 많은 고생을 하셨다. 아버지는 논농사와 막노동으로 주말에는 몸살로 인해 앓아누우시기 일쑤였고 어머니 또한 자질구레한 손일과 집안일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셨지만 나에게만은 절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위해 얼마나 애쓰시는지…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한 장의 편지가 날라 왔다. 편지를 뜯고 읽으신 아버지께서는 곧바로 혼절하시고 말았다. 어머니 또한 그 편지를 읽으신 후에 대성통곡을 하시는 것이었다.
‘엄마, 울지 마요.’
나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는 다음 날에도 아니, 그 다음 날에도 눈물을 훔치시기 일쑤였다. 부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실 때 나 또한 눈물을 흘리곤 했다.
편지가 온 후 오일 뒤, 부모님은 더 이상 나의 곁에 있지 않았다.
부모님의 장례식에 오셨던 동네 어른들의 말씀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아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돈 때문에 일부러 차에 치였다는군.’
‘무소유 논이라니, 그거 분명히 이 집 논 아니었나?’
‘그 땅이 워낙 좋지 않나. 기업의 사기극이겠지. 이 집만 불쌍하게 되었군.’
부모님이 나 때문에 돌아가셨다니?
무소유 논? 기업의 사기극?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결국 뱉지 못한 나는 문을 박차고 집을 나가버렸었다.
밤기운이 담긴 차가운 바람이 그의 볼을 스쳐지나간다. 몸이 순간 움찔하더니 어느새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소년, 눈을 비볐던 손에는 약간의 물기가 있었지만 그것을 느끼지는 못한 듯 했다.
허공을 향하는 그의 눈에는 슬픈 빛이 잠시 스쳤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듯 깊고 깊기만 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구나.’
그의 부모님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멸시 받았었다. 가난한 주제에 콧대만 높다며 동네 어른들이 혀를 찼지만 그의 부모님은 콧방귀만 끼며 자신들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언제나 주목받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유성처럼 빛나는 사람이 될 거야. 절대로!’
소년은 다짐하고 다짐하며 다시 한 번 유성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밤하늘을 직시하던 눈이 점점 감기더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찬바람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주위의 온도도 자정이 되니 어른들조차 벌벌 떨 정도가 되었다. 순간 큰 바람이 잠시간 느티나무 쪽으로 강하게 불더니 시간이 지나자 나뭇잎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잠들어 있는 소년의 몸에 쌓이고 쌓여 마치 따뜻한 이불 마냥 그의 체온을 유지시켜주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무심결에 나온 소년의 잠꼬대, 그 순간 밤하늘에서는 수많은 유성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부모님의 사랑 + 자연의 사랑'이 주제이긴 하지만, 될까 모르겠네요;;
칠흑같이 어두운 어느 날 밤, 유난히 밝은 유성 하나가 희미한 흔적을 남기며 떨어진다. 여운마저 남는 그 흔적은 마치 밤하늘에 있어서는 안 될 자그마한 오류를 범한 듯, 그 빛이 사라져간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나는 분명히 보았다. 한순간의 반짝임으로 그 존재를 각인시킨 유성을….’
한 소년의 중얼거림이다. 다부진 그의 목소리에서 적지만 결코 무시 못 할 결의가 엿보였다. 한순간 지나쳐가는 의중이었을까, 아니면 실로 그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던 것일까. 밤하늘에 시선을 둔 소년은 달이 서서히 기우는 지조차 모를 정도로 상념에 빠져있었다.
‘반드시 한순간이라도 남에게 나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해가 동쪽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보일 무렵, 소년의 상념은 하나의 맹세로 거듭나고 있었다.
조용한 산새들의 지저귐, 나른한 산들바람, 언덕 중심에 위치한 커다란 느티나무, 이 모든 것이 소년의 보물이었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느티나무를 조용히 껴안으며 산새들에게 위로를 받고 기분이 무척 좋을 때는 느티나무에 앉아 산새들에게 모이를 주곤 하는 그 만의 비밀장소였다.
‘이제 내려가야지.’
그의 발걸음 속에는 작은 들꽃마저 밟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물씬 풍겨왔다. 그의 의중을 알아챈 듯 풀들도 자신들에 의해 그가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이장소가 얼마나 소년을 사랑하는 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집에 가까워짐을 느낄 때마다 순간순간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듯 했다. 눈에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물기까지 촉촉이 젖어있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힐 무렵, 그의 발걸음은 초라한 판자 집 앞에 멈췄다. 문을 열려고 하는 그의 손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삼일 전만 해도 나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행복의 장소였는데…’
문을 열자 다소 어두운 방이 보였다. 채광이 되지 않아서인지 방 안은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고 환기마저 잘 되지 않아 집 안의 공기는 상당히 탁했다.
‘다녀왔습니다.’
소년은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향해 인사를 했다. 그 대상은 어둠에 묻혀 형상을 보기 힘들었다. 그가 전깃불을 켜자 그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두 개의 영정이 놓여있었다. 세월을 속일 수 없는 주름살들이지만 살짝 짓고 있는 미소 때문인지 인자함이 묻어나는 아저씨, 깐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아주머니.
그랬다. 소년이 인사한 존재는 이들이었다. 소년의 부모님…
붉은 빛의 노을이 하늘을 점점 물들여 갈 쯤, 다시 집을 나서는 소년, 그의 발걸음은 다시 집 뒤의 언덕에 향했다. 그만의 보물, 그만의 비밀장소에…
느티나무 앞까지 올라온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어둠이 짙은 하늘이었지만 왠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소년만의 느낌이었을까. 느티나무에 등을 기대어 앉은 그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걸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아이구, 귀여운 우리 아들!’
‘우리는 영원히 함께란다.’
‘너만은 어떻게 해서든 먹여살려주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모님이 나에게 하는 말은 달라져갔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께서는 많은 고생을 하셨다. 아버지는 논농사와 막노동으로 주말에는 몸살로 인해 앓아누우시기 일쑤였고 어머니 또한 자질구레한 손일과 집안일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셨지만 나에게만은 절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위해 얼마나 애쓰시는지…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한 장의 편지가 날라 왔다. 편지를 뜯고 읽으신 아버지께서는 곧바로 혼절하시고 말았다. 어머니 또한 그 편지를 읽으신 후에 대성통곡을 하시는 것이었다.
‘엄마, 울지 마요.’
나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는 다음 날에도 아니, 그 다음 날에도 눈물을 훔치시기 일쑤였다. 부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실 때 나 또한 눈물을 흘리곤 했다.
편지가 온 후 오일 뒤, 부모님은 더 이상 나의 곁에 있지 않았다.
부모님의 장례식에 오셨던 동네 어른들의 말씀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아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돈 때문에 일부러 차에 치였다는군.’
‘무소유 논이라니, 그거 분명히 이 집 논 아니었나?’
‘그 땅이 워낙 좋지 않나. 기업의 사기극이겠지. 이 집만 불쌍하게 되었군.’
부모님이 나 때문에 돌아가셨다니?
무소유 논? 기업의 사기극?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결국 뱉지 못한 나는 문을 박차고 집을 나가버렸었다.
밤기운이 담긴 차가운 바람이 그의 볼을 스쳐지나간다. 몸이 순간 움찔하더니 어느새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소년, 눈을 비볐던 손에는 약간의 물기가 있었지만 그것을 느끼지는 못한 듯 했다.
허공을 향하는 그의 눈에는 슬픈 빛이 잠시 스쳤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듯 깊고 깊기만 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구나.’
그의 부모님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멸시 받았었다. 가난한 주제에 콧대만 높다며 동네 어른들이 혀를 찼지만 그의 부모님은 콧방귀만 끼며 자신들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언제나 주목받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유성처럼 빛나는 사람이 될 거야. 절대로!’
소년은 다짐하고 다짐하며 다시 한 번 유성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밤하늘을 직시하던 눈이 점점 감기더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찬바람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주위의 온도도 자정이 되니 어른들조차 벌벌 떨 정도가 되었다. 순간 큰 바람이 잠시간 느티나무 쪽으로 강하게 불더니 시간이 지나자 나뭇잎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잠들어 있는 소년의 몸에 쌓이고 쌓여 마치 따뜻한 이불 마냥 그의 체온을 유지시켜주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무심결에 나온 소년의 잠꼬대, 그 순간 밤하늘에서는 수많은 유성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부모님의 사랑 + 자연의 사랑'이 주제이긴 하지만, 될까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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