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도(兩刃刀) Chp.0 #02 -천기자(天機慈)의 예언(豫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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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도(兩刃刀) Chp.0 #02
-천기자(天機慈)의 예언(豫言)-
일찍이 어미를 여의고 자란 불운(不運)의 여아(女兒), 빙천녀(氷天女) 천예린(泉叡璘). 허나, 전대(前代) 무림맹주(武林盟主)인 제일인협(第一人俠) 천예양(泉叡陽)을 할아버지로, 현(現) 무림맹주인 만무열협(萬武熱俠) 천예섭(泉叡燮)을 아버지로 모시는 그녀를 정신이 제대로 박힌 무림인이라면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물론 명문(名門) 정파(正派)의 문원(門員)들이나, 무림을 대표하는 세가(勢家)의 자녀들은 그녀를 범접(犯接)할 수 없는 존재(存在)로 승격(昇格)시켜, 알게 모르게 그녀에겐 부담이 되는 일종의 금을 긋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지만 하오문(하오門)의 무뢰배(無賴輩)나,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의 미모(美貌)만을 보는 시정잡배(市井雜輩)들, 또는 정사(正邪)가 겨우 유지하는 실낱 같은 관계(關係)를 전혀 생각치 않는 흑도(黑徒)의 몇몇들이나 중도(中徒)이긴 하지만 백도(白徒)보다는 흑도에 가까운 문(門), 방(方)의 인원(人員)들은 항시, 침을 질질 흘리며 그들의 욕구(欲求)를 채우려 갖은 행동을 다 했지만, 그녀가 어릴 때는 무림맹(武林盟)의 호위무사(護衛武士)들로(커서는 명문(名門) 정파인(正派人)으로 구성될 천화애회(天花愛會)라는 집단(集團)의 회원(會員)들로) 인해서 그녀와의 접촉이 실패했었지만, 그들이 항시 그녀를 따라다닐 수 있다는 법은 없는지, 아직 팔 세의 어리디 어린 그녀는 이미 수백 번의 납치(拉致), 강간(閣姦) 위험이 따랐었고, 심지어는 수욕(獸慾)을 주체 못한 그녀의 숙부마저 그녀를 범하려고 했으며, 그 이후로 그녀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할아버지!!”
묘령()이 가까워진다면 교성()을 넘어 혹성()까지도 될 법한 깜찍하고 귀여운 어린 소녀의 옥구슬 소리가 이미 허리가 굽어 지팡이가 없이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노쇠한 노인의 귀로 공기를 타고 싱그럽게 흘러 들었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할아버지가 아주 점은 잘 친대요!”
‘허허… 천(泉) 맹주께서… 어린 아이에게 무슨 말씀을 하신 건지… 허헛….’
천기(天機)를 읽는 것을 단순히 ‘점’이라고 표현하다니… 하니만 노인은 그저 인자한 미소를 얼굴 만연에 띄우고 색색으로 치장된 옷 안의 어여쁜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노인의 눈에는 비친 여아는 칠 세의 나이로 중원제일미(中原第一美)라는 호(呼)를 받아놓은 상태이자 현(現) 무림맹주(武林盟主) 천예섭(泉叡燮)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인 동안(童顔)의 천예린(泉叡璘)이었다.
샛길로 빠져, 그녀의 미를 말하자면 옥지소완(玉指素腕), 세요설부(細腰雪膚), 연보소말(蓮步小襪), 오발선빈(烏髮蟬嬪), 운계무환(雲階霧環), 아미청대(蛾眉靑黛), 명모유반(明眸流盼), 마지막으로 주순호치(朱脣皓齒)가 조합된 환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완벽한 미인의 조건들 중 홍장분식(紅粧粉飾)과 기향패훈(肌香佩薰)이 제외되었는데, 천예린의 아버지인 천예섭은 그녀가 너무 어리다 하여, 일종의 화장법인 홍장분식과 특수한 향료가 들어있는 향낭(香囊)을 몸에 착용함으로서 피부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게 되는 기향패훈을 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분이다. 허나, 옥처럼 아름답고 가늘은 섬섬옥수와 희디 흰 팔, 가는 허리와 흰 피부, 전족을 한 작은 발과 그것을 싸는 조그마한 피륙,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와 매미 날개와도 같이 옅은 귀밑의 머리칼, 머리를 틀어 얹되 구름처럼 높여주는 계와 환과 같은 꽂이장식, 누에와도 같은, 그리고 짙고 푸르게 칠해진 눈썹, 해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마지막으로 붉은 입술과 하얀 이를 지니고 있는 그녀의 미모는 홍장분식과 기향패훈을 제외한다고 해도 덮일 수 있는 정도의 그것이 아니었다. 오죽, 그녀가 아름다웠다면 무림과는 암암리에 금을 긋고 서로 상관치 않는 황실에서마저 사람을 보내 황태자라는 신분을 가진 비슷한 연배의 배필이 되어달라며 애걸복걸(哀乞伏乞)했겠는가? 물론 그녀의 할아버지되는 전 무림맹주 천예양의 명력(名力)으로 정중히 거절을 했지만 말이다. 이유? 물론 팔불출이라고 유명한 천예린의 아버지이자 현(現) 무림맹주 직(職)에 앉아있는 천예섭의 말 때문이라고는 절대로 밝힐 수 없다.
“허허, 우리 린아가 왔구나, 허허헛. 어쩐 일이더냐?”
노인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향해 입을 벌렸다.
“할아버지! 나도 점 봐줄 수 있나요?”
‘허허, 점(占)이라… 망언(妄言)을 하셨구려, 천 맹주. 허허헛’
“그래, 우리 린아도 점을 쳐보고 싶은 게냐?”
그 날 밤, 어쩐 일인지 그녀에 대한 천기를 읽어보던 노인은 거의 감겨있는 듯한 눈이 갑자기 번쩍 떠졌다.
“허허, 그게 어찌 좋지 않은 일이란 말입니까, 천기자(天機慈) 어르신. 우리 린아가 천하제일(天下第一)의 무공을 지닌 자와 맺어지는 게 린아의 명이라면 그 명대로 따라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 것이 무림이나 린아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닐테고… 허허….”
약간의 가벼운 웃음을 입술에 머금고 손에 김이 나오는 찻잔을 든 이 중년의 남자는 바로 천예린의 아버지이자, 현 무림맹의 맹주직(盟主職)이라는 신분에 앉아 있는 천예섭이었다. 그의 앞에 앉아, 가득 찬 찻잔 속의 차는 마실 생각도 하지 않고, 천예섭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은 바로 천기자(天機慈)였다.
“해가 될 수가 있소이다. 천기(天機) 누설(漏泄)은 큰 죄악이나, 이 것만은 내 몸이 지옥염화(地獄炎火)에 잠기게 되더라도 이 것만큼은 말씀 드려야겠소이다. 만약, 그 자들이 백도인(白徒人)으로써가 아니라 살성(殺星)이나 흉성(凶星)으로써 천하를 제압하는 힘을 갖게 된다면 어찌하겠소? 만에 하나, 그런 자들과 린아가 어울리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알 수가 없소. 린아는 그 자들 중 하나를 성심 성의껏 순종(順從)한다 했으니, 린아의 찰나(刹那)의 예지 능력을 갖고 있는 용안(龍眼)이라면 그자를 어떻게 도울지 모르오. 게다가, 그 자들 중 하나가 백도인, 나머지 하나다 흑도인(黑徒人)으로 나뉘어 대립하게 되리란 것도 알 수가 없고, 둘 다 흑도인으로써 두각을 드러낼 수 역시 있단 말이오.”
천기자의 입술은 말을 급격하게 쏟아내었다. 진지하며 심각한 표정이긴 했으나, 어쩐 일인지 하나뿐인 금지옥엽, 천예린을 너무나도 위하며 살았던 천예섭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아주었다.
“… 그게, 린아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미개한 인간이 어찌 하늘의 뜻에 거스를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무림이 또 한번 피로써 물들게 된다면, 또 다른 무성(武星)이 나타나 무림을 구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요.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어르신.”
천기자가 읽은 천예린의 명(命)이란 대체 무엇일까? 천예섭과 천기자가 나누었던 말들은 일체, 그녀의 귀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천예섭 역시 그 말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여유는 없었다. 며칠 후, 천예섭을 방문할 그의 동생이자, 천예린에게는 숙부가 되는 자가 천예린을 수간하려고 했으며, 그 일로 인해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 그녀의 밝고 명랑했던 성격 때문에.
‘후우… 두 개의 무성(武星)이라… 극한에 이르러서 길성(吉星)이 되느냐 흉성(凶星)이 되느냐이구려. 헌데, 어째서 이런 무재(武才)들이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둘 씩이나… 전란의 조짐이란 말인고… 게다가 린아와 이어져있는 이 굵은 선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이란 말인고… 허나, 하늘은 아직 무림을 버린 건 아니구려… 허허헛.’
천기자는 그날로 그 일에 대해선 함구(緘口)를 하였다. 더 이상 하나에 대해서 계속 파고 든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것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지은 의미 모를 자그마한 미소는 그로 하여금 그의 함구를 돕는 촉매가 되었다. 그는 천예린이 그에게 점을 봐달라고 했던 그 자리에 서서 하늘만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었다.
-천기자(天機慈)의 예언(豫言)-
일찍이 어미를 여의고 자란 불운(不運)의 여아(女兒), 빙천녀(氷天女) 천예린(泉叡璘). 허나, 전대(前代) 무림맹주(武林盟主)인 제일인협(第一人俠) 천예양(泉叡陽)을 할아버지로, 현(現) 무림맹주인 만무열협(萬武熱俠) 천예섭(泉叡燮)을 아버지로 모시는 그녀를 정신이 제대로 박힌 무림인이라면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물론 명문(名門) 정파(正派)의 문원(門員)들이나, 무림을 대표하는 세가(勢家)의 자녀들은 그녀를 범접(犯接)할 수 없는 존재(存在)로 승격(昇格)시켜, 알게 모르게 그녀에겐 부담이 되는 일종의 금을 긋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지만 하오문(하오門)의 무뢰배(無賴輩)나,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의 미모(美貌)만을 보는 시정잡배(市井雜輩)들, 또는 정사(正邪)가 겨우 유지하는 실낱 같은 관계(關係)를 전혀 생각치 않는 흑도(黑徒)의 몇몇들이나 중도(中徒)이긴 하지만 백도(白徒)보다는 흑도에 가까운 문(門), 방(方)의 인원(人員)들은 항시, 침을 질질 흘리며 그들의 욕구(欲求)를 채우려 갖은 행동을 다 했지만, 그녀가 어릴 때는 무림맹(武林盟)의 호위무사(護衛武士)들로(커서는 명문(名門) 정파인(正派人)으로 구성될 천화애회(天花愛會)라는 집단(集團)의 회원(會員)들로) 인해서 그녀와의 접촉이 실패했었지만, 그들이 항시 그녀를 따라다닐 수 있다는 법은 없는지, 아직 팔 세의 어리디 어린 그녀는 이미 수백 번의 납치(拉致), 강간(閣姦) 위험이 따랐었고, 심지어는 수욕(獸慾)을 주체 못한 그녀의 숙부마저 그녀를 범하려고 했으며, 그 이후로 그녀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할아버지!!”
묘령()이 가까워진다면 교성()을 넘어 혹성()까지도 될 법한 깜찍하고 귀여운 어린 소녀의 옥구슬 소리가 이미 허리가 굽어 지팡이가 없이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노쇠한 노인의 귀로 공기를 타고 싱그럽게 흘러 들었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할아버지가 아주 점은 잘 친대요!”
‘허허… 천(泉) 맹주께서… 어린 아이에게 무슨 말씀을 하신 건지… 허헛….’
천기(天機)를 읽는 것을 단순히 ‘점’이라고 표현하다니… 하니만 노인은 그저 인자한 미소를 얼굴 만연에 띄우고 색색으로 치장된 옷 안의 어여쁜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노인의 눈에는 비친 여아는 칠 세의 나이로 중원제일미(中原第一美)라는 호(呼)를 받아놓은 상태이자 현(現) 무림맹주(武林盟主) 천예섭(泉叡燮)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인 동안(童顔)의 천예린(泉叡璘)이었다.
샛길로 빠져, 그녀의 미를 말하자면 옥지소완(玉指素腕), 세요설부(細腰雪膚), 연보소말(蓮步小襪), 오발선빈(烏髮蟬嬪), 운계무환(雲階霧環), 아미청대(蛾眉靑黛), 명모유반(明眸流盼), 마지막으로 주순호치(朱脣皓齒)가 조합된 환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완벽한 미인의 조건들 중 홍장분식(紅粧粉飾)과 기향패훈(肌香佩薰)이 제외되었는데, 천예린의 아버지인 천예섭은 그녀가 너무 어리다 하여, 일종의 화장법인 홍장분식과 특수한 향료가 들어있는 향낭(香囊)을 몸에 착용함으로서 피부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게 되는 기향패훈을 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분이다. 허나, 옥처럼 아름답고 가늘은 섬섬옥수와 희디 흰 팔, 가는 허리와 흰 피부, 전족을 한 작은 발과 그것을 싸는 조그마한 피륙,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와 매미 날개와도 같이 옅은 귀밑의 머리칼, 머리를 틀어 얹되 구름처럼 높여주는 계와 환과 같은 꽂이장식, 누에와도 같은, 그리고 짙고 푸르게 칠해진 눈썹, 해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마지막으로 붉은 입술과 하얀 이를 지니고 있는 그녀의 미모는 홍장분식과 기향패훈을 제외한다고 해도 덮일 수 있는 정도의 그것이 아니었다. 오죽, 그녀가 아름다웠다면 무림과는 암암리에 금을 긋고 서로 상관치 않는 황실에서마저 사람을 보내 황태자라는 신분을 가진 비슷한 연배의 배필이 되어달라며 애걸복걸(哀乞伏乞)했겠는가? 물론 그녀의 할아버지되는 전 무림맹주 천예양의 명력(名力)으로 정중히 거절을 했지만 말이다. 이유? 물론 팔불출이라고 유명한 천예린의 아버지이자 현(現) 무림맹주 직(職)에 앉아있는 천예섭의 말 때문이라고는 절대로 밝힐 수 없다.
“허허, 우리 린아가 왔구나, 허허헛. 어쩐 일이더냐?”
노인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향해 입을 벌렸다.
“할아버지! 나도 점 봐줄 수 있나요?”
‘허허, 점(占)이라… 망언(妄言)을 하셨구려, 천 맹주. 허허헛’
“그래, 우리 린아도 점을 쳐보고 싶은 게냐?”
그 날 밤, 어쩐 일인지 그녀에 대한 천기를 읽어보던 노인은 거의 감겨있는 듯한 눈이 갑자기 번쩍 떠졌다.
“허허, 그게 어찌 좋지 않은 일이란 말입니까, 천기자(天機慈) 어르신. 우리 린아가 천하제일(天下第一)의 무공을 지닌 자와 맺어지는 게 린아의 명이라면 그 명대로 따라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 것이 무림이나 린아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닐테고… 허허….”
약간의 가벼운 웃음을 입술에 머금고 손에 김이 나오는 찻잔을 든 이 중년의 남자는 바로 천예린의 아버지이자, 현 무림맹의 맹주직(盟主職)이라는 신분에 앉아 있는 천예섭이었다. 그의 앞에 앉아, 가득 찬 찻잔 속의 차는 마실 생각도 하지 않고, 천예섭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은 바로 천기자(天機慈)였다.
“해가 될 수가 있소이다. 천기(天機) 누설(漏泄)은 큰 죄악이나, 이 것만은 내 몸이 지옥염화(地獄炎火)에 잠기게 되더라도 이 것만큼은 말씀 드려야겠소이다. 만약, 그 자들이 백도인(白徒人)으로써가 아니라 살성(殺星)이나 흉성(凶星)으로써 천하를 제압하는 힘을 갖게 된다면 어찌하겠소? 만에 하나, 그런 자들과 린아가 어울리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알 수가 없소. 린아는 그 자들 중 하나를 성심 성의껏 순종(順從)한다 했으니, 린아의 찰나(刹那)의 예지 능력을 갖고 있는 용안(龍眼)이라면 그자를 어떻게 도울지 모르오. 게다가, 그 자들 중 하나가 백도인, 나머지 하나다 흑도인(黑徒人)으로 나뉘어 대립하게 되리란 것도 알 수가 없고, 둘 다 흑도인으로써 두각을 드러낼 수 역시 있단 말이오.”
천기자의 입술은 말을 급격하게 쏟아내었다. 진지하며 심각한 표정이긴 했으나, 어쩐 일인지 하나뿐인 금지옥엽, 천예린을 너무나도 위하며 살았던 천예섭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아주었다.
“… 그게, 린아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미개한 인간이 어찌 하늘의 뜻에 거스를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무림이 또 한번 피로써 물들게 된다면, 또 다른 무성(武星)이 나타나 무림을 구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요.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어르신.”
천기자가 읽은 천예린의 명(命)이란 대체 무엇일까? 천예섭과 천기자가 나누었던 말들은 일체, 그녀의 귀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천예섭 역시 그 말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여유는 없었다. 며칠 후, 천예섭을 방문할 그의 동생이자, 천예린에게는 숙부가 되는 자가 천예린을 수간하려고 했으며, 그 일로 인해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 그녀의 밝고 명랑했던 성격 때문에.
‘후우… 두 개의 무성(武星)이라… 극한에 이르러서 길성(吉星)이 되느냐 흉성(凶星)이 되느냐이구려. 헌데, 어째서 이런 무재(武才)들이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둘 씩이나… 전란의 조짐이란 말인고… 게다가 린아와 이어져있는 이 굵은 선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이란 말인고… 허나, 하늘은 아직 무림을 버린 건 아니구려… 허허헛.’
천기자는 그날로 그 일에 대해선 함구(緘口)를 하였다. 더 이상 하나에 대해서 계속 파고 든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것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지은 의미 모를 자그마한 미소는 그로 하여금 그의 함구를 돕는 촉매가 되었다. 그는 천예린이 그에게 점을 봐달라고 했던 그 자리에 서서 하늘만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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