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Of Fantasy - 제 1악장(1)
페이지 정보
본문
Sympony Of Fantasy
1악장. 소년의 바이올린
Ⅰ. G minor
(1)Andante & Doorosor
[뎅~ 뎅~]
서서히 지고 있는 하늘을 수놓는 붉은 빛의 구름들. 푸른빛과 붉은 빛, 그리고 새하얀 빛이 어우러진 타이스로베니칸 산맥 한 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산마을. 하얀 벽돌로 지어져 있는 작은 신전에서 아늑한 종소리가 울리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런 말이 없는 사람들. 석양에 그늘진 얼굴. 그 중 몇몇 남자들은 기다란 상자-평범한 육각형 모양에 갈색의 관을, 한 사내는 등에 네모난 돌을, 다른 사내들은 손에 삽을 들고 있었다.
“엄마. 엄마. 엄마.”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다른 한 손은 한 여인의 검은 치맛자락을 붙들고 있는 소년. 짧은 갈색머리는 바람에 흩날렸고, 소년의 눈은 한 여인의 얼굴에 가 있었다. 검은 면사포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한 여인. 소년의 말에 여인은 고개를 돌려 소년을 쳐다보았다. 눈물 자국이 나 있는 여인의 쓰라린 볼. 소년은 그것을 모르는지 그녀를 향해 베시시 웃고 있었다.
“엄마. 엄마.”
소년의 말소리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소년과 여인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의 죽음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가녀린 여인.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 한 사내는 둘의 모습을 보고는 눈가에 손을 대었다.
여인은 소년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소년의 작은 손. 차가운 그의 손관느 다른 소년의 가녀린 손. 여인의 붉게 물들어 버린 눈에서 살짝 이슬이 맺혔었다.
웃어 주었다. 여인은 소년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왜 그러니?”
소년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더니 이내 토라진 모습을 보였다.
“피.. 아빠.. 어디가쪄? 오늘 돌아온다고 해짜나?”
소년을 향해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 소년은 갑자기 어두워지자 고개를 돌려 그림자가 생긴 곳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허리를 숙여 자신을 쳐다보는 소년을 가만히 품에 안았다. 떨리는 여인의 어깨. 이내 어깨 부분부터 젖어드는 소년의 작은 옷.
“엄마.... 울어? 울어?”
소년의 물음에 여인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내 터져 나오는 여인의 울음소리. 그 소리에 놀란 소년은 여인을 따라 울 뿐이었다. 아무도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져 그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행렬의 앞에 있던 늙은 사제는 고개를 돌려 여인과 소년을 보고, 고개를 한번 저은 후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가만히 올렸다. 여인을 고개를 돌려 늙은 사제를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휴식을 위해 지고 있는 햇빛을 등지고 선 늙은 사제는 살며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은 울음을 멈추고 손으로 살짝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치마에 살짝 묻은 흙을 털어내면서 일어났다. 소년도 울음을 멈추었다. 여인은 소년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다시 소년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칼. 아빠는 나중에 칼이 큰 후에 돌아오신데... 그러니깐 열밤만 자면..”
여인의 열밤이라는 말에 소년의 푸른 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소년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수는 열. 그 열밤이라는 건 엄청난 수였기에 소년의 눈은 다시금 흔들려만 갔다. 늙은 사제는 허리를 숙여 소년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단다. 이 할아버지가 신님께 기도드려주마. 칼 아버지가 빨리 칼한테 올 수 있도록 말이지...”
사제의 말을 듣자 소년은 이내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정말?”
소년의 거듭된 물음에 늙은 사제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펴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사제를 향해 머리를 살짝 숙였다. 늙은 사제는 여인과 소년의 모습을 눈에 새기고는 다시 일행의 앞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 행렬. 여인은 소년의 손을 이끌고 사제의 뒤편에 서 갔다.
일행은 마을을 등지고 조그마한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숨이 가뿐지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소년의 눈에는 처음으로 마을의 모습, 그리고 그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거대한 타이스로베니칸 산맥의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었다. 아직 2살의 어린 소년에게는 너무나도 큰 마을 그리고 큰 세상.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여인은 소년의 행동을 보자 눈가에 또다시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저 소년을 보면서 웃었을 뿐이었다.
“자. 다 와가네.. 조금만 더 힘을 내주게나.”
사제의 말에 관을 들고 있던 7명의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소년은 그들이 움직이자 같이 따라 움직였다.
앞서가던 사람들이 멈추자 소년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눈에는 언덕 위에 네모난 돌들이 많이 있었다. 늙은 사제는 무덤의 입구에서 발을 멈추었다.
“여기 또 다른 한분을 당신이 계시는 그곳으로 보냅니다. 부디 이 영혼을 사하여 주시고, 편안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늙은 사제는 말을 끝내고는 다시 앞으로 향했다. 네모난 돌들-비석 가운데로 간 사제는 그 가운데에 있는 공터에 멈추었다. 그리고는 품안에서 작은 물병을 꺼내어 마개를 뺀 후 그 자리에다가 물을 뿌렸다. 빈 물병을 마개로 막은 후 다시 품안에 집어넣은 늙은 사제는 일행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먼저 7명의 관을 든 사내들이 그를 향해 다가가고, 그 뒤를 이어 여인과 소년. 그리고 남은 마을 사람들이 따라갔다.
청년들은 관을 사제의 앞에다가 천천히 내려놓은 후 마을사람들이 서 있는 자리로 되돌아갔다. 사제는 손을 내려 갈색의 관을 한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품에 손을 집어넣어 한권의 책-갈색표지로 되어진-을 꺼내었다. 사제는 책을 정성스럽게 피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 우리는 지금 에어리즈님께 다시 돌아가는 하나의 영혼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존경해왔고, 그리고 우리를 위해 애써주셨던 분. ‘미네바 오벨리스크’님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라네아 오벨리스크’님과 ‘칼 리터 오벨리스크’을 남겨주셨습니다. 비록 지금 그 분께서 우리를 떠나셨다고 해도, 그 분이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그분을 기억할 것입니다. 모두들... 그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그 분의 모습을 여러분의 기억 속에 담아주십시오. 그것이.. 우리가 그분을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늙은 사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성어(聖語)를 읽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사제의 미사가 시작하자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어린 소년은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이 다 하기에 조용히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곳 주위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옆에 있던 여인의 눈에서도...
“이제 그 분을 보내야 합니다. 그럼...”
늙은 사제가 삽을 든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4명의 사내가 손에 삽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관의 뒤쪽에 있는 조그마한 공터를 파내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이 들어갈 공간이 생겼고, 관을 들었던 7명의 청년들은 앞으로 나와 관을 들어 그 공간을 갈색의 관으로 채웠다.
“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은 검은 면사포를 거두어 소년을 쳐다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망울. 눈물 자국이 나 있는 밝그르한 볼과 조금은 갸름한 얼굴. 소년은 고개를 돌려 여인을 쳐다보았다.
“잘 지켜보아야 한다. 알겠니?”
소년은 여인의 말에 영문도 모른 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관을 묻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관이 다 내려간 후, 늙은 사제는 품속에서 또 다른 작은 물병을 하나 꺼냈다. 붉은 보라색의 액체. 그리고 향긋한 포도내음. 사제는 마개를 딴 후 관 위에다가 병속에 든 포도주를 뿌린 후, 남은 포도주를 자신이 마셨다.
“자네가 좋아하던 포도주일세. 주님의 종이 아닌, 자네의 오랜 친구로서 나의 마지막 선물이라네. 이 사람아.... 그까짓게 뭐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런것이여! 자네의 가족들은 어찌....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그런 것이여! 뭐라고 말좀 해보게 .... 이 친구야... 응?”
늙은 사제의 눈에서 흘러 내려가는 눈물. 그 눈물은 그의 신관복을 타고 관 위로 이어져 내려왔다. 한 인간으로서의, 그리고 한 사내의 친구로서의 늙은 사제의 모습. 이내 뒤쪽에 서 있던 몇몇 여인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늙은 사제는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그리고는 그 작은 물병을 관을 향해 던져버렸다.
“그래. 이제 속이 시원하나! 이렇게 가버리면 속이 시원하나! 그래! 이.. 이 ... 이 인간아....... 크흐흑....”
늙은 사제는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는 죽지 말았어야 했었다. 그는 죽지 말아야 했다...라는 말을 입속에서만 되풀이 한 채로...
조용한 산맥의 울음소리. 흐르는 물의 애절한 비가. 동물들의 흐느낌.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어린 소년. 흐느끼는 검은 면사포의 여인.
“이제 그대를 놓아 주어야 하는구먼... 부디 에어리즈님께 다가가 그대의 가족들을 지켜봐주게... 그리고 도와주시게.. 알겠나?”
늙은 사제는 고개를 돌려 관 주위에 있던 4명의 청년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가에도 살짝 이슬이 맺혀져 있었다. 석양빛에 물들은 붉디 붉은 이슬이.
“이제 그만 보내주게나.. 이제 그만...”
늙은 사제의 말이 끝나자 청년들은 파놓은 흙을 다시 관 위에다가 덮기 시작하였다. 사제는 여인과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여인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었다. 늙은 사제는 여인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관을 다 묻었다는 소리가 들려오자 늙은 사제는 고개를 돌려 관이 묻힌 쪽을 쳐다보았다.
“이보게 판. 이제 그 비석을 그 자리에 놓아주게나..”
판-갈색의 곱슬머리에 코와 턱에 나있는 덥수룩한 수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반이나 넓어 보이는 어깨. 그리고 다른 남자들보다 얼굴은 하나 더 큰 키-은 늙은 사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등에 묶여진 비석을 풀었다. 그리고 그 비석을 들어 관이 묻힌 자리 위에다가 가져다 놓았다. 판은 비석을 내려놓고는 그 비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가 비석 앞에서 나오자 다른 마을 사람 한명이 비석 앞으로 가서는 고개를 숙인 후 검은 면사포의 여인의 앞으로 가서 여인과 소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여인은 그들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명 한명씩 비석 앞에서 고개를 숙인 후 여인과 소년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서서히 언덕 끝자락을 향하는 햇빛. 그리고 살짝 머리를 내보이는 룬.
‘미네바 오벨리스크’의 장례식이 끝나자 마을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향해 언덕을 내려갔다.
이미 동쪽 하늘에는 룬이 떠올라 있었다. 늙은 사제와 여인. 그리고 소년은 마지막으로 함께 내려갔다.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는 방금 언덕에 놓아둔 비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이내 소년의 푸른눈망울은 서서히 붉은 눈물로 얼룩지었다. 늙은 사제와 여인은 걸음을 멈추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잠시간의 정적. 여인은 소년에게 다가가 소년의 손을 잡았다.
“자.. 이제 집으로 가야지..”
여인의 말에 소년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 사제는 그런 둘을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의 신에게 기도를 하였다. 부디 이 모녀를 지켜달라고...
늙은 사제는 어린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소년의 남은 한쪽 손을 잡았다. 언덕을 향해 져버린 태양을 등지면서...
-미네바 오벨리스크
그의 보물 라네아 오벨리스크.
칼 리터 오벨리스크를 남기고
여기 타이룬에 묻히다.
175년 16월 30일 ~ 219년 2월 4일-
1악장. 소년의 바이올린
Ⅰ. G minor
(1)Andante & Doorosor
[뎅~ 뎅~]
서서히 지고 있는 하늘을 수놓는 붉은 빛의 구름들. 푸른빛과 붉은 빛, 그리고 새하얀 빛이 어우러진 타이스로베니칸 산맥 한 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산마을. 하얀 벽돌로 지어져 있는 작은 신전에서 아늑한 종소리가 울리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런 말이 없는 사람들. 석양에 그늘진 얼굴. 그 중 몇몇 남자들은 기다란 상자-평범한 육각형 모양에 갈색의 관을, 한 사내는 등에 네모난 돌을, 다른 사내들은 손에 삽을 들고 있었다.
“엄마. 엄마. 엄마.”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다른 한 손은 한 여인의 검은 치맛자락을 붙들고 있는 소년. 짧은 갈색머리는 바람에 흩날렸고, 소년의 눈은 한 여인의 얼굴에 가 있었다. 검은 면사포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한 여인. 소년의 말에 여인은 고개를 돌려 소년을 쳐다보았다. 눈물 자국이 나 있는 여인의 쓰라린 볼. 소년은 그것을 모르는지 그녀를 향해 베시시 웃고 있었다.
“엄마. 엄마.”
소년의 말소리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소년과 여인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의 죽음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가녀린 여인.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 한 사내는 둘의 모습을 보고는 눈가에 손을 대었다.
여인은 소년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소년의 작은 손. 차가운 그의 손관느 다른 소년의 가녀린 손. 여인의 붉게 물들어 버린 눈에서 살짝 이슬이 맺혔었다.
웃어 주었다. 여인은 소년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왜 그러니?”
소년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더니 이내 토라진 모습을 보였다.
“피.. 아빠.. 어디가쪄? 오늘 돌아온다고 해짜나?”
소년을 향해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 소년은 갑자기 어두워지자 고개를 돌려 그림자가 생긴 곳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허리를 숙여 자신을 쳐다보는 소년을 가만히 품에 안았다. 떨리는 여인의 어깨. 이내 어깨 부분부터 젖어드는 소년의 작은 옷.
“엄마.... 울어? 울어?”
소년의 물음에 여인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내 터져 나오는 여인의 울음소리. 그 소리에 놀란 소년은 여인을 따라 울 뿐이었다. 아무도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져 그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행렬의 앞에 있던 늙은 사제는 고개를 돌려 여인과 소년을 보고, 고개를 한번 저은 후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가만히 올렸다. 여인을 고개를 돌려 늙은 사제를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휴식을 위해 지고 있는 햇빛을 등지고 선 늙은 사제는 살며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은 울음을 멈추고 손으로 살짝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치마에 살짝 묻은 흙을 털어내면서 일어났다. 소년도 울음을 멈추었다. 여인은 소년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다시 소년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칼. 아빠는 나중에 칼이 큰 후에 돌아오신데... 그러니깐 열밤만 자면..”
여인의 열밤이라는 말에 소년의 푸른 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소년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수는 열. 그 열밤이라는 건 엄청난 수였기에 소년의 눈은 다시금 흔들려만 갔다. 늙은 사제는 허리를 숙여 소년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단다. 이 할아버지가 신님께 기도드려주마. 칼 아버지가 빨리 칼한테 올 수 있도록 말이지...”
사제의 말을 듣자 소년은 이내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정말?”
소년의 거듭된 물음에 늙은 사제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펴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사제를 향해 머리를 살짝 숙였다. 늙은 사제는 여인과 소년의 모습을 눈에 새기고는 다시 일행의 앞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 행렬. 여인은 소년의 손을 이끌고 사제의 뒤편에 서 갔다.
일행은 마을을 등지고 조그마한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숨이 가뿐지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소년의 눈에는 처음으로 마을의 모습, 그리고 그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거대한 타이스로베니칸 산맥의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었다. 아직 2살의 어린 소년에게는 너무나도 큰 마을 그리고 큰 세상.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여인은 소년의 행동을 보자 눈가에 또다시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저 소년을 보면서 웃었을 뿐이었다.
“자. 다 와가네.. 조금만 더 힘을 내주게나.”
사제의 말에 관을 들고 있던 7명의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소년은 그들이 움직이자 같이 따라 움직였다.
앞서가던 사람들이 멈추자 소년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눈에는 언덕 위에 네모난 돌들이 많이 있었다. 늙은 사제는 무덤의 입구에서 발을 멈추었다.
“여기 또 다른 한분을 당신이 계시는 그곳으로 보냅니다. 부디 이 영혼을 사하여 주시고, 편안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늙은 사제는 말을 끝내고는 다시 앞으로 향했다. 네모난 돌들-비석 가운데로 간 사제는 그 가운데에 있는 공터에 멈추었다. 그리고는 품안에서 작은 물병을 꺼내어 마개를 뺀 후 그 자리에다가 물을 뿌렸다. 빈 물병을 마개로 막은 후 다시 품안에 집어넣은 늙은 사제는 일행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먼저 7명의 관을 든 사내들이 그를 향해 다가가고, 그 뒤를 이어 여인과 소년. 그리고 남은 마을 사람들이 따라갔다.
청년들은 관을 사제의 앞에다가 천천히 내려놓은 후 마을사람들이 서 있는 자리로 되돌아갔다. 사제는 손을 내려 갈색의 관을 한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품에 손을 집어넣어 한권의 책-갈색표지로 되어진-을 꺼내었다. 사제는 책을 정성스럽게 피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 우리는 지금 에어리즈님께 다시 돌아가는 하나의 영혼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존경해왔고, 그리고 우리를 위해 애써주셨던 분. ‘미네바 오벨리스크’님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라네아 오벨리스크’님과 ‘칼 리터 오벨리스크’을 남겨주셨습니다. 비록 지금 그 분께서 우리를 떠나셨다고 해도, 그 분이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그분을 기억할 것입니다. 모두들... 그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그 분의 모습을 여러분의 기억 속에 담아주십시오. 그것이.. 우리가 그분을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늙은 사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성어(聖語)를 읽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사제의 미사가 시작하자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어린 소년은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이 다 하기에 조용히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곳 주위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옆에 있던 여인의 눈에서도...
“이제 그 분을 보내야 합니다. 그럼...”
늙은 사제가 삽을 든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4명의 사내가 손에 삽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관의 뒤쪽에 있는 조그마한 공터를 파내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이 들어갈 공간이 생겼고, 관을 들었던 7명의 청년들은 앞으로 나와 관을 들어 그 공간을 갈색의 관으로 채웠다.
“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은 검은 면사포를 거두어 소년을 쳐다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망울. 눈물 자국이 나 있는 밝그르한 볼과 조금은 갸름한 얼굴. 소년은 고개를 돌려 여인을 쳐다보았다.
“잘 지켜보아야 한다. 알겠니?”
소년은 여인의 말에 영문도 모른 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관을 묻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관이 다 내려간 후, 늙은 사제는 품속에서 또 다른 작은 물병을 하나 꺼냈다. 붉은 보라색의 액체. 그리고 향긋한 포도내음. 사제는 마개를 딴 후 관 위에다가 병속에 든 포도주를 뿌린 후, 남은 포도주를 자신이 마셨다.
“자네가 좋아하던 포도주일세. 주님의 종이 아닌, 자네의 오랜 친구로서 나의 마지막 선물이라네. 이 사람아.... 그까짓게 뭐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런것이여! 자네의 가족들은 어찌....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그런 것이여! 뭐라고 말좀 해보게 .... 이 친구야... 응?”
늙은 사제의 눈에서 흘러 내려가는 눈물. 그 눈물은 그의 신관복을 타고 관 위로 이어져 내려왔다. 한 인간으로서의, 그리고 한 사내의 친구로서의 늙은 사제의 모습. 이내 뒤쪽에 서 있던 몇몇 여인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늙은 사제는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그리고는 그 작은 물병을 관을 향해 던져버렸다.
“그래. 이제 속이 시원하나! 이렇게 가버리면 속이 시원하나! 그래! 이.. 이 ... 이 인간아....... 크흐흑....”
늙은 사제는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는 죽지 말았어야 했었다. 그는 죽지 말아야 했다...라는 말을 입속에서만 되풀이 한 채로...
조용한 산맥의 울음소리. 흐르는 물의 애절한 비가. 동물들의 흐느낌.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어린 소년. 흐느끼는 검은 면사포의 여인.
“이제 그대를 놓아 주어야 하는구먼... 부디 에어리즈님께 다가가 그대의 가족들을 지켜봐주게... 그리고 도와주시게.. 알겠나?”
늙은 사제는 고개를 돌려 관 주위에 있던 4명의 청년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가에도 살짝 이슬이 맺혀져 있었다. 석양빛에 물들은 붉디 붉은 이슬이.
“이제 그만 보내주게나.. 이제 그만...”
늙은 사제의 말이 끝나자 청년들은 파놓은 흙을 다시 관 위에다가 덮기 시작하였다. 사제는 여인과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여인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었다. 늙은 사제는 여인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관을 다 묻었다는 소리가 들려오자 늙은 사제는 고개를 돌려 관이 묻힌 쪽을 쳐다보았다.
“이보게 판. 이제 그 비석을 그 자리에 놓아주게나..”
판-갈색의 곱슬머리에 코와 턱에 나있는 덥수룩한 수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반이나 넓어 보이는 어깨. 그리고 다른 남자들보다 얼굴은 하나 더 큰 키-은 늙은 사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등에 묶여진 비석을 풀었다. 그리고 그 비석을 들어 관이 묻힌 자리 위에다가 가져다 놓았다. 판은 비석을 내려놓고는 그 비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가 비석 앞에서 나오자 다른 마을 사람 한명이 비석 앞으로 가서는 고개를 숙인 후 검은 면사포의 여인의 앞으로 가서 여인과 소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여인은 그들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명 한명씩 비석 앞에서 고개를 숙인 후 여인과 소년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서서히 언덕 끝자락을 향하는 햇빛. 그리고 살짝 머리를 내보이는 룬.
‘미네바 오벨리스크’의 장례식이 끝나자 마을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향해 언덕을 내려갔다.
이미 동쪽 하늘에는 룬이 떠올라 있었다. 늙은 사제와 여인. 그리고 소년은 마지막으로 함께 내려갔다.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는 방금 언덕에 놓아둔 비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이내 소년의 푸른눈망울은 서서히 붉은 눈물로 얼룩지었다. 늙은 사제와 여인은 걸음을 멈추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잠시간의 정적. 여인은 소년에게 다가가 소년의 손을 잡았다.
“자.. 이제 집으로 가야지..”
여인의 말에 소년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 사제는 그런 둘을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의 신에게 기도를 하였다. 부디 이 모녀를 지켜달라고...
늙은 사제는 어린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소년의 남은 한쪽 손을 잡았다. 언덕을 향해 져버린 태양을 등지면서...
-미네바 오벨리스크
그의 보물 라네아 오벨리스크.
칼 리터 오벨리스크를 남기고
여기 타이룬에 묻히다.
175년 16월 30일 ~ 219년 2월 4일-
댓글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