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Of Goddess - <제1악장 Pie Je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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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조금 늦게 올리게 되었군요. 분량도 조금 모자란 감이 있고... ^^;..
집안 사정이 조금 있기도 했고, 또 본편 소설도 조금씩 준비하고 대학입시도 준비하다 보니 조금 늦어졌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다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__--__
amoroso & animato
케이치와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클로제를 따라 배에서 내려갔다. 온통 백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만 보인 이상한 나라. 케이치는 그때서야 이국. 아니 처음으로 밟아보는 화란인들의 땅을 느꼈다.
“이곳도 화란인의 땅인가요?”
“아닙니다. 여기는 영국인의 땅이지요. 사실 원래는 한 나라가 있었지만 영국인들에 의해서 지금은 저 북쪽으로 도망을 쳤고, 이곳은 영국인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 영국이 어딘지 모르시겠군요. 영국은 저희 네덜란드 정동쪽에 위치한 큰 섬나라랍니다.”
커다란 섬나라. 그러한 섬나라가 이렇게 거대한 나라를 지배한다는 느낌에 케이치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섬나라라는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케이치는 이곳 영국인들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었다. 자신이 모르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었지만 왠지 자부심도 느껴졌다. 선원들은 지나가면서 여기저기 아는척을 하였고 그 인사를 받은 사람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어느덧 그들은 화란인의 국기가 달린 건물 앞에 도착하였다.
“이곳에 바로 저희 네덜란드의 관저입니다. 여러분들은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쉬시길 바랍니다. 아직 이곳 치안이 그리 좋지도 않고, 잘못하면 여러분들은 이곳 인도인 노예들로 오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곳 관저에서만 생활해 주시길 바랍니다.”
케이치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면서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 인도인은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이라는것에 궁금해졌다. 클로제를 따라 들어간 관저. 입구에서 지키고 있던 화란인들의 인사를 받은 케이치와 사람들은 이내 그 건물의 위용에 놀라고 말았다. 오사카성도 대단한 건축물이었지만 이곳 한 나라의 외교관저가 이정도로 클 줄은 몰라기 때문이었다. 4층정도의 높이. 그리고 갈색의 돌로 쌓여진 돌건물. 주위에 심어진 높고 푸른 나무들. 그리고 푸른 유리로 겉을 장식한 건물.
클로제는 관저의 문을 열고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케이치와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닫을 수강 없었다. 자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질적인 문명. 벽에 장식된 철갑옷과 무기.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그림과 늙은 장군들의 초상화. 커다란 기둥은 이 거대한 건물을 받치고 있었고, 사람을 조각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조각상들은 곳곳에 있었다. 클로제는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고야 말았다. 한때 자신들도 먼 동양의 명나라라는 곳에 갔을때도 저랬었기에.
클로제를 따라 간 케이치는 한 문 앞에 멈추어섰다.
“이곳에는 지금 저희 네덜란드를 대표하시는 사신께서 집무를 보시는 곳입니다. 케이치씨를 대표로 인사를 드릴려고 하니 잘 해 주시길 바랍니다.”
클로제의 당부에 케이치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사님! 일본국 사신분들이 오셨습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면서 클로제와 케이치, 그리고 사람들은 책상에 앉아서 집무를 보는 한 사내의 앞으로 다가갔다. 짧은 금색의 머리카락에 콧수염. 약간은 날카롭지만 부드러운듯한 눈빛. 그리고 얼굴의 옆에 그어진 칼자국.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케이치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화란인의 인사에 익숙한 케이치는 웃으면서 그 사내의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일본국 사신으로 화란국으로 가는 모리사토 케이치라고 합니다.”
“네. 어서오십시오. 저는 이곳 주 네덜란드 대사관 대사 아르모프 스트라디우니스 라고 합니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는 두 사람. 이내 둘의 손이 떨어지는 아르모프는 케이치를 옆에 있는 쇼파로 안내했다. 아르모프는 가운데에 위치한 쇼파에 앉았고, 클로제는 그런 아르모프의 옆에 가 서있었다. 케이치는 그의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너무나도 푹신한 느낌. 마치 이 의자의 안이 나무가 아닌 솜으로 만 되어져 있는 것 같았다.
“저희 네덜란드 어를 아주 잘 하시는군요.”
아르모프의 말에 정신을 차린 케이치는 멋쩍게 웃었다.
“하하. 저희 일본국이 화란인과 만나지 어언 20년. 저희 일본국과 화란국이 무역을 하고 있는 오사카항에는 화란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꽤 된답니다. 그리고 저도 배운지 어언 10년이 넘었고요.”
“오. 그렇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일본국에 가 보고 싶군요.”
“그래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방이 좀 많이 때문에요.”
아르모프의 얼굴은 약간 찌그러졌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로 올라온 그에겐 왠지 자기 가문을 자랑하는 그런 인간의 부류는 가장 싫었다.
“저기 대사님.”
“오. 왜그러나?”
아르모프는 클로제를 쳐다보았다. 그가 클로제를 안지 5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말하다 중간에 말을 건다는건 뭔가 중요한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모리사토 케이치님은 저희 네덜란드와 무역을 하는 가장 큰 일본국 가문의 아들입니다. 대사님도 잘 아시다 시피 일본국의 모리사토가는 저희 네덜란드의 대 동방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까?”
클로제의 말에 아르모프는 그제서야 이 일본국 청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리사토가에는 화란전이라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위한 건물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었다. 그리고 괜히 이 청년을 잘못 했다가는 대 동방무역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긴장감도 느끼기 시작하였다.
“오. 그렇군요. 이거 죄송합니다. 모리사토가의 일원이시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아닙니다. 전 지금 일본국 천황폐하의 말씀을 받들어 가는 한 사신에 불과하니까요.”
케이치는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붉은 물을 한모금 마셨다. 씁쓸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향긋한 꽃내음.
“오. 이 차는 매우 맛과 향이 좋군요. 무슨 차입니까?”
“이건 이번에 인도 옆에 있는 스리랑카라는 섬에서 재배되고 있는 홍차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마치 중국의 녹차와 비슷한 맛을 지니고 있어 놀랐습니다.”
케이치의 말에 아르모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는 벽에 걸려있는 회중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오후 4시 30분. 아르모프는 옆에 있는 클로제를 쳐다보았다. 클로제는 그의 의중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오후 6시에 연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곳 인도를 담당하는 영국 총독과 여러 인사들이 오실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그곳에 참여를 해 주시지요. 아마 나중에 무역을 하실때에서 여러모로 인맥이 필요하실 것도 같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따 6시에 나와봐야겠군요.”
“그래주시겠습니까?”
“예. 참석하겠으니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케이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 모습에 뒤에 있는 일본국 사신들은 약간 찡그린 표정을 지었지만 어느정도 화란인의 문화를 알고 있던 케이치에게는 별 거부감이 없던 행동이었다. 그의 그러한 행동에 아르모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제는 케이치의 옆으로 갔다.
“이만 가시지요. 제가 여러분이 모실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케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아르모프에게 인사를 한 후 클로제를 따라 나왔다. 남은 사람들 또한 케이치를 따라 갔다. 방안에 남아있던 아르모프는 품에서 자신의 수첩을 하나 끄냈다. 그리고 앞에 놓여져 있던 깃털펜에 잉크를 묻힌 후 그곳에 여러 가지를 적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이 쉬실 방은 이쪽입니다. 각자 한 방을 쓰시길 바라고 잠시 후 이곳의 하녀들이 옷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그럼 잠시후 뵙도록 하지요.”
케이치와 사람들은 각자의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케이치가 미리 배 안에서 일행들을 어느정도 기본적인 상식은 가르쳤었고, 또 선실에는 침대에 있었기에 그들도 침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지만 나머지 가구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케이치는 이미 화란전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기에 별 다른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다. 매우 널따란 방. 그리고 한쪽 벽은 커다란 창문으로만 되어져 바깥의 붉은 노을 빛이 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케이치는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눈 앞에 보이는 붉은 바다와 범선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자신이 살고 있었던 오사카와는 다른 광경이었다. 하지만 친근한 광경. 케이치는 베란다에 놓여져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케이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곳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색의 옷에 흰색 앞치마를 두른 두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실례하겠습니다. 여기 예복을 가지고 왔습니다.”
한 여인이 가지고 온 상의는 마치 바람에 나풀거릴듯한 천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전체적으로는 파란색에 흰색의 줄무늬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하의는 깔끔한 흰색이었지만 왠지 자신에게는 작아보였다.
“저기. 이걸 입어야 합니까?”
“네. 이걸 입고 나가셔야 합니다.”
“그렇군요. 상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하의는 좀 작지 않을까요?”
케이치의 말에 두 시녀는 살짝 웃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내 실례라는 것을 알았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이 하의는 늘어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작죠.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케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입어보는 이국의 옷. 그렇기에 더욱 긴장이 되었다. 허리춤에 묶여져 있는 나고야오비를 풀었다. 하지만 다 풀기 전 케이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옷갈아 입어야 하거든요?”
“네?”
“그러니깐.. 저 옷 갈아 입어야 하니 바깥으로 나가주시는 것이..”
그제서야 케이치가 말하는 것을 안 시녀들은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는 방 바깥으로 나갔다. 그제서야 나고야오비를 침대에 내려놓고 기모노를 벗은 케이치. 잘 다듬어진 근육은 그가 꽤 오랫동안 운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케이치는 먼저 저 작아보이는 하의를 잡았다. 아까 그 여자들의 말로는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기에 케이치는 일단 이 바지를 입어보기로 했다. 자신의 온 몸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매우 거북스러웠지만 이국의 옷이라는 이유 하나에 케이치는 참기로 하였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이 푸루딩딩한 상의만큼은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채면을 버린 채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시녀들을 불렀다. 그의 말을 듣고 들어온 시녀들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이내 그녀들은 케이치가 들고 있던 상의를 입혀주었다. 기다란 머리는 평소의 꽁지머리로 묶었지만 시녀들의 반발로 인해 그는 머리를 풀어버리고 말았다. 한 시녀가 그의 앞에 전신거울을 가져다 주자 케이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색함. 단지 이 말만이 그에게 존재했을 뿐이었다. 비록 이국의 옷이긴 하지만 아까 클로제나 아르모프씨가 입었던 옷과는 달랐다. 그래도 그 옷들은 입기 좋고 예뻤지만 이 옷은 완전히 자신의 몸매를 다 들어내는 옷이었기에 불쾌하기도 했다. 결국 케이치는 이 옷을 포기한 채 자신이 직접 가져온 후리소메를 그가 가져온 짐 속에서 꺼냈다. 그리고 다시 입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저기 제가 부르면 이따가 좀 들어와 주시겠어요?”
두 시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케이치는 상의부터 벗기 시작하였고 모두 다 벗은 후 침대위에 올려놓았던 후리소메를 입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어깨에 걸치고 난후 보랏빛 자주색의 나고야오비를 허리에 둘렀다.
“이제 들어와 주시겠어요?”
케이치의 말과 함께 두 시녀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서히 초롱해지는 두 시녀의 눈망울. 보랏빛 자주색에 벚꽃이 수노아져있는 후리소메를 처음 본 그녀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옷에, 그리고 그 옷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동양인 남자가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보였었다.
“그렇게 멋쩍게만 보지 마시고 저좀 도와주시겠어요?”
케이치의 말에 상념이 깨어진 두 시녀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치의 말에 따라 그녀들은 옷의 매무새를 여기저기 다듬고 묶어내고 하였다. 그리고 케이치의 부탁에 다시 머리를 뒤로 살짝 묶어내림식으로 하였다. 케이치는 전신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화려한 후리소메와 나고야오비. 자신도 처음 입어보는 이 옷은 어색하긴 하였지만 아까전에 입었던 이국의 예복에 비한다며는 매우 편했었다. 일단 조여오는 기분은 없었기에.
멀리 십자가 모양의 나무가 세워진 건물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케이치는 눈을 감은채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윽하면서도 편안해지는 종소리.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뿐 곳 두 시녀가 6시라면서 보채는 바람에 방문을 나오고야 말았다. 케이치가 방문을 나오자 그 앞에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클로제와 일행들이 서 있었다. 모두다 이국식예복을 입고 나왔지만 케이치 혼자서만 후리소메를 입고 나왔었다.
“저기. 저희가 준비한 예복은...?”
클로제의 말에 케이치는 살짝 웃어넘어가는 걸로 하였다.
“하하. 이건 저희 나라의 예복이거든요. 그래서 이걸로 입어보았답니다.”
클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여자같은 옷처럼 보였지만 자기 나라의 예복이라면 자신도 어쩔수가 없기에 클로제는 수긍할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케이치의 일행이 문제였다. 자신은 저런 후리소메는 처음본다느니. 자신도 다시 저걸로 갈아입겠다느니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하였지만 케이치가 곳 연회시간이다라는 말에 다시금 잠잠해졌다.
“그럼 절 따라오시지요.”
집안 사정이 조금 있기도 했고, 또 본편 소설도 조금씩 준비하고 대학입시도 준비하다 보니 조금 늦어졌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다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__--__
amoroso & animato
케이치와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클로제를 따라 배에서 내려갔다. 온통 백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만 보인 이상한 나라. 케이치는 그때서야 이국. 아니 처음으로 밟아보는 화란인들의 땅을 느꼈다.
“이곳도 화란인의 땅인가요?”
“아닙니다. 여기는 영국인의 땅이지요. 사실 원래는 한 나라가 있었지만 영국인들에 의해서 지금은 저 북쪽으로 도망을 쳤고, 이곳은 영국인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 영국이 어딘지 모르시겠군요. 영국은 저희 네덜란드 정동쪽에 위치한 큰 섬나라랍니다.”
커다란 섬나라. 그러한 섬나라가 이렇게 거대한 나라를 지배한다는 느낌에 케이치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섬나라라는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케이치는 이곳 영국인들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었다. 자신이 모르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었지만 왠지 자부심도 느껴졌다. 선원들은 지나가면서 여기저기 아는척을 하였고 그 인사를 받은 사람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어느덧 그들은 화란인의 국기가 달린 건물 앞에 도착하였다.
“이곳에 바로 저희 네덜란드의 관저입니다. 여러분들은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쉬시길 바랍니다. 아직 이곳 치안이 그리 좋지도 않고, 잘못하면 여러분들은 이곳 인도인 노예들로 오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곳 관저에서만 생활해 주시길 바랍니다.”
케이치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면서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 인도인은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이라는것에 궁금해졌다. 클로제를 따라 들어간 관저. 입구에서 지키고 있던 화란인들의 인사를 받은 케이치와 사람들은 이내 그 건물의 위용에 놀라고 말았다. 오사카성도 대단한 건축물이었지만 이곳 한 나라의 외교관저가 이정도로 클 줄은 몰라기 때문이었다. 4층정도의 높이. 그리고 갈색의 돌로 쌓여진 돌건물. 주위에 심어진 높고 푸른 나무들. 그리고 푸른 유리로 겉을 장식한 건물.
클로제는 관저의 문을 열고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케이치와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닫을 수강 없었다. 자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질적인 문명. 벽에 장식된 철갑옷과 무기.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그림과 늙은 장군들의 초상화. 커다란 기둥은 이 거대한 건물을 받치고 있었고, 사람을 조각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조각상들은 곳곳에 있었다. 클로제는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고야 말았다. 한때 자신들도 먼 동양의 명나라라는 곳에 갔을때도 저랬었기에.
클로제를 따라 간 케이치는 한 문 앞에 멈추어섰다.
“이곳에는 지금 저희 네덜란드를 대표하시는 사신께서 집무를 보시는 곳입니다. 케이치씨를 대표로 인사를 드릴려고 하니 잘 해 주시길 바랍니다.”
클로제의 당부에 케이치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사님! 일본국 사신분들이 오셨습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면서 클로제와 케이치, 그리고 사람들은 책상에 앉아서 집무를 보는 한 사내의 앞으로 다가갔다. 짧은 금색의 머리카락에 콧수염. 약간은 날카롭지만 부드러운듯한 눈빛. 그리고 얼굴의 옆에 그어진 칼자국.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케이치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화란인의 인사에 익숙한 케이치는 웃으면서 그 사내의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일본국 사신으로 화란국으로 가는 모리사토 케이치라고 합니다.”
“네. 어서오십시오. 저는 이곳 주 네덜란드 대사관 대사 아르모프 스트라디우니스 라고 합니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는 두 사람. 이내 둘의 손이 떨어지는 아르모프는 케이치를 옆에 있는 쇼파로 안내했다. 아르모프는 가운데에 위치한 쇼파에 앉았고, 클로제는 그런 아르모프의 옆에 가 서있었다. 케이치는 그의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너무나도 푹신한 느낌. 마치 이 의자의 안이 나무가 아닌 솜으로 만 되어져 있는 것 같았다.
“저희 네덜란드 어를 아주 잘 하시는군요.”
아르모프의 말에 정신을 차린 케이치는 멋쩍게 웃었다.
“하하. 저희 일본국이 화란인과 만나지 어언 20년. 저희 일본국과 화란국이 무역을 하고 있는 오사카항에는 화란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꽤 된답니다. 그리고 저도 배운지 어언 10년이 넘었고요.”
“오. 그렇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일본국에 가 보고 싶군요.”
“그래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방이 좀 많이 때문에요.”
아르모프의 얼굴은 약간 찌그러졌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로 올라온 그에겐 왠지 자기 가문을 자랑하는 그런 인간의 부류는 가장 싫었다.
“저기 대사님.”
“오. 왜그러나?”
아르모프는 클로제를 쳐다보았다. 그가 클로제를 안지 5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말하다 중간에 말을 건다는건 뭔가 중요한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모리사토 케이치님은 저희 네덜란드와 무역을 하는 가장 큰 일본국 가문의 아들입니다. 대사님도 잘 아시다 시피 일본국의 모리사토가는 저희 네덜란드의 대 동방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까?”
클로제의 말에 아르모프는 그제서야 이 일본국 청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리사토가에는 화란전이라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위한 건물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었다. 그리고 괜히 이 청년을 잘못 했다가는 대 동방무역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긴장감도 느끼기 시작하였다.
“오. 그렇군요. 이거 죄송합니다. 모리사토가의 일원이시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아닙니다. 전 지금 일본국 천황폐하의 말씀을 받들어 가는 한 사신에 불과하니까요.”
케이치는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붉은 물을 한모금 마셨다. 씁쓸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향긋한 꽃내음.
“오. 이 차는 매우 맛과 향이 좋군요. 무슨 차입니까?”
“이건 이번에 인도 옆에 있는 스리랑카라는 섬에서 재배되고 있는 홍차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마치 중국의 녹차와 비슷한 맛을 지니고 있어 놀랐습니다.”
케이치의 말에 아르모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는 벽에 걸려있는 회중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오후 4시 30분. 아르모프는 옆에 있는 클로제를 쳐다보았다. 클로제는 그의 의중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오후 6시에 연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곳 인도를 담당하는 영국 총독과 여러 인사들이 오실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그곳에 참여를 해 주시지요. 아마 나중에 무역을 하실때에서 여러모로 인맥이 필요하실 것도 같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따 6시에 나와봐야겠군요.”
“그래주시겠습니까?”
“예. 참석하겠으니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케이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 모습에 뒤에 있는 일본국 사신들은 약간 찡그린 표정을 지었지만 어느정도 화란인의 문화를 알고 있던 케이치에게는 별 거부감이 없던 행동이었다. 그의 그러한 행동에 아르모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제는 케이치의 옆으로 갔다.
“이만 가시지요. 제가 여러분이 모실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케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아르모프에게 인사를 한 후 클로제를 따라 나왔다. 남은 사람들 또한 케이치를 따라 갔다. 방안에 남아있던 아르모프는 품에서 자신의 수첩을 하나 끄냈다. 그리고 앞에 놓여져 있던 깃털펜에 잉크를 묻힌 후 그곳에 여러 가지를 적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이 쉬실 방은 이쪽입니다. 각자 한 방을 쓰시길 바라고 잠시 후 이곳의 하녀들이 옷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그럼 잠시후 뵙도록 하지요.”
케이치와 사람들은 각자의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케이치가 미리 배 안에서 일행들을 어느정도 기본적인 상식은 가르쳤었고, 또 선실에는 침대에 있었기에 그들도 침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지만 나머지 가구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케이치는 이미 화란전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기에 별 다른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다. 매우 널따란 방. 그리고 한쪽 벽은 커다란 창문으로만 되어져 바깥의 붉은 노을 빛이 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케이치는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눈 앞에 보이는 붉은 바다와 범선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자신이 살고 있었던 오사카와는 다른 광경이었다. 하지만 친근한 광경. 케이치는 베란다에 놓여져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케이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곳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색의 옷에 흰색 앞치마를 두른 두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실례하겠습니다. 여기 예복을 가지고 왔습니다.”
한 여인이 가지고 온 상의는 마치 바람에 나풀거릴듯한 천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전체적으로는 파란색에 흰색의 줄무늬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하의는 깔끔한 흰색이었지만 왠지 자신에게는 작아보였다.
“저기. 이걸 입어야 합니까?”
“네. 이걸 입고 나가셔야 합니다.”
“그렇군요. 상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하의는 좀 작지 않을까요?”
케이치의 말에 두 시녀는 살짝 웃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내 실례라는 것을 알았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이 하의는 늘어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작죠.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케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입어보는 이국의 옷. 그렇기에 더욱 긴장이 되었다. 허리춤에 묶여져 있는 나고야오비를 풀었다. 하지만 다 풀기 전 케이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옷갈아 입어야 하거든요?”
“네?”
“그러니깐.. 저 옷 갈아 입어야 하니 바깥으로 나가주시는 것이..”
그제서야 케이치가 말하는 것을 안 시녀들은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는 방 바깥으로 나갔다. 그제서야 나고야오비를 침대에 내려놓고 기모노를 벗은 케이치. 잘 다듬어진 근육은 그가 꽤 오랫동안 운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케이치는 먼저 저 작아보이는 하의를 잡았다. 아까 그 여자들의 말로는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기에 케이치는 일단 이 바지를 입어보기로 했다. 자신의 온 몸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매우 거북스러웠지만 이국의 옷이라는 이유 하나에 케이치는 참기로 하였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이 푸루딩딩한 상의만큼은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채면을 버린 채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시녀들을 불렀다. 그의 말을 듣고 들어온 시녀들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이내 그녀들은 케이치가 들고 있던 상의를 입혀주었다. 기다란 머리는 평소의 꽁지머리로 묶었지만 시녀들의 반발로 인해 그는 머리를 풀어버리고 말았다. 한 시녀가 그의 앞에 전신거울을 가져다 주자 케이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색함. 단지 이 말만이 그에게 존재했을 뿐이었다. 비록 이국의 옷이긴 하지만 아까 클로제나 아르모프씨가 입었던 옷과는 달랐다. 그래도 그 옷들은 입기 좋고 예뻤지만 이 옷은 완전히 자신의 몸매를 다 들어내는 옷이었기에 불쾌하기도 했다. 결국 케이치는 이 옷을 포기한 채 자신이 직접 가져온 후리소메를 그가 가져온 짐 속에서 꺼냈다. 그리고 다시 입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저기 제가 부르면 이따가 좀 들어와 주시겠어요?”
두 시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케이치는 상의부터 벗기 시작하였고 모두 다 벗은 후 침대위에 올려놓았던 후리소메를 입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어깨에 걸치고 난후 보랏빛 자주색의 나고야오비를 허리에 둘렀다.
“이제 들어와 주시겠어요?”
케이치의 말과 함께 두 시녀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서히 초롱해지는 두 시녀의 눈망울. 보랏빛 자주색에 벚꽃이 수노아져있는 후리소메를 처음 본 그녀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옷에, 그리고 그 옷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동양인 남자가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보였었다.
“그렇게 멋쩍게만 보지 마시고 저좀 도와주시겠어요?”
케이치의 말에 상념이 깨어진 두 시녀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치의 말에 따라 그녀들은 옷의 매무새를 여기저기 다듬고 묶어내고 하였다. 그리고 케이치의 부탁에 다시 머리를 뒤로 살짝 묶어내림식으로 하였다. 케이치는 전신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화려한 후리소메와 나고야오비. 자신도 처음 입어보는 이 옷은 어색하긴 하였지만 아까전에 입었던 이국의 예복에 비한다며는 매우 편했었다. 일단 조여오는 기분은 없었기에.
멀리 십자가 모양의 나무가 세워진 건물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케이치는 눈을 감은채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윽하면서도 편안해지는 종소리.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뿐 곳 두 시녀가 6시라면서 보채는 바람에 방문을 나오고야 말았다. 케이치가 방문을 나오자 그 앞에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클로제와 일행들이 서 있었다. 모두다 이국식예복을 입고 나왔지만 케이치 혼자서만 후리소메를 입고 나왔었다.
“저기. 저희가 준비한 예복은...?”
클로제의 말에 케이치는 살짝 웃어넘어가는 걸로 하였다.
“하하. 이건 저희 나라의 예복이거든요. 그래서 이걸로 입어보았답니다.”
클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여자같은 옷처럼 보였지만 자기 나라의 예복이라면 자신도 어쩔수가 없기에 클로제는 수긍할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케이치의 일행이 문제였다. 자신은 저런 후리소메는 처음본다느니. 자신도 다시 저걸로 갈아입겠다느니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하였지만 케이치가 곳 연회시간이다라는 말에 다시금 잠잠해졌다.
“그럼 절 따라오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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