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Of Goddess - <제 1악장 Pie je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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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악장. Pie jesu-
Andante & Doorosor
“아직도 그녀석 화란인들과 어울리고 있는가?”
“예. 주군”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푸른 빛의 노랫소리. 대나무가 울리는 바람의 멜로디.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울려퍼지는 바스락 거리는 발자국 소리.
“그녀석도 호기심이 날만도 하지. 사실 나도 그들을 처음 봤을 적에는 도깨비인줄 알았다네. 갑자기 이상한 배가 바닷가에 나타나더니 거기서 노란 머리를 한 도깨비가 나타났었지.”
하늘색의 푸른 기모노를 입고 있는 한 중년의 남자.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있는 젊은 사내. 중년의 사내-Keima Morisato(모리사토 케이마)-는 왼손에 접혀져 있는 부채를 펼쳤다.
“저도 그땐 놀랐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화란인이었으니까요.”
케이마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걸어온 죽림의 길을 뒤돌아 보았다. 푸른 햇빛이 스며드는 푸른 대나무의 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놓여진 길. 그리고 자신의 위치.
“그래.. 그래서 케이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요즘 화란인들의 문화를 배우고 계시고 있으십니다. 다음 화란인들과의 무역때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말입니다.”
케이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화란인이 이곳 오사카에서 본지 벌써 20년전. 그리고 자신의 아들 Keiichi Morisato(모리사토 케이치)가 태어난 해. 눈가에 살짝 진 주름은 그의 나이가 불혹(不惑)의 나이에 들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편안한 미소.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의 인생.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나.... 20세가 다 된 청년이 되었다니... 이보게 타미야.”
케이마의 옆에 있던 젊은 사내-타미야는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
“잘 부탁하네. 내 아들 말일세. 자네를 형으로 생각하니 나도 참 편하군.”
“아닙니다. 주군.”
“아닐세..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사카모토 타미야.”
바람에 흩날리는 죽엽들. 그리고 그 사이에 부목을 하고 있는 검은 기모노의 사내. 타미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정적. 타미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군. 이제 오시(午時)가 되었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케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를 돌아 다시금 왔던 길을 돌아가는 두사람. 서서히 옅어지는 푸른 죽림의 바다. 서서히 그 둘을 비추어 주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두 사람의 눈 앞에 보이는 넓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인 모리사토가(家)전이 보였다.
천천히 내려오는 두 사람. 그 둘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 둘의 귓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은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걸어가보았다.
"
goedemiddag!"
화란인들이 모여사는 화란(和蘭)전에서 들려오는 어설픈 말소리.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청년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리고 그 청년 앞에 서 있는 금발의 곱슬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화란인.
“goedemiddag, meneer Morisato!"
화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청년-케이치는 눈웃음을 건넸다.
“Hoe gaat hat met u, meneer Anwar?"
"Uitstekend, dank u."
Anwar의 인사에 케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는 두 사람-모리사토 케이마와 사카모토 타미야는 살짝 발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옆을 쳐다보는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아버지 나오셨습니까?”
케이치의 인사에 케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치의 인사를 따라한 Anwar는 고개를 들어 케이마를 바라보았다.
“아. 이 사람은 이번에 화란국에서 대표로 오신 Anwar라고 합니다.”
“처음뵙겠습니다. 화란에서 온 Anwar라고 합니다.”
Anwar의 말에 케이마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나라에 처음 온 사내가 비록 인사말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사람을 놀래키면서 인사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 아.. 네. 저는 이곳 긴키(近畿)지방-오사카-을 다스리고 있는 Keima Morisato입니다.”
케이마는 Anwar를 바라보았다. 금색의 짧은 곱슬머리에 파란 눈동자. 커다란코와 살짝 그을은 피부. 그리고 얼굴에 세겨져 있는 노년의 주름.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미소. 비록 가식적일지는 몰라도 케이마에 대한 Anwar의 인상은 매우 좋았었다.
“아버지. 나중에 시간을 만들어 이야기를 해 보십시오. 이 분도 피곤하시고 그러니 이만 돌아가서 쉬시지요.”
케이치의 말에 케이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Anwar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케이마는 Anwar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발을 돌려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케이마의 뒤를 따라가는 타미야.
“형 잠시만.”
타미야를 부른 케이치는 타미야에게 다가가서는 살짝 귓속말을 하였다.
“고마워요.”
케이치의 작은 말에 타미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미 먼저 나간 케이마를 향해 뛰어갔다.
“meneer Anwar. op een later tijdstip ophalen?"
"ja"
어두운 방안을 비추어주는 작은 호롱불. 그리고 그 불빛이 감싸주는 2명의 사내.
“아버지. 저 이번 화란 무역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케이치는 앞에 좌선하고 있는 케이마를 바라보았다. 5년전부터 가고 싶었던 화란국. 그리고 5년전의 아버지와의 약속.
“5년전,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20살이 되었을 때 화란 무역에 껴 주시겠다고.”
“허나 그건 너가 어렸을때 일이지 않느냐? 화란국의 정확한 위치도, 또 얼마나 걸리지도 모른다. 또한 화란국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알지 않느냐? 해적도 있고,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럼 위험한 곳에 너를 보내고 싶지 않구나. 너는 이 집안의 장남이다. 우리 모리사토가의 핏줄을 이을 독자란 말이다.”
“아버지. 그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한번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저 명나라가 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또 화란국 주위에는 어떤 나라가 있는지, 또 어떻게 사는지를 말입니다.”
케이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앞에 부목하고 있는 케이치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케이마의 따스한 손의 온기가 그의 어깨에 전해졌다.
“정말 가야만 되겠느냐?”
케이마의 눈가에 맺힌 붉은 눈망울이 흘러내렸다. 케이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케이마는 케이치의 어깨를 끌어 자신의 품에 앉았다.
“케이치. 항상 기억해 두거라. 넌 자랑스러운 모리사토가의 장남이다. 그리고 독자이다. 그러니 항상 너 자신을 소중히 하거라. 그리고... 언제나 이걸 가지고 다니거라.”
케이마는 품속에서 하얀 비단 봉투를 꺼내었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조그마한 노리개를 하나 꺼내었다. 용을 세긴 옥돌에 노란색 끈이 달린 조그마한 노리개. 케이치는 케이마의 손에서 그 노리개를 받아 손 위에 올려 놓았다.
“이건..”
“니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이다. 이 아비가 너희 어머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사준 노리개였지. 하지만 이제 니가 가지고 있거라. 아마 니 어머니가 널 보살펴 주실거다.”
케이치는 손에 들린 노리개를 살며시 잡았다. 차갑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옥. 떨어지는 두 줄기의 눈물은 그의 의지로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아버지-케이마. 케이마는 자신의 푸른, 하지만 붉은 빛으로 감싼 비단손수건으로 케이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만 그치거라. 사내자식이 울면 어디에 쓰겠느냐?”
케이마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어린 모습의 아들을 본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렇게 우는 아이를 본지 언제인지. 케이마는 케이치를 다시 품에 안았다.
“넌 내 아들이다. 그리고 난 너의 아버지이고. 알겠니?”
“네!”
케이치는 밝은 미소를 보였다. 너무나도 밝은 미소를. 누군가에게 보내는... 그런 미소를...
[피슈웅~~~ 펑!]
오사카항에서 매년 2번씩 터지는 불꽃. 정박해 있는 이양선들과 그 앞 부두에 서 있는 푸른 눈의 선원들. 그것을 호김심 있게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앞에 있는 단상. 그 위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현 긴키지방의 영주 모리사토 케이마. 그의 아들 모리사토 케이치. 현 막부정권의 최고 가문 무로마치가(家)에서 온 사신. 화란국에서 온 상인 일행의 대표 Anwar. 그리고 이 주위 지방의 영주들과 상인들.
“모두 정렬!”
단상 앞에 서있는 백병장. 그리고 그 앞을 긴키(近畿)지방을 지키는 백여명의 무사들이 각자의 대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어깨에 매고 있는 조총과 허리에 차고 있는 도검. 사열식을 위한 대열이었다. 그들의 행동이 멈추자 사람들은 단상 위에서 일어나는 케이마를 바라보았다. 케이마는 품에서 한지봉투를 꺼내 그 안에서 한 장의 글을 꺼냈다.
“친애하는 신민 여러분. 그리고 이곳을 찾아주신 무로마치가를 포함한 귀빈 여러분. 이번 제 40차 화란국 무역 행사에 참여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室町(무로마치) 62년. 처음 화란국 사람들과의 무역이 시작된 후 이번에 40번째 항해가 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저 머나먼 바다건너 온 화란인 입니다. 분명히 이들은 무사히 본국으로 도착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번에 저희 가문에서는 화란국으로 한명의 사신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저의 아들 모리사토 케이치 입니다. 저의 하나뿐인 아들이라 걱정이 많습니다만 저는 이 화란국 사람들을 믿고 제 아들을 머나먼 이국의 땅에 사신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케이마의 연설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푸른 바닷가를 날아다니던 갈매기 한 마리가 이양선의 돗대 위에 살며시 앉았다.
바다에서 부는 푸른 바람이 파도를 만들었고, 그 파도는 해안가를 향해 갔었다. 서서히 하늘의 끝을 향해 올라가는 태양.
“室町(무로마치) 82년(1420)년 여름. 이로서 이 항해의 성공을 기원하며 이 연설을 마칩니다.”
케이마의 연설이 끝나고 자리에 앉자, 단상 앞에 있던 백인장이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칼집에서 칼을 뽑아 하늘을 향해 세웠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있던 백여명의 무사들 모두가 그의 행동과 똑같이 칼을 뽑아 하늘을 향해 세웠다. 숭고스러운 하나의 의식. 그들이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그리고 그들의 주군인 모리사토 케이마의 아들 모리사토 케이치님이 무사히 이곳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케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보이는 부두를 향해 걸어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케이마. 케이치는 그런 그의 눈길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볼 수 있기에.
화란인들이 모두 배에 올라탄 후, 배의 갑판에서 울리는 소라의 고둥소리에 돛대에 달렸던 삼각형과 사각형의 돛들이 모두 펴졌고, 바다에 떨어져 있던 닻들이 다시 배로 올라갔다. 서서히 움직이는 이양선들. 하나 둘 저 먼 대양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항해가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들의 모습이 저 수평선에서 사라질 때 까지...
케이마 역시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부디 화란국 까지 무사히 당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Andante & Doorosor
“아직도 그녀석 화란인들과 어울리고 있는가?”
“예. 주군”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푸른 빛의 노랫소리. 대나무가 울리는 바람의 멜로디.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울려퍼지는 바스락 거리는 발자국 소리.
“그녀석도 호기심이 날만도 하지. 사실 나도 그들을 처음 봤을 적에는 도깨비인줄 알았다네. 갑자기 이상한 배가 바닷가에 나타나더니 거기서 노란 머리를 한 도깨비가 나타났었지.”
하늘색의 푸른 기모노를 입고 있는 한 중년의 남자.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있는 젊은 사내. 중년의 사내-Keima Morisato(모리사토 케이마)-는 왼손에 접혀져 있는 부채를 펼쳤다.
“저도 그땐 놀랐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화란인이었으니까요.”
케이마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걸어온 죽림의 길을 뒤돌아 보았다. 푸른 햇빛이 스며드는 푸른 대나무의 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놓여진 길. 그리고 자신의 위치.
“그래.. 그래서 케이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요즘 화란인들의 문화를 배우고 계시고 있으십니다. 다음 화란인들과의 무역때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말입니다.”
케이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화란인이 이곳 오사카에서 본지 벌써 20년전. 그리고 자신의 아들 Keiichi Morisato(모리사토 케이치)가 태어난 해. 눈가에 살짝 진 주름은 그의 나이가 불혹(不惑)의 나이에 들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편안한 미소.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의 인생.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나.... 20세가 다 된 청년이 되었다니... 이보게 타미야.”
케이마의 옆에 있던 젊은 사내-타미야는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
“잘 부탁하네. 내 아들 말일세. 자네를 형으로 생각하니 나도 참 편하군.”
“아닙니다. 주군.”
“아닐세..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사카모토 타미야.”
바람에 흩날리는 죽엽들. 그리고 그 사이에 부목을 하고 있는 검은 기모노의 사내. 타미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정적. 타미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군. 이제 오시(午時)가 되었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케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를 돌아 다시금 왔던 길을 돌아가는 두사람. 서서히 옅어지는 푸른 죽림의 바다. 서서히 그 둘을 비추어 주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두 사람의 눈 앞에 보이는 넓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인 모리사토가(家)전이 보였다.
천천히 내려오는 두 사람. 그 둘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 둘의 귓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은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걸어가보았다.
"
goedemiddag!"
화란인들이 모여사는 화란(和蘭)전에서 들려오는 어설픈 말소리.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청년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리고 그 청년 앞에 서 있는 금발의 곱슬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화란인.
“goedemiddag, meneer Morisato!"
화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청년-케이치는 눈웃음을 건넸다.
“Hoe gaat hat met u, meneer Anwar?"
"Uitstekend, dank u."
Anwar의 인사에 케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는 두 사람-모리사토 케이마와 사카모토 타미야는 살짝 발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옆을 쳐다보는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아버지 나오셨습니까?”
케이치의 인사에 케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치의 인사를 따라한 Anwar는 고개를 들어 케이마를 바라보았다.
“아. 이 사람은 이번에 화란국에서 대표로 오신 Anwar라고 합니다.”
“처음뵙겠습니다. 화란에서 온 Anwar라고 합니다.”
Anwar의 말에 케이마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나라에 처음 온 사내가 비록 인사말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사람을 놀래키면서 인사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 아.. 네. 저는 이곳 긴키(近畿)지방-오사카-을 다스리고 있는 Keima Morisato입니다.”
케이마는 Anwar를 바라보았다. 금색의 짧은 곱슬머리에 파란 눈동자. 커다란코와 살짝 그을은 피부. 그리고 얼굴에 세겨져 있는 노년의 주름.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미소. 비록 가식적일지는 몰라도 케이마에 대한 Anwar의 인상은 매우 좋았었다.
“아버지. 나중에 시간을 만들어 이야기를 해 보십시오. 이 분도 피곤하시고 그러니 이만 돌아가서 쉬시지요.”
케이치의 말에 케이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Anwar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케이마는 Anwar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발을 돌려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케이마의 뒤를 따라가는 타미야.
“형 잠시만.”
타미야를 부른 케이치는 타미야에게 다가가서는 살짝 귓속말을 하였다.
“고마워요.”
케이치의 작은 말에 타미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미 먼저 나간 케이마를 향해 뛰어갔다.
“meneer Anwar. op een later tijdstip ophalen?"
"ja"
어두운 방안을 비추어주는 작은 호롱불. 그리고 그 불빛이 감싸주는 2명의 사내.
“아버지. 저 이번 화란 무역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케이치는 앞에 좌선하고 있는 케이마를 바라보았다. 5년전부터 가고 싶었던 화란국. 그리고 5년전의 아버지와의 약속.
“5년전,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20살이 되었을 때 화란 무역에 껴 주시겠다고.”
“허나 그건 너가 어렸을때 일이지 않느냐? 화란국의 정확한 위치도, 또 얼마나 걸리지도 모른다. 또한 화란국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알지 않느냐? 해적도 있고,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럼 위험한 곳에 너를 보내고 싶지 않구나. 너는 이 집안의 장남이다. 우리 모리사토가의 핏줄을 이을 독자란 말이다.”
“아버지. 그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한번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저 명나라가 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또 화란국 주위에는 어떤 나라가 있는지, 또 어떻게 사는지를 말입니다.”
케이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앞에 부목하고 있는 케이치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케이마의 따스한 손의 온기가 그의 어깨에 전해졌다.
“정말 가야만 되겠느냐?”
케이마의 눈가에 맺힌 붉은 눈망울이 흘러내렸다. 케이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케이마는 케이치의 어깨를 끌어 자신의 품에 앉았다.
“케이치. 항상 기억해 두거라. 넌 자랑스러운 모리사토가의 장남이다. 그리고 독자이다. 그러니 항상 너 자신을 소중히 하거라. 그리고... 언제나 이걸 가지고 다니거라.”
케이마는 품속에서 하얀 비단 봉투를 꺼내었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조그마한 노리개를 하나 꺼내었다. 용을 세긴 옥돌에 노란색 끈이 달린 조그마한 노리개. 케이치는 케이마의 손에서 그 노리개를 받아 손 위에 올려 놓았다.
“이건..”
“니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이다. 이 아비가 너희 어머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사준 노리개였지. 하지만 이제 니가 가지고 있거라. 아마 니 어머니가 널 보살펴 주실거다.”
케이치는 손에 들린 노리개를 살며시 잡았다. 차갑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옥. 떨어지는 두 줄기의 눈물은 그의 의지로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아버지-케이마. 케이마는 자신의 푸른, 하지만 붉은 빛으로 감싼 비단손수건으로 케이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만 그치거라. 사내자식이 울면 어디에 쓰겠느냐?”
케이마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어린 모습의 아들을 본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렇게 우는 아이를 본지 언제인지. 케이마는 케이치를 다시 품에 안았다.
“넌 내 아들이다. 그리고 난 너의 아버지이고. 알겠니?”
“네!”
케이치는 밝은 미소를 보였다. 너무나도 밝은 미소를. 누군가에게 보내는... 그런 미소를...
[피슈웅~~~ 펑!]
오사카항에서 매년 2번씩 터지는 불꽃. 정박해 있는 이양선들과 그 앞 부두에 서 있는 푸른 눈의 선원들. 그것을 호김심 있게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앞에 있는 단상. 그 위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현 긴키지방의 영주 모리사토 케이마. 그의 아들 모리사토 케이치. 현 막부정권의 최고 가문 무로마치가(家)에서 온 사신. 화란국에서 온 상인 일행의 대표 Anwar. 그리고 이 주위 지방의 영주들과 상인들.
“모두 정렬!”
단상 앞에 서있는 백병장. 그리고 그 앞을 긴키(近畿)지방을 지키는 백여명의 무사들이 각자의 대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어깨에 매고 있는 조총과 허리에 차고 있는 도검. 사열식을 위한 대열이었다. 그들의 행동이 멈추자 사람들은 단상 위에서 일어나는 케이마를 바라보았다. 케이마는 품에서 한지봉투를 꺼내 그 안에서 한 장의 글을 꺼냈다.
“친애하는 신민 여러분. 그리고 이곳을 찾아주신 무로마치가를 포함한 귀빈 여러분. 이번 제 40차 화란국 무역 행사에 참여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室町(무로마치) 62년. 처음 화란국 사람들과의 무역이 시작된 후 이번에 40번째 항해가 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저 머나먼 바다건너 온 화란인 입니다. 분명히 이들은 무사히 본국으로 도착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번에 저희 가문에서는 화란국으로 한명의 사신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저의 아들 모리사토 케이치 입니다. 저의 하나뿐인 아들이라 걱정이 많습니다만 저는 이 화란국 사람들을 믿고 제 아들을 머나먼 이국의 땅에 사신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케이마의 연설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푸른 바닷가를 날아다니던 갈매기 한 마리가 이양선의 돗대 위에 살며시 앉았다.
바다에서 부는 푸른 바람이 파도를 만들었고, 그 파도는 해안가를 향해 갔었다. 서서히 하늘의 끝을 향해 올라가는 태양.
“室町(무로마치) 82년(1420)년 여름. 이로서 이 항해의 성공을 기원하며 이 연설을 마칩니다.”
케이마의 연설이 끝나고 자리에 앉자, 단상 앞에 있던 백인장이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칼집에서 칼을 뽑아 하늘을 향해 세웠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있던 백여명의 무사들 모두가 그의 행동과 똑같이 칼을 뽑아 하늘을 향해 세웠다. 숭고스러운 하나의 의식. 그들이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그리고 그들의 주군인 모리사토 케이마의 아들 모리사토 케이치님이 무사히 이곳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케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보이는 부두를 향해 걸어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케이마. 케이치는 그런 그의 눈길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볼 수 있기에.
화란인들이 모두 배에 올라탄 후, 배의 갑판에서 울리는 소라의 고둥소리에 돛대에 달렸던 삼각형과 사각형의 돛들이 모두 펴졌고, 바다에 떨어져 있던 닻들이 다시 배로 올라갔다. 서서히 움직이는 이양선들. 하나 둘 저 먼 대양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항해가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들의 모습이 저 수평선에서 사라질 때 까지...
케이마 역시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부디 화란국 까지 무사히 당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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