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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여신님-출동, 머신 아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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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 외곽.

어두운 밤하늘에서 연푸른 달빛이 한 성당을 내리쬐고 있었다. 이곳은 예전, 초류향과 리리스, 한시영이 회의를 가졌던 네이 안데르슨의 건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건물을 방문한 세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후우. 끔찍한 시간이었다, 쿠사나기.”

하얀 바바리 코트에 묵직한 시가(Cigar)를 입에 문 금발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의 세 명 중 가장 화려해 보이는 남자였다. 손가락 하나하나에는 굵은 호박색 다이아가 박힌 금반지들이 끼워져 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하나같이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명품들이었다. 마치 영국 왕실의 귀족이라도 되는 것 같은 차림새였다.

“켓. 쿠사나기이~. 반드시 녹여버리고 만다. 켓켓.”

바바리 남자의 말을 받은 것은 세 명중 가장 능글능글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였다. 기본적으로 미남형의 얼굴이지만 그 입가에 자리 잡고 있는 저열한 미소가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었다. 그는 누추한 밤색 코트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로 붕대가 삐져나온 것이 몸 전체를 붕대로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남자. 그는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는 러시아 KGB제복의 남자였는데 전체적으로 과묵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곁에 있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차가운 표정. 전반적으로 감돌고 있는 비장미와 금욕적인 분위기. 그 모든 것이 이 남자를 굳건히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는 앞의 남자들과는 달리 이곳에 오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거기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생김새였다. 그들은 세쌍둥이라도 되는 건지, 체격 조건이나 얼굴 생김새가 한결같이 닮아 있었다. 단지 그 풍기는 분위기들이 너무나 이질적이라서 얼핏 봐서는 절대로 동일 인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바로 용마인들이었다. 바바리코트의 남자가 레비아탄(Leviathan). 붕대의 남자가 스머그(Smoug). KGB군복의 남자가 파프니르(Fernir)였다.

“빌어먹을! 쿠사나기, 이 망할 자식은 도대체 어떻게 되버린 거야? 죽을 때 죽더라도 확실히 인수인계는 해놓고 뒈져야 할 거 아냐! 카칵!”

스머그는 쿠사나기를 욕하며 진저리를 쳤다. 그의 말에 레비아탄은 가볍게 코웃을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 그 얼려죽일 년들에게 봉인되어 있었던 동안 테라의 애완견들에게 당한 것도 모자라 우리까지 그 고생을 시켜놓고 이런 수고를 끼치는 건 확실히 좋게 봐줄 수 없어. 어째서 그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 인격의 자리가 비어있는 거지?”

“켓. 모르지. 혹시 어디선가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지도.”

“아니, 그건 아닐 거다. 일단 그의 기억은 저번 오라 능력자들에게 당한 이후로 멈춰진 상태다. 기억 공유가 두절되었을 경우에는 본체로 돌아갔을 때와 소멸되었을 때 둘뿐이지 않은가. 메두사에게 연락이 없는 걸로 봐서는 분명 쿠사나기가 소멸된 건 확실해.”



그때 KGB제복의 남자, 파프니르가 그들에게 손짓을 하며 성당의 한 어둠 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파프니르의 손가락을 따라 레비아탄과 스머그가 돌아본 방향에는 달빛을 등진 한 인영이 서있었다.

“하하하하. 동방예의지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낭랑한 웃음소리,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이는 한성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평범한 인상의 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 소년의 눈동자는 범상치 않은 초록빛을 띄고 있었다. 소년, 카이 브릿드는 세 명의 남자들을 돌아보며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요르문간드의 화신 분들.”







요르문간드의 화신은 대재해 이후 총 여덟 명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2020년 대재해 때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화신, 브리트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세계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화신들. 피스메이커는 그들을 용마인이라는 코드네임(Code Name)으로 칭했다.

중국의 초류향.

일본의 쿠사나기.

미국의 스머그.

영국의 레비아탄.

러시아의 파프니르.

이상이 삼차원에서 목격된 화신들의 전부다. 그중 메두사(Medusa)라는 화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고, 단지 이 일곱 명의 화신을 티아마트(Tiamat)라는 화신이 제어한다고 한다.

“티아……마트라.”

키보드 앞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있던 닥터는 잠시 손을 멈췄다.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앉으며 자신의 개인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이렇다할 취미가 없던 닥터는 틈틈이 몬스터와 피스메이커에 관한 기록들을 정리해왔었고, 그러던 것이 어느덧 5년. 자료 정리는 어느새 그의 취미가 되어 있었다.

“뭔가 의미심장하군.”

에누마 엘리쉬 제 1점토판 135행에서 136행을 찾아보면, 티아마트는 ‘일곱 갈래의 큰 뱀을 낳고 무수한 무기를 더했다. 이빨은 날카롭고 가차 없으며 그녀는 피 대신 독액을 그 몸에 가득 채웠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덟개의 화신을 가진 요르문간드에게서 나머지 일곱 명의 화신들을 관리하는 주 인격의 이름이 티아마트라.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닥터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첫 번째 화신 브리트라는 피스 그레이에 의해 소멸되었다.’

LA를 쑥대밭으로 만든 그 장본인은 다른 화신들과는 달리 D타입의 형태로 나타났었다. 드래곤(Dragon). SA급으로 분류되는 최악의 몬스터. 작년 북경의 용장호 사건도 이 드래곤을 B타입 몬스터 와이번과 착각하는 바람에 생겨났던 일이다.

‘브리트라는 죽음 후, 영국과 미국, 중국과 러시아, 일본 각지에서는 속속들이 새로운 화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수는 다섯. 죽은 브리트라를 합쳐도 여덟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나머지 두 명의 화신들은 게이트를 넘어오지 못한 것 같다.

 ‘그들 용마인들은 어떤 일관된 목적 아래 움직이는 것으로 보여지며 그 목적이란 세계 각지에 위치한 가이아의 탐색으로 추측된다.’

가이아. 오라의 성지. 다른 말로 내룡이라고도 하며, 용맥의 흐름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번화가, 각 나라의 수도가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영국의 런던과 중국의 북경, 일본의 동경과 통일한국의 서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예외적으로 LA와 시베리아였지만, 이는 풍수지리학의 유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가이아의 탐색.’

그 중에서도 가이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옴팔로스. 그것이 그들의 탐색 대상임이 분명했다. 그러던 중 초류향이 자신의 구역을 벗어나 새로운 탐색지로 통일한국을 지목했다. 현재 한국의 몬스터 발생율은 세계 전역과 비교해 볼 때 80%라는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용마인들은 가이아의 옴팔로스가 한국에 위치한다고 믿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초류향 역시 피스 그레이에 의해 소멸되었다.’

그것이 촉진제가 되어 일본의 쿠사나기를 서울로 불러들이게 된다. 아마도 삼차원에 구현된 요르문간드의 화신들에게는 타이마트와는 독립적으로 메인 퍼스널러티(Main Personality)가 존재하는 듯 하다. 처음은 브리트라, 두 번째는 초류향. 세 번째는 쿠사나기.
 이들 세 용마인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이드 퍼스널러티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행동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메인 퍼스널러티로 선정된 화신은 자신의 의사로 행동할 수 있는 것 같다.

‘메인 퍼스널러티는 계승된다.’

아마도 메인 퍼스널러티의 화신이 죽으면 나머지 화신들 사이에서 새로운 주 인격이 선정되는 듯 하다. 그 계승이 어떤 특별한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주 인격 쿠사나기 역시 피스 그레이에 의해 소멸.’

그렇다면 다음 메인 퍼스널러티는?

하지만 이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아직까지 없다. 단지…….

“으음…….”

닥터는 신음을 흘리며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그의 손을 멈추게 했다. 그는 차를 들이키며 마음을 애써 달랬다.

탁탁

머뭇거리던 닥터의 손가락이 빠르게 다음 내용을 기록한다.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던 용마인들이 자취를 감췄다.’

그들은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쿠사나기, 날 도와주지 않겠어?’

네크로맨서는 그렇게 접근해왔다. 그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정확한 방법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아마, 노아의 연구는 거기까지 진척이 된 모양이었다. 어쨌든, 본체의 메두사를 통해 들은 카이의 전언은 다음과 같았다.

‘차원 왜곡 현상이 얼어날 정도로 기상 변화를 일으켜라. 너는 피스 그레이와 그 일행들을, 나는 오라의 주인을 맡는 거다.’

그때 쿠사나기는 피스 그레이와의 승부에 혈안이 되어 있었기에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안을 승낙한 결과, 쿠사나기는 소멸하고 말았다.

“켓. 이제야 행차시로군. 잘도 그 뻔뻔스런 낯짝으로 웃고 있어. 어이, 빌어먹을 꼬맹아. 이게 어덯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해보실까?”

스머그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카이 브릿드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는 이 애송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리스의 보호 속에서 벌벌 떨기나 하던 겁쟁이가……무엇보다 놈은 쿠사나기르 부추겨 그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었다.

“그래. 변명이라도 해보시지. 감히 요르문간드의 화신을 이용해먹은 그 이유란 걸 말이야.”

“이런, 이용이라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카이는 여전히 싱긋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겉으로는 공손한 것 같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파프니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없이 카이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럼 변명을 시작해 보죠. 일단 쿠사나기는 피스 그레이의 목숨을 취하고 싶어 했지만 마정의 핵을 무리하게 남용한 결과 정이 고갈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약에 필요한 차원 왜곡 현상이 필요했고요. 여기서 그와 저의 이해관계가 성립합니다. 전 그에게 창생의 술로 미약하나마 대신할 육체를 마련해 주었고, 그는 절 여기로 넘어오게 해주었습니다. 공평한 교섭이었죠.”

“공평하다고? 꽤나 시건방진 소리를 입에 담는군. 감히 요르문간드의 화신을 상대로 조건을 제시하다니. 네 놈은 목숨이 열개라도 되는 모양이지?”

레비아탄이 분노하자 그 주위의 대기가 무겁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과자오디게 손을 흔들며 고개를 낮췄다.

“그럴 리가요. 제가 입을 잘못 졸렸군요. 사과드립니다.”

“사과 따윈 때려치우고, 켓! 누가 너에게서 쿠사나기와의 계약 따위를 듣고 싶었는 줄 알아? 그건 이미 우리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야!”

기억 공유로 인해 그들은 쿠사나기가 오라 능력자들에게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 조차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마치 자신의 죽음처럼.

스머그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기분이 더러워졌는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는 카이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았다.

‘저 망할 자식! 분명 우리가 서로의 기억을 공유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고의로 신겨을 건드리고 있는 거야. 저 빌어먹을 꼬맹이가!

“켁!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주 인격의 계승에 관한 것이다! 쿠사나기 녀석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선 주 인격이 나오지 않았어! 나도! 레비아탄도! 저기 보이는 파프니르에게서도! 이에 대해서 설명해 보시지! 우리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말이야!”

“흐으음. 역시 그랬군요. ……주 인격이 계승되지 않았어.”

 카이는 낮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짐작이 가는 바가 있는 거냐? 아니 그것보다도…….”

레비아탄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카이를 쏘아보았다.

“……쿠사나기는 정말 죽은 것인가?”

“……!”

그 말에 스머그와 파프니르가 눈을 부릅뜨며 레비아탄을 돌아보았다. 스머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켓! 그게 웬 헛소리야? 네가 앞서 말했다시피 구사나기의 기억은 멈춰져있었다. 거기다 메두사에게서도 별 다른 소식이 없었고. 네 자신이 가장 먼저 그 녀석의 소멸을 확신했잖아?”

 “…….”




하지만 레비아탄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줄곧 카이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조용히 받아내던 카이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레비아탄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쿠사나기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

카이의 말에 질문을 던졌던 레비아탄 조차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머그는 대번에 불같이 화를 내며 카이에게 소리쳤다.

“칵! 이 망할 새끼가! 어디까지 우릴 속이려고!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 전에 네 놈이 알고 있는 사실을 불어! 하나도 빠짐없이!”

“아아아. 진정하십시오. 스머그 님. 전 한번도 여러분을 속인적이 없습니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카이는 스머그의 분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충 손을 저으며 말했다.

“쿠사나기는 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살아있다고도 할 수 없죠.”

“……뭐?”

스머그가 맥없이 되물었고 조용히 있던 파프니르도 눈썹을 꿈틀거렸다. 레비아탄은 카이의 얘기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죽지 않았지만 살아있지도 않다?”

“예. 일단 이것을 주목해주시지요.”

카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상자를 모두에게 들어 보였다. 상자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직육면체 모양의 단열 상자였다. 그는 상자의 뚜껑을 개봉하고 그 안의 내용물을 모두에게 꺼내보였다. 그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요르문간드의 화신들은 모두들 할 말을 잃어버렸다.

“쿠……사나기?”

제일 먼저 냉정을 되찾은 레비아탄이 중얼거렸다.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쿠사나기입니다.”

카이의 손에 들려있던 내용물. 그것은 다름 아닌 해저 터널 속에서 소멸되었다고 여겨졌던 쿠사나기의 머리였다. 두개골이 처참하게 함몰된 채 머리의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채 마르지 않는 녹색 체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쿠사나기의 시신이 썩지 않고 지금껏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것은 그 존재가 본래 뼈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머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이, 이게……살아있다고?”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아닙니다.”

카이는 차갑게 그의 말을 수정해주며 쿠사나기의 머리를 다시 상자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는 머리를 잡은 자신의 손을 불쾌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그의 조각을 회수했을 대는 이미 정의 수명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무리하게 마정의 핵을 남용한 결과 자신의 형체조차 수복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간신히 창생의 술로 숨이 끊어지지 않게는 만들 수 있었지만……그것이 한계였습니다.”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주 인격이 계승되지 않은 것은 쿠사나기가 이런 상태로도 숨이 붙어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 같아서는 편안히 그를 보내주고 싶었지만……왠지 제가 결정할 사안은 아닌 것 같아서 보류해 두고 있었죠.”

“과연……우리를 부른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던가.”

레비아탄은 그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네크로맨서가 자신들을 불러들였을 때, 그에 합당하는 이유가 없을 경우 자신은 카이를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죽은 초류향이 명예욕을 추구했던 것처럼 레비아탄은 재욕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한다. 눈앞의 쿠사나기라는 재욕이 그의 눈을 어둡게 만든 것이다.

그때 스머그가 흥분한 어조로 카이에게 소리쳤다.

“켓! 케켓! 그, 그럼……그 쿠사나기의 목을 취하는 자가……다음 주 인격이 될 수 있단 말이지! 계승자가!”

스머그의 떨리는 손이 카이가 들고 있던 상자로 향했다. 하지만 카이는 재빨리 상자를 뒤로 감추며 혀를 찼다.

“이런. 이런.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스머그 님. 마치 발정난 개처럼 너무 서두르시는군요.”

“칵! 뭣이!”

스머그는 분노하며 카이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붕대 사이로 드러난 그의 안광이 광기에 찬 노란빛을 흘렸지만 카이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아아. 쿠사나기의 머리를 넘겨드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요르문간드의 화신 중 한 분이신 스머그 님 이라면 인수받을 자격도 충분히 있고요. 하지만…….”

카이는 레비아탄과 파프니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머그에게 웃어보였다.

“과연 저 분들은 스머그 님이 주 인격의 자리를 차지하시는 걸 어떻게 생각할까요?”

“……!”

스머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레비아탄과 파프니르를 돌아보았다. 레비아탄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고, 파프니르는 팔짱을 낀 채 침묵하고 있었다. 스머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카이를 돌아보았다.

“너, 이자식……!”

“흥!”

카이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스머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자신의 흐트러진 옷깃을 바로하며 레비아탄과 파프니르를 향해 걸어갔다. 스머그는 망연자실하게 그 두시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자. 어쨌든 이 자리의 세 분에게는 쿠사나기의 머리를 인수받을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대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군요. 중간에 끼여 있는 저로서는 곤란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느 분에게 쿠사나기의 머리를 넘겨야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레비아탄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카이를 냉정하게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후, 어렵게 말을 돌리는군.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쿠사나기의 목은 넘겨 줄 수 없다……이것 아닌가?”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여러분들을 여기로 부르지도 않았겠죠.”

카이는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성당의 그림자 속에서 무거운 괴음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바위로 만들어진 두 마리의 거인들이었다. 레비아탄은 그 거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크로맨서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항상 두 마리의 골렘들을 대동한다던데……이것들이 바로 그것인가?”

“예. 비프론즈(Bifrons)와 네비로스(Nebiros)라고 합니다. 제가 아끼는 라무의 아이들이죠.”

카이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골렘들을 환한 미소로 반기며 그들의 바위로 이루어진 몸체를 쓰다듬었다. 스머그는 초조한 눈빛으로 골렘들을 노려보다가 카이에게 소리쳤다.

“큭! 그런 녀석들의 이름 따윈 알고 싶지 않다! 그것보다 무슨 이유로 이 녀석들을 불러낸 거지!”

“아아. 그야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죠. 만약 쿠사나기의 목을 차지하기 위해 스머그 님이 이성이라도 잃을 시에는 전 꼼짝없이 죽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칵! 뭣!”

스머그는 분노하며 몸에서 은은한 자색의 기운을 뿜어냈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이의 말에 동의했다.

“흠. 일리가 있는 말이야. 확실히 스머그, 네 녀석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지.”

“크으으윽. 해보자는 거냐, 도련님?”

스머그와 레비아탄이 흉흉한 기세를 서로에게 내뿜으며 자신의 기운을 전개시켰다. 그러자 성당 안의 공기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이는 골렘의 어깨에 올라타며 그 광경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쨌든 잠시동안만 쿠사나기의 머리는 제가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가려주십시오.”

“……가려? 가려달라니?”

레비아탄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묻자 카이는 자신의 손에 들린 상자를 흔들어 보이며 답했다.

“쿠사나기의 머리를 가질 정당한 계승자를 가려달란 말입니다. 제가 마음 놓고 이것을 넘겨드릴 수 있게.”

“……!”

스머그와 레비아탄, 파프니르의 눈동자가 크게 뜨여졌다. 그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서로를 돌아보았다. 지금 이 자식은 우리에게…….

“자해하라는 건가? 쿠사나기의 목을 넘겨받고 싶으면 서로 싸우라는?”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레비아탄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지압하며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어리석은 녀석.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벌인다는 거냐? 아무리 네 녀석이 우리와 같은 바르의 별이라고는 하나 오만함도 정도가 있다. 지금 너 혼자서 우리 세 명을 다 감당해낼 수 있다는 소리인 건가?”

마음만 먹으면 네 녀석에게서 쿠사나기의 목쯤은 언제든지 받아낼 수 있다. 레비아탄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요르문간드는 바르의 별들 중 최강을 자랑한다. 그에게 있어서 창생의 술이나 주물럭거리는 네크로맨서의 협박 따위는 우습지도 않은 것이다.

카이는 용마인들의 분노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쓴 웃음을 지었다.

“제 말을 어떻게 들으신 겁니까? 전 단지 계승자를 가려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제가 쿠사나기의 목을 여러분에게 넘겨드리는 건 일도 아니에요. 하지만 넘겨드린 이후의 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제 말을 어떻게 들으신 겁니까? 전 단지 계승자를 가려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제가 쿠사나기의 목을 여러분에게 넘겨드리는 건 일도 아니에요. 하지만 넘겨드린 이후의 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카이는 용마인들의 누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어느 분에게 이것을 넘겨드리는 게 옳은 걸까요? 스머그 님께? 레비아탄 님께? 아니면 파프니르 님께?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머지 분들에게선 불만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저에게로 향하겠죠. 아시다시피 전 여러분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이 약한 존재입니다. 도저히 그 분노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요.”

“ 으음.”

모두는 침음했다. 카이의 말에서 틀린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솔직히 그의 말대로 지금 자신들은 쿠사나기의 목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은가? 이런 자신들에게 쿠사나기의 목을 던져준다면 피바람이 일 건 눈에 보듯 훤한 일이었다.

그렇게 레비아탄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 참다 못한 스머그가 소리쳤다.

 “칵! 그래! 결국 강한 자가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건 당연한 이치!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군!”

“스머그?”

레비아탄은 표정을 굳히며 그를 노려보았다. 스머그는 이미 결론을 내렸는지 망설임 없이 힘을 개방시켰다. 그는 레비아탄을 돌아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카카카! 이제 그만 위선의 가면은 벗지 그래, 도련님? 우리 솔직해지자고. 난 어떻게 해서든 주 인격이 되야겠어! 티아마트의 지긋지긋한 수발 노릇도! 의미 없는 꼭두각시 노릇도 이젠 질려버렸다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너……!”

레비아탄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바보 같은 녀석. 이미 투쟁 본능으로 몸이 달아올랐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들어 먹히지 않겠군!

그는 이 싸움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뭔가가 찝찝했다. 마치 네크로맨서의 장단에 놀아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망설이는 레비아탄에게 스머그가 조소를 흘렸다.

“켓! 무엇보다도 주 인격이 된다면 좋은 점이 있지. 예를 들자면……순둥이 같은 네 녀석을 내 맘대로 짓밟아버린다던가……티아마트에게서 메두사를 빼앗아온다던가…….”

“……!”

그 말이 레비아탄의 고민을 사라지게 했다. 레비아탄은 반지로 감싸인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며 잔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군. 다른 건 모르겠지만 내 위에 네 놈이 올라서는 것 만큼은 두고 볼 수가 없군.”

“켓! 사실 메두사, 그 년을 네가 따먹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대화의 질이 떨어진다. 그 추잡스런 입은 다물어라.”

“흥! 내숭 떠시네, 닳아빠진 갈보가.”

스머그가 코트를 좌우로 열어젖히자 그 안에서부터 보랏빛의 독기가 스며 나왔다. 그 독기는 주위에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그에 발 맞춰서 레비아탄도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그 손가락에 끼여 있던 금반지가 물방울로 변하며 그 주위를 맴돌았다.
스머그는 레비아탄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그 뒤의 파프니르에게 물었다.

“어이, 벙어리! 네 놈은 어떻게 할 거야? 낄 거야? 안 낄 거야?”

“…….”

“얼른 대답하지 못해!”

파프니르는 대답대신 고개를 좌우로 살며시 저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싸움에 끼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그는 아무래도 주 인격이니 계승이니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도 당연한 것이, 파프니르가 추구하는 것은 다른 화신들과는 달리 금욕(禁慾)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가 계승 자격을 포기한다고 해도 레비아탄과 스머그는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파프니르는 원래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카이 브릿드.”

레비아탄은 골렘의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네크로맨서에게 경고했다.

“네 놈이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의 장단에는 맞춰주지. 하지만…….”

촤아아악

순간, 그의 몸 주위를 돌고 있던 물방울들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하나의 채찍을 만들어냈다. 물에 수만 기압의 압력을 가한 초고압 물줄기였다. 그 위력은 강철도 젤리처럼 잘라낼 정도다.

“모든 것이 네 듯대로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나, 레비아탄이 절대로 그렇게는 놔두지 않을 테니까.”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카이는 웃으면서 자신을 태운 골렘을 뒤로 물렸다. 요르문간드의 화신들이 본격적으로 맞붙는다면 이런 장소쯤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될 것이다. 관전할 생각이라면 일단 둘에게서 거리를 둬야만 했다.

카이는 제왕의 상이 늘어선 가로가 긴 중간대까지 물러난 뒤 소리쳤다.

“자! 그럼 시작해주심시오!”

퍼어어어엉!

카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테인드 글라스를 본 뜬 장미의 창들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용마인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시작했군.”

오낭식 구조물의 지붕에 몸을 걸터앉은 두 남자가 있었다. 한쪽은 검은 신부복을 입은 은발 장신의 남자.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멜빵바지 차림의 소년이었다. 신부, 라트 발렌시아의 중얼거림에 소년, 마유빈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흥. 만족이라는 걸 모르는 녀석들이야. 애초에 욕망으로 구현된 녀석들이다 보니 저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하여간 제 버릇 남 못준다니까.”

유빈은 지붕에 엎드린 채 턱을 괴며 밑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성당의 밑에서는 막 요르문간드의 환신들이 주 인격의 자리를 놓고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밤하늘이 레비아탄과 스머그의 기세로 인해 급격히 어두워져 갔다. 그들의 본체가 차원 너머에 있는 만큼 그 힘을 끌어다 쓰자, 차원 왜곡 현상으로 인한 기상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라트는 다리를 흔들며 빈둥거리는 유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좀 더 진지해져라. 저들에게 발각되었다간 마스터의 임무는 고사하고 우리도 무사하지 못한다.”

“헤에. 겁이 나세요, 신부님?”

유빈은 일부러 크게 놀라는 척 말꼬리를 늘렸다. 그 모습에 라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적어도 너의 무모한 짓에 개죽음 당하고 싶지는 않다.”

“하. 설마 당신에게서 무모하다는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는걸. 일단 조금이라도 자신을 돌아본 다음에 남에게 충고하시지 그래?”

유빈은 삐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빈정거렸다. 라트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감아버린다.

“……역시 어린애인가. 마스터가 오냐오냐하며 받아주니까 버르장머리가 없어지는군.”

“우, 웃기지마! 거기서 왜 마스터가!”

순간 유빈은 발작처럼 소리 지르려다가 라트의 제지에 입을 다물었다. 라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소년을 힐책했다.

 “네 녀석은 상황 파악도 못하는 건가. 네 바보짓에 일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멍청한 짓도 정도껏 하라!”

“쳇!”

유빈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라트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그도 반성을 하는지 이후부터는 현저히 말수가 줄어들었다. 라트는 그런 유빈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군. 불안정하기 짝이 없어.’

그는 시영의 얘기만 나오면 과민 반응을 보이는 유빈이 불안했다. 패턴 카민의 특성 상, 이 소년은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한 지식과 지능을 겸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시영의 일에는 평범한 아이들처럼 단순해진다. 마치 부모 욕에 흥분하는 아이 같다고 할까. 그 종도로 유빈은 시영을 따르고 있었다.

‘타인에게 이 종도로 맹목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

유빈은 시영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무엇이 그리도 이 소년의 눈을 멀게 한 거지? 라트는 새삼 시영의 수완에 감탄했다. 분명 한시영, 그 남자에게는 타인을 매혹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그 때문에 자신도 그를 따르는 것이겠지만.

‘그나저나…….’

라트는 자신들을 여기로 보낼 대 시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늘 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네크로맨서의 행동을 주시하십시오. 블러디 노블맨 님은 그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블러디 노블맨,네이 안데르슨. 그는 유일하게 시영과 손을 잡은 바르의 별이었다. 서로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해야하나. 라트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바르의 별들은 서로에게 협조하는 동시에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라고 한다. 그런 그물 같은 구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영과 네이 같이 비공식적으로 서로를 돕는 이들이 생긴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꾸미고 있다고?’

라트는 골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네크로맨서를 녹색 안광으로 주시했다. 그도 시영과 네이 처럼 다른 바르의 별들과 암묵적인 협약을 맺고 있음이 분명했다. 저렇듯 용마인들의 싸움을 부추긴 것도 다 협약자와의 계약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용마인들의 싸움에 그가 무슨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그것을 알아내는 게 지금부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스머그와 레비아탄의 관계는 그야말로 물과 기름에 비유될 수 있다. 한 인격에서 파생된 존재들이건만 성격은 극과 극. 한 군데의 유사점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스머그가 요르문간드의 노악(露惡)적인 부인격이기 때문에 과시욕의 부인격, 레비아탄과 마찰을 일으키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이 대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레비아탄이 스머그가 맡고 있는 가이아를 양분했기 때문이다.

 “켓! 켓! 드디어 이런 날이 오고 말았군! 뒤늦게 미국으로 넘어왔으면서 사사건건 내 일을 훼방 놓던 너! 정말이지 죽이고 싶었다! 그 약삭빠른 상판을 뭉개버리고 싶었다고!”

스머그는 레비아탄과 싸우게 된 것에 흥분했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레비아탄은 그런 스머그와는 대조적으로 차분하게 자신의 기운을 가다듬었다.

“지금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건가? 내가 빠른 게 아니라 네 녀석이 너무 굼떴던 거다. 자신이 맡은 구역 하나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다니……보고 있던 내가 다 답답하더군.”

“크으으윽! 잘도 지껄이는데!”

레비아탄은 요르문간드의 화신들 중에서 가장 유능한 인격이었다. 그는 자신이 맡고 있던 가이아, 영국을 가장 먼저 정리하고 미국으로 넘어온 유일한 용마인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단기간의 수행이 가능했던 것은 다 영국이 오라 능력자를 보유하지 못했던 탓이었지만, 레비아탄은 화신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테라 사회의 구조와 삼차원의 법칙을 깨우친 실력자였다. 만약 그에게서 기억 공유로 건네받은 막대한 정보가 없었더라면 용마인들은 지금과 같은 자유 침공을 감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크랴아아앗!”

순간, 스머그는 레비아탄과의 대화 도중 난데없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휘감겨 있던 붕대가 풀리며 그곳에서부터 짙은 노란색의 액체가 소화기처럼 터져나왔다.

푸화아아아악!

액체에 닿는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간다! 바위마저 물로 만드는, 그 물마저도 기화시켜버리는 강력한 산성 액체였다. 초류향이 불을 조종하고, 쿠사나기가 먹구름을 조종했던 것처럼, 스머그는 산성 증기를 조종할 수 있었다.

“카카카캇! 어때? 오리하르콘도 녹여버리는 액시드 브레스(Acid Breath)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라!”

“……예고도 없이 공격이라. 네 녀석 다운 치졸한 수법이군.”

산성 증기에 시야가 가려서 그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레비아탄의 비아냥거림이 똑똑히 스머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스머그는 주저 없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촤악

그러나 날카로운 단절음과 함께 대지가 반으로 잘려 나갔다. 산성 액체를 피해 어느샌가 성당의 외벽으로 올라선 레비아탄이 수압 채찍을 휘둘렀던 것이다.

“겨우 그 정도 기습으로 이 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가. 꽤나 얕잡아 보였나 본데.”

“시끄러! 선수필승이라는 거다!”

스머그는 공중에서 몸을 틀며 레비아탄의 맞은 편 벽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걸치고 있던 코트를 벗어던지자 그 몸을 감싸고 있던 붕대가 살아있는 뱀처럼 풀려났다.

“켓! 닿으면 죽는 독! 맡으면 죽는 독! 스치면 죽는 독! 취향 따라 골라잡아라!”

촤아아아악

스머그의 붕대가 벽에 박히자, 벽은 빠른 속도로 그 몸을 노란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물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강한 산성증기까지 내뿜는다. 증기 자체가 하나의 공격이었던 것이다. 레비아탄은 인상을 찌뿌리며 재빨리 증기의 영향권에서 몸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스머그가 노리고 있던 수였다.

“크랴아아아앗!”

괴성을 내지르며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스머그. 산성 증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는 되려 증기 속으로 녹아들 듯 기화하며 순식간에 레비아탄의 앞으로 이동했다. 레비아탄의 코앞까지 도달한 스머그는 짙은 녹색으로 물든 자신의 손을 속사포처럼 그에게 휘둘렀다.

“……!”

채찍은 근접전에서 위력이 감소한다. 레비아탄은 스머그의 손을 비껴내며 채찍의 수압을 풀어 물방을 째로 스머그에게 난사했다. 하지만 수탄(水彈)은 채 스머그에게 닿기도 전에 그 주위에 서려있던 산성 증기로 기화되고 말았다. 스머그는 광소를 터뜨리며 독무가 피어오르는 손을 연신 레비아탄에게 휘둘렀다.

“쿠하하하하핫! 어떻게 된 거야, 도련님? 앙탈이라도 부려보시지! 흥이 떨어지잖아!”

“그 요청은 기각하지.”

레비아탄은 그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냉정히 두 번째 반지를 물방울로 변화시켰다. 그러자 물방울들은 그의 손가락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회전하여 하나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수압 실드였다. 그는 그것으로 스머그의 손을 좌우로 털어내며 재빠르게 벽 밑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앞의 수탄 난사와 마찬가지로 스머그가 만들어낸 증기는 수압 실드의 물마저 증발시켰다.

“켓! 형편없군! 형편없어! 지루하다 못해 돌아가실 지경이다!”

레비아탄은 뒤따라 지상으로 내려온 스머그는 싸움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려 하자 불평을 터뜨렸다. 일단 장소가 장소인 만큼 레비아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양의 물로만 싸워야 했기에 최대의 방어에 최소의 공격만을 펼치고 있었다. 성격이 급한 스머그로서는 그런 레비아탄의 전법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레비아탄은 양쪽의 검지를 치켜 올리며 두개의 반지를 사용했다.

“그럼 재미있게 만들어 주지!”

촤아아아악

검지의 반지들이 세차게 회전하며 하얀 수압 원반을 만들어냈다. 원반은 세차게 회전하다가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스머그에게 날아들었다. 스머그는 코웃음을 치며 원반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산성 증기를 끌어 모았다.

“켓! 도련님도 의외로 머리가 나쁘군! 아니면 고집이 세신건가!”

어차피 네 녀석의 공격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스머그의 판단은 섣부른 것이었다. 원반은 증기에 닿게 직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기이하게 방향을 비틀어 스머그의 배후를 노렸던 것이다. 스머그는 당황하여 재빨리 뒤로 증기를 쌓아올렸지만 간신히 하나의 원반을 막아내는 게 고작이었다.

츠컥!

날카롭게 스머그의 어깨를 가르고 지나가는 두 번째 원반! 붕대가 찢겨져 나가며 스머그의 오른 팔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스머그는 멍하니 그런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그런 그에게 레비아탄은 미소 지었다.

“재미있었나?”

“……켓. 그래. 꽤 느껴버렸어.”

잘려나간 팔로부터 짙은 노란색의 증기가 피어올라 잘려나간 팔과 연결되었다. 그러자 그 위로 붕대가 넝쿨처럼 휘감겨 오르며 금새 원상태를 찾아간다. 스머그는 가슴 한켠으로 느껴지는 서늘함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역시……유능하시구만, 도련님. 과연 최강의 화신다워…….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

스머그는 고함을 내지르며 전신의 붕대를 개방시켰다. 그러자 가슴 아래의 몸이 노란빛의 증기를 피워내며 스모그처럼 퍼져나갔다. 지금껏 억눌러왔던 육체 능력을 모조리 사용하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레비아탄은 그런 스머그를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다가 양손을 들어올렸다.

 “좋아. 그럼 이건 어떤가?”

 촤아아아악

레비아탄은 앞의 수압 원반들을 세 개 만들어내고 양손으로 초고압 물줄기들까지 뽑아냈다. 그 모습에 스머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땡기는데.”

촤라라라락

수압 원반들은 각자가 가늠할 수 없는 호선을 그리며 스머그에게 쇄도해왔다. 스머그는 일단 전신으로 산성 증기를 끌어올려 완벽히 자신의 몸을 감쌌지만 원반들은 영악하게도 곧바로 달려들지 않고 그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레비아탄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스머그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물은 말이야……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순간, 원반들은 선회하는 것을 멈추고, 일제히 스머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회전이 멈춘 원반은 물로 변해 그를 뒤덮었다. 스머그는 당황하며 재빨리 물들을 증발시키려고 했지만 압축되어있던 물들은 예상 외로 불어나서 막 기화하려던 산성 액체를 용질로 삼아 액화시켜버렸다. 그것을 레비아탄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주시했다.

“……강해지거든?”

“칵!”

잠시나마 산성 증기를 잃어버린 스머그는 재빨리 증기를 생성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 잠시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날카로운 파육음. 레비아탄의 수압 채찍이 번개같이 스머그의 가슴 윗부분을 가르며 낸 소리였다. 레비아탄은 무감각하게 몇 번 더 채찍을 휘둘러 스머그의 머리까지 수십조각으로 토막냈다.

푸화아아악

잘린 단면적에서 산성 액체와 증기를 내뿜으며 스머그의 시체가 볼품없이 땅바닥을 굴렀다. 레비아탄은 증기와 충돌할 때 기화된 수압 채찍을 털어내며 자신의 손에 남아있던 마지막 반지를 바라보았다.

“흠. 어디까지나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레비아탄은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에서 반지를 뽑아 스머그의 시체 위로 떨어뜨렸다. 떨어진 반지는 수십 리터의 물로 변해 그 몸을 적셨다. 산성 액체의 기화 상태로 존재하던 스머그의 육신은 그대로 용액으로 변해 땅바닥에 흩어졌다.

“잠시만 그 상태로 기다려라. 금방이면 끝날 테니까.”

요르문간드의 화신을 요르문간드의 화신이 죽일 수는 없다. 그리고 죽여서도 곤란하다. 레비아탄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단지 스머그를 무력화시킨 것에서 만족했다. 그는 액화 상태로 변한 스머그에게 유감을 표하며 저편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네크로맨서를 돌아보았다.

“자, 승자는 결정됐다! 이 몸에게 쿠사나기의 머리를 넘겨라!”

레비아탄의 외침에 카이는 조용히 그를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이르신 것 같습니다만?”

“……?”

그 알 수 없는 말에 레비아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천천히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느샌가 산성 증기들이 그의 주위를 물샐 틈 없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노란빛의 장막 사이로 스머그의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케케켓. 이를 어쩌시려나, 도련님? 기분 내신다고 가진 걸 전부 써버리셨네?”

“……!”

레비아탄은 텅 빈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 놈! 설마 내가 비축해둔 물을 모두 쓰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스머그는 천천히 증기 사이로 얼굴을 드러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카카카캇! 빈털터리가 됐으면 몸으로 갚아야지!”

푸화아아악

순간 레비아탄을 뒤덮던 증기가 모조리 산성 액체로 변하여 폭포처럼 그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사방이 증기로 막혀있던 레비아탄은 꼼짝없이 그 액시드 브레스를 덮어쓰는 수밖에 없었다.

“크헉!”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레비아탄은 피 한 방울조차 남기지 않으며 녹아버렸다. 스머그는 그야말로 레비아탄을 죽이기로 작정했는지 손속을 두지 않고 그를 소멸시켰다. 쉬어버린 웃음소리와 함께 스머그는 산성 증기를 모아 자신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카카카카캇! 꼴좋다! 뒈져버려, 비린내 나는 자식! 언제나 깔보듯 남을 내려다보더니 이제는 네 자신이 영원히 올려다보게 됐구나! 카카카캇!”


 
 그때 잠자코 싸움을 지켜보던 파프니르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스머그에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레비아탄이 완전히 소멸해버리자 당황하는 모양이었다. 스머그는 그런 그가 귀찮았는지 손을 내저으며 히죽 웃었다.

“뭐, 잘 됐잖아? 셋에서 둘로 줄어들었으니 나눠먹을 양도 더 많아지고.”

“…….”

그 말에 파프니르는 최초로 얼굴에 분노라는 감정을 떠올렸다. 스머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켓! 뭐야, 벙어리? 꼽냐? 꼬우면 너도 덤비라고! 가뿐하게 짓밟아 줄 테니까!”

“…….”

파프니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동안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싸워봤자 공멸 혹은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어딜 보나 요르문간드에게는 손해만 보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파프니르가 물러나자 스머그는 득의양양해져 카이를 돌아보았다.

“켓! 어이, 꼬마! 봤겠지? 내가 계승자가 되는데 불만인 놈은 없어! 그러니까 쿠사나기를 넘겨라! 어서!”
 
 “……그것 알고 있나?”

그러나 스머그의 말에 대답한 것은 그의 뒤편에 있던 레비아탄이었다. 분명  소멸했어야할 그는 옷자락 하나 구겨지지 않은 채 멀쩡하게 살아서 스머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머그는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기겁했다.

 “뭐, 뭣! 이런 말도 안 되는!”

“대기 중에 있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될까? 일단 구름 입자나 비를 제외한 대기 전체에 포함된 수증기의 평균량을 물로 환산하면, 두께가 약 26밀리미터가 되지.”

레비아탄은 태연하게 웃으며 천천히 스머그에게로 걸어왔다. 스머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산성 증기를 생성시키려 했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그 부질없는 저항을 비웃었다.

“즉, 지구의 표면은 2.6센티미터 깊이의 물로 덮여 있는 셈이라는 거야.”

촤아아아아아악!

느린 중얼거림과는 대조적으로 대기 중의 수증기는 순식간에 스머그의 몸을 난도질했다. 스머그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도 자각하지 못하며 두 눈을 깜빡였다.

“케, 켓. 어, 어라?”

털썩

무릎을 꿇은 스머그의 육신이 연기처럼 사라지며 그를 거꾸러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처 땅바닥에 얼굴이 부딪히기도 전에 그의 남은 육신은 얇게 썬 쇠고기처럼 조각 조각났다. 레비아탄은 그렇게 다진 고기가 된 스머그를 내려다보다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대기 중의 수증기가 액화되어 거대한 구슬 모양으로 스머그를 감쌌다.

“이러면 뒷통수를 칠 염려는 없겠지.”

그렇게 완벽히 스머그를 제압한 레비아탄은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카이를 돌아보았다. 카이는 미처 레비아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에게 다가와 자신이 들고 있던 상자를 건네주었다.

“축하드립니다, 레비아탄님. 역시 요르문간드의 최강 화신답군요.”

“……흥. 너무도 당연한 말이라 아첨조차 되지 않는구나.”

카이는 레비아탄의 냉소에 쓴웃음을 지었다. 정신체의 구현만으로 저 정도의 물리력을 발휘하는데 만약 본체가 강림한다면 그 위력은 얼마나 될 것인가. 카이는 진정 요르문간드야말로 괴물이라는 칭호에 걸맞다고 생각했다.
레비아탄은 상자 속에서 쿠사나기의 머리를 꺼내 들며 중얼거렸다.

“역시 하나의 몸에 여덟 개의 정신이란 건 혼돈 그 자체지.”

노아의 실험에는 감사한다. 만약 이렇게나마 서로를 분열시켜주지 않았더라면 요르문간드는 결국 자살하거나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분열의 댓가로 우리는 스스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주러워 해야했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 레비아탄은 푸른 보름달을 향해 쿠사나기의 머리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나, 레비아탄이 주 인격이 됨으로서 더 이상의 싸움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배할 것이기에! 내가 모두를 조율할 것이기에! 난 티아매트와 다르다! 그처럼 방관하지 않겠어! 우리가 잃어버렸던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찾아 보이겠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들겠어! 누구보다도 자부심이 있는! 누구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는! 요르문간드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보이겠어!”

브리트라도! 초류향도! 쿠사나기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나, 레비아탄이 해내고 만다!”

그러자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레비아탄은 그야말로 환희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 달빛에 진 그의 그림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기쁨을 참지 못했다.
나는 승리자다!
나는 해내고 말았다!
드디어 얻고 말았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을 얻게 된 레비아탄의 재욕은 그에게 정신적인 포만감을 안겨주었다. 정념이 형태로 순화되는 순간, 정신적인 승화 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 들어올린 쿠사나기의 머리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하나 흘러나왔다.

“……아니. 그건 너의 허울 좋은 변명일 뿐이야.”

“……!”

순간, 번쩍 뜨이는 쿠사나기의 눈꺼풀. 그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짙은 붉은빛의 홍채가 레비아탄을 쏘아보았다. 그야말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나올 장면이었다. 하지만 쿠사나기는 더 이상 놀랄 틈도 주지 않으며 주저 없이 레비아탄의 목을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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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히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군요. 두 달? 세 달? 글이 올라오는 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분량은 그리 늘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기다림의 연속인가요? 뭐 안 기다리셨다면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만, 훈련소 한번 갔다 오니 타자속도도 느려졌고 글도 잘 안써지고 뭐 이것 저것 문제가 많은데요. 그건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그리고……여신들의 등장은 아직 더 기다리셔야겠습니다~안나오는 건 아니지만 우선순위에 문제가 있달까요. 아하하하. 그러고 보니 오늘이 칠석이군요. 여러분은 오작교를 보며 무슨 소원을 비실런지요. 그럼 이 군바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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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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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뵈요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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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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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오라전대.........피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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