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見草-[4]이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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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句麗] 月見草
"넌 검기가 어떤건지나 제대로 알고 있는거냐??"
느닷없이 무슨 소리래...?
"그야 기를 검에 실은걸 보고 검기라고 하겠죠..."
어이없다는 듯이 리안은 내 얼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뭐 틀린말을 했나...
"허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촌놈일세... 시드. 검기란건 말이지 몇년 이상 수련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쉽게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에엑? 무슨 소리래.. 고국에선 하상선에 해당하는 나이면 누구나 검기를 자유롭게 방출할 수 있었는데 여긴 그렇지 못한가 보네...?
"아,, 하하.. 제가 어려서부터 검을 다뤘기 때문일 거에요.하하..."
"흠.. 아무래도 너는 검에 타고난 재능이 있나보구나."
타고난 재능은 무슨... 후... 그나저나 크라이덴 마을은 완전히 불에 휩쌓였네... 지평선 끝에 보이는 검붉은 연기... 그리고 아주 작지만 그래도 들려오는 마찰음. 그것은 아직도 전쟁이 한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우웅! 두근!!
잠깐 난 정신이 멀어지는 듯 한 느낌을 받다가 난 레스틴으로부터 그런 공명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는 검을 살짝 쥐었다.
'' 주인님! 주인님으로 향하는 살기가...!!''
살기??
''엎드리세요!!''
대답할 틈도 없이 나는 리노아의 말에 따라 곧바로 엎드렸다. 그리고....
텅~!!
뭔가가 내 등 뒤에 있던 나무를 정확하게 찔러낸 것이다. 갑자기 날아온 검에 옆에 있던 리안조차 놀라고 있었다. 제길! 벌써 추격대가 따라 붙은건가... 그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자 멀리에 작은 형체가 보였고 그것으로부터 날 노리는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리안..."
"그래, 아무래도 저자는 보통 내기는 아닌 것 같아."
큭... 왜 갑자기 이런... 체인메일이 살짝 동이 트기시작한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들었고, 그의 주위에 흐르는 강열한 살기는 붉은 기운으로 형상화 되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너무 강한 살기 탓에 옆에 있던 리안은 잠시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지만, 내가 건들여준 덕에 멀리 살기를 내뿜고 있는 자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리안 마법으로 일단 방어를 해요!"
그렇게 외쳤지만, 그와 동시에 무슨 마법을 사용했는지 내 등뒤로 박혀있던 검이 뽑히더니 다시 그자에게 돌아갔다.
"크크큭... 우리 마시넬 국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꽤 멀리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를 우리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기가 실렸는지 명확한 목소리었던 것이다.
"바리어!!!"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던 리안은 곧 마법을 사용하였고, 그와 동시에 구의 형태로 은은한 회색의 마법이 형성화 되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횡으로 날아드는 검기와 충돌!!
"이런.. 저녀석 소드마스터급이야. 검기를 날리다니!!"
붉은검기...? 꼭 예전에 들었던 암살집단의 검기를 보는 것 같네.. 그들 소탕을 하러 몇 번 갔었지만, 뭐... 그다지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 이건 그것과 너무 차이가 심했다. 충돌이 일어나자 바리어는 점점 그 형태를 잃어가더니 이내 없어져버렸다.
"큭...바리어를 깨뜨리다니... "
리안은 약간 당황한 얼굴을 하였다.
"크하하!! 겨우 그정도의 마법으로 날 상대하려 했던가!!? 이제 내가 제대로 공격해주지! 소드 오브 블러드!!"
그자의 검은 점점 피가 묻은 듯 붉게 물들어갔다. 섬득한 기운을 풍기는 것이다. 윽... 살기가 제법 강한 녀석이군... 소드 오브 블러드라... 붉은 검...? 으윽!..
두근!!... 또 다시 검과 내 심장이 공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또 다시 날아오는 붉은 검기. 더 이상 바리어 같은 보호 마법은 내 앞에 존재하지는 않았다. 절망이 절실히 나타나는 리안의 얼굴이 보였지만,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 몸은 내가 아닌 듯, 혹은 내 자신인 듯한 느낌을 주며 뭔지 모를 힘에 이끌려 앞으로 나아갔다. 검에 기억된 검법. 내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검법. 그 두개가 서로 공존하듯 내 머리 속에 그려져나아갔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여기까지였다. 몸이 갑자기 가벼워지면서 난 내 몸에 대한 통제권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으음..."
"이제 정신이 드나보구나..."
살짝 떠진 눈으로 보이는 건 어두운 밤 하늘의 별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서 느껴지는 열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불꽃이 내 옆에서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살짝 상체만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까 자신들을 공격해왔던 그 검사가 생각이 나서 리안에게 급히 물어봤다.
"기억이 나지 않는거냐??"
도중에 기절해버린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니깐 리안은 어떤 표정도 담기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로 밤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니가 그자와 싸웠다는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 건가 보구나?"
"어땠길래 그래요? 말해보세요!"
기절한 사이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리안에게 다그치며 물었지만, 리안은 쉽게 말하려고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입만 굳게 닫은 채, 침묵만 지킬 뿐...
잠시 그렇게 침묵이 흐러다가 마침내 리안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구나. 말해 줄 수가 없어서."
뭣때문인지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 리안을 보며 의아해하였지만, 더욱 그게 궁금하게 하였다. 하지만 말해줄 생각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없는걸 어떡해...
"하... 알았어요. 그런데 그 뒤로는 추격대가 붙지 않던가요?"
".... 오지 않더구나."
흠... 의외로군.. 그렇게 강한 녀석이 추격해왔으면 뒤에 따르는 졸개들이 있었을 텐데. 뭐, 안따라왔다니 다행이지... 후.... 그런데 몸이 전보다 가벼워진 것 같은걸?
그리고 옆을 보니 레스틴이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 꽂혀있었다. 이게 왜 꽂혀 있는 거지..?
괜히 무섭게 세워져 있는 레스틴을 뽑아 인위적으로 타고 있는 불꽃 옆에 두었다. 보통 검은 불에 가까이 대면 그 검이 상하겠지만, 레스틴은 보통 검이 아니었다. 마검이었기에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평화로웠다. 짙은 밤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 그리고 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 이런 모닥불같은 것을 피우고서 둘러 앉아 감상에 젖어 있는 이 분위기... 후후.. 너무 감상적인가...?
"실패...? 실패라니!! "
금으로 도금된 듯 혹은 진짜 금으로 만들어진 듯 한 의자에 앉아 있던 왕은 방금 들어온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만 명이나 되는 거대 병력이었다. 그런데 고작 크라이덴이란 중도시 마을 하나 함락시키지 못하고 실패하고 왔다는 말에 기가 차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그래. 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부터 말해봐라."
왕의 상태가 많이 심각한 것 같자 그의 심복 쯤 되어보이는 자가 조금 전 그 소식을 가지고 온 자에게 물었다.
"그, 그게... 실은...."
"어서 말하지 못할까! 어느 안전이라고...."
왕을 알현하면서 말을 더듬자 왕의 심기를 건들일 것 같자, 심복인 자가 그자에게 말을 재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실로 경악의 수준을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한 어처구니 없는 소식이었다. 단, 한 명에게 만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무너졌다는 것은 실로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아니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고 분명 모순이 존재하리라 믿고 그 자의 말은 무시하도록 하였다.
"이만 나가봐라."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던 왕은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수 있었고, 정신이 어느정도 차려진 것 같았다.
"재상.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오. 이게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아무리 가이아 국이 강국이라곤 해도 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그리고 거기에는 중-상위 마법사들과 상급 익스퍼트급 검사들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정도의 병력이면 중도시 마을이 아니라 대도시라 하여도 쉽게 막지는 못 할 병력인데 어찌 한 명에게 무너졌겠습니까. 조금 전 들어온 그 자의 말은 그만 잊어버리십시요."
정말 대단한 폐활량이었다. 쉬지도 않고 그 말을 줄줄줄 전개하다니... 재상의 말을 듣고서 가이아 국이 자신들의 계획을 미리 알아차리고 대비했다는 것에 추측을 하였다. 결국에는 원래의 초점에서 멀어지게 되어버린 셈이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초강국이 되어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국가가 되어버린 마시넬 국가. 초기에는 분명 6개국 중 4~5위에 머무는 하류 층에 속하는 국가였으나 대현자 니트라스에 의해 초강국이 되어버렸고, 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역시, 역사는 흐를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점차 부패해져가는 마시넬 국은 대륙통일이라는 야심을 품게 되었고, 그것을 실행할 첫 타겟이 가이아국이었는데 무참히 실패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니 충격이 이만저만 아닐 수 밖에...
"가이아국이 우리의 계획을 알아차린 것으로 초점을 두고!! 이번에는 정면으로 쳐들어간다. 최정예 부대만 선발하라! 그리고 실버 나이트들은 성을 사수하고, 총 출격이다!!"
실버나이트는 오래 전에 니트라스가 직접 지도하여 양성한 지상 최강의 기사 부대들이다. 다만 두 세대가 지나쳤지만, 대현자 니트라스의 마법력에 축복을 입어 아직까지 그들의 실력 성장속도는 보통인들의 두 세배는 빨랐고, 계속해서 그 대를 이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곧 출격이 시작되었고, 드디어 가이아국과 마시넬 국의 통상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크라이덴 마을을 떠나, 가이아 국의 수도에 도착한 시드 일행(일행이라고 해봤자 리안밖에 없지만.)은 쉴 수 있을 만한 여관을 찾으러 다녔다.
"후... 약 사흘 정도 걸렸네요."
지금 우리들 상태는 딱, 이러하다. 몇 일을 산길을 헤집고 다니며 몇 개나 될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숲을 정면으로 돌파해 국경에 위치한 크라이덴 마을에서 가이아 국의 수도까지 겨우 사흘만에 아주 무식하게 도착해서 우리 꼴은 꽤 엉망이었다. 난 옷에 셀 수도 없이 많이 찢어진 자국이 있었고, 리안은 머리가 가히 예술이었다. 나 역시 많이 헝클어졌지만, 리안의 머리는 장난이 아니게 심하였다. 머리 자체에 접착력이 있는건지 숲 속에 날아다니는 벌레며, 나뭇잎까지 아주 다양하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꼭 곤충 왕국? 을 보는 듯 하였지만..후훗..
"시드, 일단 쉴 만한 곳을 찾아보자. 그리고 나서 일단 이 옷부터...."
"저기가 어떨까요??"
어쩐지 이대로 두면 계속 시부렁거릴 것 같아서 얼른 리안의 말을 싹 짜른 다음에 나는 약간 떨어져 있는 '바람과 함께 하는....' 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된 간판을 보고서 그 곳을 가르켰다.
뭐.. 간판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여관 맞겠지?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에게 달려오는 종업원... 쩝... 역시 수도는 다르긴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종업원이 깨나 이쁘게 생긴 미소녀 였던 것이다. 크윽..
"방 하나만 주세요. "
"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리안은 도대체 철면피를 깐거야? 미소녀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방 하나를 요청하는 것이다. 저런 철면피...쳇....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밝혔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국에선 안그랬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성격에 약간 문제가 생겼나...??
리안을 따라 배정받은 방으로 따라올라간 우린 수도가 다른 일개 도시와 다른 것이 뭔가를 확실히... 아니 뼈가 저릴 정도로 느꼈다. 여관 주제에 무슨 시녀가 이렇게 많은지... 잠깐 쉴 틈만 생긴 것 같으면 와서 필요한 걸 묻고... 솔직히 조금 불편하긴 .... 아니 무척 불편하였다. 사생활에 침해가....
"리안! 난 잠깐 옷 좀 사러 갈께요!"
참다 참다 결국엔 이 감옥같은? 여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고서 여관을 뛰쳐나와버렸다. 뒤에서 리안이 뭐라고 소리를 치는 것 같았지만, 그도 그 곳에서 빠져나오고 싶긴 했나보다. 하하...
지금 옷차림은 아까 시녀에게서 받은 그냥 활동하기 편한 옷이었다. 트레이닝 복 같이 생긴 거무틱한 색으로 채워진 옷이었다. 흠... 솔직히 이대로 입고 다녀도 될 듯 했지만... 쪽팔렸다. 어쨌든 빠른 걸음으로 눈에 보이는 옷 가게란 옷 가게는 다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내가 본 옷들은 역시 고국에 있었을 때 입었던 옷들과는 판이 아니게 너무 달랐다. 고국에서는 여유있게 옷을 입었다면 이곳에서는 너무 타이트하게 옷을 입는 것이다. 대부분이 옷들이 그랬지만 그렇지 않는 옷들이 약간씩 있었기에 나는 그런 옷들을 중심으로 보고 있던 중이다. 같은 검은 색이지만 어쩐지 멋있어보이는 고국에서 입던 옷과 비슷한 옷을 발견하였다. 어쩌면 같은 색인데도 이렇게 다른지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진열대에 걸려있는 옷을 번갈아가면서 살펴보았다. 진열대에 있는 옷은 검은 색이지만 고국에서 입었던 옷 만큼이나 여분이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검을 들고 싸우기에는 확실히 좋아보이는 옷이었다. 결국에는 옷 가게에서 그 옷을 사기로 결정하고 갈아 입고 나왔다.
태양은 조금씩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많이 밝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조금 거리를 걷고 싶어서 난 수도의 광장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한참을 걸어서야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 수도의 구조는 정말 단순하였다. 타원형의 성곽에 그 성곽의 중심에 광장이 있었고, 이 광장으로 길이 모여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인지 길을 따라 가다보면 광장에 도착하게 되어 있는 길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만한 구조는 아니었다.
헉....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너무 충격적인 것이었다. 여러사람이 광장에 그것도 공지판에 모여 있는 걸 보고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공지판을 보았는데 그것은 정말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말이 적혀있었다.
<< 대 마시넬 국... 우리 나라 즉, 가이아 국에 선전포고를 하다.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하상선은 만 18세에서 상상선은 만 60세이다. 이 공지를 보는 즉시 징병에 응해주기 바란다. 이상 - 군병부->>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한 이 징병에 끌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째 조금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면 그렇지. 내 예감은 적중하였고, 어디에 숨어 있던 군병들이었는지 갑자기 광장의 출구를 메우면서 중앙에 몰려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이 약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경공을 사용한다면 분명 의심받을 것이 분명하였고... 윽.. 어쩔 수 없이 이들의 행동에 따라주는 수 밖엔....
"공지는 모두 보았겠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상상선 이하에 해당하는 자들부터 나오도록!!"
노인들을 배려하는 것이었을까? 상상선부터 나오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다. 60이 넘어보이는 노인들만 제외하고는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혼자 숨어서 나가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이렇게 되면 오히려 더 눈에 뜨일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그들 무리 속에 섞여 앞으로 나아갔다.
"자, 이제 하상선 이하는 우리가 검출하여 제외시키겠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라!"
으... 거 참 귀찮게도 하는군... 그냥 한 번에 다 해버리지 이러다가 날 새겠다. 으휴... 그렇게 시작된 하상선 점검은 해가 서산에 모습이 감출 쯤에서야 절반 정도? 아니 아직 절반도 채 못했지만 거의 그정도를 끝낼 수 있었고, 이제 내 차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저 다음이라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내 심장은 요동을 치는 듯 쿵쾅거렸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참아내고 있었다.
"다음!!"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나이는?"
"18..."
"흑색의 머리라... 이방인인가?"
검은 머리를 하고 있는 날 보고서 의아해 하며 혹은 약간 경멸하는 듯한 어투로 내게 물었다. 대답하기가 이내 귀찮아서인지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넌 하상선 이상에 포함되므로 이 전쟁의 징병에 합송된다. 끌고가!"
"이봐요! 난 이방인이잖아요!!"
이방인이라도 끌고 갈거면서 괜히 물어본 그 자를 향해 나는 조금 황당해서인지 큰 소리로 소리쳤다.
"흥! 그게 어쨌단 말이냐! 어차피 이 나라가 공격을 당하면 이 나라에 있는 너도 죽는 다는 것을 모르냐!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쳐 뛰어다녀서 승리를 얻어 살아남아라! 그게 군병으로서 할 일이다!"
어이가 없었다. 허... 하지만 여기서 칼을 함부로 휘둘렀다간 그대로 황천행이었기에 그들이 이끄는 대로 조용히 끌려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예측하기가 힘들었지만... 아무튼 불길했다.
"넌 검기가 어떤건지나 제대로 알고 있는거냐??"
느닷없이 무슨 소리래...?
"그야 기를 검에 실은걸 보고 검기라고 하겠죠..."
어이없다는 듯이 리안은 내 얼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뭐 틀린말을 했나...
"허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촌놈일세... 시드. 검기란건 말이지 몇년 이상 수련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쉽게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에엑? 무슨 소리래.. 고국에선 하상선에 해당하는 나이면 누구나 검기를 자유롭게 방출할 수 있었는데 여긴 그렇지 못한가 보네...?
"아,, 하하.. 제가 어려서부터 검을 다뤘기 때문일 거에요.하하..."
"흠.. 아무래도 너는 검에 타고난 재능이 있나보구나."
타고난 재능은 무슨... 후... 그나저나 크라이덴 마을은 완전히 불에 휩쌓였네... 지평선 끝에 보이는 검붉은 연기... 그리고 아주 작지만 그래도 들려오는 마찰음. 그것은 아직도 전쟁이 한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우웅! 두근!!
잠깐 난 정신이 멀어지는 듯 한 느낌을 받다가 난 레스틴으로부터 그런 공명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는 검을 살짝 쥐었다.
'' 주인님! 주인님으로 향하는 살기가...!!''
살기??
''엎드리세요!!''
대답할 틈도 없이 나는 리노아의 말에 따라 곧바로 엎드렸다. 그리고....
텅~!!
뭔가가 내 등 뒤에 있던 나무를 정확하게 찔러낸 것이다. 갑자기 날아온 검에 옆에 있던 리안조차 놀라고 있었다. 제길! 벌써 추격대가 따라 붙은건가... 그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자 멀리에 작은 형체가 보였고 그것으로부터 날 노리는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리안..."
"그래, 아무래도 저자는 보통 내기는 아닌 것 같아."
큭... 왜 갑자기 이런... 체인메일이 살짝 동이 트기시작한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들었고, 그의 주위에 흐르는 강열한 살기는 붉은 기운으로 형상화 되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너무 강한 살기 탓에 옆에 있던 리안은 잠시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지만, 내가 건들여준 덕에 멀리 살기를 내뿜고 있는 자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리안 마법으로 일단 방어를 해요!"
그렇게 외쳤지만, 그와 동시에 무슨 마법을 사용했는지 내 등뒤로 박혀있던 검이 뽑히더니 다시 그자에게 돌아갔다.
"크크큭... 우리 마시넬 국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꽤 멀리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를 우리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기가 실렸는지 명확한 목소리었던 것이다.
"바리어!!!"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던 리안은 곧 마법을 사용하였고, 그와 동시에 구의 형태로 은은한 회색의 마법이 형성화 되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횡으로 날아드는 검기와 충돌!!
"이런.. 저녀석 소드마스터급이야. 검기를 날리다니!!"
붉은검기...? 꼭 예전에 들었던 암살집단의 검기를 보는 것 같네.. 그들 소탕을 하러 몇 번 갔었지만, 뭐... 그다지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 이건 그것과 너무 차이가 심했다. 충돌이 일어나자 바리어는 점점 그 형태를 잃어가더니 이내 없어져버렸다.
"큭...바리어를 깨뜨리다니... "
리안은 약간 당황한 얼굴을 하였다.
"크하하!! 겨우 그정도의 마법으로 날 상대하려 했던가!!? 이제 내가 제대로 공격해주지! 소드 오브 블러드!!"
그자의 검은 점점 피가 묻은 듯 붉게 물들어갔다. 섬득한 기운을 풍기는 것이다. 윽... 살기가 제법 강한 녀석이군... 소드 오브 블러드라... 붉은 검...? 으윽!..
두근!!... 또 다시 검과 내 심장이 공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또 다시 날아오는 붉은 검기. 더 이상 바리어 같은 보호 마법은 내 앞에 존재하지는 않았다. 절망이 절실히 나타나는 리안의 얼굴이 보였지만,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 몸은 내가 아닌 듯, 혹은 내 자신인 듯한 느낌을 주며 뭔지 모를 힘에 이끌려 앞으로 나아갔다. 검에 기억된 검법. 내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검법. 그 두개가 서로 공존하듯 내 머리 속에 그려져나아갔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여기까지였다. 몸이 갑자기 가벼워지면서 난 내 몸에 대한 통제권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으음..."
"이제 정신이 드나보구나..."
살짝 떠진 눈으로 보이는 건 어두운 밤 하늘의 별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서 느껴지는 열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불꽃이 내 옆에서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살짝 상체만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까 자신들을 공격해왔던 그 검사가 생각이 나서 리안에게 급히 물어봤다.
"기억이 나지 않는거냐??"
도중에 기절해버린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니깐 리안은 어떤 표정도 담기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로 밤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니가 그자와 싸웠다는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 건가 보구나?"
"어땠길래 그래요? 말해보세요!"
기절한 사이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리안에게 다그치며 물었지만, 리안은 쉽게 말하려고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입만 굳게 닫은 채, 침묵만 지킬 뿐...
잠시 그렇게 침묵이 흐러다가 마침내 리안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구나. 말해 줄 수가 없어서."
뭣때문인지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 리안을 보며 의아해하였지만, 더욱 그게 궁금하게 하였다. 하지만 말해줄 생각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없는걸 어떡해...
"하... 알았어요. 그런데 그 뒤로는 추격대가 붙지 않던가요?"
".... 오지 않더구나."
흠... 의외로군.. 그렇게 강한 녀석이 추격해왔으면 뒤에 따르는 졸개들이 있었을 텐데. 뭐, 안따라왔다니 다행이지... 후.... 그런데 몸이 전보다 가벼워진 것 같은걸?
그리고 옆을 보니 레스틴이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 꽂혀있었다. 이게 왜 꽂혀 있는 거지..?
괜히 무섭게 세워져 있는 레스틴을 뽑아 인위적으로 타고 있는 불꽃 옆에 두었다. 보통 검은 불에 가까이 대면 그 검이 상하겠지만, 레스틴은 보통 검이 아니었다. 마검이었기에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평화로웠다. 짙은 밤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 그리고 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 이런 모닥불같은 것을 피우고서 둘러 앉아 감상에 젖어 있는 이 분위기... 후후.. 너무 감상적인가...?
"실패...? 실패라니!! "
금으로 도금된 듯 혹은 진짜 금으로 만들어진 듯 한 의자에 앉아 있던 왕은 방금 들어온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만 명이나 되는 거대 병력이었다. 그런데 고작 크라이덴이란 중도시 마을 하나 함락시키지 못하고 실패하고 왔다는 말에 기가 차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그래. 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부터 말해봐라."
왕의 상태가 많이 심각한 것 같자 그의 심복 쯤 되어보이는 자가 조금 전 그 소식을 가지고 온 자에게 물었다.
"그, 그게... 실은...."
"어서 말하지 못할까! 어느 안전이라고...."
왕을 알현하면서 말을 더듬자 왕의 심기를 건들일 것 같자, 심복인 자가 그자에게 말을 재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실로 경악의 수준을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한 어처구니 없는 소식이었다. 단, 한 명에게 만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무너졌다는 것은 실로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아니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고 분명 모순이 존재하리라 믿고 그 자의 말은 무시하도록 하였다.
"이만 나가봐라."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던 왕은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수 있었고, 정신이 어느정도 차려진 것 같았다.
"재상.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오. 이게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아무리 가이아 국이 강국이라곤 해도 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그리고 거기에는 중-상위 마법사들과 상급 익스퍼트급 검사들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정도의 병력이면 중도시 마을이 아니라 대도시라 하여도 쉽게 막지는 못 할 병력인데 어찌 한 명에게 무너졌겠습니까. 조금 전 들어온 그 자의 말은 그만 잊어버리십시요."
정말 대단한 폐활량이었다. 쉬지도 않고 그 말을 줄줄줄 전개하다니... 재상의 말을 듣고서 가이아 국이 자신들의 계획을 미리 알아차리고 대비했다는 것에 추측을 하였다. 결국에는 원래의 초점에서 멀어지게 되어버린 셈이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초강국이 되어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국가가 되어버린 마시넬 국가. 초기에는 분명 6개국 중 4~5위에 머무는 하류 층에 속하는 국가였으나 대현자 니트라스에 의해 초강국이 되어버렸고, 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역시, 역사는 흐를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점차 부패해져가는 마시넬 국은 대륙통일이라는 야심을 품게 되었고, 그것을 실행할 첫 타겟이 가이아국이었는데 무참히 실패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니 충격이 이만저만 아닐 수 밖에...
"가이아국이 우리의 계획을 알아차린 것으로 초점을 두고!! 이번에는 정면으로 쳐들어간다. 최정예 부대만 선발하라! 그리고 실버 나이트들은 성을 사수하고, 총 출격이다!!"
실버나이트는 오래 전에 니트라스가 직접 지도하여 양성한 지상 최강의 기사 부대들이다. 다만 두 세대가 지나쳤지만, 대현자 니트라스의 마법력에 축복을 입어 아직까지 그들의 실력 성장속도는 보통인들의 두 세배는 빨랐고, 계속해서 그 대를 이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곧 출격이 시작되었고, 드디어 가이아국과 마시넬 국의 통상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크라이덴 마을을 떠나, 가이아 국의 수도에 도착한 시드 일행(일행이라고 해봤자 리안밖에 없지만.)은 쉴 수 있을 만한 여관을 찾으러 다녔다.
"후... 약 사흘 정도 걸렸네요."
지금 우리들 상태는 딱, 이러하다. 몇 일을 산길을 헤집고 다니며 몇 개나 될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숲을 정면으로 돌파해 국경에 위치한 크라이덴 마을에서 가이아 국의 수도까지 겨우 사흘만에 아주 무식하게 도착해서 우리 꼴은 꽤 엉망이었다. 난 옷에 셀 수도 없이 많이 찢어진 자국이 있었고, 리안은 머리가 가히 예술이었다. 나 역시 많이 헝클어졌지만, 리안의 머리는 장난이 아니게 심하였다. 머리 자체에 접착력이 있는건지 숲 속에 날아다니는 벌레며, 나뭇잎까지 아주 다양하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꼭 곤충 왕국? 을 보는 듯 하였지만..후훗..
"시드, 일단 쉴 만한 곳을 찾아보자. 그리고 나서 일단 이 옷부터...."
"저기가 어떨까요??"
어쩐지 이대로 두면 계속 시부렁거릴 것 같아서 얼른 리안의 말을 싹 짜른 다음에 나는 약간 떨어져 있는 '바람과 함께 하는....' 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된 간판을 보고서 그 곳을 가르켰다.
뭐.. 간판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여관 맞겠지?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에게 달려오는 종업원... 쩝... 역시 수도는 다르긴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종업원이 깨나 이쁘게 생긴 미소녀 였던 것이다. 크윽..
"방 하나만 주세요. "
"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리안은 도대체 철면피를 깐거야? 미소녀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방 하나를 요청하는 것이다. 저런 철면피...쳇....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밝혔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국에선 안그랬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성격에 약간 문제가 생겼나...??
리안을 따라 배정받은 방으로 따라올라간 우린 수도가 다른 일개 도시와 다른 것이 뭔가를 확실히... 아니 뼈가 저릴 정도로 느꼈다. 여관 주제에 무슨 시녀가 이렇게 많은지... 잠깐 쉴 틈만 생긴 것 같으면 와서 필요한 걸 묻고... 솔직히 조금 불편하긴 .... 아니 무척 불편하였다. 사생활에 침해가....
"리안! 난 잠깐 옷 좀 사러 갈께요!"
참다 참다 결국엔 이 감옥같은? 여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고서 여관을 뛰쳐나와버렸다. 뒤에서 리안이 뭐라고 소리를 치는 것 같았지만, 그도 그 곳에서 빠져나오고 싶긴 했나보다. 하하...
지금 옷차림은 아까 시녀에게서 받은 그냥 활동하기 편한 옷이었다. 트레이닝 복 같이 생긴 거무틱한 색으로 채워진 옷이었다. 흠... 솔직히 이대로 입고 다녀도 될 듯 했지만... 쪽팔렸다. 어쨌든 빠른 걸음으로 눈에 보이는 옷 가게란 옷 가게는 다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내가 본 옷들은 역시 고국에 있었을 때 입었던 옷들과는 판이 아니게 너무 달랐다. 고국에서는 여유있게 옷을 입었다면 이곳에서는 너무 타이트하게 옷을 입는 것이다. 대부분이 옷들이 그랬지만 그렇지 않는 옷들이 약간씩 있었기에 나는 그런 옷들을 중심으로 보고 있던 중이다. 같은 검은 색이지만 어쩐지 멋있어보이는 고국에서 입던 옷과 비슷한 옷을 발견하였다. 어쩌면 같은 색인데도 이렇게 다른지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진열대에 걸려있는 옷을 번갈아가면서 살펴보았다. 진열대에 있는 옷은 검은 색이지만 고국에서 입었던 옷 만큼이나 여분이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검을 들고 싸우기에는 확실히 좋아보이는 옷이었다. 결국에는 옷 가게에서 그 옷을 사기로 결정하고 갈아 입고 나왔다.
태양은 조금씩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많이 밝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조금 거리를 걷고 싶어서 난 수도의 광장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한참을 걸어서야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 수도의 구조는 정말 단순하였다. 타원형의 성곽에 그 성곽의 중심에 광장이 있었고, 이 광장으로 길이 모여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인지 길을 따라 가다보면 광장에 도착하게 되어 있는 길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만한 구조는 아니었다.
헉....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너무 충격적인 것이었다. 여러사람이 광장에 그것도 공지판에 모여 있는 걸 보고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공지판을 보았는데 그것은 정말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말이 적혀있었다.
<< 대 마시넬 국... 우리 나라 즉, 가이아 국에 선전포고를 하다.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하상선은 만 18세에서 상상선은 만 60세이다. 이 공지를 보는 즉시 징병에 응해주기 바란다. 이상 - 군병부->>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한 이 징병에 끌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째 조금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면 그렇지. 내 예감은 적중하였고, 어디에 숨어 있던 군병들이었는지 갑자기 광장의 출구를 메우면서 중앙에 몰려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이 약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경공을 사용한다면 분명 의심받을 것이 분명하였고... 윽.. 어쩔 수 없이 이들의 행동에 따라주는 수 밖엔....
"공지는 모두 보았겠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상상선 이하에 해당하는 자들부터 나오도록!!"
노인들을 배려하는 것이었을까? 상상선부터 나오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다. 60이 넘어보이는 노인들만 제외하고는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혼자 숨어서 나가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이렇게 되면 오히려 더 눈에 뜨일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그들 무리 속에 섞여 앞으로 나아갔다.
"자, 이제 하상선 이하는 우리가 검출하여 제외시키겠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라!"
으... 거 참 귀찮게도 하는군... 그냥 한 번에 다 해버리지 이러다가 날 새겠다. 으휴... 그렇게 시작된 하상선 점검은 해가 서산에 모습이 감출 쯤에서야 절반 정도? 아니 아직 절반도 채 못했지만 거의 그정도를 끝낼 수 있었고, 이제 내 차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저 다음이라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내 심장은 요동을 치는 듯 쿵쾅거렸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참아내고 있었다.
"다음!!"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나이는?"
"18..."
"흑색의 머리라... 이방인인가?"
검은 머리를 하고 있는 날 보고서 의아해 하며 혹은 약간 경멸하는 듯한 어투로 내게 물었다. 대답하기가 이내 귀찮아서인지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넌 하상선 이상에 포함되므로 이 전쟁의 징병에 합송된다. 끌고가!"
"이봐요! 난 이방인이잖아요!!"
이방인이라도 끌고 갈거면서 괜히 물어본 그 자를 향해 나는 조금 황당해서인지 큰 소리로 소리쳤다.
"흥! 그게 어쨌단 말이냐! 어차피 이 나라가 공격을 당하면 이 나라에 있는 너도 죽는 다는 것을 모르냐!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쳐 뛰어다녀서 승리를 얻어 살아남아라! 그게 군병으로서 할 일이다!"
어이가 없었다. 허... 하지만 여기서 칼을 함부로 휘둘렀다간 그대로 황천행이었기에 그들이 이끄는 대로 조용히 끌려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예측하기가 힘들었지만... 아무튼 불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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