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사역마XHALO] -제5화 : 무료함/후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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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큰일 났습니다. 올드 오스만!!"
훤하게 까진 대머리를 이끌고 등장한 콜베르.
그는 탑 꼭대기를 미친 듯이 달려와 방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을 때는 평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영감탱이가! 감히!!!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케켁. 이, 이보게 미스 롱빌. 지, 진정을 좀 하고.."
"주우우욱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역시나. 오늘도 희롱당한 걸까...콜베르 선생은 뛰어오느라 체력이 부쳐
흥건하게 이마를 적시는 땀을 두 손으로 닦으며 안경을 바로 고쳐 썼다.
그의 앞에 보이는 교장과 교장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과 발을 날리며
폭력을 휘두르는 비서 Miss. 롱빌이 보였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폭력에서 SM플레이로[어이. 좀 위험수위야.]넘어갈 것 같은
수준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미스롱빌, 그리고 올드 오스만!"
"아? 어머나~콜베르 선생님 오셨어요?"
"으으...콜베르 군. 이, 이 마녀로부터 날 좀 구해.."
"마녀? 지금 당신이 할 소리야!! 넘어진 척 하면서 엉덩이를 만지면 누가 모를
줄 알아? 앙~!"
콜베르의 등장에 다시 천진난만한 처자(?)모드로 돌아섰던 롱빌은
쌍코피를 터뜨리며 부들부들 떠는 올드오스만의 구원요청에 그만 이성을
잃고 마도사가 아닌 한량들 마냥 주먹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폭력은 그렇게 약 2분간 계속되었다.
롱빌은 그를 내려놓고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을 하고 씩씩 거렸다.
콜베르는 롱빌을 보며 역시 죽이는 몸매만큼 죽이는 무서움을 가진 여자구나.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헛기침을 했다.
"아. 죄송해요. 조금 평정심을 잃었군요."
'조금이 아냐. 이 인간아...'
콜베르는 속으로 기가 막히다고 떠들었고. 어쩄든 그는 다시 헛기침을 했다.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있던 올드 오스만이 벌떡 일어나 똑같이 헛기침을 하며
위엄 있는 모습을 되찾았다. 수염과 얼굴에 칠해진 코피를 제외한다면
굉장히 멋있는 노마도사의 모습이었다.
"근데 무슨 일로 왔는가 콜베르군?"
"아 그게...이걸 보십시오!"
콜베르가 들고 온 서적에는 알 수 없는 룬의 문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
되어 있었다. 롱빌과 오스만은 그걸 훑어 보았다. 콜베르는 두 사람이 다
자세히 보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책을 덮은 뒤 전에 수업시간에 무미건조하게
앉아 있던 동상(?) '마스터치프'로부터 베껴운 사역마의 룬이 그려져 있었다.
"흐흠. 이건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란 책이 아닌가? 그리고 이건 왠 사역마의 룬? 또 이런 오래되고 곰팡내 나는 책을 들고 와서 연구비를 뜯어내려는 것인가? 그럴 틈이 있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학비를 뜯어내고, 어떻게 더 휴가를 받아낼 수 있는지나 연구하는게."
올드 오스만의 철없는(...)소리에 롱빌이 발끈하여 소리쳤다.
"콜베르 선생님이 당신같은 색골 영감하고 똑같나요!!! 흠흠. 어쩄든 콜베르 선생님 이 책과 이 그림에 그려진 룬이 무슨 관계가 있는거죠?"
"올드 오스만. 전에 제가 말씀 드린 이야기 기억 나십니까? 간달브에 대해서!"
"!!!"
"그럼 설마 이 룬이. 간달브의?!"
마도사들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훌륭한 전사와 연관된 룬의 문자에 대해서
경악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콜베르는 순수한 학구열에 불타 눈을 빛내고 있었고,
롱빌은 놀라워하며, 또 동시에 호기심이 아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담긴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있었으며 올드 오스만은 피로 물든 수염을 쓰다듬으며 연신
신음성만 내뱉었다.
"올드 오스만 대체 무얼.."
"아~이런 나도 모르게 손이 롱빌양의 엉덩이로..."
"지금 그게 할 소리야 이 망할 영감탱이야!!!!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우아아악.
교장실에 처절한 비명소리가 또 한번 울려 퍼졌다.
그렇게 약 2분간 롱빌의 암바와, 주먹 연타, 바디 블로우 등 현란한 체술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런 뒤 남은 것은 팔과 다리가 기괴하게 비틀어진 채 어벙하게
쓰러져 있는 교장과 씩씩 거리며 지옥에서 올라온 타락천사마냥 서서 이를 빠드득
가는 롱빌, 두 사람의 개그 아닌 개그에 경악하고 부들부들 떠는 콜베르가 서
있었다.
"아. 죄송해요. 또 평정심을 잃었네요. 아까 무슨 이야길 하고 있었죠?"
'그만해라. 이 여자야~'
콜베르는 한숨을 내쉬며 엉망이 된 자료를 다시 모았다.
그가 예상하고 연구한 결과가 확실하다면 분명 이 룬의 사역마는
간달브....
-쾅.
"깜짝이야!"
"어머. 놀래라~!"
"오오~Mrs. 슈브뢰즈."
원래 오스만의 비서였자 롱빌이 당하는 위치에 군림(?)해 있었던 미모의
여성 마도사가 당황한 얼굴을 하고 들어왔다.
그랬다가 마치 좀비 마냥 서 있는 교장을 보며 놀란 얼굴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 미안미안. 나라네. 올드 오스만."
"아 네. 오늘도 희롱하다 롱빌양에게 당하셨나 보군요."
"허허허~자네보다 훨씬 더 터프하고, 강인하다는게 밝혀졌다네.."
"호호호~"
'대체 뭐하는거냐 이 작자들아.'
이젠 콜베르와 롱빌이 현대에서는 법으로 인해 퇴출 당할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성희롱을 가지고 간단하게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고
말았다. 호호호~하고 웃던 슈브뢰즈는 아차. 내 정신좀 봐. 라고 중얼거린 뒤
오스만에게 다급하게 다가와 급한 보고를 올렸다.
"학생들 사이에서 싸움일 벌어졌습니다. 수면의 종을 사용할 것을 허가해
주십시오!"
"흠. 불허하네."
"에? 왜입니까?"
"뭐~얘들이야 싸우면서 자라는거라네. 슈브뢰즈 양. 그런 것도 모르고
태평하게(??)수면의 종을 사용하라니. 그런 마법의 보물은 사용하는 것은 사치라네. 그리고 원래 싸움구경은 재미있지."
"............"
"호호호. 그렇죠. 올드 오스만. 그건 잘 아시는군요?!"
갑자기 롱빌이 오스만의 말에 맞짱구를 치며 아주 막장급으로 웃어 보였다.
두 손을 모으고 웃는 그녀의 손과 볼에는 올드 오스만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묻어 있었고, 올드 오스만은 피로 물든 길고 하얀 수염을 허허 하고
쓰다듬었다. 그의 손에는 본인이 흘린 코피가 길게 묻어 나왔다.
슈브뢰즈와 콜베르 선생은 두 사람의 콤비 아닌 콤비에 어이를 상실하고
맘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그냥 나가 죽어라. 이 화상들아~!'
당신들 때문에 교수들이 그렇게 개판이지!!!
*
*
*
어제의 그 혼란을 떠올린 콜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눈 앞에 서 있는 2m의 거한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전신을 녹색의 커다란 갑주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갑주와는 달리 관절부분이 철그럭 거리며 거슬리는
쇳소리를 내지 않았다. 분명 저기에는 어떤 굉장한 마도기술이 들어간게
분명해! 콜베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치프의 묠니르 강화복에 관심의 눈빛을
보넀고 치프는 그 눈길이 부담스러운지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오스만 쪽으로
돌렸다. 어제의 그 괴기한 상황을 겪고도 좀비처럼 일어난 오스만은 두들겨
맞은 사람같지 않게 아주 평범하고, 또 위엄있게 앉아 있었다.
"흐흠. 그래서 부탁하네. 마스터 치프라고 했던가?"
"그렇다."
치프는 짧게 답한 뒤 오스만을 향해 자신의 오른손 검은 장갑에 끼워져
살짝 빛을 내다 사라진 룬의 문자를 보여 주었다. 오스만은 오오~라고 외치며
탄성을 질렀고 콜베르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안경을 고쳐 쓰며 감탄사를
외쳤다. 롱빌도 신기했는지 얼굴을 빤히 치프에게 가져다 댔다.
치프의 바이져에 그녀의 예쁜 얼굴이 자리 잡자 롱빌은 거울과도 같은 깔끔한
헬멧의 앞면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얼굴을 가져다 댔다.
루이즈가 치프를 뒤로 세우며 롱빌에게 경계심을 드러냈다.
내 사역마한테 가까이 오지마 라고 외치는 듯.
"흠. 정말 할 생각은 없는 것인가?"
오스만은 조금 심각하단 얼굴을 하고 치프를 올려다 보았다. 약간 애원하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치프는 그의 부탁을 새차게 거절하였다.
"난 경비원이 아니다. 스파르탄 2 스파르탄-117 존 마스터 치프. 이것이 내 이름이다. 난 한때 군인이었고 지금도 군인이다. 루이즈의 사역마를 겸업하고 있지만. 그 외 다른 일은 하고 싶지도 않다."
"흠. 안타깝구만. 자네라면 분명 흙더미의 후케를 사로잡아 혁혁한 공을 세울 수도 있으리라고 판단했는데."
오스만은 치프의 거절에 아쉬워 하며 하는 수 없지라고 말한 뒤
콜베르와 롱빌에게 다른 마도사들에게 보물고를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올드 오스만은 치프에게 '파괴의 지팡이'를 훔쳐 가겠다는 마도사 도둑
후케로부터 보물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루이즈는 하겠다고 답하려 했지만 치프가 그녀를 제지하며 거절을 하였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치프는 사양했다.
치프는 그것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콜베르라고 했던가? 이 오른손에 달린 이상한 문자가 무엇인지 풀이했는가?"
"오오~그건 역시나....라고 하기에는 아직 자료가 모자라서. 좀만 기다리십시오 마스터치프."
콜베르는 지난 날 치프가 기슈를 상대로 보여준 무예를 떠올리며 약간 위압감에
눌린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구열에 불타는 저 자세.
좋다못해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눈이군. 치프는 지난 수업 때 스토커 마냥 붙어서
치프의 갑옷의 정체를 파악하겠다고 선언했던 콜베르를 떠올리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내가 타고온 저 유성조각. 유성이 아니라 우주선의 일부인데.
여명호라고 한다. 저 안에는 여러가지 위험한 물건들도 들어있다. 아직 나도
저안의 물건을 다 정리 못했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물건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가끔 호기심이 넘치는 학생들이 저 안에 들어가더군. 위험하니 통제를 시키도록."
"알겠소 마스터 치프. 그 외에 더 할말은?"
오스만의 질문에 치프는 없다며 손을 흔든 뒤 그만 나가겠다고 했다.
루이즈는 잠깐 기다리라며 치프를 말렸지만 치프는 제멋대로 그대로
루이즈를 대동한채 나가버렸다.
그가 방문을 열고 나서자 롱빌과 슈브뢰즈는 한숨을 내쉬며 안타깝다는 얼굴을
하였다.
"아쉽네요. 파괴의 지팡이라면..."
"그러게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비싼 물품인데...."
두 여성의 한숨 섞인 아쉬움에 오스만은 두 손을 모은 채 턱을 괴며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였다. 파괴의 지팡이라...
그는 젊었을 시절 그것을 얻게 된 기억을 더듬으며 회상에 빠졌다.
*
*
*
"왜! 왜!! 거절 한거야?"
루이즈의 추궁에 치프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화물 정리에 열중을 가했다.
루이즈는 문득 흙더미의 후케란 이름을 가진 도둑이 얼마나 대도이고,
이 나라가 그 마도사 도둑을 찾는데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흙더미의 후케.
트리스테인 왕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괴도로 대귀족의 저택에 정면으로 돌진
하고, 강력한 연금마법을 무기로 삼은 뛰어난 도둑이다.
평민인지, 귀족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이 도둑은
'비장의 XX 확실히 접수했습니다'란 타이틀의 쪽지를 남겨두고 떠나는 대담함
때문에 이 곳에서는 유명인사였다. 덕택에 비싼, 혹은 진귀한 물건을 지니고
있는 귀족들은 용병을 세우고, 경비 마법을 설치하고 밤을 세우는 등 자신의
보물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후케에게 지목된 물건은 그 다음날
이면 어김없이 사라져 있었고, 저런 조롱섞인 메세지만 남겨져 있었다.
"이런 괴도란 말이야. 이런 자를 잡으면 당신은 매우 훌륭한 선물을..."
"상관없다. 루이즈."
"왜!!"
루이즈가 버럭 성을 지르자 치프는 UNSC라고 쓰여진 금속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안에는 UNSC의 주무기이자 뛰어난 소화기 중 하나인 '어썰트라이플
MA5B', '어썰트 라이플 개량형 MA5C'가 들어 있었다.
치프는 그것을 살짝 어루만져 상태를 점검 한 뒤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가 그 물건을 만지자 오른손의 룬이 살짝 빛이 났다.
"그거...왜 그런 거야?"
루이즈는 치프의 오른손을 가리키며 생전 처음보는 광경에 신기해 하였다.
치프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이걸 물어보러 교장실에 갔었다면서 간단히 답을
준 뒤 무기들을 담았다.
오늘로써 여명호에 들어 있던 소화기들의 숫자 파악과, 화물 확인으 끝이 났다.
다행히 화기들은 문제가 없었고, 총탄 자급률도 충분했다.
치프가 여명호와 함께 온 화력의 양이면 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될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될 무기가 많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무료 하다.'
분명 평화로운 이 상황이 좋기는 했다.
하지만 마법이 있고, 낯썬 이질적인 상황은 치프에게 더욱 더 강한 화력이
필요하다고 본능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래야 자신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 필요 없다고 떨치려 했지만 그는 철저하게 병기로 키워진 군인이었다.
UNSC의 구원의 손길이 쏟아지기 전까진 이 무기 금단 증상(?)은 오래 갈 것
같았다.
"정말...안 도울 꺼야?"
"안 돕는다. 난 내가 떠날 때까지 너와 이 학원만 지키면 된다. 난 네 사역마일뿐.
경비원이 아니다."
"........."
루이즈는 치프가 자신을 지키겠다는 소리에 잠깐 기뻤지만 그 이후론
절대 상관도 하지 않겠다는 치프의 답에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터벅터벅 걸어 갔다. 그렇게 잔디밭을 한참 걸어가던 루이즈는 뒤돌아 서서
두 손을 모은 뒤 치프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 혼자서라도 보물고를 지킬거야 이 바보야!!"
".........."
치프는 그 소리에 놀라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총탄같이 빠른 속도로
기숙사로 돌아가 버렸다. 치프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쉰 뒤 여명호의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할 일은 이곳에서 타고 다닐 교통 수단과
아직 고칠 수 있는 통신수단의 정리였다.
[치프.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우리 아가씨가 상처를 입었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난 군인이지 경비원이 아냐. 지금 내가 하는 사역마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지.."
[흠~꼭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뭣?"
코타나의 빈정거림에 치프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코타나에게 물었다.
코타나는 키득키득 웃더니 재미있다는 듯 말을 계속 이었다.
[정말 사역마가 되기 싫다면 어쨰서 지금까지 루이즈 아가씨 옆에 붙어 있는 건데요? 저 화물들을 가지고 이 학원을 나갈 수도 있고, 펠리칸과 동면캡슐을 이용해서 우주로 떠나서 직접 UNSC의 구조를 기다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
코타나의 질문에 치프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말 도 할 수 없었다.
위의 두 방법이 오히려 더 구조를 기다리기 좋은 방법들이었다. 그런데 어쨰서?
치프는 자신에게 반문 하며 왜 이런 거지? 라며 의아함을 표했다.
치프가 아무런 답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자 코타나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결국 치프는 저 소녀가 맘에 든 거잖아요? 사실대로 말해봐요. UNSC가 당신을
찾아와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돌아와 주십시오. 라고 말해도 따라갈꺼에요?]
"......그건."
예전같았으면 망설임 없이 넷. 이라고 답한 뒤 따라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소녀를 떠나기도 싫었고, 켈리 마냥 수줍은 시에스타란 평민
소녀를 떠나기도 싫었다. 흥미로운 에너지 능력자들로 가득한 이 세계를 탐험도
하고 싶었다. 아니. 아예 그들이 와서 헤일로도, 코버넌트도, 모두 끝났습니다.
돌아와서 푹 쉬십시오. 라고 묻길 바랬다. 그렇다면 그는 기뻐하며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안 갈 겁니다. 난 여기 남아서 일생을 보내겠어요.'
도대체 왜...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건가?
그 소녀에게 키스를 받았을 때부터? 아니면 전날 기슈와 싸웠을 때부터?
시에스타와 빨래터에서 2번째로 마주쳤을 때?
치프는 혼란스런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바위에 드러누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어머~ 저기봐. 루이즈의 사역마야."
"굉장하다. 루이즈의 사역마..."
"쉬고 있는 걸까?. 앗 이곳을 보고 있다!!"
그렇게 떠들며 재빨리 사라져 가는 학생들을 바라본 치프.
이젠 제로가 아니라 루이즈의 사역마라 부르는군. 그날 이후로도 청소, 빨래를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다녔지만 그 모습에 피식 웃는 사람은 있어도,
조롱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기슈처럼 동경하는 사람도
생겼으니.......
"정말 무료하군."
치프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머릿속에 코타나가 맞짱구를 치는 말이 울려퍼졌다.
"......."
그렇게 침묵이 흘렀다. 치프는 어렸을 적 켈리와 함께 들판에 누워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외계인은 있을까? 없을까? 하며 떠들던 때를 떠올렸다.
또 6살 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님으로부터 헤어져 병영에 들어갔을 때와
강제로 신체개조 수술을 연속 5번이나 받을 때 헬시 박사가 슬픈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던 때를 회상하였다. 코버넌트와의 전투, 헤일로를 관리하는
343 길티 스파크란 컴퓨터 생명체를 만났을 때, 아비타와 플러드들의 호수로
떨어져 플러드들의 우두머리 '그레이브 마인드'를 만났을 때 등등.
그간의 고행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분명 기쁜 날도 있었고, 슬픈 날도 있었다. 혹은 전장에서 악마라 불리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다."
치프는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보았다. 사역마의 룬이라던가?
이게 나한테 새겨진 이유는 대체 뭘까? 그리고 왜 난 여기로 온 걸까?
남은 일평생을 쉬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전쟁에 휘말려야 한다면? 그것은 딱 질색이었다.
*
*
*
"어머. 여기서 무얼 하세요?"
"...시에스타였나?"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들었던가? 치프는 바이져에 드러난 시에스타의 미소를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눈을 몇번 깜빡인 치프는 루이즈와 헤어진 뒤 시간이
오래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벌써 해가 서쪽으로 지고, 2개의 아름다운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냥 낮잠...."
"후훗. 그러셨군요? 어쩐지. 점심 식사 때 안 찾아오셔서 서운했어요. 저희
주방장 마르코씨가 당신을 우리들의 검이라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데요!"
"우리들의...검?"
"네!"
우리들의 검이라...난 검보단 총을 더 쓰는데....에너지 소드는 느낌이 별로였지.
치프는 피식 웃으며 소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나무통과, 고운 천에 쌓인
군침을 돌게 만드는 음식들....
"이걸 가져가세요. 마르코씨께서 다음에 안 찾아오면 헤드락을 걸겠다고 하시면서...꼭 놀러오세요! 모두들 기뻐할거에요."
"....고맙다."
"곧 저녁이에요. 얼른 들어가세요. 루이즈씨가 걱정하실거에요."
"....알았다."
치프는 짧게 답하며 웃음을 지었다. 시에스타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대화를 길게 해본 적 없던 치프는 뭐라고 더 말 하려다 그냥 고맙다는
인사만 한 뒤 화물을 여명호에 가져다 놓고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시에스타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
*
*
"저 바보 녀석. 이번엔 뭘 받아오는거야!"
메이드와 치프의 대화를 알지 못하는 루이즈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아예 저녁을 굶기고 하루내내 청소만 시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그렇게 하면 치프를 떠나 보낼까봐 걱정이 되었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쉰 뒤 침대에 걸터 앉았다. 이럴 때 코타나나, 언니들이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루이즈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치프가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철컥 쾅
"왜 이렇게 늦었어 이 바보야!"
"아. 미안하다. 루이즈. 저녁은 먹었는가?"
"흥~너, 너 때문에 기다리느라 저녁 놓쳤잖아!"
루이즈는 진심을 담아 화를 내며 그에게 핀잔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쓸모 없는 사역마는 처음이다면서. 힘만 무식하게 쎄면 다나며 마구 구박을
하였다. 치프는 뒷머리[헬멧 뒤]를 긁으며 루이즈의 핀잔을 말 없이 받아주었다.
어쩐지...치프는 왜 음식의 양이 2사람 분량인지 알 것 같다며 받아온 물건들을
풀어 헤쳤다. 맛있는 스튜와 차, 심지어 미숫가루까지 들어 있었다.
".....먹자."
치프는 간단히 말한 뒤 핼멧을 벗고안에 곱게 포장된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 고기를 먹으려는 찰나. 루이즈가 기독교도 인양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자세를 취하자 자신도 모르게 포크, 나이프를 내리고 소녀가
하는 행동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위대한 시조 브리밀과 여왕폐하, 오늘도 자그마한 양식을 저희에게 내려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
어이. 일용할 양식 치곤 상당히 커. 거기다 푸딩까지 디져트로 들어 있는데?
이렇게 짇궂게 농담 하려던 치프는 그녀의 진지함에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달빛 아래 기도하는 그 모습은 왠지 꼭 성스러운 성녀와 같은 이미지였다.
왜 이런 생각이? 치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야? 왜 웃어 치프!"
"아. 그냥....귀여워서."
이런 난 지금 헬멧을 안 쓰고 있었지? 치프는 다시 평소의 음울한 얼굴을 한채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루이즈는 그 얼굴을 빤히 본 뒤 이렇게 말했다.
"맛있는 식사를 차려 주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음울하게 있기야? 괜히 나까지 암울해지잖아?!"
".........미안."
억지로 미소를 짓는 치프. 그러나 어제나, 시에스타 옆에 있는 것 처럼 자연스런
미소는 나오지 않았다. 루이즈는 됐다며 포크로 과일을 한입 베어 물었다.
치프도 따라 먹는다. 한참을 조용히 먹던 루이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치프는...정말 다른 세계에서 왔어?"
"......에리다누스라는 지구연합 하에 식민지 행성에서 왔다."
"뭐야 그 알 수 없는 소리는..."
"........."
".....언젠가 꼭 거기로 돌아갈꺼야?"
"........."
"정말이야?"
"잘...모르겠다. 어쩌면 그들이 이 곳을 발견한 뒤는 수백년 뒤가 될지도."
"뭐야 그건."
루이즈는 알지 못하겠다며 치프가 말을 너무 어렵게 한다며 투덜댄 뒤
식사를 들었다. 식사가 끝난 뒤 루이즈는 조용히 오늘의 과목을 복습하기
시작했고.
치프와 치프의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간 코타나는 멍하니 그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이 오면...떠나야 할까? 아니면 여기에 있을까?
치프의 머릿속에 의문이 들어 앉았다.
[치프...]
치프의 고민에 안타까워하는 코타나가 부르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
*
*
"후훗 여기 인가?"
마법사용 로브를 머리까지 깊게 푹 쓴 누군가가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그녀인지, 그인지 알 수 없는 자는 벽을 한번 똑똑 두드린뒤 뭐라 중얼거렸다.
망토를 두른 이의 마법이었다. 그러나 마법은 푸른색의 막같은 것에 막혀
보물고 탑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흠. 역시 안될까나?"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다 문득 오전에 본 광경을 떠올렸다.
그래! 그녀라면 가능할 것이다!
후훗. 엉망인 그 소녀의 폭발 마법이라면? 정말 가능할 것이다.
"거기다 그..파괴의 지팡이."
사용 방법을 모르지만 상관 없다. 그 남자.
그 갑주를 두른 남자라면 어떻게 사용할지 매우 잘 알 것이다. 아니 잘 알게
될 것이다.
"왜냐면..."
그는 간달브니까........
훤하게 까진 대머리를 이끌고 등장한 콜베르.
그는 탑 꼭대기를 미친 듯이 달려와 방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을 때는 평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영감탱이가! 감히!!!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케켁. 이, 이보게 미스 롱빌. 지, 진정을 좀 하고.."
"주우우욱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역시나. 오늘도 희롱당한 걸까...콜베르 선생은 뛰어오느라 체력이 부쳐
흥건하게 이마를 적시는 땀을 두 손으로 닦으며 안경을 바로 고쳐 썼다.
그의 앞에 보이는 교장과 교장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과 발을 날리며
폭력을 휘두르는 비서 Miss. 롱빌이 보였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폭력에서 SM플레이로[어이. 좀 위험수위야.]넘어갈 것 같은
수준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미스롱빌, 그리고 올드 오스만!"
"아? 어머나~콜베르 선생님 오셨어요?"
"으으...콜베르 군. 이, 이 마녀로부터 날 좀 구해.."
"마녀? 지금 당신이 할 소리야!! 넘어진 척 하면서 엉덩이를 만지면 누가 모를
줄 알아? 앙~!"
콜베르의 등장에 다시 천진난만한 처자(?)모드로 돌아섰던 롱빌은
쌍코피를 터뜨리며 부들부들 떠는 올드오스만의 구원요청에 그만 이성을
잃고 마도사가 아닌 한량들 마냥 주먹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폭력은 그렇게 약 2분간 계속되었다.
롱빌은 그를 내려놓고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을 하고 씩씩 거렸다.
콜베르는 롱빌을 보며 역시 죽이는 몸매만큼 죽이는 무서움을 가진 여자구나.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헛기침을 했다.
"아. 죄송해요. 조금 평정심을 잃었군요."
'조금이 아냐. 이 인간아...'
콜베르는 속으로 기가 막히다고 떠들었고. 어쩄든 그는 다시 헛기침을 했다.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있던 올드 오스만이 벌떡 일어나 똑같이 헛기침을 하며
위엄 있는 모습을 되찾았다. 수염과 얼굴에 칠해진 코피를 제외한다면
굉장히 멋있는 노마도사의 모습이었다.
"근데 무슨 일로 왔는가 콜베르군?"
"아 그게...이걸 보십시오!"
콜베르가 들고 온 서적에는 알 수 없는 룬의 문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
되어 있었다. 롱빌과 오스만은 그걸 훑어 보았다. 콜베르는 두 사람이 다
자세히 보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책을 덮은 뒤 전에 수업시간에 무미건조하게
앉아 있던 동상(?) '마스터치프'로부터 베껴운 사역마의 룬이 그려져 있었다.
"흐흠. 이건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란 책이 아닌가? 그리고 이건 왠 사역마의 룬? 또 이런 오래되고 곰팡내 나는 책을 들고 와서 연구비를 뜯어내려는 것인가? 그럴 틈이 있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학비를 뜯어내고, 어떻게 더 휴가를 받아낼 수 있는지나 연구하는게."
올드 오스만의 철없는(...)소리에 롱빌이 발끈하여 소리쳤다.
"콜베르 선생님이 당신같은 색골 영감하고 똑같나요!!! 흠흠. 어쩄든 콜베르 선생님 이 책과 이 그림에 그려진 룬이 무슨 관계가 있는거죠?"
"올드 오스만. 전에 제가 말씀 드린 이야기 기억 나십니까? 간달브에 대해서!"
"!!!"
"그럼 설마 이 룬이. 간달브의?!"
마도사들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훌륭한 전사와 연관된 룬의 문자에 대해서
경악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콜베르는 순수한 학구열에 불타 눈을 빛내고 있었고,
롱빌은 놀라워하며, 또 동시에 호기심이 아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담긴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있었으며 올드 오스만은 피로 물든 수염을 쓰다듬으며 연신
신음성만 내뱉었다.
"올드 오스만 대체 무얼.."
"아~이런 나도 모르게 손이 롱빌양의 엉덩이로..."
"지금 그게 할 소리야 이 망할 영감탱이야!!!!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우아아악.
교장실에 처절한 비명소리가 또 한번 울려 퍼졌다.
그렇게 약 2분간 롱빌의 암바와, 주먹 연타, 바디 블로우 등 현란한 체술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런 뒤 남은 것은 팔과 다리가 기괴하게 비틀어진 채 어벙하게
쓰러져 있는 교장과 씩씩 거리며 지옥에서 올라온 타락천사마냥 서서 이를 빠드득
가는 롱빌, 두 사람의 개그 아닌 개그에 경악하고 부들부들 떠는 콜베르가 서
있었다.
"아. 죄송해요. 또 평정심을 잃었네요. 아까 무슨 이야길 하고 있었죠?"
'그만해라. 이 여자야~'
콜베르는 한숨을 내쉬며 엉망이 된 자료를 다시 모았다.
그가 예상하고 연구한 결과가 확실하다면 분명 이 룬의 사역마는
간달브....
-쾅.
"깜짝이야!"
"어머. 놀래라~!"
"오오~Mrs. 슈브뢰즈."
원래 오스만의 비서였자 롱빌이 당하는 위치에 군림(?)해 있었던 미모의
여성 마도사가 당황한 얼굴을 하고 들어왔다.
그랬다가 마치 좀비 마냥 서 있는 교장을 보며 놀란 얼굴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 미안미안. 나라네. 올드 오스만."
"아 네. 오늘도 희롱하다 롱빌양에게 당하셨나 보군요."
"허허허~자네보다 훨씬 더 터프하고, 강인하다는게 밝혀졌다네.."
"호호호~"
'대체 뭐하는거냐 이 작자들아.'
이젠 콜베르와 롱빌이 현대에서는 법으로 인해 퇴출 당할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성희롱을 가지고 간단하게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고
말았다. 호호호~하고 웃던 슈브뢰즈는 아차. 내 정신좀 봐. 라고 중얼거린 뒤
오스만에게 다급하게 다가와 급한 보고를 올렸다.
"학생들 사이에서 싸움일 벌어졌습니다. 수면의 종을 사용할 것을 허가해
주십시오!"
"흠. 불허하네."
"에? 왜입니까?"
"뭐~얘들이야 싸우면서 자라는거라네. 슈브뢰즈 양. 그런 것도 모르고
태평하게(??)수면의 종을 사용하라니. 그런 마법의 보물은 사용하는 것은 사치라네. 그리고 원래 싸움구경은 재미있지."
"............"
"호호호. 그렇죠. 올드 오스만. 그건 잘 아시는군요?!"
갑자기 롱빌이 오스만의 말에 맞짱구를 치며 아주 막장급으로 웃어 보였다.
두 손을 모으고 웃는 그녀의 손과 볼에는 올드 오스만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묻어 있었고, 올드 오스만은 피로 물든 길고 하얀 수염을 허허 하고
쓰다듬었다. 그의 손에는 본인이 흘린 코피가 길게 묻어 나왔다.
슈브뢰즈와 콜베르 선생은 두 사람의 콤비 아닌 콤비에 어이를 상실하고
맘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그냥 나가 죽어라. 이 화상들아~!'
당신들 때문에 교수들이 그렇게 개판이지!!!
*
*
*
어제의 그 혼란을 떠올린 콜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눈 앞에 서 있는 2m의 거한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전신을 녹색의 커다란 갑주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갑주와는 달리 관절부분이 철그럭 거리며 거슬리는
쇳소리를 내지 않았다. 분명 저기에는 어떤 굉장한 마도기술이 들어간게
분명해! 콜베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치프의 묠니르 강화복에 관심의 눈빛을
보넀고 치프는 그 눈길이 부담스러운지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오스만 쪽으로
돌렸다. 어제의 그 괴기한 상황을 겪고도 좀비처럼 일어난 오스만은 두들겨
맞은 사람같지 않게 아주 평범하고, 또 위엄있게 앉아 있었다.
"흐흠. 그래서 부탁하네. 마스터 치프라고 했던가?"
"그렇다."
치프는 짧게 답한 뒤 오스만을 향해 자신의 오른손 검은 장갑에 끼워져
살짝 빛을 내다 사라진 룬의 문자를 보여 주었다. 오스만은 오오~라고 외치며
탄성을 질렀고 콜베르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안경을 고쳐 쓰며 감탄사를
외쳤다. 롱빌도 신기했는지 얼굴을 빤히 치프에게 가져다 댔다.
치프의 바이져에 그녀의 예쁜 얼굴이 자리 잡자 롱빌은 거울과도 같은 깔끔한
헬멧의 앞면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얼굴을 가져다 댔다.
루이즈가 치프를 뒤로 세우며 롱빌에게 경계심을 드러냈다.
내 사역마한테 가까이 오지마 라고 외치는 듯.
"흠. 정말 할 생각은 없는 것인가?"
오스만은 조금 심각하단 얼굴을 하고 치프를 올려다 보았다. 약간 애원하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치프는 그의 부탁을 새차게 거절하였다.
"난 경비원이 아니다. 스파르탄 2 스파르탄-117 존 마스터 치프. 이것이 내 이름이다. 난 한때 군인이었고 지금도 군인이다. 루이즈의 사역마를 겸업하고 있지만. 그 외 다른 일은 하고 싶지도 않다."
"흠. 안타깝구만. 자네라면 분명 흙더미의 후케를 사로잡아 혁혁한 공을 세울 수도 있으리라고 판단했는데."
오스만은 치프의 거절에 아쉬워 하며 하는 수 없지라고 말한 뒤
콜베르와 롱빌에게 다른 마도사들에게 보물고를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올드 오스만은 치프에게 '파괴의 지팡이'를 훔쳐 가겠다는 마도사 도둑
후케로부터 보물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루이즈는 하겠다고 답하려 했지만 치프가 그녀를 제지하며 거절을 하였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치프는 사양했다.
치프는 그것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콜베르라고 했던가? 이 오른손에 달린 이상한 문자가 무엇인지 풀이했는가?"
"오오~그건 역시나....라고 하기에는 아직 자료가 모자라서. 좀만 기다리십시오 마스터치프."
콜베르는 지난 날 치프가 기슈를 상대로 보여준 무예를 떠올리며 약간 위압감에
눌린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구열에 불타는 저 자세.
좋다못해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눈이군. 치프는 지난 수업 때 스토커 마냥 붙어서
치프의 갑옷의 정체를 파악하겠다고 선언했던 콜베르를 떠올리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내가 타고온 저 유성조각. 유성이 아니라 우주선의 일부인데.
여명호라고 한다. 저 안에는 여러가지 위험한 물건들도 들어있다. 아직 나도
저안의 물건을 다 정리 못했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물건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가끔 호기심이 넘치는 학생들이 저 안에 들어가더군. 위험하니 통제를 시키도록."
"알겠소 마스터 치프. 그 외에 더 할말은?"
오스만의 질문에 치프는 없다며 손을 흔든 뒤 그만 나가겠다고 했다.
루이즈는 잠깐 기다리라며 치프를 말렸지만 치프는 제멋대로 그대로
루이즈를 대동한채 나가버렸다.
그가 방문을 열고 나서자 롱빌과 슈브뢰즈는 한숨을 내쉬며 안타깝다는 얼굴을
하였다.
"아쉽네요. 파괴의 지팡이라면..."
"그러게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비싼 물품인데...."
두 여성의 한숨 섞인 아쉬움에 오스만은 두 손을 모은 채 턱을 괴며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였다. 파괴의 지팡이라...
그는 젊었을 시절 그것을 얻게 된 기억을 더듬으며 회상에 빠졌다.
*
*
*
"왜! 왜!! 거절 한거야?"
루이즈의 추궁에 치프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화물 정리에 열중을 가했다.
루이즈는 문득 흙더미의 후케란 이름을 가진 도둑이 얼마나 대도이고,
이 나라가 그 마도사 도둑을 찾는데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흙더미의 후케.
트리스테인 왕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괴도로 대귀족의 저택에 정면으로 돌진
하고, 강력한 연금마법을 무기로 삼은 뛰어난 도둑이다.
평민인지, 귀족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이 도둑은
'비장의 XX 확실히 접수했습니다'란 타이틀의 쪽지를 남겨두고 떠나는 대담함
때문에 이 곳에서는 유명인사였다. 덕택에 비싼, 혹은 진귀한 물건을 지니고
있는 귀족들은 용병을 세우고, 경비 마법을 설치하고 밤을 세우는 등 자신의
보물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후케에게 지목된 물건은 그 다음날
이면 어김없이 사라져 있었고, 저런 조롱섞인 메세지만 남겨져 있었다.
"이런 괴도란 말이야. 이런 자를 잡으면 당신은 매우 훌륭한 선물을..."
"상관없다. 루이즈."
"왜!!"
루이즈가 버럭 성을 지르자 치프는 UNSC라고 쓰여진 금속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안에는 UNSC의 주무기이자 뛰어난 소화기 중 하나인 '어썰트라이플
MA5B', '어썰트 라이플 개량형 MA5C'가 들어 있었다.
치프는 그것을 살짝 어루만져 상태를 점검 한 뒤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가 그 물건을 만지자 오른손의 룬이 살짝 빛이 났다.
"그거...왜 그런 거야?"
루이즈는 치프의 오른손을 가리키며 생전 처음보는 광경에 신기해 하였다.
치프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이걸 물어보러 교장실에 갔었다면서 간단히 답을
준 뒤 무기들을 담았다.
오늘로써 여명호에 들어 있던 소화기들의 숫자 파악과, 화물 확인으 끝이 났다.
다행히 화기들은 문제가 없었고, 총탄 자급률도 충분했다.
치프가 여명호와 함께 온 화력의 양이면 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될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될 무기가 많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무료 하다.'
분명 평화로운 이 상황이 좋기는 했다.
하지만 마법이 있고, 낯썬 이질적인 상황은 치프에게 더욱 더 강한 화력이
필요하다고 본능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래야 자신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 필요 없다고 떨치려 했지만 그는 철저하게 병기로 키워진 군인이었다.
UNSC의 구원의 손길이 쏟아지기 전까진 이 무기 금단 증상(?)은 오래 갈 것
같았다.
"정말...안 도울 꺼야?"
"안 돕는다. 난 내가 떠날 때까지 너와 이 학원만 지키면 된다. 난 네 사역마일뿐.
경비원이 아니다."
"........."
루이즈는 치프가 자신을 지키겠다는 소리에 잠깐 기뻤지만 그 이후론
절대 상관도 하지 않겠다는 치프의 답에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터벅터벅 걸어 갔다. 그렇게 잔디밭을 한참 걸어가던 루이즈는 뒤돌아 서서
두 손을 모은 뒤 치프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 혼자서라도 보물고를 지킬거야 이 바보야!!"
".........."
치프는 그 소리에 놀라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총탄같이 빠른 속도로
기숙사로 돌아가 버렸다. 치프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쉰 뒤 여명호의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할 일은 이곳에서 타고 다닐 교통 수단과
아직 고칠 수 있는 통신수단의 정리였다.
[치프.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우리 아가씨가 상처를 입었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난 군인이지 경비원이 아냐. 지금 내가 하는 사역마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지.."
[흠~꼭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뭣?"
코타나의 빈정거림에 치프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코타나에게 물었다.
코타나는 키득키득 웃더니 재미있다는 듯 말을 계속 이었다.
[정말 사역마가 되기 싫다면 어쨰서 지금까지 루이즈 아가씨 옆에 붙어 있는 건데요? 저 화물들을 가지고 이 학원을 나갈 수도 있고, 펠리칸과 동면캡슐을 이용해서 우주로 떠나서 직접 UNSC의 구조를 기다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
코타나의 질문에 치프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말 도 할 수 없었다.
위의 두 방법이 오히려 더 구조를 기다리기 좋은 방법들이었다. 그런데 어쨰서?
치프는 자신에게 반문 하며 왜 이런 거지? 라며 의아함을 표했다.
치프가 아무런 답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자 코타나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결국 치프는 저 소녀가 맘에 든 거잖아요? 사실대로 말해봐요. UNSC가 당신을
찾아와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돌아와 주십시오. 라고 말해도 따라갈꺼에요?]
"......그건."
예전같았으면 망설임 없이 넷. 이라고 답한 뒤 따라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소녀를 떠나기도 싫었고, 켈리 마냥 수줍은 시에스타란 평민
소녀를 떠나기도 싫었다. 흥미로운 에너지 능력자들로 가득한 이 세계를 탐험도
하고 싶었다. 아니. 아예 그들이 와서 헤일로도, 코버넌트도, 모두 끝났습니다.
돌아와서 푹 쉬십시오. 라고 묻길 바랬다. 그렇다면 그는 기뻐하며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안 갈 겁니다. 난 여기 남아서 일생을 보내겠어요.'
도대체 왜...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건가?
그 소녀에게 키스를 받았을 때부터? 아니면 전날 기슈와 싸웠을 때부터?
시에스타와 빨래터에서 2번째로 마주쳤을 때?
치프는 혼란스런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바위에 드러누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어머~ 저기봐. 루이즈의 사역마야."
"굉장하다. 루이즈의 사역마..."
"쉬고 있는 걸까?. 앗 이곳을 보고 있다!!"
그렇게 떠들며 재빨리 사라져 가는 학생들을 바라본 치프.
이젠 제로가 아니라 루이즈의 사역마라 부르는군. 그날 이후로도 청소, 빨래를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다녔지만 그 모습에 피식 웃는 사람은 있어도,
조롱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기슈처럼 동경하는 사람도
생겼으니.......
"정말 무료하군."
치프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머릿속에 코타나가 맞짱구를 치는 말이 울려퍼졌다.
"......."
그렇게 침묵이 흘렀다. 치프는 어렸을 적 켈리와 함께 들판에 누워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외계인은 있을까? 없을까? 하며 떠들던 때를 떠올렸다.
또 6살 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님으로부터 헤어져 병영에 들어갔을 때와
강제로 신체개조 수술을 연속 5번이나 받을 때 헬시 박사가 슬픈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던 때를 회상하였다. 코버넌트와의 전투, 헤일로를 관리하는
343 길티 스파크란 컴퓨터 생명체를 만났을 때, 아비타와 플러드들의 호수로
떨어져 플러드들의 우두머리 '그레이브 마인드'를 만났을 때 등등.
그간의 고행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분명 기쁜 날도 있었고, 슬픈 날도 있었다. 혹은 전장에서 악마라 불리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다."
치프는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보았다. 사역마의 룬이라던가?
이게 나한테 새겨진 이유는 대체 뭘까? 그리고 왜 난 여기로 온 걸까?
남은 일평생을 쉬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전쟁에 휘말려야 한다면? 그것은 딱 질색이었다.
*
*
*
"어머. 여기서 무얼 하세요?"
"...시에스타였나?"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들었던가? 치프는 바이져에 드러난 시에스타의 미소를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눈을 몇번 깜빡인 치프는 루이즈와 헤어진 뒤 시간이
오래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벌써 해가 서쪽으로 지고, 2개의 아름다운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냥 낮잠...."
"후훗. 그러셨군요? 어쩐지. 점심 식사 때 안 찾아오셔서 서운했어요. 저희
주방장 마르코씨가 당신을 우리들의 검이라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데요!"
"우리들의...검?"
"네!"
우리들의 검이라...난 검보단 총을 더 쓰는데....에너지 소드는 느낌이 별로였지.
치프는 피식 웃으며 소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나무통과, 고운 천에 쌓인
군침을 돌게 만드는 음식들....
"이걸 가져가세요. 마르코씨께서 다음에 안 찾아오면 헤드락을 걸겠다고 하시면서...꼭 놀러오세요! 모두들 기뻐할거에요."
"....고맙다."
"곧 저녁이에요. 얼른 들어가세요. 루이즈씨가 걱정하실거에요."
"....알았다."
치프는 짧게 답하며 웃음을 지었다. 시에스타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대화를 길게 해본 적 없던 치프는 뭐라고 더 말 하려다 그냥 고맙다는
인사만 한 뒤 화물을 여명호에 가져다 놓고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시에스타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
*
*
"저 바보 녀석. 이번엔 뭘 받아오는거야!"
메이드와 치프의 대화를 알지 못하는 루이즈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아예 저녁을 굶기고 하루내내 청소만 시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그렇게 하면 치프를 떠나 보낼까봐 걱정이 되었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쉰 뒤 침대에 걸터 앉았다. 이럴 때 코타나나, 언니들이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루이즈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치프가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철컥 쾅
"왜 이렇게 늦었어 이 바보야!"
"아. 미안하다. 루이즈. 저녁은 먹었는가?"
"흥~너, 너 때문에 기다리느라 저녁 놓쳤잖아!"
루이즈는 진심을 담아 화를 내며 그에게 핀잔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쓸모 없는 사역마는 처음이다면서. 힘만 무식하게 쎄면 다나며 마구 구박을
하였다. 치프는 뒷머리[헬멧 뒤]를 긁으며 루이즈의 핀잔을 말 없이 받아주었다.
어쩐지...치프는 왜 음식의 양이 2사람 분량인지 알 것 같다며 받아온 물건들을
풀어 헤쳤다. 맛있는 스튜와 차, 심지어 미숫가루까지 들어 있었다.
".....먹자."
치프는 간단히 말한 뒤 핼멧을 벗고안에 곱게 포장된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 고기를 먹으려는 찰나. 루이즈가 기독교도 인양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자세를 취하자 자신도 모르게 포크, 나이프를 내리고 소녀가
하는 행동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위대한 시조 브리밀과 여왕폐하, 오늘도 자그마한 양식을 저희에게 내려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
어이. 일용할 양식 치곤 상당히 커. 거기다 푸딩까지 디져트로 들어 있는데?
이렇게 짇궂게 농담 하려던 치프는 그녀의 진지함에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달빛 아래 기도하는 그 모습은 왠지 꼭 성스러운 성녀와 같은 이미지였다.
왜 이런 생각이? 치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야? 왜 웃어 치프!"
"아. 그냥....귀여워서."
이런 난 지금 헬멧을 안 쓰고 있었지? 치프는 다시 평소의 음울한 얼굴을 한채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루이즈는 그 얼굴을 빤히 본 뒤 이렇게 말했다.
"맛있는 식사를 차려 주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음울하게 있기야? 괜히 나까지 암울해지잖아?!"
".........미안."
억지로 미소를 짓는 치프. 그러나 어제나, 시에스타 옆에 있는 것 처럼 자연스런
미소는 나오지 않았다. 루이즈는 됐다며 포크로 과일을 한입 베어 물었다.
치프도 따라 먹는다. 한참을 조용히 먹던 루이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치프는...정말 다른 세계에서 왔어?"
"......에리다누스라는 지구연합 하에 식민지 행성에서 왔다."
"뭐야 그 알 수 없는 소리는..."
"........."
".....언젠가 꼭 거기로 돌아갈꺼야?"
"........."
"정말이야?"
"잘...모르겠다. 어쩌면 그들이 이 곳을 발견한 뒤는 수백년 뒤가 될지도."
"뭐야 그건."
루이즈는 알지 못하겠다며 치프가 말을 너무 어렵게 한다며 투덜댄 뒤
식사를 들었다. 식사가 끝난 뒤 루이즈는 조용히 오늘의 과목을 복습하기
시작했고.
치프와 치프의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간 코타나는 멍하니 그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이 오면...떠나야 할까? 아니면 여기에 있을까?
치프의 머릿속에 의문이 들어 앉았다.
[치프...]
치프의 고민에 안타까워하는 코타나가 부르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
*
*
"후훗 여기 인가?"
마법사용 로브를 머리까지 깊게 푹 쓴 누군가가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그녀인지, 그인지 알 수 없는 자는 벽을 한번 똑똑 두드린뒤 뭐라 중얼거렸다.
망토를 두른 이의 마법이었다. 그러나 마법은 푸른색의 막같은 것에 막혀
보물고 탑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흠. 역시 안될까나?"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다 문득 오전에 본 광경을 떠올렸다.
그래! 그녀라면 가능할 것이다!
후훗. 엉망인 그 소녀의 폭발 마법이라면? 정말 가능할 것이다.
"거기다 그..파괴의 지팡이."
사용 방법을 모르지만 상관 없다. 그 남자.
그 갑주를 두른 남자라면 어떻게 사용할지 매우 잘 알 것이다. 아니 잘 알게
될 것이다.
"왜냐면..."
그는 간달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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