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사역마XHALO] -제7화 : 수다스런 마검 델프링거?/워트호그 사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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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거기 계신 아가씨께서 쓰실 겁니까?? 귀족들이 검을 쓰는 경우는 참 드문데."
"아냐.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사역마가 쓸거야."
"반갑다."
루이즈의 소개에 치프는 간단히 목례를 한 뒤 진열장에 놓인 검들을
쳐다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치프의 갑옷차림과 루이즈를 한번 훑어본
주인장은 신음소리를 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키득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왠지 호락호락하게 자신의 악덕상술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이고~검을 쓰는 강한 골렘이라. 그렇다면 이쪽이."
"골렘이 아니다."
"아이고 네. 사역마 손님. 여기 이쪽 검은 어떠십니까?"
"........."
치프를 진열장으로 안내한 주인은 손을 싹싹 비비며 치프 몸만큼이나 거대한
검에 대해 줄줄이 장황한 소개를 늘여놓았다.
뭐 게르마니아의 뭐 어쩌구저쩌구...너무 장황한지라 재빨리 임무를 파악하는
치프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결국 가려 들은 바로는 굉장히 유명한
장인이 만든 거대한 검인데 문제가 너무 비싸다는 사실.
"거기다. 가격은 둘째쳐도. 너무 무거워서 사용이 좀 힘들죠 에헤헤...들었네."
"괴, 굉장하다."
청동골렘들을 일격에 박살낼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런 무겁도 자신의 신체보다 커다란 검을 한손으로 붕붕 휘두르며 돌리기까지
하는 치프의 힘에 루이즈는 굉장하다며 놀라워했다.
치프의 괴력을 처음 본 주인장은 멍하니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담뱃재가 손 위에 떨어져 살이 달궈지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자신의 손을 보고 부둥켜 잡고 뜨겁다고 펄펄 날뛰는 모습은
코믹스러웠다.
"흠. 과연 저런 무거운 검을 들다니. 무게는 재껴두고, 가격이 문제군요."
"얼만데?"
루이즈의 질문에 주인장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딱 잘라 1500에큐라고 말했다.
그 말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루이즈는 너무 비싸다고 이거 순 사기 아니냐고
불평을 털어 놓았지만 주인장은 싫음 관두고 다른 검을 찾으라고 설득했다.
치프는 이 세계의 화폐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기에 루이즈에게 다가가
물었다.
"에큐란 화폐단위를 쓰는가?"
"응. 100에규면 평민이 몇달은 족히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야. 하필이면 지난번
마법실험 때 돈을 다 쓰는 바람에 겨우 300에큐밖에 남지 않았어..."
여담이지만 실험연구비를 쏟아 만든 마법약품들은 무슨 SF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매드사이언티스트의 폭발실험을 보듯 제로의 루이즈란 이명답게 0으로 화했다.
즉 그녀가 연구 도중 폭발시켜버렸단 의미다.
덕택에 당분간 연금수업과, 실기수업 때 마법사용 금지를 당한 루이즈였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절로 한숨이 나온 루이즈...
그런 루이즈의 맘을 모르는 치프는 돈 많은 귀족들도 돈걱정은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 육중한 대도는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그냥 100에큐짜리 싸구려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런 좋은 무기가 있으니
검은 사람을 상대로 위협용으로만 써도 무리는 없다."
"그, 그래도..."
"나중에 보여주겠지만 난 그것 이외에도 더 많은 위험한 화력들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검은 간단할수록 좋다. 어차피 검술보단 그런 쪽의 무기들을 다루도록 훈련받았으니까."
엘리트들의 에너지 소드를 몇번 사용한 경험을 떠올린 치프는
그런 근접전 무기들은 결국 전시용, 혹은 위급시로나 사용한다는 교범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의 동료 아비터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에너지 소드를
주로 사용하였다. 치프는 전술상 이점은 차라리 어썰트라이플이 더 많다면서
강력 추천을 하였지만 그는 '인간의 무기는 천박하다'는 특유의
엘리트 사고방식을 내세우며 거절했었다. 아비터 나름대로 생각은 있겠지만.
결국 치프에게 있어 검이란 무의미한 무기였다. 그는 허벅지에 숨겨진 하얀
권총을 가리켰고 루이즈도 납득했는지 주인장에게 다시 물었다.
"200에서 300에큐 정도 하는 검은 있을까?"
"저쪽에 있는 항아리를 뒤져보십쇼. 쓸만한 것이 하나 정도는 있을겁니다."
귀족이라도 돈이 없으면 무시 당하는 것은 엄연한지 철저히 자본주의식으로
계산한 주인장은 아까 치프가 대검을 휘두를 떄와 달리 조금 건방진 태도로
입을 열었고 루이즈는 불만인지 투덜대며 치프를 이끌고 항아리 근처로 왔다.
"이건 어떄?"
"시미터라면 쓸만 하지만...너무 날이 섰군. 위험해."
"차라리 단검을 사겠다고 말하는게 낫겠어 치프. 너무 따지지 마."
"하지만 난 인간위협용을 원하지 살상용을 원하는게 아니다. 여기선 전쟁할
일도 없으니까..."
치프의 완고한 입장에 루이즈는 졌다는 듯 날카롭게 날이 선 시미터를 내려놓고
그 옆에 마치 날 잡수~하고 튀어나온 롱소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 올렸다.
스르릉하는 약한 쇳소리와 함께 검이 튀어나왔고 그 순간 루이즈는 화들짝
놀라 검을 떨어뜨렸다.
-어이. 누가 날 꺠운거야? 피곤하잖아?!
"이, 인텔리전트 웨폰인가?!"
"검이..말을 하는군."
마치 칩속에 들어가 있는 인공지능 코타나처럼.
치프도 깜짝 놀랐는지 떨어진 검을 다시 주워 검을 살피기 시작했다.
원래는 은색으로 빛났을 검신은 황동색의 녹으로 뒤덮여 실전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치만 이정도라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주무기는 피스톨이 될테니까...
"음."
-이봐. 청동갑옷 입은 형씨. 날 사는게 어때? 근 몇년간 이 곳에서만 지냈더니
세상구경이 하고 싶어졌어..날 좀 사라고. 나 꽤 아는 것도 많다고.
"음."
-그만 좀 신음소리 넣고 어떄? 살겨? 말겨?!
"시끄러 델공!"
치프가 턱을 괸채 검을 보며 살까 말까?를 감정하는 동안 검은 쉴새 없이
나불나불 거리며 치프와 루이즈, 주인장의 신경을 건드렸다. 보다못한
주인장이 검의 이름을 부르며 좀 입 좀 다물라고 소리쳤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쉬며 이런 수다쟁이는 일생에 도움이 안된다며
다른 검을 고르자고 했지만 치프는 왠지 이 검이 맘에 들었다.
이 검을 보고 있자니 지금쯤 여명호의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하며 생존에
좋을만한 정보를 찾고 있을 코타나를 떠올린 것이다.
생각해보니 전장에 있을 때는 그와 함께 하며 즐거운 일도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녀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이다.
뭐 AI 나름대로 조난신호를 관리하고 꾸준히 신호를 보내기 위해 남겠다고
한 것도 있지만....그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차라리. 이 델공인지 뭔지를 코타나에게 데려다 놓으면 둘이 신나게 떠드느라 기분은 많이 풀릴려나?"
-이봐! 이 몸은 델공 따위가 아니라 델프링거란 멋진 이름이 있는 마검이란 말이다. 그리고 기분 풀이 용이라니? 용맹했던 전사의 검을 지금 무시하는 거냐?
"좋다. 이걸로 사지 루이즈!"
치프는 철그럭 거리는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떠드는 검을 바이져 너머로 빤히
쳐다보다 결국 맘에 들었는지 주인에게 그 검을 요구했다.
루이즈는 자신이 싫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치프의 몇가지 논리적인
이유에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우선 첫번째로 전투데이타와 그의 세계에서의 경험은 치프와, 코타나가
많이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총과 폭탄, 플라즈마나 레이져가 아닌,
화살과 검, 창,칼이 난무하는 세계였다. 이런 세계에서 1사람과 1AI가 알고
있는 지식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분명 화력과 경험은 이쪽이 월등했지만
원래 전쟁이란 예측불가능이였다. 특히 마법이란 특수한 능력이 있는 세계라면..
그런 점에서 차라리 이쪽 세계의 전쟁을 겪은 델프링거는 훨씬 유능한 조언자라
할 수 있었다. 조금 수다스럽지만....
2번째로는 녹이 슬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녹이 슬었다는 점은 원래 검이나, 기타 무기들에겐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이야기지만 치프에겐 달랐다. 어차피 치프는 사람을 죽이는 검이 아닌
다치게만, 혹은 치명상만 입히는 검을 바랐다. 이정도 낡은 날이면 충분히
사람을 다치게만 할 수 있었고, 녹이 슨 부분에 잘못 맞아 파상풍을 입어
[대신에 날이 치프의 힘을 못 견디고 부러질 수도 있었지만..]
데미지를 심하게 입을 수도 있었다.
"이 정도 이유면 살 필요는 충분하다."
-그거 왠지 내가 낡고, 오래되서 쓸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들리지만...뭐 좋아!
잘해보자고 파트너?! 그리고 사역마의 주인.
"네이~네이. 후회해도 책임 못 져. 이 검 얼마야?!"
치프의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설명에 루이즈는 결국 포기하고 이 검의
수다를 평생 들을 각오를 한 채 지갑에서 돈을 털털 털었다.
어차피 공부할 때마다 마법에 대해 지겹도록 질문하고 치프 이야기를 꺼내는
코타나를 상대해온 루이즈에겐 저 검도 지겨운 짐덩어리였지만 그래도
면역이 생긴 모양이다.
또 주인장은 저 검의 수다를 더 이상은 듣기 싫었는지 그냥 적당히 100에큐에
팔겠다고 선언하여 더욱 기뻤다. 남은 200에큐는 약재료로!!
루이즈는 이번에도 실패할 실험의 장미빛 환상을 심으며 속으로 기뻐했다.
멍하니 서 있는 루이즈를 보고 치프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가자 루이즈. 벌써 어두워지고 있다."
"알았어~아 갈 때도 그 이상한 수레를 타는 거야?!"
"수레가 아니라 워트호그. 당연히 가지고 가야지. 이런 곳에 놔두고 갈 수도 없고,
놔 두고 갔다간 너무 위험하다."
숲속에다 위장을 위해 풀과 나뭇가지로 숨겨 둔 워트호그를 떠올린 치프는
만약 지나가던 자들이나, 마도사들에게 걸리면 어떻게 될지 예상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위험성을 예고했다.
그런 것을 노리는 자들이 생기면 자신들의 신변은 위험해지고, 거기다
재수 없으면 대외적으로 표적이 생길지도...
편하고, 조용히 지내길 원하는 치프는 겨우 군용 차량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 싫었다.
'이젠 쉬고 싶다. 여기에서의 전쟁은 내 전쟁이 아냐...'
"그럼 빨리 가지 뭘 꾸물대? 그렇게 멍하니 서 있을 거야?"
"......"
이런 너무 감상적이 되었군.
치프는 한숨을 내쉬며 루이즈와 함께 도시 외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뭐야 저것들은..."
"....아무래도 엔진음 때문에 호기심으로 따라온 녀석들 같군."
"이봐 거기 강철통 대가리 아저씨. 거기 타고 있는 마법수레만 내놓으면 떠날테니까. 당장 비켜서..."
꼭 개념없이 설치는 저런 놈들이 있지.
코타나가 보았으면 감히 인류의 희망인 스파르탄에게 죽으려고 설친다고
대놓고 욕할 불량스런 한량들을 보며 치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맘 같아선 옆에 쓰러져 있는 낡은 고목을 들어다 미사일을 튕겨냈을 때처럼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그건 너무 심하다 싶어 꾹 참고 델프링거와
피스톨을 꺼내들었다. 이렇게 새검(?)이 너무 일찍 활약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키킥~지금 장난하자는 거유 형씨? 우린 자그마치 20명이야. 근데 고작 2명...
그것도 한명이랑 뭣모르는 귀족 꼬맹이 아가씨를 데리고 싸우겠다고? 키킥."
"저것들이 미쳤나! 감히 귀족을 모욕해?! 내 마법으로 그냥..."
"루이즈. 뒤로 물러서."
".....왜?!"
"저들은 나에게 충분하다. 안 그래도 이 검의 능력도 한번 시험해보고 싶고.."
-스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델프링거가 뽑혀 나왔다.
치프는 그 검을 뽑아 허리를 약간 숙인 채 자신이 영화속에서 봐온 검사들과
비슷하게 자세를 취했다. 왠지 스파르탄인 자신이 이런 검을 들고 있자니
꼭 그리스의 스파르탄 전사들같아 피식 웃겼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세의 검이든, 그리스의 검이든, 수다쟁이 검이든 상관없었다.
오로지 적만 부숴버리면 그만이었다.
치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델프링거는 삐그덕거리며 입을 열고 좋아라
떠들어댔다.
-크하하~파트너 초심자 치곤 자세가 제법 좋아! 어디서 검술이라도 배운 남자같아. 어쩄든 저런 불량스런 녀석들하고 한판이라...나같은 마검에게 저런 하찮은 녀석들이라니..불만스럽지만. 아무렴 어떄!
"시끄럽다. 조언이나 잘 하도록."
제대로 안 하면 코타나랑 협의해서 무기 대신 실험용으로 쓸테니까.
뒤의 말은 일부러 꺼내지 않은 치프는 델프링거를 다시 한번 꽉 쥐은 뒤
무기 성능 테스트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우선 쥐는 감은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베이는 정도나, 검으로 두들겨 패는 정도의
강도(?)는 어떨까? 치프의 머릿속엔 그것만이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루이즈. 저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멀리 피해 있도록."
"싫어! 저런 하찮은 자들에게 약점 보이기 싫다고."
라면서 마법지팡이를 드는 치프의 주인. 치프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고집에 질렸다는 듯 그녀는 무시한 채 자신에게 적들이 집중하도록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워트호그를 사수하기로 하였다.
저런 하찮은 자들로부터.........
"아냐.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사역마가 쓸거야."
"반갑다."
루이즈의 소개에 치프는 간단히 목례를 한 뒤 진열장에 놓인 검들을
쳐다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치프의 갑옷차림과 루이즈를 한번 훑어본
주인장은 신음소리를 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키득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왠지 호락호락하게 자신의 악덕상술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이고~검을 쓰는 강한 골렘이라. 그렇다면 이쪽이."
"골렘이 아니다."
"아이고 네. 사역마 손님. 여기 이쪽 검은 어떠십니까?"
"........."
치프를 진열장으로 안내한 주인은 손을 싹싹 비비며 치프 몸만큼이나 거대한
검에 대해 줄줄이 장황한 소개를 늘여놓았다.
뭐 게르마니아의 뭐 어쩌구저쩌구...너무 장황한지라 재빨리 임무를 파악하는
치프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결국 가려 들은 바로는 굉장히 유명한
장인이 만든 거대한 검인데 문제가 너무 비싸다는 사실.
"거기다. 가격은 둘째쳐도. 너무 무거워서 사용이 좀 힘들죠 에헤헤...들었네."
"괴, 굉장하다."
청동골렘들을 일격에 박살낼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런 무겁도 자신의 신체보다 커다란 검을 한손으로 붕붕 휘두르며 돌리기까지
하는 치프의 힘에 루이즈는 굉장하다며 놀라워했다.
치프의 괴력을 처음 본 주인장은 멍하니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담뱃재가 손 위에 떨어져 살이 달궈지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자신의 손을 보고 부둥켜 잡고 뜨겁다고 펄펄 날뛰는 모습은
코믹스러웠다.
"흠. 과연 저런 무거운 검을 들다니. 무게는 재껴두고, 가격이 문제군요."
"얼만데?"
루이즈의 질문에 주인장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딱 잘라 1500에큐라고 말했다.
그 말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루이즈는 너무 비싸다고 이거 순 사기 아니냐고
불평을 털어 놓았지만 주인장은 싫음 관두고 다른 검을 찾으라고 설득했다.
치프는 이 세계의 화폐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기에 루이즈에게 다가가
물었다.
"에큐란 화폐단위를 쓰는가?"
"응. 100에규면 평민이 몇달은 족히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야. 하필이면 지난번
마법실험 때 돈을 다 쓰는 바람에 겨우 300에큐밖에 남지 않았어..."
여담이지만 실험연구비를 쏟아 만든 마법약품들은 무슨 SF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매드사이언티스트의 폭발실험을 보듯 제로의 루이즈란 이명답게 0으로 화했다.
즉 그녀가 연구 도중 폭발시켜버렸단 의미다.
덕택에 당분간 연금수업과, 실기수업 때 마법사용 금지를 당한 루이즈였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절로 한숨이 나온 루이즈...
그런 루이즈의 맘을 모르는 치프는 돈 많은 귀족들도 돈걱정은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 육중한 대도는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그냥 100에큐짜리 싸구려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런 좋은 무기가 있으니
검은 사람을 상대로 위협용으로만 써도 무리는 없다."
"그, 그래도..."
"나중에 보여주겠지만 난 그것 이외에도 더 많은 위험한 화력들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검은 간단할수록 좋다. 어차피 검술보단 그런 쪽의 무기들을 다루도록 훈련받았으니까."
엘리트들의 에너지 소드를 몇번 사용한 경험을 떠올린 치프는
그런 근접전 무기들은 결국 전시용, 혹은 위급시로나 사용한다는 교범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의 동료 아비터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에너지 소드를
주로 사용하였다. 치프는 전술상 이점은 차라리 어썰트라이플이 더 많다면서
강력 추천을 하였지만 그는 '인간의 무기는 천박하다'는 특유의
엘리트 사고방식을 내세우며 거절했었다. 아비터 나름대로 생각은 있겠지만.
결국 치프에게 있어 검이란 무의미한 무기였다. 그는 허벅지에 숨겨진 하얀
권총을 가리켰고 루이즈도 납득했는지 주인장에게 다시 물었다.
"200에서 300에큐 정도 하는 검은 있을까?"
"저쪽에 있는 항아리를 뒤져보십쇼. 쓸만한 것이 하나 정도는 있을겁니다."
귀족이라도 돈이 없으면 무시 당하는 것은 엄연한지 철저히 자본주의식으로
계산한 주인장은 아까 치프가 대검을 휘두를 떄와 달리 조금 건방진 태도로
입을 열었고 루이즈는 불만인지 투덜대며 치프를 이끌고 항아리 근처로 왔다.
"이건 어떄?"
"시미터라면 쓸만 하지만...너무 날이 섰군. 위험해."
"차라리 단검을 사겠다고 말하는게 낫겠어 치프. 너무 따지지 마."
"하지만 난 인간위협용을 원하지 살상용을 원하는게 아니다. 여기선 전쟁할
일도 없으니까..."
치프의 완고한 입장에 루이즈는 졌다는 듯 날카롭게 날이 선 시미터를 내려놓고
그 옆에 마치 날 잡수~하고 튀어나온 롱소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 올렸다.
스르릉하는 약한 쇳소리와 함께 검이 튀어나왔고 그 순간 루이즈는 화들짝
놀라 검을 떨어뜨렸다.
-어이. 누가 날 꺠운거야? 피곤하잖아?!
"이, 인텔리전트 웨폰인가?!"
"검이..말을 하는군."
마치 칩속에 들어가 있는 인공지능 코타나처럼.
치프도 깜짝 놀랐는지 떨어진 검을 다시 주워 검을 살피기 시작했다.
원래는 은색으로 빛났을 검신은 황동색의 녹으로 뒤덮여 실전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치만 이정도라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주무기는 피스톨이 될테니까...
"음."
-이봐. 청동갑옷 입은 형씨. 날 사는게 어때? 근 몇년간 이 곳에서만 지냈더니
세상구경이 하고 싶어졌어..날 좀 사라고. 나 꽤 아는 것도 많다고.
"음."
-그만 좀 신음소리 넣고 어떄? 살겨? 말겨?!
"시끄러 델공!"
치프가 턱을 괸채 검을 보며 살까 말까?를 감정하는 동안 검은 쉴새 없이
나불나불 거리며 치프와 루이즈, 주인장의 신경을 건드렸다. 보다못한
주인장이 검의 이름을 부르며 좀 입 좀 다물라고 소리쳤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쉬며 이런 수다쟁이는 일생에 도움이 안된다며
다른 검을 고르자고 했지만 치프는 왠지 이 검이 맘에 들었다.
이 검을 보고 있자니 지금쯤 여명호의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하며 생존에
좋을만한 정보를 찾고 있을 코타나를 떠올린 것이다.
생각해보니 전장에 있을 때는 그와 함께 하며 즐거운 일도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녀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이다.
뭐 AI 나름대로 조난신호를 관리하고 꾸준히 신호를 보내기 위해 남겠다고
한 것도 있지만....그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차라리. 이 델공인지 뭔지를 코타나에게 데려다 놓으면 둘이 신나게 떠드느라 기분은 많이 풀릴려나?"
-이봐! 이 몸은 델공 따위가 아니라 델프링거란 멋진 이름이 있는 마검이란 말이다. 그리고 기분 풀이 용이라니? 용맹했던 전사의 검을 지금 무시하는 거냐?
"좋다. 이걸로 사지 루이즈!"
치프는 철그럭 거리는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떠드는 검을 바이져 너머로 빤히
쳐다보다 결국 맘에 들었는지 주인에게 그 검을 요구했다.
루이즈는 자신이 싫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치프의 몇가지 논리적인
이유에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우선 첫번째로 전투데이타와 그의 세계에서의 경험은 치프와, 코타나가
많이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총과 폭탄, 플라즈마나 레이져가 아닌,
화살과 검, 창,칼이 난무하는 세계였다. 이런 세계에서 1사람과 1AI가 알고
있는 지식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분명 화력과 경험은 이쪽이 월등했지만
원래 전쟁이란 예측불가능이였다. 특히 마법이란 특수한 능력이 있는 세계라면..
그런 점에서 차라리 이쪽 세계의 전쟁을 겪은 델프링거는 훨씬 유능한 조언자라
할 수 있었다. 조금 수다스럽지만....
2번째로는 녹이 슬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녹이 슬었다는 점은 원래 검이나, 기타 무기들에겐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이야기지만 치프에겐 달랐다. 어차피 치프는 사람을 죽이는 검이 아닌
다치게만, 혹은 치명상만 입히는 검을 바랐다. 이정도 낡은 날이면 충분히
사람을 다치게만 할 수 있었고, 녹이 슨 부분에 잘못 맞아 파상풍을 입어
[대신에 날이 치프의 힘을 못 견디고 부러질 수도 있었지만..]
데미지를 심하게 입을 수도 있었다.
"이 정도 이유면 살 필요는 충분하다."
-그거 왠지 내가 낡고, 오래되서 쓸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들리지만...뭐 좋아!
잘해보자고 파트너?! 그리고 사역마의 주인.
"네이~네이. 후회해도 책임 못 져. 이 검 얼마야?!"
치프의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설명에 루이즈는 결국 포기하고 이 검의
수다를 평생 들을 각오를 한 채 지갑에서 돈을 털털 털었다.
어차피 공부할 때마다 마법에 대해 지겹도록 질문하고 치프 이야기를 꺼내는
코타나를 상대해온 루이즈에겐 저 검도 지겨운 짐덩어리였지만 그래도
면역이 생긴 모양이다.
또 주인장은 저 검의 수다를 더 이상은 듣기 싫었는지 그냥 적당히 100에큐에
팔겠다고 선언하여 더욱 기뻤다. 남은 200에큐는 약재료로!!
루이즈는 이번에도 실패할 실험의 장미빛 환상을 심으며 속으로 기뻐했다.
멍하니 서 있는 루이즈를 보고 치프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가자 루이즈. 벌써 어두워지고 있다."
"알았어~아 갈 때도 그 이상한 수레를 타는 거야?!"
"수레가 아니라 워트호그. 당연히 가지고 가야지. 이런 곳에 놔두고 갈 수도 없고,
놔 두고 갔다간 너무 위험하다."
숲속에다 위장을 위해 풀과 나뭇가지로 숨겨 둔 워트호그를 떠올린 치프는
만약 지나가던 자들이나, 마도사들에게 걸리면 어떻게 될지 예상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위험성을 예고했다.
그런 것을 노리는 자들이 생기면 자신들의 신변은 위험해지고, 거기다
재수 없으면 대외적으로 표적이 생길지도...
편하고, 조용히 지내길 원하는 치프는 겨우 군용 차량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 싫었다.
'이젠 쉬고 싶다. 여기에서의 전쟁은 내 전쟁이 아냐...'
"그럼 빨리 가지 뭘 꾸물대? 그렇게 멍하니 서 있을 거야?"
"......"
이런 너무 감상적이 되었군.
치프는 한숨을 내쉬며 루이즈와 함께 도시 외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뭐야 저것들은..."
"....아무래도 엔진음 때문에 호기심으로 따라온 녀석들 같군."
"이봐 거기 강철통 대가리 아저씨. 거기 타고 있는 마법수레만 내놓으면 떠날테니까. 당장 비켜서..."
꼭 개념없이 설치는 저런 놈들이 있지.
코타나가 보았으면 감히 인류의 희망인 스파르탄에게 죽으려고 설친다고
대놓고 욕할 불량스런 한량들을 보며 치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맘 같아선 옆에 쓰러져 있는 낡은 고목을 들어다 미사일을 튕겨냈을 때처럼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그건 너무 심하다 싶어 꾹 참고 델프링거와
피스톨을 꺼내들었다. 이렇게 새검(?)이 너무 일찍 활약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키킥~지금 장난하자는 거유 형씨? 우린 자그마치 20명이야. 근데 고작 2명...
그것도 한명이랑 뭣모르는 귀족 꼬맹이 아가씨를 데리고 싸우겠다고? 키킥."
"저것들이 미쳤나! 감히 귀족을 모욕해?! 내 마법으로 그냥..."
"루이즈. 뒤로 물러서."
".....왜?!"
"저들은 나에게 충분하다. 안 그래도 이 검의 능력도 한번 시험해보고 싶고.."
-스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델프링거가 뽑혀 나왔다.
치프는 그 검을 뽑아 허리를 약간 숙인 채 자신이 영화속에서 봐온 검사들과
비슷하게 자세를 취했다. 왠지 스파르탄인 자신이 이런 검을 들고 있자니
꼭 그리스의 스파르탄 전사들같아 피식 웃겼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세의 검이든, 그리스의 검이든, 수다쟁이 검이든 상관없었다.
오로지 적만 부숴버리면 그만이었다.
치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델프링거는 삐그덕거리며 입을 열고 좋아라
떠들어댔다.
-크하하~파트너 초심자 치곤 자세가 제법 좋아! 어디서 검술이라도 배운 남자같아. 어쩄든 저런 불량스런 녀석들하고 한판이라...나같은 마검에게 저런 하찮은 녀석들이라니..불만스럽지만. 아무렴 어떄!
"시끄럽다. 조언이나 잘 하도록."
제대로 안 하면 코타나랑 협의해서 무기 대신 실험용으로 쓸테니까.
뒤의 말은 일부러 꺼내지 않은 치프는 델프링거를 다시 한번 꽉 쥐은 뒤
무기 성능 테스트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우선 쥐는 감은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베이는 정도나, 검으로 두들겨 패는 정도의
강도(?)는 어떨까? 치프의 머릿속엔 그것만이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루이즈. 저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멀리 피해 있도록."
"싫어! 저런 하찮은 자들에게 약점 보이기 싫다고."
라면서 마법지팡이를 드는 치프의 주인. 치프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고집에 질렸다는 듯 그녀는 무시한 채 자신에게 적들이 집중하도록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워트호그를 사수하기로 하였다.
저런 하찮은 자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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