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조선-[서장]아버지 라는 세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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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4월 17일.. 부산의 한 마을...
도대체 뭐가 지나간 것일까..?
정말 순식간이었다..
3일째.. 3일째 아버지의 시체를 끌어 안고
버려진 폐가에서 울고 있다..
썩은 내가 난다. 아주 고약한..
그래도 난 아버질 놓지 못하겠다..
바닥엔 이미 피가 마른지 오래고
시야는 이미 흐려 사물들이 울렁거렸다..
손에도 옷에도 비가 말라 붙어 끈끈하다..
그래도.. 싫다..
꽉꽉 닫아놓은 문들과 창문들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난 빛을 증오한다. 하늘을 베어버릴 것이다.
하늘은.. 아버질 버렸다.
우릴.. 버렸다..
밖은 어떨까..?
안 봐도 뻔하다..
비냄새와 화약냄새가 여기까지 전해지니까..
1592년 3월 2일.. 어느 날 아침...
딱!
"아야!.."
"인석아! 그 것도 못 피하냐! 어서 일어나라!"
나의 이름은 연협..
그다지 맘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
뭐.. 들어 줄만하다.
나이? 나이는 13살.
창창한 나이지...ᄏᄏ
그런데 말이지..
이런 화창한 날씨에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뭐하는 건지..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농분가?...ᅳ,ᅳ;;
암튼 힘이 장사다.
싸움도 무지하게 잘해서
전에 있었던 씨름대회에서도 우승해서
황소도 1마리 받았다.
아버지는 매일 바쁘시다.
그리고 이틀에 한번? 사흘에 한번?
밤늦게 오셨다가
아침되자 곧바로 나가신다.
어머니께 아버지는 뭔 일을 하시는지 물었지만
어머니도 대답을 해주시지 않는다.
거참.. 콩가루 집안이라니깐.. 가족간의 신용이 너무 낮은듯 하다.
그런 바쁜 아버지도
1달에 한번 꼭 나와 1주일동안 지낸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론 아버지를 만나다는 맘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난 이 1주일을 가장 싫어 한다.
그 1주일 동안 아버지는 항상 나와 아무런 장비없이 산을 오른다.
거기서 뭘하냐구?
아버지는 날 버려두고 혼자 내려가신다.
따라 갈라 치면 흡신 두들겨 맞고
나혼자서 5일동안 살다가 내려 오라고 한다.
나참 어이가 없어서..ᅳᅳ
무덤 옆에서 자리깔고 자기도 하고
나무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고 뱀이며 토끼며 사슴, 너구리 등등
않먹어본 들짐승없을 것이다.
어쨋든 그렇게 살다가 5일 후 내려오게 된다.
아버진 날 산기슭에서 기다렸다 내 모습이 보이면
긴 막대로 나와 한판 겨룬다.
이건 좋아하는거라 싫지는 않다.
우선 나에게 막대 하나만 있다면
무적이니까..ᄏᄏ
친구들한테 맞지도 않고 강해질 수 있거든!
그런데..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진 매일 찌르기, 막기, 베기 등의
기본 동작만 벌써 6년째 가리켰다.
지겨워 죽겠어 정말..
"하악하악.. 아버지~! 이제 좀 쉬어요~!!"
"헥헥.. 오냐..! 이녀석..! 못보던 사이에 꽤 늘었는걸?
누가걸 보고 따라하는 거야?"
"김시민 아저씨요!"
"응? 김시민 장군?"
"네!ㅋ 너무 멋져요..! 듣기로는여 쐐기라는 기술도 가져서
무지무지 쎄시데여!^^"
아버진 이런 내가 우습 다는듯 낄낄 대며 웃었다.
"뭐? 쐐기? 하하하하!! 이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
발끈! 난 존경하는 김시민 아저씨를 우습게 보는 사람은 용서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김시민 아저씨보다 쎄여?? 약하잖아요!"
"하~ 이 애비는 무적이란다~ㅋㅋ
아무튼..~ 정말 많이 늘었구나.. 하하하~!"
아버지가 말했다.
"칫.. 6년이나 이것만 했는데 안 늘겠었요??
다른 기술 가르쳐주시면 안되요?? 멋진 거..!!"
딱!
"아야!"
아버지의 막대기가 방심한 틈을 타 내 머리를 가격했다.
"이런것도 못 막는데 어떻게 다른걸 가리키냐?ᄏᄏ"
"아버지~!!"
딱! 딱~!
나무가 부딫히는 소리는 밤 늦게 까지 계속 이어 졌다.
초원에 누워 아버지와 밤하늘을 보았다.
별이 반짝이고 달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협아, 막대기 싸움.. 재미있냐?”
아버지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음.. 네! 솔직히 정말 재미있어요..ᄏ”
난 말했다.
“다른 것들은?”
“재미없다구요~ 하나도.. 설사한 적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하하하! 이 녀석! 나중되서 애비한테 고맙단 말이나 해라, 하하하!”
“치..”
1592년 4월 14일..
아버지가 시킨데로 또 5일간의 생존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산 중턱에서 보니 왠일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얼레? 무슨 일이지?”
..
...
펑!!
큰 폭발음과 함께 마을에 불기둥이 치솟았다.
“뭐, 뭐야!”
난 급하게 뛰어 내려갔다.
내려왔을 땐 항상 아버지가 계시던
산기슭에 아버지가 없었다.
‘뭔가.. 뭔가 이상해..’
난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고 마을로 뛰었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마을..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
도대체 무슨일일까..
난 초조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호흡도 가빠져 더욱 진정이 되질 않았다..
1592년 4월 14일..
일본은 조선을 침공한다..
바로 오늘.. 지금 내 눈앞에..
그 날이 왔다..
무자비 하게 칼로 가르는 저 들..
피에 굶주린 양 갈기 갈기 찢어대고
썰어대는 저들은 일본.. 왜군이 었다.
"아아..."
난 털썩 주저 앉았다..
내가 살던 곳이 내가 뛰어 놀던 곳이 이지경이 되다니..
아버지..! 아버지 어디계세요!
아버지는 무적이랬잖아요..
"......!!"
왜구들은 마을을 약탈하고 여자들을 잡아갔다.
난 엄마가 순간 머리를 스쳤다.
급하게 불길에 휩싸인 마을을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퍽!
한 왜군의 병사의 발길질에 저먼치 맞아 날아갔다.
"크윽..! 아파.."
울음이 터질것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 났다.
무서워서 움추리고 싶었다.
손과 발은 이미 떨고 있었다.
"정신 차려!!"
난 속으로 되내었다.
아버진.. 이렇게 약해지지 말라고
내게 계속 가르친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맞는것에 비하면..
너무 가벼웠다.
왜구는 내게 칼을 겨누고 달려 웠다.
평정심을 찾고 상대의 눈을 보라..
아버지가 매일 하시던 말이다.
상대의 눈과 어깨의 움직임을 주시 하게 되면
공격을 미리 읽어 낼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용히.. 달려오는 왜구의 모습을 보았다.
수직으로 칼을 내리 꼿는다. 예측되었다.
"찌르기! 달려드는 상대에게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부위는 명치 또는 목!"
아버지의 가르침이 생생히 떠올랐다.
퍽!
막대로 달려오는 왜구의 목을 그대로 찔렀다.
"크억!"
호흡이 멈출 듯한 고통에 왜구는 힘겨워 했다.
"베기! 어깨의 힘과 허리를 사용해
상대의 어깨죽지에서 부터 허리춤까지 강렬히 그어내린다."
뛰어 올라 왜구의 어깨를 강하게 내리쳤다.
왜구의 무릎이 굽어졌다.
난 다시 한번 베기로 왜구의 머리를 쳐올렸다.
빠각!!
선혈이 공중에 날았고
왜구는 완전 젖혀져 내동댕이 쳐졌다.
"하악하악.. "
몸이 숨이 가빳다.
죽은 걸까?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머니를 찾아야 한다.
"꺄악!!"
귀에 익은 목소리..
엄마였다.
서너명의 왜구에게 머리털을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어머니!!! 그거 놔! 이 자식들아!!"
난 빠르게 뛰어가 한 녀석의 복부를 향해 세차게 때렸다.
나 일격은 칼 한 자루에 막혀 버려 튕기나가졌다.
"뭐, 뭐야! 이 꼬마는..!!"
왜구는 칼을 뽑아 날 공격해 댔다.
"막기! 상대의 움직임을 주시하여 예측된 공격을 막아낸다."
샥!
"큭..!!"
목덜미가 살짝 배였다.
뜨끔한 아픔이 깊게 스며들었다.
정신이 아찔했다.
"오.. 이 꼬마 꽤 쎄게 나오는 구만.. .. !!"
빡!!
녀석이 방심한 틈에 명치를 깊게 찔렀다.
"헉...!"
한순간에 녀석의 움직임은 굳어 버렸고
아까와 같이 얼굴을 향해 강한 베기를 날렸다.
툭..
왜구는 그대로 다리의 힘이 풀린듯
쓰러져 버렸다.
어머니.. 엄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엄마!! 엄마!!!"
저 만치에서 머리털을 잡혀 짐승인 양
끌려 가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끌고 가는 사람의 모습은 보통왜구는 아닌 듯 했다.
깃대를 양 옆으로 차고 허리둘레만해도 1m족히 되보였다.
매우 뚱뚱한 덩치에 키는 쫌 과장해서라도 2m는 되는 듯.. 굉장했다.
저건.. 장군?
"그거노으란 말야!!"
난 사정보지않고 달려 들었다.
땅을 박차고 올라 그의 정수리를 향해
그어내렸다.
턱!
".....!"
막대는 허무하게 잘려나가 내 뒷편에
동강난 파편이 떨어졌다.
그는 잡고있던 엄마의 머리카락을 놔주었다
저 덩치의 장수가 맘에 걸렸지만
엄마 걱정이 먼저 되었다.
"엄마! 괞찮으세요?"
그는 조용히 뒤를 돌아 보았다.
검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매우 거친 이미지였다.
"네 녀석은.. 무엇이냐?.."
저음에 중압감을 주는 굵은 목소리였다.
일본인 치곤 우리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역시 장군쯤 되는 거물인가..?
"엄마를 괴롭.... !! "
순간 그의 눈에 빛이 나는듯했다.
엄청난 위압감..
도저히 상대를 볼수 없는 듯 했다.
겁이나서 다리가 덜덜 떨릴지경이었다.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지? 왜 우리 마을을
이 지경으로 만든거야!!"
말을 하면서도 가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는 섬뜻한 웃음을 짓고 크게 웃었다.
"하하!!.. 약자는 먹히는게 당연하다.."
".....!"
죽은 왜구의 칼을 집어들었다.
"죽여버릴꺼야!"
난 달려들었다.
그는 자신의 양쪽 허리춤에 커다란 칼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한 순간..
난 전혀 보지 못한 한 순간에
배에 차가운 느낌이 오는걸 느꼈다.
정신이 멀어지며 아찔했던 순간 이었다.
정신 차려야되!!
깨고보니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찢어져버릴것 같았다.
너무.. 차가워..
커다란 두개의 칼은 내 배를 깊숙이 찔려
등쪽으로 칼날을 내 보였다.
"큭큭큭.."
그는 내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비웃었다.
"재능은 있지만 오기가 심하구나, 큭큭 ..... !!"
난 안간힘을 내어 녀석의 머리로 칼을 휘둘렀다.
그치만.. 현실은 꿈과 다른것 같다.
허무하게도 그는 뚱뚱한 몸에 맞지않는 날렵함으로 피해냈다.
"재밌는 꼬마로군.. 내 얼굴에 상처를 입히다니.."
그의 눈밑 쪽에 작게 베인 상처가 보였다.
내 칼끝이 다은 듯 하다.
그는 내 배를 파고든 칼을 쑥 뽑아 냈다.
땅에 풀썩 떨어져 솟구쳐 나오는 피의 부위를
움켜잡고 뒹글뒹글 굴렀다.
그는 싸늘하게 날 보며 말했다.
"댓가는 크다."
화왁!!
".....!"
그건.. 화약이었을까..?
아님 나의 착각....?
그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감돌며
마치 폭발물이 폭발하듯이
불길이 빠르게 퍼져왔다.
가옥들은 순식간에 파괴되고
난 땅에 발을 붙이고 서있을수도 없었다.
저만치 날아가 불에타고 있는 나무에 부딫쳤다.
온통 불바다였다.
그 붉음 속에.. 마치 괴물처럼 검은 그림자의 형상으른 한
그가 다가왔다.
"음.. "
그는 나를 조금은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는 진지 했다.
"꼬마.. 아주 크게 될 녀석이구나..
인정해주지.. 나의 이름은 가토..
일본군의 선봉장을 맡은 장군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칼을 높게 들었다.
"너무 위험하구나.. 훗날 우리 왜군에게
큰 화를 가져다 줄 불씨구나.. 아까운 재능이지만.."
큰 칼을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죽어라!!"
펑!!
".....!"
난 견디기 힘든 긴장감에
눈을 감고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하나 기억이 난다.
난 봤다.
가토의 칼이 눈앞으로 왔을때
먼가를 날려보내 가토의 검을
부러뜨린..
나는 보았다.
쐐기찌르기를..
그걸 누가 내보낸줄은 모르겠다.
기억나는건 검은 갑옷을 입은..
작은 키에 조금은 뚱뚱함을 한 장수를 본 것뿐..
..
그게 누구였건..
나에게는..
그건 김시민 아저씨로 보였다.
하루가 지나서여 잠에서 깰 수 있었다.
"....?"
지끈지끈 거리는 두통이 왔다.
복부 부분은 짜릿함이 스며 들었다.
칼을 맞은 부분.. 제길..
"으윽.. 여긴 어디지?"
황색의 낡은 천의 막사 같은 곳이었다.
내가 누워 있던곳은
그저 볏집으로 짜낸 이불이었다.
그래.. 전쟁이 일어났지..
어제의 기억이 제대로 나질 않는다..
기억나는건 혼절 직전에 보았던
푸른 색의 쐐기창의 모습..
참 아름다웠어..
또 생각 나는게 있다.
그 검정 갑옷의 장수..
얼굴이...
얼굴이 생각 나질 않는다.
엄마!
엄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어디 계신거지...?
엄마..
..
.
아버진 어디 있는것 일까..?
자신은 무적이라며..
으스대면서 왜 정작 그땐 없는것일까?
..
무서웠을꺼야..
그저 허풍에 불과했던 거야..
어딘가 웅크리고 숨어 있었겠지..
쓰레기..
그런 작자는 쓰레기야..
심장의 박동이 점점 심해졌다..
복부의 상처에선 피가 새어나오는데..
난 느끼지도 못했다..
엄마는 어딜 간 것인가?
나의 나약함에 분노가 인다..
..
진정하자..
침착하자..
나에게는 가토에게도 인정 받은
무공이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클것이다.
쓰레기의 선물이라 생각하자.
겨우 맘이 가라 앉았다.
"어이?"
"....?"
막사 밖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은색의 갑옷을 입은 장수..
왼쪽 허리춤에 두터운 검을 차고
얼굴엔 깍지 못한 턱수염이 거칠게 있었다.
그는 그릇을 들고 밥을 먹고 있었다.
볼에 한 가득 밥을 씹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웠다.
"일어 난겨?"
"아... 저기 누구...?"
그는 씹던 밥을 삼키며 말했다.
"내? 내는 권율이라고 혀."
"권율..?"
"그랴~, 이름이 뭐꼬?"
"저는.. 저는 연협이라고 하는데요.."
그는 먹던 밥 수저를 잠시 멈추며 말했다.
"연협?? 우메.. 참말이여??"
"네... ? 저기.. 여긴 어딘가요?"
"여기? 여기 대구여 대구.."
내 이름 듣고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엇 보다 엄마의 얘길 알고 싶었다.
"저기.. 혹시 제 옆에 저희 엄마 못 보셨나요?"
권율은 다시 밥을 먹으며 말했다.
"죽었어."
"...........!!"
무슨 소리야..
분명.. 분명 검은갑옷의...
김시민 아저씨가 구해주셨을 텐데..
엄마가 죽다니...
엄마가..
".....? 어이? 꼬맹아? 우냐?
어허~ 사내 자식 울면 우짜냐~
거참 곤난한 놈이네.."
퍽!!
권율의 밥 그릇이 땅에 툭 떨어졌다.
".........!"
난 주변의 창을 하나 잡고
막사를 박 차고 나가
공격 자세를 잡았다.
부대 안의 모든 병사가 나와 권율을 주시 했다.
병사들은 웅성 대며 둘을 지켜 봤다.
눈물은 주륵주륵 흘러 시야가 너무 흐렸다..
그치만.. 어떻게 라도 이 슬픔을 참아 내고 싶었다..
권율에게 적의는 없었다.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
모든 것에..
"이것아.. 그건 어쩔 수 없는거였어.
널 구해준 우리 성님도 도착했을땐 이미 늦어 부린 상황인디.. 우짤껴?"
"시끄러!!"
난 권율을 향해 창을 사정없이 찔렀다.
팡!
권율은 허리춤의 큰 칼을 한 손으로 빼 들어
창을 너무 쉽게 튕겨 냈다.
"평정심을 찾고 상대의 눈을 보라.."
"..........!!!"
낯익은 목소리..
아버지가..
아버지가 매일 나에게 하던 말..
난 울어버린 탓에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의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검정 갑옷의 장수..
김시민 장군님 이라 생각 했는던 장수..
그는...
"일어났군.."
"아... 아버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복부의 상처를 싸 맨 붕대가 피로 푹 젖어 든지 오래다..
어째서.. 어째서 검은 갑옷의 장수가 아버지인 것이냐..!!
어째서...!!!
어째서 어머니를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
겁장이가 왜 여기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죽어버려!!
반드시 목을 비틀어 죽여 버리겠다 다짐했어!!!
"여.... 연, 연대장님..! 저, 저기 그게.. 아드님이......... !! "
"으악!!!!!"
창을 아버지에게 겨냥하고
내 팔이 떨어져 나갈 만큼 새게 창을 던졌다.
"......."
챙!!
아버지는 날아가는 창을
자신의 창으로 손쉽게 날려 보냈다.
"......!"
"죽어!!"
난 창이 날아간 사이 아버지에게 달려 들어
얼굴을 발길질로 갈겼다.
퍽!!
"......"
난 또 눈물이 났다..
"이 쓰레기..."
"......"
"엄마가.. 엄마가.. 죽었단말야..."
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모르겠다 왜 이렇게 슬픈지..
엄마의 죽음은.. 예상 했기 때문이었을까...
그치만..
그치만.. 이 눈물은...
"협아.."
"부르지마!!!"
난 주위에 있는 말 한 마리를 타고
무작정 부대의 진영을 뛰쳐나가버렸다..
말은 탈줄도 모르지만..
아버지는 내가 뛰쳐나간 뒤에도
내 이름을 계속 해서 불렀다.
듣지마!
쓰레기일뿐야..
..
..
"협아!! 협아!!!"
협의 아버지는 안절 부절 못했다.
"큰일이다.. 저 쪽은 왜군의 복병이 진을 친 곳인데...!"
그는 말을 하나 올라타 협을 쫒아갔다.
"연장군님!! 이런 젠장..! 나 참 미치겠꾸만..
야! 장비 안챙기고 뭐하는겨!! 장군님 안 쫒아갈껴?!!!"
권율은 연 장군의 뒷모습을 보며 모든 병사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아.. 아, 예!"
얼마나 갔을까..
워낙 길치에 말은 생전 처음 타보는 거라..
그치만 계속 해서 달렸다.
풀썩!
"크윽...!!"
난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고
말은 저 혼자 어디론가 가버렸다.
저녁 노을로 태양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난 주변에 그늘 진 곳에 웅크리고 훌쩍거렸다.
맘이 많이 진정 되었다.
"어이~!! 꼬맹이~!!!"
".....!"
권율의 목소리..?
난 일어나 권율을 바라보았다.
그는 수백의 군사를 이끌고 왔었다.
"에고 여기 있어서 다행이구만.."
"권율 아저씨.. 아까는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공격해서.."
그는 내 등을 툭툭 때리며 말했다.
"괜찮어~ 잊어버려~ 하하~
그건 그렇고 짜식 승질 드럽기는..
뛰어 나가더라도 연 대장님 말은 들어야 할꺼 아녀~!"
"들을 것도 없어요.."
딱!
권율을 내게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그건 니 사정 이고! 느그 엄마 구할 수 없던 이유는 들어야 할것 아녀~!
가토란 녀석은 말이다.. 학자들 말로는 인간이상의 능력으로
몸에서 불을 만든다는겨.. 근데 그걸 자기 칼에다가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칼에다가 불을 넣고 휘두르면 아주 넓은 지역으로 열기의 공격을 당한 다고 하더라고.. "
".....? 그렇다면.. 가토가 마지막에 제게 날렸던 불길은...?"
"그라지.. 그걸 자칭 폭..? 폭뢰격 맞나? 고로코롬 부른다던디..?
그리고 느그 집이 부산아니냐? 왜놈이 것들이 재수 없게 부산을
첫 목표로 삼아부려서 개박살난 것인디.. 연대장님이 그 소식듣고
상부 명령도 없이 달려왔던게 너랑 마추쳤던 그때 였던겨!
쪼금 혼란이 정리 되뿔면 느그 아버지 모가지다 모가지~.. 에이구..."
"아... 아버지..."
너무나 죄송했다..
아버지..
"쨋든.. 연대장님은 어딜 간겨.."
빨리 만나고 싶다..
아버지.. 죄송하단 말을 하고 싶다..
넓은 품에 안겨 가슴 속 응어리를 터뜨리고 싶었다.
권율의 표정이 굳었다.
"혹.. 혹시? 이런 니미럴!!
야! 전부다 따라와!!"
연대장은 계속 해서 달렸다.
노을이 진걸 보니 곧있음 밤이 될텐데..
협이의 걱정이 너무나 되었다.
퍽!!
"크억!!"
연대장의 어깨에 뭔가가 스쳐고 지나갔다.
피가 팔뚝까지 흘러나왔고
말에서 털썩 떨어져 버렸다.
"이게 누군가...? 조선의 장수, 연정(聯貞)장군이 아닌가? 하하.."
"큭... 네놈.."
회색빛의 말을 타고 직각의 칼같은 창을 휘둘르는 왜의 장수..
권율은 땅에 찍힌 말 발굽을 보고 확신이 섰는지
더욱 한탄해했다.
"환장하것꾸만.. 협아! 느그 아부지 왜놈들 소굴로 가버렸다!"
"네?! 아버지가.. 왜?..."
"너 찾으려다 그런거 아냐! 전군!! 전진하라!!"
쫙!!
또다시 왜군 장수의 공격을 당했다..
이번엔 허벅지 부분..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연정은 점점 힘이 빠져 나갔다..
의식이 흐려지는 듯..
이상하게 졸렸다..
이게 죽음 인가..?
"하하..! 천하의 연장군이 이 꼴이 되다니 우습구만.."
"이.. 이놈.. 네 놈이 어떻게.. 그걸 사용 하는게냐!!.."
"그건 알 것 없다.. 큭큭..
......? 이제야 원군이 오는군.."
아버지.. 아버지..
설마 벌써 돌아 가시진 않았죠?
난 간절하게 맘속에 외치며 권율의 뒤에서
허리를 꽉 잡았다.
"히이이이잉!!"
권율이 갑자기 멈췄다.
"장군!!!"
권율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
아버지!!!!!"
아버지는 창 하나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었다.
피가 온몸에서 솟구쳤다..
권율이 그런 아버지를 부축하려 달라갔다.
병사들도 아버지와 싸우던 왜군을 둘러싸고있었다.
"이거 좀 많구만..~"
그는 약간 곤란하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난 말에서 내려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버지!!!"
아버지의 입에서 피가 흥건했다..
쭉!!
옷을 찢어 피를 닦아 냈다..
피가 나는 데는 막아보려 애를 썻다..
피가.. 피가 멈추질 않았다..
또 눈물이 난다..
"아버지..!! 아버지.... 죽지 마요!!"
"장군!! 장군 괜찮으신겨?!"
난 아버지를 잡고 흔들어 댔다..
아버지는 입에서 피를 울컥 토해 냈다.
아버지의 붉은 피를 볼때 마다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 어쩔 줄 몰랐다..
이대로.. 이대로 아버질 보내버릴 것만 같았다.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내게..
아버진 힘겹게 일어나며 말을 했다.
"협아... 전에.. 큭.. 전에 니가 이 애비에게 말했지?.."
난 눈물이 고여 흐린 모습의 아버지를 보았다.
"멋진 기술.. 흐흐.. 보거라.."
아버지는 다시 창을 들었다.
"장군!! 움직이지 마쇼! 왜 움직이는 겨!!"
"권율!.. 자네에게 내 아들 놈을 부탁하네..
지금은.. 그 애를 데리고 도망 쳐주게..
저 왜군 녀석은.. 정말 강한 놈이야.."
그렇게 말하고 권율에게 창을 휘둘렀다.
"......!"
권율은 빠르게 뒤로 물러 났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괴로움 심정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날 들어 올려 허리춤에
끼고 말을 타고 사정없이 달렸다..
그리고 권율은 외쳤다..
"전원 퇴각!!! 퇴각하라!!!"
"잠깐!! 권율 아저씨!! 아버지는!! 아버지는 왜 두고 가!!!"
난 다시 내려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협아!!"
아버지가 날불렀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냐?!"
아버지가 든 창이 점점 푸른 색으로 변했다.
창에선 서늘한 핏기가 도는 듯 했고
점점 푸른빛은 밝아졌다..
".......!"
그건.. 쐐기!!
"이야!!!!"
아버지는 혼신의 쐐기를 왜군 장수에게
날려 보냈다.
".......!!"
솩!!
아버지의 마지막.. 그 공격이 ..
왜군 장수의 쐐기 한방에 갈라져버렸다...
갈라진 아버지의 쐐기창을 뚫고
왜군의 쐐기가 아버지의 가슴 깊숙히 박혔다..
"아버지!!!!!!!"
공중으로 피가 흩어졌다..
아버지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
..
.
아직.. 미안하단 말도 못했는데..
그 넓은 품에 안기 지도 못했는데..
이 가슴속 응어리를 터뜨리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난...
나는....
아버지..
도대체 뭐가 지나간 것일까..?
정말 순식간이었다..
3일째.. 3일째 아버지의 시체를 끌어 안고
버려진 폐가에서 울고 있다..
썩은 내가 난다. 아주 고약한..
그래도 난 아버질 놓지 못하겠다..
바닥엔 이미 피가 마른지 오래고
시야는 이미 흐려 사물들이 울렁거렸다..
손에도 옷에도 비가 말라 붙어 끈끈하다..
그래도.. 싫다..
꽉꽉 닫아놓은 문들과 창문들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난 빛을 증오한다. 하늘을 베어버릴 것이다.
하늘은.. 아버질 버렸다.
우릴.. 버렸다..
밖은 어떨까..?
안 봐도 뻔하다..
비냄새와 화약냄새가 여기까지 전해지니까..
1592년 3월 2일.. 어느 날 아침...
딱!
"아야!.."
"인석아! 그 것도 못 피하냐! 어서 일어나라!"
나의 이름은 연협..
그다지 맘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
뭐.. 들어 줄만하다.
나이? 나이는 13살.
창창한 나이지...ᄏᄏ
그런데 말이지..
이런 화창한 날씨에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뭐하는 건지..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농분가?...ᅳ,ᅳ;;
암튼 힘이 장사다.
싸움도 무지하게 잘해서
전에 있었던 씨름대회에서도 우승해서
황소도 1마리 받았다.
아버지는 매일 바쁘시다.
그리고 이틀에 한번? 사흘에 한번?
밤늦게 오셨다가
아침되자 곧바로 나가신다.
어머니께 아버지는 뭔 일을 하시는지 물었지만
어머니도 대답을 해주시지 않는다.
거참.. 콩가루 집안이라니깐.. 가족간의 신용이 너무 낮은듯 하다.
그런 바쁜 아버지도
1달에 한번 꼭 나와 1주일동안 지낸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론 아버지를 만나다는 맘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난 이 1주일을 가장 싫어 한다.
그 1주일 동안 아버지는 항상 나와 아무런 장비없이 산을 오른다.
거기서 뭘하냐구?
아버지는 날 버려두고 혼자 내려가신다.
따라 갈라 치면 흡신 두들겨 맞고
나혼자서 5일동안 살다가 내려 오라고 한다.
나참 어이가 없어서..ᅳᅳ
무덤 옆에서 자리깔고 자기도 하고
나무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고 뱀이며 토끼며 사슴, 너구리 등등
않먹어본 들짐승없을 것이다.
어쨋든 그렇게 살다가 5일 후 내려오게 된다.
아버진 날 산기슭에서 기다렸다 내 모습이 보이면
긴 막대로 나와 한판 겨룬다.
이건 좋아하는거라 싫지는 않다.
우선 나에게 막대 하나만 있다면
무적이니까..ᄏᄏ
친구들한테 맞지도 않고 강해질 수 있거든!
그런데..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진 매일 찌르기, 막기, 베기 등의
기본 동작만 벌써 6년째 가리켰다.
지겨워 죽겠어 정말..
"하악하악.. 아버지~! 이제 좀 쉬어요~!!"
"헥헥.. 오냐..! 이녀석..! 못보던 사이에 꽤 늘었는걸?
누가걸 보고 따라하는 거야?"
"김시민 아저씨요!"
"응? 김시민 장군?"
"네!ㅋ 너무 멋져요..! 듣기로는여 쐐기라는 기술도 가져서
무지무지 쎄시데여!^^"
아버진 이런 내가 우습 다는듯 낄낄 대며 웃었다.
"뭐? 쐐기? 하하하하!! 이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
발끈! 난 존경하는 김시민 아저씨를 우습게 보는 사람은 용서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김시민 아저씨보다 쎄여?? 약하잖아요!"
"하~ 이 애비는 무적이란다~ㅋㅋ
아무튼..~ 정말 많이 늘었구나.. 하하하~!"
아버지가 말했다.
"칫.. 6년이나 이것만 했는데 안 늘겠었요??
다른 기술 가르쳐주시면 안되요?? 멋진 거..!!"
딱!
"아야!"
아버지의 막대기가 방심한 틈을 타 내 머리를 가격했다.
"이런것도 못 막는데 어떻게 다른걸 가리키냐?ᄏᄏ"
"아버지~!!"
딱! 딱~!
나무가 부딫히는 소리는 밤 늦게 까지 계속 이어 졌다.
초원에 누워 아버지와 밤하늘을 보았다.
별이 반짝이고 달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협아, 막대기 싸움.. 재미있냐?”
아버지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음.. 네! 솔직히 정말 재미있어요..ᄏ”
난 말했다.
“다른 것들은?”
“재미없다구요~ 하나도.. 설사한 적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하하하! 이 녀석! 나중되서 애비한테 고맙단 말이나 해라, 하하하!”
“치..”
1592년 4월 14일..
아버지가 시킨데로 또 5일간의 생존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산 중턱에서 보니 왠일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얼레? 무슨 일이지?”
..
...
펑!!
큰 폭발음과 함께 마을에 불기둥이 치솟았다.
“뭐, 뭐야!”
난 급하게 뛰어 내려갔다.
내려왔을 땐 항상 아버지가 계시던
산기슭에 아버지가 없었다.
‘뭔가.. 뭔가 이상해..’
난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고 마을로 뛰었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마을..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
도대체 무슨일일까..
난 초조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호흡도 가빠져 더욱 진정이 되질 않았다..
1592년 4월 14일..
일본은 조선을 침공한다..
바로 오늘.. 지금 내 눈앞에..
그 날이 왔다..
무자비 하게 칼로 가르는 저 들..
피에 굶주린 양 갈기 갈기 찢어대고
썰어대는 저들은 일본.. 왜군이 었다.
"아아..."
난 털썩 주저 앉았다..
내가 살던 곳이 내가 뛰어 놀던 곳이 이지경이 되다니..
아버지..! 아버지 어디계세요!
아버지는 무적이랬잖아요..
"......!!"
왜구들은 마을을 약탈하고 여자들을 잡아갔다.
난 엄마가 순간 머리를 스쳤다.
급하게 불길에 휩싸인 마을을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퍽!
한 왜군의 병사의 발길질에 저먼치 맞아 날아갔다.
"크윽..! 아파.."
울음이 터질것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 났다.
무서워서 움추리고 싶었다.
손과 발은 이미 떨고 있었다.
"정신 차려!!"
난 속으로 되내었다.
아버진.. 이렇게 약해지지 말라고
내게 계속 가르친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맞는것에 비하면..
너무 가벼웠다.
왜구는 내게 칼을 겨누고 달려 웠다.
평정심을 찾고 상대의 눈을 보라..
아버지가 매일 하시던 말이다.
상대의 눈과 어깨의 움직임을 주시 하게 되면
공격을 미리 읽어 낼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용히.. 달려오는 왜구의 모습을 보았다.
수직으로 칼을 내리 꼿는다. 예측되었다.
"찌르기! 달려드는 상대에게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부위는 명치 또는 목!"
아버지의 가르침이 생생히 떠올랐다.
퍽!
막대로 달려오는 왜구의 목을 그대로 찔렀다.
"크억!"
호흡이 멈출 듯한 고통에 왜구는 힘겨워 했다.
"베기! 어깨의 힘과 허리를 사용해
상대의 어깨죽지에서 부터 허리춤까지 강렬히 그어내린다."
뛰어 올라 왜구의 어깨를 강하게 내리쳤다.
왜구의 무릎이 굽어졌다.
난 다시 한번 베기로 왜구의 머리를 쳐올렸다.
빠각!!
선혈이 공중에 날았고
왜구는 완전 젖혀져 내동댕이 쳐졌다.
"하악하악.. "
몸이 숨이 가빳다.
죽은 걸까?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머니를 찾아야 한다.
"꺄악!!"
귀에 익은 목소리..
엄마였다.
서너명의 왜구에게 머리털을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어머니!!! 그거 놔! 이 자식들아!!"
난 빠르게 뛰어가 한 녀석의 복부를 향해 세차게 때렸다.
나 일격은 칼 한 자루에 막혀 버려 튕기나가졌다.
"뭐, 뭐야! 이 꼬마는..!!"
왜구는 칼을 뽑아 날 공격해 댔다.
"막기! 상대의 움직임을 주시하여 예측된 공격을 막아낸다."
샥!
"큭..!!"
목덜미가 살짝 배였다.
뜨끔한 아픔이 깊게 스며들었다.
정신이 아찔했다.
"오.. 이 꼬마 꽤 쎄게 나오는 구만.. .. !!"
빡!!
녀석이 방심한 틈에 명치를 깊게 찔렀다.
"헉...!"
한순간에 녀석의 움직임은 굳어 버렸고
아까와 같이 얼굴을 향해 강한 베기를 날렸다.
툭..
왜구는 그대로 다리의 힘이 풀린듯
쓰러져 버렸다.
어머니.. 엄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엄마!! 엄마!!!"
저 만치에서 머리털을 잡혀 짐승인 양
끌려 가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끌고 가는 사람의 모습은 보통왜구는 아닌 듯 했다.
깃대를 양 옆으로 차고 허리둘레만해도 1m족히 되보였다.
매우 뚱뚱한 덩치에 키는 쫌 과장해서라도 2m는 되는 듯.. 굉장했다.
저건.. 장군?
"그거노으란 말야!!"
난 사정보지않고 달려 들었다.
땅을 박차고 올라 그의 정수리를 향해
그어내렸다.
턱!
".....!"
막대는 허무하게 잘려나가 내 뒷편에
동강난 파편이 떨어졌다.
그는 잡고있던 엄마의 머리카락을 놔주었다
저 덩치의 장수가 맘에 걸렸지만
엄마 걱정이 먼저 되었다.
"엄마! 괞찮으세요?"
그는 조용히 뒤를 돌아 보았다.
검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매우 거친 이미지였다.
"네 녀석은.. 무엇이냐?.."
저음에 중압감을 주는 굵은 목소리였다.
일본인 치곤 우리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역시 장군쯤 되는 거물인가..?
"엄마를 괴롭.... !! "
순간 그의 눈에 빛이 나는듯했다.
엄청난 위압감..
도저히 상대를 볼수 없는 듯 했다.
겁이나서 다리가 덜덜 떨릴지경이었다.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지? 왜 우리 마을을
이 지경으로 만든거야!!"
말을 하면서도 가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는 섬뜻한 웃음을 짓고 크게 웃었다.
"하하!!.. 약자는 먹히는게 당연하다.."
".....!"
죽은 왜구의 칼을 집어들었다.
"죽여버릴꺼야!"
난 달려들었다.
그는 자신의 양쪽 허리춤에 커다란 칼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한 순간..
난 전혀 보지 못한 한 순간에
배에 차가운 느낌이 오는걸 느꼈다.
정신이 멀어지며 아찔했던 순간 이었다.
정신 차려야되!!
깨고보니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찢어져버릴것 같았다.
너무.. 차가워..
커다란 두개의 칼은 내 배를 깊숙이 찔려
등쪽으로 칼날을 내 보였다.
"큭큭큭.."
그는 내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비웃었다.
"재능은 있지만 오기가 심하구나, 큭큭 ..... !!"
난 안간힘을 내어 녀석의 머리로 칼을 휘둘렀다.
그치만.. 현실은 꿈과 다른것 같다.
허무하게도 그는 뚱뚱한 몸에 맞지않는 날렵함으로 피해냈다.
"재밌는 꼬마로군.. 내 얼굴에 상처를 입히다니.."
그의 눈밑 쪽에 작게 베인 상처가 보였다.
내 칼끝이 다은 듯 하다.
그는 내 배를 파고든 칼을 쑥 뽑아 냈다.
땅에 풀썩 떨어져 솟구쳐 나오는 피의 부위를
움켜잡고 뒹글뒹글 굴렀다.
그는 싸늘하게 날 보며 말했다.
"댓가는 크다."
화왁!!
".....!"
그건.. 화약이었을까..?
아님 나의 착각....?
그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감돌며
마치 폭발물이 폭발하듯이
불길이 빠르게 퍼져왔다.
가옥들은 순식간에 파괴되고
난 땅에 발을 붙이고 서있을수도 없었다.
저만치 날아가 불에타고 있는 나무에 부딫쳤다.
온통 불바다였다.
그 붉음 속에.. 마치 괴물처럼 검은 그림자의 형상으른 한
그가 다가왔다.
"음.. "
그는 나를 조금은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는 진지 했다.
"꼬마.. 아주 크게 될 녀석이구나..
인정해주지.. 나의 이름은 가토..
일본군의 선봉장을 맡은 장군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칼을 높게 들었다.
"너무 위험하구나.. 훗날 우리 왜군에게
큰 화를 가져다 줄 불씨구나.. 아까운 재능이지만.."
큰 칼을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죽어라!!"
펑!!
".....!"
난 견디기 힘든 긴장감에
눈을 감고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하나 기억이 난다.
난 봤다.
가토의 칼이 눈앞으로 왔을때
먼가를 날려보내 가토의 검을
부러뜨린..
나는 보았다.
쐐기찌르기를..
그걸 누가 내보낸줄은 모르겠다.
기억나는건 검은 갑옷을 입은..
작은 키에 조금은 뚱뚱함을 한 장수를 본 것뿐..
..
그게 누구였건..
나에게는..
그건 김시민 아저씨로 보였다.
하루가 지나서여 잠에서 깰 수 있었다.
"....?"
지끈지끈 거리는 두통이 왔다.
복부 부분은 짜릿함이 스며 들었다.
칼을 맞은 부분.. 제길..
"으윽.. 여긴 어디지?"
황색의 낡은 천의 막사 같은 곳이었다.
내가 누워 있던곳은
그저 볏집으로 짜낸 이불이었다.
그래.. 전쟁이 일어났지..
어제의 기억이 제대로 나질 않는다..
기억나는건 혼절 직전에 보았던
푸른 색의 쐐기창의 모습..
참 아름다웠어..
또 생각 나는게 있다.
그 검정 갑옷의 장수..
얼굴이...
얼굴이 생각 나질 않는다.
엄마!
엄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어디 계신거지...?
엄마..
..
.
아버진 어디 있는것 일까..?
자신은 무적이라며..
으스대면서 왜 정작 그땐 없는것일까?
..
무서웠을꺼야..
그저 허풍에 불과했던 거야..
어딘가 웅크리고 숨어 있었겠지..
쓰레기..
그런 작자는 쓰레기야..
심장의 박동이 점점 심해졌다..
복부의 상처에선 피가 새어나오는데..
난 느끼지도 못했다..
엄마는 어딜 간 것인가?
나의 나약함에 분노가 인다..
..
진정하자..
침착하자..
나에게는 가토에게도 인정 받은
무공이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클것이다.
쓰레기의 선물이라 생각하자.
겨우 맘이 가라 앉았다.
"어이?"
"....?"
막사 밖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은색의 갑옷을 입은 장수..
왼쪽 허리춤에 두터운 검을 차고
얼굴엔 깍지 못한 턱수염이 거칠게 있었다.
그는 그릇을 들고 밥을 먹고 있었다.
볼에 한 가득 밥을 씹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웠다.
"일어 난겨?"
"아... 저기 누구...?"
그는 씹던 밥을 삼키며 말했다.
"내? 내는 권율이라고 혀."
"권율..?"
"그랴~, 이름이 뭐꼬?"
"저는.. 저는 연협이라고 하는데요.."
그는 먹던 밥 수저를 잠시 멈추며 말했다.
"연협?? 우메.. 참말이여??"
"네... ? 저기.. 여긴 어딘가요?"
"여기? 여기 대구여 대구.."
내 이름 듣고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엇 보다 엄마의 얘길 알고 싶었다.
"저기.. 혹시 제 옆에 저희 엄마 못 보셨나요?"
권율은 다시 밥을 먹으며 말했다.
"죽었어."
"...........!!"
무슨 소리야..
분명.. 분명 검은갑옷의...
김시민 아저씨가 구해주셨을 텐데..
엄마가 죽다니...
엄마가..
".....? 어이? 꼬맹아? 우냐?
어허~ 사내 자식 울면 우짜냐~
거참 곤난한 놈이네.."
퍽!!
권율의 밥 그릇이 땅에 툭 떨어졌다.
".........!"
난 주변의 창을 하나 잡고
막사를 박 차고 나가
공격 자세를 잡았다.
부대 안의 모든 병사가 나와 권율을 주시 했다.
병사들은 웅성 대며 둘을 지켜 봤다.
눈물은 주륵주륵 흘러 시야가 너무 흐렸다..
그치만.. 어떻게 라도 이 슬픔을 참아 내고 싶었다..
권율에게 적의는 없었다.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
모든 것에..
"이것아.. 그건 어쩔 수 없는거였어.
널 구해준 우리 성님도 도착했을땐 이미 늦어 부린 상황인디.. 우짤껴?"
"시끄러!!"
난 권율을 향해 창을 사정없이 찔렀다.
팡!
권율은 허리춤의 큰 칼을 한 손으로 빼 들어
창을 너무 쉽게 튕겨 냈다.
"평정심을 찾고 상대의 눈을 보라.."
"..........!!!"
낯익은 목소리..
아버지가..
아버지가 매일 나에게 하던 말..
난 울어버린 탓에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의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검정 갑옷의 장수..
김시민 장군님 이라 생각 했는던 장수..
그는...
"일어났군.."
"아... 아버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복부의 상처를 싸 맨 붕대가 피로 푹 젖어 든지 오래다..
어째서.. 어째서 검은 갑옷의 장수가 아버지인 것이냐..!!
어째서...!!!
어째서 어머니를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
겁장이가 왜 여기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죽어버려!!
반드시 목을 비틀어 죽여 버리겠다 다짐했어!!!
"여.... 연, 연대장님..! 저, 저기 그게.. 아드님이......... !! "
"으악!!!!!"
창을 아버지에게 겨냥하고
내 팔이 떨어져 나갈 만큼 새게 창을 던졌다.
"......."
챙!!
아버지는 날아가는 창을
자신의 창으로 손쉽게 날려 보냈다.
"......!"
"죽어!!"
난 창이 날아간 사이 아버지에게 달려 들어
얼굴을 발길질로 갈겼다.
퍽!!
"......"
난 또 눈물이 났다..
"이 쓰레기..."
"......"
"엄마가.. 엄마가.. 죽었단말야..."
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모르겠다 왜 이렇게 슬픈지..
엄마의 죽음은.. 예상 했기 때문이었을까...
그치만..
그치만.. 이 눈물은...
"협아.."
"부르지마!!!"
난 주위에 있는 말 한 마리를 타고
무작정 부대의 진영을 뛰쳐나가버렸다..
말은 탈줄도 모르지만..
아버지는 내가 뛰쳐나간 뒤에도
내 이름을 계속 해서 불렀다.
듣지마!
쓰레기일뿐야..
..
..
"협아!! 협아!!!"
협의 아버지는 안절 부절 못했다.
"큰일이다.. 저 쪽은 왜군의 복병이 진을 친 곳인데...!"
그는 말을 하나 올라타 협을 쫒아갔다.
"연장군님!! 이런 젠장..! 나 참 미치겠꾸만..
야! 장비 안챙기고 뭐하는겨!! 장군님 안 쫒아갈껴?!!!"
권율은 연 장군의 뒷모습을 보며 모든 병사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아.. 아, 예!"
얼마나 갔을까..
워낙 길치에 말은 생전 처음 타보는 거라..
그치만 계속 해서 달렸다.
풀썩!
"크윽...!!"
난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고
말은 저 혼자 어디론가 가버렸다.
저녁 노을로 태양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난 주변에 그늘 진 곳에 웅크리고 훌쩍거렸다.
맘이 많이 진정 되었다.
"어이~!! 꼬맹이~!!!"
".....!"
권율의 목소리..?
난 일어나 권율을 바라보았다.
그는 수백의 군사를 이끌고 왔었다.
"에고 여기 있어서 다행이구만.."
"권율 아저씨.. 아까는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공격해서.."
그는 내 등을 툭툭 때리며 말했다.
"괜찮어~ 잊어버려~ 하하~
그건 그렇고 짜식 승질 드럽기는..
뛰어 나가더라도 연 대장님 말은 들어야 할꺼 아녀~!"
"들을 것도 없어요.."
딱!
권율을 내게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그건 니 사정 이고! 느그 엄마 구할 수 없던 이유는 들어야 할것 아녀~!
가토란 녀석은 말이다.. 학자들 말로는 인간이상의 능력으로
몸에서 불을 만든다는겨.. 근데 그걸 자기 칼에다가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칼에다가 불을 넣고 휘두르면 아주 넓은 지역으로 열기의 공격을 당한 다고 하더라고.. "
".....? 그렇다면.. 가토가 마지막에 제게 날렸던 불길은...?"
"그라지.. 그걸 자칭 폭..? 폭뢰격 맞나? 고로코롬 부른다던디..?
그리고 느그 집이 부산아니냐? 왜놈이 것들이 재수 없게 부산을
첫 목표로 삼아부려서 개박살난 것인디.. 연대장님이 그 소식듣고
상부 명령도 없이 달려왔던게 너랑 마추쳤던 그때 였던겨!
쪼금 혼란이 정리 되뿔면 느그 아버지 모가지다 모가지~.. 에이구..."
"아... 아버지..."
너무나 죄송했다..
아버지..
"쨋든.. 연대장님은 어딜 간겨.."
빨리 만나고 싶다..
아버지.. 죄송하단 말을 하고 싶다..
넓은 품에 안겨 가슴 속 응어리를 터뜨리고 싶었다.
권율의 표정이 굳었다.
"혹.. 혹시? 이런 니미럴!!
야! 전부다 따라와!!"
연대장은 계속 해서 달렸다.
노을이 진걸 보니 곧있음 밤이 될텐데..
협이의 걱정이 너무나 되었다.
퍽!!
"크억!!"
연대장의 어깨에 뭔가가 스쳐고 지나갔다.
피가 팔뚝까지 흘러나왔고
말에서 털썩 떨어져 버렸다.
"이게 누군가...? 조선의 장수, 연정(聯貞)장군이 아닌가? 하하.."
"큭... 네놈.."
회색빛의 말을 타고 직각의 칼같은 창을 휘둘르는 왜의 장수..
권율은 땅에 찍힌 말 발굽을 보고 확신이 섰는지
더욱 한탄해했다.
"환장하것꾸만.. 협아! 느그 아부지 왜놈들 소굴로 가버렸다!"
"네?! 아버지가.. 왜?..."
"너 찾으려다 그런거 아냐! 전군!! 전진하라!!"
쫙!!
또다시 왜군 장수의 공격을 당했다..
이번엔 허벅지 부분..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연정은 점점 힘이 빠져 나갔다..
의식이 흐려지는 듯..
이상하게 졸렸다..
이게 죽음 인가..?
"하하..! 천하의 연장군이 이 꼴이 되다니 우습구만.."
"이.. 이놈.. 네 놈이 어떻게.. 그걸 사용 하는게냐!!.."
"그건 알 것 없다.. 큭큭..
......? 이제야 원군이 오는군.."
아버지.. 아버지..
설마 벌써 돌아 가시진 않았죠?
난 간절하게 맘속에 외치며 권율의 뒤에서
허리를 꽉 잡았다.
"히이이이잉!!"
권율이 갑자기 멈췄다.
"장군!!!"
권율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
아버지!!!!!"
아버지는 창 하나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었다.
피가 온몸에서 솟구쳤다..
권율이 그런 아버지를 부축하려 달라갔다.
병사들도 아버지와 싸우던 왜군을 둘러싸고있었다.
"이거 좀 많구만..~"
그는 약간 곤란하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난 말에서 내려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버지!!!"
아버지의 입에서 피가 흥건했다..
쭉!!
옷을 찢어 피를 닦아 냈다..
피가 나는 데는 막아보려 애를 썻다..
피가.. 피가 멈추질 않았다..
또 눈물이 난다..
"아버지..!! 아버지.... 죽지 마요!!"
"장군!! 장군 괜찮으신겨?!"
난 아버지를 잡고 흔들어 댔다..
아버지는 입에서 피를 울컥 토해 냈다.
아버지의 붉은 피를 볼때 마다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 어쩔 줄 몰랐다..
이대로.. 이대로 아버질 보내버릴 것만 같았다.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내게..
아버진 힘겹게 일어나며 말을 했다.
"협아... 전에.. 큭.. 전에 니가 이 애비에게 말했지?.."
난 눈물이 고여 흐린 모습의 아버지를 보았다.
"멋진 기술.. 흐흐.. 보거라.."
아버지는 다시 창을 들었다.
"장군!! 움직이지 마쇼! 왜 움직이는 겨!!"
"권율!.. 자네에게 내 아들 놈을 부탁하네..
지금은.. 그 애를 데리고 도망 쳐주게..
저 왜군 녀석은.. 정말 강한 놈이야.."
그렇게 말하고 권율에게 창을 휘둘렀다.
"......!"
권율은 빠르게 뒤로 물러 났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괴로움 심정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날 들어 올려 허리춤에
끼고 말을 타고 사정없이 달렸다..
그리고 권율은 외쳤다..
"전원 퇴각!!! 퇴각하라!!!"
"잠깐!! 권율 아저씨!! 아버지는!! 아버지는 왜 두고 가!!!"
난 다시 내려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협아!!"
아버지가 날불렀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냐?!"
아버지가 든 창이 점점 푸른 색으로 변했다.
창에선 서늘한 핏기가 도는 듯 했고
점점 푸른빛은 밝아졌다..
".......!"
그건.. 쐐기!!
"이야!!!!"
아버지는 혼신의 쐐기를 왜군 장수에게
날려 보냈다.
".......!!"
솩!!
아버지의 마지막.. 그 공격이 ..
왜군 장수의 쐐기 한방에 갈라져버렸다...
갈라진 아버지의 쐐기창을 뚫고
왜군의 쐐기가 아버지의 가슴 깊숙히 박혔다..
"아버지!!!!!!!"
공중으로 피가 흩어졌다..
아버지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
..
.
아직.. 미안하단 말도 못했는데..
그 넓은 품에 안기 지도 못했는데..
이 가슴속 응어리를 터뜨리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난...
나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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