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_그대의 품안에서… Chp#01. 그대는 나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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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방년 18세, 키 182cm, 몸무게 68kg, 이 동네 일대에서 Top10에 들어가는 미소년이라… 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냐. 오늘은 우리 학교에 옛 소꿉 친구가 전학 오는 날이다.
소꿉친구면 당연히 여자라구? 당연하지. 어릴 적이라 생각이 나진 않지만 꽤 예뻤던 것 같
은데… 여자라면 좀 밝히는 게 내 성격이라…
-두근두근…
이 두근거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우리학교는 인문계 남녀공학 시범학교라 여자와 남자
가 반에서 함께 공부하긴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확연히 남자가 작다고 느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제 작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여고였고 남녀공학 시범학교라고는 해
도 이사회에서 남녀 비율을 2대 8로 정했기에 반에 있는 총 학생수가 40명이라고 하면 남자
는 고작 8명 정도라고나 할까.
-두근두근…
이런저런 생각을 해도 이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는다. 옆에 있는 녀석한테 말이나 걸어볼까.
아니군. 그러면 내 새빨개진 얼굴을 보고 지레짐작하는 녀석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자는
척이라도…
"야, 유이안! 잠시만 일어나봐."
"…임마, 나 졸리다. 나중에 얘기해."
지금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이 녀석은 인문계이면서도 공부를 지지리 못해 1년을 꿇은 한
심한 놈이다. 이름은 최유기, 처음에 이 녀석의 이름을 듣는 순간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최
유기' 라면 그 삼장이 담배 피고 총 갈겨대는 만화인데… 그 때 내가 웃다가 의자에서 넘어
지자 저 녀석이 나를 밟았지. 그리고는 투닥투닥… 당연히 내가 이기긴 했지만…
"오늘 여자 전학 온단다. 그것도 무지 예쁜 애래. 알고 있냐?"
"아아, 그래 알고 있다. 그 여자 옛날에 내 소꿉친구야."
"에엑!"
내가 이 녀석의 말에 대답을 하자말자 주위의 애들한테서 나오는 소리 '에엑!', 뭐… 뭐지
이 반응들은, 내가 알고 있다는 게 이상하나? 여자애들이 한두명씩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나
에게 다가오는 게… 이거 영 분위기가 심상찮다.
-탕!
급기야 내 책상을 후려치는 이 여자, 귀밑으로 식은땀이 한 줄기 주르륵, 주… 죽었다.
"유. 이. 안… 그 여자랑 무슨 관계야?"
이 미친… 헉, 아니 이 예쁜 여자애 이름은 정유나, 흔하고도 흔한 이름 '유나' 지만 이 성
격은 흔한 게 아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전해지는 이 압박감, 마치 맹수를 앞에 둔 사냥
꾼의 심정이라고 할까?
"무, 무슨 관계긴… 아까 말했다시피 그냥 소꿉친구야. 소꿉친구."
"흐음…"
내 책상에 턱을 괴고 지그시 노려 보는게 어째 의심하는 것 같은데, 유나의 반응이 왜 이
렇냐면 그것이… 내가 말하기도 쑥스럽지만 이 말괄량이 여자가 나한테 반했다고 한다. 남
자애들 말로는 내가 한 인기 한다고 하는데 유나도 만만치 않게 인기가 좋다. 서구적 외모
에 스타일 좋고… 그런데 이 여자가 나한테 고백을 했다. 그것도 작년에 교문 앞에서 당당
히, 애들이 보던 말던 철판 깔고 내 멱살을 잡은 뒤에 이렇게 외쳤었다.
'나 너 좋아하니깐 나랑 사귀자.'
어떻게 여자애가 이런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뱉다니… 그것도 야자가 끝난 뒤 깜깜한 밤이
었는데 주위의 시선도 무시한 채, 이 압박감에 밀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새… 생각해볼게."
"아 역시 그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내가 바보였어. 내가 바보였지."
"뭔 소리야?"
이런 내가 또 헛소리를… 하여튼 그 뒤로 이렇게 질질 끌어왔는데 이 녀석은 나를 포기할
낌새가 없다. 예쁜 데 왜 안 받아들이냐구? 나도 내 이상형이 있기 때문이지. 순진하면서 귀
여운 외모에 나만을 생각해주는 그런 여자애, 나도 이런 여자애와 사귀면 일편단심일 수 있
는데… 내 앞에 있는 유나는 내 이상형과 전혀 반대이다. 서구적인 외모부터 틀려먹었고 특
히 이 녀석은 나한테 고백하기 전에 50명이 넘는 남자를 찼다고 한다. 이런 조건이 불가항
력으로 작용해 이 녀석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름이 아마 이아린 일거야. 이름만큼 얼굴도 예쁜 애였는데…"
따끔따금… 한게 누가 날 째려보고 있나? 아하하하…
"이안, 너 1교시 끝나고 나 좀 따라와."
"갑자기 왜?"
"닥치고 와."
"으, 응…"
방년 18세, 키 182cm, 몸무게 68kg, 자칭 미소년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여자애들한테 미
소년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나, 유이안, 학교 짱은 아니지만 중학교 때는 패싸움에 나갈 정도로
양아치 성향이 깊었던 나였지만 이 여자한테는 꼼짝도 못한다. 이 여자한테 맞아서 생긴 멍
만 해도 10개가 넘는데… 사실 이 여자를 못 건드리는 건 뒤에 있는 백이 어마어마하기 때
문이다.
'유나 오빠가 조폭 두목이랬지?'
'조폭' 이 얼마나 험악한 단어인가. 유나의 어마어마한 백을 모르던 시절의 나는 어느 날
반사적으로 유나의 뺨을 친 적이 있었는 데 그 때 유나는 하루종일 울면서 '오빠한테 이를
거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역시 그 오빠가 뭐하는 사람인지를 몰랐으니 '말할테면 말해봐.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이라고 말해버렸다. 몇 초 뒤 내 친구가 귓뜀해주는 이야기를 듣
고 유나한테 하루종일 무릎꿇고 빈 다음에 다리에 멍이 5개 이상 생길 정도로 차인 다음에
용서받았지. 그 때는 악몽이었다.
-드르르륵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전학생 소개 시간, 아린이가 어떻게 컸을까나…
"모두들 앉거라. 오늘은 전학생을 소개하겠다. 남학생들은 아마 기뻐서 울거다."
남학생들은 아마 기뻐서 울거다라… 여학생이라는 말을 암시적으로 꺼낸 우리의 선생님,
턱수염을 깎지 않아 지저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호남자이다.
"들어오너라."
-두근두근…
"꿀꺽"
호기심 반 기쁨 반이 섞인 남자들의 시선과 여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앞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등장한 오늘의 히로인…
"허억!"
우리 반 남자들이 이 히로인을 보자말자 꺼낸 소리다. 절대로 못 생겨서가 아니다. 숨 넘어
갈 소리가 날 정도로 진짜… 말로는 설명 못할 만한 최강의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염색은
안되지만 어느 정도 머리를 기르는 것이 허용된 탓인지 허리까지 내려오는 윤기 있는 머리
카락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어느 한 곳도 흠잡을 수 없는 순수하고 귀여운 외모, 진짜 숨
넘어 가는 이유는 귀여운 외모에는 맞지 않게 엄청나게 쭉쭉빵빵이라는 것이었다.
"야… 이안, 저 여자 죽인다."
"나, 나도 예쁜 줄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쁠 줄은…"
유기와 나의 헤벌레한 시선 때문인지 아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대구에서 전학 온 '이아린' 이라고 한다. 거기 늑대들 시선 거두도록, 자 아린아 자기 소개
해야지?"
"…네, 그러니깐 제 이름은 이아린 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취미는 요리하는 거고… 특기
는 목도리 짜는 것,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 좋아하는 운동은 레슬링, 좋아하는 연예인은 정
종철…"
아린이의 이미지가 원래 이랬나? 얼굴과 매치 안되게 뒤로 갈수록 끔직해지고…
"아, 아린아 그 정도면 충분하단다. 음 그러니깐 아린이의 자리를 정해볼까. 아! 그전에 우
리 반에 있는 전 남학생들한테 알려줄게 있다. 아린이한테 손대는 녀석들 잘못하다가 병원
에 실려갈 수 있으니깐 조심하도록…"
남학생들이 일제히 '왜요?' 라는 시선을 보내자 선생님께서 잠시 헛기침을 하시더니 다시
말을 이으셨다.
"아린이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지만 아린이는 태권도 4단, 검도 2단, 합기도 3단, 유도 2단,
거기다 소림 무술에 무슨 백호봉권인가… 하여튼 아린이가 꿰고 있는 무술만 해도 10개가
넘는다니 조심하라는 거다. 알겠나?"
"……"
모두들 뻥진 얼굴로 아린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아린이 고개를 푹 숙이며
하는 말
"…서, 선생님 저 검도는 3단인데요."
-꽈당
결국 누군가 넘어져버렸다. 두 명이었는데 유기와 나라는 것은 어림짐작하겠지.
"아린이가 살던 대구는 어때?"
"아린이 너무 예쁘다. 이 머리결 좀 봐."
"하얀 피부 너무 부러워. 어쩜 이렇게 피부가 하얀거니?"
우리 반의 여자 애들이 아린이를 둘러싸 온갖 질문을 퍼붓고 있다. 아린의 자리는 내 바로
뒷자리, 소꿉친구한테 인사라도 건내고 싶은데 이 아줌마들 때문에 도저히 그럴 타이밍을
못 내고 있다. 아린이도 나한테 인사하고 싶은 눈치이긴 한데…
-땡땡땡땡
1교시를 울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여학생들이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이라도 아린에
게 인사를 건낼까 생각해보았지만 왠지 타이밍이 맞지 않는 듯한 꿀꿀한 기분이 들었다.
-드르르륵
앞문을 결도 들어오신 국어 선생님, 국어 책을 아린이는 가지고 있을까? 아, 국어 책은 교
육부 것이라 모든 학교 공통이었지. 내가 괜한 걱정을…
"그럼 수업을 시작하겠다. 반장."
"네!"
혹시 뒤에 있는 아린이가 놀라지는 않을까? 어릴 때는 그렇게 존재감 없던 내가 지금은 반
장을 하고 있으니…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선생님도 약간 고개를 숙임으로 인해 수업이 시작되었다.
-탁… 탁탁탁
분필이 칠판을 지날 때마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게… 어제 너무 놀았나.
"야, 이안! 일어나!"
"으…으음 나 더 잘래…"
-퍽!
으아, 아프다. 자고 있는 사람 건드리는 것도 열 받는다는데 얼굴을 발로 차면 얼마나 기분
이 더러울까. 나는 막 화를 내려고 하는 순간 내 얼굴을 찬 존재를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숙
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와."
"으…으응"
뒤에 있던 아린이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나를 깨워 인사를 하려던 참에 유나가
나의 얼굴을 발로 찬 것으로 추리되었다. 독한 아줌마 같으니라고… 아린이가 인사를 한다
는데…
"유나야… 어디까지 따라가야 되?"
우리 학교가 원래 좀 넓은 데 이 애랑 걸으니깐 무슨 만리장성 올라가는 것 같다.
"일로 들어와."
"이 곳은 탁구 연습실이잖아? 이 곳 폐쇠된지 꽤 됬는데 문이 안 잠겼네."
들어오자 말자 뿌연 먼지 속에 잠시 호흡 곤란을 일으켰지만 유나가 창문을 염으로서 좀
괜찮아졌다.
"유나야 할 말이란 건?"
"내가 언제 말할 게 있다던? 저 구석에 잠시 앉아봐."
"내가 왜?"
분명히 이 녀석 나를 팰 작정이다. 맨날 맞아주는 내가 한심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전에 이
녀석을 건드려 팔 부서지는 친구를 보았기에 어쩔 수가 없다.
"너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오늘은 그래도 반항이라도…
"안 맞고 안 갈래."
-퍽!
별이 하나… 둘… 셋… 방금 내 얼굴을 갈긴 게 뭐였지. 헉! 탁구채… 저 망할 년이 진짜
계속 참아주니깐…
"야 이 씹…"
"씹 뭐?"
"아니, 이를 씹었다고. 아하하핫"
-퍼억!
이번에는 탁구채 두 개로 맞았다. 그런데 내가 왜 맞아야 되는 거지? 아까 아린이와의 관
계를 물어볼때는 분명히 소꿉친구라고 했고 아린이와 인사도 안 했는데 때리는 이유는 뭐
야?
"자… 잠시 유나야. 때리는 이유가 뭔지 좀 알려줄래?"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그제서야 탁구채를 내려놓더니 이번에는 발을 들어올린다. 설마 그 발로 날 찰 생각은 아
니겠지?
-콰앙
옆에 있는 탁구대를 발로 내려찍는 유나, 탁구대가 금이 간 것으로 보아 아마 아무 곳이라
도 맞았으면 그 부분은 몇 주동안 제 기능을 못했을 거다.
"내가 왜 이러냔 말이지… 그래, 내가 왜 이럴까?"
나에게 눈을 부라리며 거만한 자세로 내려다보는게 영 기분이 나쁘다. 백만 믿고 까부는
여자애 주제에…
"몰라."
"몰라?"
"모르니깐 맞는 거 아니야. 나도 참는 것도 정도가 있어."
"…그래서 나를 때리기라도 하시겠다?"
'쳐죽이고 싶다.' 라는 말을 뱉고 싶었지만 뱉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 지도 모른다. 이렇
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는 남자가 굽혀야 하는 법… 이 녀석이 왜 이러는 지는 솔직히 짐
작이 가긴 한다. '질투' 겠지. 내가 지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관심 가지니깐…
"야, 정유나 솔직히 말할게."
이제는 때가 되었다. 이 녀석한테 더 이상 맞을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입가에 맺힌 피를 쓱 닦아 내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유나의 눈높이와 맞추었
다. 그리고 당당히 말했다.
"나, 너 안 좋아해."
순간적으로 멍한 유나의 얼굴, 당황했겠지. 1년동안 죽도록 쫒아다녔는데 듣고 있는 말이란
게 이런거니깐… 하지만 유나야. 너도 남자 50명을 찰 때 했던 말이잖아? 그 남자애들이 듣
던 말을 너가 들으니깐 기분이 이상해?
"너… 다시 말해봐. 뭐라고?"
"너 안 좋아한다고… 그러니깐 귀찮게 쫒아다니지도 말고 때리지도 마."
-철컥
방금 무슨 소리? 뭔가 여는 소리였는데. 서… 설마…
"어, 어이… 그걸로 찌르면 너도 무사하지 못하잖아. 그거 치워라 응?"
"죽일 놈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사랑했는데… 너란 자식은…"
-쉬이익
칼이 공기를 가르며 내 얼굴에 상처를 냈다. 볼을 타고 내리는 피 줄기… 누가 조폭 동생
아니랄까봐 칼을 이렇게 잘 써… 원래 상대가 칼을 들고 덤비면 오줌이라도 지려야 할 판이
지만 이 녀석한테는 면역이 됬는 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나한테도 깡이 생겼는지 오히려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듯한 태도…
-철컥
이번에는 닫는 소리다. 설마 얼굴에 상처낸 걸로 그만두는건가? 저 천하의 유나가?
"좋아. 나를 안 좋아한다라… 훗, 내가 멍청이었군. 이딴 남자를 좋아한 내가 바보야. 하하
하하핫"
유나는 뭔가 홀린 듯이 웃었다. 한쪽 눈에는 눈물을 흘리고 한 쪽 눈은 멍한 것이 마치 광
인이 실소하는 것처럼…
"유이안, 좋아. 좋아. 나를 안 좋아한다면… 좋아하게 만들면 되는거지. 너가 나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못 베길 정도로 괴롭혀 주지. 후후훗. 재수없는 자식."
이런 말을 남긴 채 유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털썩
솔직히 무서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한테 어떻게 칼을 겨눌 수 있는 거지. 그것도 18살
의 나이에… 유나의 마지막 말… 섬뜩했다.
'내가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할까봐…'
-드르르륵
'뭐야. 얼굴에 상처낸 걸로 안된다 이건가? 제길…'
난 눈을 감고 나에게 가까이 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한심하다. 백 때문에 여자한테 맞
아야 하는 이 사실이…
"뭐야? 빨리 때릴려면 때리고 안 그러면 꺼져. 재수없으니깐."
"이안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엇?"
순간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떴다. 꽉 깜고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
탓인지 흐릿했지만 누군지 확연히 구분이 갔다. 아린이… 내 어릴 적 소중한 친구 아린이…
"으흐흐흑…"
"괜찮아. 이제 괜찮으니깐…"
무서웠다. 정말… 막상 칼이 내 얼굴을 상처내고 지나갔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면서 어
째서… 어째서 아린이가 말을 걸어주니깐 울음이 나오는거지? 왜… 왜…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에 있는 상처에 지혈을 해주는 아린이… 왜 고맙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지. 왜…
"고… 고…"
"고맙단 말은 안 해도 돼. 우리는 친구잖아?"
"흐으으윽…"
2교시가 시작하는 종이 울렸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아린의 품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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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딴에는 순정설이라 써본 겁니다. 학교 순정물이라고 할까..?
방년 18세, 키 182cm, 몸무게 68kg, 이 동네 일대에서 Top10에 들어가는 미소년이라… 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냐. 오늘은 우리 학교에 옛 소꿉 친구가 전학 오는 날이다.
소꿉친구면 당연히 여자라구? 당연하지. 어릴 적이라 생각이 나진 않지만 꽤 예뻤던 것 같
은데… 여자라면 좀 밝히는 게 내 성격이라…
-두근두근…
이 두근거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우리학교는 인문계 남녀공학 시범학교라 여자와 남자
가 반에서 함께 공부하긴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확연히 남자가 작다고 느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제 작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여고였고 남녀공학 시범학교라고는 해
도 이사회에서 남녀 비율을 2대 8로 정했기에 반에 있는 총 학생수가 40명이라고 하면 남자
는 고작 8명 정도라고나 할까.
-두근두근…
이런저런 생각을 해도 이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는다. 옆에 있는 녀석한테 말이나 걸어볼까.
아니군. 그러면 내 새빨개진 얼굴을 보고 지레짐작하는 녀석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자는
척이라도…
"야, 유이안! 잠시만 일어나봐."
"…임마, 나 졸리다. 나중에 얘기해."
지금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이 녀석은 인문계이면서도 공부를 지지리 못해 1년을 꿇은 한
심한 놈이다. 이름은 최유기, 처음에 이 녀석의 이름을 듣는 순간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최
유기' 라면 그 삼장이 담배 피고 총 갈겨대는 만화인데… 그 때 내가 웃다가 의자에서 넘어
지자 저 녀석이 나를 밟았지. 그리고는 투닥투닥… 당연히 내가 이기긴 했지만…
"오늘 여자 전학 온단다. 그것도 무지 예쁜 애래. 알고 있냐?"
"아아, 그래 알고 있다. 그 여자 옛날에 내 소꿉친구야."
"에엑!"
내가 이 녀석의 말에 대답을 하자말자 주위의 애들한테서 나오는 소리 '에엑!', 뭐… 뭐지
이 반응들은, 내가 알고 있다는 게 이상하나? 여자애들이 한두명씩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나
에게 다가오는 게… 이거 영 분위기가 심상찮다.
-탕!
급기야 내 책상을 후려치는 이 여자, 귀밑으로 식은땀이 한 줄기 주르륵, 주… 죽었다.
"유. 이. 안… 그 여자랑 무슨 관계야?"
이 미친… 헉, 아니 이 예쁜 여자애 이름은 정유나, 흔하고도 흔한 이름 '유나' 지만 이 성
격은 흔한 게 아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전해지는 이 압박감, 마치 맹수를 앞에 둔 사냥
꾼의 심정이라고 할까?
"무, 무슨 관계긴… 아까 말했다시피 그냥 소꿉친구야. 소꿉친구."
"흐음…"
내 책상에 턱을 괴고 지그시 노려 보는게 어째 의심하는 것 같은데, 유나의 반응이 왜 이
렇냐면 그것이… 내가 말하기도 쑥스럽지만 이 말괄량이 여자가 나한테 반했다고 한다. 남
자애들 말로는 내가 한 인기 한다고 하는데 유나도 만만치 않게 인기가 좋다. 서구적 외모
에 스타일 좋고… 그런데 이 여자가 나한테 고백을 했다. 그것도 작년에 교문 앞에서 당당
히, 애들이 보던 말던 철판 깔고 내 멱살을 잡은 뒤에 이렇게 외쳤었다.
'나 너 좋아하니깐 나랑 사귀자.'
어떻게 여자애가 이런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뱉다니… 그것도 야자가 끝난 뒤 깜깜한 밤이
었는데 주위의 시선도 무시한 채, 이 압박감에 밀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새… 생각해볼게."
"아 역시 그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내가 바보였어. 내가 바보였지."
"뭔 소리야?"
이런 내가 또 헛소리를… 하여튼 그 뒤로 이렇게 질질 끌어왔는데 이 녀석은 나를 포기할
낌새가 없다. 예쁜 데 왜 안 받아들이냐구? 나도 내 이상형이 있기 때문이지. 순진하면서 귀
여운 외모에 나만을 생각해주는 그런 여자애, 나도 이런 여자애와 사귀면 일편단심일 수 있
는데… 내 앞에 있는 유나는 내 이상형과 전혀 반대이다. 서구적인 외모부터 틀려먹었고 특
히 이 녀석은 나한테 고백하기 전에 50명이 넘는 남자를 찼다고 한다. 이런 조건이 불가항
력으로 작용해 이 녀석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름이 아마 이아린 일거야. 이름만큼 얼굴도 예쁜 애였는데…"
따끔따금… 한게 누가 날 째려보고 있나? 아하하하…
"이안, 너 1교시 끝나고 나 좀 따라와."
"갑자기 왜?"
"닥치고 와."
"으, 응…"
방년 18세, 키 182cm, 몸무게 68kg, 자칭 미소년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여자애들한테 미
소년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나, 유이안, 학교 짱은 아니지만 중학교 때는 패싸움에 나갈 정도로
양아치 성향이 깊었던 나였지만 이 여자한테는 꼼짝도 못한다. 이 여자한테 맞아서 생긴 멍
만 해도 10개가 넘는데… 사실 이 여자를 못 건드리는 건 뒤에 있는 백이 어마어마하기 때
문이다.
'유나 오빠가 조폭 두목이랬지?'
'조폭' 이 얼마나 험악한 단어인가. 유나의 어마어마한 백을 모르던 시절의 나는 어느 날
반사적으로 유나의 뺨을 친 적이 있었는 데 그 때 유나는 하루종일 울면서 '오빠한테 이를
거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역시 그 오빠가 뭐하는 사람인지를 몰랐으니 '말할테면 말해봐.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이라고 말해버렸다. 몇 초 뒤 내 친구가 귓뜀해주는 이야기를 듣
고 유나한테 하루종일 무릎꿇고 빈 다음에 다리에 멍이 5개 이상 생길 정도로 차인 다음에
용서받았지. 그 때는 악몽이었다.
-드르르륵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전학생 소개 시간, 아린이가 어떻게 컸을까나…
"모두들 앉거라. 오늘은 전학생을 소개하겠다. 남학생들은 아마 기뻐서 울거다."
남학생들은 아마 기뻐서 울거다라… 여학생이라는 말을 암시적으로 꺼낸 우리의 선생님,
턱수염을 깎지 않아 지저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호남자이다.
"들어오너라."
-두근두근…
"꿀꺽"
호기심 반 기쁨 반이 섞인 남자들의 시선과 여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앞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등장한 오늘의 히로인…
"허억!"
우리 반 남자들이 이 히로인을 보자말자 꺼낸 소리다. 절대로 못 생겨서가 아니다. 숨 넘어
갈 소리가 날 정도로 진짜… 말로는 설명 못할 만한 최강의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염색은
안되지만 어느 정도 머리를 기르는 것이 허용된 탓인지 허리까지 내려오는 윤기 있는 머리
카락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어느 한 곳도 흠잡을 수 없는 순수하고 귀여운 외모, 진짜 숨
넘어 가는 이유는 귀여운 외모에는 맞지 않게 엄청나게 쭉쭉빵빵이라는 것이었다.
"야… 이안, 저 여자 죽인다."
"나, 나도 예쁜 줄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쁠 줄은…"
유기와 나의 헤벌레한 시선 때문인지 아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대구에서 전학 온 '이아린' 이라고 한다. 거기 늑대들 시선 거두도록, 자 아린아 자기 소개
해야지?"
"…네, 그러니깐 제 이름은 이아린 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취미는 요리하는 거고… 특기
는 목도리 짜는 것,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 좋아하는 운동은 레슬링, 좋아하는 연예인은 정
종철…"
아린이의 이미지가 원래 이랬나? 얼굴과 매치 안되게 뒤로 갈수록 끔직해지고…
"아, 아린아 그 정도면 충분하단다. 음 그러니깐 아린이의 자리를 정해볼까. 아! 그전에 우
리 반에 있는 전 남학생들한테 알려줄게 있다. 아린이한테 손대는 녀석들 잘못하다가 병원
에 실려갈 수 있으니깐 조심하도록…"
남학생들이 일제히 '왜요?' 라는 시선을 보내자 선생님께서 잠시 헛기침을 하시더니 다시
말을 이으셨다.
"아린이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지만 아린이는 태권도 4단, 검도 2단, 합기도 3단, 유도 2단,
거기다 소림 무술에 무슨 백호봉권인가… 하여튼 아린이가 꿰고 있는 무술만 해도 10개가
넘는다니 조심하라는 거다. 알겠나?"
"……"
모두들 뻥진 얼굴로 아린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아린이 고개를 푹 숙이며
하는 말
"…서, 선생님 저 검도는 3단인데요."
-꽈당
결국 누군가 넘어져버렸다. 두 명이었는데 유기와 나라는 것은 어림짐작하겠지.
"아린이가 살던 대구는 어때?"
"아린이 너무 예쁘다. 이 머리결 좀 봐."
"하얀 피부 너무 부러워. 어쩜 이렇게 피부가 하얀거니?"
우리 반의 여자 애들이 아린이를 둘러싸 온갖 질문을 퍼붓고 있다. 아린의 자리는 내 바로
뒷자리, 소꿉친구한테 인사라도 건내고 싶은데 이 아줌마들 때문에 도저히 그럴 타이밍을
못 내고 있다. 아린이도 나한테 인사하고 싶은 눈치이긴 한데…
-땡땡땡땡
1교시를 울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여학생들이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이라도 아린에
게 인사를 건낼까 생각해보았지만 왠지 타이밍이 맞지 않는 듯한 꿀꿀한 기분이 들었다.
-드르르륵
앞문을 결도 들어오신 국어 선생님, 국어 책을 아린이는 가지고 있을까? 아, 국어 책은 교
육부 것이라 모든 학교 공통이었지. 내가 괜한 걱정을…
"그럼 수업을 시작하겠다. 반장."
"네!"
혹시 뒤에 있는 아린이가 놀라지는 않을까? 어릴 때는 그렇게 존재감 없던 내가 지금은 반
장을 하고 있으니…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선생님도 약간 고개를 숙임으로 인해 수업이 시작되었다.
-탁… 탁탁탁
분필이 칠판을 지날 때마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게… 어제 너무 놀았나.
"야, 이안! 일어나!"
"으…으음 나 더 잘래…"
-퍽!
으아, 아프다. 자고 있는 사람 건드리는 것도 열 받는다는데 얼굴을 발로 차면 얼마나 기분
이 더러울까. 나는 막 화를 내려고 하는 순간 내 얼굴을 찬 존재를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숙
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와."
"으…으응"
뒤에 있던 아린이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나를 깨워 인사를 하려던 참에 유나가
나의 얼굴을 발로 찬 것으로 추리되었다. 독한 아줌마 같으니라고… 아린이가 인사를 한다
는데…
"유나야… 어디까지 따라가야 되?"
우리 학교가 원래 좀 넓은 데 이 애랑 걸으니깐 무슨 만리장성 올라가는 것 같다.
"일로 들어와."
"이 곳은 탁구 연습실이잖아? 이 곳 폐쇠된지 꽤 됬는데 문이 안 잠겼네."
들어오자 말자 뿌연 먼지 속에 잠시 호흡 곤란을 일으켰지만 유나가 창문을 염으로서 좀
괜찮아졌다.
"유나야 할 말이란 건?"
"내가 언제 말할 게 있다던? 저 구석에 잠시 앉아봐."
"내가 왜?"
분명히 이 녀석 나를 팰 작정이다. 맨날 맞아주는 내가 한심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전에 이
녀석을 건드려 팔 부서지는 친구를 보았기에 어쩔 수가 없다.
"너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오늘은 그래도 반항이라도…
"안 맞고 안 갈래."
-퍽!
별이 하나… 둘… 셋… 방금 내 얼굴을 갈긴 게 뭐였지. 헉! 탁구채… 저 망할 년이 진짜
계속 참아주니깐…
"야 이 씹…"
"씹 뭐?"
"아니, 이를 씹었다고. 아하하핫"
-퍼억!
이번에는 탁구채 두 개로 맞았다. 그런데 내가 왜 맞아야 되는 거지? 아까 아린이와의 관
계를 물어볼때는 분명히 소꿉친구라고 했고 아린이와 인사도 안 했는데 때리는 이유는 뭐
야?
"자… 잠시 유나야. 때리는 이유가 뭔지 좀 알려줄래?"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그제서야 탁구채를 내려놓더니 이번에는 발을 들어올린다. 설마 그 발로 날 찰 생각은 아
니겠지?
-콰앙
옆에 있는 탁구대를 발로 내려찍는 유나, 탁구대가 금이 간 것으로 보아 아마 아무 곳이라
도 맞았으면 그 부분은 몇 주동안 제 기능을 못했을 거다.
"내가 왜 이러냔 말이지… 그래, 내가 왜 이럴까?"
나에게 눈을 부라리며 거만한 자세로 내려다보는게 영 기분이 나쁘다. 백만 믿고 까부는
여자애 주제에…
"몰라."
"몰라?"
"모르니깐 맞는 거 아니야. 나도 참는 것도 정도가 있어."
"…그래서 나를 때리기라도 하시겠다?"
'쳐죽이고 싶다.' 라는 말을 뱉고 싶었지만 뱉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 지도 모른다. 이렇
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는 남자가 굽혀야 하는 법… 이 녀석이 왜 이러는 지는 솔직히 짐
작이 가긴 한다. '질투' 겠지. 내가 지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관심 가지니깐…
"야, 정유나 솔직히 말할게."
이제는 때가 되었다. 이 녀석한테 더 이상 맞을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입가에 맺힌 피를 쓱 닦아 내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유나의 눈높이와 맞추었
다. 그리고 당당히 말했다.
"나, 너 안 좋아해."
순간적으로 멍한 유나의 얼굴, 당황했겠지. 1년동안 죽도록 쫒아다녔는데 듣고 있는 말이란
게 이런거니깐… 하지만 유나야. 너도 남자 50명을 찰 때 했던 말이잖아? 그 남자애들이 듣
던 말을 너가 들으니깐 기분이 이상해?
"너… 다시 말해봐. 뭐라고?"
"너 안 좋아한다고… 그러니깐 귀찮게 쫒아다니지도 말고 때리지도 마."
-철컥
방금 무슨 소리? 뭔가 여는 소리였는데. 서… 설마…
"어, 어이… 그걸로 찌르면 너도 무사하지 못하잖아. 그거 치워라 응?"
"죽일 놈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사랑했는데… 너란 자식은…"
-쉬이익
칼이 공기를 가르며 내 얼굴에 상처를 냈다. 볼을 타고 내리는 피 줄기… 누가 조폭 동생
아니랄까봐 칼을 이렇게 잘 써… 원래 상대가 칼을 들고 덤비면 오줌이라도 지려야 할 판이
지만 이 녀석한테는 면역이 됬는 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나한테도 깡이 생겼는지 오히려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듯한 태도…
-철컥
이번에는 닫는 소리다. 설마 얼굴에 상처낸 걸로 그만두는건가? 저 천하의 유나가?
"좋아. 나를 안 좋아한다라… 훗, 내가 멍청이었군. 이딴 남자를 좋아한 내가 바보야. 하하
하하핫"
유나는 뭔가 홀린 듯이 웃었다. 한쪽 눈에는 눈물을 흘리고 한 쪽 눈은 멍한 것이 마치 광
인이 실소하는 것처럼…
"유이안, 좋아. 좋아. 나를 안 좋아한다면… 좋아하게 만들면 되는거지. 너가 나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못 베길 정도로 괴롭혀 주지. 후후훗. 재수없는 자식."
이런 말을 남긴 채 유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털썩
솔직히 무서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한테 어떻게 칼을 겨눌 수 있는 거지. 그것도 18살
의 나이에… 유나의 마지막 말… 섬뜩했다.
'내가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할까봐…'
-드르르륵
'뭐야. 얼굴에 상처낸 걸로 안된다 이건가? 제길…'
난 눈을 감고 나에게 가까이 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한심하다. 백 때문에 여자한테 맞
아야 하는 이 사실이…
"뭐야? 빨리 때릴려면 때리고 안 그러면 꺼져. 재수없으니깐."
"이안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엇?"
순간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떴다. 꽉 깜고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
탓인지 흐릿했지만 누군지 확연히 구분이 갔다. 아린이… 내 어릴 적 소중한 친구 아린이…
"으흐흐흑…"
"괜찮아. 이제 괜찮으니깐…"
무서웠다. 정말… 막상 칼이 내 얼굴을 상처내고 지나갔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면서 어
째서… 어째서 아린이가 말을 걸어주니깐 울음이 나오는거지? 왜… 왜…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에 있는 상처에 지혈을 해주는 아린이… 왜 고맙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지. 왜…
"고… 고…"
"고맙단 말은 안 해도 돼. 우리는 친구잖아?"
"흐으으윽…"
2교시가 시작하는 종이 울렸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아린의 품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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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딴에는 순정설이라 써본 겁니다. 학교 순정물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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