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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쟁호투(龍爭虎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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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


경치좋은 심산유곡의 바람은 시원했다. 풍채 좋은 노인부터, 아리따운 미녀까지
각양 각색의 인간들이 자연 동굴 앞에 빼곡히. 시골 장터 풍경처럼 빼곡이 밀집해
있었는데도, 바람은 서늘하여 일반인이라면 조금 추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림(武林)! 그곳에
적을 둔 자로 감기에 걸려 콧물이나온다던가, 혀를 빼물고 일사병에 쓰러진다던
가 해버리면 삼대가 망신이리라. 더구나 이들은 바로 문자옥(文字屋)인 것이다.

당금 무림의 십대 고수를 둘이나 포함한 십웅(十熊)과 그 십웅 전체를 한 손으로
다루는 그네들의 소옥주(少屋主) 황근명이 포진한, 용담 호혈! 물론 힘이 곧 지명
도는 아닌데다, 도색서적 불법 유통 업체로 급성장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어 그들의
위명은 사천 지방에서만 날리고 있는것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전통의 강자, 천마
신교(天摩神敎)와도 비견될수 있을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시골 촌구석 산을 타고 동굴 밖에 도열해 있는 것이다. 무슨 무도(武道)
라고 인격 수양을 했을리 없는 문자옥의 간부들이 었지만, 그들은 대단히 엄숙했고
그리고 조용히 바람을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지났을까. 언제나 꼭 때와 상황에 맞추는 인간만 있는것은 아니다.
간부 한명이 슬그머니 옆의 직급 낮은 간부 한명을 두들겨, 제딴에는 소근소근 이야기를
꺼낸다고, "오늘이 맞긴 맞는거냐?"소리를 꺼냈다. 목표로 한 사람에게나 들리는 전음
입밀(電音立密)이란 무공이 있는데 왜 직접 입을 여는것이냐 할지는 모르지만, 그건
십대고수나 자유롭게 할수 있는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개념이 없다.

노화 순청의 정순한 내공 따위는 무공 그 자체보다는 그걸로 돈과 여자를 얻을 생각
밖에 없는 흑도인들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지만, 고수들이 조용한 가운데 속삭이
는 소리를 못들을 리가 없다. 정확이 어느 놈들이 속닥거렸는지야 알아내기 힘들지만.

그리하여 왜 나는 입 꾹 닫고 참고 있는데 다른 놈들은 안그러냐. 하는 억울함이 퍼져
나가고, 그 억울함을 쉽게 억누를 수 없던- 정확히는 그제 새로 들인 첩의 야들야들한
감촉을 생각하며 좀 쑤셔 하던 또다른 고수가, "말 꺼낸 개념없는 새끼 누구야?" 라고
이야기를 꺼내고,

슬슬 출출해지던 배를 쓰다듬던 십웅 중 수석, 십대고수중 하나인 무정 도객(無精刀客)
진무진이 "이야기 꺼내는 새끼 죽여버린다."라고 나직하게 이야기 하자, 진무진과 별로
사이가 좋지않던 차석이자 십대고수중 하나인 백결검 (白結儉) 이윤석이 "병신, 지랄하네"
를 요지로 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제야 십이 장로(長老)들이 무언가 손을 쓰려 했지만 정말 시장바닥처럼 산은 시끄러
워 졌고, 잠시나마 대다수의 간부들이 자신들이 왜 이곳에 모여있는지를 망각해 버리려
할때-

그때-, 동굴 안에서 장검이 날아올랐다.

천천히, 나한번 잡아 봐라- 라는듯 도열한 무인들의 주위를 뱅글뱅글 배회하던 청강장검
은 고도를 높여 꽈배기를 그려보였고, 위태롭게 떨어지려는듯 하려다 다시금 회전하며
원을 그렸다. 그리고... 검은 고공으로 솟구쳐 양떼 구름을 이리저리 베고 갈라 거대한
문자를 만들어 보였다.

文.

어느샌가, 아무도 소리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때와 상황을 못맞춘다면,
대 문자옥의 간부가 될수 없었을것이다. 그렇지만 좀전, 처음으로 입을 열었던 간부
는 신음처럼 또다시 입을 열었다.

"...이기 어검(以氣漁儉)..." 

기로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미 무공이 아니라 신선의 경지라고도 할수 있는
검의 궁극. 그렇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그에게 장단을 맞추지 않았다. 다들 동굴
앞을 바라보았다. 준수한 용모의 미공자. 겨우 스물 여섯인 그들의 소옥주.
풍에 걸려 오늘 내일하는 옥주가 아닌 그들의 진정한 령도자. 황근명이 천천히 뒷짐
을 지고 걸어나왔다.

자연스레, 전 간부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었다.

"폐관수련의 대성(大成)을 경하드리옵니다! 충심으로 외칩니다!"

우뢰와도 같은 외침이 황근명의 고막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황근명은 미소지었다.
한번도 실패라는것을 해 본적없는 풍족한 자의 웃음이다. 넘치는 넉넉함이다. 그는
조용히 손을 하늘로 올려 검을 돌아오게 했다.

그리고 자신 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이전에 약속한대로, 나는 드디어 이루었소. 이제 여러분들도 약속을 지킬 차례외다.
무엇인지는 기억하고 있겠지?"

천천히, 그 앞의 인파가 고개를 들어올려 그를 바라본다. 그처럼, 득의에 찬 미소다.
더이상 불안하지 않은, 아버지를 찾은 어린아이의 웃음이다. 그만큼 맹목적이고,
순수하며, 잔인하다.

앞자리에 꿇어 앉았던 진무진과 이윤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선창했다.

"무림제패!"

그리고, 우뢰와 같은 함성이 복창했다.

"무림제패!"

두번째, 세번째 함성이, 그리고 나머지는 묻혀버린다. 그렇지만 열기는 충분하다. 황
근명은 만족하여 배부른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천재고 부하들은 용맹하며 하늘은 그
의편이다. 당연하잖은가? 사천에서나 최고라고 평가받는것은 지겹다. 밤의 황제 소리
를 사천에서만 듣는것도 자존심 상한다.

그래서 동굴에 처박혀서 일년이나 썩혔다. 그리고 이루었다.

이제 무림은 그의것이다.
 








  2.



결국 끝난 후의 뒷정리라는것은 그 전의 흥분과 맞물려 쓸쓸하고 비참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생(生)과 사(死)가. 그리고 앞으로 죽어나갈 이들을 양산 해낸 전쟁이 끝난것
이라면 더욱더.

그리하여 군의 영내는 그 안에 소속된 병졸이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조용하다. 넓은
군막 사이사이엔 그저 젊은 백인장(白人長)하나만이 존재했다.

병사는 주저하며 걸었다. 아니, 어려보이는 동안 옆의 완장은 그가 백인장의
위(位)에 올라있음을 나타내었지만, 그는 위세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걸음으로
군의 영내에 설치된 의방. 그리고 그 의방 깊숙한 곳으로 걷고 있었다.

의방으로 쓰이는 다른 군막보다 얼추 서너배는 될 큰 군막으로.
군막 앞에는 위병이 아닌 장년의 의원이 쪼그려 앉아 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원은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비교적 젊은 얼굴은 사람을 살리
지 못했다는 비참함 때문인지 앞을 바라보지 못한다. 그가 홀로 남아있게된 유일한
이유는 시체를 가려내기 위함임에도. 군막 앞. 미동도 하지 않는 그 모습은 정지됨의
공허감이 느껴졌다.

곧 죽을 중상자.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피 고름이 썩어들어간 이들을 격리 수용한
곳인 만큼, 아직 스스로의 소명에 무감각 해지지 못한 의원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울테
니까. 

소년같은 백인장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군막 앞에 쪼그려 앉은 의원을 바라보았다.
의원처럼 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안으로 들어갔다.

스스로의 운명에 저주하고 의미없는 욕지거리를 내뱉아 악다구니를 이루기엔 혼수
상태의 인간들이 너무 많은 탓인지, 지나치게 조용하다. 가래끓는듯한 신음소리,
불규칙한 호흡. 이미 죽음의 냄새가 떠돌고 있었고, 몇몇은 이미 죽은듯 안색이 시퍼
렇다. 이미 이곳은 누군가 서있을 땅은 아니었다.

소년은 머뭇거리는 몸짓으로 비좁은 공간에 뉘여진 전상자들을 힘없이 누볐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억센 욕지거리와 몸동작을 보여주었을 이들 뿐이었지만 과다출혈
과 파상풍(波上風)은 목숨을 빼았고 팔다리를 자른다. 그리고 그의 발길은 어느덧
사지중 성한 부위는 오직 오른 팔 하나만 남은 중년 남자의 앞에서 멈췄다.

"...왔구나."

가래끓는듯한 탁한 음성. 목소리가 좋다고, 서글 서글한 인상과 함께 자부심을 가졌고
백인장이 정말 어린아이였을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단 하나라고 꼽
던,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소년은, 백인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겪어왔던 일이
아닌가.

"기환 아저씨..."

작게 되뇌어지자 기환은 힘겹게 팔을 들어 그에게 올리려 했다. 소년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 그의 남은 손이 볼을 훓는것을 느꼈다. 마르고, 미약한 몸짓. 소년의 머릿속으로 그
간의 기억이 주마등(州馬燈)처럼 흘렀다. 그리고 기억이 눈물로 흘러내리는것을 막지 못했다.

소년의 손이 기환의 손과 맞부딧혔다. 힘있게 잡힌 손 너머로, 본연의 두려움만은 어
떻게 할 수 없었는지 미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백부장은 그간 준비되었던 대법
(代琺)으로 기환의 내공(內公)을 빨아들였다. 공포로 시작된 떨림은 결국 환희와도 같은
열락으로, 그리고 실끊어진 인형처럼 종국에는 끝장나 버린다.

싸늘한 시체가 된 기환은 웃는 얼굴로 죽었다.

젊은 백부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한발짝 걸을때마다 앙
다물어진 잇 사이로, 신음과도 같은 분노가, 그리고 울음같은 절규가 조금씩 빠져나왔다.
앞을 바라보지 못하고 조금씩 걷다가, 의원을 뒤로 두자마자 똑바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저주했다.

아저씨들을 잡아먹고 나서야 최소한이나마 갖출수 있게 되었기에.

복수라는 결과를 가능케할 전제(傳制)가.
그에게 기꺼이 몸을 던진 친인들의 소망을 이룰.

...힘이 생겼기 때문에.

올해 스물여섯인 호북 출신의 고아, 동북 원수부 현무군의 백인장. 배상훈은 으스러질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의 살이 파여나가 피가 맺힌다. 이제 전역을 신청할 것이다.
그리고 무림으로 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온몸이 부서져도, 복수할것이다.

무림에.








-----------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멋진 대결을 그려보고 싶어서 끄적여 봤습니다만...
...한문요, 엉망진창입니다.(한문만이 아니라서 가슴아픕니다) 메모장으로 쓰느라... 
읽어주신것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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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어검으로 무림재패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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