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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에스카네스 전기 - 인연이란 운명에 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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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네스 전기 - 인연이란 운명에 닿아


쿠르릉- 쏴아아아아…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체력 단련좀 제대로 하는건데…
비록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 나의 체력은 그리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속된 전투…
게다가 다른 사람을 업은 채 빗속을 달리는 건 내 체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체력을 배로 빼았아갔다. 게다가 나에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다가왔다.

"취익, 취… 취이익!"

"취- 이… 인간… 취익!"

빌어먹을… 이 초록 돼지머리는 또 뭐야… 대략 30마리는 되어보이는 초록색깔의
두발로 걸어다니는 돼지들이 손에는 각종 무기들을 든 채 중요 부위만 가리고
나타났다. 언어도 좀 할줄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취! 이… 인간! 취익- 죽여라!"

"취익- 취이익…!"

오크의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 그렇게 말은 하지만 다른 오크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못했다. 바로 내가 내뿜는 살기에 억눌렸기 때문이다.

"취… 하… 한놈이다! 취!"

겁 없는 한 돼지머리가 쿵-쿵- 거리며 달려왔다. 커다란 도끼(엑스)를 든 채로…
물론 그 녀석에겐 한 가지 선물을 선사해줬다. 죽음이라는 아주 좋은 선물을 말이다.
초록색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난 망토로 에실리스를 감싸 피가 튀지 않도록 했다.
그러자 주변의 오크들이 취- 취- 거리며 숨만 몰아쉬었다.

"취-! 취익-!"

지금 상태로는 저 돼지머리들이 달려들기만 해도 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였다.
빌어먹을… 죽어도 어떻게 저런 돼지머리한테 죽을 수는… 없는데. 이건 너무 비참하지
않아? 오크와 나의 대치가 계속되었다. 그 때… 빗속을 헤치고 들려오는 한 마디가
숲을 울렸다.

"체인 라이트닝!"

파지직 파직!

순간 숲 건너편에서 5줄기 가량의 번개가 날아와 오크들을 차례대로 감전시켰다. 그리고
수풀 속에서 2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오크들을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6마리
가량의 오크가 목숨을 잃었고 10여마리 가량이 전기에 타 죽었다. 대… 대단한데?

"우랴압!"

"꾸에엑!"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아니… 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약 180이 좀 넘어보이는
사내(목소리로 들어봐서 사내다…)가 돼지머리의 멱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하… 저 돼지머리…
구워먹을 수 있으려나? 두명의 사내의 칼질에 주변은 금새 해결되었다. 난 망토로 에실리스를
감싸 최대한 비를 피하게 한 뒤 나무에 기대어 섰다.

"괜찮습니까?"

약 170정도 되어보이는 금발의 사내가 다가왔다. 그냥… 평범할 정도의 외모였지만 지금 나에겐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난 히죽 웃어보였다. 그리고 에실리스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에실리스… 좀… 부탁……."

풀썩-

차가운 바닥의 촉감이 느껴졋다. 그리고 한가닥 남겨둔 정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내가 그로부터 눈을 뜬 건 약 다음날 점심쯤이었다. 물론 일어날 때 어디의 누군가가 깨우는
방법이 매우매우 난폭했지만… 어땠냐하면…….

"일.어.나! 엘.슈!!"

콰아앙!!!

바로 프라이팬으로 내 머리를 그대로 후려갈긴것이다. 당근 머리가 띵! 하고 울리고 주변의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뜨아!'하는 표정이 떴다. 게다가 허리에 검을 찬 두 남자의 뒤에는
두명의 여성이 서 있었는데 머리 위에 커다란 땀방울을 달고 있었다.

"크윽… 에… 에실리스!"

"왜?"

난 머리를 움켜쥐며 살짝 눈을 뜨고 말했다.

"좀 얌전히 깨울 수는 없어? 여자가 조신하지 못……."

"그 입! 닥 쳐!!"

퍽- 푹팍- 쾅(?) 콰직(!) 우당탕(??) 쿠르르르르릉(???) 와장창(?!) 쨍그랑(!!)

각종 잡병기(?)의 소리가 들려오고 한 남자의 엄청난 비명을 뒤로 한 채로 그 소리의 근원에선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검은 머리의 한 남자와 씩씩거리는 한 미소녀가 있었다. 허리에 검을 찬
170정도의 키의 금발 머리의 남자와 180정도되는 초록 머리칼의 남자가 에실리스의 양 팔을
잡고 말리고 있었고 뒤에 두 여인네들(어라? 모르는 얼굴이다.)은 입을 가리고 어서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씩- 씨익!"

"꾸억… 사… 살려… 줘……."

아무튼 이 사건은 두 남정네의 노력으로 겨우겨우 결말을 맺을 수 있었고 우린 서로의 이름을
밝혀갔다. 

"엘로드라고 합니다. 검사입니다."

170cm의 금발의 청년이 말했다. 으음… 대충 봐서 검기를 이제 막 다루기 시작한 것 같군…

"엘로드의 '형'인 엘피나스라고 합니다. 저 역시 검사입니다."

이번엔 180cm의 초록빛 머리칼의 청년이 말했다. 20대 중년 쯤으로 보였고 그런대로 검기는
다룰 줄 아는것으로 보였다. 흠… 꽤 강한 인간들인데? 유난히 형 자를 강조했고 엘로드는
그런 형을 째려보았다.

"피에나라고 해요. 이래뵈도 5서클 유저예요."

약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붉은 머리칼의 여성이 말했다. 저 나이에 저정도 마나라… 그런대로
괜찮군, 이 시대 사람들로 치면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여성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리나라고 합니다."

내 소개를 하려던 난 그녀를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에메랄드빛 투명한 머리칼이 폭포
수처럼 흘러내렸다. 단정한 이목구비에 자리잡은 둥글고 커다란 눈과 맑게 빛나는 청빛의
눈동자가 유난히 흔들렸다. 작고 오똑한 코와 체리빛을 띄는 작은 입술이 작은 자리잡았다.
160이 조금 더 되어보이는 작은 키에 16세는 되었을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할 말을 잃고 그녀만 쳐다보다 난 금새 실례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엘슈라고 합니다. 블레이더입니다."

"블레이더!"

"마… 마스터!"

엘로드와 엘피나스가 뭐라고 했지만 난 '그게 뭡니까?' 하는 표정으로 있다가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블레이더는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은 검의 벽이라고 했지?

"저… 전 에실리스라고 합니다."

딴에는 조숙하게 하는 듯 했는데 아까의 행동으로 영 말짱 꽝이다. 다들 헛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고 이마에 힘줄이 돋은 그녀는 괜한 화풀이를 나에게 했고 또 한번의 트러블을
엘로드와 엘피나스가 막아서야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건데?"

엘로드가 빵을 스프에 찍어 먹으면서 말햇다. 헤에- 오랜만에 먹어보는 빵과 스프였다.
예전에는 진짜 비상사태가 아니면 구경도 못 했던건데… 맛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피에나의 옷으로 갈아입은 에실리스가 말했다.

"우선은 수도로 갈 생각이예요."

"수도? 수도에는 왜?"

엘피나스가 빵을 찢으며 '수도까지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 실은… '어둠에 묻힌 자들' 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거든요."

"……!!"

에실리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로드, 엘피나스, 피에나의 얼굴에는 경악감이 가득찼고
그들이 뭔가 알고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들도 상당히 빠르게 표정을 바꾸어
에실리스의 경우에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수도까지도 말을 타고도 10일은… 걸리는 걸? 차라리 가까운 성에서

연락을 취하는게 훨씬 빠를걸? 어차피 우리도 이 다음에 있을 성인 '레오드' 성으로

가고 있으니까 같이 가는게 어때?"

이리나가 에실리스에게 말했고 에실리스는 잠시 날 쳐다보았다. 난 별수 있겠냐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실리스도 빙긋 웃고는 말했다.

"결정났네요. 다시 한번 소개할게요. 에실리스라고 해요."

"엘슈, 검사입니다."

"그런데 엘슈, 아? 말 놓아도 괜찮지?"

"아, 예."

낙천적이라고 해야하나… 반말이 입에 붙었구만….

"그런데 검사가 검도 안 차고 다니나? 검은 어쨌나?"

"검이요? 여기… 읏!"

아차! 실수로 싸이언을 꺼낼 뻔했다. 싸이언을 허리에 차고 있어도 막대기 비슷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써서 다행이지….

"엘슈요? 검 없이도 잘 싸워요! 아니다, 그 뭐라더라? 검기라던가? 하여튼 그걸로 잘

싸우는걸요? 사람을 눈 하나 깜박 안하고 죽이더라구요. 정말인지 무서웠어요."

"……."

에실리스는 정말 손짓 발짓 몸짓 다해가며 내 행동을 최대한 따라하는 듯했다. 게다가 표정까지…
그리고는 후들후들 떠는 척햇다. 니가 더 무서워 임마!그러다가 엘로드와 엘피나스는
검기? 검기?! 검기! 하고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에?"

"너! 나랑 한판 뜨자!"

"저와 대련 한번 해주십시오!"

둘 모두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말했다. 어떻게 형과 동생이 저리도 다를 수가...

"좋습니다. 한 분씩 덤비십시오."

난 자리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그러자 이번엔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일어났으니…….

"나부터야!"

"나부터다 이녀석아!"

바로 형제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검을 휘두르면서 싸우는 것이 살벌하기 그지없다… 정말
형제가 맞을까?

"푸훗, 원래 저렇게들 싸워요."

여태까지 뒤에서 지켜보던 이리나가 내 옆에 서 말했다. 정말… 이게 인간의 아름다움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에실리스도 예쁘지만 뭐랄까… 이리나에게서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풍긴다고나 할까? 나보다도 나이도 어린데 말이다.

"그…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 서로 피 터지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진짜로 피 터졌다. 맙소사!
저정도면 보통 사람은 정신이 혼미할 것이다.)검기를 쓰려는 걸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
간신히 막았다. 검기를 섰다간 주변 사람들까지 다친다고! 조금 쉰 뒤 형인 엘피나스부터
다가섰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예."

우린 서로 웃으며 서서히 작은 원을 그렸다. 엘피나스의 검에서 푸른 빛의 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검기인가?"

모두들 긴장한 상태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나 역시 씩 웃으며 검기를 일으켰다. 오라!
뇌전이여!

파지직-!

"……?!"

나의 싸이언으로부터 약 2M 가량의 녹빛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게다가 푸른 빛의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말이다.

"그럼… 시작하죠."

"하하… 이거 무서운데?"

난 하단세를 취한 채 가만히 있었고 엘피나스는 내 앞에서 가만히 있었다. 에실리스는 궁금증
을 참지 못하고 엘로드에게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안 싸워?"

"저… 저건… 빈틈이 없는 거야…."

엘피나스는 처음 당하는 사태에 당황했지만 곧 침착하게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난 씩-
웃어주고 검을 한번 휘둘렀다.

휭-

아무 의미없이 허공을 휘둘렀지만 이걸로 허점이 드러났다. 그 때가 무섭게 엘피나스는
역시나 나에게 달려들었다. 평소라면 아마 냉철한 판단이 앞섰겠지만 지금은 완벽한 자세에서
낸 허점. 절대 놓칠 리 없다. 엘로드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걸렸어…"

"뭐?"

에실리스가 반문했지만 이미 상황 종결이었다.

쨍그랑-

마찰음과 함께 바닥으로 한 자루의 검이 떨구어졌다. 엘피나스는 눈을 크게 뜬 채 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난 검기를 풀고 엘피나스에게 검을 주워 주었다.
가벼운데? 검 치고는 정말 가벼워. 날도 잘 벼려져있군.

"여기요."

엘피나스는 검을 받고도 멍한 표정 그대로였다. 엘로드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정말 대단하잖아. 오랜만에 진짜 제대로 싸워보겠는데?"

손목과 발목을 적당히 풀어준 엘로드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냈다. 청명한 음과 함께 검이
뽑혀 나왔고 난 다시 2M 의 검기를 일으키며 검끝으로 까딱거리며 말했다.

"덤벼라!"

"간다!"

엘로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리한걸 아는지 처음부터 강하게 몰아붙였다. 전력을…
다하는건가? 빌어먹을…… 회복이 덜된 나에겐 엘로드의 검기 몸부림이 상당히 거슬렸다.
검과 닿을 때마다 온몸의 마디가 욱신거렸다. 난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정면 대결로 맞받아 쳐주었다. 푸른 빛과 초록 빛의 검기가 부딪혔고 커다란 폭발음이
일었다.

콰앙!

승부는 단판에 났다. 엘슈는 바닥에 엎드려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엘로드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제길… 저거 내상 입히지 않는다고 고생했어 정말!

"두 사람 다 괜찮아요?"

"아, 네.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개뿔이! 온 몸이 욱씬거리고 검기를 쓴다고 힘들어 죽겠다! 나에게 당한 후로
어느새인가 정신을 차린 엘피나스가 검 한자루를 내밀며 말했다.

"롱 소드. 아마 사용하기 편할 겁니다. 그런 것은 마나의 소모가 심할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엘피나스에게 내가 얼마나 고마움을 느끼는지 모른다.
약 30분간 휴식 뒤 우리는 레오드 성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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