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pel Saga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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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셨어요?"
바티칸 시국(市國)ㅡ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의 작은 비밀방 안에서, 어떻게 보아도
접수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책상에 앉은 갈색 머리칼의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응...이틀만이네, 류애(주1) 누나."
아까 한 명의 소년을 완전히 절망으로 몰아놓고 한 줄기 희망만을 의지하게 한 것
과는 대조적으로,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긴 흑발을 휘날리는 동양계 소년ㅡ태상(太
上)는 쾌활하게 웃으며 소녀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리고ㅡ
"..."
태상의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같은 동양계의 흑발이지만 그와는 대조적으
로 짧은 단발 머리를 하고 있는 소녀 세하(洗河)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
를 끄덕여 인사에 답했다.
"그래서, 다녀오신 일은 잘 된 건가요?"
류애의 말에 태상이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옆에 있는 세하가 조그마하게 한숨
을 내쉴 시간을 준 다음,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태상은 류애에게 '보
고'를 시작했다.
"글쎄...일단 보이는 건 내 스카디(Skadi)랑 세하가 다 얼려서 파괴했어. 건물 잔해
라던가 지하에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빛이 없으면 활동을 멈추기 때문에 확인할
수가 없네. 나중에 시아 양을 보내 봐."
'시아 양'이란, 특이한 능력을 지닌 가스펠 중에도 레벨리온을 탐지해내는 데 특화
된 가스펠 시아(Shia)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태상과 같은 조는 아니지만, 상대적
으로 무차별 파괴에 특화된 태상과 세하의 뒷처리를 하거나 그들을 보조해주는 경
우가 많았기에 태상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접수대 한켠에 놓인 컴퓨터에 태상
이 말한 사항을 빠르게 입력하며 류애는 약간 사무적인ㅡ대부분의 회사에서 접수
를 맡은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을 내뱉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최대한 빨리 조치하죠."
여느 때와 토시 하나 틀리지 않은 대답에, 태상의 등 뒤에서 보고를 듣고 있던 세
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일순 예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아무런 음성
도 낌새도 보이지 않았지만, 태상은 보고를 멈추고 잠시 세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 더 농도 짙은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다시 류애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바깥에 우리가 타고 온 무닌(Munin)과 후긴(Hugin)이 있는데. 여유시
간이 있으니 앞으로 세 시간 이내라면 시아 양이 타도 목적지까진 데려다 줄 거야."
"조력에 감사드립니다."
보고를 마친 태상은 옆에 있는 의자를 아무렇게나 끌어와 앉으며, 접수대에 몸을
기대었다. 아까보다는 훨씬 편한 자세로, 태상은 지척에 있는 류애에게 뭔가 말
을 하려다 피곤을 이길 수 없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
"그러흐아아아아암...이제 우린 좀 쉬는 거지? 이틀 동안 잠도 못 자고 무리했으니
까 최소한 하루는..."
"아뇨."
그리고 그 순간, 방에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태상의 미
소가, 일순간 소멸했다.
"저기...류애 누나?"
"러시아 북부. 단독. 땅 속에서 기어다니는 거대한 지렁이? 라고 써 있네요. 에이
징그러워라. 어쨌든 어제 저녁에 두 분한테 내려온, 새 임무에요."
그리고 태상은, 류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
"투구 좀 빌려줘, 하데스!"
태상의 말에 응해, 완전무장한 검은 거한이 태상의 뒤에 나타났다. 신도를 잃은 거
짓 신(僞神:Fake god)ㅡ그리스 신화의 지옥의 신 하데스는 비웃음처럼 보이는 쓴
웃음을 지으며, 태상에게 옆구리에 끼고 있는 투구 '퀴니에(Kynee)'를 던지듯 넘겨ㅡ
주는 데 실패했다.
좁은 방 안에 광풍이 불어와 투구에 휘몰아쳤다. 쏜살같이 날아가는 투구를 가까
스로 잡은 하데스는 모멸과 분노가 섞인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류애
의 흑요석같은 눈동자를 천천히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 때, 태상의 두 번째 말이
해방되었다.
"누나를 막아, 제피로스!"
순간적으로 바람의 주도권이 태상의 편에 들어왔다. 하데스의 곁에 선 물색 옷의
거한은 가릴 데만 살짝 가린 아슬아슬한 복장을 하고 주위의 바람을 자기 뜻대로
놀리기 시작했다. 그리스 신화의 바람신 중에도 아이오로스와 함께 최고위의 거
짓 신ㅡ서풍의 신 제피로스는 '바람'이라는 개념 자체를 관장하는 가스펠 류애의
앞에서도 신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ㅡ
"오오, 아름다운 아가씨가 둘이나 있네!?"
ㅡ라는, 얼빠진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상대가 여성임을 깨닫자마자 태상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호색, 아니 호탕한 청년은 자신의 힘을 바닥으로 집중시켜
서 바닥부터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 류애가 입고 있는 것은 소위 말하는 고딕 롤리타
풍의 드레스였으니, 바닥에서 위로 바람을 일으켜서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충격
을 가하면서 능력을 흐트러뜨려 주도권을 잡는ㅡ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초
등학생 레벨의 장난인 치졸한 아이스케키ㅡ제피로스의 선택은 정말로 단순하고
탁월했으며 또한 위력적인 것이었다.
"어딜!"
류애가 만들어낸 바람의 장벽이 제피로스의 영역을 잘라 나갔다. 제피로스가 자신
이 낼 수 있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만든 절대적인 풍역(風域)의 경계조차도, 류애가
만들어낸 풍역 앞에서는 몇 초동안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ㅡ그리고, 그랬기에 제피로스의 풍역은 류애의 풍역에 항거하지 않고, 그에 미끄
러지듯 비껴 나갔다.
"무..."
소환자인 태상마저도 무슨 일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제피로스
의 풍역은 바람만이 가지는 그 비쾌함으로 지금 여기 있는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아가씨' 세하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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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류애씨. 한문좀 가르쳐 주세요.
언제나 말하지만, 분량이 짧다구요? 눈의 착각입니다.
피카는 [[[정조]]]의 위기(뭐얏?)!!
고어에서 개그로 갑자기 이행한 문체! 이거야말로 막장의 극치!
랄까 의외로 컨셉이랍니다. 성시 내부에선 마음껏 개그할거에요.
그리고 지금지금 나온 무려 류애 [[[누님]]]!
[Gospel Saga는 이 막장 기분을 함께 나눠주실 동역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바티칸 시국(市國)ㅡ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의 작은 비밀방 안에서, 어떻게 보아도
접수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책상에 앉은 갈색 머리칼의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응...이틀만이네, 류애(주1) 누나."
아까 한 명의 소년을 완전히 절망으로 몰아놓고 한 줄기 희망만을 의지하게 한 것
과는 대조적으로,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긴 흑발을 휘날리는 동양계 소년ㅡ태상(太
上)는 쾌활하게 웃으며 소녀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리고ㅡ
"..."
태상의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같은 동양계의 흑발이지만 그와는 대조적으
로 짧은 단발 머리를 하고 있는 소녀 세하(洗河)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
를 끄덕여 인사에 답했다.
"그래서, 다녀오신 일은 잘 된 건가요?"
류애의 말에 태상이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옆에 있는 세하가 조그마하게 한숨
을 내쉴 시간을 준 다음,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태상은 류애에게 '보
고'를 시작했다.
"글쎄...일단 보이는 건 내 스카디(Skadi)랑 세하가 다 얼려서 파괴했어. 건물 잔해
라던가 지하에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빛이 없으면 활동을 멈추기 때문에 확인할
수가 없네. 나중에 시아 양을 보내 봐."
'시아 양'이란, 특이한 능력을 지닌 가스펠 중에도 레벨리온을 탐지해내는 데 특화
된 가스펠 시아(Shia)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태상과 같은 조는 아니지만, 상대적
으로 무차별 파괴에 특화된 태상과 세하의 뒷처리를 하거나 그들을 보조해주는 경
우가 많았기에 태상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접수대 한켠에 놓인 컴퓨터에 태상
이 말한 사항을 빠르게 입력하며 류애는 약간 사무적인ㅡ대부분의 회사에서 접수
를 맡은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을 내뱉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최대한 빨리 조치하죠."
여느 때와 토시 하나 틀리지 않은 대답에, 태상의 등 뒤에서 보고를 듣고 있던 세
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일순 예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아무런 음성
도 낌새도 보이지 않았지만, 태상은 보고를 멈추고 잠시 세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 더 농도 짙은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다시 류애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바깥에 우리가 타고 온 무닌(Munin)과 후긴(Hugin)이 있는데. 여유시
간이 있으니 앞으로 세 시간 이내라면 시아 양이 타도 목적지까진 데려다 줄 거야."
"조력에 감사드립니다."
보고를 마친 태상은 옆에 있는 의자를 아무렇게나 끌어와 앉으며, 접수대에 몸을
기대었다. 아까보다는 훨씬 편한 자세로, 태상은 지척에 있는 류애에게 뭔가 말
을 하려다 피곤을 이길 수 없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
"그러흐아아아아암...이제 우린 좀 쉬는 거지? 이틀 동안 잠도 못 자고 무리했으니
까 최소한 하루는..."
"아뇨."
그리고 그 순간, 방에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태상의 미
소가, 일순간 소멸했다.
"저기...류애 누나?"
"러시아 북부. 단독. 땅 속에서 기어다니는 거대한 지렁이? 라고 써 있네요. 에이
징그러워라. 어쨌든 어제 저녁에 두 분한테 내려온, 새 임무에요."
그리고 태상은, 류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
"투구 좀 빌려줘, 하데스!"
태상의 말에 응해, 완전무장한 검은 거한이 태상의 뒤에 나타났다. 신도를 잃은 거
짓 신(僞神:Fake god)ㅡ그리스 신화의 지옥의 신 하데스는 비웃음처럼 보이는 쓴
웃음을 지으며, 태상에게 옆구리에 끼고 있는 투구 '퀴니에(Kynee)'를 던지듯 넘겨ㅡ
주는 데 실패했다.
좁은 방 안에 광풍이 불어와 투구에 휘몰아쳤다. 쏜살같이 날아가는 투구를 가까
스로 잡은 하데스는 모멸과 분노가 섞인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류애
의 흑요석같은 눈동자를 천천히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 때, 태상의 두 번째 말이
해방되었다.
"누나를 막아, 제피로스!"
순간적으로 바람의 주도권이 태상의 편에 들어왔다. 하데스의 곁에 선 물색 옷의
거한은 가릴 데만 살짝 가린 아슬아슬한 복장을 하고 주위의 바람을 자기 뜻대로
놀리기 시작했다. 그리스 신화의 바람신 중에도 아이오로스와 함께 최고위의 거
짓 신ㅡ서풍의 신 제피로스는 '바람'이라는 개념 자체를 관장하는 가스펠 류애의
앞에서도 신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ㅡ
"오오, 아름다운 아가씨가 둘이나 있네!?"
ㅡ라는, 얼빠진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상대가 여성임을 깨닫자마자 태상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호색, 아니 호탕한 청년은 자신의 힘을 바닥으로 집중시켜
서 바닥부터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 류애가 입고 있는 것은 소위 말하는 고딕 롤리타
풍의 드레스였으니, 바닥에서 위로 바람을 일으켜서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충격
을 가하면서 능력을 흐트러뜨려 주도권을 잡는ㅡ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초
등학생 레벨의 장난인 치졸한 아이스케키ㅡ제피로스의 선택은 정말로 단순하고
탁월했으며 또한 위력적인 것이었다.
"어딜!"
류애가 만들어낸 바람의 장벽이 제피로스의 영역을 잘라 나갔다. 제피로스가 자신
이 낼 수 있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만든 절대적인 풍역(風域)의 경계조차도, 류애가
만들어낸 풍역 앞에서는 몇 초동안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ㅡ그리고, 그랬기에 제피로스의 풍역은 류애의 풍역에 항거하지 않고, 그에 미끄
러지듯 비껴 나갔다.
"무..."
소환자인 태상마저도 무슨 일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제피로스
의 풍역은 바람만이 가지는 그 비쾌함으로 지금 여기 있는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아가씨' 세하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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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류애씨. 한문좀 가르쳐 주세요.
언제나 말하지만, 분량이 짧다구요? 눈의 착각입니다.
피카는 [[[정조]]]의 위기(뭐얏?)!!
고어에서 개그로 갑자기 이행한 문체! 이거야말로 막장의 극치!
랄까 의외로 컨셉이랍니다. 성시 내부에선 마음껏 개그할거에요.
그리고 지금지금 나온 무려 류애 [[[누님]]]!
[Gospel Saga는 이 막장 기분을 함께 나눠주실 동역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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