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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사역마XHALO] -제2화 : 귀족의 행패(?)/자칭 '치프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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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과 소녀가 초록 들판 위에 엎드려 있다.

소년의 머리만큼 키가 더 큰 소녀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무수한

유성우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아름답다."


그러나 소년은 소녀의 설명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하였다.

소녀는 옆에 드러 누운 소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키득키득 웃으며

다시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SF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주제를 꺼내며 말한다.


"저 먼 우주를 우리가 여기서 지켜보듯이, 저기서도 우릴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외계인들 말야~"


소녀의 질문에 소년은 즉각 답이 나왔다.

긍정이었다.


"그렇지 않을까? 헐리 박사님[스파르탄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말씀대로
우주는 아직 우리가 풀지 못한 미스테리로 넘쳐나니까..."


소년이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겨우 잠시였는데 에리다누스 행성의 초록 들판은 온데간데 없고

지구의 아프리카지역의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

소년은 쓰러져 있었다. 아니...키가 2m는 훌쩍 넘은 장신의 어른 남성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소녀가 누워있던 자리에는 자신의 묠니르 Mk. 6 전투복의

헬멧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하늘에서 커다란 푸른색 불빛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코버넌트 군의 떠다니는 탱크 '레이스'가 쏘아올린 플라즈마 포탄들이었다.

눈을 훔쳐가는 저 아름다운 색에 멍하니 있다가는 절대 안된다.

왜냐하면 그 포탄이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마이 갓! 알파 중대!! 치프와 연락이 끉겼다. 치프의 반응이 없다! 반복한다!
치프의 반응이 없다!! 치프가 당했다!!"


"Fuck!!! ODST[강습강화해병대]는 뭘 하는 거야? 우리 군의 포병대는 대체 뭘 하는 거야! 왜 상황이 이렇게 엿같이 되는 거냐고!!"


내팽개쳐진 헬멧과 귀속에는 멍한 울림과 함께 치프가 죽었다고,

우린 죽었다고 아우성치는 인류군대의 무전신호가 계속 잡히고 있었다.

치프는 한숨을 내쉬며 헬멧을 바로 고쳐 쓴 뒤 묠니르 강화복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새차게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엎드렸다.

동시에 스무발이 넘는 푸른색 플라즈마 에너지들이 치프의 주위를 강타했다.


-퍼퍼퍼퍼퍼펑.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생명체를 짓이기는 어마어마한 화력이 작렬하였다.

그러나 치프는 그 포탄들에 박살나지 않았다. 조금 전 치프가 바닥에 던진

물건은 강력한 에너지 방어막을 생성시켜주는 쉴드장치였던 것이다.

덕택에 치프는 무사할 수 있었다.

치프는 무감각한 목소리로 헬멧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난 아직 안 죽었어."


치프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썰트 라이플을 집어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그냥 빨리 달리는구나~싶지만 실제로

속도를 체크해보면 30Km라는 비상식적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스파르탄들의 특유의 강인함 덕택이었고, 이 강력한 체력 덕택에 2차로 치프를

노리고 쏘아 올려진 플라즈마 포탄들은 전부 치프 뒤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내렸다. 치프는 그대로 달리다가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 곳에는 탱크들을 지휘하고 있는 브루트[정식 명칭 : 지X하네]분대와

그 브루트들의 최고 지휘관인 브루트 치프틴이 중력해머를 들고 서 있었다.

브루트 치프틴은 화려하게 장식된 갑옷의 깃털을 팔랑이며 괴기스런 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하~와라 데몬!![코버넌트가 마스터치프를 가리키는 말]"


"얼마든지."


치프는 생각했다. 저 놈들을 박살낸다. 그리고 승리한다.

아주 간단한 임무였다.


*
*
*


"헉!"


트리스테인에 도착한지 오늘로 약 2일째.

이곳. 달이 2개인, 인류가 점령한 식민지도 아닌데 특이하게도 인류와 똑같이

생긴 지성종족이 살아가는 이곳 트리스테인에 온 치프는 그날 이 귀여운 소녀에게

자신의 첫 키스(?)를 빼앗긴 이후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물론 자신의 옆에 있는 화려한 침대 위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소녀 떄문은

아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전쟁만 해오다가 이런 평화로운 곳에 떨어져서
[사실 그다지 평화롭지는 않다. 트리스테인 왕국 주위는 온통 전쟁/준비중이었다]

아직 몸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음냐음냐."


"........."


잠꼬대까지 하며 입에 침을 질질 흘리는 루이즈라는 귀족 소녀를 보며 치프는

실소했다. 어느 나라나 소녀는 깜찍하고 귀여운가 보다. 콱 덮치고 싶을 정도로...

(이, 이봐 그거 꽤나 위험순위 대사인데?!)


"음냐. 음냐. 일어났어요?"


치프의 시선을 느꼈는지 루이즈가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려 하자 치프가 손사래를 치며 아직 새벽이라고 주장하였다.

루이즈는 그의 헬멧 안면을 가린 노란색 바이져를 뚫어지게 쳐다본 뒤

따뜻한 모닥불을 쬐는 고양이 마냥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치프는 기왕 일어난 것 어젯밤에 만난 코타나를 다시 만나러 가기로 했다.

잔디가 깔린 트리스테인 마법학교 운동장(?)에는 아직도 거대한 인공구조물

잔해가 남아 있었다. 헤일로 폭발시 치프와 함께 떨어져 나간 여명호의

잔해들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화물칸도 남아 있고, 신호 수색기, 기타

교통수단들이 탑재되어 있어 이 행성에서도 이런 저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였다. 코타나는 어젯밤 파손된 전파수신기를 고치겠다며 밤샘 철야작업을

한다고 선언을 하였고 결과는...자신의 상태를 내보이는 홀로그램을 통해

전신을 푸른색으로 뒤덮인 미모의 여성...그 여성 또한 루이즈처럼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 앉아 있었다. 두 여성의 짙은 다크써글에 치프의 어깨가 조금 흔들렸다.


[왜 그래요? 뭐 이상한 거라도? 조금 전 웃었죠??]


".....아무것도."


조금 전 치프가 웃었다고 생각한 코타나가 치프를 향해 물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치프는 조금 움찔한 기색으로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코타나는 의심을 지우지 못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치프를 노려보았다.


[불행하게도 더 이상 신호를 수신할 수는 없어요. 이 세계에 떨어지는 순간
수신기는 완전히 박살이 난 모양이더군요. 돈이나, 약간의 기술자들만 있다면
산업인프라를 구축해서 우주선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만..]


"이 곳 생활상은 낮게 잡으면 중세, 길게 잡으면 18세기나 될까 말까더군."


[그게 문제에요. 이곳 사람들은 그 '마법'이란 특수한 에너지 능력을 제외하면 산업능력은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되겠더군요. 세상에! 도대체 총기에 어째서 강선도 파지 않는거지?]


총에 강선이란 구멍을 파면 총탄이 회전력을 가지면서 더욱 더 강력한 살상력을

지니게 된다...는 지식 아닌 지식은 넘어가도록 하자. 어쩄든 코타나는 온갖

불평불만을 털어내며 불만에 가득 찬 여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장면에 순간 치프가 피식하였고 코타나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노려보았다.


[계속 웃으면~그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입을 콱 찢어버릴꺼에요 치이프~]


"............"


하여간 치프의 전투 때마다 있어온 동반자 코타나. 그녀의 이런 과격한 모습을

보면 자칭 '자신의 주인'이라는 루이즈와 공통점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여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가지게 된 치프였다.


[그런데 치프.]


"?"


농담 아닌 농담 대신 갑자기 코타나의 억양이 진지하게 바뀌자 치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코타나는 손가락으로 치프의 오른손을 가리킨

뒤 그것에 대해서 물었다.


"사역마의 룬이라더군.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당신은 나의 사역마다. 라는 식의
인식표인것 같아."



[흐음. 마법이란 것 이렇게 보니 굉장하군요~세상에! 레이져로 새긴 것 보다 더욱 깊게 파인 이 정교함이란! 정말 놀라워요. 마법으로 하늘을 날고, 짐승(소환수)들을 소환하고!! UNSC 과학자들이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어요 치프.]


".........."


몰라. 그런 것. 치프는 자신의 오른손 검은 장갑에 새겨진 푸른색 문자를 보았다.

치프는 이 문자가 어제 저녁 코타나와 헤어지기 전 화물[무기]을 운반할 때

실수로 플라즈마 라이플에 손을 대었을 때 살짝 빛이 난 것을 떠올리며 자신의

허벅다리 파츠에 숨겨진 M6D 피스톨을 꺼내어 오른손으로 잡아보았다.

반딧불들이 꽁무니에서 야광을 내듯 룬의 문자가 반짝였다. 권총을 오른손에서

떼자 그 룬은 다시 빛을 잃었다.


[세상에! 그건 어떻게 된거죠?]


"잘은 모르겠어. 무기에 반응하는 것 같아."


자신의 묠니르 전투복에 박힌 것과 같은 일련 번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암호도

아닌 것이 무기에만 대면 전구처럼 반짝이는 룬의 문자가 새겨진 장갑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치프는 Mr. 콜베르인지 뭔지 하는 자에게 이것에 대해

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
*


'괜히 물어보겠다고 했군.'


아침식사가 후 하루내내 저혈질 모드로 꿍해 있던 치프에게 다가온 Mr. 콜베르.

그는 연신 굉장하다!를 외치며 수업시간 내내 수업에 열중은 커녕 치프의 묠니르

강화복과 그것의 재질, 그리고 룬의 문자를 쳐다보며 계속 놀라워 했다.

보다 못한 '미열의 큐르케'라 불린 가슴이 풍만한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가

수업에 집중해 주세요 라고 하기 전까지 콜베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치프 곁에

스토커 마냥 질질 붙어 있었다.

치프는 석상 마냥 루이즈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아 이 기괴한 교수의 처리에

대해 생각했다. 이 작자가 코버넌트라면 그것도 그런트[엉고이]같은 녀석이라면

그냥 주먹을 한방 휘둘러 주는건데.


"굉장하군요. 이런 글자는 처음 보는데. 아니 잠깐...혹시 이건? 이 룬문자를 베껴도 되겠죠?"


"....맘대로."


콜베르가 학구열에 불탄 눈을 더욱 의지란 석유를 퍼부어 불태우며 묻자 치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업시간은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저혈질 모드로 돌아선 치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의 그 일만 생각하면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계급체제 아래의 사회라...'


왠지 코버넌트 연합의 그 계급같은 사회. 트리스테인을 비롯한 하르키게니아

대륙은 계급체제 아래 살아가는 세계였다.

제일 윗 계급은 왕족과 귀족들을 위시한 소위 마법사 그룹.

물론 평민이나, 돈 많은 상인들 출신 중 위대한 마법사들이 태어나기도 하나.

그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모든 것을 마법이란 에너지 능력 여하로 사람을 판단

하는 이 하르키게니아 대륙에서의 생활은 도무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짓은 마치 '사제들' 아래에서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며 멋대로 인류를

침공한 코버넌트 연합의 계급사회 같이 느껴져 불쾌감이 들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러하다. 그 때 일을 회상하자 치프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
*
*


[아침식사 때]


-와글와글


떠들썩한 식당 안. 하얀색의 옷 위에 망토를 걸친 마법사들. 소위 '귀족'의

자재들은 오늘 아침식사나, 어제 있었던 일, 학업, 심지어 여자 문제에 대해

왁자지껄 떠들며 소란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간 치프는 6살 때 훈련소에 들어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스파르탄

동기들을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받으러 갔다.
[헬멧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간단한 고기스튜와, 부드러운 빵, 그리고 약간의 샌드위치와 달걀.

그동안 질리도록 먹은 전투식량이나, 건량, 한국의 '미숫가루'란 이상한 음료수가

아닌 식사 다운 식사를 하게 된 치프는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지만 잔뜩 흥분해

있었다.


"음."


어디. 이 세계의 고기스튜는 뭐가 다를까? 따뜻한 오렌지 쥬스 맛이 날까?[우웩!]

아니면 그냥 치킨 스튜? 갖가지 기괴한 상상을 하며 전투식량으로부터 해방되는

기쁨에 들떠있던 치프가 막 포크와 나이프를 드는 순간.


-쨍그랑


"!!"


접시가 꺠져 버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자그마치 음식들이 들어 있던 모든

접시들이 와장창 바닥에 떨어져 꺠졌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치프는

할말을 잃고 멍하니 음식들을 내려다 보았다.

분명 누군가가 고의성 짙은 물체이동마법으로 그 음식들을 떨쳐버린 것이었다.

치프가 왜?라고 반문하려는 찰나. 자칭 '자신의 주인' 루이즈가 더 빨랐다.


"브람트! 이게 무슨 짓이야!"


루이즈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귀여운 얼굴에 걸맞지 않은 노호성에 치프는

순간 침묵을 지키며 루이즈가 노려보는 귀족 소년을 올려다 보았다. 브람트란

소년 이외에도 다른 이들이 팔짱을 낀채 오히려 자신과 루이즈를 깔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명은 청동의 기슈라고 하는 금발 머리의 미소년도 포함

되어 있었다.


"우리가 왜 이러는지 몰라 루이즈?"


"저 자는 평민이야! 평민이 왜 우리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는 것인데?"


"이 사람은 나의 사역마야! 오늘부터 내 옆에 동석하도록 허가했단 말야!
그런데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사과해!!"


"절대~전혀~ 안해!"


"저련 평민과 함께 먹을 수는 없어!"


빠직. 순간 치프는 그들을 올려다 보며 헬멧을 벗고 탱크 장갑도 부술 수 있다는

주먹으로 꿀밤을 몇대 먹일까 싶었지만 기특한 루이즈(?)의 행동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


"왜? 불만 있어?"


그들 중 귀족 소년 한명이 치프를 노려 보며 깔보는 투로 물었다.

치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루이즈가 대신 나섰기 떄문이다.


"치프 씨는 하인 따위도, 평민 따위도 아니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루이즈에 놀란 브람트는 순간 움찔하여 고개를 들어올렸고.

루이즈는 커다란 눈망울을 부릅 뜨고 매섭게 소년을 노려보았다.


"그는 내 사역마야! 너 따위한테 뭐라 들을 소리 없는 나의 사역마라고!"


"헹~그런 약한 일반 평민을 소환한 주제에. 아니 갑옷을 입은 걸로 봐선 군인이나
용병? 그래봤자야~!"


브람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갑옷 입은 자들에 대해 실컷 떠들며 키득키득 거렸고

다른 이들도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만약 치프에 대해, 치프가 겪어온

전장을 그들 자신이 겪어보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어쩄든 우물안 개구리임을 빤히 드러내는 브람트와 이하 일동의 행동에 치프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일어섰다.


"어어. 자, 잠깐! 치프. 어딜 가요?!"


루이즈가 당황하여 치프를 따라 나서자 2m의 거구 사내 '치프'는 헬멧을 쓴

얼굴을 돌려 루이즈에게 답했다.


"나 떄문에 방해가 된 것 같다. 미안하다. 다행히 가져온 전투식량이 있으니
그걸로 아침식사는 해결하마."


"저, 저런 쓰레기들은 무시하라고요!"


".........."


하지만 여기서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다.

자신은 훈련소 생활을 겪어봐서 안다. 저런 패거리들에게는 엮여서도 안되고,

괜히 시비를 군다고 받아줘서도 안된다. 때로는 피하는 미덕도 필요한 것이다.

물론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철저히 밟아준다는 스파르탄식 사고 방식이

잡혀 있지만 말이다.

어쩄든 자칭 주인 '루이즈'의 명성에 흠이 갈까 걱정이 됀 치프는

그녀의 어깨에 그 큼지막한 손을 한번 툭 올려준 뒤 씁쓸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바이져에 가려져 루이즈 본인은 알 수 없었지만.


"난 괜찮으니 아침식사는 든든히 챙겨먹도록. 수업이던, 혹은 훈련이던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어야 해낼 수 있다."


".....응."


루이즈의 낮은 대답소리가 튀어나오자 치프는 만족한 듯 터벅터벅 식당을

나섰다. 뒤에서 깔깔 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치프는 벽을 한번

주먹으로 쳐 살짝 구멍만 낸 뒤 '여명호'의 잔해로 돌아갔다.


*
*
*


다행히 치프가 이해심 많은 어른(?)이었고, 또 루이즈가 옆에 붙어서

철저히 변호를 해주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기슈와 브람트 일당은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어쩄든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 작가를 떠올리며

치프는 점심도 바깥에서 떼우기로 결정하였다.

안에서는 맛있는 치킨[으로 추정되는]과 비프 스테이크[역시 추정되는.]와

미숫가루[한국의 전통음식이 여기에도?! 순간 치프는 작가를 의심하였다.]냄새

가 풀풀 풍겨와 치프의 후각을 자극했지만 치프는 못 본척 무시하며

코타나가 팔짱을 낀채 내려다 보는 것을 한번 스윽 훔쳐 본 뒤

맛도 안 나고, 마치 말오줌같은 콩스프와, 찰흙을 먹는 듯한 느낌의 점토식 음식,

그리고 더 이상 단 맛이 안 나는 기한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초콜렛을 후식으로

먹었다.


[그냥 평소 하던데로 하지 그랬어요?]


"상대는 어린아이들이다. 그것도 철 모르는...거기다 우린 이세계에 떨어졌으니
이 세계의 룰을 지켜야지."


전에 사역마 소환 의식 때 콜베르 선생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치프가

대답했다.

코타나는 '흐흥?'이라는 감탄사가 섞인 흥얼거림을 내뱉은 뒤

팔짱을 낀 팔을 풀며 수고했어요라고 답해주었다.


[아. 마침 자칭 주인님께서 저기 당신한테 달려오네요. 손님 한명과 함께요.]


"손님?"


"치프!! 먹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


루이즈는 왠 메이드 복장차림의 한 아리따운 처자를 끌고 여기로 달려오고

있었다. 소녀는 운동량이 부족한지 뛰어와 허리를 숙인채 헉헉거리며

숨을 진정시켰고 영문을 모른채 치프는 먹던 음식을 든 채로 대기해야만 했다.


"이런. 벌써 점심식사중이었어? 주인님의 명령도 안 떨어졌는데?"


"....난 네 사역마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


"바보! 난 당신 주인이야. 복종하라고!! 어쩄든 소개할께. 이쪽은 시에스타.
여기 메이드들중 가장 음식 솜씨도 좋고 일도 잘하는 좋은 아가씨야."


"아, 안녕하세요. 루이즈씨께 소개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마스터 치프씨."


"아, 응."


"이 주인님도 오늘은 야외 점심 식사를 해볼까 해서 왔지. 에헴~!"


왠지 뻐기는 듯한 루이즈의 말투.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치프는 자신도 모르게 구름 한점 없는 푸른색 하늘을 올려다 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바이져에 가려져 잘은 모르지만.

하지만 이번에는 코타나 대신 루이즈가 눈치를 챘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듯 말했다.


"어? 치프! 당신 방금 웃었지?!"


"...아냐."


"에이~맞잖아! 이 주인님의 말투가 그렇게 우스워?~! 당신 그러고도 사역마로서의 자각은 있는거야.."


"....그러니까 난 사역마 안 한다고."


치프와 루이즈의 말싸움이 저 푸른 하늘로 멀리 퍼져 나갔다.


*
*
*


[후훗. 기쁜데? 치프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다니? 이거 참 기뻐!]


다만 여자가 너무 많군. 마스터 치프. 혹시 하렘제국이라도 세우려는 거 아냐?

코타나는 전에 읽었던 일본의 '오덕후'란 집단에 대한 옛 문헌 기록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자 그럼 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해볼까?]


코타나는 그래도 희망을 걸고 자신의 동료 치프를 위해 열심히 여명호를

뒤지고 화물리스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UNSC가 오기 전까지는 치프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만. 그렇게 될 수 있을지 걱정이야.]


스파르탄들은...대개 운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제로 스파르탄이 되었고, 결국 전쟁에 참여했다.

그리고 생명체들을 죽여왔고, 결국 자신들도 죽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 마스터 치프. 그는 결국 그들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제발. UNSC가 오기 전까지 전쟁이 터지지 않기를!]


코타나는 데이터 상에 뜬 하르키게니아의 지도와 정치적, 군사적 동향을 파악하며

AI답지 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AI답지 않게 기도를 하는 종교적 센스(?)

까지 보였다.




*
*
*

그러나 전장의 화신 스파르탄은 끝내 전쟁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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