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과 A의 초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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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시계를 거꾸로 돌려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언제나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떠한 수단을 강구 하더라도, 인
간은 시간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설사 그 앞이 그에
게 있어 지옥이라 할지라도.
그리하여 연인들의 계절인 연말은 오고야 말았다-
-----
화면에 나와있는 여성 리포터의 모습은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연말연시는 연인들에게 특별한날! 이런날에 집에만 있는다는것은
인간으로서 용서할수 없는 일이겠죠?-
멀리 떨어져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M은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뭐
야, 내가 인간으로서 용서할수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저희도 오늘은 스튜디오에 나와 거리에 넘처나는 커플들과
어우러 지려 합니다. 그 첫번째! 돌발 인터뷰! 커플 백쌍을 인터뷰하
여 첫 만남의 유형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채널 돌리지 마세요!-
제발 광고시간 끝날때까지 채널 돌리지 말라는 듯 리포터는 애원조
로 끝을 맺었지만 M의 손길은 무정했다.
삑.
-오늘은 특집으로, 연애를 테마로 다루는 러브송 100선을 소개해 드
립니다. 소개해 주실분은- -
삑.
-...오오, 지나, 사랑해... 미칠것만 같아...-
-안돼, 존, 이런곳에서... 아아...-
삑. 아니 쾅!
더이상 참아내지 못하고 M은 느슨하게 늘어졌던 발을 움직여 텔레비
젼의 전원 부분을 걷어 차버렸다. 빌어먹을, 바꾼 채널마다 이럴게 뭐
야! 아무리 무드가 넘치는 연말연시라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틀려
먹었어! 경제 불황에 청년실업이 판치는 와중에 연애질이 뭐란 말야!
현재의 불안한 국제 정세와 국방전력 확충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와중에!
...물론 M이 평소에 하는 고민은 연애고민이다.
쓸데없이 독백하는 취미 따위는 붙이지 않아서, 소리없이 절규하던
M은 이것 역시 바보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분노를 거두었다.
“...음악이나 듣다가 자자.”
자고 나면 다 끝나있을거야. 같은 패배주의적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낼
필요따윈 없지.
그는 눈가를 한번 훔치고 느릿하게 일어나 선배의 엠디를 가져와 이
어폰을 꽃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1번 트랙이 시작된다.
육중한 기타리프.
미칠듯한 드럼.
한없이 음산한 저음의 베이스.
찣어지는 남성 보컬의 절규.
킬과 쉿. 마더퍽커, 퍽미 가 세는 것이 무의미할정도로 쏟아져 나온
다. 조용히 이어폰을 벗고, 돌아 누웠다.
"하아..."
대자로 드러누운채로 M은 천장만 바라보았다. 남들은 전부 밖으로
나도는 연말. 구중궁궐도 아닌 6인용 기숙사실 거실에서 M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잠시 옆으로 드러누워 팔베게를 하고 손가락으
로 박자를 맞추다가,
...다시금 몸을 일으켜서 텔레비젼의 전원을 넣었다.
컴퓨터는 바이러스때문에 맛이가고
(컴퓨터로 할것이라고는 미연시라 불리워지는 것이 이상한 귀축 능
욕 에로게 뿐이지만)
인터넷은 학내 전산망 교체 공사 때문에 불통 이니 어쩔수 없다.
(쓰잘대기 없는 낙서나 써서 올릴게 다지만)
삑.
-아아... 존, 그곳은... 하아아-
다시금 생명을 얻은 화면으로 아무리 봐도 80년대 붕 뜬 스타일의 머
리카락이라 취향이라고는 차마 못할 백인 여자와 느끼하게 생긴 백인
남자의 에로신이 나왔다. 성(性)에 눈을 덜뜬 녀석들이라면 룸메이
트 선배들이 전부 서로 신세한탄 한번 징하게-술마시러- 하러 방을
비운것을 고맙게 여기며 당장 티슈 가져다 놓고 팬티를 내리겠지만,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징하게도 장면장면을 잘라대고 끝은 갑자기 건
너뛰는 영화전문채널 19금 영화에 티슈를 빼어들기엔 M은 이미 너
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린 상태다. ...동정이라는 것이 처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말이다.
어쨋건 저녁 10시. 얼마 안남은 오늘, 연애의 연자도 꺼내지 않을 작
정이기에- 심지어 에로게임도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할수 있더라
도. - 채널 변경 버튼을 눌렀다.
삑.
지나는 존과 69자세로 들어가 좀더 진한 애무에 열중한다.
삑.
존은 지나와 69자세로 들어가 좀더 진한 애무에 열중한다.
삑.
-아아, 좋아! 존!-
삑.
삑삑삑삑삑삑!
전원을 뽑았다. 걷어찬것이 아무래도 실수였다-라고 M은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나중에 무슨 변명을 해야할까- 란 암울한 감정이 뭉개뭉개 솟아오르
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다시 엎드라졌다.
처량하다. 물론 저런 남성우월주의적이고 잘못된 성의식과 백인 우월
주의를 강매하는 성인영화를 보고 솟아난 감정은 아니다. 남자 혼자
어두운 방에서 천장이나 보고 있자니 별로 좋지도 않은 성격이 더 암
울해지는 과정을 요약하자면 처량하다는 표현이 되니까, 어쩔수 없
을 뿐이다.
여자친구가 생겨서 닭살돋는 소리를 하는 사이가 되면 좀 나아질련
진 모르겠지만, 남녀비 제로에 도전하는 공대 제어 계측과 1학년인
앞날이 화창히 피어날 가능성은-
“훗, 제로의 영역이다!”
...넉살좋게 포즈까지 잡아가며 말해놓고 M은 꽤 비참한지 고개를 떨
구었다.
활력이라고는 전혀 찾을수 없는 공허함으로 시체 흉내를 내다가, 몸
을 일으켰다.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학교 근처 술집- 대부분 통칭 이모집, 삼촌집..
.에서 술이나 푸고 있을 선배들을 찾아가야지. 신장 180센티미터에
81kg의 귀여운 후배가 초롱초롱한눈으로 아잉~♡ 술사줘요~♡ 어
택을 하면 아마 때려주겠지만, 뭐 지독히도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가
오늘 같은 날 가장 지독한 공통점. 솔로라는 진실에 같이 짓눌리고
있는 상황인데, 배신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뭐 파장 분위기일때 가봐야 별볼일 없으니 전화 한통은 하는
게 낫겠지. 그래서 M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차근차근히.
그리고 오늘 이 선배가 아니면 누가 술을 먹겠는가! 의 예지를 따라
번호를 누르고, 익숙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조각 내 머리속 유리조각 틀에 박힌 머리조각
영혼-! 너 축축한 너의 영혼-! 못에 상한 너의 영혼-
이젠 벗어나 악몽은 영원한것
너에게 주겠어 나의 덫-!
<PIA 1집 Stain 中>
...이렇게 컬러링 걸어놓고 연애질을 해보겠다는건지. M군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 아까 그 엠디도 그 선배 거긴 했다. 이런저런 생각
을 하는 사이에, 순간의 기다림은 끝나고 마침내 연결되었다.
"네, 구원 여신 사무소입니다."
...이사람이 장난하나. 그런데, 진짜 가녀린 목소리다. 조금 허스키 하
지만. 선배들이 돈이 뚝 떨어져서 룸싸롱 갔을리도 없는데 이게 무슨
조화일까. 굳어있다가, 이순간에도 계속될 핸드폰 요금의 압박을
생각해내고 M은 간신히 굳은 입을 열었다.
"...장난이면..."
“예?”
“...약먹고 분신자살 할테니까 그리 아세요.”
이번에는 그쪽이 말을 잃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소, 소원은 그쪽에서 받겠습니다."
그리고 뚝.
잠잠하다.
“...에, 이봐요!”
광풍노도의 바람따위 불지도 않고 방안은 여전히 어둡다. 문고리는
걸어놓았고 창문은... 4층이니 상관 없다. 장난치기엔 이것저것 상황
이 안좋은데 어떻게 여기로 온다는 걸까? M은 머리를 긇고 잠바 대
신 입고 다니는 야전상의를 집어들었다. 선배들이 갔을 술집이야 주
머니 사정 생각하면 뻔하다.
“자자. 나가서 새벽까지 마셔버리자.”
...이전에 전재산인 3천원이 든 지갑을 방안에 두고 와서, M은 머리
를 비비 꼬며 방으로 들어갔다. 잠가놓지 않았기에, 아무 생각없이 열
고 망가진 컴퓨터 모니터가 놓인 책상위를 뒤지려는 순간,
모니터가 빛났다.
-------------
순백의 발끝이, 그리고 유려한 곡선의 허벅지. 아직 여물지 않은 가
슴. 마지막으로, 약간 갈색기의 단발을 지늰 미소녀가 천천히 모니터
를 빠져나와 굳어버린 그 앞에 섰다. 꽤나 기골이 장대한 편인 그와
서도 조금 작을 뿐인 키였지만, 보이쉬한 매력이, 생동감 넘치는 아
름다움이 칙칙한 공기를 뒤집고 흔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녀는, 조용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그를 보고 미소지었다.
오오오!
이것이 대전게임이라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크리티컬 히트!>
그리고 M군에겐 유 로스~
그녀-어쨌든 그렇게 보인다-에겐 유 윈.
그가 동요하던 말던 별로 상관 없는지, 뒤로 한발짝 물러난 그에게 가
까이 붙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M씨. 저는 구원 여신사무소 소속 2급 천사인 [아라엘]
이라고 합니다. 놀라시면 싫어요~ 저희들은 당신들과 같이 곤경에 처
하신 분들을 구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에...? 저는 선배에게 전화좀 걸 생각으로...”
“전화 연결로 좋겠습니까? 어떤 것이라도, 원하시는 것 하나를 해결
해 드릴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잠시동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20년간 솔로인생. 어머니 손목 빼고 여자애 손목 한번 잡아본적 없는
그의 앞에, 보이쉬하긴 하지만 매력이 철철 흐르는 천사같은 여성.
아라엘이 그에게 말을 건다.
-원하는 것 하나를 해결할수 있어요-
란 문장이 순식간에 수십, 수백개로 증폭되어 서로 서로 옆구리를 끼
고 캉캉 바니춤을 추며 갈팡질팡 돌아다닌다. 아아, 그래. 이것이 바
로 기연인가? 한번 등장하면 평생 운을 다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인생
참 비참해 진다는 학설과 정말 복수를 해야만 하는 처절한 인생군상
에게만 맛배기를 보여준다는 전설의 인연이 오늘 그 암울한 인생에
꽃을 피워주려 하고 있었다.
선택은 짧고 인생은 길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
다. 돈? 진짜 돈으로 사람을 진짜 부릴수 있을까? 권력? 그것이 평생
유지가 될까?
-선택은, 하나뿐이다.-
암, 당.연.했.다!
M은 고개를 처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길게 뻗어 아직 미소짓고 있
는 그녀를 크게 가리켰다.
“너와 남은 평생을 같이 지내고 싶어!”
-----------------------
정적.
이번은 조금 심하다 싶은 침묵이었다.
그리고, 아름답게 생글거리던 아라엘의 [인상이 구겨졌다]. 품속을
뒤져서, [담배 한대를 빼어물더니], 어깨를 쭈욱 펴고- 가슴속에서
[뽕브라]를 꺼내서 휘익 던졌다.
무언가 매치되지 않는 상황에 손을 들어 가리킨 상태로 주춤거리고
있자, 컴퓨터용 책상에 걸터 앉은 아라엘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악귀같이 일그러진 인상]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소원 성취 했시다. [형씨]. [빌어먹을].”
뭐... 뭐냐!
한참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M이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지 못
하고 입을 열었다.
“저... 여자애에게 흡연은 해로우니까 그만두어야 되는거 아냐?”
“입닥쳐.”
아라엘은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손가락을 한번 튕기고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조금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목젖이 조그마하게나마
보이고 있었다.
“머저리, 아직도 이해 안되?”
그렇지만, M에게는 아직도 상황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상황
이해 이전에 무언가 예상했던것과의 엄청난 차이로 인해 막심한 정
신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편이 적당하겠다.
“아... 아니, 목젖은 어느 한 성(性)의 전유물만은 아니라고. 호르몬
이상으로 그게 나온 여자애들도 얼마든지 있고, 아무 이상 없이도
조금쯤이라면 나온애들 많아. 그게 뭐 어쨌다는거야?”
그는, 말을 하면서 아직 불이 붙어있는 담배를 빼앗기 위해 담배를
잡고 있는 손을 잡아 끌어당겼고, 빼앗기지 않으려던 아라엘이 몸
부림을 치는 바람에-상관하지 마 임마!- 둘은 아라엘이 앉았던 책상
옆의 침대로 떨어져 포개졌다.
--------------------
우연찬게도 M이 아라엘 위에 올라타게 된 자세. 한동안 숨을 고르며
고민하던 M군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이었다.
“괜찮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는거야. [[가.슴.이 빈.약.하.다.고.]]
내가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는 그런게 아니니까. 그래. 우린 천천
히 서로를 알아가야 하겠지만, 키.스정도는, 괜찮겠지?”
“...이, 이...”
아라엘이 말을 잇지 못하고 터질 듯 붉게 물든 얼굴로 씩씩대자, 어
느새 살포시 눈을 감은 180센치의 건장한 대한 남아 M군은 눈을
감고 아라엘의 작은 입술에 입맞춤을 시도했다!
“야- 임마!”
거세게 앙탈을 부리는 아라엘이 잡히는 M의 옷을 끌어당기는 바
람에, M군의 옷매무새가 이래저래 흐트러 졌지만, 어느새 그의 입
술과 입술은 겹쳐졌고, M의 얼굴은 홍당무가. 그리고 아라엘의 얼
굴은 푸르 딩딩한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가벼운 첫키스로 만족하지
못한 M이 혀를 집어 넣으려 하자,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M을 밀쳐
내었다.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되-?”
그리고 아라엘은 백색의- 상의와 하의를 집어던졌다.
“나는, 남자라고!”
----------
순백의 나신. 가녀린 몸. 흥분을 불러일으킬만한 최고의 소재지만,
눈물 맺힌 일그러진 얼굴. 그리고 사타구니 사이에 달려있는 앙증
맞은(...)물건은...
시간이 흘렀다.
M의 얼굴이 천천히 빗깔이 채워지듯 변하다가... 사색이 되었다.
“거... 거짓말!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말 안들은건 너야! 그리고, 선택도 네가 했잖아!”
아무래도 분해서 우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라엘이 맞받아
쳤다. 그렇다지만, 이게 뭔가. 그 얼굴은? 그 행동은? M은 다시금
아라엘을 찍어 누르면서 격렬하게 항의했다.
“사기야! 취소야! 뭐... 뭐야 이게!?”
그리고, 방문이 열렸다.
“야 임마! 너 내 엠디 밖에 꺼내놓고 무얼 하는...”
벌거 벗고, 울먹이는 미소년. 옷매무새가 매우 흐트러진 180센치에
81키로 나가는 떡대 후배. 침대. 후배가 미소년을 찍어 누르는 포즈.
뒤를 돌아보며, M은 간신히 미소 비스무리한 것을 지어보였지만,
술이 꽤 된 선배가 부들 부들 떨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 선배의
뒤로 텔레비전을 두드리던 선배들이, 그들을 목격했다.
...살기는 힘들겠다.
----------------------------
여신님이 안나오는 개그 패러디 허접 팬픽 하나 올라갑니다~ 현재
목표는 둘의 연인단계까지의 발전상을 써보일 작정입니다.(반진담)
흘러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떠한 수단을 강구 하더라도, 인
간은 시간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설사 그 앞이 그에
게 있어 지옥이라 할지라도.
그리하여 연인들의 계절인 연말은 오고야 말았다-
-----
화면에 나와있는 여성 리포터의 모습은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연말연시는 연인들에게 특별한날! 이런날에 집에만 있는다는것은
인간으로서 용서할수 없는 일이겠죠?-
멀리 떨어져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M은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뭐
야, 내가 인간으로서 용서할수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저희도 오늘은 스튜디오에 나와 거리에 넘처나는 커플들과
어우러 지려 합니다. 그 첫번째! 돌발 인터뷰! 커플 백쌍을 인터뷰하
여 첫 만남의 유형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채널 돌리지 마세요!-
제발 광고시간 끝날때까지 채널 돌리지 말라는 듯 리포터는 애원조
로 끝을 맺었지만 M의 손길은 무정했다.
삑.
-오늘은 특집으로, 연애를 테마로 다루는 러브송 100선을 소개해 드
립니다. 소개해 주실분은- -
삑.
-...오오, 지나, 사랑해... 미칠것만 같아...-
-안돼, 존, 이런곳에서... 아아...-
삑. 아니 쾅!
더이상 참아내지 못하고 M은 느슨하게 늘어졌던 발을 움직여 텔레비
젼의 전원 부분을 걷어 차버렸다. 빌어먹을, 바꾼 채널마다 이럴게 뭐
야! 아무리 무드가 넘치는 연말연시라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틀려
먹었어! 경제 불황에 청년실업이 판치는 와중에 연애질이 뭐란 말야!
현재의 불안한 국제 정세와 국방전력 확충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와중에!
...물론 M이 평소에 하는 고민은 연애고민이다.
쓸데없이 독백하는 취미 따위는 붙이지 않아서, 소리없이 절규하던
M은 이것 역시 바보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분노를 거두었다.
“...음악이나 듣다가 자자.”
자고 나면 다 끝나있을거야. 같은 패배주의적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낼
필요따윈 없지.
그는 눈가를 한번 훔치고 느릿하게 일어나 선배의 엠디를 가져와 이
어폰을 꽃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1번 트랙이 시작된다.
육중한 기타리프.
미칠듯한 드럼.
한없이 음산한 저음의 베이스.
찣어지는 남성 보컬의 절규.
킬과 쉿. 마더퍽커, 퍽미 가 세는 것이 무의미할정도로 쏟아져 나온
다. 조용히 이어폰을 벗고, 돌아 누웠다.
"하아..."
대자로 드러누운채로 M은 천장만 바라보았다. 남들은 전부 밖으로
나도는 연말. 구중궁궐도 아닌 6인용 기숙사실 거실에서 M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잠시 옆으로 드러누워 팔베게를 하고 손가락으
로 박자를 맞추다가,
...다시금 몸을 일으켜서 텔레비젼의 전원을 넣었다.
컴퓨터는 바이러스때문에 맛이가고
(컴퓨터로 할것이라고는 미연시라 불리워지는 것이 이상한 귀축 능
욕 에로게 뿐이지만)
인터넷은 학내 전산망 교체 공사 때문에 불통 이니 어쩔수 없다.
(쓰잘대기 없는 낙서나 써서 올릴게 다지만)
삑.
-아아... 존, 그곳은... 하아아-
다시금 생명을 얻은 화면으로 아무리 봐도 80년대 붕 뜬 스타일의 머
리카락이라 취향이라고는 차마 못할 백인 여자와 느끼하게 생긴 백인
남자의 에로신이 나왔다. 성(性)에 눈을 덜뜬 녀석들이라면 룸메이
트 선배들이 전부 서로 신세한탄 한번 징하게-술마시러- 하러 방을
비운것을 고맙게 여기며 당장 티슈 가져다 놓고 팬티를 내리겠지만,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징하게도 장면장면을 잘라대고 끝은 갑자기 건
너뛰는 영화전문채널 19금 영화에 티슈를 빼어들기엔 M은 이미 너
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린 상태다. ...동정이라는 것이 처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말이다.
어쨋건 저녁 10시. 얼마 안남은 오늘, 연애의 연자도 꺼내지 않을 작
정이기에- 심지어 에로게임도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할수 있더라
도. - 채널 변경 버튼을 눌렀다.
삑.
지나는 존과 69자세로 들어가 좀더 진한 애무에 열중한다.
삑.
존은 지나와 69자세로 들어가 좀더 진한 애무에 열중한다.
삑.
-아아, 좋아! 존!-
삑.
삑삑삑삑삑삑!
전원을 뽑았다. 걷어찬것이 아무래도 실수였다-라고 M은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나중에 무슨 변명을 해야할까- 란 암울한 감정이 뭉개뭉개 솟아오르
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다시 엎드라졌다.
처량하다. 물론 저런 남성우월주의적이고 잘못된 성의식과 백인 우월
주의를 강매하는 성인영화를 보고 솟아난 감정은 아니다. 남자 혼자
어두운 방에서 천장이나 보고 있자니 별로 좋지도 않은 성격이 더 암
울해지는 과정을 요약하자면 처량하다는 표현이 되니까, 어쩔수 없
을 뿐이다.
여자친구가 생겨서 닭살돋는 소리를 하는 사이가 되면 좀 나아질련
진 모르겠지만, 남녀비 제로에 도전하는 공대 제어 계측과 1학년인
앞날이 화창히 피어날 가능성은-
“훗, 제로의 영역이다!”
...넉살좋게 포즈까지 잡아가며 말해놓고 M은 꽤 비참한지 고개를 떨
구었다.
활력이라고는 전혀 찾을수 없는 공허함으로 시체 흉내를 내다가, 몸
을 일으켰다.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학교 근처 술집- 대부분 통칭 이모집, 삼촌집..
.에서 술이나 푸고 있을 선배들을 찾아가야지. 신장 180센티미터에
81kg의 귀여운 후배가 초롱초롱한눈으로 아잉~♡ 술사줘요~♡ 어
택을 하면 아마 때려주겠지만, 뭐 지독히도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가
오늘 같은 날 가장 지독한 공통점. 솔로라는 진실에 같이 짓눌리고
있는 상황인데, 배신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뭐 파장 분위기일때 가봐야 별볼일 없으니 전화 한통은 하는
게 낫겠지. 그래서 M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차근차근히.
그리고 오늘 이 선배가 아니면 누가 술을 먹겠는가! 의 예지를 따라
번호를 누르고, 익숙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조각 내 머리속 유리조각 틀에 박힌 머리조각
영혼-! 너 축축한 너의 영혼-! 못에 상한 너의 영혼-
이젠 벗어나 악몽은 영원한것
너에게 주겠어 나의 덫-!
<PIA 1집 Stain 中>
...이렇게 컬러링 걸어놓고 연애질을 해보겠다는건지. M군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 아까 그 엠디도 그 선배 거긴 했다. 이런저런 생각
을 하는 사이에, 순간의 기다림은 끝나고 마침내 연결되었다.
"네, 구원 여신 사무소입니다."
...이사람이 장난하나. 그런데, 진짜 가녀린 목소리다. 조금 허스키 하
지만. 선배들이 돈이 뚝 떨어져서 룸싸롱 갔을리도 없는데 이게 무슨
조화일까. 굳어있다가, 이순간에도 계속될 핸드폰 요금의 압박을
생각해내고 M은 간신히 굳은 입을 열었다.
"...장난이면..."
“예?”
“...약먹고 분신자살 할테니까 그리 아세요.”
이번에는 그쪽이 말을 잃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소, 소원은 그쪽에서 받겠습니다."
그리고 뚝.
잠잠하다.
“...에, 이봐요!”
광풍노도의 바람따위 불지도 않고 방안은 여전히 어둡다. 문고리는
걸어놓았고 창문은... 4층이니 상관 없다. 장난치기엔 이것저것 상황
이 안좋은데 어떻게 여기로 온다는 걸까? M은 머리를 긇고 잠바 대
신 입고 다니는 야전상의를 집어들었다. 선배들이 갔을 술집이야 주
머니 사정 생각하면 뻔하다.
“자자. 나가서 새벽까지 마셔버리자.”
...이전에 전재산인 3천원이 든 지갑을 방안에 두고 와서, M은 머리
를 비비 꼬며 방으로 들어갔다. 잠가놓지 않았기에, 아무 생각없이 열
고 망가진 컴퓨터 모니터가 놓인 책상위를 뒤지려는 순간,
모니터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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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발끝이, 그리고 유려한 곡선의 허벅지. 아직 여물지 않은 가
슴. 마지막으로, 약간 갈색기의 단발을 지늰 미소녀가 천천히 모니터
를 빠져나와 굳어버린 그 앞에 섰다. 꽤나 기골이 장대한 편인 그와
서도 조금 작을 뿐인 키였지만, 보이쉬한 매력이, 생동감 넘치는 아
름다움이 칙칙한 공기를 뒤집고 흔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녀는, 조용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그를 보고 미소지었다.
오오오!
이것이 대전게임이라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크리티컬 히트!>
그리고 M군에겐 유 로스~
그녀-어쨌든 그렇게 보인다-에겐 유 윈.
그가 동요하던 말던 별로 상관 없는지, 뒤로 한발짝 물러난 그에게 가
까이 붙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M씨. 저는 구원 여신사무소 소속 2급 천사인 [아라엘]
이라고 합니다. 놀라시면 싫어요~ 저희들은 당신들과 같이 곤경에 처
하신 분들을 구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에...? 저는 선배에게 전화좀 걸 생각으로...”
“전화 연결로 좋겠습니까? 어떤 것이라도, 원하시는 것 하나를 해결
해 드릴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잠시동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20년간 솔로인생. 어머니 손목 빼고 여자애 손목 한번 잡아본적 없는
그의 앞에, 보이쉬하긴 하지만 매력이 철철 흐르는 천사같은 여성.
아라엘이 그에게 말을 건다.
-원하는 것 하나를 해결할수 있어요-
란 문장이 순식간에 수십, 수백개로 증폭되어 서로 서로 옆구리를 끼
고 캉캉 바니춤을 추며 갈팡질팡 돌아다닌다. 아아, 그래. 이것이 바
로 기연인가? 한번 등장하면 평생 운을 다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인생
참 비참해 진다는 학설과 정말 복수를 해야만 하는 처절한 인생군상
에게만 맛배기를 보여준다는 전설의 인연이 오늘 그 암울한 인생에
꽃을 피워주려 하고 있었다.
선택은 짧고 인생은 길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
다. 돈? 진짜 돈으로 사람을 진짜 부릴수 있을까? 권력? 그것이 평생
유지가 될까?
-선택은, 하나뿐이다.-
암, 당.연.했.다!
M은 고개를 처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길게 뻗어 아직 미소짓고 있
는 그녀를 크게 가리켰다.
“너와 남은 평생을 같이 지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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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이번은 조금 심하다 싶은 침묵이었다.
그리고, 아름답게 생글거리던 아라엘의 [인상이 구겨졌다]. 품속을
뒤져서, [담배 한대를 빼어물더니], 어깨를 쭈욱 펴고- 가슴속에서
[뽕브라]를 꺼내서 휘익 던졌다.
무언가 매치되지 않는 상황에 손을 들어 가리킨 상태로 주춤거리고
있자, 컴퓨터용 책상에 걸터 앉은 아라엘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악귀같이 일그러진 인상]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소원 성취 했시다. [형씨]. [빌어먹을].”
뭐... 뭐냐!
한참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M이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지 못
하고 입을 열었다.
“저... 여자애에게 흡연은 해로우니까 그만두어야 되는거 아냐?”
“입닥쳐.”
아라엘은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손가락을 한번 튕기고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조금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목젖이 조그마하게나마
보이고 있었다.
“머저리, 아직도 이해 안되?”
그렇지만, M에게는 아직도 상황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상황
이해 이전에 무언가 예상했던것과의 엄청난 차이로 인해 막심한 정
신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편이 적당하겠다.
“아... 아니, 목젖은 어느 한 성(性)의 전유물만은 아니라고. 호르몬
이상으로 그게 나온 여자애들도 얼마든지 있고, 아무 이상 없이도
조금쯤이라면 나온애들 많아. 그게 뭐 어쨌다는거야?”
그는, 말을 하면서 아직 불이 붙어있는 담배를 빼앗기 위해 담배를
잡고 있는 손을 잡아 끌어당겼고, 빼앗기지 않으려던 아라엘이 몸
부림을 치는 바람에-상관하지 마 임마!- 둘은 아라엘이 앉았던 책상
옆의 침대로 떨어져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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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찬게도 M이 아라엘 위에 올라타게 된 자세. 한동안 숨을 고르며
고민하던 M군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이었다.
“괜찮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는거야. [[가.슴.이 빈.약.하.다.고.]]
내가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는 그런게 아니니까. 그래. 우린 천천
히 서로를 알아가야 하겠지만, 키.스정도는, 괜찮겠지?”
“...이, 이...”
아라엘이 말을 잇지 못하고 터질 듯 붉게 물든 얼굴로 씩씩대자, 어
느새 살포시 눈을 감은 180센치의 건장한 대한 남아 M군은 눈을
감고 아라엘의 작은 입술에 입맞춤을 시도했다!
“야- 임마!”
거세게 앙탈을 부리는 아라엘이 잡히는 M의 옷을 끌어당기는 바
람에, M군의 옷매무새가 이래저래 흐트러 졌지만, 어느새 그의 입
술과 입술은 겹쳐졌고, M의 얼굴은 홍당무가. 그리고 아라엘의 얼
굴은 푸르 딩딩한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가벼운 첫키스로 만족하지
못한 M이 혀를 집어 넣으려 하자,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M을 밀쳐
내었다.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되-?”
그리고 아라엘은 백색의- 상의와 하의를 집어던졌다.
“나는, 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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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나신. 가녀린 몸. 흥분을 불러일으킬만한 최고의 소재지만,
눈물 맺힌 일그러진 얼굴. 그리고 사타구니 사이에 달려있는 앙증
맞은(...)물건은...
시간이 흘렀다.
M의 얼굴이 천천히 빗깔이 채워지듯 변하다가... 사색이 되었다.
“거... 거짓말!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말 안들은건 너야! 그리고, 선택도 네가 했잖아!”
아무래도 분해서 우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라엘이 맞받아
쳤다. 그렇다지만, 이게 뭔가. 그 얼굴은? 그 행동은? M은 다시금
아라엘을 찍어 누르면서 격렬하게 항의했다.
“사기야! 취소야! 뭐... 뭐야 이게!?”
그리고, 방문이 열렸다.
“야 임마! 너 내 엠디 밖에 꺼내놓고 무얼 하는...”
벌거 벗고, 울먹이는 미소년. 옷매무새가 매우 흐트러진 180센치에
81키로 나가는 떡대 후배. 침대. 후배가 미소년을 찍어 누르는 포즈.
뒤를 돌아보며, M은 간신히 미소 비스무리한 것을 지어보였지만,
술이 꽤 된 선배가 부들 부들 떨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 선배의
뒤로 텔레비전을 두드리던 선배들이, 그들을 목격했다.
...살기는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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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이 안나오는 개그 패러디 허접 팬픽 하나 올라갑니다~ 현재
목표는 둘의 연인단계까지의 발전상을 써보일 작정입니다.(반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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