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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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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을 후두둑 거리던 것이 쓸어내릴듯한 시원한 소리로 바뀐지는 오래.
창문을 어루만지던 리듬감이 부수어 버릴 듯 강렬한 비트가 된것도 오래.
굵은 빗줄기는 이제 그치지 않을 듯 쏟아붓고 있다. 얼마전 내렸던 것이 거짓말인냥.
물론 그렇지 않으면 장마가 아니지만. 짙게 낀 먹구름 사이로 순간순간 비치는 빛줄기.

창가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거세다.

굉음이 더해진  여름의 폭우는, 시원하다는. 자연의 은총이라는- 시
적인 감상을 부수고 ‘먹어버릴듯한’ 위세를 보여주고 있다.

창을 통해 비치는 창백한 섬광도, 우르릉 하고 떨리는 지반도, 그 밑
의 작은 집 따위는 없어져 버려야 섭리에 맞는것이라고 외치는 듯, 차
라리 먹혀버리는게 섭리에 반하는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하는 듯 하다.

경외를 넘어 두려움이, 두려움을 넘어 공포가. 그리고 공포를 넘어
분노가. 그리고 그 분노의 최종 방향은 스스로에게 돌아갔다.

위태롭다.

먹혀버릴 듯 낡고 작은 한옥의 작은 방 안에 비스듬히 기댄 남자는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여러 의미가 담긴 낱말. 그것은 낡고 작은 이
 집에도, 실망만 가득한 가족관계에도, 진척되지 않는 공부에도,

그리고 처음 여성을 집안에 들이고 설레임과 자기혐오를 되풀이
하는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그를 찾기 위해 다녔던 것이 피곤했는지
 곤히 잠들어버린 베르단디를 뉘일 때만해도, 별 생각 따윈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머릿맡에 놓여있던 야전상의를 집어들때-

길게 팔을 뻗느라 상반신을 잠든 그녀의 위에 두고,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숨쉴때 작게 오르내리는 가슴. 작게 다물은 분홍빛 입술,
무방비한 순수함.

당황했던, 그리고, 여성이라는 인식 이전에 생면부지의 타인이라는
 공포감이 겹쳤던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솓아올랐다.


-그녀를, 범하고 싶다.


얼마나 그 상태로 굳어 있었을까. 거칠어진 호흡과 터져버릴 듯 팽
창한 혈관이 한계에 이를때쯤, 끓어오르던 피가 식어버렸다. 그리고
 그 욕정을 품은 자신에게 무한정의 분노를 느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주춤 주춤 물러나다 도망쳐 이 좁은 쪽방에 앉았다.


간단하다.
그녀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정...

조그만 쪽방에 몸을 기댄 준혁은, 몸을 덮은 야전 상의를 조금 더 잡아 당겼다. 

들판을 후두둑 거리던 것이 쓸어내릴듯한 시원한 소리로 바뀐지는 오래.
창문을 어루만지던 리듬감이 부수어 버릴 듯 강렬한 비트가 된것도 오래.
굵은 빗줄기는 이제 그치지 않을 듯 쏟아붓고 있다. 얼마전 내렸던 것이 거짓말인냥.
물론 그렇지 않으면 장마가 아니지만. 짙게 낀 먹구름 사이로 순간순간 비치는 빛줄기.

창가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거세다.


어서 빨리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비는, 여전히 지독하다.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나버릴까.




[장마]...<4>




“일어나 보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아직, 하늘은 어둑하고,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멈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잠결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무도 감미롭고- 가슴 한켠을
 쓰다듬는 듯한 느낌이어서, 다시금 듣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고-
 준혁은 힘겹게 눈을 뜰수 있었다.

약한 빛을 등진 베르단디의 모습. 환하게 미소지으며 그의 앞에 서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을 넘어 광휘나 나팔소리 없이도, 이세
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한다.

그 앞에 있는 것이 껄떡거리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명인양 하던
 친구들이라면 이 세상 부러울 것 없어라-하고 캉캉춤이라도 추라면
 추겠지만 별로 그런 적도 없고 밤새 뜬눈으로 잠을 설친덕에 추적
추적 내리는 비와 더불어 좀더 자고 싶은 마음만 간절한 준혁은, 그
녀의 말에 용기 백배하여 벌떡 일어나지는 못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 버리려 했지만. 그 순간. 어제 밤의 일이 생
각났다. 동요하는 것을 숨긴채 간신히, 

“깨워줘서 고마워.”

라고 힘겹게 웃는 것외엔 별 도리가 없다.

흐리 멍텅해진 머리를 휘젓고, 씻고 올게. 라고 하고, 수도꼭지 하
나뿐인 세면장에 쪼그리고 앉아 물을 받는 그 짧은 시간동안 졸음에
 몸을 맡긴다. 물론, 흘러넘친 물의 서늘한 감각에 깰 수밖에 없지만.
 쉬지 못한 신체 각 부위가 비명을 질러대지만, 오늘은 그냥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물이 세숫대야에 담기며 희무끄레하게 준혁의 얼굴을 투영하여 보
인다. 훓는 듯한 시선. 어제 난 그녀를 그렇게 보고 있던건가?

“...하아.”

한숨과 함께 윤준혁은 얼굴을 차가운 세숫대야에 담그었다.



일어났다. 도시처럼 아스팔트 포장은 눈씼고 찾아볼수도 없는게 그
가 있는 그린벨트였고, 한옥 마당이다. 밤사이 내린 정도로 흙탕물이
 고여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흙이 질게 변해버렸다는 정도야 당연
하다.

“가는데 좀 걸리겠다... 오전 수업정도야 빠져버릴까.”

“그래도 될 것 같아요. 비가 많이 불었으니까요.”


베르단디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윤
준혁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돌변하여 큰 걸음으로 그녀를 지나쳐 나갔다.

“아. 아냐~ 아무래도 오늘은 학습욕이 불타오르는걸? 이까짓 진흙
탕이 나의 이 불타는 마음을 가로막을수는 없을거야. 옛말에 책속에
 관직이 있고 부동산이 있고 돈이 있다 하였으니 그걸 목표로 하는
불순분자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쯤이야 당연한게 아니겠어?
그럼 잘 있어요. 다녀올게.”

“저... 아직 시간이 이른데...”

“시간이 이르다는 명제가 수험생으로서의 자각을 방해하지는 않소.
 옛적 선비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해를 뜨는 것을 바라보며 경서를
읽어대었다고 흔히들 이야기 하지. 별로 자랑스러운 조국은 아니
지만 나역시 선비의 자손! 이 기회에 본분을 다하는 것도 후손으로
서의 도리가 아니겠어? 그럼... 바람과 함께 다녀오겠어요.”

“자... 잠시만요.”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헛소리의 폭풍을 몰아쳐내고, 재빠
르게 현재의 장소에서 도망치던 그의 손을, 그녀가 붙잡았다.

부드럽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투박한 손가락과 엃혀들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달려나가려던 그
자세로, 멈춰버린 그에게 베르단디는 조용히 다가와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지었다. 맑고, 깨끗하며, 상냥한 미소.

“배, 고프지 않으세요?”

새빨걔진 얼굴로 준혁은 입을 열었다.

“...다... 당치도 않아요. 원래 자취생은 아침을 거르는 것이 상식의
영역이라...”

순간 강렬한 용틀임이 준혁의 뱃속에서 일어났다.

‘꾸르르륵.’

거의 천둥에 가까운 소리.

이미 정신이 있을 자리는 이승이 아니어보이게 된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망신이다.

친구놈들이 그랬다면 10년은 놀려먹을 소재거리로 썼을 테다.
신파극조로, 준혁은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그녀는, 지금 어떤 얼
굴을 하고 있을까?
 
조금 놀란 표정이던 베르단디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베르단디는,
그리고 조용히 미소지었다.


“식사 준비 해 놓았어요. 드셔 주세요.” 


 













--------------
...썼습니다. 얼마만인지, 기억이나 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갑갑한김에. ...어쨌든 끝은 내야 속이 시원할테니까요. 좀더 밝고
건전한 개그로 리메이크를 언제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헤헤...;)

여하간 오랜만에 두들기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레포트는 언제
쓴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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