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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여신, 하얀 지옥에 내려오다.(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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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유럽 특유의 냉랭하고 칼날같은 바람이 숲을 휘몰았다. 나무 위에 쌓인 눈이 무너져 내려 땅을 더욱 하얗게 덮었고, 사시사철 질 줄 모르는 푸르른 침엽수 나무들이 눈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수은주가 영하 아래로 한참 내려가는 지독하게 추운 날씨였다. 그러나 이 춥고 잔혹한 숲에, 철모를 쓰고 개인호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추운 날씨를 애써 이겨내고 있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였다. 급한 투입 결정으로 인해 방한 장비는 물론 탄약,식량도 넉넉하게 준비해가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사방으로 적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최소한 8개 이상의 독일군 사단이 그들을 포위했는데, 그 중에는 기갑사단도 있어 버텨내는 것이 기적이라 할 만 했다.


이들은 미육군 소속 공수부대, 101 공수사단의 501연대의 장병들이었다. 그들은 마켓가든 작전에서 돌아오자마자 얼마 안 되어 다시 자신들을 전방으로 내보낸 상부를 욕했지만, 욕한다고 해서 추위가 풀리거나 독일군이 포위를 푸는 건 아니었다.


"...발이 얼었어. 테드."

이 숲으로 오기 전 무메론에서 목도리를 용케 구해 온 시카프 일병이 부츠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발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얼어버린 나머지 얼얼한 감각마저 잃어버렸다. 옆에서 전선을 주시하던 테드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철모에 희미하게나마 새겨진 붉은 적십자 마크는 그가 위생병이란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위생병이라 부르기엔 약품을 넣는 가방이 너무 얄팍했다. 보급품의 부족을 한마디 말도 필요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테드는 부츠를 벗겨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도와줄 수 없겠는 걸. 맛사지나 잘 하라구."
"쳇..."

발이 언다는 것은 참호족의 경고문이었다. 참호족은 습하고 추운 곳에서 걸리는 동상의 일종으로, 악화되면 발을 절단해야 하는 병이었다. 하지만 미치도록 추운 이곳에서 참호족에 걸리는 건 흔한 일이고, 후방인 바스똔느로 후송되는 것도 정말 크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허락되지 않았다.


시카프가 도로 부츠를 신을 때였다. 멀리서 날카로운 포성이 울려왔다. 누군가가 크게 외쳤다.

"포격이다!!!"
"포격이다! 모두 개인호로 들어가! 엄폐해!!"

테드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몸을 숙였다.

"젠장. 또 온다!"
"머리 숙여! 개인호로 가! 빨리!"


부대의 동쪽에서 전개 중인 88mm 고사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딱히 조준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미군이 있는 곳에 대충 맞춰놓고 포탄을 장전한 다음 격발기를 당기면 그만이었다.

첫번째 포탄이 작렬했다. 흙과 눈이 파편과 함께 튀어올라 병사들을 덮쳤다. 폭발음이 병사들의 고막을 터뜨려버릴 듯 대기를 갈라찢었다. 시카프와 위생병은 본능적으로 철모를 푹 눌러썼다.

긴장감이 감돌긴 했지만 그럭저럭 평화로웠던 중대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포탄이 터진 곳에 새로운 구덩이가 깊숙히 파이는가 하면 10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 산산조각나며 무너져내렸다. 개중에는 병사들이 웅크리고 있는 개인호를 덮치는 것도 있었는데, 깔려죽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그들을 파편으로부터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했다.

계속해서 들리는 폭발음과 파편. 날아오르는 흙더미. 그 아수라장을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테드의 귓가에 꽂혔다.

"위생병!! 위생병 불러!!"
"으아아아악!!!"

멀린의 목소리였다. 시카프가 테드의 철모를 탁 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개인호 밖으로 튀어나갔다. 포격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테드는 다른 병사들의 개인호에 들어갔다가 나무 뒤에 숨기도 하면서 부상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위생병!! 위생병!!"

그는 마치 다이빙을 하듯 병사가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개인호에 뛰어들었다. 두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개인호가 일순간 어지러워졌다.

"이런 젠장! 테드! 내 껄 터뜨릴 셈이야?"

멀린을 돌보고 있던 병사가 불만스럽게 외쳤다. 테드는 대꾸하지 않고 부상을 입은 멀린의 바지를 찢었다. 파편 서너개가 허벅지에 박혀있었다. 피부에 흐르는 새빨간 피가 그의 판단력을 약간 흐리게 했지만 그는 능숙한 고참 위생병답게 손으로 파편을 빼냈다. 파편을 빼내자 부상병이 고함을 질러댔다.

"우아악!!"
"조금만 참으라구. 멀린."
"좀 아프지 않게 뺄 수는 없어?!"
"미안하지만 그런 건 없어. 친구."

테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두번째 파편을 뽑으면서 뇌까렸다. 멀린은 체념하듯 나머지 파편을 뽑을 때까지 조용해졌다. 그는 파편을 모두 뽑자 가방에서 마지막 남은 붕대를 꺼내 그의 허벅지에 둘러멨다.

"아으으윽!"

잘 참던 멀린이 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그 소리와 함께, 거짓말처럼 포격이 뚝 그쳤다. 이상한 침묵이 돌연 난장판이 된 숲을 휩쓸었다. 테드는 아까 전 멀린을 돌보던 병사에게 말했다.

"이봐. 쉔코. 후송해야겠어."

쉔코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무전기를 들었다.

"여기는 에이블 썬더! 부상자 발생! 후송을 요청..야. 듣는거야? 안 듣는거야?"

멀린과 테드가 그를 쳐다봤다. 쉔코는 몇번이나 더 말하더니 신경질적으로 무전기를 놓으며 말했다.

"쳇. 무전이 안돼."


멀린이 형용할 수 없는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후송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반응 같았다.

개인호에서 선임하사인 가헬러가 기어나왔다. 그의 특이한 높고 굵은 목소리가 음울한 숲의 공기를 가르고 여기저기 뭉개뭉개 퍼져나갔다.

"나오지마! 개인호에 그대로 있어!"

하지만 태드와 쉔코는 멀린을 끌고 개인호 밖으로 나왔다. 그가 흘린 피가 하얀 눈을 붉게 물들였다. 워낙 급하게 가던 터라 중간에 한번 넘어졌는데, 멀린은 다시 떠나가라 고함을 질러댔다. 태드는 그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다시 일어나 개인호에서 무전기를 들고 왔다. 그리곤 주파수를 대충 맞춘 뒤 무전을 때렸다.

"여기는 에이블 썬더! 부상자 발생! 후송을 요청한다! 반복한다! 에이블 썬더에서 부상자 발생! 지프 보내 줘!"
"치이이이-"

응답이 없었다. 테드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예상 외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네. 여신 구원 사무소입니다. 소원은 그쪽에 가서 듣겠습니다."

후방의 기분 나쁜 녀석의 목소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낭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테드는 자신이 환청을 들었나 하고 무전기를 들여다보았다.

"이, 이봐! 소속이 어디..."

목소리가 끊겼다. 쓰러진 멀린을 일으켜 세우려던 쉔코가 소리쳤다.

"지프는 불렀어?"

하지만 테드는 대답할 수 없었다. 들은 그대로 얘기하면 쉔코가 믿지 않을 건 너무도 뻔하니까.

"여어! 테드! 불렀냐고?"

하지만 쉔코의 표정도 변했다. 테드가 허리춤에 멘 벨트에 붙어있는 수통의 뚜껑이 갑자기 핑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을 마시는 구멍으로 빛이 나오더니, 누군가가 수통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테드! 수통 좀 봐!"

테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수통을 보았다. 수통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혼비백산한 그는 벨트에서 수통을 떼어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뒷걸음질치다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눈바닥에 던져진 수통이 요동치다가, 사람의 형체가 밖으로 나오자 멈췄다. 쉔코와 테드, 그리고 부상을 입은채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멀린은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수통에서 빠져나온 것은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차가운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을 잡으면서 반쯤 혼이 나간 세 사람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한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테드가 그녀에게 물었다.

"누..누구야?"

여자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공손하게 인사하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아, 인사가 늦었네요. 1급신 베르단디입니다."
"신...?"
"네. 그렇습니다."

어이없다는 테드의 대답에 베르단디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선 쉔코가 테드에게 따지듯 말했다.

"이봐 테드. 마술을 너무 심하게 부린 것 아냐? 수통의 정령이라도 깨운거야?"

테드는 쉔코에게 신경쓰지 말라는 듯 손짓을 했다. 쉔코는 베르단디를 곁눈질하며 개인호로 돌아갔다.

"...정말 수통의 정령은 아니겠지?"

베르단디는 고개를 저으며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아니요. 전 여신입니다."
"...나보고 그걸 믿으라구?"
"하지만 사실인걸요. 여신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해요."


테드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푸르고 맑은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에서 그는 거짓을 찾아볼 수 없었다. 테드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좋아. 여신이라면 이 녀석을 손 안대고 들어봐."


그러자 베르단디는 술법으로 차가운 땅바닥에 엎어져 있는 멀린을 들어올렸다. 멀린이 붕 들린 자신을 보며 테드에게 소리쳤다.

"이봐 테드. 수통의 정령이 날 들어올렸어. 무슨 장난을 치고 있는거야?"

테드는 말없이 베르단디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고는 뛰기 시작했다. 바스똔느가 있는 방향으로.


"어딜 가시는 거에요!"

황급히 뒤따라오면서 베르단디가 외쳤다.

"저 녀석 고쳐줄 마을로!"

허연 눈밭에 억센 부츠와 여린 맨발이 새긴 발자국이 둘을 종종 뒤쫒았다.



어찌되었건, 둘은 전선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바스똔느에 도달했다. 곳곳에서 때에 절은 시커먼 군복을 입은 미군 병사들과 바스똔느 주민들이 보였다. 그들은 베르단디를 향해 이상한 시선을 던지곤 했는데, 그녀가 입고 온 여신복과 둥둥 허공에 뜬채 누운 자세 그대로 실려오는 멀린을 보면 그럴만도 했다.

언젠가부터 야전병원이 되버린 성당 앞에 도달하자 테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따라온 베르단디를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그는 그녀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을 알아차렸다.


"이봐."
"네?"
"그 옷 좀 어떻게 해줄 수 없겠어?"
"...이상한가요?"
"아니 뭐...이상하다기 보다는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가요? 그럼..."

베르단디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피묻은 붕대를 한아름 들고 가는 수녀를 발견했다. 그리곤 양 손을 모으더니, 술법을 발동시켰다. 일순간 그녀의 몸이 하얗게 빛났다. 테드는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자. 됬나요?"

베르단디의 목소리에 테드가 눈을 가린 팔을 내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베르단디는 처음 봤을 때의 그 요란한 옷 대신 수녀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응..어..됬어. 따라와."


베르단디는 말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테드를 따라갔다. 여전히 멀린을 둥둥 뜨게 한 채로.


"테드! 제발 내려 줘!"


멀린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시끄럽게 울려댔다.



셋은 성당의 지하로 내려왔다. 이미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꽉 차 있었고, 그들이 누워있는 좁은 틈새로 군의관들과 수녀, 위생병이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피비린내가 습한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베르단디는 이 비참한 광경에 입을 막았다. 테드는 그녀를 돌아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맨날 이래. 부상병으로 꽉 차있지. 피비린내도 한두번 맡다 보면 덤덤해질거야."
"아무리 그래도..이런 건..."


테드는 계단을 마저 내려갔다. 베르단디는 여전히 그 광경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눈초리였다.

"간호사!"

그가 외치자 옆에 누운 병사의 뚫린 배에서 솟구쳐나오는 피를 닦아주던 수녀가 한 명 달려왔다. 그녀는 멀린을 침대 위에 눕혔고, 붕대를 풀어 썩는 것을 막아주는 설파제를 그의 상처에 뿌렸다. 멀린은 그새 고통에 익숙해졌는지 고함조차 지르지 않았다. 대신 가까이 다가온 베르단디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의 이마를 쓸어주자 지켜보던 테드에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세상에. 난 죽어서 천국에 온거야."
"아니. 멀쩡히 살아있지."

테드가 일깨워주듯 말을 받았다. 멀린은 씩 웃고는 도로 고개를 돌렸다.

베르단디는 한참 멀린을 지켜보더니, 테드에게 말했다.


"저. 테드씨."
"왜?"

수녀에게 필요한 약품을 받아 챙기던 테드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사실 전...소원을 들어주려고 내려왔습니다. 보통 소원은 하나밖에 들어주지 못하죠."
"그런데?"

그 사이에 초콜렛까지 상자에 챙겨넣은 그가 역시 건성으로 대답했다.

"테드씨는 아직 소원을 말하지 않았어요."

그 말에 테드는 상자에 넣으려던 몰핀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주우며 말했다.

"소원이라니. 소원이라면 아까 전 말한 것 같은데. 저 녀석을 들어서 옮겨달라는 거 말야."
"그 정도는...서비스에요."
"헤에. 서비스?"
"네에. 그래요."


테드는 상자를 바닥에 놓고는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렇다면 그 소원이란게, 내가 뭘 말하든 이루어줄 수 있는거야?"
"네. 단 한가지만요."

베르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테드의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소원이라.


우선 집에 가고 싶었다. 그것은 어떤 병사들이든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동료들을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온갖 생각과 욕망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모두 소원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것들 뿐이었다.

테드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야전병원의 풍경을 돌아보았다.

처참했다.


피에 젖은 붕대를 다시 삶고 말려 쓰는가 하면, 고통을 잊게 해줄 몰핀이 없어 부상병이 술을 마시기도 했다.

사방에는 병사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울려퍼지고, 피를 닦아내는 역겨운 소리가 들렸다. 죽은 병사는 담요가 없어 그대로 실려나갔다. 살아있는 군의관도,수녀도,위생병도 모두 지치고 어두운 표정이었다.

테드는 다시 베르단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소원을 정했어."
"결정하셨나요?"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운을 내게 해줘.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까 말야."


그의 소원이 말해진 순간, 베르단디의 이마에 있는 파란 마름모꼴의 무늬에서 빛이 뿜어져나왔다. 그 빛은 어두컴컴한 성당의 천장까지 치솟더니, 천장을 뚫고 하늘 위로 솟구쳤다.

잠시 후, 그 빛은 도로 사라졌다.


"당신의 소원은 수리되었습니다."


베르단디는 지하의 모든 사람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이 부를 수 없는, 모방할 수조차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지치고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고함을 질러대던 부상병들이 잠잠해지고, 더이상 이런 짓은 못하겠다며 붕대를 내던지고 주저앉아버린 군의관이 다시 천천히 일어섰다. 수녀들은 오랫동안 쌓은 신앙심이 발동했는지 조용히 손을 모아 기도했다.


테드의 마음도 평온해졌다. 지칠대로 지친 그의 몸이 조금씩 기운을 차렸다. 그는 멀린이 누운 조악한 야전침대에 기대앉으며 철모를 벗었다. 새삼, 베르단디를 만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그녀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고 험하게 말했던 것이 미안했다.

노래가 끝났다. 사람들은 마치 긴 꿈을 꾼 듯 멍하게 있다가 다시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베르단디와 테드는 계단을 향해 돌아섰다. 그때, 늙은 수녀가 그녀를 불렀다.


"수녀님."
"네?"

베르단디가 고개를 돌렸다.


"수녀님은...하느님 대신 이곳에 내려오신 천사이시죠?"

베르단디는 밝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전 여신이랍니다."


그리고 그녀는 테드와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며칠 뒤, 멀린이 성당에서 돌아왔다.


"멀린."
"왜?"

테드의 개인호에 들어온 멀린이 그의 부름에 생각없이 대답했다.

"전장에는 무신론자가 없다고 했던가?"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드는 철모를 벗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나도 앞으로는 신을 믿어야겠어."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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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군님의 댓글

사도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아아아... 무진장 멋진 글입니다... 예, 진짜에요. 진짜.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언제쯤 이런 글을 쓸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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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군님의 댓글

사도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데 88밀리 고사포 보다는 박격포라던지- 견인포라고 설명하는게 더 괜찮을것 같습니다. 고사포는 비행기 잡으라고 있는거지 포격용이 아니거든요;; 아 물론 전차도 잡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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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로님의 댓글

유진 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88mm 고사포는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독일군은 처음엔 이녀석을 대공용으로 썼지만 나중에는 전차(티이거 시리즈)에 달아서 전차포로 썼고,곡사포로도 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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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군님의 댓글

사도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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