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V - A.K.T.3 - 여관이란 무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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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안 요새로 출발한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평범한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길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게, 그런 '녀석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들어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흐앙, 그럼 사서 고생했다는 거잖아."
현재 난 얼빠진 상황, 세이나는 울쌍이 되었다.
지리를 몰라 우리는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숲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다행히 모닥불을
피워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몬스터들이 몽땅 싸그리 달려들었을 것이라는 엔키아
형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우리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고 있었다. 바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흐잉, 어째서 사서 고생을 한 걸까."(세이나)
세이나의 울쌍짓는 한 마디.
"대체… 멀쩡한 길 놔두고 이 뭐하는 짓인지…."(레이)
얼이 빠진 레이의 얼빠진 대사.
"이녀석들이… 내 말을 안 듣고 있잖아?"(엔키아)
자신의 말이 씹(!)히자 열받은 엔키아.
어찌되었든 이들은 각자의 상념속에 빠져 자기들끼리 쌩쑈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이런
상태에서 가장 빨리 탈출한건… 바로 나였다.
"그나저나 세이나. 그거 안 돌려줄거야?"
그렇다. 간밤에 추울까봐 둘러준 망토를 세이나가 아직 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이
나는 울쌍짓는(윽…)표정을 지은채 말했다.
"응. 이거 따뜻해서 좋아. 이거 나주면 안돼?"
그러면서 괜시리 망또를 감싸는 그녀였다. 이런… 저게 없으면… 나는 춥단 말이다!!
이곳은 북쪽 지방이라 20미온이라도 엄청난 온도의 차이라 할수 있다. 그나마 우리
마을도 따뜻한 편은 아니어서 옷을 두껍게 입었지만… 역시 춥다.
그리고 엔키아 형도 태연한 척 있지만 지금… 잠시 이빨 딱딱 거리는 소리 들렸다.
"큼, 옷을 좀 두껍게 입고 올걸 그랬나?"
그러면서 은근히 짧은 옷을 입고 온 것을 과시하는 듯 했지만 누가봐도(그래봐야
나와 세이나 뿐이지만….)저건 후회하는 표정이다. 어떻게 표정 관리를 저리도 못할수가…….
"형, 표정 관리좀 하고 말하시지요."
"오빠, 표정 관리좀 하고 말해요."
나와 세이나의 동시 콤보어텍! 그 일격에 엔키아라는 검사는 구석에서 나뭇가지로 바닥을
긁고 있는 중이다.
"췌… 췌… 원래 이럴 땐 코트를 벗어줘서 덮어주는게 예의 아냐?"
"혀… 형, 역할이 뒤 바뀐것 같은데……."
어찌되었든 우린 추위를 헤치고(?) 엔키아형을 곯리며(!) 하미안 요새를 향했다.
요새 하미안. 대륙 최고의 철벽요새라 불리며 이곳에 10만의 병사와 뛰어난 지장만 있다면
요새의 함락은 거의 불가능이라 일컫어지는 난공불락의 요새이다. 해자의 깊이는 3M 해자의
속에는 창과 칼들이 번뜩이고 있으며 성의 높이는 대략 40M에 달하며 3면이 강과 산, 늪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질적 풍요로 가희 환상의 요새라 불리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하미안요새
의 성문앞에 도달했다. 성문앞에서는 몇몇 검기병들과 창기병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엔키아
형을 선두로 우리 일행(그래봐야 3명이지만…)은 성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허리에
검을 한 검기병 한명이 다가왔다.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이곳은 수도로 통하는 관문이라 딱히 중요한 사람을 빼면 대부분이 평민들이었지만 수도로 통하는
관문이기에 검문이 꽤 심한 편이었다. 엔키아형은 한발짝 앞으로 나서며 검기병의 귀로 귓속말을
속닥속닥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기병의 얼굴은 처음엔 험상궂다가 점점 무표정이되더니…
나중엔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는 것이었다.
"아, 예. 드… 들어가시죠."
나와 세이나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뭐, 별일 아니겠지." "그렇겠지?" 라고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가나 그 검기병은 "휴우……." 하면서 이마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창기병이 말했다.
"이봐, 왜 그래? 완전 죽을상이네? 저 자식이 대단한 녀석이야?"
"쉿! 쉿! 입 조심해! 저 '분'은 '붉은 폭풍을 이끄는 자'란 말이야."
"뭐?! 부… 붉은 폭풍?!"
그리고 창기병 역시 우리 일행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물론, 우리 일행은 그걸 알면서
그들을 얼굴을 보며 웃음을 킥킥 거리며 참아야 했다. 그들과의 헤프닝도 잠시, 우리는 엔키아 형을
따라 우선 여관을 잡기위해 하미안 요새의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돌던 끝에 엔키아형이
찾은 '불타는 밤'이라는 꽤 괜찮아 보여지는… 거랑은 전혀 다른 여관을 찾았다. 우선 민감하게
반응한건 세이나였다.
"뭐… 뭐야?!"
"뭐야라니? 꽤 괜찮아 보이는 여관 아니야?"
"그게 아니라 간판의 이름이…!!"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안의 시설이 문제라고."
"하… 하지만……."
의외로(?) 의연한 척하며 있는 엔키아 형이지만 저 입좀 다물지… 옆으로 침 흐른다……. 표정 관리좀 해!
그 모습에 은근히 불길해하는 세이나였다. 나? 나도 남잔데…… 뭐? 아직 어리다고? 씁! 그래서 쓰나?
요새는 속도초과 모르시나? 뭐? 모른다고? 나가죽어라! 아무튼 우리는 여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과는 달리 꽤 따듯하군…….
"어서오세요."
16세쯤 되어보이는 한 소녀가(아니 누님인가?)달려왔다. 윽… 근육질 아찌들이 왜 이리 많아?
우린 대충 자리를 잡자 소녀는 익의 깃털 하나와 백지 종이 한장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식사만 하실 건가요? 묵으실 건가요?"
"아, 묵겠다. 식사는?"
그러면서 엔키아 형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이 알아서 시켜."
"그럼 여기서 가장 자신있는 것으로."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주방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엔키아 형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먼저 먹고 있어. 난 영주님을 뵙고 올 테니까."
"응. 알았어."
그리고 엔키아 형은 여관을 나섰고 형이 나가자 마자 용병으로 보이는 일행들이 뭔가를 쑥덕대더니
우리들을… 정확히는 세이나를 보면서 히죽대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불쾌해진 난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손이 저절로 롱 소드의 힐트를 붙잡았다. 세이나는 그런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손을 탁자위에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도 그걸 느꼈는지 뭐라고 히히덕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 마침 식사가 나왔다.
"식사 나왔습니다."
아까 그 소녀(누님인가...?)가 가지고 온 음식은 붉은 빛을 띄는 포도주와 연붉은 빛을 띄는 스테이크였다.
"저희 식당에서 자랑하는 일레전도 2132년 산의 포르크루네이션과 최고의 육질을 자랑하는
그리폰의 앞가슴 살입니다."
상당히 거창하게 말하는군… 그런데… 일레전도 2132년 산이라고? 그럼… 약200년 묵힌 술이란 말인가?!
게다가 그리폰?!
"저기… 아무래도 비싸겠죠?"
"음… 조금 비싸네요. 에헤…."
소녀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고 나와 세이나는 어설픈 웃음을 주고 받았다. 아무래도… 엔키아 형의
주머니가 꽤나 거덜나겠군….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구하셨죠?"
"네. 최근에 '드래곤 슬레이어' 로 이름나신 '붉은 폭풍을 이끄는 자' 께서 경매에 제시하셨던 것입니다.
굉장한 가격으로 낙찰되었죠. 덕분에 꽤 잘 살고 있는 편이죠."
덕분에 우린 돈이 거덜나게 생겼다우. 우린 서로를 바라보다가 '뭐, 설마하니 돈 있으니까 그랬겠지.'
하는 생각에 시식을 시작했다. 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이 육질은!!
"마… 맛있다."
"저… 정말……."
"후훗, 고마워요."
어느새 친해져버린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눠가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음식은 점점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아직 반의 반도 다 먹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왠지 매케한 냄새에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근원지엔… 근육질만 부풀려둔 웬 중년의 검사… 아니, 용병인가? 아무튼
서있었다. 한명이 아니라… 4명인가?
"이거 이거… 구경하기 힘들다던 그리폰 아냐? 거기다가 일레전도 2132년 산 포도주로구만.
이런 구경도 하기 힘든 음식이……."
와장창- 콰직-
"이런 애들한테서 먹히면 쓰나."
붉은 빛의 물기가 튄다… 그리고 바닥을 흥건히 적시기 시작했다. 탁자는 박살이 나고… 무엇보다도…
세이나를 겁주고 있다!!
"뭐… 하는 짓이야?"
"앙? 뭐하냐고? 바로……."
순간 그 근육질의 손이 움직였다. 거기는!!
"꺄악-!!"
그리고 갑작스레 세이나의 가슴을 덮치기 시작했다. 제길! 뭐야? 이 자식들은
"이런 거지."
그리고 우악스럽게 쥔 그 손들이 움직이자 세이나의 옷이 쫙- 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졌고 상아빛 속살과
속옷이 그대로 드러났다.
"꺅-! 뭐… 뭐하는 짓이에요!!"
"으히히……."
그는 그대로 세이나에게 덮쳐들어갔다. 아니… 덮쳐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덮친 곳은 세이나의
품(?)이 아닌… 차디찬 땅바닥이었다.
쿠당-
난 부서진 탁자에 오른쪽 다리를 기댄 채 오른손을 그대로 뻗어 그 자식의 면상을 갈긴 것이다. 이래뵈도…
수련은 많이 했거든?
"큭… 이 자식이!!"
그 녀석은 맞은 뺨을 한 손으로 가리더니 다른 손으로 허리춤의 검을 뽑아냈다. 그러자 주변의 3명도 같이
검을 뽑아냈다. 제길… 저건… 바스타드?!
"이 꼬마 자식!"
"난 꼬마가 아니다! 레이다!"
"닥쳐!!새꺄!"
그는 입으로 험담을 담으며 가로로 검을 그었고 난 재빨리 세이나를 덮치며(?) 바닥으로 머리를 숙였다.
한뼘 차이로 검이 지나갔고 안 그래도 짧고 삐죽선 머리칼이 공중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검을
회수하며 바닥을 향히 침을 뱉어냈다.
"퉷! 개새끼가 감히 훼방을 놔?"
"난 레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 근육질아!"
촤앙-
나의 허리춤에서 장검 롱 소드가 뽑혀나왔다. 검신 2.2M 에 달하는 롱 소드. 그러면서 무게는 거의 없는
것처럼 가벼운 검이었다. 난 재빨리 가슴춤으로 검을 모으고 중단세를 취했다.
"롱 소드? 크크… 꼬마야. 그런 장난감은……."
그는 바스타드 소드를 수직으로 그으며 내리쳤다. 큭! 피하면 세이나가 맞는다!!
카가각-
나의 롱 소드와 그의 바스타드 소드의 교차점에서 반짝이는 불꽃이 튀기 시작했고 나 한명과 4명의 용병의
혼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제 갓 검을 뗀 내가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채 30초를 버티지 못하고 난
구석으로 밀려나 깊게 패인 상처들을 감싸며 거친숨을 몰아쉬는 내 자신을 볼수 있었다.
"하아… 하아…."
"크큭. 애송아. 이제 알겠느냐? 너 같은 애송이가 덤볐다는것 자체가 웃겨."
큭… 즈그들이 시비 걸어놓고 어디서…….
"!!!"
그 근육질은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른 3명은 세이나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눈에는 탐욕의 눈빛이
흐르고 있었고 벌써 침까지 흘리는 녀석도 있었다. 세… 세이나!!
"제길! 비켜!!"
난 검을 휘두르며 세이나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가기 직전… 복부로부터의 충격에 허리가
시야가 천천히 꺾이기 시작했다.
"컥… 쿨럭."
참을수 없는 고통이 짜릿하게 전해져왔다. 큭… 수… 숨이 탁 막히는데……?
"잘 가라. 꼬맹아."
그는 바스타드 소드를 번쩍 들어올렸다. 제길… 여기서 이렇게 멍청하게 죽을 순 없어! 죽을 순 없다고!!
"잘 가긴 누가 잘 간다는 거냐? 너냐?"
"……?!!"
내 목소리는…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렇게 가고 싶냐? 내가 보내주랴?"
에… 엔키아 형!!
"너도 훼방이냐? 퉷.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어. 크아앗!!"
그는 괴성을 지르며 엔키아 형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보인건… 하얀… 섬광이 지나갔다는 것
뿐이었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형의 자세가 풀리기도 전… 하나둘씩 쓰러진 그들은 모두 양팔을 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악!!"
"아아악!!"
4명모두 양팔을 휘저으며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덤으로 엔키아형은 다른 탁자위의 소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으아악!! 사… 살려줘!!"
"크아아아아악!!"
그들은 모두 팔을 내버려둔채 여관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하지만 엔키아 형은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가긴…."
형의 팔이 움직였다. 순간 손이 여러개로 보였다. 환상인가?
"어딜 간다는 거냐!!"
퍼퍼퍼퍽-
순간 4번의 타격음이 들린것 같다. 그리고 소리가 멎고 3초후… 용병들은 하나 둘씩 신형이 쓰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엔키아 형은 손을 탁탁 털며 창문 밖으로 경비를 불렀다.
"이봐 거기 검기병! 이 녀석들좀 데리고 가라."
엔키아 형의 말에 몇몇 검기병들이 달려와 머리를 조아리고 곧 주인 잃은 팔들과 용병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관에서의 작은 사건도 끝나고 형은 세이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세이나, 레이. 괜찮아?"
"크… 꽤 아프지만 견딜만 해."
난 한쪽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고 엔키아 형은 꿀밤 한대를 먹이더니 말했다.
"바보 녀석. 넌 아직 초보 수준이라고. 그 용병들이 실력이 없어서 그랬지. 용병들의 수준이
L 급이 아닌 M 급이었어도 넌 벌써 저 세상 갔어."
"하하. 안 그랬으면… 세이나는… 벌써… 당… 했… 을……."
아? 눈앞이… 깜깜해진다? 어? 몸이… 왜 이래? 천천히 무너져내리는 내 몸을 가누지 못한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런 길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게, 그런 '녀석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들어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흐앙, 그럼 사서 고생했다는 거잖아."
현재 난 얼빠진 상황, 세이나는 울쌍이 되었다.
지리를 몰라 우리는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숲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다행히 모닥불을
피워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몬스터들이 몽땅 싸그리 달려들었을 것이라는 엔키아
형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우리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고 있었다. 바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흐잉, 어째서 사서 고생을 한 걸까."(세이나)
세이나의 울쌍짓는 한 마디.
"대체… 멀쩡한 길 놔두고 이 뭐하는 짓인지…."(레이)
얼이 빠진 레이의 얼빠진 대사.
"이녀석들이… 내 말을 안 듣고 있잖아?"(엔키아)
자신의 말이 씹(!)히자 열받은 엔키아.
어찌되었든 이들은 각자의 상념속에 빠져 자기들끼리 쌩쑈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이런
상태에서 가장 빨리 탈출한건… 바로 나였다.
"그나저나 세이나. 그거 안 돌려줄거야?"
그렇다. 간밤에 추울까봐 둘러준 망토를 세이나가 아직 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이
나는 울쌍짓는(윽…)표정을 지은채 말했다.
"응. 이거 따뜻해서 좋아. 이거 나주면 안돼?"
그러면서 괜시리 망또를 감싸는 그녀였다. 이런… 저게 없으면… 나는 춥단 말이다!!
이곳은 북쪽 지방이라 20미온이라도 엄청난 온도의 차이라 할수 있다. 그나마 우리
마을도 따뜻한 편은 아니어서 옷을 두껍게 입었지만… 역시 춥다.
그리고 엔키아 형도 태연한 척 있지만 지금… 잠시 이빨 딱딱 거리는 소리 들렸다.
"큼, 옷을 좀 두껍게 입고 올걸 그랬나?"
그러면서 은근히 짧은 옷을 입고 온 것을 과시하는 듯 했지만 누가봐도(그래봐야
나와 세이나 뿐이지만….)저건 후회하는 표정이다. 어떻게 표정 관리를 저리도 못할수가…….
"형, 표정 관리좀 하고 말하시지요."
"오빠, 표정 관리좀 하고 말해요."
나와 세이나의 동시 콤보어텍! 그 일격에 엔키아라는 검사는 구석에서 나뭇가지로 바닥을
긁고 있는 중이다.
"췌… 췌… 원래 이럴 땐 코트를 벗어줘서 덮어주는게 예의 아냐?"
"혀… 형, 역할이 뒤 바뀐것 같은데……."
어찌되었든 우린 추위를 헤치고(?) 엔키아형을 곯리며(!) 하미안 요새를 향했다.
요새 하미안. 대륙 최고의 철벽요새라 불리며 이곳에 10만의 병사와 뛰어난 지장만 있다면
요새의 함락은 거의 불가능이라 일컫어지는 난공불락의 요새이다. 해자의 깊이는 3M 해자의
속에는 창과 칼들이 번뜩이고 있으며 성의 높이는 대략 40M에 달하며 3면이 강과 산, 늪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질적 풍요로 가희 환상의 요새라 불리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하미안요새
의 성문앞에 도달했다. 성문앞에서는 몇몇 검기병들과 창기병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엔키아
형을 선두로 우리 일행(그래봐야 3명이지만…)은 성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허리에
검을 한 검기병 한명이 다가왔다.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이곳은 수도로 통하는 관문이라 딱히 중요한 사람을 빼면 대부분이 평민들이었지만 수도로 통하는
관문이기에 검문이 꽤 심한 편이었다. 엔키아형은 한발짝 앞으로 나서며 검기병의 귀로 귓속말을
속닥속닥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기병의 얼굴은 처음엔 험상궂다가 점점 무표정이되더니…
나중엔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는 것이었다.
"아, 예. 드… 들어가시죠."
나와 세이나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뭐, 별일 아니겠지." "그렇겠지?" 라고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가나 그 검기병은 "휴우……." 하면서 이마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창기병이 말했다.
"이봐, 왜 그래? 완전 죽을상이네? 저 자식이 대단한 녀석이야?"
"쉿! 쉿! 입 조심해! 저 '분'은 '붉은 폭풍을 이끄는 자'란 말이야."
"뭐?! 부… 붉은 폭풍?!"
그리고 창기병 역시 우리 일행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물론, 우리 일행은 그걸 알면서
그들을 얼굴을 보며 웃음을 킥킥 거리며 참아야 했다. 그들과의 헤프닝도 잠시, 우리는 엔키아 형을
따라 우선 여관을 잡기위해 하미안 요새의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돌던 끝에 엔키아형이
찾은 '불타는 밤'이라는 꽤 괜찮아 보여지는… 거랑은 전혀 다른 여관을 찾았다. 우선 민감하게
반응한건 세이나였다.
"뭐… 뭐야?!"
"뭐야라니? 꽤 괜찮아 보이는 여관 아니야?"
"그게 아니라 간판의 이름이…!!"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안의 시설이 문제라고."
"하… 하지만……."
의외로(?) 의연한 척하며 있는 엔키아 형이지만 저 입좀 다물지… 옆으로 침 흐른다……. 표정 관리좀 해!
그 모습에 은근히 불길해하는 세이나였다. 나? 나도 남잔데…… 뭐? 아직 어리다고? 씁! 그래서 쓰나?
요새는 속도초과 모르시나? 뭐? 모른다고? 나가죽어라! 아무튼 우리는 여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과는 달리 꽤 따듯하군…….
"어서오세요."
16세쯤 되어보이는 한 소녀가(아니 누님인가?)달려왔다. 윽… 근육질 아찌들이 왜 이리 많아?
우린 대충 자리를 잡자 소녀는 익의 깃털 하나와 백지 종이 한장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식사만 하실 건가요? 묵으실 건가요?"
"아, 묵겠다. 식사는?"
그러면서 엔키아 형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이 알아서 시켜."
"그럼 여기서 가장 자신있는 것으로."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주방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엔키아 형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먼저 먹고 있어. 난 영주님을 뵙고 올 테니까."
"응. 알았어."
그리고 엔키아 형은 여관을 나섰고 형이 나가자 마자 용병으로 보이는 일행들이 뭔가를 쑥덕대더니
우리들을… 정확히는 세이나를 보면서 히죽대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불쾌해진 난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손이 저절로 롱 소드의 힐트를 붙잡았다. 세이나는 그런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손을 탁자위에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도 그걸 느꼈는지 뭐라고 히히덕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 마침 식사가 나왔다.
"식사 나왔습니다."
아까 그 소녀(누님인가...?)가 가지고 온 음식은 붉은 빛을 띄는 포도주와 연붉은 빛을 띄는 스테이크였다.
"저희 식당에서 자랑하는 일레전도 2132년 산의 포르크루네이션과 최고의 육질을 자랑하는
그리폰의 앞가슴 살입니다."
상당히 거창하게 말하는군… 그런데… 일레전도 2132년 산이라고? 그럼… 약200년 묵힌 술이란 말인가?!
게다가 그리폰?!
"저기… 아무래도 비싸겠죠?"
"음… 조금 비싸네요. 에헤…."
소녀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고 나와 세이나는 어설픈 웃음을 주고 받았다. 아무래도… 엔키아 형의
주머니가 꽤나 거덜나겠군….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구하셨죠?"
"네. 최근에 '드래곤 슬레이어' 로 이름나신 '붉은 폭풍을 이끄는 자' 께서 경매에 제시하셨던 것입니다.
굉장한 가격으로 낙찰되었죠. 덕분에 꽤 잘 살고 있는 편이죠."
덕분에 우린 돈이 거덜나게 생겼다우. 우린 서로를 바라보다가 '뭐, 설마하니 돈 있으니까 그랬겠지.'
하는 생각에 시식을 시작했다. 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이 육질은!!
"마… 맛있다."
"저… 정말……."
"후훗, 고마워요."
어느새 친해져버린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눠가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음식은 점점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아직 반의 반도 다 먹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왠지 매케한 냄새에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근원지엔… 근육질만 부풀려둔 웬 중년의 검사… 아니, 용병인가? 아무튼
서있었다. 한명이 아니라… 4명인가?
"이거 이거… 구경하기 힘들다던 그리폰 아냐? 거기다가 일레전도 2132년 산 포도주로구만.
이런 구경도 하기 힘든 음식이……."
와장창- 콰직-
"이런 애들한테서 먹히면 쓰나."
붉은 빛의 물기가 튄다… 그리고 바닥을 흥건히 적시기 시작했다. 탁자는 박살이 나고… 무엇보다도…
세이나를 겁주고 있다!!
"뭐… 하는 짓이야?"
"앙? 뭐하냐고? 바로……."
순간 그 근육질의 손이 움직였다. 거기는!!
"꺄악-!!"
그리고 갑작스레 세이나의 가슴을 덮치기 시작했다. 제길! 뭐야? 이 자식들은
"이런 거지."
그리고 우악스럽게 쥔 그 손들이 움직이자 세이나의 옷이 쫙- 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졌고 상아빛 속살과
속옷이 그대로 드러났다.
"꺅-! 뭐… 뭐하는 짓이에요!!"
"으히히……."
그는 그대로 세이나에게 덮쳐들어갔다. 아니… 덮쳐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덮친 곳은 세이나의
품(?)이 아닌… 차디찬 땅바닥이었다.
쿠당-
난 부서진 탁자에 오른쪽 다리를 기댄 채 오른손을 그대로 뻗어 그 자식의 면상을 갈긴 것이다. 이래뵈도…
수련은 많이 했거든?
"큭… 이 자식이!!"
그 녀석은 맞은 뺨을 한 손으로 가리더니 다른 손으로 허리춤의 검을 뽑아냈다. 그러자 주변의 3명도 같이
검을 뽑아냈다. 제길… 저건… 바스타드?!
"이 꼬마 자식!"
"난 꼬마가 아니다! 레이다!"
"닥쳐!!새꺄!"
그는 입으로 험담을 담으며 가로로 검을 그었고 난 재빨리 세이나를 덮치며(?) 바닥으로 머리를 숙였다.
한뼘 차이로 검이 지나갔고 안 그래도 짧고 삐죽선 머리칼이 공중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검을
회수하며 바닥을 향히 침을 뱉어냈다.
"퉷! 개새끼가 감히 훼방을 놔?"
"난 레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 근육질아!"
촤앙-
나의 허리춤에서 장검 롱 소드가 뽑혀나왔다. 검신 2.2M 에 달하는 롱 소드. 그러면서 무게는 거의 없는
것처럼 가벼운 검이었다. 난 재빨리 가슴춤으로 검을 모으고 중단세를 취했다.
"롱 소드? 크크… 꼬마야. 그런 장난감은……."
그는 바스타드 소드를 수직으로 그으며 내리쳤다. 큭! 피하면 세이나가 맞는다!!
카가각-
나의 롱 소드와 그의 바스타드 소드의 교차점에서 반짝이는 불꽃이 튀기 시작했고 나 한명과 4명의 용병의
혼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제 갓 검을 뗀 내가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채 30초를 버티지 못하고 난
구석으로 밀려나 깊게 패인 상처들을 감싸며 거친숨을 몰아쉬는 내 자신을 볼수 있었다.
"하아… 하아…."
"크큭. 애송아. 이제 알겠느냐? 너 같은 애송이가 덤볐다는것 자체가 웃겨."
큭… 즈그들이 시비 걸어놓고 어디서…….
"!!!"
그 근육질은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른 3명은 세이나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눈에는 탐욕의 눈빛이
흐르고 있었고 벌써 침까지 흘리는 녀석도 있었다. 세… 세이나!!
"제길! 비켜!!"
난 검을 휘두르며 세이나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가기 직전… 복부로부터의 충격에 허리가
시야가 천천히 꺾이기 시작했다.
"컥… 쿨럭."
참을수 없는 고통이 짜릿하게 전해져왔다. 큭… 수… 숨이 탁 막히는데……?
"잘 가라. 꼬맹아."
그는 바스타드 소드를 번쩍 들어올렸다. 제길… 여기서 이렇게 멍청하게 죽을 순 없어! 죽을 순 없다고!!
"잘 가긴 누가 잘 간다는 거냐? 너냐?"
"……?!!"
내 목소리는…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렇게 가고 싶냐? 내가 보내주랴?"
에… 엔키아 형!!
"너도 훼방이냐? 퉷.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어. 크아앗!!"
그는 괴성을 지르며 엔키아 형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보인건… 하얀… 섬광이 지나갔다는 것
뿐이었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형의 자세가 풀리기도 전… 하나둘씩 쓰러진 그들은 모두 양팔을 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악!!"
"아아악!!"
4명모두 양팔을 휘저으며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덤으로 엔키아형은 다른 탁자위의 소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으아악!! 사… 살려줘!!"
"크아아아아악!!"
그들은 모두 팔을 내버려둔채 여관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하지만 엔키아 형은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가긴…."
형의 팔이 움직였다. 순간 손이 여러개로 보였다. 환상인가?
"어딜 간다는 거냐!!"
퍼퍼퍼퍽-
순간 4번의 타격음이 들린것 같다. 그리고 소리가 멎고 3초후… 용병들은 하나 둘씩 신형이 쓰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엔키아 형은 손을 탁탁 털며 창문 밖으로 경비를 불렀다.
"이봐 거기 검기병! 이 녀석들좀 데리고 가라."
엔키아 형의 말에 몇몇 검기병들이 달려와 머리를 조아리고 곧 주인 잃은 팔들과 용병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관에서의 작은 사건도 끝나고 형은 세이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세이나, 레이. 괜찮아?"
"크… 꽤 아프지만 견딜만 해."
난 한쪽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고 엔키아 형은 꿀밤 한대를 먹이더니 말했다.
"바보 녀석. 넌 아직 초보 수준이라고. 그 용병들이 실력이 없어서 그랬지. 용병들의 수준이
L 급이 아닌 M 급이었어도 넌 벌써 저 세상 갔어."
"하하. 안 그랬으면… 세이나는… 벌써… 당… 했… 을……."
아? 눈앞이… 깜깜해진다? 어? 몸이… 왜 이래? 천천히 무너져내리는 내 몸을 가누지 못한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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