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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여신님-네크로맨서 카이 브릿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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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바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자신을 가로막은 적을 물리쳤다 여기고 서둘러 용맥으로 향하던 페이오스는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결국 돌아서야 했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자신을 쫒아온 존재가 낮익었기 때문이다.

 “으음…….”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실력이 자신에 필적한다는 걸. 1급신의 힘까지 제대로 발휘해서 한 속박을 깨고 나왔으니 말이다. 페이오스를 따라온 존재는 백색의 머리. 투명한 눈동자를 지닌 슈리스였다.

 “너……정말 끈질기구나.”

 슈리스는 페이오스의 말에 잠시 그 투명한 눈동자로 싸늘하게 노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양손에 그녀의 몸 주위를 돌고 있던 두개의 고리. 레반틴을 움켜잡았다. 레반틴은 자아를 지닌 마도기. 레반틴은 술법의 위력을 1.5배에서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3배까지 증폭시켜주고 몇 가지의 술법이 내장되어 있어서 사용자가 위험할 시, 스스로 판단해서 공격과 방어를 돕는다. 더군다나 그 단단함과 날카로움은 어떤 무기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슈리스는 임시 사용자여서 그 힘을 완벽하게 끌어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페이오스가 상당히 힘들어질 거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하압.”

 파아아앗

 슈리스가 살작 기합을 지르며 레반틴에 의식을 집중하자 레반틴이 백색 빛으로 빛나며 그 모습이 1미터 50센티에 이르는 장검으로 변했다. 따라서 슈리스는 양손에 장검 하나씩을 들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

 레반틴의 또 하나의 능력. 그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그 모습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고리의 형태는 기본형태. 그 상태로도 충분히 훌륭한 무기가 되지만 모든 사용자가 그런 형태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딸려있는 기능이었다.

 “레반틴!”

 [Fire Weapon!]

 푸슉!

 철컹! 철컹!

 화르르륵!

 슈리스가 레반틴을 부르자 레반틴이 그에 답한다. 그에 검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 무언가 튀어나오며 장착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이내 검에 불이 휘감긴다.

 카트리지 시스템(Cartridge System.)

 이것은 레반틴을 비롯한 마도기에 기본적으로 내재된 능력으로서 카트리지를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술법 자체의 위력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 카트리지 시스템이 있기에 마도기가 술법의 위력을 최대 3배까지 높여줄 수 있는 것이다.
 마력치가 증가하며 불꽃의 검을 들어올리는 슈리스의 모습에 페이오스는 저도 모르게 두어 걸음을 물러서고 말았다. 도대체 저 황당한 무기는 뭐야?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간다. 검섬열화(劍閃熱火) 화룡(火龍)…….”

 철컹! 철컹!

 또 다시 울리는 카트리지의 장착음. 쌍검에 하나씩의 카트리지가 다시 장착된 것이다.

 “……일섬(一閃)!”

  스화아아아악!!

 검이 휘둘러지며 불꽃을 머금은 빛줄기가 공간을 장악한다.

 “……!”

 그 공격에 산조차 갈라버릴 거력이 담겨있었기에 페이오스는 전력을 다해 방어를 해야 했다. 속도가 매우 빨랐기에 피하질 못했던 것이다.

 촤아아앙!

 크읏,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이…….
 마치 거대한 산이 내리누르는 듯한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어떻게 이런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레반틴!”

 [Schlange Form!]

 철컹!

 레반틴의 모습이 또 다시 변했다. 검신이 일정한 모양으로 쪼깨지며 길이가 늘어났다. 마치 채찍에 검날을 붙여놓은 듯한 모습. 저걸 사복검이라 하던가? 어쨌든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슈리스는 오른손에는 사복검을, 왼손에는 장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맨손으로 상대하려면 매우 위험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도기를 미드칠더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페이오스는 귀고리에 달린 둥그런 구체 하나를 고리에서 빼더니 움켜쥐고는 주문을 외웠다.

 -ՅдђэՅՊÆ

 차킹!

 페이오스의 주문에 의해 모습이 변한 구체는 기다란 지팡이로 변했다. 지팡이의 가운데에 박힌 푸른 구슬을 중심으로 좌우로 원을 그린 모습.(극장판에서 베르단디가 사용했던 그 모습이다.)
 천계의 마도기는 미드칠더처럼 술법의 위력을 몇 배로 증가시키거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등의 기능은 없다. 단지 술법의 위력을 집중시키고 좀 더 적은 양의 마력으로 술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줄뿐이다. 하지만 그 강도 자체가 엄청나서 절대 잘리지 않는 단단함이 장점이다. 더불어 이 지팡이는 1급신이 되면 주어지는 기본적인 무구이다.

 키이이잉!

 지팡이에 달린 푸른 구슬이 밝게 빛나며 페이오스의 발밑으로 하나의 술법진이 나타났다. 게다가 점점 커진다. 무려 사방 10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술법진. 평소의 페이오스라면 이 정도의 술법진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지팡이를 들고 있는 이때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지방이의 능력 중 하나. 이런 술법진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증폭의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술법진 자체에서 위력을 몇 배로 증폭시켜 주기 때문에. 술법진에 따라 힘이 달라지는데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자아가 없다는 게 아쉬운 점 일까나.

 -불어라, 바람이여. 몰아쳐라. 꽃잎이여. 비술, 장미폭풍!

 어디선가 장미꽃잎을 동반한 바람이 불어왔다. 술법진이 밝게 빛나며 장미폭풍의 위력을 증폭시켜준다. 이 정도의 크기면 최소 3배에서 5배 정도의 증폭 능력이 있는 술법진. 그 힘이 일제히 장미폭풍에 몰려들어서 술법을 더욱 강화시켰다.

 “자전일섬(刺前一閃)! 화룡일섬!”

 이에 방어가 아닌 공격으로 대응하는 슈리스. 그녀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져있었다. 그 눈에 담긴 것은 증오.
 지지 않아. 절대로지지 않아! 레반틴을 건내준 언니를 위해서라도, 지금도 죽어가고 있을 우리 미드칠더를 위해서라도!

 쿠콰아아아앙!!

 자전일섬, 화룡일섬, 장미폭풍의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굉음이 중심지에서 터져 나왔다. 충돌한 힘들은 그 지닌 힘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찢어발겼다. 거대한 힘을 못이기고 대지에 잠들어있던 눈들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여 주위는 때 아닌 눈발이 휘날리며 시야를 가려버렸다. 페이오스는 이 기회를 빌어 고등술법을 외웠다.

 -대지를 가르고 하늘을 내달리며 나의 의지를 전하는 바람이여, 굳건한 힘으로 지탱하는 대지여, 그 강렬함으로 세상의 모든 걸 태워버리는 화염이여. 나 페이오스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 하나 되어 광란의 축제를 벌일 것을!

 위이이이잉!

 페이오스의 주문이 절정에 달하면서 그녀의 발밑에 펼쳐진 술법진이 같이 공명하면서 술법의 힘을 10배까지 증폭시켰다. 그 결과,

 쿠구구구구

 바람이 진동을 일으키며 떠오르는 바위덩어리들을 하늘 높은 곳으로 인도했다. 하늘 위, 우주까지 도달한 바위덩어리들은 이윽고 지구의 인력(引力)에 이끌려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고 화염은 바위덩어리들의 몸에 불꽃의 정화인 백염(白炎)을 둘러주었다.
 이것이 메테오.
 이것이 운석소환.
 이것이 지구파괴규모의 궁극 술법!
 지금 그 거대한 파멸의 힘이 미드칠더의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끝내주마!
 연이은 격전으로 인해 페이오스도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던 것이다.

 쿠콰콰콰콰콰콰쾅!!!!!!!





 “하아……하아…….”

 테레이아는 달리고 있었다. CCTV실을 나온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싶더니 어느샌가 숨이 턱까지 찰 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나는…….’

 나는 어떻게 되버린 거지?

 ‘왜 이렇게 되버린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래서는 안되는데…….’

 지금 자신의 행동은 잘못되어 있었다. 저번 크리스마스 때 가인의 꿈으로 다이브했던 것에 대한 부작용임이 분명했다. 가상의 세계속에서 1년이란 시간을 보낸 것은 그만큼 정신적인 혼란과 오류를 가져오게 된다. 불필요한 애정이 생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머리로만 하는 생각일 뿐, 몸은 정 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다그치고 자제하고 꾸짖어봐야 소용이 없었다. 이성이란 용질은 감정이란 용매 속으로 흔적도 없이 녹아 들어갔다.

 ‘나는 싫었어…….’

 실험체로서 사육되어가던 나날들이. 그 유리관 너머로 날 바라보던 관찰자들의 눈빛이 싫었다. 마치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것만 같은 그 시선들이 싫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싫었던 건…….

 ‘과연……잘 만들어졌군.’

 ‘성공적이야. 이것이 바로 우리의 염원을 이뤄줄 바르의 별이란 말인가!’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나에 대한 성과를 자화자찬하던 원로회 임원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난 더 이상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도구였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호문클루스(Homonculous)들 중의 하나였다.

 ‘대단해! 대단한 능력이다!’

 그들에게서 칭찬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무기물이 되어갔다. 나의 능력에 경이를 표할 때마다 난 점점 그들에게서 멀어져갔다. 바르의 별로서 입지를 굳혀가면서 난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다. 실험체 때보다 대접은 좋아졌다. 자무의 아이들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특혜와 권리를 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바르의 별, 그것은 결국.

 ‘괴물……!’

 자신들과 동 떨어진 괴물. 자신들이 만들어낸 괴물이었기에. 그랬기에 그들은 내 능력에 만족하며 그런 대접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바란 것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단지! 단지!

 ‘나의 자랑스러운 딸, 리리스…….’

 날 동등한 생명체로서 대해줬던 유메! 날 바르의 별이 아닌, 한 가족으로 여겨주었던 그녀!

 ‘난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어! 그녀가 내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어!

 그녀를 잃고 나서 난 얼마나 후회했던가? 얼마나 슬퍼했던가? 얼마나 아파했던가? 유메를 잃은 상실감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용서할 수 없어!’

 가인을 고립시키려는 카이의 행동을! 자신들이 느꼈던 슬픔을 그는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그 고통을 알면서도, 잃어버린 자의 슬픔을 알면서도 가인에게 똑같은 짓을 저지르려 한단 말인가! 적어도 그는, 적어도 자신들만은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힘으로 그들을 제압할지언정 농락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스스로를 농락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괴물 취급하는 것이다. 유메에게서 받아왔던 애정을 부정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나는……가인에게 그런 슬픔을 주고 싶지 않아!’

 그것이 그녀의 진심이었다.




 막 오라를 끌어 모으려던 가인은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 괴물이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증거로 자신을 죄어오던 괴물의 혀가 풀려나가고 있었다. 거기다 수영장으로 뛰어들려던 친구들도 제약이 풀려버린 건지 다들 비틀거리다가 엉덩방아를 찍었다.

 ‘무슨 일이 생긴거지?’

 가인은 카이가 있는 CCTV실을 노려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술수? 어쨌든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는 쓰러진 친구들에게로 다가가 소리쳤다.

 “모두 짤리 여기서 도망쳐!”

 “아…….”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도망치라니까!”

 가인은 쇼크로 얼이 빠진 친구들을 잡아 흔들며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카이에게 몸을 빼앗겼던 후유증인지 다들 거동을 힘들어하고 있었다. 가인은 재영의 팔을 잡아당기다가 순간 밀려드는 현기증에 무릎을 꿇어버렸다.

 ‘윽…….’

 그도 남 말할 처지가 못 되었다. 괴물에게 내던져지면서 늑골을 다쳤는지 숨쉬기가 고통스러웠다. 거기다 척추에도 이상이 생겼는지 발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는다.

 ‘우욱.’

 가인은 토악질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출혈이 심해선지 속이 뒤집어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지연은 비틀거리면서도 가인의 몸을 잡아끌었다.

 “이, 일어나. 유가인! 어서!”

 “야! 너희들도 도와!”

 재영이 가인의 반대쪽을 부축하며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부름에 응할 친구들은 이미 혼미백산하여 괴물에게서 떨어진 반대편 출입구 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제길!”

 재영은 진저리를 치며 자신들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괴물을 올려다보았다. 그 존재 자체가 너무나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이런 괴물이 있다는 걸. 이런 괴물이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다는 걸. 굳이 비유하자면 호랑이와 한 우리 속에 갇혀있는 듯 한 두려움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가인은 지연과 재영이 느끼는 공포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힘 없이 말했다.

 “난……괜찮으니까……선생님과 재영이도 빨리…….”

 “시끄러워!”

 지연은 겁에 질렸음에도 불구하고 가인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그의 말에 한순간 마음이 동했던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가인의 팔을 있는 힘껏 움켜쥐며 그에게 하는 건지 자신에게 하는 건지 모를 소리들을 중얼거렸다.

 “누, 누가 놓고 갈 성 싶으냐……제자를 버리고 도망치는 스승은 쓰레기야……이 정도쯤은 고3 수험생들의 담임을 맡는 것보다 식은 죽 먹기라고…….”

 그럼 몬스터보다 수험생이 더 무섭다는 소리인가?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면서 가인은 재영을 돌아보았다. 새파랗게 질린 주제에 잘도 도망치지 않는 그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그들은 침묵하고 있는 몬스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그 옆쪽에 위치한 출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발 우리가 나갈 때까지만 움직이지 말아라!
 모두는 한 마음이 되어 그 말만을 되내었다.

 탕!

 그때 수영장의 닫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테레이아 민체스터! 강사실에서 견학을 하고 있을 자신들의 클래스메이트였다! 그녀는 가인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야! 어서 이쪽으로!”

 테레이아. 무사했구나! 그들은 안도하며 서둘러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테레이아는 거의 끌려오다시피 하는 가인을 부축하며 그에게 속삭였다.

 “가인, 괜찮아? 정신이 들어?”

 “테, 테레이아…….”

 잔뜩 부어터진 가인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테레이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마음을 정하고 손에 들고 있던 무전기를 그의 손목에 채워주었다. 가인은 그녀가 무전기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어, 어째서? 어째서 네가 이걸…….”

 “…….”

 그 질문에 그녀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애써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오는 길에 주웠어. 그거……가인이, 네 거 맞지?”

 “아, 으응……하지만…….”

 가인은 혼란스러웠다. 역시 떨어뜨렸던 건가? 하지만 이게 스스로 풀릴 리는 없을 텐데……? 찾았다는 안도감보다도 분실 사유에 대한 강한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가인의 모습에 테레이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갔다.

 [크룩]

 하지만 그렇게 자괴감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던 괴물의 눈동자가 빠르게 몇 번 깜빡이더니 다음 순간, 자신의 밑에서 아른거리던 가인 일행의 그림자를 포착한 것이다.

 [크르루룩]

 그리고 적의를 뿜어내는 거대한 눈동자. 가인 일행은 등 뒤가 싸늘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멈췄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생리적으로 몸이 움츠러든 것이다.

 [캬아아아악!]

 “으악!”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괴물의 포효소리에 재영과 지연이 귀를 틀어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가인과 테레이아는 그들처럼 당황하기 보다는 재빨리 그들을 감싸 안으며 몸을 숙였다.

 퍼엉!

 몸을 숙이기가 무섭게 그들의 위로 사람 몸통만한 꼬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 원시적인 흉기는 그대로 가인 일행이 빠져나가려던 출입구를 콘크리트 째 박살내버렸다. 테레이아는 가인을 부축해 일어나며 CCTV실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카이가 화가 났다지만 자신까지 노려서 공격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 이런!”

 과연 그녀의 생각대로 카이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 괴수가 멋대로 날뛰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는 괴수를 제어하기 위해 재빨리 네크로맨시를 발동시켰다. 하지만 미처 강령술이 불휘되기도 전에 괴수의 꼬리가 무방비 상태로 있던 가인과 테레이아를 후려쳤다.

 퍼억!

 가인을 끌어안은 채 등부터 꼬리를 얻어맞은 테레이아. 그 파괴적인 힘은 연약한 인간 소녀의 육체쯤은 간단히 부숴버릴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다. 테레이아는 그대로 가인과 한 덩이가 되어 허공을 날다가 풀장으로 떨어졌다. 그들이 사라진 궤적을 바라보며 지연과 재영은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인? 테레이아?

 “이 바보같은 라무의 아이가!”

 카이는 뒤늦게 자신의 지배에 들어온 괴수를 노려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버린 거지? 어째서 리리스까지 공격한 거야. 이 아둔한 자식!
 그는 가인과 테레이아가 가라앉은 지점을 바라보았다. 풀장의 밑에서는 피로 보이는 검붉은 액체가 거품처럼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카이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괴감에 빠졌다. 안돼! 나 때문에 리리스가! 내 실수로 리리스가!

 우우우우우

 “……!”

 그때 풀장의 물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카이는 머리를 쥐어뜯던 손을 멈추며 천천히 풀장을 바라보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이 물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 진동은 점점 커져서 이내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이는 소용돌이의 근원지에서 거대한 오라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설마……!”

 녀석이 드디어!

 푸카카카카카칵

 순간 풀장에서 거대한 선풍계의 토네이도가 일어나며 그 안의 물을 사방으로 떨쳐내었다. 그리고 드러난 풀장의 빈 공간에는 푸른빛의 Ai슈츠를 입은 남자가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의 소녀를 끌어안은 채 오른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카이는 이를 악물었다. 저것이 바로……!

 ‘피스메이커!’

 우리 노아의 적! 오라 능력자!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오라의 주인이 지금 AI컴플리트 세트를 장착한 채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아……하아…….”

 휘날리던 눈발이 서서히 걷히고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페이오스였다. 여기저기 찢기고 상처 입은 채 간신히 서있었는데 오른손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왼쪽 어깨를 꽉 누르고 있었다. 단지 서있는 거 하나만으로도 매우 피곤해 보일정도로 그녀는 매우 지쳐있었다. 연이은 세 차례의 격전. 그녀가 아무리 1급신이라고는 하지만 그 체력과 정신력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힘은 무한정인지라 아직도 충만하지만 그 힘을 버텨낼 체력과 정신력이 모자랐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못하는 건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을 못했기 때문.

 휘이이잉

 때마침 바람이 불어오면서 아직도 휘날리고 있던 눈들을 한쪽으로 치워주면서 슈리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끈질긴 상대다. 메테오를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들고 있던 검을 날려서 자신을 공격하기까지 했으니까. 때문에 슈리스는 방어가 한 발 늦어버렸다. 그런데도…….

 “아직도……살아있나….”

 꿈틀!

 쓰러져있는 슈리스의 몸이 미약하게 움직인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듯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끝내 일어나려 버둥거린다.

 “쿨럭!”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가 기침이 나오자 고개를 땅으로 향했는데 단순한 기침인줄 알았는데 각혈(咯血)이었나보다. 새하얀 눈 위에 새겨진 피가 왠지 모를 두려움을 주었다.

 “크으으윽…….”

 양손의 무기를 땅에 박고 일어서려 해보지만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팔은 그녀를 지탱하는 것만도 버거워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페이오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순간 슈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슈리스는……울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조차 가슴 아프도록.

 파아앗!

 풀썩

 순간 슈리스를 지탱하고 있던 레반틴이 빛나더니 이내 처음의 고리로 돌아가 그녀를 감쌌다. 때문에 슈리스는 다시 땅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머리색과 눈의 색이 다시 변해 있었다. 처음 봤을 때의 그 검은 머리와 푸른 눈으로.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레……반틴, 왜……?”

 응?

 “어째서…….”

 아무래도 모습이 변한게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나 보다.

 “레반……나……힘을……이야…….”

 띄엄띄엄 희미하게 중얼거리던 슈리스는 그 알아듣지 못할 말을 끝으로 이내 정신을 놓아버렸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저 상태로 조금만 지나면 숨이 끊어질 것 같아 보였다.

 “아…….”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달려가려던 페이오스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상대는 적이었다. 아무리 여신이라도…….
 역시 그녀도 어쩔 수 없는 너무나 착한 여신이었다. 베르단디만 뭐라고 할 게 아니네…….

 스파아앗

 그때 레반틴이 다시 한번 빛나며 슈리스의 주위로 마법진이 생겨났다. 커다란 원안에 사각형 두개가 겹쳐진 채 회전하고 있는 기이한 모양의 마법진. 그 붉고 기이한 마법진이 한순간 밝게 빛나고 그 빛이 사라진 순간. 슈리스는 그 자리에 없었다.
 페이오스는 잠시 슈리스가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용맥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었다.

 “아…….”

 풀썩!

 하지만 긴장이 풀려버린 몸은 그녀의 의지를 따르지 않고 그만 차가운 눈 위에 몸을 뉘이고 말았다.
 안돼. 어서 용맥을 조사해야…….
 페이오스는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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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늦어버린 skoord입니다. 아하하. 항상 늦어서 죄송합니다. 전처럼 잘 써지질 않네요. 내 주제에 뭘 그렇게 할 게 많다고...그래도 이 글을 봐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카이편도 얼마 안남았습니다. 더불어서 뉴 오 나의 여신님의 완결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때까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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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입니다. 요즘은 좀 뜸하시던데.

후후 이봐!! 페이오스. 용맥은 바로 가까이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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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페이오스님의 댓글

여신페이오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앗! 나의 페이오스가! 힘 내요! 페이오스!!!(절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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