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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 2. 외전 : 가슴 큰 소녀, 가슴 큰 아가씨, 미친 기술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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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샤아~~!!!"

"아빠!!"

"누구 없어요?!"

30분을 헤맨 끝에 대나무숲을 빠져 나온 나노하나 지유.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그녀에게 더욱 가혹한 시련을 안겨 주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소나무 숲. 결국 지유는 절망하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친구와 아빠를 부르고 지나가던 나무꾼도 불러보았지만.
프리샤가 설명해준 시베리아 숲속에서 길을 잃은 듯 고요했다.

"어떡하지?"

시간을 보니 벌써 9시. 그녀는 마을에서 최초로 졸업식날 늦은, 아니
학교를 땡땡이 친 학생이 되고 말았다.

"어떡한다?"

이상하네. 분명 이길로 빠지면 가게가 나오는데, 지유는 자신의 방향감각이
절대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마을은 끝내 나오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전거의 체인이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거기에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괴상한 울음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지유는 주위를 경계하며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춥다."

동복을 입었는데도 살을 에는 추위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몇분을 더 걷자 길가가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아니라 옛날 소설책에서나 볼법한 흙길이 아닌가?
그러나 지유는 이런 것에 아무런 의심도 가지지 않은 채 너덜너덜해진 자전거의
체인을 고쳤다.

"미카게 씨!"

마지막으로 가족구성원들중 한명을 불러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이노스케 피리. 일명 '멍멍이 피리'를 불어 그의 가신을 불러보려 했으나.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에휴. 일단 길을 따라 내려..."

그때였다.

"이야아아아~~압!"

퍼펑.

사람 소리, 뒤이어 뭔가 폭발하는 소리.
심상치 않은 일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만도 하건만,
숲속을 걷느라 너무 피곤해진 이 소녀는 멍함 그 자체였다.

"아! 사람이다."

지유는 재빨리 자전거에 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사라져갔다.
그녀의 자전거가 더욱 속력을 빨리 올렸다.

"어?! 그러고 보니 방금 표지판을 지나친 것 같은데?"

에이. 아무렴 어때?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는데.





[북쪽 2km. 설산 중턱. '함정의 바위']




쿠아으~ 크르르르.


"헉헉. 좋아! 그렇지!! 더욱 더 화를 내라!!"


[디나- 주인님. 쿠하텍이 분노한 상태입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함정으로 몰아넣은 뒤, 마취하여 생포해주십시오.]

“후욱! 알아!!”

정신없군, 자그마치 30분간 설산을 뒤지며 싸운 끝에
저놈을 잡을 기회가 온 것이다. 쿠하텍. 몸집은 9m에 오우거 9마리가 붙어도
식후 먹잇감 취급한다는 무서운 괴물이다. 성질은 포악하고, 하얀색을 띈
공룡형 몬스터이다. 나의 바바리안 마을로 오는 상인들을 습격하는 못된 놈들이고,
동시에 상인들이 녀석의 가죽과, 뼈, 뿔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돈벌이도 되는
아주 착한(?)놈이기도 하다. 어쨌든 추적용 소형정찰 탱크들, 캐논 프레셔,
로보틱스 덕택에 드디어 이 놈을 사로잡을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흉악한 놈을 포획이라니?!’

이봐요 드워프 대장장이 덜프 아저씨! 이런 덜떨어진 작자야!
내가 지금 사냥꾼이자 뛰어난 기술자이긴 하지만 그게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

[디나- 주인님. 저 몬스터는 시력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만약 연막탄이나,
사계의 주박의 안개능력이 있다면 매우 손쉽게...]

“알고 있으니까 떠들지마! 젠장. 베르 녀석만 있었더라면.”

내가 장담한다. 저 자칭 지상최강의 공룡형 괴물인 쿠하텍 따위.
베르녀석만 있었으면 쉬웠을 것이다. 제길슨! 이럴 줄 알았다면 다크엔보다
베르녀석을 먼저 스카우트 제의를 해볼걸! 하필이면 이곳 제국의 북부에 위치한
바바리안 마을엔 쿠하텍이 너무 많았다.

[디나- 주인님! 독꼬리가 옵니다!]

깡~

“위, 위험했다.”

제길슨! 맞으면 10분 내로 죽는다는 맹독을 뿜은 꼬리와, 데시 한방에 성벽도
무너뜨린다는 삼각뿔!! 거기에 박쥐같은 피막이 드러난 날개까지!!
난 케논프레셔에 딸린 대형 실드로 녀석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으며 함정으로
녀석을 몰아넣었다. 덩달아 3대의 정찰탱크들도 날 돕는다.

‘잡아주마! 쿠하텍.’

네놈은 1만골드짜리야!! 생포해서 꼭 받아주마!!!
캐논프레셔에서 뿜어져 나온 화약 공격에 녀석은 당황하며 뒤로 밀려났다.
내가 든 이 캐논 프레셔란 무기는 창에 여러 가지 기계장치와, 총을 장착한
형태의 대형 몬스터용 무기이다. 나와 그 덜떨어진 덜프 영감이 공동개발한
작품으로 현재 나의 바바리안 마을의 특산품이 되어 제국 내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요즘은 용병들이 주로 쓰는 무기라나?

“와라! 신나게 때려주마. 그리고 찔러주마!”

펑 펑 펑 펑 스강.

퀘엑.

녀석은 최후의 일격이라도 가하려는지
발톱과 날개를 세우며 방패 근처로 다가왔다.
지금이다!

“함정 발동~~!!!!”


채채채챙.

창에 찔리고, 화약의 폭발에 머리가 깨진 녀석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데구루루 구른 녀석은 쇠사슬과, 그물로 만들어진 구덩이에 처박혔다.
크크크. 잘됐어! 성공이다. 이제 마취 탄만 먹이면!
난 재빨리 내 품속에서 석궁과 마취탄환들을 꺼냈다. 이젠 끝이다!!

[디나- 주인님. 전방에서 사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도 베르군과 다크엔님처럼 책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플레이어라고?!”

망할! 2주전에 헤어진 작자들.
그러니까 엘프 숲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올리도 없는데?!
혹시 뉴 플레이어? 쉿~! 쉿~! 쉿~! 오우~~~쉬이이잇!!

촤르르르르르륵. 덜커덩

“꺄악! 브레이크!!!”

끼이익.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교복...?”

세상에! 난 내 눈앞에 펼쳐진 행복한, 아니!!
황당한 광경을 보며 개념을 상실하고 말았다. 보드랍고, 탱탱(...)해 보이는
(난 변태가 아니여!!)하얀 살과, 녹색 동복 너머로 봉긋 솟아오른 저것은.

“가, 가슴!!”

쿨럭! 가슴이라니!! 그, 그리고 짧은 치마 덕택에 보일락~마알락~아이일락~한
저 패, 팬티!! 그리고 자전거?! 가슴에 정신이 팔려서 미쳐 못 보았는데
뒷머리만 양 갈래로 묶은 꽤나 귀여운 소녀였다.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저 험난한 침묵의 산맥을 넘어온 것이다. 헉. 오면서 쿠하텍 하나 안 만났나?
그녀의 복장은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나와 그녀의 눈이 서로에게 향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안녕.”

숨을 헐떡이는 괴물을 옆에 두고 태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소녀에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인사를 했다. 제길슨! 근데 왜 내 눈길은 얼굴이 아니라
가슴으로 향하는 것이냐!! 꿀꺽.

“근데 이게 뭐죠? 석상?!”

“앗 건들지마!”

쿠오오오오오오~~

“이런 맙소사!”

교복소녀가 실수로 손을 가져다 댄 곳. 그것은 내가 10분전에 미리 설치해둔
함정의 작동장치였다. 맙소사! 그것에 손을 대다니. 괴물을 덮고 있던 철창과
덫이 풀렸다. 괴물은 성가신 그물을 풀어헤치며 비명을 질렀다.

끼아아아아아아~~~

“꺄악!”

“으악! 귀아퍼.”

쿠하텍은 나와 소녀에게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자신을 함정에 가뒀다는 사실 때문에 화가 무지 났는지 꼬리를 휘두르며
포효했다. 자기가 무슨 고질라라고! 주위의 것을 닥치는 데로 부수며 달려온다.

“야! 피해. 아님 막던가!”

“네?”

소녀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내 얼굴과, 저 괴물을 번갈아 보며
멍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포자기한 얼굴이었다.
이런 제길슨!! 너 대체 뭐하는 놈이야?!

[디나- 주인님 저 신플레이어는 어떤 마력도, 능력도 지니지 않고 있습니다.]

“제길슨!! 뭐야 그건?!”

이 오만하고 XX에 XXX를 할 사신 녀석!
왜 저런 케릭을 만든 것이냐! 제길슨! 내 몸 하나 지키는 것도 힘든데.
무슨 악마로부터 공주를 구해낸 용사이야기라도 쓰고 싶었던 것이냐?!
이런 제길! 저 악마 같은 몬스터가 저돌맹진한다.

“피해.”

그러나 소녀는 이미 멍한 얼굴로 입을 저억 벌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건 완전히 멍함의 극치잖아! 그래. 내가 간다!!

[디나- 주인님! 쿠하텍의 포이즌 데시는 위협적입니다.
지금 당장 캐논프레셔로 방어를.]

입닥쳐! 제길 제길 제길. 오늘처럼 이렇게 욕 잘 나오는 날도 없을 것이다.
난 멍한 여자애를 꽉 감싸 안으며 몸을 굴렀다. 동시에 녀석의 뿔과, 거침없는
독꼬리가 날아..우욱!

“아, 아프...”

제길. 독꼬리에 등을 정통으로 박혔는지 몸이 안 움직였다.
큭. 너무 아프다...
.
.
.
....

그렇지만 아무렴 어때? 겨우 한번 죽는 것 인데....그나저나....

“가슴...”

죽인다!!! 빵빵해!!!!





[디나- 주인님께선 지금 의식불명상태입니다...]


크와오오오!

“꺄아아악”

데구르르.

지유는 석상이라고 생각한 그것을 건드리자 갑자기 튀어나온 저 괴물과,
자신을 감싸안으며 피를 흘리는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신이 없었다.
숲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나타난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와, 괴물이라니.

“쿨럭. 쿨럭.”

남자의 입에서 선혈이 튀어나와 지유의 교복을 붉게 물들였다.
남자는 자신이 멍하게 있을 때보다 더 희미한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이대로 두었다간 위험하다.

“피....”

지난 2년간 얼떨결에 검사가 되었던 그녀였지만 이런 피를 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쥬베이의 검은 3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원한과 원망, 사념을 없애는
검이었지. 사람을 죽이는 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 거대한 공룡형 괴물과 베이더는 큰 충격을 일으켰다. 괴물이 침을 흘리며
괴성을 지르며 다가오는데도 지유는 멍하니 주저앉고 말았다.

“혹시 이 모든게 안대 때문?”



그녀는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2년전부터. 아니 300년전부터 말썽을 불러일으킨
안대를 꺼냈다. 붉은색 하트모양의 안대는 러블리 안대라는 다소 괴팍한 이름을
가진 것이었다. 야규 쥬베이가 죽기 전 자신을 이을 자에게 남긴 유산.
그녀는 이것 때문에 원치 않은 싸움에 2번이나 휘말린 경험이 있다.
혹시 이 상황도? 그러나 지유는 고개를 돌렸다.

‘그건 아니야.’

그렇다면? 대체 왜?!

그 때 문득 떠오르는 기억.

-나의 공간에서..너의 그 안대는 전보다 더욱 강한 힘을 줄 것이다.
후후후. 나의 공간에 초대받지 못한 자에게 소환된 능력자여!

“......”

크르르르.

괴물이 다가온다. 이대로 있다간 나와 이 사람은...
지유는 망설임 없이 1년전 끝냈던 싸움의 원인을 왼쪽 눈에 착용했다.

“또..시작인가?”

번쩍.

눈부신 섬광이 튀어 올랐다.





“.........”

소녀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무뚝뚝한 표정에 입을 다문 여자가 나타났다.
미소를 지으면 미스 유니버스 후보감으로 올려놓을 수도 있건만.
뭐가 불만인지 싸늘한 표정을 한 채 하트모양의 안대를 차고 거기다 일본 시대극에서
볼법한 칙칙한 검은 무명복(닌자복과 활동기모노의 퓨전형으로 추정)을 입은 여자.
봉긋 솟아오른 가슴과 안대, 길게 묶은 뒷머리가 포인트인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오만하게 쿠하텍을 올려다보았다.

스릉. 스거겅

그녀는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허리춤에 묶여진 소도와, 등에 매여진
일본도 ‘카타나’를 뽑아 위아래로 들어올렸다. 카타나가 햇빛을 받으며 눈부시게
빛났다.

크와아아아.

괴물은 가소롭다는 듯 독꼬리를 휘둘렀고, 여자는 그 공격들은 사뿐히 피하며
괴물의 등위에 올라탔다. 괴물이 귀찮다는 듯 몸을 흔들며 그녀를 털어내려
하자 여자는 괴물의 몸집보다 더 큰 높이를 뛰어올랐다.
사신의 공간에서 활동 중인 플레이어들 중에서 민첩이 특화된 이들도 힘든
공중점프에 쿠하텍도 놀란 눈치였다.

쿠구구구구. 쿠우우!

휘익.

그녀가 착지하기 무섭게 괴물의 날개 공격이 이어졌다.
미스릴 소드도 튕겨낸다는 날개의 피막이 그녀를 가로막았지만 여자는
가소롭다는 듯 씩 웃으며 장검을 휘둘렀다.
날개 쪽에 붙은 괴물의 팔의 관절이 찢어졌다.

꿰에에엑.

스르르릉.

거기다, 미스릴은 당연하고, 바바리안의 명물 캐논 프레셔로도 안 부서진다는
레어5급짜리 쿠하텍의 삼각뿔들이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쿵.

끼야오~~

괴물은 이제 전의를 상실했는지 지친 목소리를 내며 다리를 절며 뒤로 주춤거렸다.
그러나 검사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는지 잽싸게 뛰어올라 괴물의 머리 위로
착지했다.

“다시 돌아와서 복수하기 전에 죽여주마.”

푸슉.

여자의 장검이 정수리에 정확히 내리 찍혔고, 괴물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여자는 괴물을 신기한 듯 몇 번 물끄러미 쳐다본 뒤,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중독으로 인해 다 죽어가는 남자와 괴물의 데시에 산산조각 나버린
자전거가 엉망으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와 자전거부품을 들쳐매고
어디론가 향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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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엔젤님의 댓글

다크엔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허허 내가 쓴 엘프마을과는 이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군...커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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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선생네기님의 댓글

마법선생네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냐, 혼자서 고생하시는군. 베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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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단디ㅋ♡님의 댓글

베르단디ㅋ♡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으진 않으셨군요.. - 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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