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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어느새벽, 열차, 호수, 빛, 그리고 두사람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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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캉 달캉
 
 12월의 겨울
 눈덮힌 자작나무숲의 새벽을 일깨우는 한 무리의 소음,
 한 열차가 여명과 암흑이 어우러진 숲을 관통하고 있다.
 숲의 동쪽 끝에서
 숲의 서쪽 끝으로

달캉 달캉

 숲의 끝.
 평원의 시작.
 겨울의 전답들.
 듬성 듬성 피어오르는 연기들.
 산등성을 타고 도는 완만한 곡선.
 열차의 집단은 곡선과 하나가 되어간다.
 전적으로 암흑만이 퍼져있는 대지에 열차는 여명을 안겨준다.

달캉 달카당

 강철의 선로는 열차의 길
 강철의 선로는 열차의 생애
 강철의 선로는 열차의 이상향
 강철의 선로는 열차의 존재이유
 강철의 선로는 열차의 모습 그 자체

덜커덩
 
 각각의 열차는 각기 다른 움직임을 갖는다.
 각각의 열차는 각기 다른 목표점을 갖는다.

덜커덩

 일련의 열차는 동일한 움직임을 갖는다.
 일련의 열차가 향하는 목표는 동일하다.

덜커덩 덜컹 달캉

 집단과 개체가 가지는
 모순. 괴리. 이질감.
 아름다움.
 그것은 아름다움.
 
 나는.
 나와 우리는.
 나와 우리와 모든 생명은.
 나와 우리와 모든 생명을 포함한 자연은.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 모든 존재는.
 그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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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침투되지 않기에
빛을 흡입하는 어둠으로부터,
우리는 하나의 시점이 되어간다.
어둠에서 빛을 향해 강제로 끌려간다.


우리는 하나의 시점이 되어가는 특유의 감각에 익숙하다.
그것은 공기가 희박한 산꼭대기에서 신체에 안정을 주는 지면을 잃어, 밑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 비행과 추락. 두 가지의 상반된 느낌이 우리의 뇌리를 관통한다.

달카당. 달카당.

빛이 침투하기 시작하는 어둠 속에서 규칙적인 소음은 우리의 시야를 완벽히 각성시킨다.
그것은 단순한. 그러면서도 복잡한 중복된 의미를 가진 소음.
파괴와 창조. 그리고 죽음과 생명의 영상을 포함한다.

덜커덩.

그리고 우리는
칠흑의 어둠을 뚫고
그 여백에 빛을 채우는
지면을 달리는 한 줄기의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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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객차 안. 뒤에서 3번째 줄 3번째 자리 창가. 좌석번호 33번.
아무도 없는 객차 안에 한 청년이 앉아있다.
앉은 이 없는 좌측 좌석에 조금 전까지 읽었던 듯한 책.
단정한 머리모양. 부드러운 인상에 날카로운 이미지를 덧씌우는 안경.
그것은 둥글지만. 그 둥긂이 부드러움을 날카로움에 감싸이게 한다.

우리는 그 청년을 관찰한다.
좌측 위에서. 우측 아래에서. 정면에서.
수많은 위치에서 셀 수 없는 각도로.

덜컹

청년이 깨어난다.
청년이 눈을 뜨는 그 순간.
객차는 빛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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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갑작스런 가속이 나를 깨웠다.
굳은 오른 손을 쥐고 펴는 동작을 지속하면서 저려오는 양다리에 산소를 공급한다.
그러한 행위를 연속하면서, 활동을 재개한 나의 정신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한다.

덜커덩 덜커덩

지속적인 소음. 열차 시트 특유의 향내.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창 밖의 풍경.
그러한 것들이 나를 편안하고 몽롱한 어둠에서, 선명하고 상쾌한 새벽으로 끄집어낸다.

덜커덩 덜커덩

창 밖. 맞은편의 선로가 나의 시야에 들어온다.

6년 전.
나는 저 선로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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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달리고 있다.

완연히 봄을 감싼 숲은 녹음을 되찾았다.

한 순간.

세계가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그대로 인데,
창밖의 선로가 눈앞에 와있다.

강철이 찢기며 내는 비명.
인간의 두개골이 부서질 때, 새어 나오는 둔탁한 소리.
좌석과 벽에 부딪히는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괴성.
객차의 요동은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소음들이 뒤섞여
우리의 고막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소음들이 조화되었다.

각각의 소음들이
각각의 음역을 맡고,

각각의 소음들은
하나의 곡을 만들어간다.

그것은 화음.

우리의 뇌리를 스치는 감각.
그것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끝났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뒤집어진 세계.
옆으로 눕혀진 객차.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차내.
그곳엔 생명이란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 소년이 일어난다.
전혀 힘들지 않은 듯이

소년의 이마엔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소년은 그것엔 개의치 않는다.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객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객차를 빠져 나온 소년은
열차가 달려가던 방향이 아닌
열차가 달려오던 방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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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여기 앉아도 될까요?”

멍하니 앉아 있던 내게 소리가 들렸다.
아름다운 목소리, 그 신비로운 파동이.
나의 피부 곳곳에 긴장을 전한다.
‘이 여자가 그녀다!’
나의 몸이 외치고 있다.

“좋으실대로”

나의 신체가 원하는 것을
나의 정신은 거부했다.
-이 여자는 그녀가 아니다-

그녀가 내 옆자리에 앉아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한다.

왜 하필 나의 옆자리 일까?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도대체 언제 이 객차가 사람으로 가득 차버렸는가?

다시 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은 내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다.

그녀에게선 과거에 맡아본 향기가 난다.

--------------------------------------------------------------------

내가 내려야 할 역에 열차가 도착하자.
나는 그 여자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멍하니 있던 거냐?”

나에게 묻는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와 버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정말 나란 놈은 구제불능이군.”
다시 한번 혼잣말이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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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사람으로 붐비는 역내를 빠져나와
역 앞의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에 휩쓸려 들어간다.
그가 인간의 물결에 몸을 맡기자마자.
그의 자취는 사라진다.

우리는 그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한다.
사람의 바다는 계속해서 쓸려오고 밀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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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리의 시야는 객차 안.

3번 객차 안에서 3번째 줄 33번 자리 창가. 좌석번호 33번
방금 전에 청년이 앉아있던 객차 안엔 소년이 앉아있다.

다시 객차 안으로 돌아온 것에 의아함을 느끼는 우리는 청년을 찾기 위해 이 열차를 나가려한다.

잠깐, 뭔가 변했다.
객차 안의 무엇이 변했다.

첫째, 소년이 앉아있는 쪽은 복도를 기준으로 청년과 다른 면이다.
둘째, 소년이 앉아있는 창가 밖의 풍경은.....

따스한.
봄의 풍경.

우리는 창가로 다가간다.
창가로 다가가 확인한다.

창밖의 풍경은 완연한 봄.
과거에 한 열차가 전복되었던 그 때의 그 풍경.

우리는 소년의 얼굴을 확인한다.
같은 아이.
전복 된 객차 안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소년.

우리는 청년에게 행했던 것처럼
소년을 관찰한다.

아니, 조사한다.
소년에겐 조사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치밀하게
우리는 소년을 바라본다.

소년의 체구는 작은 편이다.
테가 둥근 안경을 썼고,
표정은 어두워 생각에 잠겨있다.

조사를 끝내고,
우리는 소년의 맞은편에 앉는다.
우리는 서서히 머리 속을 비운다.
많은 정보를 입수한 뇌의
안정을 위해 그것을 전부 배출해야 한다.

창밖의 풍경은 녹.
수많은 나뭇잎들의 바다.
가지에서 떨어져 하늘거리는 잎.

우리는 그 잎사귀를 무심히 바라본다.

문득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생각.
‘저것은 잎이 아니다.’

녹색이 다가온다.
이리저리 흔들리듯 날아온다.
그것은 숲의 색을 가진 존재.
그것은 숲의 음을 아는 존재.
그것은 숲.

한 마리의 푸른 새는 이쪽으로 날아온다.
달리는 열차의 속도에 맞춰 새는 창 밖에서 날고 있다.

우리는 직감한다.
들어오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저쪽과 이쪽은
벽이 존재한다.
잔잔한 호수처럼 투명하지만,
어떠한 존재도 통과할 수 없는 벽.

그 새는 그 벽을-마치 호수의 수면에 뛰어들듯-통과 한다.
새를 중심으로 벽이 일렁인다.
새가 가득 품은 숲의 푸르름은
창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벗겨진다.

숲의 녹음에서 바다의 청으로
푸른새는 파랑새가 된다.

그도 이것을 보았을까?

소년은 손을 뻗어 새를 부른다.

왜 일까?
왜 소년은 새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지 않는가?

소년과 우리는 전혀 다른 감각을 향유한다.
소년에게 그것-새가 주는 이질감-은 중요하지 않다.

새가 날아와 소년의 손에 앉는다.
그리고 대화를 지저귄다.

그 지저귐은 우리에게는 단지 공기의 울림으로만 들릴 뿐이다.
그 울림이 내포한 의미는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우리는 객차 안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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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오른다.
도로변의 전기 제품에서 방사되는 영상이 나의 과거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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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차들이 엉켜있고
차체가 기울어 있다.
차체의 찢어진 틈으로 피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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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과거.
떠올리기 싫고,
떠올려도 상관없는 기억.

기억이, 퍼즐의 조각이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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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우리는 어둠 속에 있다.

처음의 어둠과는 다르다.
보통의 어둠과는 다르다.

빛이 없다.

빛을 안지 않는 어둠이다.

어떠한 빛도 찾을 수 없는 어둠은
우리의 시각을 억제한다.

시각의 규제로 인하여
우리은 우리의 다른 감각을 살려낸다.

먼저 촉각.
이곳은 춥고 부드럽다.

그리고 후각.
이곳은 달콤하다.

다음은 미각.
이곳은 쓰고 짜다. 맵다. 떫다.

마지막으로 청각.

미약한 공기의 진동.
그리고 하나의 선율.

"후회하지 않아?"
그것은 지저귐.

그 새의 지저귐.
그 소년을 향한
그 새의 대화.

“응, 후회하지 않아.”
소년의 응답.
소년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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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르는 이 언덕을
나는 전에 오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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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덕은 별로 높지 않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언덕을 오르고 있다.

머리가 아프다.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피가 흐른 자리는
불에 데인 것처럼 뜨겁다.

하지만 가야한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오른다리.
통증은 없다.
엉망인 몸에는 두통이 유일한 아픔.

그래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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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물이
얼어간다.

살어름이 그 영역을 늘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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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잠드는 새벽.

도로가 언덕의 남쪽으로 이어지는 곳.
오른편으로 잠든 도시의 풍경.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는 것은,
그 곳이 가깝다는 것.

문득,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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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보인다.

소년은 상처 받은 몸으로 언덕을 계속해서 오른다.
소년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음에도
소년은 언덕을 오르고 있다.

그곳을 향한 도로의 마지막 모퉁이.
그 모퉁이를 남겨두고 소년은 자리에 멈춰선다.

--------------------------------------------------------------------
고통을 잊은 몸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한계 따위는 그녀를 향할 때 넘어섰다.

내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은 이미
기적.

“아니, 그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

어둠을 몰아내는 그녀의 목소리.
쫓겨진 어둠이 나를 감싼다.

“자의에 의한 순리를 거부하는 현상. 그것은 있어선 안 되는 것.”

그 어둠마저 걷혀 나의 시야는 흐려진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그리고 나는
그 때의 모퉁이를 돌아간다.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산문.
세 번 시도해
드디어 온 것.
한 번은 문 앞에서,
또 한 번은 방금 지나온 모퉁이에서 실패한 것.

산문을 지나면 조용한 경내.
언덕 중턱의 산사.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

과거가 완성되어간다.

머릿속에 울리는 그녀의 마지막 말.

‘되돌아 올 때는 격식을 차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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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숲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머릿속에는 정상적인 기억이 있었다.

가족은 멀쩡하고 전학 온 학교에는 친구도 있다.

하룻밤 사이에 사고는 없던 것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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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경내.
그 가운데에 그녀가 있다.
온몸에 긴장이 퍼져간다.

“나의 이름은”

떨리는 목소리.

“요시다 쇼헤이”

어둠을 쫓는 그녀의 목소리.

“너의 이름은”

밝아오는 빛이 그녀를 비춘다.

“울드”

날이 밝아온다.
--------------------------------------------------------------------
완전히 얼어붙은 호수는
햇빛을 반사해 영롱한 빛을 뿜어낸다.

그 빛은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비춘다.

열차가 호수를 스쳐 달려간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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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설경님의 댓글

월하설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그러니까...

무리하게 주제를 이식하려다 보니....

 경[졸작탄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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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블랙님의 댓글

Royal†블랙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생각엔,.,, 열차란 인생이고 열차가 지나갈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필름이 지나가듯이... 대사중에 후회는 없어란 말.. 그리고 언덕이란 중간중간 이상향으로의 방해물.. 소녀는 인간의 이성과 감정. 그리고 어둠이란 인생의 고독감이나 독백 이런거라든지(,...) 아직도 이해가 좀 안가지만 대충 알겠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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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님의 댓글

후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글...잘 쓰는구나........나와 반대로...ㅡㅜ..;;
음...이걸 읽으면서 느낀 건...;; 언어영역[문학]에서 어떤 시가 생각난다....(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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